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미어터진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 수는 경기당 1만4328명. 지난해 전체(1만1250명)와 비교하면 27.3% 늘었다. 
3월 23일 개막부터 지난 19일까지 232경기 332만402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2년 이후 역대 둘째로 빠른 흥행 속도다. 
특히 232경기 중 69경기가 매진됐는데, 이는 2015시즌 68경기 매진 이후 최다 기록. “지금 추세라면 작년(총 810만326명)뿐 아니라 2017년 역대 최다 관중(840만688명)도 돌파해 900만, 1000만 관중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팬 층도 다양해졌다. 젊은 여성 팬이 눈에 띄게 늘면서 야구장이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학원생 전주희(27)씨는 작년부터 KIA 팬으로 야구장 나들이가 잦아졌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는 덕분에 KIA가 대전 원정만 왔다 하면 빠지지 않고 간다. 
원래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을 좋아했지만, 작년부터 KIA 타자 ‘나스타’ 나성범으로 갈아탔다. 
사인회도 다녀왔다. 그는 “아이돌을 10년 넘게 따라다녀도 못 간 팬 사인회를 야구 덕분에 갈 줄 몰랐네요”라면서 웃었다.

 



이들은 이채롭게 ‘가성비’론을 설파한다. 
전씨는 “세븐틴 콘서트를 가려면 최소 13만원에서 최대 20만원 정도 내야 하는데 야구는 1만원 정도로 부담 없이 경기를 볼 수 있잖아요. 아이돌 팬 사인회는 앨범을 200만원어치는 사야 하는데, 야구는 1000명을 무료로 추첨해 가게 해주더라고요”라고 했다. 
아이돌 NCT 팬이었다 최근 한화 팬이 된 임주영(25)씨는 “아이돌 콘서트나 굿즈가 고가인 것에 비해 야구는 매일 경기가 열리니 좋아하는 선수를 매일 볼 수 있고 가성비도 좋다”고 말했다. 
삼성 구자욱 선수를 응원하는 이모(29)씨도 “야구 선수 사인을 받으려면 경기장 근처에서 선수를 기다리면 된다. 아이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 생일에 지하철 광고를 거는 팬클럽도 생겼다.


<19일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의 모습. 만원 관중이 들어차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날까지 올 시즌 232경기 중 69경기가 매진됐다.>


야구장을 노래방이나 야외 공원처럼 즐기는 풍토도 많아졌다. 
친구·연인과 부담 없이 ‘치맥(치킨+맥주)’ 하며 함성과 응원가,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영화처럼 관람하는 것이다. 
직장인 정진범(27)씨는 “특별히 야구를 좋아한다기보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잔하고 야구장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아 야구장에 간다”며 “푸른 잔디를 보면 기분 전환이 제대로 되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덕분에 야구장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올 시즌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카드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작년보다 13% 증가했다. 광주 구장은 32%, 창원 구장은 45% 증가했다.


초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부분도 흥행을 부추긴다. 
선두 KIA와 공동 5위 LG·SSG의 경기 차는 20일 현재 4.5경기. 매일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흥미를 배가하고 있다. 
선두 KIA 홈구장 광주는 작년 대비 관중이 72% 늘었다. 
한화는 올해 ‘레전드’ 류현진 복귀와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홈경기 23번 중 21번이 매진됐다. 
한화 관계자는 “유니폼 판매량도 늘었고 몇몇 종류 유니폼은 구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240522)




 

 

 

지난 10일 전남 함평의 약 1300㎡ 규모 마늘밭에서 만난 농부 서병종(73)씨는 자잘한 마늘 뿌리들을 손에 쥔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마늘 줄기가 하나로 굵게 뽑히지 않았고, 대신 여러 줄기로 잘게 쪼개져 있다. 마늘 알도 자잘한 알갱이들에 그쳤다. 
‘벌마늘’, 즉 마늘대가 ‘쩍 벌어졌다’는 뜻의 농사 망친 마늘이다. 
올해 서씨 밭의 90%가 이 모양이다. 예년에는 밭의 5%도 벌마늘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서씨는 “40년 농사지으면서 이렇게 벌마늘이 많이 생긴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농사 망친) 마늘을 다 걷으려면 일당 15만원짜리 인부를 3명은 써야 한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고 했다.

 

 


<지난 10일 전남 함평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벌마늘. 
줄기가 여러 갈래로 쪼개진 벌마늘은 알 크기가 자잘해 '농사 망친 마늘'에 해당한다.>

 


전남과 경남 등 남부지방과 제주 등지의 마늘 농가들에 올해 심각한 벌마늘 피해가 닥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부터 벌마늘을 농업 재해로 인정하고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각 지자체는 피해 접수에 나섰다. 
전남도와 경남도는 마늘 등 기후 피해 작물에 대한 신고 접수를 오는 20일까지 연장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는 “평년 전체 마늘밭의 2~3% 수준이던 벌마늘 신고가 올해 30%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했다. 남부 지역보다 수확 시기가 빠른 제주도에선 이미 벌마늘이 전체 마늘밭의 50% 이상 나타난 곳도 있다. 
벌마늘은 점차 북상해 최근에는 전북 완주에서도 나타났다.


정상적인 마늘은 굵은 줄기 하나로 자라고, 알차다. 반면 벌마늘은 알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생장을 하면서 줄기가 벌어진다. 
마늘은 한 번 생장해 6~9쪽으로 갈라져야 하는데, 두 번 생장하면 11~12쪽으로 분화해 자잘한 알이 다닥다닥 붙은 모양이 된다. 
벌마늘은 먹어도 문제없지만 알이 작아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최근 벌마늘이 늘어난 것은 고온다습했던 올겨울 날씨와 빈번한 봄비 등 이상기후 탓이다. 
마늘은 보통 9월에 심어 다음 해 봄까지 겨울을 나는 월동 작물로, 겨울철 기온과 강수량에 무척 민감하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은 겨울 기온이 높으면 알이 잘 크지 않는다.


지난겨울은 기온이 계속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광주광역시 평균 기온은 영상 6.1도로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여기에 최근까지 봄비가 내리는 등 흐린 날이 많아 일조량도 적었다. 
지난 1월부터 지난 14일까지 광주의 누적 강수량은 400.3㎜로 2016년(439.6㎜) 이후 처음 400㎜를 넘었다.


농림부는 벌마늘 피해 농가에 피해 정도에 따라 1㏊(헥타르·1만㎡) 기준 농약값 250만원, 대체 파종비 550만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한 해 농사에 들인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함평에서 밭 1만4200여㎡에 마늘 농사를 지은 김병덕(61)씨는 “들어간 비료값, 병해충 약값, 인건비 등이 막대하다”며 “직장인으로 치면 연봉을 통째로 못 받게 된 셈인데 정부가 피해 마늘을 수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각종 농산물 가격 상승에 기후 피해까지 겹치자, 장기적인 농산물 수급과 비축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당장 올해 국내 마늘 생산량이 줄면 중국산 수입을 늘릴 텐데 그렇게 되면 국산 마늘은 앞으로 계속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기후 재난에 대비해 농산물 비축 시스템도 다시 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240517)




 

 

 

한 공공기관 서비스센터 반장인 A씨는 이 센터를 총괄하는 직속상관 B씨에게 직원들의 비상근무조 편성 현황을 주지 않았다. 
B씨가 없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만 근무표를 공유했다. B씨가 자기보다 어린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수시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나이도 어린 여자가…”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근무 교대가 끝나도 B씨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어기면 “왜 보고했느냐”며 질책도 했다. 의도적으로 B씨를 따돌린 것이다. 
2022년 9월 법원은 “B씨가 직원들의 근무 일정을 상시 파악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A씨는 피해자를 배제하고 어린 여자가 상급자라는 불만을 표현한 점 등을 볼 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2019년)된 지 5년째에 접어들면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괴롭히는 이른바 ‘직장 내 을질’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로 정의하는데, 아랫사람도 나이나 경력 등으로 직장 내 ‘우위’가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후임’이라고 답한 직장인이 11.7%로, 2016년 같은 조사 때 2.7%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법무법인 율촌 송연창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필요한 ‘관계의 우위성’은 직급을 전제로 하는 개념만이 아니라서 하급자도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합세해 직장 상사를 괴롭힌 경우도 있었다. 
한 금융회사에서 3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일한 C씨는 수시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키드득거렸다. 
그럴 때마다 신경이 쓰였던 선배 D씨는 우연히 C씨의 컴퓨터를 보게 됐다. 
대화 상대방이 다름 아닌 팀장이었던 것이다. D씨는 회사에 고충을 호소했고, 조사 결과 두 사람이 뒷담화와 따돌림을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사내 메신저로 ‘미친X’ ‘개또라이’ ‘개노답’ ‘극혐’ 등 욕설을 주고받았고, C씨는 여성인 팀장에게 “누나(팀장)도 하자. 고개도 돌려야 해. 한숨도 푹푹 쉬어주고...”라며 괴롭힐 방법도 공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9월 서울행정법원은 C씨에 대해 “피해자보다 직위가 낮지만 단 세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가장 선임자인 팀장과 합세하는 수법으로 상급자를 괴롭혔다”고 했다.

