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 화성시 배터리(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리튬 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공장에 있던 리튬전지 3만5000개가 모두 폭발하고 스스로 다 타서 꺼진 뒤에야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리튬전지는 휴대전화, 노트북PC부터 전기차, 군용 장비까지 광범위하게 일상처럼 사용되는 배터리다. 이번 화재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리튬전지는 어떤 특성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지, 배터리 업계는 어떤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하늘 뒤덮은 연기 -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일차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곳은 일반 알카라인 건전지보다 수명이 긴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해왔다. 리튬 전지는 에너지밀도가 높아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와 폭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리튬전지는 태생적으로 화재·폭발에 취약하다. 리튬전지는 원자번호 3번으로 금속성 물질 중 가장 가벼운 리튬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리튬 등 금속 물질과 흑연을 사용한 양극·음극과 전자의 이동 통로인 전해액, 합성수지로 만든 분리막이 기본 구조다. 양극과 음극 사이를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가 생성되는데, 이동 통로가 되는 전해액에 휘발성 용매가 사용돼 화재나 폭발에 취약하다. 개선되고 있지만, 초기 일차전지의 전해액은 휘발유보다 더 잘 타는 유기성 물질이었다.
이런 위험을 상쇄하는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에너지 손실률 덕분에 리튬전지의 일종인 리튬 이온 전지가 1990년대 초 상업화돼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충·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로 휴대전화·전기차 등에 탑재가 늘면서 수요가 대폭 늘고 있다.
리튬전지는 외부에서 고온 또는 강한 충격·압력이 가해지는 경우 발화의 원인이 된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과열로 폭발하거나, 비행기 의자 사이에 끼인 보조 배터리에 불이 나는 이유다. 먼저 내부에서 분리막이 깨지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서 충전된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되고, 전해액이 열분해되면서 인화성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가 팽창하면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밖으로 누출돼 불이 붙는다.
충전 없이 한 번 사용 후 방전되는 ‘일차전지’는 화재 확산에 더 취약하다. ‘리튬메탈’을 음극으로 사용하는데, 물(수분)과 접촉할 경우 폭발에 가까운 반응이 발생한다. 완충(完充) 상태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화재 때 피해가 더 크다. 이번 화재가 난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 중 리튬염화티오닐(LiSOCL2) 전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이산화황 같은 독성 물질이 발생하고, 고온에선 염소까지 만들어 위험이 더 커진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분리막을 더욱 촘촘히 쌓아 손상 위험을 줄이는 ‘Z스태킹 공법’을 도입하는 한편, 분리막을 세라믹으로 코팅해 강도를 강화해서 손상을 방지하고,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양극재·음극재의 부피 팽창도 막는다.
현재 배터리 업계가 연구·개발 중인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분리막 없이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양극과 음극 사이를 고체 상태의 전해질이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맞닿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240625)
☞일차전지·이차전지
일차전지는 1회 사용만 가능한, 이차전지는 충전·방전을 반복해 여러번 쓸 수 있는 배터리다. 리튬전지의 일·이차전지 구조는 거의 같다.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다. 일차전지는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가 한 차례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한 뒤 수명을 다하고, 이차전지는 충전기가 작동해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가 이동하며 다시 충전돼 재사용이 가능하다.
☞금속화재
리튬 등 금속이 외부 압력이나 고온 등 이유로 화학 반응해 발생하는 화재. 전기 화재, 기름 화재 등과 달리 불 끄기가 어렵고, 물을 뿌리면 발화·발열의 위험이 커진다. 전자기기 사용 확산에 따라 함께 증가하고 있다. 모래나 특정 소화 약제를 사용해야 불을 잡을 수 있다.
202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 25층 높이(100m)의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된다. 그 꼭대기에 대형 태극기를 내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걸리는 태극기다. 광화문광장 주변에 있는 정부서울청사(19층)보다도 높다.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애국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광화문광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오전 6·25 참전 용사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6·25전쟁 74주년인 이날 참전 용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공개한 것이다. 서울시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작년 9월부터 이 계획을 논의해 왔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6·25 참전 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조형물(태극기 게양대)과 ‘꺼지지 않는 불꽃’을 건립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에 만들 태극기 게양대 모양의 조형물은 지름 최대 3m, 높이 100m 크기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게양대는 경기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 있는 99.8m 높이의 게양대인데 이보다 약간 높다. 여기에 가로 21m, 세로 14m 크기의 태극기를 게양할 계획이다.
게양대 아랫부분에는 게양대를 둘러싸고 15m 높이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을 걷는 시민들이 레이저쇼 등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설치 장소는 외교부 앞 세종로공원과 광화문광장의 경계 지점으로 세종대왕 동상 뒤편이다.
<서울시가 2026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할 계획인 태극기 게양대의 조감도. 높이 100m 크기로 주변 건물보다도 높다. 게양대 아랫부분에는 15m 높이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한다.>
오 시장은 “작년 3월 아일랜드 더블린의 명물 ‘스파이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2002년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을 앞지르자 120m 높이의 첨탑인 스파이어를 세웠다. 하늘을 찌르는 아일랜드인의 자존심을 상징한다고 한다.
게양대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한다. 가스를 뿜어 24시간 불꽃을 켠다. 호주 멜버른 전쟁기념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미국 뉴욕 리버티파크 등에도 이러한 불꽃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은 애국과 불멸을 상징한다”며 “선조들의 애국 정신을 기억하고 대한민국의 영속을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태극기 게양대 주변에는 전국 8도에서 기른 소나무를 심는다.
현재 세종로공원 자리에는 지하 6층, 지상 1층 건물을 함께 지어 푸드코트와 지하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 들르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설계 공모를 마치고 내년 5월 착공해 2026년 완공할 계획이다. 게양대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드는 데는 약 11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내거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태극기는 우리 국민들과 가장 친숙한 존재로 1945년 광복, 1950년 서울 수복, 1987년 6·10 항쟁, 2002년 월드컵 등 역사의 순간순간 국민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가 2022년 8월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태극기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기를 매달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는 것이냐” “과도하게 커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광화문광장이 정치적인 장소가 될까 걱정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내걸자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5년 당시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서울시가 반대해 무산됐다.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게 하는 조례를 통과시키자 일부 시민 단체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240626)
미국·일본 등 해외에는 업종이나 지역, 일하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나라가 많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주요 41국 중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22곳(53.7%)이었다. 이 중 8곳은 업종, 7곳은 지역, 1곳은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했다. 일본 등 6국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세분화했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구분 적용한다. 연방이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州)마다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할 수 있다. 미 연방은 2009년 이후 16년째 최저임금을 7.25달러(약 1만80원)로 동결하고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캘리포니아는 16달러(약 2만2250원)인 반면,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아이오와는 7.25달러이다.
