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8시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 
알록달록한 가방을 멘 이 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등교를 했다. 수업 시작 1시간 전이었다.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운동장 가장자리에 가방을 일렬로 놓기 시작했다. 
가방 옆에 신발을 벗어두고, 양말도 벗어 신발 안쪽에 찔러 넣은 뒤 까르르 웃으며 운동장으로 달려나갔다.

 

 

<지난 28일 오전 서울 수색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사토가 깔린 운동장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 학교처럼 아침마다 맨발 걷기를 하는 학교가 500여 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가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했다.>

 


“아, 따가워.” “시원하다.”


아이들은 맨발로 운동장에 깔린 갈색 마사토(화강암 모래)를 밟으며 걸었다. 
“수학 분수 헷갈려.” “ 뮤직비디오 봤냐?” 친구들끼리 박수 치며 웃고 떠들면서 맨발 걷기를 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걷는 아이도 보였다. 
미리 와서 운동장에 뾰족한 조각이 없는지 확인한 교사들도 양말을 벗고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 
8시 반쯤 되자 맨발 걷기를 하는 아이들이 40~50명으로 불었다. 
수색초는 재작년부터 아침 8시부터 50분간 맨발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초·중학교에 ‘맨발 걷기 붐’이 일고 있다. 
맨발 걷기를 도입한 학교는 총 500곳 정도라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부터 맨발 걷기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희망하는 초등학교에 수건이나 간식 구입에 쓸 수 있는 연간 운영비 800만원을 주고 있다. 
첫해엔 지원 학교가 4곳뿐이었는데, 올해는 24곳으로 늘었다. 
올해부터는 지원 대상을 중학교까지 확대했다. 
경남교육청에서는 올해 맨발 걷기 시범학교 10곳을 선정해 흙길 조성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27곳이 신청했다.


일선 학교들이 발 벗고 맨발 걷기 도입에 나서는 것은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발바닥은 다른 신체 부위보다 민감하기 때문에, 맨발로 걸으면 뇌 감각을 자극해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임오경 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울퉁불퉁한 길을 맨발로 걸으면 발에 있는 신경 말단 등이 자극되면서 혈액 순환이 촉진된다”며 “발바닥 신경이 자극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어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락철 수색초 교장은 “맨발 걷기를 하고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늘어났다”며 “같은 반이 아닌 친구나 선후배를 운동장에서 사귀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2년 전부터 매일 맨발 걷기에 참여한다는 5학년생 이상기(11)군은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서 걸으니 재밌기도 하고, 걷다 보면 잠이 깨서 수업 시간에 덜 졸리는 점도 좋다”고 했다.


수색초 맨발 걷기는 자율 참여인데도 매일 아침 학생 40~50명이 나온다.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8시 전부터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있다. 
수색초는 매일 맨발 걷기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간식과 ‘인증 배지’를 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 학교는 작년 인근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며 전교생이 270명에서 650명으로 늘어났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전학생 중 상당수가 맨발 걷기를 하며 친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아침마다 교사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이 학교 박희숙 상담 교사는 “상담실을 찾아오기 부담스러워하는 학생이 많은데, 같이 맨발 걷기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했다.(240601)


 

 

 

최근 지리산국립공원 연하천 대피소 인근에서 등산객이 야생 반달가슴곰과 마주친 일이 있었다. 
짝짓기 시기를 맞아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등산로까지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20여 년에 걸친 복원 사업 끝에 반달가슴곰 개체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복원 과정에서 서식지 통제 등 인간을 보호할 안전 장치는 마련해놓지 않아 인명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덕유산 일대에 야생 반달가슴곰 89마리가 살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무분별한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지리산에서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이듬해 정부가 탐사를 시작, 5마리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2004년부터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반달가슴곰>

 

초반엔 농가에서 기르던 새끼 곰을 야생에 풀어놓는 식으로 복원이 이뤄졌다. 
야생 적응에 실패하면서 지리산에 푼 새끼곰 34마리 중 13마리가 죽었고, 1마리는 실종, 4마리는 부적응으로 복원 센터에 돌아왔다. 
그렇게 부침을 겪다가 최초 방사한 새끼 곰 중 일부가 자라 어른 곰이 됐고, 야생 번식에도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초 2020년까지 50마리가 목표였으나 2018년에 이미 56마리까지 늘어났다.


반달가슴곰의 수명은 평균 25년이다. 
복원 사업 시작 후 인간 손에서 길러져 야생으로 돌아간 ‘1세대 반달가슴곰’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야생에서 번식한 2세대, 3세대 반달가슴곰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에 거부감이 덜하던 세대가 사라지고, 야생성이 강한 세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복원 작업 당시 물리적 공간이 넓어야 한다는 이유로 서식지를 제한하지도 않았다. 
2017년 6월엔 지리산에서 방사한 수컷 반달가슴곰이 90여㎞를 이동해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곰은 2018년엔 수도산에서 70여㎞ 떨어진 구미 금오산에서 발견됐고, 2022년엔 경남 합천에서 충북 보은으로 56㎞를 혼자 이동하기도 했다. 
곰 발견지 인근 민가와 등산로에 ‘곰 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사람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 초승달 모양 흰 털이 있어 ‘반달가슴곰’으로 불리는 이 곰의 정식 명칭은 ‘아시아흑곰’이다. 
수컷 어른 곰은 몸길이가 평균 130~190㎝에 달하고, 200㎝ 이상으로 크기도 한다. 
달리기도 시속 50㎞로 빠른 편이다. 
아직 국내에선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에선 2016년 반달가슴곰이 산나물을 캐던 사람을 습격해 4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종(種)이라 친근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어디까지나 사나운 맹수인 것이다.

 

<이래 봬도 나무타기 명수 - 2020년 6월 전남 구례 소재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내 생태학습장에서 반달가슴곰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방사한 반달가슴곰 대부분은 위치 추적기를 달아 관리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방전 등 문제로 현재 위치나 경로를 알 수 없는 반달가슴곰은 56마리(63%)에 달한다. 
환경부는 현재 89마리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로 파악하고 있지만, 두 곳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겨울잠에서 깬 반달가슴곰은 5~6월 번식기에 돌입해 서식지를 벗어나 넓은 반경에서 구애 활동을 한다. 
곰이 나오리라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곰과 마주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10년 내로 반달가슴곰 개체 수는 100마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방향을 ‘번식’에서 ‘서식지 관리’로 전환한 상태다. 
곰 서식지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 파악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조사에서 반달가슴곰이 등산로 반경 20m까지 접근해 머문 비율은 0.8%, 200m는 9.8%, 500m 이상 떨어져 활동한 건 89%로 파악됐다. 
등산로에서 곰과 마주칠 확률은 1%가 채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작년에만 23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수십건씩 발생하고 있다. 
일본 사례처럼 곰이 농작물을 채취하는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240531)


☞반달가슴곰의 겨울잠

반달가슴곰은 나무굴·바위굴 등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12월쯤 겨울잠에 들고 이듬해 4~5월쯤 깬다. 
곰의 겨울잠은 ‘얕은 잠’이라서 환경 변화에 따라 자고 깨고를 반복한다. 
배 속에 새끼를 품은 암컷은 11월 말쯤 이른 겨울잠에 들어 동면 기간 중 출산해 잠과 육아를 병행한다. 
잠에서 깬 후 암컷은 서식지에 머물고, 수컷은 짝짓기를 위해 활동 반경을 넓혀 구애에 나선다.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견은 지중해 출신인 흰색 소형견 ‘몰티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디지털재단이 30일 발표한 ‘서울 펫 스마트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반려견 열 마리 중 두 마리(19.8%)는 몰티즈였다. 
이어 푸들(14.1%), 믹스견(13.3%), 포메라니안(9.4%), 시추(5.8%)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는 지난 3월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등록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요즘은 이처럼 몰티즈를 기르는 집이 많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당에서 키우는 중형견 ‘누렁이’가 대세였다. 국민 대부분이 주택에서 산 까닭이다.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견.>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에 해외에서 몰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등 견종이 들어왔다.