 

 




대놓고 사임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한 공장에서 하급자 19명이 그룹장 E씨의 사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연판장을 돌렸다. 
이들은 피켓 시위도 하고 홍보물도 뿌렸다. 이로 인해 E씨는 신체·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았다. 
2022년 12월 중앙노동위원회는 “19명 중 16명은 피해자보다 나이도 많고, 근속 연수도 길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이들은 가담 정도에 따라 감봉 1개월~출근정지 2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고, 중노위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악용하는 ‘을질’도 있다. 
한 신입 사원은 입사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적었다가 들통 나 징계 절차가 시작되자, 소속 부서장 등을 거꾸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진정했다. 
“회사가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직원들을 성추행과 명예훼손 등으로 마구 고소하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소송도 기각됐다.


또 다른 회사 직원 F씨는 “업무 지시가 구체적이지 않아 못 알아듣겠다”며 업무 관련 부서장 전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진정했다. 
“전산망 패스워드를 안 알려준다” “일을 주지 않으며 괴롭힌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모두 거부됐다. 
그러자 F씨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거듭된 진정에 본부장 등 여러 상급자가 퇴사했다. 
법무법인 YK 조인선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악용은 그 자체가 직장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240520)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가사 관리자)를 국내에 도입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인력 파견국인 필리핀 정부는 이달 초 한국에서 일할 가사 관리자 선발 공고를 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가사·육아 도우미 같은 돌봄 업종은 맞벌이 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분야다. 종전엔 결혼 이민자나 외국 국적 동포에게만 돌봄 업종 취업을 허용했는데, 이번에 시범 사업을 시작하며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개방한 것이다. 
서울에서 먼저 하는데,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오는 6월 21일 가사 관리자 선발을 마친다. 
자격 요건은 24~38세 육아 돌봄 자격증 소지자이며, 한국어 시험과 한국어·영어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상위 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신원 검증과 마약류 관련 검사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 가사 도우미가 아닌 돌봄 자격증을 지닌 ‘케어 기버’(care giver·돌봄 제공자)가 들어오는 것이라 일과 육아 양립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발된 가사 관리자 100명은 정부에서 인증한 서비스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후, 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다. 

입국 후엔 4주간 한국 문화 교육 등을 받고 오는 9월쯤 선발된 가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 권역에 거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다자녀 가정 등에 들어갈 예정인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은 조만간 대상 가정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시범 사업은 당초 지난해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사 관리자의 업무 범위를 두고 양국 정부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도입이 늦춰졌다. 
필리핀 정부는 육아만 하길 원했지만, 우리 정부는 가사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와 한국 고용노동부 명의로 나간 현지 공고에 따르면, 가사 관리자는 아이 돌보기뿐 아니라 아동을 위한 목욕, 청소, 요리 등을 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아이 돌봄 범위 내에서 가족 전체를 위해서도 ‘보조적으로 간단한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 부담을 줄이자는 제도 취지를 위해 육아뿐 아니라 일부 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렇게 정해도 업무 범위 등을 두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계약 때 필리핀 가사 관리자에게 업무 범위를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쟁점이었던 필리핀 가사 관리자의 노동시간과 임금도 결정됐다. 
양국은 6개월 시범 사업 기간에 주당 최소 30시간 근로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할 경우 가사 관리자는 최소 월 154만원가량을 보장받는다. 
최저임금이 바뀌면 그에 따라 받는 금액도 달라진다.


이들이 40시간가량 일할 때 받는 금액은 월 206만원가량으로 늘어난다. 
부부의 가사·육아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비용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리핀 가사 관리자를 먼저 도입한 홍콩은 월 1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돌봄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자칫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데다 돌봄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생겨 근로를 꺼리는 역효과 등이 만만찮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할 것인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21일 첫 번째 전체 회의를 열 계획이다.(240518)


 

 

 

경남 창원에서 미용실을 하는 박모(65)씨는 요즘 자신의 미용실이 아닌 인근 미용 학원으로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월급을 받는다. 미용실은 6개월째 ‘개점휴업’이다. 
미용실 월세와 대출 원금·이자 상환에 매달 600만원이 들어가는데 워낙 장사가 안되니 인근 미용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박씨는 “가게 문 닫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한다”고 했다. 
폐업하면 대출금 일부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데다가 앞으로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같은 소상공인 금융지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매장 철거 비용도 수백만 원이고, 집기를 팔아봤자 10분의 1 가격밖에 못 받아 월세를 내더라도 가게를 그대로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1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미용실 입구에 신용카드 명세서, 관리비 고지서, 대출 전단 등이 놓여 있다. 
6개월째 휴업 상태인 이 미용실처럼 더는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도 대출 상환이나 정부의 금융 지원 중단, 철거비 같은 비용 부담 때문에 폐업하지 못하는 ‘좀비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례 없는 위기를 겨우 넘기고 엔데믹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더욱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대출받고,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며 간신히 버텼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년 새 3배 이상으로 뛰었고, 연체액은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폐업도 역대 최대다.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해 11만1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현실은 이런 지표보다 훨씬 심각하다. 
장사를 접을 만큼 상황이 안 좋지만, 폐업조차 못 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폐업도 못 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좀비’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출금 상환 부담, 고물가로 늘어난 폐업 비용 탓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가게를 유지하는 것이다. 
영업시간을 줄여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가게 문을 여는 예비 폐업자도 많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링거 맞다가 인공호흡기로 연명했는데, 이젠 호흡기 뗄 날만 기다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세종시에서 노래방을 하던 A(41)씨는 올 초 노래방을 접고 푸드 트럭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노래방을 폐업하려 했지만, 건물 복구를 위한 철거 비용만 500만원이었고, 대출 연체금 갚을 형편도 안 돼 월세를 내며 수개월을 버틴 끝에 겨우 인수자를 찾았다. 
A씨는 “폐업도 자금 사정이 좋아야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라며 “운 좋게 노래방 인수자를 찾아 넘길 수 있었지만, 대출금은 수개월째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되는데도 폐업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금 때문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진 정부와 시중은행의 저리 대출로 연명하며 영업을 이어 왔다. 
‘대출 돌려막기’로 버텨온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폐업해도 정부나 시중은행의 정책 자금 대출은 일시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자영업자 중에선 정책자금 외에 제2금융권 같은 곳에서 돈을 빌린 경우가 많다. 
또 폐업 이후에는 낮은 금리로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상품이 나와도 ‘갈아타기’가 어렵고, 사업자 대출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한꺼번에 대출금 전부를 갚지 않더라도 폐업하면 정부가 수시로 내놓던 ‘자영업자 금융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신규 대출도 막혀 당장 생활비나 재기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 자영업자, 수개월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113조원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말보다 50% 늘었다. 
이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계속 증가해 31조원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한 대출을 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금액도 지난 한 해 1조7126억원으로 전년(5076억원)의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물가 상승 탓에 폐업에 드는 비용도 늘었다. 
시설 철거 비용과 함께 밀린 임차료나 원재료비, 키오스크·공기청정기 등 렌털 기기 위약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서울의 한 철거업체 김지한(42) 대표는 “10평 카페 철거 비용이 100만~150만원인데, 임대인 요구에 따라 전기 공사, 벽면 페인트 공사까지 하면 600만~700만원이 들기도 한다”며 “정부가 철거 지원금 일부를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구의 한 철거업체 권모(44) 대표는 “1t 폐기물을 트럭으로 옮기는 비용이 지난해 25만원에서 올해 40만원이 됐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라멘집 사장은 “리스한 키오스크 한 대 계약을 조기 해제하겠다고 하니 위약금 20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폐업 비용은 2022년 평균 2323만8000원으로, 전년(557만원)의 약 4배로 늘었다.