스위스, 루마니아 등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한다. 첨단 시계 산업 등이 발달한 스위스 제네바주는 농업·화훼업 분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약 26% 낮게 정했다. 경제력이 약한 루마니아는 건설업에서 일하는 자국 숙련 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건설업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했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 구분 적용을 혼합해 선택지를 넓힌 케이스로 평가된다. 먼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나눴다. 중앙정부에서 47개 현을 네 등급으로 나눠 최저임금 인상 폭을 권고하면, 현마다 최저임금을 심의해서 정한다. 다만 노사가 합의해 오면 업종마다 최저임금을 다시 정할 수 있다. 가령 일본에서 철강, 석유 등 중화학공업 비율이 높은 와카야마현은 철강업의 최저임금을 1050엔(약 9133원)으로 정했다. 와카야마현에서 정한 최저임금인 929엔(약 8080원)보다 13% 높여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나누는 영국은 23세 미만 근로자를 16~17세, 18~20세, 21~22세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청소년기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장려하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16~17세는 최저임금을 6.4파운드(약 1만1245원) 수준으로 받는데, 11.44파운드(약 2만100원)를 받는 23세 이상보다 44% 낮은 수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획일적인 최저임금은 낮게 유지하면서도,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임금을 더 얹어주는 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40627)
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2021년 수준으로 치솟더니 서울 강북에서도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처음으로 평(3.3㎡)당 5000만원을 돌파했다. 급격한 분양가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청약을 접수하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공덕1구역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5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주택형별 최고가 기준으로 전용 59㎡가 13억4000만원, 전용 84㎡가 17억4000만원이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 중 최고가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3.3㎡당 6737만원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서울은 신규 택지가 없어 주택 공급을 재건축·재개발에 의존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건설 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했고,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재건축·재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불어나고, 공사비 급등으로 악화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는 양상이다.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 중인 성동구 행당동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행당7구역 재개발)은 3.3㎡당 분양가가 5200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작년만 해도 공덕1구역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42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조합 내분에다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때문에 일반분양이 계속 미뤄졌다. 2017년 시공 계약 당시 3.3㎡당 448만원이었던 공사비는 지난해 630만원으로 합의했다가 올해 초 최종 686만원으로 확정됐다. 공사비가 오른 탓에 3.3㎡당 분양가도 1000만원 가까이 뛰었다.
서울의 다른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 3.3㎡당 4250만원대의 일반 분양가 추정치를 공개했다. 2020년 3.3㎡당 3000만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4년 새 40% 넘게 올랐다. 은평구 불광동 ‘불광5구역 재개발’ 조합도 최근 조합원 총회에서 일반 분양가를 3.3㎡당 377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2년 말 추정 분양가에서 58.4% 뛴 것이다.
공사비 급등세에 주택 공급 물량도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621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1만3515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역에선 대부분 시세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돼 보유 현금이 적은 무주택 서민은 청약에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240622)
문재인 정부 때 집값 불안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을 지나 2022년부터 2년여간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 집계 통계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매매 가격의 선행 지표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는 데다가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아파트 매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0~2021년과 같은 ‘패닉 바잉’과 ‘미친 집값’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이번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5% 오르며 13주 연속 상승세다. 오름 폭은 2021년 11월 첫 주(0.15%)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실제 거래만 집계하는 실거래가지수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월(0.21%)부터 5월(0.76%)까지 5개월 연속 올랐다.
다만, 지역별 온도 차는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성동·용산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선 역대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전용 59㎡는 최근 19억7000만원에 팔려 2021년 최고가(19억4500만원)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에선 아직 급매물이 아니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으로 대출 금리가 1~2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 꼽힌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6~7%대까지 치솟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금은 4% 전후로 내렸다. 또 1월 말부터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로만 6조원가량이 풀리는 등 정책대출을 활용하는 수요도 많아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7주 연속 오르는 탓에 전세 수요 일부가 아파트 매수 시장으로 옮겨오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먼저 뛰면서 작년 4월 50.8%까지 빠졌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3.4%로 올랐다.
여기에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겠다는 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서울 집값이 오르면 경기도와 인천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가 과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은 그런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번 주 경기(0.02%), 인천(0.06%) 아파트값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은 3~4주째 그대로다.