‘인기 순위’는 그때그때 미디어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불도그처럼 납작한 얼굴을 가진 ‘퍼그’는 1991년 ‘월드콘’ 아이스크림 광고에 등장해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최영민 수의사는 “웰시코기, 비숑, 불도그 같은 견종도 TV 광고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방 안에서 기르기 좋은 반려견들이 인기를 끌었다. 
몰티즈, 푸들 등 소형견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이유다. 
애견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는 중대형견이 뛰어놀 만한 공간이 없고, 견주가 개를 안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소형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반려견은 총 61만2000마리로 전국 반려견의 1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을 가장 많이 기르는 구는 강남구(3만9792마리)로 조사됐다. 
송파구(3만8005마리), 강서구(3만7800마리), 은평구(3만1725마리) 주민들도 반려견을 많이 길렀다. 반려견 수가 가장 적은 구는 중구(8823마리)였다.


서울의 가구 수 대비 반려견 수 비율은 14.9%였다. 보고서는 “한 가구당 반려견을 한 마리 키운다고 가정하면 서울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견을 기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가구 수 대비 반려견을 많이 기르는 구는 용산구(19.8%), 강남구(18.7%) 등이었다. 관악구가 11.2%로 가장 낮았다.


서울 25구 중 동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송파구 등 4구는 반려견의 이름까지 조사했는데 ‘코코’가 1.7%로 가장 흔한 이름이었다. 
이어 ‘보리’(1.3%) ‘초코’(1.2%) ‘콩이’(1.0%) ‘해피’(0.7%) 등 부르기 쉬운 이름이 많았다.(240531)


 

 

 

지난 4년간 전국 하수처리장 34곳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은 “마약 사용이 전국적으로 만연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2020~2023년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대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 주관 하수 역학 연구팀(경상국립대·상지대 연구진 참여) 연구 결과, 연구팀이 지난 2020년부터 조사한 전국 17개 시도의 하수처리장 34곳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


마약류 농도를 통해 추산한 해당 하수처리장 구역 주민 1000명당 필로폰 일일 사용량은 2020년 24.16mg에서 지난해 14.40mg으로 매년 줄어들긴 했다. 
반면 코카인은 지난해 하루 사용 추정량 1.43mg으로, 2020년(0.37mg)보다 약 3.9배로 늘었다. 
코카인 1회 투약량은 약 10mg으로, 전국에서 7150명이 하루에 1번씩 코카인을 투약한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필로폰은 경기 시흥·인천에서 사용 추정량이 높았으며, 코카인은 서울·세종,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광주, 엑스터시는 경기 시화·전남 목포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마약은 이미 서울·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를 통해 유통될 만큼 일반인과 밀접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필리핀에서 밀수한 29억원어치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19만명분) 등을 대규모로 유통한 범죄 조직원 2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겸업하며 수십억 원 대 수익을 올렸다.


총책 박모(33)씨 등 마약 조직 일당은 마약을 서울 송파구·성북구·중랑구 등 아파트 복도·옥상의 조명 장치나 소화전, 무인 택배함 등에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300장 넘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정도로 대규모 조직이었지만, 현재 한국의 마약 유통 규모를 감안하면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구매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시민들”이라며 “아이들도 드나드는 가정집 바로 옆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지난해 8월 ‘경찰관 추락사’ 모임의 마약 공급 경로로 의심받던 이태원 한 클럽의 수사를 일단락했다고도 밝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러한 집단 마약 관련 수사에서 총 19명을 검거하고 2명을 구속했다. 
당시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경찰관의 시신에선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 성분 등이 검출됐다. 
현장에서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도 의사·대기업 직원·헬스 트레이너 등 직업인이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단속된 마약 사범은 5040명으로 지난해 4071명 대비 23.8% 늘었다. 
1분기 마약 사범이 5000명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마약 사범 숫자가 3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해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으로, 2022년(1만8395명)보다 50% 늘어난 숫자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마약 인구가 60만명 안팎이 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 증가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 마약 사범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과 마약퇴치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청소년 마약 사범은 전년(2022년) 48명에서 235명으로 무려 4배(389.6%)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검거되지 않은 실제 마약 사범 규모를 고려할 때 청소년 마약 중독자가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천영훈 원장은 특히 코카인 사용 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 행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계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 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240530)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에서 최근 한 달(4월 21일~5월 26일) 동안 매출이 70%가량 급증한 품목이 있다. 칼과 도마다. 
지난 13일 롯데홈쇼핑에선 방송 시작 25분 만에 준비한 수량 8700개, 5억원어치가 완판된 품목이 나왔다. 주방 가위였다. 셋 모두 부엌에서 쓰인다는 게 공통점이다.

 

 




부엌이 부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엌의 실종’이 화두였다.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파트 평면에서 부엌이 추방되고 대신 거실이 확장됐다. 
부엌에서 음식을 안 해먹다 보니 불[火]이 사라져 “요즘 가정집에선 케이크 초 꽂을 때 정도만 불을 피운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외식 물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외식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부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유통 업계 입장에선 부엌 관련 매출이 급증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폭스비즈니스는 지난 24일 “미국인 68%는 가격 부담 탓에 외식 대신 식재료 구입을 택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보도했다.


29일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지난 1~2월 대비 3~4월 주방용품 주문액은 8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20분에 압력솥을 파는 방송을 했는데, 60분 동안 15억원어치가 완판됐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문의해보니 올해 칼과 도마 판매량은 작년과 비교해 각각 30%, 20% 늘었다.


칼·도마·주방 가위 같은 주방용품만 잘 팔리는 게 아니다.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대용량 제품을 주로 파는 트레이더스의 4월 1일~5월 26일 매출을 분석해보니 당근은 127.9%, 오이와 팽이버섯은 각각 44%, 40.8% 늘었다. 잡곡 매출도 43% 뛰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양배추 매출은 88.8%, 냉동 채소 61%, 닭다리 살 77.1%, 찹쌀 65.9% 늘었다.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지 않으면 살 필요가 없는 품목들이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식재료를 사봤자 버리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채소 값 인상 뉴스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식재료 값도 많이 올랐다. 그래도 외식 물가 오른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식재료 가격보다 외식 물가 상승 폭이 더 크다 보니 간단하게라도 집밥을 해먹는 트렌드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소비자물가 상승률(2.9%)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 이후 3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집밥 트렌드’가 돌아오면서 유통 업계는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30일 의왕점을 새로 단장해서 선보이는데, 기존 절반 정도였던 식품 매장 면적을 70%로 확대했다. 
온라인 반찬 배송 업체 집반찬연구소는 최근 멸치볶음, 메추리알 간장조림, 볶음김치 등 9종을 묶은 상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 박종철 대표는 “원래는 4인 가구에 맞춰 반찬을 준비하고 판매를 해왔는데, 최근 배달 주문이나 외식을 주로 하던 1~2인 가구에서도 집밥 트렌드가 나타나 새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선 직장인들이 3~5일 치 식사를 미리 준비해 놓는 이른바 ‘밀프렙(meal prep)’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집밥을 찾는 현상은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 폭스비즈니스가 보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42세 중 71%는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를 늘리고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지난달 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1.1% 올랐는데, 외식 물가는 4.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소매 업체 월마트는 월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월마트 CFO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실적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외식을 하는 건 집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4.3배 비싸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지난달 30일 자체 식료품 브랜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성장 속에서 실질소득이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 기간 내식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240530)



 

 

[깨알지식Q] 한국이 주재할 안보리 회의장… 저 그림 뭐지?