‘좀비 자영업자’는 폐업 대신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월세를 내며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 
대출 문제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업종을 바꿔 개인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 12년째 찌개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지난해 직원을 다 내보냈고, 아내와 둘이 일하는데 올해 초부터 점심이 지나면 아내는 인근 식자재 마트에서 일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후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저녁엔 다른 곳에서 일을 한다”며 “폐업하지 않고 다른 곳에 이력서 넣으며 버티겠다”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노란우산 공제는 폐업 이후 삶을 준비하기 위한 자영업자 퇴직금인데, 줄곧 연간 3만건대에 머물던 해약 건수가 2022년 4만4295건, 지난해 7만1461건으로 증가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경기가 살아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관련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현실은 더 심각하다”며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당장 생활비 문제뿐 아니라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모두 단절돼 큰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의 재기나 재창업을 돕는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240518)


 

 

 

대전역 2층에 있는 빵집 ‘성심당’의 월세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전역점을 포함해 대전 지역에 매장 6개를 운영하는 성심당은 하루 방문객이 1만7000명에 달하는 대전의 대표 빵집이다.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이 대기업인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약 199억원)보다 많다.


성심당은 올해 코레일유통 측과 대표 매장인 대전역점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코레일유통은 내부 규정에 따라 기존(1억원)보다 4배 높은 4억4100만원의 월 수수료(월세)를 요구했다. 
이 월세의 적정성을 두고 찬반이 갈리면서 대전역점을 계속 운영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월세만 놓고 보면 비싼 편이란 지적이 맞는다. 충청권 역사 내 비슷한 규모 매장과 비교하면 수십 배 높은 금액이다. 
성심당이 아니라면 이 정도 월세를 낼 수 있는 업체는 없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견해다. 
성심당이 퇴점할 경우 타지에서 오는 이들이 줄어 대전시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공공 기관인 코레일유통 역시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내부 규정에 따라 최소 월 매출의 17%를 수수료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성심당은 1억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이는 대전역점 월평균 매출(25억9800만원)의 4%가량에 불과하다. 
성심당을 제외한 전국 임대료 상위 10개 매장의 평균 수수료는 30%를 넘는다. 이를 두고 그동안 성심당이 특혜를 받은 것이란 지적도 있다. 
더욱이 성심당 매출 증가엔 유동 인구가 많은 대전역의 기여가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심당이 대전역에 입점한 해인 2012년 매출은 100억원가량이었지만 이후 10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유통은 성심당 매장에 대한 공개 입찰을 진행 중인데, 3차례 유찰됐고 16일 4차 입찰이 마감됐다. 잇따른 유찰로 월세 조건은 3억5300만원까지 낮아졌다. 
5차 입찰을 하게 되면 월세 조건이 하한인 3억870만원(최초 제시안의 70%)까지 낮아진다. 
이 금액이 규정상 코레일유통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금액이다. 
현재로선 성심당 측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가게를 옮기는 수밖에 없다.(240517)


 

 

 

2040년까지 서울의 모든 수도 계량기가 디지털 계량기로 바뀐다. 
AI(인공지능)가 수도 검침원 대신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파악해 수도 요금을 매긴다.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해 1924년 처음 계량기를 도입한 지 116년 만에 벌어질 변화다.


서울시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 검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 총 2700억원을 들여 서울 각 가정의 낡은 기계식 수도 계량기를 모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계량기로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4차 산업 기술을 도시의 수도(水道) 행정에도 접목하려는 것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라며 “이미 5년 전부터 디지털 계량기를 쓰고 있는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전역에 설치된 수도 계량기는 총 227만대다. 
지금은 서울시설공단 소속 검침원 352명이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해 직접 수도 계량기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 1인당 한 달 평균 3000대의 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며 “하루 100대꼴로 격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수도 계량기가 집 안에 있는 경우 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검침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량기가 너무 낡아 숫자가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상수도는 계량기가 지하에 있어서 검침원들이 40㎏짜리 맨홀 뚜껑을 열고 내려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 고지서를 두 달에 한 번 발송하는 이유다.

 

 




기존 기계식 계량기에는 작은 날개와 톱니바퀴가 들어 있다. 
수돗물이 흐르면서 날개와 톱니바퀴를 돌리고 숫자판이 하나씩 올라가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새로 도입하는 디지털 계량기에는 다양한 전자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사물 인터넷 기술이 담긴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고 서울시 서버로 전달한다.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바로 요금을 정산한다. 디지털 계량기 안에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내장돼 있다.


사람 검침원이 AI 검침원으로 바뀌면 검침 관련 오류와 민원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도 요금 검침과 관련해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은 80만건에 달한다. 
대중교통 요금, 교통 체증 등 교통 관련 민원 다음으로 많다. 
수도 요금 검침 민원 중에서는 이사를 가면서 발생하는 수도 요금 정산 분쟁이 30만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 계량기를 도입하면 실시간으로 요금이 정산되기 때문에 이사 전후 누가 얼마나 수돗물을 썼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관련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어 건물 내부의 보이지 않는 누수(漏水)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두 달 단위로 나오는 요금 고지서를 받아봐야 누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누수 사실을 빨리 파악해 조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간 누수 신고는 서울에서만 4만 건에 달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계량기에 온도 감지 센서를 달아 겨울철 동파 사고도 예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동파 사고는 서울에서만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한다.


문제는 수도 검침원들의 고용이다. 
수도 검침원은 1970년대 각 가정에 수도가 본격 보급되면서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기 검침원, 가스 검침원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의 흐름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들은 50대 이상이 많다”며 “2040년이면 상당수가 퇴직하고 남은 인력은 계량기 수리·관리직으로 전환해 계속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모든 수도계량기를 디지털로 바꾸면 이른바 ‘수돗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AI로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독거 노인, 중증 장애인, 1인 가구 등의 복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독거 노인 가구의 수돗물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바로 119 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등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240517)



 

 

 

운전을 하다가 교차로 진입 전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었다면, 차가 교차로 중간에 갇힐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경기도 부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충돌해 상대방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뀌었지만 A씨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교차로로 진입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황색 신호등이 켜진 순간 A씨 차량과 정지선 사이 거리는 약 8.3m였는데, 급제동했더라도 차량은 정지선을 20m 이상 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1심은 “A씨가 황색등에 따라 차량을 멈출 경우 사거리 한복판에 정지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전한 것을 신호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도 같은 취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호 위반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황색등으로 바뀐 이상 차량이 정지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교차로 직전 멈추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의 판단은 도로교통법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황색등으로 바뀐 경우 멈춰야 하고, 운전자가 정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240514)

 

 

 

1969년부터 55년 동안 한반도 영공을 수호한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전투기가 다음 달 7일 퇴역을 앞두고 지난 9일 국토순례비행을 했다. 
수원 기지에서 출발해 대구에서 재급유를 하고 대구에서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약 3시간 15분 동안 팬텀은 그동안 지켜온 한반도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자신을 대신해 우리 영공을 수호할 KF-21 ‘보라매’와 편대 비행을 하며 임무 교대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본지를 포함해 취재진 4명이 팬텀의 고별 비행에 탑승했다.

 

 


<55년 영공 수호 임무 끝냅니다, 굿바이 팬텀 -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편대 4기가 9일 국토 순례 비행 중 부산 송정해수욕장 상공을 날고 있다. 
1969년 도입 후 55년 동안 우리 영공을 지켜온 팬텀은 다음 달 퇴역을 앞두고 고별 비행에 나섰다. 
한국은 당시 세계 최강 전투기였던 팬텀의 4번째 운용국이 되며 북한 공군력을 압도할 수 있었다. 
이날 본지 기자가 탑승한 팬텀기는 1975년 국민들이 낸 방위 성금으로 구입했을 당시 모습인 정글 위장 무늬로 도색했다.>

 



비행이 시작된 경기도 수원의 공군 10전투비행단 기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활주로에 늘어선 회색 F-4E 팬텀 사이에서 정글 위장을 한 4호기가 눈에 띄었다. 
1975년 전 국민이 모은 방위성금 71억원으로 미군에서 인수한 F-4D 5대를 기리는 뜻으로, 당시와 똑같은 무늬로 새로 도색한 것이다. 
IMF 금 모으기 운동 20여년 전에 우리 국민은 국토를 지키겠다고 십시일반 돈을 모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돈으로 196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우리 공군이 무상임대 중이었던 F-4D 6대 중 5대를 구입했다. 
당시 F-4D는 현재의 F-35 스텔스 전투기에 비견되는 압도적 능력으로 남북한 공군 전력을 역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후로 우리 군은 팬텀 계열 기체(F-4D·F-4E·RF-4C) 190여 대를 운용해왔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퇴역하는 F-4E는 ‘노인 학대’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40년 넘게 현역으로 뛰었다.