하지만 서울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민 주거지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본격화하면 수도권 주택 시장까지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내년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40% 급감하는 것도 전세 시장과 매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엔 경기도 전셋값이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이 무리한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패닉 바잉’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2021년 전후 나타났던 패닉바잉은 공급 절벽이라는 시장 왜곡으로 말미암은 것인데, 지금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급 확대 기조여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덜하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2022년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데 대다수가 동의한다. 적정 수준의 대출을 활용해 실거주할 집을 매수하기에는 좋은, ‘바닥’에 가까운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60%를 밑도는 전세가율과 시장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아직 본격적인 상승장에 돌입했다고 판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성급한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240622)
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同性) 결혼을 합법화했다. 19일 CNN·로이터 등에 따르면 태국 상원은 ‘결혼 평등 법안’을 재적 152명 중 찬성 130명, 반대 4명, 기권 18명으로 가결시켰다. 태국은 성소수자에게 포용적인 국가로 꼽히지만 동성 부부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18일 태국 방콕에서 '결혼 평등 법안'의 상원 통과를 축하하는 커플이 '결혼 평등, 사랑이 승리한다'고 쓰인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종전 결혼 관련 법률의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 등 표현을 ‘두 개인’ ‘배우자’ 같은 성(性) 중립적 단어로 바꿔 동성 간 결혼까지 법적 혼인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개인은 18세 이상이 되면 배우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고, 동성 부부도 상속이나 세금 공제, 입양 등의 권리를 기존 이성 부부와 동일하게 갖게 된다. 법안은 국왕의 승인 이후 120일 안에 발효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올해 말쯤 태국에서 첫 법적 동성 부부가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는 동남아시아에서 첫 번째, 아시아 전체에서는 2019년 대만, 2023년 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CNN은 “미얀마, 브루나이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편견, 심지어 폭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태국은 예외적”이라며 “동남아시아에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렸다. 태국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지난 2006~2007년 헌법의 차별 금지 조항에 ‘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태국은 이후 전 세계적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세계 최대 규모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에서 성소수자에게 가장 포용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2020년 태국 헌법재판소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전진당(MFP), 프아타이당 등 주요 정당들이 성소수자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프아타이당 소속 세타 타위신 총리는 이달 초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갯빛 셔츠를 입고 방콕에서 열린 프라이드 먼스 축하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타위신 총리는 법안 통과 이후 소셜미디어에 “결혼 평등 법안의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것을 축하한다”며 “우리는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사회적 권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240620)
춘천지방법원은 지난달 강원 인제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박모(20)씨가 군기훈련(얼차려) 도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 여군 중대장(대위)과 남군 부중대장(중위)을 21일 구속했다. 신동일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훈련병들에게 얼차려를 주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박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여군 지휘관에 의한 얼차려 도중 남성 훈련병이 사망한 이번 사건에 2030 남성은 분노했다. 살인적 취업 경쟁의 한복판인 20대 한창 나이에 병역 의무를 감수해야 하는 징병제 현실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울분·좌절을 정통으로 건드린 사건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학생 서모(26)씨는 “학점·토익·인턴을 다 챙겨도 18개월(육군 기준)을 군대에서 복무하고 나오면 2~3년은 그냥 붕 떠버린다”며 “또래 여성들과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월경·임신·출산을 근거로 여성의 신체를 ‘군사훈련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남성들은 “그럼 여군은 외계인이냐”고 하고 있다. 직장인 최모(31)씨는 “군 가산점 폐지, 여성 할당제 등도 이해가 안 간다”며 “남자라는 이유로 희생하라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혜택을 주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12사단 중대장이 구속된 이날, ‘젊은 남성이라는 게 잘못’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젊은 남성만 군대를 가고 여성 할당제로 취업도 어려운데, 데이트 비용도 전액 부담해야 하고 결혼할 때는 집도 사가야 한다”며 “결혼해서도 섹스리스로 살고, 돈 벌어오는 기계(ATM) 취급받기 십상인데도 불공평하다고 한숨도 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단 4시간 만에 댓글 1000개가 넘게 달렸다.
하지만 2030 여성은 “여전히 대한민국은 지독한 가부장제 사회”라며 “중대장의 성별만 갖고 분노하는 건 일차원적 배설 아니냐”고 반박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022년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국 중 1위다. 평균은 12.1%였다. 한 여성학자는 “중·노년 여성이 아닌 남자 화장실 청소원, 식당 종업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이 임금 격차를 반영한다”고 했다.
직장인 여성 채모(31)씨는 “회사 생활을 해보면 남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특권이자 벼슬”이라며 “여성 직원들은 일상적인 외모 품평, 성폭력에 시달리고 업무 배정과 승진 등에서도 표면적·암묵적 차별의 대상”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등 시민” “거의 인종 차별 수준의 불이익” 같은 말도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은 1999년 군가산점 제도가 헌재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고, 2000년대 여성 인권이 성장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논란에 일각에선 ‘지겹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남녀 갈등이 합계출산율 0.6명대에 접어든 ‘인구 소멸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사회 전반의 각성을 촉구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체의 역량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방치해온 것은 문제”라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취업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온라인 익명 여론에 심취하기보단 실제 인간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남녀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역·학력·소득·직업 등과 관련한 그릇된 서열 의식, 왜곡된 욕망 체계도 깨뜨려야 한다고 지적했다.(240622)
화장품 ‘방판 아줌마’가 돌아왔다. 주부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적이던 시절 ‘주부 일자리’의 대명사였던 방문 판매원은 화장품 판매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17년 34만명까지 줄었던 방문 판매원이 2022년 91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판매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대면(對面) 판매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려워지자 온라인으로 생존 루트를 뚫었고,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방문 판매원이 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시장 규모가 커졌다.
큰 가방에 화장품 샘플을 넣어 집집이 돌아다니는 방판 아줌마도 여전히 영업 중이다. 이전처럼 화장품은 물론이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개별적인 영업 활동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전과 같다. 다만, 온라인 판로가 활성화되면서 요즘 방판 아줌마들은 소셜 미디어로 제품을 홍보하고 라이브 방송까지 하고 있다. 방문 판매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방판 사이트는 ‘접속 코드’를 받는 고객만 입장이 가능하고, 이들을 대상으로만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특정 다수가 접속하는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과 다른 점이다.
올리브영이나 쿠팡에서 화장품을 사는 요즘, 방문 판매원 수요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고객에게 최적의 화장품을 골라주고, 다른 브랜드 제품과의 조합까지 알려주는 방판 아줌마들의 ‘맞춤형 컨설팅’을 원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방문 판매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화장품 업체는 ‘인셀덤’ 브랜드의 리만코리아다. 작년 11월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리만코리아 방문 판매원 수는 58만7400명이다. ‘원빈 화장품’ ‘김태희 헤어&바디케어’ 등을 앞세워 2019년 1만명으로 시작해 3년 만에 방문 판매 업계 1위에 올랐다. 개인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나 블로그 등에서 ‘주부 부업’ ‘시간 구애받지 않는 아르바이트’라는 내용으로 홍보하며 방판 아줌마들을 급격히 늘렸다.
방판 아줌마가 급증한 배경엔 작년 3월 방문 판매법 개정이 있다. 코로나 이후 대면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판매원들의 요구에 법 개정이 이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월 방문 판매원 전용 앱 ‘에딧샵’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 방문 판매원들이 앱 안에서 스토어를 개설하고, 자신의 고객을 위해 제품 소개 영상을 올리고 제품을 판매한다. 주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홀리추얼, 바이탈뷰티 등의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방문 판매원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마켓1984′를 시범 운영 중이다.