 



지난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장에서는 전날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참석자들 뒤로 거대한 그림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그림은 무엇을 상징할까.

 

 

<2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의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뒤로는 가로 9m, 세로 5.5m 크기의 거대한 벽화가 걸려 있다.>

 


회의장 한쪽 벽면을 모두 덮는 크기(가로 9m, 세로 5.5m)의 이 작품은 1952년 9월 오스카르 토르프 노르웨이 총리가 안보리 회의장에 맞춤으로 제작해 기증한 것으로, 노르웨이 화가 페르 크로그가 2년에 걸쳐 유화로 그렸다. 
공식 제목은 없지만 ‘평화를 위한 벽화’로 불린다.

 

 


<UN 안보리 회의장 벽화>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안보리 회의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화가 크로그는 “우리가 저버린 세계와 앞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세계를 한곳에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림 중앙에 우뚝 선 불사조 아래 쓰러진 군인들과 사슬에 묶여 고통받는 사람들은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이들을 의미한다. 
불사조 뒤로는 노래하고 춤추며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쟁 이후 재건될 희망찬 세계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대한민국은 다음 달부터 한 달간 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는다. 
이 그림이 있는 회의장에서 열리는 공식 회의를 비롯해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한 기획 회의 등을 주재할 예정이다.(240527)


 

 

[스피드 3Q]"대학스포츠 열정페이 안돼" 美 갑부 대학생 나오나 '들썩'

 


미국대학스포츠협의회(NCAA) 이사회가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라며 대학 스포츠팀 소속 선수들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지급하고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미 언론들은 이 소식에 대해 “대학 스포츠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결정”이라며 큰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분쟁은 왜 일었고 이 합의는 왜 중요할까. 3문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3월 25일 미국 아이오와대학 여자농구팀 가드 케이틀린 클라크가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여자농구 디비전1 토너먼트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클라크는 나이키, 게토레이 등과 후원 계약을 맺어 310만 달러(41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무슨 소송인가

미 대학 스포츠 리그를 관할하는 NCAA는 과거부터 때때로 반독점 소송을 당해왔다. 
대학 스포츠라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NCAA는 ‘학생 선수들은 급여를 받을 수 없고, 장학금도 학비 수준에서만 받는다’고 정해두고 있는데, 이에 대해 독점 사업자의 권한을 남용한 불공정한 규정이라는 불만이 많았다. 
이에 애리조나주립대 수영 선수 그랜트 하우스 등 스포츠 선수들이 2020년 ‘선수들이 이름·이미지·초상권 등에 대한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했다’라며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선수들은 대학의 재정에 대한 기여와 인기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열정 페이’ 논란이다. 
미국에서는 풋볼이나 농구 같은 종목의 대학 스포츠가 프로스포츠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대학은 입장권 판매와 중계권으로 큰 수입을 얻음에도 이를 선수와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수들이 프로가 되려면 대학에서 뛰어야 유리하다는 점을 NCAA가 악용했다고 비난한다.


◇합의한 내용은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NCAA는 23일 합의를 택했다. 
양측이 작성한 합의문엔 전·현직 학생 선수들이 2017~2020년 NCAA의 제약 때문에 입은 손해에 대해 10년에 걸쳐 27억7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앞으로 대학들이 스포츠로 얻은 수익의 22%, 대학별로 최대 2200만달러를 2025년 시즌부터 선수들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합의문은 아울러 앞으로 8~10년 동안 선수 보상과 관련해 NCAA에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CAA가 4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우려해 합의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학이 선수들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향후 대학 스포츠의 사업 모델이 완전히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합의문엔 27억7000만달러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지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앞으로 대학별로 지급할 보상에 대해서도 학교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 
따라서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NYT는 “대학 스포츠의 수익은 대부분 남성 미식축구와 농구에서 나온다. 대학이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도 돈을 나눠줄지, 지원금을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분배할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익의 22%’라는 한도를 두고도 추가적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프로스포츠는 통상 구단 수입의 50%를 선수에게 지급한다.(240525)


 

 

[What&Why]"먼저 퇴근해" "열심히 하지마"...상사의 이 말이 갑질이라는 이유

 

최근 일본 소셜미디어에서 ‘호와하라’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화이트 해러스먼트(White Harassment)’의 준말로, 한국말로 옮기면 ‘착한 갑질’이란 뜻이다. 
직장 후배에게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된다’ ‘내가 할 테니 먼저 퇴근하라’면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겉보기엔 후배들을 위한 다정한 상사의 배려로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이 사회초년생에겐 직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단 뜻으로 탄생한 신조어다.


일본에서 방영한 한 드라마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방영한 일본 TBS 드라마 ‘나인(9) 보더’엔 19세, 29세, 39세의 세 자매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도 직장에 다니는 둘째는 퇴근 시간이 다 돼도 일을 못 끝낸 후배에게 “내가 할 테니 야근하지 말라”면서 귀가를 권유한다. 
이를 본 둘째 자매의 상사가 “후배들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그를 질책한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일본 민영방송 TBS가 방영 중인 금요 드라마 '나인(9) 보더' 포스터>


해당 장면이 방영된 후 ‘호와하라’라는 단어는 온라인에서 금세 화제가 됐다. 
일본에선 ‘파워하라(권력형 갑질)’ ‘카스하라(고객 갑질)’ ‘세쿠하라(성희롱 갑질)’ 등 각종 ‘갑질’ 행위에 ‘하라’란 접미사를 붙인다.


일본 직장인 사이에선 이러한 행위가 실제 갑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후배의 업무 경험을 빼앗는 건 사실’ ‘속으론 일 가르치기 귀찮아 그러는 것 아니냐’는 지적 등이 쏟아졌다. 
반면 반대편에선 ‘어디까지나 후배를 위한 것인데 어떻게 갑질이냐’ ‘싫어하는 대상의 행동을 일일이 문제 삼는 것 같다’는 반박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호와하라 현상이 빚어진 계기를 두고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시행된 이른바 ‘갑질방지법’을 꼽기도 한다. 
의도치 않은 성적 논란을 방지하려 이성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펜스룰’처럼, 상사들이 폭언·폭설로 대표 되는 ‘직장 내 갑질’을 피하려다 후배와의 소통 자체를 줄이는 바람에 호와하라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논란과 별개로 일본 직장인 상당수는 ‘호와하라’의 당사자가 돼 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 기업 컨설팅 업체가 20~50대 직장인 6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80%는 “호와하라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적 있다”고 했다. 
후배에게 야근을 지시하거나 업무에 관련된 사항을 지적하고 싶어도 참아 넘겼다는 것이다.(240524)

 

 

 

 

우산
박연준(1980~)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
우산을 소재로 이런 시도 쓸 수 있구나.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의 모든 사물이 시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깜찍하고 발랄하고 감각적인 언어에서 젊음이 느껴진다. 
시인은 우산이 되어, 비를 기다리는 우산의 마음을 헤아린다. 
비가 오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어져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우산이 하나도 없는 집은 없으리라.