사다리를 올라 후방석에 앉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계기판, 백미러, 레이더 스위치 및 각종 결속 도구는 때가 타고 도색이 벗겨져 있었다. 
이 후방석에 전천후 전폭기 팬텀이 당시 ‘게임체인저’로 우리 공군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한 이유가 담겨 있다. 
무기통제사로 불리는 후방석 조종사는 레이더 운용, 좌표 입력, 공대지 레이저 유도 폭탄(LGB) 조준 등 무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팬텀 후방석 조종사로 830시간을 비행한 이성진 대구 제11전투비행단 부단장(대령)은 “공대지 미사일 팝아이를 비롯해 최대 8480kg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군 관계자는 “팬텀이 수원 기지에 배치된 이후 북한이 전투기의 도발이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이날 비행은 팬텀 4기 편대가 과거 팬텀이 활약했던 전적지를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소련 폭격기 TU-16(1983년), TU-95와 소련 핵잠수함(1984년) 등 공산 세력이 우리 동해를 침범했을 때 맹활약을 펼쳤던 동해, 1971년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소흑산도)에 출현한 북한 간첩선 격침 작전에 참가했던 남해 등을 두루 찾았다.

 

 

<F-4 팬텀 편대 4기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2기가 9일 델타(Δ) 대형으로 남해 상공을 비행했다. 
좌우 꼭짓점에 있던 KF-21 2기가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각각 급선회하며 대형에서 이탈하자 팬텀 편대가 플레어(미사일 회피 섬광)를 발사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대구에서 연료 재급유를 마치고 다시 날아오른 사천에서 펼쳐졌다. 
대구에서 이륙하고 10분가량이 흐르자 경남 사천에서 날아오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팬텀 편대에 합류했다. 
수신기 너머로 KF-21을 뜻하는 ‘보라매’라는 콜 사인이 들려왔다. 팬텀과 KF-21은 델타(Δ) 대형을 이뤘다. 
팬텀 편대장 ‘파파1′이 선두에, KF-21이 좌우 꼭짓점에 섰다. 가운데에서는 방위성금 헌납기 도색을 한 팬텀4호기가 비행했다. 
국토순례비행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F-15K 2기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이 장면을 촬영했다.


공군의 과거(팬텀), 현재(F-15K), 미래(KF-21)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1969년부터 한반도를 지켜온 팬텀, 팬텀이 은퇴하면 장거리 공대지 타격 역량을 물려받아 북핵을 억지하는 ‘킬체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F-15K, 앞으로 팬텀의 빈자리를 채울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KF-21 8대가 경남 합천에서부터 사천을 거쳐 고흥 나로도까지 함께 날았다. 
눈 아래로는 삼천포대교, 여수 거북선대교, 한려수도가 펼쳐졌다.



 

<'하늘의 도깨비' 탄 기자 - 본지 양지호 기자가 정글 도색을 한 팬텀에 타고 국토 순례 비행을 마친 뒤 수원 기지에 착륙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고흥 상공에서 KF-21은 우측으로 급선회하며 이탈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조심히 복귀하십시오.” 대선배에게 후배가 보내는 헌사로 들렸다. F-4는 떠나가는 KF-21에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를 사출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가거도에서 서해를 따라 북상한 팬텀 편대는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군산앞바다에서 수원 기지를 향해 동쪽으로 마지막 급선회에 나섰다. 팬텀 편대는 급선회와 함께 축포처럼 플레어를 터뜨렸다.


대구 기지에서 이륙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공군 수원 기지에 착륙했다. 
기지를 둘러싼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왔다. 공군 관계자는 “도시가 확장하며 대구기지·수원기지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팬텀 도입 이후 우리가 이뤄낸 번영의 방증인 셈”이라고 했다.


퇴역한 팬텀은 전국 곳곳에서 전시되거나 적 세력의 유도탄이나 각종 탐지 장비를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유인물)로 활주로 인근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퇴역식은 다음 달 7일 수원 기지에서 열린다.(240513)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7일부터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꿔 새로 출범한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62년 만에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대체된다. 
문화재청은 16일 “유네스코 등 국제 기준과 연계하기 위해 ‘유산(heritage)’ 개념을 도입했다”며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문화재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일본은 1950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재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에 문화를 국가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사용한 독일어 ‘Kulturgüter’를 ‘문화재’라고 번역한 것이다. 
일본도 1950년 이전에는 국보,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등으로 나눠 부르다 이 모두를 통칭할 단어로 문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황권순 문화재청 기획조정관은 “문화재란 말은 일본이 독일어 Kultur(문화)와 Güter(재화·영어로 Goods)의 합성어를 번역한 한자어로 ‘자산’의 개념을 강조해 재(財)라는 용어를 썼다”고 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원용해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재 명칭과 분류 체계를 일본과 거의 유사하게 가져왔다.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로 나뉘던 기존 4개 분류 체계는 앞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3개 분류로 바뀌게 된다. 
국가유산청 조직은 기존 문화재정책국·보존국·활용국 3국이 문화유산국, 자연유산국, 무형유산국, 유산정책국 4국으로 개편된다.(240517)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7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29개(41%)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제품 10개 가운데 4개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와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검출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하며 “매주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해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시험 기관 3곳에 의뢰해 지금까지 총 4차례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크록스 등 어린이 신발을 꾸미는 데 쓰는 플라스틱 장식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 첨가제다. 
이 장식품에선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납도 검출됐다. 납은 암을 일으키는 중금속이다. 
어린이 점토에서는 기준치의 39배가 넘는 붕소가 들어 있었다. 
붕소는 피부 염증과 가려움증, 두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 물질이다.


말랑말랑해 다양한 모양을 연출할 수 있어 ‘액체 괴물’로 불리는 장난감 ‘슬라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 일부 검출됐다. 
이 성분은 호흡기를 자극하고 폐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성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4차례 조사에서 모두 검출됐다. 
알리·테무에서 파는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에 들어있다고 보면 될 정도”라면서 “상당수 제품은 내구성도 약해 잘 부서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삼킬 위험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가정의 달인 5월, 어린이용품을 집중 검사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목걸이 등 어린이 장식품과 가방 등 어린이 가죽 제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5조3000억원)보다 28.3% 늘었다. 
과거에는 미국 직구가 대세였는데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지난해 점유율 48.7%를 기록했다. 
알리는 올해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문제는 안전이다. 정식 수입품은 국내 시험 기관의 인증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지만 알리 등에서 산 직구 상품은 별도의 검사 없이 들어온다. 
서울시를 비롯해 관세청, 소비자원 등이 개별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고는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해외 플랫폼은 국내 플랫폼과 달리 안전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조치가 어려운 데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마저 중구난방”이라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 물질 검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내 한 맘카페에는 “요즘 테무 지옥에 빠져서 미친 듯이 아기 옷을 질렀는데 어떻게 하느냐” “알리에서 몇 번 샀다가 아기 몸에 빨갛게 뭐가 올라온 이후 절대 안 산다” “싸다고 많이 사서 쟁였는데 싹 다 버렸다” 등 여러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알리나 테무에서는 어떤 걸 사도 유해 성분이 있다는 말이 있어 앱을 삭제했다” “알리와 테무는 중국인들도 못 믿는다고 하더라”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알리와 테무 이용자는 줄고 있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앱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명으로 28만2000명(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테무 이용자도 829만6000명에서 823만8000명으로 5만8000명(0.7%) 줄었다.