최근 방문 판매원들은 온라인을 활용한 고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방문 판매원들이 유튜브를 통해 신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온라인 홍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학원도 등장했다. 학원들은 ‘라이브 커머스 양성 과정’ ‘화장품 셀러 디지털 커머스 양성 과정’ 등을 개설하고 화장품 제품 설명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 시나리오를 짜는 법, 소셜 미디어 촬영 및 올리는 방법 등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쇼호스트와 방문 판매원, 인플루언서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방판은 주부 알바로 인기를 끌었지만, 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리만코리아 판매원의 ‘1인당 연간 평균 매출액’은 2022년 기준 54만원에 불과했다. LG생활건강(890만원), 아모레퍼시픽(700만원), 유니베라(668만원) 등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리만코리아는 연간 50만원도 벌지 못하는 방판 아줌마는 32만명으로 전체의 76.5%에 달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방문 판매의 부활은 개인 맞춤형 쇼핑 서비스라는 점을 앞세워 쿠팡, 올리브영 같은 대형 플랫폼의 틈새를 공략한 덕분”이라며 “여기에다 아르바이트 같은 부업을 구하려는 여성층이 판매원으로 대거 가세하면서 방판 업계는 물론 소비자의 니즈까지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240618)
‘하지(hajj)’는 이슬람권 최대 연중 행사로 꼽히는 정기 성지(聖地) 순례다. 올해 하지 기간에도 최대 성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 순례객 수백만명이 모이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선 5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지나치게 인파가 쏠리면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요르단 외무부는 올해도 순례를 떠난 자국민 14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16일 밝혔다.
<16일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 정기 성지순례 '하지' 인파가 몰려 있다.>
최근 몇 년간 하지는 북반구에선 여름에 속하는 6~8월에 열렸다.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그렇다면 왜 하필 정기 순례 행사를 1년 중에서도 가장 무더운 한여름에 개최하는 것일까. 답은 이슬람력과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의 차이에 있다.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모차를 타고 성지순례길에 나온 아이가 폭염에 지쳐 있는 모습.>
하지는 보통 매년 이슬람력으로 12월(둘-힛자) 둘째주에 치러진다. 이슬람력은 음력이고, 양력인 그레고리력보다 약 11일이 짧아, 그레고리력으로 따지면 매년 하지 시기가 달라지게 된다. 하지가 꼭 여름에만 치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10년 전인 2014년엔 하지가 10월에 치러졌고, 2005년엔 북반구에선 겨울인 1월에 진행됐다.(240618)
브라질 국기는 초록색 바탕에 노랑색 마름모로 도안돼 있다. 초록색은 울창한 삼림과 농업, 노란색은 황금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광업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름모 안에는 파란색 원이 있고 그 원을 흰색 띠가 가로지른다. 띠에 적힌 포르투갈어 ‘Ordem e Progresso’는 ‘질서와 진보’라는 뜻이다.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의 사상에서 유래했다. 콩트는 사회 발전을 위해 ‘질서를 기초로, 진보를 목표로’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진보 없는 질서는 퇴행이고 질서 없는 진보는 무정부 상태이기에 조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브라질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한 1889년 당시의 주요 정치 세력이 콩트의 철학에 강한 영향을 받았던 흔적이다.
<브라질 국기>
국기 중앙의 파란 원은 1889년 당시의 수도 리우에서 바라본 하늘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화정을 선포한 11월15일에 빛난 남십자성 등 별이 그려져 있다. 27개의 별은 26개 행정구역과 1개의 연방특구(새 수도 브라질리아)를 상징한다. 처음 국기를 제정했을 때 21개였던 별은 주(州)가 계속 늘어서 27개가 됐다. 별이 상징하는 지역의 실제 면적에 따라 별의 크기가 5단계로 나뉘며, 27개의 별에 총 9개의 별자리가 표현돼 있다.(240615)
올림픽 시상대는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꿈꾸는 곳이다. 특히 금메달을 따내고 시상대 맨 위에서 국기를 보면서 흘러나오는 국가를 듣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많다.
여자 골프 박인비는 숱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음에도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 시상대에서 처음 부른 애국가가 내 생애 최고였다”고 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단 한 종목만이 이 영광의 무대인 시상대가 없다. 바로 조정이다. 조정은 높낮이가 있는 시상대 대신 도착지 근처 평평한 땅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땅 대신 잔디밭일 때도 있다. 선수들은 메달 색과 소속 국가에 관계없이 같은 눈높이에서 얼싸안으며 서로 축하한다.
<2020 도쿄 올림픽 조정 여자 쿼드러플 스컬 경기 시상식 모습. 금·은·동을 딴 폴란드와 중국, 호주 선수들이 평평한 땅에 서 있다.>
이는 오래된 조정의 문화다. 조정은 예의범절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이겨도 과하게 기뻐하지 않고, 패자를 함께 땀 흘린 동료로서 존중해야 한다. 각국 조정협회는 모두 해마다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을 발표한다. 룰북(rule book)이나 규정을 발표하는 다른 종목과는 다르다. 강령에는 “다른 참가자의 권리, 존엄성 및 가치를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김상탁 대한조정협회 전무는 “조정은 많게는 8명이 모든 관절을 이용해 같은 움직임을 펼쳐야 하는 종목이다. 우리 팀만큼이나 상대도 온 힘을 쏟아냈다고 믿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다른 팀에 패배감을 주지 않기 위해 메달을 주머니에 숨기는 문화도 있다고 한다.
이런 문화는 조정의 기원과도 관련이 있다. 역사상 첫 조정 경기는 1829년. 영국 런던 템스강에서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가 보트로 펼친 맞대결이었다. 이후 조정은 주로 세계 명문대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에도 퍼져나갔다. 명문대생이 즐긴다고 유명해지자 조정 선수들은 종목 자체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줄곧 신사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게 이젠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조정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가장 사랑했던 종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쿠베르탱 남작은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라면서 72세에도 스위스 제네바 호수에서 조정을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상대를 도입한 건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 올림픽이었다. 그 뒤 각 국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외형을 바꿀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시상대가 등장했다. 파리 올림픽 시상대 앞에는 에펠탑을 본떠 회색과 흰색 철골이 교차하는 무늬가 그려져 있다.(240613)
새로 구성되는 제10대 유럽의회를 이끌 세 여성은 각각 독일인(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프랑스인(마린 르펜), 이탈리아인(조르자 멜로니)이다. 각기 모국어가 다른 이들은 어떤 언어로 회의를 진행할까.