우산을 발명한 뒤 인류는 더 바빠졌고 노동 착취는 더 심해졌다. 
비 오는 날, 동굴에만 집에만 갇혀있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 우산처럼 고마우면서 얄미운 존재가 또 있을까. 
우리 집 신발장에는 한 번도 비를 맞지 않은 우산이 두 개나 있다. 
너무 오래 펼치지 않은 우산을 최근에 꺼내 펼쳐 보았더니 색이 바래 보기 싫었다. 
너무 오래 우산을 기다리게 하지 말자.
-최영미<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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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남초는 전교생 590여 명 중 70% 이상이 다문화 학생이다. 
정문 현수막 한글 밑에 러시아어 키릴 문자가 병기돼 있고, 가정통신문도 한국어·러시아어 2개 국어로 제공된다. 문남초 교사들은 방과 후 러시아어 공부도 한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어서”다. 
본지가 최근 찾은 문남초 등·하굣길에서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이 저마다 따로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굣길에 만난 다문화 학생들은 러시아어로 얘기하며 태권도 학원 버스에 올라탔다.

 

 

<한글 못 읽을까… 러시아어로 안내 - 지난 7일 학생들이 오가는 인천 연수구 문남초등학교 정문 위에 ‘사이버폭력 로그아웃! 친구사랑 로그인!’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에는 한글 아래 작은 글씨로 러시아 키릴문자가 함께 적혀 있다. 
이 학교 학생 10명 중 7명이 중앙아시아계·러시아계 등 다문화 학생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 다문화 학생은 전체의 20~30% 정도였다. 
기존엔 중국·베트남계가 많았지만 최근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중앙아시아계도 늘었다고 한다. 
이 학교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거나 학습이 더디다. 
‘소수자’가 된 한국 학생들은 이들과 수업을 듣느라 수학·영어 등 진도를 잘 나가지 못한다. 
수도권에서 다문화 학생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학부모들이 이런 학교 진학을 사전에 주소 이전 등으로 기피하거나 전학하곤 한다. 
“다문화 학생들과 분반해서 수업해 달라”는 민원도 잦아졌다.


문남초의 한 학부모는 “한국어를 러시아어로 통역해주는 보조 교사 확충이 절실하다”며 “한국인 학부모인 내가 이런 걸 바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올해 안에 딸을 전학시킬 예정이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80%에 이르는 인근의 함박초를 비롯, 인천과 경기 안산 일대 학교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안산 원곡초의 2021년 다문화 학생 비율은 98.6%로 전교생 449명 중 6명만 한국 학생이었다.

 




문남초 2학년 한 학급은 학생 총 18명 중 한국 학생은 5명, 다문화 학생이 13명이다. 
다른 학급도 한국 학생 7명, 다문화 학생 10명이다. 
교사는 한국어로 수업하지만 러시아어 통역 교사는 부족하다.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 학생들은 “수업 진도를 빨리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문남초 한국 학부모들은 올 초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을 나눠서 수업하자며 투표를 제안했다. 
그러나 다문화 학생 학부모들은 한국 학생들과 교육받길 원한다며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 
이 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장모(45)씨는 “문남초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집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자녀들을 전학 보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인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박상희 장학사는 “문남초는 교육청에서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모를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급당 다문화 학생 비율이 20~30% 수준이었을 때는 한국인 학부모들도 ‘내 아이가 외국 문화, 외국어를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기대가 높았는데, 다문화 학생 수가 절반이 넘어간 이후로는 한국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했다. 
박 장학사는 “교원 정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청은 재량으로라도 추가 교원을 확보해 주려 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교사들 역시 이런 다문화 학교에 부임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각종 공단이 많은 인천·안산엔 다문화 학생 비율이 40%대에서 97%에 이르는 학교가 산재한다. 
서울도 올해 초 기준으로 다문화 학생 비율이 70% 이상인 초교가 2곳, 40% 이상인 곳은 중학교를 포함해 10곳이었다. 
충북 청주, 전남 함평에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40~60%대인 학교가 여럿 있다.

 

 




기존 중국·베트남·태국계 다문화 학생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중앙아시아계 다문화 학생들의 유입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안산의 한 중학교 교장은 “500명대 전교생 중 다문화 학생이 2022년 초엔 20~30명 정도였는데 러·우 전쟁을 기점으로 대거 유입된 중앙아시아·러시아계 학생들이 이젠 15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 학교는 다문화 학생 입학 희망자가 속출하자 한국어 입학 시험을 도입했다. 
이 교장은 “시험을 통해 다문화 학생 비율을 30%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입학을 희망하는 다문화 학생들을 전부 받았다면 한국 학생 지도에도 차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했다. 
일선 교육청과 학교 역시 학부모·학생 동반 한국어 교육 지원, 다중 언어 학습 자료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미국 일선 학교처럼 영어와 스페인어·한국어 등을 병용하는 ‘다중 언어 교육’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경인교대 장인실 한국다문화교육연구원장은 “한국 공동체 구성원이 다원화된 데 따른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의 제도권 교육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향후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240529)


 

 

 

정치권에서 ‘상속세 완화론’이 다시 나오는 것은 1950년 도입한 상속세가 경제 발전과 물가 상승 같은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기업 경영과 국민 실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현실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상속세 부담으로 고통받는 기업들과 개인들이 늘고 있다”며 “현행 상속법 제도를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지방의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옮기는 중소기업은 상속세를 면제해 주자는 공약을 제시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최고 600억원까지 적용하는 가업 상속 공제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가업 상속 공제 확대, 최대 주주 주식의 20% 할증 평가 폐지 등 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여당은 이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본격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 사이에도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은 본지에 “대기업도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을 위해 상속세 개편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도 기업인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쪼개 버리거나 폐업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안다”면서 “우리 세수(稅收)의 1% 정도인 상속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민주당 내에서 소수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상속세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정부의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방침에 대해 29일 논평을 내고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우리 사회를 계급사회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상속세 완화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22대 국회에서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현행 상속법 세제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1997년부터 28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공제 한도 10억원이다. 
이 기간에 물가는 96% 올라 거의 2배가 됐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3.8배로 뛰어올랐는데 상속세 기준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1997년에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60평대 아파트를 물려받아야 상속세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서울 비(非)강남 지역의 웬만한 20·30평대 아파트를 물려받아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9773만원으로 통계를 처음 낸 2009년 5월(5억2104만원)의 2.3배로 뛰었다.


반면 미국은 물가 상승세 등을 감안해 상속세 공제 한도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달러(약 176억원)로, 우리나라의 17배가 넘는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세율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10~50%로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국 가운데 일본(10~55%)에 이어 둘째로 높다.


다른 OECD 회원국들도 처음엔 강력한 상속세를 물렸지만, 물가가 올라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납세자들까지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자본의 외국 유출 우려까지 나오자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1971년 캐나다부터 2014년 노르웨이까지 OECD 38회원국 가운데 10국이 상속세를 없앴다.