서울시와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 센터에 접수된 해외 직구 관련 신고도 최근 한 달간 하루 평균 1.2건에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2건)의 6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알리와 테무 측은 “한국 시장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판매 목록에서 빼고 있다”고 했다.(240510)



 

 

 

젊은 부부(25~39세)의 넷 중 하나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엔 젊은 부부의 무자녀 비율이 4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 10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5~39세 청년층 부부의 무자녀 부부 비율은 27.1%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22.2%)보다 4.9%p(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서울의 경우 무자녀 부부 비율이 45.2%를 기록해 20% 초반대를 기록한 경기, 강원 등 지역과 20%p 넘는 격차를 나타냈다.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린여성병원 신생아실이 저출산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자녀 부부 비율이 증가하는 건 주거 불안정 등 경제적 요건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무자녀 부부의 자가(自家) 보유 비율은 2022년 기준 34.6%로 유자녀 부부(52%)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거 불안정은 무자녀 부부의 출산 저해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의 무자녀 부부 비율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란 것이다.


자녀 유무에 따른 아내의 취업 상태 역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자녀 부부는 아내가 취업 상태인 비율이 2013년 53.2%에서 2022년 71%로 올랐지만, 유자녀 부부의 아내 취업 비율은 같은 기간 36.6%에서 40.6%로 4%p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는 “직장 업무와 출산·양육 양립의 어려움으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유자녀 부부에게 많은 것”이라고 했다.(240513)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오는 15일쯤 1000만 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도시4′ 관객은 11일 현재 945만명. 11일 토요일 하루 32만8000명을 동원했다. 
직전 토요일(69만명)의 절반 정도로 줄었으나 1000만 달성은 무난하리라는 관측이다.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기록하면 시리즈 2~4편 3연속 천만 영화가 된다. 한국 영화 최초다. 
천만 영화 탄생은 영화계 전체가 반긴다. 특히 코로나 이후 OTT에 밀린 극장가의 흥행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경쟁사들도 환영한다. 앞서 천만 영화에 오른 ‘서울의 봄’과 ‘파묘’ 때도 그랬다.

 

 


<지나친 상영관 독식으로 비판받는 영화 '범죄도시4'가 수일 내 천만 관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티켓을 찾고 있는 관객의 모습.>

 


‘범죄도시4′는 다르다. 업계 시선이 싸늘하다. 
좌석점유율(전체 좌석 중 배정된 좌석)이 최대 86%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상영관 싹쓸이로 만들어낸 성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 ‘극장이 흥행판을 범죄도시로 만든 결과’라고 비판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12일 통화에서 “한 영화의 점유율 86%는 폭력”이라며 “관객에게 특정 영화만 보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많은 관객이 보길 원해서 점유율이 유달리 높을 수도 있다. ‘범죄도시4′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집계하는 좌석점유율과 좌석판매율에서도 드러난다. 
좌석점유율은 영화관이 보여주려는 영화, 좌석판매율(배정 좌석 중 판매된 좌석)은 관객이 선택한 영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범죄도시4′는 판매율 10%대(100석 중 10여석 판매)에도 상영관을 80% 넘게 차지했다. 
판매율이 8~9%로 떨어졌을 때도 60%대를 유지했다. 이는 앞선 천만 영화와 비교해도 지나친 수준이다. 
‘파묘’는 판매율 57%였을 때도 점유율은 58%였다. 
‘범죄도시3′ 점유율은 최대 76%로 ‘범죄도시4′에 비해 10%포인트나 낮았으며, 판매율이 13%로 하락했을 때 점유율 64%로 떨어졌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운영하던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지점마저 2개관을 ‘범죄도시4′에 내줬다. 
CGV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범죄도시4′에 과하게 좌석이 배정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예술영화 관객이 워낙 적어 부득이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정 영화의 상영관 독점이 이어지면 영화 제작·배급사는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빼앗기고, 관객은 영화를 골라 볼 선택권이 제한된다. 
국내 한 배급사 관계자는 “‘범죄도시4′ 독점 때문에 다른 한국 영화는 속수무책”이라며 “‘범죄도시4′가 하루라도 빨리 1000만을 달성하고 내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만 영화 만들기에 몰두한 ‘범죄도시’ 측이 허위 홍보를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범죄도시’ 측은 지난 8일 ‘’범죄도시4′가 글로벌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며 ‘해외 흥행 수익 5000만달러’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실제론 ‘범죄도시4′ 월드와이드 총 매출 5778만2295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 12일 현재) 중 97%가량이 국내 매출이며, 북미·영국·베트남 등 해외 매출은 약 3%(197만달러)뿐이다. 
“허위 사실까지 퍼뜨리는 무리한 마케팅으로 영화 산업을 병들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장의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사실과 다른 홍보까지 횡행하는 것은 코로나 이후 영화 시장이 축소된 탓도 있다. 
지난해 극장 매출은 1조2614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매출의 66%였다. 관객 수로는 55%에 불과하다. 
CGV 측은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뜰 만한 영화를 밀어줄 수밖에 없다”며 “한국 영화들이 5월 말로 개봉을 미뤄 상영할 영화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인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5월 말 개봉은 극장의 ‘범죄도시' 몰아주기 배정이 확실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CGV 논리는 본말을 전도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천만 영화를 만들었던 한 제작사 대표는 “코로나 이후 관객이 특정 영화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해져 ‘빈익빈 부익부’가 뉴 노멀이 됐다”며 “씁쓸하지만 이런 현실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주문한다. 
최대 상영 횟수를 제한하는 상영상한제와 최소 상영 횟수를 보장하는 상영하한제가 동시에 거론된다. 
이하영 대표는 “‘범죄도시4′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에 상영상한제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예술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다양한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상영 횟수를 제도화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관객몰이를 위해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마케팅 관행 먼저 근절돼야 한다”며 “장기간에 걸쳐 관객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이 영화 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240513)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 오팔 샌디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dB(데시벨)에 달하는 항공기 굉음도 듣지 못했다.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선천적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샌디는 20분도 걸리지 않는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듣고 ‘엄마’ ‘아빠’ ‘안녕’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청각 세포가 기능을 되찾은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9일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통해 샌디를 포함한 난청 유전 질환 아기 2명이 청력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유전자 치료제로 선천성 난청 질환을 고친 생후 18개월의 오팔 샌디(가운데)가 부모와 활짝 웃고 있다. 
정상 유전자를 달팽이관에 주입해 청각 세포가 재생돼 청력을 되찾았다.>

 


이처럼 한 번의 투약으로 희소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유전자 치료제’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선천적 유전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유전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각종 질병을 정복할 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이번 임상에 미국 바이오 기업 리제너론(Regeneron)의 유전자 치료제 ‘DB-OTO’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청력을 되찾은 두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오토페린’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토페린 유전자는 달팽이관에서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리제너론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를 아이들의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정상 유전자가 변이 유전자를 대체하면서 청각 세포가 재생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치료를 진행한 병원 측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전역에 약 2만명이 오토페린 유전자 변이로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청력 장애에 대한 치료법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유전자 치료제는 다양한 유전성 희소 질환 치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앞을 볼 수 없었던 환자의 눈을 뜨게 한 사례도 최근 나왔다. 
지난 6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진 등은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환자 14명의 망막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를 주입한 임상에서 11명의 시력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LCA는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에 문제가 생겨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망막의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CEP290′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10만명 중 2~3명꼴로 나타나는 희소 난치 질환인데, 미국 바이오 기업이 유전자 치료제를 망막에 주사해 효능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가 CEP290의 돌연변이를 잘라내 망막 기능을 복원한 것이다.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카스게비’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승인 받고 겸상 적혈구 증후군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 1월 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하지 강직성 대마비 증후군(HSP)’에 대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HSP는 다리 근육이 점차 뻣뻣해지고 약해져 마비에 이르게 되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이다. 
10만명당 1.8명꼴로 발생하는 희소병이다. 
연구팀은 HSP 발병을 막는 유전자를 바이러스 전달체로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동물실험으로 효능을 확인했다. 
치료제를 투여받은 실험 쥐 다리의 강직성이 줄어들고, 보행 장애가 개선된 것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10일 차바이오그룹은 연면적 6만6115㎡ 규모의 유전자 치료제 시설을 내년 12월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가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회사 ‘라투스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작용하는 유전자 치료제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희소 질환의 경우 유전자 치료제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전자 치료제가 다양한 희소 질환을 정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240511)

 

 

 