유럽의회의 공식 언어는 총 24개다. 의원들은 이 중 어떤 언어로든 청원을 제출하거나 발언할 수 있다. 문서나 발언은 총 24개 언어로 통·번역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라는 명칭 자체도 24개 언어로 된 버전이 각각 존재한다.
<지난 24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행사장의 모습.>
언뜻 수고스러워 보이는 절차를 거치는 건 언어에 따른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은 주권국가 27개의 연합체로, EU의 법률과 정책은 원칙적으로 각 나라의 정책에 우선한다. 각 회원국의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정 언어를 우선하지 않는 민주적 원칙을 두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은 자신에게 투표한 자국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것이지 외국어 능력에 따라 선출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유럽의회라는 명칭이 도입된 1962년 당시에는 독일어·프랑스어·네덜란드어·이탈리아어만이 공식 언어였으나, 갈수록 회원국이 늘어나며 공식 언어도 늘었고 2013년 크로아티아어가 채택되면서 총 24개가 됐다. 2020년 영국이 EU를 탈퇴했지만 몰타와 아일랜드가 영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영어도 유럽의회의 공식 언어 중 하나로 남아 있다.(240612)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사법 절차는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의 사이판에 있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26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어산지를 기소한 곳은 미 버지니아주 법원인데 왜 재판은 휴양지로 유명한 태평양의 사이판섬에서 진행될까.
가장 큰 이유는 어산지가 미국 본토 송환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어산지와 협상을 벌여온 미 검찰은 본토가 아니면서도 어산지의 고향 호주와 비교적 가까운 사이판을 재판 장소로 결정했다. 미 형법에 따르면 형사재판은 해당 범죄가 행해진 주에서 진행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범죄 행위가 특정 주에서 행해지지 않았거나 피고인의 요청이 있을 때는 법원이 재판 장소를 결정할 수 있다.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스크 설립자.>
북마리아나 제도는 과거 스페인, 독일, 일본 등의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통치권을 이어받았다. 40여 년간 미국의 신탁통치를 거쳐 1986년 미국의 자치령이 됐다.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자지만 미 대선 선거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위키리크스는 성명을 통해 24일 런던 벨마시 교도소를 떠난 어산지가 영국 고등법원의 보석 허가를 받고 이날 오후 사이판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240626)
과거 남아 선호 사상 등 영향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20%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녀의 성비 불균형이 저출생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17일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한국의 출생 성비 불균형과 결혼 성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국의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구조상 남성 여섯 명 중 한 명은 짝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혼 남녀 성비 불균형은 서울과 다른 지역 차가 컸다. 서울은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2.5% 많아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 경북은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34.9% 많았고, 경남(33.2%), 충북(31.7%)도 미혼 남녀 차가 30% 이상이었다. 이어 전북(29.5%), 전남(26.9%), 충남(26%), 강원(25.3%), 대구(21.7%) 순이었다. 수도권인 경기(21.2%), 인천(21%)과 제주(19.9%)에서도 미혼 남녀 수 차이가 전국 평균(19.6%)을 넘었다. 부산은 16.2%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2006년까지 자연 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104~107명 범위)보다 남성의 출생이 많았고 2007년부터는 자연 성비로 돌아왔다. 한때 한 아이만 낳도록 권장한 정책과, 출산 전 성별을 알 수 있게 된 초음파 검사의 발달 등이 영향을 미쳤다. 성비 불균형 등으로 인해 2020년 기준 1985년생(당시 35세) 남성 미혼율은 46.5%로 여성(29.1%)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출생 성비 불균형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결혼 실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240618)
서울시 한 남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20대 여교사 A씨는 올 들어 수업 중 B군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B군은 A 교사 수업 시간에 갑자기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행동을 하면서 친구와 웃었다. 또 A 교사에게 제출한 과제물에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개인 노트에 A 교사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적어둔 걸 다른 학생이 발견해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다. A씨는 참다 못해 최근 학교에 이를 교권 침해로 신고했다.
A 교사처럼 학생들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접수된 교권 침해 신고 건수는 2018년 2454건에서 2022년 3055건으로 24.5% 증가했다. 교권 침해 유형 중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및 성폭력’ 증가율이 특히 가팔랐다. 2018년 187건에서 2022년 331건으로 77% 증가했다.
교육계에선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들이 특히 젊은 교사를 만만하게 보면서 대범하게 성희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접수한 성희롱·성추행 사례를 보면, 대구 한 중학교 학생은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ΟΟΟ 선생님이랑 잤죠?” “아, 뒷모습 보니까 XX하고 싶네” 등 수차례에 걸쳐 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충남 지역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이 남성 성기 모양 물건을 교사에게 주면서 “흔들어 보세요”라고 하기도 했다.
서울 한 중학교 학생은 소셜미디어에 “선생님 가슴 만지고 싶다” 등 담임교사를 성희롱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접수되는 성폭력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구타를 당하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게 아닌 이상 ‘학생인데 타이르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교권 침해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되레 ‘2차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각 학교에 있던 교보위를 올해부터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다.
교보위는 교권 침해 사건을 심의하고, 가해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는 곳이다. 학교가 교권 침해 사건을 감추는 일을 막으려 교육지원청에 이관한 것이다.