기업인들이 가업 상속을 주저하게 만드는 ‘최대 주주 할증’ 제도도 논란거리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인데, ‘경영권 프리미엄’만큼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다고 보고 세율을 10%포인트 높여 60%를 물리는 것이다.


제약 업체인 한미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유족들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것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에서 비롯됐다. 
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 그룹과 통합을 추진하자 장·차남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은 팔지도 않을 상속 주식에 부과된 세금 때문에 의미 없이 가업이 망가진 경우”라고 했다.(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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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에 사는 서모(74)씨는 올해 1월 A의원에서 500만원을 내고 ‘무릎 주사’를 맞았다.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무릎 관절강에 넣는 방식으로, 무릎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주사다. 
서씨는 실손보험 가입자이기 때문에 주사 비용의 대부분을 보험사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문제는 그가 양쪽 무릎의 일부를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상한 무릎 연골은 뼈와 함께 절제되고, 무릎에는 인공관절이 삽입됐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보험사는 서씨에게 실손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이른바 ‘무릎 주사’가 실손보험 보험금 과다 청구의 새로운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내장 수술, 도수 치료 등에 이어 이런 무릎 주사가 실손보험의 새로운 ‘적자 구멍’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무릎 주사의 공식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내 주사’다.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자 너도나도 무릎 주사를 맞겠다고 나서며 보험금 청구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무릎 주사비 청구 건수가 38건에 불과했는데 올 1월에는 1800건으로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무릎 주사 보험금 지급액도 1억2000만원에서 63억4000만원으로 52배 넘게 늘었다.

 

 




이런 문제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무릎 주사’를 특정해 “실손보험 보상이 가능하다는 의사 말만 믿고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 고가의 신의료기술 치료를 받았다가, 나중에 보험금을 못 받게 되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며 주의보를 날렸다. 
신의료기술이라도 보건복지부가 정한 치료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실손 보상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급여의료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한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어 ‘제2의 국민 건강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손보험의 손실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과잉 진료를 받고, 의료기관도 이런 과잉 진료를 통해 보험금을 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급여 시술은 정가(定價)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가격표가 제각각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으로 1조97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손보험 적자는 2019~2021년 2조원대였다가 2022년에 1조5301억원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다시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무릎 주사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떠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금 지급금(14조813억원) 중 56.9%가 비급여로 나갔다. 
비급여 보험금이 가장 많은 항목은 비급여 주사료(28.9%)였다. 
근골격계질환 치료(28.6%), 질병 치료 목적의 교정 치료(3.1%) 등도 뒤를 이었다.



실손보험 누수를 방치하면 보험사뿐만 아니라 가입자 모두에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보험사의 지급액이 늘어나면 결국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 당국이 의료계 눈치를 보며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급여 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음에도, 그동안 정부나 당국이 의료계 눈치를 보며 관리를 소홀히 해온 책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22년 금융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발족했으나, 복지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료개혁 바람을 타고 다시 실손보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부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 대책 및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편 등을 제대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240528)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인대회 만찬 메뉴에 라면이 등장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대통령이 기업인을 초청한 공식 만찬 메뉴에 라면이 등장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컵라면 코너에서 직접 가져다 먹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앉은 테이블을 비롯해 50개 테이블 중 30여 테이블에 불닭볶음면이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도 직접 불닭볶음면을 시식해보며 “나도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불닭볶음면은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준비돼 있다.>

2012년 내놓은 불닭볶음면 덕에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6% 급증했다. 덕분에 주가는 올 들어 140% 올랐다. 시가총액은 3조9172억원으로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1985년 이후 라면 시장 1위였던 농심을 1분기 실적(영업이익 614억원)과 시가총액(2조6247억원)을 앞선 성적이다. 
라면업계에선 이를 두고 ‘불닭볶음면’이 ‘신라면’을 제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닭볶음면의 급성장 비결은 수출이다. 1분기 매출의 75%를 해외에서 거뒀다. 
국내 생산공장 세 곳은 밀려드는 수출 물량을 맞추려 대표 과자인 ‘삼양 짱구’ ‘삼양 사또밥’ 생산을 미룰 지경이다. 
수출 초기 동남아 위주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미주·유럽으로 시장을 넓혔다. 중국이 30%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25%), 미주(20%), 유럽(15%) 순이었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첫인상은 음식이라기보다 시식 챌린지에 가까웠다. 
유튜브·틱톡 등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올리는 놀이가 전 세계 유행이 됐다. 
미국의 유명 음식 유튜버 맷 스토니(Matt Stonie)의 도전 영상은 1억4000회를 넘겼고, 음식 유튜브 채널 ‘사람vs음식(People Vs Food)’에 올라온 영상은 1400만 회를 기록했다. 
마니아들만 찾던 불닭볶음면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2022년 방탄소년단(BTS)이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부터였다. 
미국 유명 여성 래퍼 카디비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까르보불닭 먹는 영상을 올려 미국 마트에서 불닭 브랜드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엔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중화하기 위해 치즈·참치·계란 등 다른 음식과 조합하는 것도 새로운 콘텐츠가 됐다. 
괴식(怪食)과 결합한 불닭볶음면도 등장했는데 감자칩 프링글스를 잘게 부숴 불닭볶음면 토핑으로 올리거나, 라이스페이퍼 속 재료로 라면을 넣어 쌈처럼 먹는 식이다.

 

 


<카디비 불닭 영상에 “좋아요” 400만개 지난 3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가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들고 있는 장면. 
카디비가 직접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요리해 먹는 해당 영상에 최근까지 ‘좋아요’ 400만개, 댓글 2만6000개가 달렸다.>

 



불닭볶음면의 첫 공략 지역은 동남아였다. 삼양식품은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 살고 있는 동남아 공략을 위해 2014년 한국이슬람교할랄위원회(KMF)의 인증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한국과 할랄 인증을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었다. 
불닭 입지가 어느 정도 다져진 뒤에는 현지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맞춤형 전략을 펼쳤다. 
미주 지역에서는 핫소스 ‘하바네로’를 접목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2022년), 아시아에선 ‘똠얌불닭볶음탕면’(2023년), 태국에서는 ‘마라불닭볶음면’(2022년), 일본에선 ‘야키소바불닭볶음면’(2023년)을 내놨다.


현지 외식업체와 협업도 병행했다. 
중국에서는 만두 프랜차이즈 기업 위안지윈자오(袁记云饺)와 함께 ‘불닭소스 완탕면’ 메뉴를 올해 6월 초까지 판매한다. 
미주 시장에선 판매처를 늘리는 데에 집중했다. 현재 불닭 브랜드는 미국 월마트·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다.