지난 1월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는 데이터센터 신설을 제한하는 법이 잇따라 발의됐다. 
세계 데이터센터 6686곳 중 5%에 육박하는 320개가 몰려 있어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 불리는 버지니아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영국 런던시는 지난 2022년 ‘데이터센터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깐깐하게 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한시적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기도 했다.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생기며 전기를 빨아들이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전통 산업 선진국에서 때아닌 ‘구전난(求電難·electricity shortage)’이 벌어지고 있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전기 구하기 전쟁’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전기 걱정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이 한 해 동안 쓰는 전기량(939TWh)과 같아진다. 
204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한 해 판매되는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량만 1GW(기가와트)급 원자력발전소 40개를 돌려야 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전기차,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현재는 물론 미래 먹거리로 세계 각국과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최첨단 산업은 모두 ‘전기 먹는 하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전기가 100년이 지난 AI 혁명 시대에 또다시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내년에는 AI용 반도체를 모두 구동할 만큼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여름철 피크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추가로 38GW(기가와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추계할 때만 해도 전력 수요 예상 증가치는 20GW 정도였는데, 1년여 만에 예측치가 2배 가까이로 뛰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20년 동안 정체돼 있던 전기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400만대 정도였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전 세계에서 1700만대가 넘는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4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차량의 61%에 달하는 73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전기차 1대가 일반 가정 전기 소비량의 절반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신차 판매 5대 중 1대가 전기차”라며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2035년이 되면 전체의 10%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전기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물론 첨단 제조 산업이 집중된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구전난을 먼저 체감하고 있다. 
미국에는 전 세계의 38%를 웃도는 2562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2위 영국(347개), 3위 독일(313개)을 압도하는 1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2022년 130TWh(테라와트시·1TWh=1000GWh)에서 2030년에는 3배인 390TWh로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가정의 3분의 1인 4000만가구가 쓰는 전기 수요와 비슷한 규모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칩스법 등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에 따라 급증하는 제조업도 전력 수급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2021년 이래로 반도체·배터리·태양광 등 미국 내 투자 규모는 5250억달러(약 720조원)에 이른다. 
SK·현대차·한화 등 국내 기업들의 공장도 몰리는 조지아주는 10년 뒤 전기 소비가 현재의 17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이대로면 10년 내에 기존 전력망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전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선진국에서 충분한 전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빅테크들은 상대적으로 전력 사정이 나은 중동·동남아시아 등으로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AI 혁명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과거 제조업 기반을 제대로 못 갖췄거나, 제때 IT 바람을 타지 못했던 국가들에서 구전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최근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며 각국에 ‘투자 보따리’를 풀고 첨단 산업 기지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 인도네시아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4년 동안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일엔 태국을 찾아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AI 기술을 ‘2030 전략’의 핵심 산업으로 꼽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선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7조200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IT 경쟁력 강화에 나선 국가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이라며 “빅테크들은 기술 교육, 인프라 같은 다른 당근도 같이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240513)

 

 

 

청와대가 일반인에게 개방된 지 10일로 2주년이 됐다. 
지난 2022년 5월 개방 이후 지난달까지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은 545만7363명이었다. 
이 중 내국인이 522만4136명이었다.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청와대를 관람한 셈이다.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관람객은 4만275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관람객의 21.7%였다.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러시아인 예고르 자모타예프(25)는 “2주간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서울에 온 첫날 청와대를 찾았다”며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 이렇게 공공에 자유롭게 개방됐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가족 여행으로 서울을 찾았다는 중국인 관광객 원쭈이(25)는 “사실 청와대가 어떤 공간인지 모르고 유명 관광지라고 해 방문했는데, 대통령이 살았던 곳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며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일반에 공개됐던 청와대가 10일 개방 2주년을 맞았다. 
개방 후 지난달까지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은 545만7363명에 달했다. 하루 7400명 이상이 찾은 것이다. 
지난달엔 외국인 관람객이 4만275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관람객의 21.7%였다. 
사진은 이날 오전 드론으로 촬영한 청와대 전경.>

 


청와대를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증가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청와대를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은 8만256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만7364명)보다 약 3배로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청와대를 관광 코스로 인식하고 방문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람이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면서, 국내외 단체 관람객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9일 오후 4시쯤 청와대 정문 앞 도로에는 관광버스 세 대에서 수십 명의 관광객이 내렸다. 
단체 관광객 60여 명은 정문을 바라보며 “청와대다” “드디어 왔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배창호(76)씨는 “직장 은퇴를 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종종 가지는데, 청와대를 처음 관람하러 왔다”며 “안양에서 1시간쯤 걸려 왔는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경남 김해의 한 중학교에서 ‘진로 체험’ 일정으로 단체 관람을 왔다는 공유준(13)군은 “청와대 본관 내부는 마치 호텔 같아서 신기했다”며 “어제 갔던 아쿠아리움보다 더 재밌었다”고 했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었던 청와대 본관이다. 입장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청와대를 도심 공원처럼 이용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영자(61)씨는 “조계사에 들렀다가 즉흥적으로 청와대를 와봤다”며 “나무가 너무 근사해 외부 녹지 공간에 푹 빠졌다”고 했다. 
김씨는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본인들도 데리고 가라고 난리”라며 “앞으로 종종 산책할 계획”이라고 했다. 
종로구의 직장인 이호정(28)씨는 “직장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라 처음 와봤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와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워낙 웅장해 새삼 국격을 느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는 대표적 관광지인 경복궁과 광장시장, 삼청동, 익선동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연계성이 좋다”며 “또 관광지로서 청와대가 입소문을 타면서 코스 여행으로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가 가진 상징성을 살려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511)



 

 

 

‘발전량 0′.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강원 동해시 GS동해전력의 석탄화력발전소 제어실 전광판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595MW급 발전기 2기를 운영하는 이곳은 지난달 16일부터 가동을 전면 중단한 이후 전력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발전소에 들어가 보니 최소한의 조명만 켜진 채 적막이 흐르고 한기가 서렸다. 
정상 가동 때는 땀이 날 정도로 덥고, 소음이 심해 귀마개를 반드시 끼어야만 하는 곳이다. 
동해항에 들어온 운반선에서 발전소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가 멈췄고, 최대 30만t까지 가능한 석탄 저장고에는 꼭 남겨 둬야 하는 최소 용량인 석탄 10만t이 있었다. 
저장고 곳곳이 비어서 가득 차 있던 때의 석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찬가지로 가동이 중단된 또 다른 발전기는 터빈 등이 분리된 채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정비 중이었다.

 

 


<강원 동해시 GS동해전력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송전(送電) 선로 부족으로 전기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전기를 만들 수 있지만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 선로 건설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발전소 가동을 멈춘 것이다. 이에 발전소를 돌리는 데 필요한 석탄도 최소 용량만 남겨놓은 상태다. 
사진은 지난 8일 발전소 직원이 빈 석탄 저장소를 바라보는 모습.>

 


이곳을 포함해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이 각각 지분 29%를 보유한 강릉에코파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29%를 보유한 삼척블루파워와 한국남부발전이 운영하는 삼척빛드림까지 동해안권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전하는 8기 모두 지난달 중순부터 ‘올 스톱’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낼 송전(送電)선로 건설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전기를 생산할 시설을 갖추고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을 지어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도로가 없어 운송할 수 없는 셈이다.


송전선로 부족은 정부와 한전의 송전선 건설 계획이 7년 이상 늦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초 2019년 동해안권에서 경기 가평 등으로 이어지는 8GW짜리 직류 송전 방식 송전선로(HVDC)를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2026년 말까지 미뤄졌다. 
송전탑 등 혐오 시설 설치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컸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탈석탄 기조 속에서 한전이 주민 반발을 이유로 들어 송전선로 건설에 손을 놓았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의 정책 기조로 신규 석탄 발전 사업자가 완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전이 계획된 송전선로 건설을 안일하게 방치했다”고 했다.


멈춰 있는 동해안권 석탄 발전 8기의 발전 총량은 7.4GW로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들여 2042년까지 반도체 공장을 5곳 지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상 전력 수요인 7GW를 수용하고도 남는 규모다. 
또한 동해안권 발전 4사의 건설 투자비는 총 16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전력 생산 시설을 지어 놓고도 송전선로가 부족해 발전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 실정이다.