A 교사는 지난 5월 B군의 성희롱 등 행위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교보위에 신고했다. 이에 지난달 교보위 심의가 열려 A 교사는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 6명 가운데 한 남성 위원은 “B군의 성희롱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으니 직접 묘사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이 과제물 등에 적은 성희롱성 글을 A 교사에게 직접 진술해 보라고도 했다. A 교사는 “학생에게 당한 성희롱보다 교보위 진술 과정에서 훨씬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측은 “교보위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술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교보위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해 “B 학생의 행위가 A 교사를 성희롱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교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육 현장에선 교보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위는 해당 지역의 교사, 교육 전문가, 학부모,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경찰공무원, 교육 활동 지식·경험이 있는 자 중에서 최소 10명 이상을 선발해 구성된다.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성범죄 전문 수사관을 두는 수사기관 등과 비교하면 피해자 보호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원 명단이나 운영 규정, 회의록 등이 모두 비공개인 ‘깜깜이’ 운영 방식도 문제다.
교사 노조 관계자는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모욕을 당한 교사가 교보위에 신고했더니 증거물에 직접 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사인을 받아 오라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학생 문제만큼은 수사기관에 넘기려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교보위는 사실상 수사기관이자 법정 같은 곳인데도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240617)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되, 이사회 결정으로 불이익을 본 주주들의 소송 남발 가능성을 우려해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임죄 처벌 우려가 커지자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낸 것이다.
배임(背任)이란 타인(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기업인의 경영판단으로 발생한 회사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형사처벌할 수 있어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 원장은 14일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우리나라는 배임죄에 대한 형사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며 “삼라만상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는 배임죄를 유지할지, 폐지할지 정해야 한다면 폐지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에 더해 상법(회사법)상 특별배임,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 업무상 배임까지 3중으로 규정돼 있다.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배임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범죄 구성 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의 문구를 추가해 정말 나쁜 짓을 했을 때로만 한정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목적이 있는 고의가 있을 때에만 (배임죄 적용을) 한정했는데, 지금은 미필적 고의까지 적용해 범위가 너무 넓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형법상의 배임죄를 건드리는 것이 어렵다면 회사법상의 특별배임죄만이라도 폐지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상법 382조3항의 ‘이사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선진국에선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이견이 있는 분이 있다면 공개 토론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 입장에선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명확하다”면서도 “정부의 방향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논의를 거쳐 올 하반기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240615)
14일 오전 10시 55분, 서울 강동구의 한 베이커리 앞.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 이 가게 앞에 43명이 줄을 서 있었다.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간 이날, 이들이 이곳에 줄을 선 이유는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오전 9시 30분부터 첫 순서로 웨이팅을 하고 있던 이재환(33)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맛이 독특하다는 후기를 봐서 호기심이 생겼는데, 집 근처에서도 판다고 해서 오픈 런을 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디저트 카페 ‘테미즈’에서 지난달 30일부터 두바이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는 김수겸(36)씨는 “충남 천안에서 찾아와 오픈 4시간 전부터 웨이팅을 하거나 경남 거제에서 오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소재의 한 디저트 업체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현지에서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다. 가격이 개당 65디르함(약 2만4000원)으로 싸지 않지만, 현지인도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현지 시각으로 매일 오후 5시에 한정 수량이 판매되는데, 1~2분 내에 완판된다고 한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 초콜릿은 초콜릿 코팅 안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중동식 면)가 들어가 있다. 단면을 보면 초록색 스프레드에 카다이프 조각들이 박혀 있는 형태다. 한입 먹으면 초콜릿의 달콤함, 피스타치오의 고소함, 카다이프의 바삭함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건 각 매장에서 현지 업체와 같은 레시피로 만드는 것이다.
치즈 등갈비, 슈니발렌, 흑당 버블티, 탕후루에 이어 이젠 두바이 초콜릿까지. 2030세대의 입맛 유행은 빠르게 변한다. 유행 주기가 짧은 이러한 음식들의 등장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SNS에서 유행하는 건 다 해봐야 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편”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집단에 소속되려는 ‘인싸 본능’이 가장 큰 나라”라고 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SNS에서 소개되는 상품이라면 더 사고 싶어 하는 게 한국인의 특성”이라며 “2030세대는 주머니가 가벼운 것에서 오는 공허한 마음을 구하기 힘든 상품을 사고 이를 SNS에 자랑함으로써 달래려 하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240615)
서울 강남구에서 저가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 노모(27)씨는 올해 초 40대 여성을 알바(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이 알바생은 시급 1만1000원을 받고 평일 오전 7시에 출근해 가게 문을 열고 재료 준비 등을 한다. 노씨는 “나이 많은 직원을 뽑는 것이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20대 알바생들보다 매장을 꼼꼼하게 챙기고, 일도 오래 하고 싶다고 해서 만족한다”며 “다음에도 알바생을 구할 때 중장년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앱에 등장한 40대 광고 모델 - 구인 구직 앱 ‘알바천국’이 이달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다양한 연령의 알바생들이 달리기 경주를 앞둔 가운데, 고객 상담 업무를 하는 40대 여성 알바생(가운데)이 젊은 알바생들 사이에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인 40대를 ‘책임감 최강 알바’라고 소개했다.>
‘늙은’ 알바생이 많아지고 있다.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20대는 오히려 줄고, 30대 이상의 비율이 늘고 있다. 저출생 때문에 이전보다 20대 인구가 줄었는데, 알바를 구하는 20대는 어려운 일을 꺼리며 편의점 같은 일부 직종에만 몰린다고 한다. 이 빈틈을 30대 이상 세대들이 채우는 상황이다. 20년 전부터 등장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처럼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 구직자가 알바를 전전하다가 30~40대가 된 경우도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다 보니 구인구직 앱 광고에 처음으로 40대 모델이 등장하기도 했다. 알바 시장의 변화가 우리 사회 저출생 고령화 현상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알바 구인구직 앱에는 음식점·카페에서 올린 공고가 가장 많고, 주차 관리·콜 센터·배관 설치·대리 기사 등 150개 가까운 종류의 일자리가 소개되고 있다. 13일 본지가 알바 구인구직 앱 ‘알바천국’에 의뢰해 받은 ‘연령대별 알바 지원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상의 알바 지원 건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9년)보다 2~4배 증가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던 코로나 때 알바 자리도 줄었다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알바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50대 이상 알바 지원 수가 357% 늘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40대 157.7%, 30대는 8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의 알바 지원 수는 28.6% 느는 데 그쳤다.
