[깨알지식 Q] 국가 대표하는 대사(大使), 한자로 왜 大를 쓸까
대리 역할 넘어 '최고 직급'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5일 최근 운하 통제권 환수 가능성을 언급한 중미 파나마 주재 대사에 측근 케빈 머리노 카브레라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플로리다지부 사무국장을 지명했다.
지난 16일엔 조지 글래스 전 주포르투갈 대사가 일본 주재 대사로, 5일엔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 의원(공화당)이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되는 등 트럼프 2기 외교 라인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해서 외국에 부임하는 대사(大使)는 대체로 ‘특명전권대사’를 줄인 말이다.
국가원수의 특명을 받고 외국에 파견되어 양국 간의 일을 맡아보는 최고 직급 인사다.
앞글자 ‘대’는 ‘대리하다’의 ‘대(代)’가 아닌 ‘큰 대(大)’이고 뒤에 사절을 뜻하는 ‘사(使)’를 붙인다. 이는 대사가 각국에 파견된 사절단 중 한 명뿐인 ‘최고 직급’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5일 남미 파나마 주재 대사에 내정한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
이 단어의 유래는 고대 중국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황제가 외국에 보내는 사신 등 조정의 특별한 임무를 띤 신하를 임명할 때 대사(大使), 소사(小使), 별사(別使) 등으로 구분해 부여한 직책을 근대 일본이 외교 용어로 활용했다.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서구식 외교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각국에 파견하는 최고위 외교관을 ‘다이시(大使)’로 정한 것이다.
한국(대사)·중국(다이스)·베트남(다이스) 등 한자어 영향권 나라들의 명칭도 여기서 유래됐다.
대사의 영어 명칭은 ‘앰배서더(ambassador)’다.
프랑스어 ‘엉바사되르(ambassadeur)’를 영어식으로 바꾼 것이다. 라틴어로 ‘하인’ ‘봉사자’란 뜻의 ‘ambactus’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의 막강한 문화·외교적 영향력 아래 유럽의 국제 질서가 형성되던 19세기 무렵 이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통용되기 시작했다.
유럽 열강들이 프랑스 대혁명 후 유럽의 새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개최한 빈 회의(1814~1815)를 계기로 외교관의 직급도 대사와 그 아래 직급인 공사(公使·minister) 등으로 세분화됐고 이는 국제사회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1893년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거물급 인사인 토머스 F 베이어드가 영국에 부임할 때 기존의 공사 대신 대사라는 직책명을 부여받은 것을 계기로 나라간 외교 관계에서 고위급 외교사절을 대사로 격상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대사를 파견하거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사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인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주요국에 공사를 최고위급 외교관으로 파견했다.
외교 사절 직급은 당사국 간 합의로 결정하는데, 당시 한국이 외교적 지위가 높지 않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도 대사가 아닌 공사를 한국에 보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듬해에 초대 주미 한국 대사와 주한 미국 대사가 각각 파견됐다.
한국 최초의 해외 파견 대사는 1949~1951년 초대 주미 대사로 활동했던 장면 전 총리다.
이후 영국·프랑스 등에서도 한국의 최고위급 사절이 공사에서 대사로 승격했다.(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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