강릉에코파워는 2022년, 삼척블루파워는 올해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상업 운전에 들어간 삼척빛드림의 발전기도 2016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해 상대적으로 새 발전기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신규 발전기는 이전에 지은 것보다 효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이 적게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송전선로 부족으로 발전 원가가 비교적 낮은 석탄 발전 대신 30%가량 비싼 LNG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수도권에 공급되고 있다. 이는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블랙아웃 우려도 나온다. 블랙아웃은 전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발생하기도 하고 전기가 과잉 공급돼도 송·배전망이 감당하지 못해 벌어질 수 있다.

 

 


<송전선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 GS동해전력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강원 강릉에서 경북 울진에 이르는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용량은 11.4GW다. 
동해안권 원전 8기(8.7GW)와 석탄 발전 8기만 해도 총 16GW라 송전선로는 과포화 상태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1.9GW) 등에 송전 용량을 우선 할당하면서 석탄 발전이 멈추게 됐다.


이로 인해 오는 7월 14일까지는 석탄 발전 8기의 가동이 전면 중단될 계획이다. 
7월 중순 이후 9월까지는 한울원전 3·5호기가 정비에 들어가면서 석탄 발전 2~3기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나, 전력 수요가 감소하는 10~11월에는 다시 멈출 가능성이 크다.


송전선로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동해안권 송전 용량은 총 19.4GW로 현재 운전 중인 모든 발전량을 수용할 수 있었다.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는 사이 신한울1·2호기(2.8GW)가 상업 운전에 들어갔고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까지 완공되며 발전 용량은 되레 늘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서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대한 지역 주민을 설득해 건설 지연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주관으로 석탄 발전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2026년에도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송전선로 확충 계획에 따라 연간 가동률 80%대를 기대하고 발전 사업에 뛰어든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등은 계획보다 확연히 낮은 연간 10~20%대 가동률로 당장 부도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전에 발전 사업을 하던 GS동해전력도 송전망은 그대로인데 신규 사업자가 생겨 송전 용량을 나눠 쓰면서 차질이 생겼다.


민간 사업자는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판매함으로써 인건비, 투자비, 연료비 등 발전 원가를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계획보다 턱없이 부족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서 발전 원가를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GS동해전력,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는 올해 정상 가동 때보다 각각 800억원, 3000억원, 3000억원 정도를 지급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송전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수년 안에 투자받은 금액의 원리금 상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강릉에코파워 관계자는 “원금 상환을 3년 유예받아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이미 디폴트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전소가 멈추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물론 하역 노동자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의 매출 감소 등 지역 경제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240511)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일본 내 관계사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사장은 이날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의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요구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인 지배 관계에 대한 재검토’”라며 “말하자면 라인야후가 대주주인 네이버에게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면서 위탁처인 대주주에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자와 사장은 “총무성 행정지도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라인야후 CEO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을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키워낸 주역으로 꼽히는 신중호 최고상품책임자(CPO)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해 이사회가 전원 일본인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국의 기술력으로 개발돼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라인에서 한국 색깔을 완전히 지워내려는 일본 측의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가진 회사로, 일본 최대의 포털 ‘야후’도 서비스한다.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위탁 관리해온 개인정보의 유출 사고를 문제 삼은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매각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이 그간 일본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총무성 관계자가 국내 언론에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는 지분 매각 강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라인야후 측이 일본 정부가 개입했음을 직접 밝힌 것이다.


이날 결산설명회에서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많은 이용자에게 폐를 끼친 점을 사죄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지분 매각·매입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며 “(네이버에 대한) 우리의 요청은 소프트뱅크가 머저리티(majority·과반수 이상)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데자와 사장은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팔고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데 같은 입장이라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작년 11월 라인의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클라우드가 해킹 당해 약 5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라인야후를 통해 네이버 측 지분 정리를 요구해왔다.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 ‘A홀딩스’다.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 지분을 50%씩 갖고 있어, 한 주만 팔아도 경영권을 잃게 된다.


네이버 지분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기술 협력을 사실상 모두 끊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데자와 사장은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할 것”이라며 “한국 네이버와 연결된 네트워크도 차단하며, 네이버와 위탁은 앞으로 ‘제로’로 할 것”이라고 했다. 
라인야후는 올해 약 150억엔(약 1300억원)을 투자해, 독자적인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만들 계획이다.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CPO의 사내이사직 퇴진도 이날 발표됐다. 
네이버 출신인 신 CPO는 13년 전 라인을 일본에 세운 뒤, 줄곧 운영을 책임져온 인물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다. 
2022년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상장사 임원으로 조사되는 등 일본에서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기업인으로 조명돼왔다. 
신 CPO도 이날 결산설명회에 참석, 이데자와 사장의 옆에 앉았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진 경질로 해석된다. 다만 현 직위(CPO)는 유지한다. 
이데자와 사장은 “경질로는 보지 말아 달라. 시큐리티 강화 측면에서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리자는 논의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라인야후의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될 전망이어서 라인야후 내 한국 측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날 오전에 예정에 없던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라인야후 발표가 사전에 네이버와 충분한 조율이 없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네이버 내부에선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우기’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 출신의 신 CPO가 사내이사에서 퇴임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에 지분까지 넘기게 되면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네이버로선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라인야후 이사회마저 네이버의 배제를 요청하는 상황에선 소프트뱅크와 협상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실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 운영에서 네이버의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네이버로서는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충분한 값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앞서 지난 3일 실적을 발표하며 “일본 총무성의 요구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과 해외 투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할 예정”이라며 “네이버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240509)


☞라인(LINE)

2011년 당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 재팬’이 개발한 메신저. 
일본 내 이용자가 9600만 명으로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기지국 파괴로 통신이 먹통이 되는 일을 겪은 후, 이해진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재난 상황에서도 연락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시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 일본인들은 구조를 요청하고 생존을 확인하는 ‘핫라인’으로 라인을 사용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공작기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안병로(27)씨는 수영 강사였다. 
안씨는 4년제 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수영을 가르치다 2022년 한국폴리텍대 창원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전국에 40개 캠퍼스를 두고 있는 한국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 훈련 기관이다. 
연령 제한 없이 한 학기 130만원 수준 등록금을 내고 2년간 공부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안씨는 “수영 강사로 일하며 부상 위험이 높았고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당시 로봇과 자동화 분야가 유망하다고 생각해 폴리텍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졸업 후 국내 1위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DN솔루션즈에 취직해 로봇을 만들고 작동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배운 기술과 전문성이 있어 수영 강사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학생들이 반도체 세정 공정 실습을 하고 있다.>


안씨처럼 대학 졸업 후 또는 사회 진출 후 다시 폴리텍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폴리텍대에 따르면 올해 폴리텍대 신입생 평균 연령은 23.7세로 처음으로 23세를 넘겼다. 
신입생 평균 연령은 2019년 21세에서 꾸준히 올라 올해는 작년(22.8세)에 비해 한 살 가까이 올라갔다. 
만 23~30세 입학생 비율도 43.4%로 처음으로 40%대에 들었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최근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러 오는 입학생이 늘었다”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배워 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위를 받을 목적으로 폴리텍대에 입학하는 경로는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일반 대학에 진학하듯이 바로 입학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다른 대학에 다니거나 사회 진출 후 직장에 다니다가 입학하는 경로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신입생들의 평균 나이가 올라간 것은 두 번째 경로로 입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을 다녔거나 이미 졸업했는데 다시 폴리텍대에 입학한 이른바 ‘유턴 입학’도 많아졌다. 
2019년 전체 신입생 중 15%였던 유턴 입학자는 꾸준히 늘어 올해는 23.3%를 차지했다.

 

 




폴리텍대는 청년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는 이유로 대기업 정규직 12%와 그 외 88%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꼽는다. 
폴리텍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협력사에 다니는데 폴리텍대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가’ ‘정규직 취업에 폴리텍대 학위가 도움이 되느냐’ 등의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실제 폴리텍대 졸업 후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 졸업생이 많다. 
폴리텍대의 최근 3년간 취업률은 80%에 달한다. 
자동화, 반도체 등 인기 학과는 90%를 넘긴 곳도 있다. 
폴리텍대 영남융합기술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 문성혁(30)씨는 4년제 대학 2곳을 중퇴한 뒤 현대차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 산업용 로봇에 관심이 생겼고, 2022년 폴리텍대에 입학해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현대차 1차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폴리텍대 부산캠퍼스 기계시스템과 전정준(27)씨도 4년제 대학을 자퇴한 후 1년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2020년 폴리텍대에 입학했다. 
국가기술자격증 5개를 취득하고 졸업해 한 자동차부품제조업체 제품개발팀에 입사했다.