알바생이 늙어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경기 불황에다 구인구직 플랫폼의 발달로 30대 이상에서 ‘투 잡’(Two job) 직장인이 늘었다. 공인중개사 김모(30)씨는 평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이자카야에서 하루 4시간씩 일한다. 김씨는 “부동산 중개 일감이 별로 없어 야간에 알바를 하고 아침에는 부동산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했다.
30대부터 50대는 각종 생업 현장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 국가 경제의 주축이 될 세대인데, 취업난 등의 이유로 알바를 통해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2022년부터 40대 이상 알바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경기가 어려워진 시점과 맞물리는데, 정규직 직장인이면서도 투 잡을 뛰거나 주부들이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때 ‘알바 주축’이던 20대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알바를 하더라도 편의점이나 카페처럼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업종만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유덕현씨는 홀 서빙을 맡은 50대 알바생과 함께 일한다. 유씨는 “음식점은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20대 알바생은 아예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
알바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알바천국은 이달부터 3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구직자로 등장하는 ‘모든 생애 모든 알바’ 캠페인 광고를 시작했다. 30대는 ‘일머리 최강’으로 40대는 ‘책임감 최강’으로 소개하는 광고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생을 구하는 사장님 고객에겐 3040세대의 강점을 알리고, 일자리를 찾는 30대 이상 구직자들의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40614)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현 집권당이 극우 세력에 완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7년 만이다. 국민의 투표로 구성된 의회를 대통령이 해산하는 일이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의회 해산은 의회와 내각 사이의 권력 균형을 위한 장치다. 대개 내각제 국가의 수반인 총리에게 이 권한이 주어진다. 의회가 내각 해산을 요구할 수 있는 ‘내각불신임권’ 카드를 갖는다면, 반대로 총리에게는 야당이 약진할 때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정부 수반의 권한이 대통령과 총리에 분산된 형태)인 프랑스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가 함께 국정을 꾸리는 구조다. 의회 해산권은 이 중 대통령에게 있다. 이렇듯 의회 해산이 진행되는 방식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입헌군주제 국가인 영국에서 의회를 해산하려면 총리가 국왕에게 요청해야 한다. 일본도 일왕이 하원인 중의원 해산 권한을 갖는다.
의회 해산은 궁지에 몰린 내각의 수반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승부수지만 후폭풍도 염두에 둬야 한다. 프랑스에선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1997년 의회 해산을 발동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지만, 시라크 대통령의 공화국연합당은 하원 다수당 자리를 리오넬 조스팽의 좌파 연합에 빼앗겼다. 다만 의회 권력이 야당에게 넘어가도 대통령의 임기는 변함없이 유지된다.(240611)
이번 2024년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공식 마스코트는 ‘프리주(Phryge)’다. 프리주는 프리기아 모자를 의인화한 것이다. 챙이 없고 원뿔 모양처럼 생긴 모자로 우리에겐 만화영화 주인공 스머프가 쓰던 모자로 익숙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군이 많이 써서 ‘자유의 모자’로 불린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나오는 프랑스 삼색기를 들고 있는 여신이 이 모자를 쓰고 있다. 프리기아는 고대 아나톨리아 중부(현재 튀르키예 인근)에 위치했던 왕국 이름으로 이곳에선 노예가 해방되면 프리기아 모자를 씌워주는 전통이 있었다. 로마가 이 전통을 이어받으며 자유의 상징이 됐다.
<안녕 난 프리주라고 해 - 지난달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 선 마스코트 '프리주(Phryge)'.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군이 썼다는 프리기아 모자(오른쪽)를 형상화했다.>
프리주는 붉은색 몸통에 파란색 바지,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자유, 평등, 박애를 뜻하는 프랑스 삼색기를 기본 색상으로 도안했다. 패럴림픽 마스코트는 운동선수용 의족을 차고 있다.
올림픽 마스코트는 올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개최 도시가 가진 역사·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계·동계올림픽뿐 아니라 유스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행사에서 마스코트를 만든다. 올림픽에서 처음 마스코트가 등장한 건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이다. 스키 대표팀 동작을 형상화한 ‘슈스(Shuss)’로 붉은색 머리에 푸른색 몸으로 이뤄졌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승인하지 않은 채 활용됐고, 이후 IOC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부터 공식 마스코트 도입을 결정해 독일에서 사랑받는 강아지 품종 닥스훈트를 형상화한 ‘발디(Waldi)’가 탄생했다.
대체로 올림픽 마스코트는 개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 쓰인다.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마스코트는 곰을 형상화한 ‘미샤’였다. 올림픽 마스코트로는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뒀다. 미샤는 개막식과 폐막식 모두 등장했고, 애니메이션이나 팬시 상품으로도 팔렸다. 냉전 시대 갈등으로 미국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는데도 미국 내에서 관련 상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는 흰머리수리 ‘샘’이 눈길을 끌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는 머리에 상모가 달린 모자를 쓴 호랑이 ‘호돌이’였다. 호랑이는 이후 한 번 더 쓰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수호랑’ 마스코트가 탄생했다. 서쪽을 지키는 백호(白虎)로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수호(守護)’와 정선아리랑의 ‘랑’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평창 동계 패럴림픽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동물 반달가슴곰을 형상화한 ‘반다비’를 만들었다.
중국은 판다를 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5개 마스코트 중 ‘징징’이 판다였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판다인 ‘빙둔둔’을 내세웠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아미크’는 캐나다 비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시드’는 호주에만 사는 오리너구리를 본떠 만들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 특징이나 시대상을 표현한 마스코트들도 있다. 정보기술 발전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이지(Izzy)’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마스코트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외눈을 가진 ‘웬록(Wenlock)’이 등장했다. 영국 중서부 마을 머치 웬록 이름에서 따왔는데 이 마을은 4년마다 한 번씩 운동 대회를 여는데 이걸 보고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을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어 미라이(미래)와 도와(영원)를 합쳐 만든 초능력 가상 캐릭터 미라이토와였다.(240610)
어떤 예정일까지 남은 날짜를 세는 ‘디데이(D-Day)’는 본래 군사 용어다. ‘디데이’ 자체는 군사작전이 시작되는 당일을 의미하며, 마이너스(-) 기호 뒤에 숫자가 붙을 경우 예정일부터 남은 날을 의미한다. 흔히 디데이의 앞 글자인 ‘디(D)’가 목적지(destination)나 상륙(disembarkation)의 첫 글자가 아니냐고 추측하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날(day)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명이다.