북한의 식품기업 경흥도 ‘매운닭고기맛 볶음국수’를 내놓을 정도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컸다. 
불닭볶음면은 2011년 서울 명동 불닭집에 손님이 몰린 것을 본 김정수 부회장의 제안으로 1년 동안 연구하여 개발한 결과물이었다. 
당시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매운 소스 황금 비율을 찾으려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하바네로고추 등을 혼합하고 시식했다”며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위장약까지 먹어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240528)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박모(43)씨는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한 개에서 두 개로 늘렸다. 
남편 월급은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식료품과 교통비, 두 자녀 학원비 등 씀씀이가 1년 전보다 20%쯤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작년부터 월급이 들어와도 신용카드 대금을 갚을 돈이 모자랄 때가 종종 있어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며 “전기요금이 부쩍 늘어나는 여름이 걱정”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 이상 기후와 유가 상승 등으로 먹거리 물가와 교통비, 주택 관리비 등이 고공 행진하면서 지난 1분기(1~3월)에 필수 생계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필수 생계비는 식음료(주류 제외)와 월세, 수도요금, 전기‧가스요금 등 주거‧수도‧광열비, 대중교통 이용료‧주유비 등 교통비, 외식 식사비 등 생계를 꾸려가는 데 꼭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필수 생계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7일 본지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총소득에서 세금‧이자‧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소득)은 404만6185원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월평균 필수 생계비는 153만6317원으로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필수 생계비 비율은 코로나 거리 두기로 일용직 근로자들과 자영업자들의 벌이가 크게 줄었던 2021년 2분기에 37.8%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었다. 
이 비율은 이후 점차 줄어 2022년 1분기에는 34.5%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갔고, 올 들어 역대 최고치를 고쳐 쓴 것이다.


필수 생계비 부담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꺾이지 않는 먹거리 물가다. 
사과(71.9%)와 파(44.3%), 오이(13.3%) 등 올 1분기 농산물 물가가 1년 새 큰 폭으로 올랐고, 초콜릿(11.7%)과 당면(10.1%), 우유(6.5%), 참기름(4.9%) 등 가공식품 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비빔밥(6.2%)과 냉면(5.9%) 등 외식비도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시내버스비(11.7%)와 택시요금(14.6%)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집계되는 등 교통비 부담도 늘었다. 
이처럼 필수 생계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자녀를 둔 가구들은 여가성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모(31)씨는 “작년에 두 아이를 데리고 매달 캠핑을 다녀도 한 달 카드값이 150만원밖에 안 나왔는데, 요즘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여행을 확 줄였다”고 했다. 
이씨는 “거의 ‘집콕’ 생활을 하는데도 카드값이 160만원 이상으로 불었다”며 “오이와 애호박 등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먹여야 하는 음식 재료가 큰 폭으로 오른 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게 늘었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 지출은 13만7598원으로 1년 전보다 11.2% 올랐다. 
2022년 3분기(19.9%)부터 7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에 비상이 걸린 가구들은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오모(44)씨는 “7년 전 연 2%대 금리로 빌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대로 올라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데다 먹고사는 비용까지 늘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이 생활필수품이 됐다”며 “주변 사람들도 사정이 비슷한지 ‘100만~200만원씩 빌려줄 수 있냐’고 묻는 친구들의 문자메시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1분기 못지않게 팍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눈치를 보던 장류와 과자류 등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속속 결정하면서 물가 인상 요인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했다.(240528)



☞필수 생계비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꼭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월평균 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식음료(주류 제외)와 주거·수도·광열비(월세, 수도 요금, 전기·가스 요금 등), 교통비(대중교통 이용료·주유비 등), 외식 식사비 등을 합쳐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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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Why] 힙합 음악에 美 정장 남성 북적… 스시 파는 '브로마카세'

 


“캐비아(철갑상어 알)를 얹은 와규 스시(초밥)가 정장 입은 고소득 신사들을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고급 일식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오마카세’가 보다 거친 고단백 식사로 변신해 미국 남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여기에 ‘형제’를 뜻하는 속어인 ‘브로(bro, brother의 준말)’와 ‘오마카세’를 합성한 ‘브로마카세’란 별명을 붙였다. 
오마카세란 일식당(주로 초밥 식당)에서 특정 금액을 내면 셰프가 알아서 음식을 내주는 코스 요리를 뜻한다. 
일어로 맡긴다는 뜻의 ‘마카세루’에서 비롯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고급 오마카세 '스시바 ATX'.>

 


X(옛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선 ‘브로마카세를 즐겼다’는 식의 글이 적잖이 보인다. 
NYT에 따르면 브로마카세는 미 남부 텍사스주(州)로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됐다. 
대표적인 식당이 오스틴에 있는 ‘스시바 ATX’로, 유명 방송인 조 로건이 방문한 후 유명해졌다. 
일본 오마카세에선 초밥 장인이 손님에게 정중히 한입 크기 초밥을 건넨다면, 미국식 브로마카세는 훨씬 소란스럽다. 
스시바 ATX의 경우엔 가게 내부를 짚으로 짠 조명으로 장식해 휴양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브로’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거친 힙합 음악도 종종 튼다. 
방어에 옥수수 소스를 바르는 식으로 일본 정통 초밥보다 재료를 과감하고 대담하게 쓰는 특징도 있다.


NYT는 브로마카세의 인기 요인으로 허영심을 꼽았다. 
미국식 오마카세를 내는 식당은 좌석이 10석 안팎으로 예약도 힘들다. 
가격도 비싸지만 요리가 예뻐서 소셜미디어 시대에 특히 잘 팔린다. 
뉴욕·라스베이거스에서 인기인 오마카세 식당 ‘이토’를 소유한 데이비드 로돌리츠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시커먼 고기 조각(스테이크)에 비해 오마카세 요리는 사진이 잘 받는다”고 했다.(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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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기소 돼도, 유죄여도, 감방 가도 美대선 출마 가능...미국은 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7월 11일 선고에서 어떤 형을 받더라도 대선 출마 자체에는 지장이 없다. 
기소됐거나 실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이 미국엔 없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대통령의 자격 요건은 ‘35세 이상이고 최소 14년을 미국에 거주한 자연 출생 시민권자’뿐이다. 
벌금형(100만원 이상)만 받아도 출마 자격이 제한되는 한국과 다르다. 
이런 조건은 미국 건국 당시 헌법에 서명한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 사이에 후보의 자격 요건과 적합성은 유권자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나오며 손을 흔들고 있다.>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미 정치인 유진 뎁스는 징병에 저항하라고 부추긴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받았지만, 1920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옥중 출마해 약 91만 표를 득표했다. 
트럼프 또한 징역형을 받고 수감까지 되더라도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면 현실적으로 감옥에서 국정을 볼 수는 없어, 형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정헌법 14조 3항엔 “과거에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후 폭동·반란에 가담하거나 원조를 제공한 자는 누구라도 상·하원의원, 대통령·부통령을 뽑는 선거인 등 관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옛 남부연합 지도자들의 공직 복귀를 막기 위해 제정된 조항이다. 
이 조항이 대통령직에 대해 언급하진 않지만,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이를 근거로 “트럼프가 1·6 의회 사태에 연루됐다”며 주 예비선거 입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올해 3월 “개별 주가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이를 무효화해 트럼프 출마엔 더이상 걸림돌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240601)


 

 

[깨알지식Q] 멕시코·스페인권 사람 이름 왜 이렇게 길지?

 


2일 대선이 이뤄지는 멕시코의 현 대통령 이름은 안드레아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이다. 
성과 이름으로 이뤄진 동양식 이름이나 성과 이름 사이 중간 이름 하나가 들어가는 서양식 이름보다도 월등히 길다. 

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이름 탓에 일각에서는 그를 ‘암로(AMLO)’라는 애칭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멕시코 대통령.>

 


멕시코와 같은 스페인어권 국가에서는 자녀에게 성을 물려줄 때 부모의 성 모두를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국가에서 여성은 결혼해도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자녀는 하나 혹은 두 개의 이름과 부모 각각으로부터 온 두 개의 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아버지 안드레아스 로페즈 라몬마누엘라와 어머니 마누엘라 곤살레스 오브라도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안드레아스 마누엘이고, 아버지의 성인 로페즈와 어머니의 성인 오브라도르를 받았다.


