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전국 하수처리장 34곳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은 “마약 사용이 전국적으로 만연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2020~2023년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대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 주관 하수 역학 연구팀(경상국립대·상지대 연구진 참여) 연구 결과, 연구팀이 지난 2020년부터 조사한 전국 17개 시도의 하수처리장 34곳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
마약류 농도를 통해 추산한 해당 하수처리장 구역 주민 1000명당 필로폰 일일 사용량은 2020년 24.16mg에서 지난해 14.40mg으로 매년 줄어들긴 했다.
반면 코카인은 지난해 하루 사용 추정량 1.43mg으로, 2020년(0.37mg)보다 약 3.9배로 늘었다.
코카인 1회 투약량은 약 10mg으로, 전국에서 7150명이 하루에 1번씩 코카인을 투약한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필로폰은 경기 시흥·인천에서 사용 추정량이 높았으며, 코카인은 서울·세종,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광주, 엑스터시는 경기 시화·전남 목포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마약은 이미 서울·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를 통해 유통될 만큼 일반인과 밀접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필리핀에서 밀수한 29억원어치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19만명분) 등을 대규모로 유통한 범죄 조직원 2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겸업하며 수십억 원 대 수익을 올렸다.
총책 박모(33)씨 등 마약 조직 일당은 마약을 서울 송파구·성북구·중랑구 등 아파트 복도·옥상의 조명 장치나 소화전, 무인 택배함 등에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경찰이 검거 과정에서 300장 넘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정도로 대규모 조직이었지만, 현재 한국의 마약 유통 규모를 감안하면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구매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시민들”이라며 “아이들도 드나드는 가정집 바로 옆에서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지난해 8월 ‘경찰관 추락사’ 모임의 마약 공급 경로로 의심받던 이태원 한 클럽의 수사를 일단락했다고도 밝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러한 집단 마약 관련 수사에서 총 19명을 검거하고 2명을 구속했다.
당시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경찰관의 시신에선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 성분 등이 검출됐다.
현장에서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도 의사·대기업 직원·헬스 트레이너 등 직업인이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단속된 마약 사범은 5040명으로 지난해 4071명 대비 23.8% 늘었다.
1분기 마약 사범이 5000명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마약 사범 숫자가 3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해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으로, 2022년(1만8395명)보다 50% 늘어난 숫자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마약 인구가 60만명 안팎이 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10대 마약 사범 증가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 마약 사범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과 마약퇴치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청소년 마약 사범은 전년(2022년) 48명에서 235명으로 무려 4배(389.6%)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검거되지 않은 실제 마약 사범 규모를 고려할 때 청소년 마약 중독자가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천영훈 원장은 특히 코카인 사용 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 행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연령·계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 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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