<6일 프랑스 콜레빌 쉬르메흐의 미국 전쟁 공동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프랑스 국기와 미국 국기가 군인들의 무덤 옆에 전시돼 있다.>
비슷한 군사 용어로는 작전을 벌이는 시각인 ‘에이치아워(H-Hour)’, 상륙작전(landing) 시행일인 ‘엘데이(L-Day)’, 작전을 시작(Commencement)한 날을 뜻하는 ‘시데이(C-Day)’, 작전에서 승리(victory)를 거둔 날을 일컫는 ‘브이데이(V-Day)’ 등이 있다.
미 육군 군사역사센터에 따르면 디데이는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최초로 썼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한 ‘디데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전쟁 초기 나치 독일에 패해 유럽 대륙에서 밀려났던 연합군은 방어선을 뚫기 위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란 이름의 대규모 작전을 계획했고, 상륙작전을 벌인 1944년 6월 6일을 ‘디데이’라고 불렀다.(240608)
지난 4일 영국 에식스주(州) 클랙턴에 위치한 한 술집 앞. 다음 달로 다가온 영국 조기 총선에 출마한 유명 극우 인사이자 영국 개혁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60)의 얼굴에 난데없이 바나나 밀크셰이크가 날아들었다.
<유세 대박 났어요 - 4일 영국 클랙턴온시에서 영국의 대표 극우 인사로 꼽히는 나이절 패라지가 손에 밀크셰이크를 들고 웃고 있다(왼쪽).
그는 이날 앞서 한 여성이 집어던진 바나나 밀크셰이크를 된통 얻어맞았다(오른쪽). 선거철엔 '노이즈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이다. 패라지는 "덕분에 유세 현장에 사람이 더 늘었다"고 말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패라지가 “이 땅 약자를 대변하겠다!”고 외치려는 순간 한 23세 여성이 손에 쥐고 있던 밀크셰이크를 그에게 집어던진 것이다. 패라지는 밀크셰이크 범벅이 됐고, 현장도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에 체포된 가해자 여성은 “패라지가 하는 말을 참을 수가 없어 욱하는 마음에 던졌다”고 했다.
달콤하고 걸쭉한 음료인 밀크셰이크가 영국 정가(政街)를 흔드는 ‘공포의 음료’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인에게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밀크셰이크를 집어던지는 소위 ‘밀크셰이킹(Milkshaking)’ 사건이 조기 총선을 앞둔 영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어서다.
패라지가 밀크셰이크를 얻어맞은 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에도 한 유권자에게 밀크셰이크 ‘세례’를 받았다. 노련한 정치인 패라지는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에도 그는 옷을 갈아입고 새 맥도널드 밀크셰이크를 든 채 “내가 밀크셰이크를 얻어맞으면 사람들이 더 많이 선거 유세 현장에 모인다”고 농담하는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밀크셰이크 세례를 받은 영국 정치인은 또 있다. 또 다른 유명 극우 인사이자 전 영국 독립당(UKIP)의 지도자인 토미 로빈슨은 2019년 5월 밀크셰이크를 두 차례나 뒤집어썼다. 반대파들이 “파시스트가 된 대가다!”라고 외치며 그에게 밀크셰이크를 던졌다. 같은 당 소속 정치인 칼 벤저민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밀크셰이크를 네 번 얻어맞았다.
영국 사람들은 정치인에게 왜 하필 밀크셰이크를 던질까? 정치학자나 평론가들은 ①구하기 쉽고 ②시위 현장에 들고 가도 잘 의심받지 않고 ③뒤집어썼을 때의 시각적 효과가 최고라는 점을 이유로 보고 있다. 우유가 보통 ‘백인’을 상징하는데, 우유에 얼음을 갈아 만든 밀크셰이크가 이를 뒤집어 거꾸로 백인, 혹은 백인 우월주의자를 조롱하는 뜻으로 쓰인다는 분석도 있다.
런던정경대 케빈 페더스톤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밀크셰이크를 던짐으로써) 정치인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폭로할 수 있다”고 했다. 글래스고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벤저민 프랭크스도 NYT에 “예전엔 달걀을 많이 던졌지만, 달걀을 들고 다니면 시위 현장에서 의심받을 수도 있어서 “밀크셰이크가 더 보편적인 도구가 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신발은 던지면 감옥에 갈 수 있지만, 밀크셰이크로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처벌을 받진 않는다”고도 말한다.
영국에서 밀크셰이크가 시위 도구로 애용된다면, 독일·네덜란드에선 토마토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선 밀가루를 더 선호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밀가루를 여러 차례 얻어맞았다.(240607)
천안문 사태 다음날인 1989년 6월 5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탱크를 끌고 천안문 광장에 들어설 때였다. 한 남성이 맨몸으로 탱크 행렬에 섰다. 훗날 ‘탱크맨’이라고 불리우며, 천안문 사태의 아이콘이자, 중국 현대사 속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 된 사람이다. 1998년 타임지는 ‘탱크맨’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탱크를 한 남자가 막고 선 모습을 포착한 사진 ‘탱크맨’. AP 사진기자가 찍었다.>
‘탱크맨’을 카메라에 담은 건 베이징 한 호텔 발코니에서 광장을 촬영하던 외신 기자들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했고, 외신 기자들이 머무는 호텔에도 언제 공안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었다.
AP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는 한 교환학생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찍었고, 이 교환학생에게 필름을 속옷에 넣어 호텔 밖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 또 다른 사진기자 찰리 콜도 사진을 찍은 필름 롤은 빼내고 비닐봉지에 싸서 화장실 변기 물탱크 속에 숨겼다. 카메라엔 빈 필름을 꽂아두었다. 이후 공안이 그의 카메라 속 필름을 빼앗았지만, 원본은 AP통신 도쿄 지국으로 전송될 수 있었다.
‘탱크맨’의 신원과 생사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가 ‘왕웨이린’이라는 이름의 남성이고, 이후 대만으로 건너갔다는 설이 있으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