같은 스페인어권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유명 축구선수 메시 또한 부계와 모계 성을 모두 따라 이름이 길다. 
메시의 전체 이름은 리오넬 안드레아스 메시 쿠티치니이다. 
일반적으로 줄여 부르는 ‘메시’는 그의 아버지의 성이며, 어머니인 셀리아 쿠티치니의 쿠티치니의 성도 받았다.(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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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를 달지 않아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정차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번호판 인식 방식 스마트톨링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기 위해선 차에 하이패스를 달거나 현장에서 카드나 현금으로 수납해야 한다. 
현장 수납은 일부 차선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요금소 주변에서 급격하게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 
차량 정체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컸다. 
하이패스 없이 하이패스 차선을 통과할 경우엔 ‘미납’으로 처리돼 이후 고지서를 받아 납부해야 돼 불편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고속도로 경부선 판교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 전용 도로로 차들이 통과하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1년간 하이패스 없이도 하이패스 차선을 무정차 통과하는 시스템이 일부 구간에서 시범 도입된다. 하이패스 차로에 달린 두 대의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요금을 부과하게 된다. 
하이패스 없이 무정차로 통과해 요금을 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신용카드 사전 등록 방식이다. 
한국도로공사 통행료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차량번호, 신용카드를 사전에 등록하면 요금소 통과 시 자동으로 신용카드에서 결제된다. 
자진 납부 방식은 운행일 이후 15일 이내에 한국도로공사 통행료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납부하는 방식이다. 
15일이 지나면 미납 처리돼 우편 또는 문자로 고지서가 발송된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에 적용되는 요금 감면 할인도 똑같이 적용받는다.


다만, 소유주와 운전자가 다른 렌터카의 경우엔 렌터카 법인 명의 신용카드만 사전 등록이 가능하다. 
직접 납부의 경우 운전자가 렌트 계약서, 신분증을 들고 직접 요금소에 방문해야 한다. 
요금 수납이 불편하기 때문에 사전에 신용카드가 등록돼 있지 않다면 현장 납부를 하는 게 좋다.


시범사업이 실시되는 구간은 경부선의 대왕판교, 남해선의 서영암, 강진무위사, 장흥, 보성, 벌교, 고흥, 남순천, 순천만 요금소 등이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장 수납 차선도 기존처럼 운행한다.(240527)


 

 

 

건강기능식품 ‘부동의 1위’ 홍삼이 울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홍삼 제품도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유독 홍삼 인기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우상향하는 가운데 홍삼 시장은 거꾸로 내림세다. 홍삼이 역성장 늪에 빠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고 ‘올드(old)’한 이미지에 맞춤형 영양제가 쏟아지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과거 영광에만 안주해온 홍삼이 갈 길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개봉 새 제품 홍삼 스틱 팔아요.” “(가격 내림) 홍삼 스틱 180포 일괄 구매하실 분.”

 

 




26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에 접속해 보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만 홍삼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일주일 사이에 50개 넘게 올라왔다. 
이 플랫폼의 인기 검색어로 ‘홍삼’이 가장 먼저 떠 있었다. 
정부가 지난 8일부터 1년 동안 30만원까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대기업 직원 박모(43)씨는 “거래처에서 받은 홍삼 세트를 명절 때 부모님에게 선물했는데, 부모님도 안 드셔서 홍삼 제품 3개를 당근에 내놓았다”고 말했다.


홍삼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매년 성장세다. 2019년 4조8936억원이었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0년 5조원을 돌파(5조1750억원)했고, 작년에는 6조2022억원으로 커졌다. 
반면 2019년 1조5939억원이었던 홍삼 구매액은 해마다 감소해 작년에는 1조167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한 대형마트의 건강기능식품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했는데, 홍삼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홍삼이 잘 나갈 때는 명절 때 판매되는 건강기능식품의 98%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최근 수년 동안 명절마다 그 비율이 5%포인트씩 빠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설 명절 때 대형마트의 건강기능식품 판매량 중 홍삼이 차지하는 비율은 80%까지 떨어졌다.

 

 




최근 아침·점심·저녁마다 영양제를 한 주먹씩 먹는 2030 세대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홍삼은 외면받는다. 
서울 중구의 한 투자은행에 다니는 30대 정모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비타민, 유산균, 아르기닌, 루테인, 오메가 3 등 영양제를 10개 넘게 먹는다”며 “젊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하는데, 홍삼은 가격도 부담스러워 손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해외에서 값싸고 다양한 영양제를 주문하면서 홍삼 제품을 찾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기능성 원료 판매액 순위에서 홍삼이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라이벌의 추격이 거세다. 
홍삼은 작년 1조1675억원어치가 팔렸는데, 2위 비타민이 9424억원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유산균 시장도 커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가 3위(8348억원)를 차지했다.


국내 홍삼 시장의 76%를 점유한 KGC인삼공사를 비롯해 홍삼 업계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삼이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보인 게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 아닌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뚫으려 발버둥을 치는데, 홍삼 업계는 관광객 면세 매출과 명절 선물 시장을 따놓은 당상처럼 여기며 안이하게 대처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고, 짜 먹는 방식, 젤리형 등 제형을 바꾸는 수준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뿐 근본적인 변화를 통한 소비자 트렌드 따라잡기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홍삼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삼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0년대에 홍삼 판매 업체가 250개에 달했는데, 최근에는 150개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글로벌 종합 건강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자사 제품만 판매하던 KGC인삼공사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는 최근 다른 회사 제품을 들여놓기도 했다. 
KGC인삼공사는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을 묻자 “중국 기업과 협업해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고, 미국에서 홍삼의 효능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 대학과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를 위해 협업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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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최근 3년간 무공해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집행한 수도권 광역 전기버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산(産)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단가가 낮아 판매 가격이 싼 중국산 전기버스가 정부의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새로 등록한 광역 전기버스 4448대 중 2503대(56.2%)가 수입차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전부 중국산이었다. 1945대(43.8%)는 국산 전기버스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총 1845대의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경기도에서 2021년 284대, 2022년 533대, 작년 1028대가 도입돼 해마다 전년 대비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국산 전기버스는 1262대 도입했다. 서울시는 중국산보다 국산 전기버스를 더 많이 도입했다. 서울시는 3년간 중국산 516대, 국산 614대를 등록했다. 인천은 3년간 중국산 142대, 국산 69대를 들여왔다.

 

 




각 지자체는 노후 버스 교체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로 친환경 전기 저상버스 도입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버스가 늘어나는 건 값이 싸기 때문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가격이 약 1억원 저렴하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싸지만 재활용이 어려워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대부분 폐기한다. 
반면 NCM 배터리는 값비싼 원료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성이 높지만 그만큼 제품 자체 가격도 비싸다. 

재활용을 생각할 때 NCM 배터리가 더 친환경이지만, 무공해차를 늘려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당장 차값이 싼 중국산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확대에는 환경부가 지자체를 통해 지급하는 보조금도 영향을 미쳤다. 
환경부는 2021~2023년 수도권에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2857억원을 집행했는데 이 중 1454억원(50.9%)이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에 사용됐다. 
환경부가 중국산 전기버스의 가격 경쟁력을 더 키워준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정 국가 제품을 보조금으로 차별하는 건 무역 규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버스의 대안도 있다. 소재·부품 대부분이 국산으로 만들어지는 수소버스가 있지만, 보급이 더디다. 
환경부는 무공해 광역버스 확대 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버스를 2만1200대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작년 11월 기준 보급 대수는 582대에 그치고 있다. 
수소차의 주유소 격인 액화수소충전소 확충이 더디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국산 수소버스를 도입하고 싶어도 전기버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중국산 친환경’의 문제로 지자체 몫의 전기차 보조금을 수소차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작년 말 전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고, 이를 수소버스 보조금에 쓰기로 했다. 
환경부도 앞으로는 배터리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재활용 가치가 더 높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더 친환경적인 차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도록 보조금 제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수소버스 충전소 확충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240523)




 

 

 

최근 대법원이 “부부가 이혼한 뒤에도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면서 이른바 ‘국적 먹튀’에 제동이 걸릴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국적 먹튀는 외국인이 한국 국적 취득을 노리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은 상태에서 이혼하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에 따르면 국적 먹튀 외국인이 혼인 무효 판결로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서울의 한 웨딩박람회를 방문한 예비 부부가 드레스 등 결혼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국적 먹튀’ 규모는 통계로 추정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혼인 건수는 1만6700건으로 1년 전(1만9700건)과 비교해 3000건이 늘었다.


특히 한국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건수는 792건으로 지난 2013년(279건)의 3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그러나 이는 ‘착시 현상’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중 482명(86.7%)은 귀화한 한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의 귀화 전 국적은 모두 베트남이었다.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 대부분이 앞서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이혼하고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경우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한국 국적 취득을 노리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국적 먹튀’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적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배우자와 결혼한 상태로 한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거나, 결혼 후 3년이 지나고 한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면 면접시험을 통해 간이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귀화한 베트남 출신 여성과 재혼하는 베트남 남성도 최소 2년만 한국에서 거주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출신 여성과 이혼으로 ‘국적 먹튀’ 피해를 본 한국인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혼인 무효는 이혼과 달리 가족관계증명서에서 혼인했던 사실 자체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 무효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1984년 2월 나온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돼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40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23일 A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낸 혼인 무효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앞서 각하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 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 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면서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와 달리 ‘이혼 후 혼인 무효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혼인 무효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적 먹튀’ 외국인의 한국 국적 상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는 혼인 무효가 인정될 경우 혼인을 전제로 하는 국적 취득이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사 사건 전문인 배현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현행 국적법상 혼인 무효가 확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간이 귀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혼인 무효 판결을 확정받더라도 별도의 간이 귀화 허가 취소 처분이 이뤄져야 상대 배우자의 국적이 상실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간이 귀화 취소 허가는) 법무부 장관의 재량인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취소 허가) 처분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240524)



 

 

 

올여름 한반도 날씨가 동남아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뜨겁고 축축한 바람이 우리나라로 대거 불어오면서 날이 맑을 땐 습식 사우나에 갇힌 듯 덥겠고, 비가 내릴 땐 강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올 여름철(6~8월) 기상 전망’에서 올여름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80%라고 밝혔다. 
작년 여름 우리나라는 이른 열대야(6월), 집중호우와 홍수(6~7월), 폭염(7~8월) 등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올여름이 더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은 열대 서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곳의 해수면 온도는 올봄 내내 예년보다 높았고, 고수온 현상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고, 고온다습한 남풍(南風)이 더 많이 불어오는 기압계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미 더운데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와 기온이 더 올라가는 것이다.


올여름엔 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가 원활히 공급되면서 강수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극한호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올여름 한반도엔 더 덥고, 더 끈적이며, 비가 한 번 내릴 때 억수같이 쏟아지는 동남아 유형의 날씨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작년처럼 며칠은 수백㎜의 극단적 강수가 내리다가, 다시 며칠간은 한낮 체감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단적 폭염이 오는 ‘극과 극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작년 발생한 엘니뇨(태평양 특정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를 비롯해 작년 한 해 해수면 온도가 역사상 가장 뜨거웠고, 그 여파로 기온도 올라가고 강수량도 많아졌다. 
엘니뇨는 발생한 해보다 그 이듬해 여파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올여름까진 뜨거운 바다가 이상고온과 극한호우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최근 동남아 지역에 40도가 넘는 폭염, 아랍에미리트 홍수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빈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기상 재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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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이슬람 문화권 장례식 왜 24시간 이내 치르나

 



19일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이 21일 타브리즈를 시작으로 쿰, 테헤란 등에서 차례로 열린다. 
식을 마친 후 라이시 대통령의 시신은 23일 고향인 마슈하드에 묻힐 예정이다.


이슬람 문화권에는 망자가 사망하고 나서 24시간 내에 매장하는 풍습이 있다. 
일반적으로 무슬림들은 시신을 사망 다음날 묻거나 늦어도 사흘 안에는 매장한다. 
이슬람교에선 ‘심판의 날’에 육신이 부활한다고 믿기에 시신의 부패를 최대한 막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구권의 장례식처럼 망자의 인생을 회고하거나, 관 뚜껑을 열고 조문객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절차 등은 진행하지 않는다. 
이슬람 국가에선 사망 직후 망자의 가족들이 시신을 시트로 덮고, 관 뚜껑을 덮은 채로 모스크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시신을 매장한다.

 

 

<지난 14일 이라크에서 무슬림들이 시신을 매장하고 있는 모습.>

 



다만 정치인 등 유명인의 장례식은 이례적으로 길게 진행하기도 한다. 
2020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을 때 이란 정부는 반미(反美) 여론 결집을 위해 도시 대여섯곳을 돌면서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솔레이마니는 사망 닷새 만에 고향 케르만에 안장됐다.


이슬람권에선 시신이 변형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탓에 화장(火葬)은 하지 않으며, 부검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시신 방부 처리 또한 법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진행된다.(240522)


 

 

[깨알지식Q] 토니상 원래 이름은 앙투아네트 페리상… 누구일까?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77회 토니상 시상식을 앞두고 주요 후보작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년 미국 관객에게 선보인 연극·뮤지컬 중 분야별 최고 작품에 시상하는 토니상은 에미상(TV), 그래미상(음악), 아카데미상(영화)과 함께 ‘미국 4대 예술상’으로 꼽힌다. 
토니상은 누구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일까.


토니상의 정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연극상’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저명한 여성 연극인 앙투아네트 페리(1888~1946)의 이름을 붙였다. 
페리에게는 이름 ‘앙투아네트’를 짧게 부르는 ‘토니’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상 이름도 그 별명대로 토니상으로 불리게 됐다.

 

 

<미 여류 연극인 앙투아네트 페리(1888~1946).>

 


명배우였던 페리는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후 연출가로 전향했다. 
여성이 연출을 맡는 일은 당시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연극계의 대모(大母)로 평생 헌신한 페리를 추모하기 위해 연극인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47년 ‘토니상’을 만들었다. 
페리의 별명 ‘토니’의 영문 철자는 지금의 상 이름과 달리 ‘Toni’였는데, 당시 유행했던 파마 약 ‘토니 홈 퍼머넌트(Toni home permanent)’와 혼동을 피하려고 Tony로 바꿨다고 한다.(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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