폴리텍대는 학생들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바이오,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 미래 유망 분야 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있다. 이런 학과들은 대기업 취업률도 높다. 
바이오의약 분석, 배양공정, 나노소재 등 학과가 설치된 바이오캠퍼스의 경우, 졸업생 대부분이 바이오 제약 분야에 취업했고, 최근 5년 평균 취업률이 89.2%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졸업생 80% 이상이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240507)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있는 21대 국회의원들은 대거 해외 출장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어기구 의원은 지난달 25일 스위스·오스트리아 출장에 나섰고, 사흘 뒤엔 같은 당 신동근·고영인 의원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발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소·어 의원은 스위스의 농업인 직불금 제도와 오스트리아의 산림 정책을 돌아봤다고 했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신·고 의원은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한국의 보건 의료 지원 사업 현장을 돌아봤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자유통일당 황보승희 의원,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도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총회에 참석한다며 우루과이·아르헨티나 순방길에 올랐다. 이 3명은 2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을 때도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과 해병대원 특검법안을 처리한 2일 본회의 직후 의원 두 팀이 또 해외 출장에 나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4일 멕시코 방문에 나섰는데, 여야 의원 5명을 포함해 10여 명을 대동했다. 
이들은 회의 뒤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미국을 들렀다가 18일 돌아올 예정이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을 비롯한 다른 의원 6명도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으로 우즈베키스탄·일본 순방에 나섰다. 
국회에선 이들과 별도로 이번 주말까지 5팀이 더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총선 전까지 의원 34명이 12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4·10 총선 다음 날부터 21대 국회가 끝나는 29일까지 49일간은 의원 57명이 15차례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이다. 
올 들어 한 차례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의원은 77명(중복 제외)으로, 재적 296명의 26.0%에 달한다. 
국회 관계자는 “매번 임기 말에 해외 출장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국제기구 행사 참석이나 의회 외교 차원에서 필요한 출장도 있지만, 외유에 가까운 출장까지 나랏돈으로 다녀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원 출장 상당수에서 ‘외교 일정’에 해당하는 것은 그 나라 관료 면담 1~2건뿐이고, 나머지 일정은 대사관 주재 만찬, 교민 간담회 등 식사 자리다. 그마저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올 초엔 여야 의원 6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구경하고 왔다. 여기엔 9487만원이 들었다. 
한 의원은 지난 3월 동남아 지역 병원 증축식에 참석한다며 출장을 신청해 다녀왔다. 이 출장엔 1793만원이 들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가 이런 해외 출장을 위해 잡아놓은 예산은 매년 커지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16년에 97억6700만원이었던 ‘의회 외교’ 사업 예산은 올해 202억7600만원으로 8년 새 2배로 늘었다.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운영 예산, 의원 단체 지원 예산에서도 일부를 떼어 해외 출장을 간다. 
올해 ‘위원회 운영 지원’ 예산으로는 131억2800만원, ‘국회 활동 관련 단체 지원’ 예산으로는 115억9000만원이 잡혀 있다.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단독으로 또는 의원들끼리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회사무처나 의원 단체 소속 직원들이 ‘의회 외교 지원’ 명목으로 의원들을 수행하고, 현지에선 공관에서 나온 직원들이 이들을 맞이하고 안내한다. 
국회의장의 순방길에는 수행원만 20명이 붙기도 한다. 
항공편 좌석은 비즈니스석이나 1등석, 숙소는 고급 호텔이 지원된다. 
이런 비용 처리를 포함해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는 한 번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지원된다. 
지난 3월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 4명의 영국·독일·네덜란드 방문에는 수행원 20여 명의 출장비를 포함해 7억7750만원이, 지난해 11월 국회부의장의 동유럽 순방에는 1억3474만원이 들었다.


출장 내용이 터무니없어 국회 자체 심의에서 부결되는 출장 계획도 있다. 
‘자전거 타는 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친환경 자전거 도시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8일짜리 해외 출장을 신청했으나 ‘외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당했다. 
다른 여야 의원 3명도 이달 하순 8일간 싱가포르와 호주를 방문해 민간형 국부 펀드 운영과 연금 개혁 방안을 알아보겠다며 출장을 신청했지만, ‘1년 전 출장과 목적과 방문 국가가 똑같다’며 거절당했다.(240507)


 

 

 

대장암 가족력이 없고 첫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다음 내시경 검사는 15년 뒤에 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일 암 연구 센터 마흐디 팔라 박사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진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를 통해 공개했다. 
대장암은 폐암·유방암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3대 암’이다. 
현재 많은 나라에선 첫 대장내시경 때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10년 뒤 재검사’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50세 이후부터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한다.

 

 

<대장암 일러스트레이션.>

 

 

팔라 박사 등 연구진은 스웨덴 국가 등록 데이터를 통해 첫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암 음성 결과가 나온 11만74명을 최대 29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음성 판정 후 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과 15년 뒤 검사를 받은 사람이 추후 대장암 진단을 받거나 대장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팔라 박사는 “대장내시경 주기를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릴 경우, 1000명당 2명이 조기 발견 사례를 놓치고 1000명당 1명이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가족력이 없는 사람은 첫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15년 뒤 재검사를 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별 식습관 등에 따라 검사 권고 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빠르게 서구화된 식습관과 음주·비만 등으로 20~40대 대장암 발생률이 크게 높아졌다. 

미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국 중 1위였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은 “미국·유럽은 대체로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대장내시경 비용이 비싸서 우리나라보다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변비, 혈변, 빈혈, 가늘어진 변 등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해보고, 가족력이 있으면 4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240508)



 

 

 

과거 4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하다는 의미에서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일컫던 말인 ‘국민 평형’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올해 신규 아파트 청약에서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소형 평형 경쟁률이 84㎡가 포함된 중형의 3배에 달했고, 기존 아파트 거래에서도 소형 비중은 늘고 중형은 줄어드는 추세다. 
1·2인 가구 비율이 꾸준히 늘어난 데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설계를 효율화하면서 평수가 작아도 쾌적한 생활이 가능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구 고령화로 1~2인 가구가 더욱 늘어나 ‘미니 아파트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25평형 견본주택을 관람객들이 둘러보는 모습. 
최근 1·2인 가구가 늘고 분양가도 오르면서 과거 국민 평형으로 통했던 34평형 대신 소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5일 본지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의뢰해 올해 청약 신청을 받은 아파트의 평형별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60㎡ 이하가 15.62대1로 가장 높았다. 
60㎡ 이하의 90% 이상이 25평형인 59㎡다. 
84㎡가 포함된 중형(60㎡ 초과~85㎡)의 경쟁률은 4.85대1로 소형에 크게 못 미쳤다. 작년보다 경쟁률이 높아진 타입도 60㎡ 이하뿐이었다.


최근 분양된 단지 중·소형 평형의 인기가 중형을 능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10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60㎡ 이하의 청약 경쟁률이 24.6대1로 84㎡(15.2대1)보다 높았다. 
올해 2월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도 59㎡ 경쟁률이 164.2대1로 84㎡(111.2대1)를 앞질렀다.


기존 아파트 거래에서도 소형 평형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 중 60㎡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32.9%에서 지난해 38.5%로 올랐다. 
같은 기간 60㎡ 초과~85㎡ 비중은 54.5%에서 51.3%로 떨어졌다.

 

 



소형 아파트 인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구 구조 변화가 꼽힌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1인 가구 수는 지난 3월 1002만1413가구로 사상 처음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전체 가구의 41.8%에 달한다. 2인 가구(590만9638가구)까지 더하면 전체의 66.4%에 달한다. 세 집 중 두 집이 소형 아파트의 잠재적 수요층인 셈이다.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간 활용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면서 굳이 비싼 중형 아파트를 살 이유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 
2000년대 이전 건설된 소형 평형은 방이 두 개이거나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59㎡도 방 3개, 화장실 2개가 일반적이고, 드레스룸이 있는 경우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양가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래 수요를 감안할 때 소형 아파트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공사를 시작한 아파트 중 60㎡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7.5%로 60㎡ 초과~85㎡(52.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금까지 소형 아파트 수요는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구매력 있는 60대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요즘 은퇴하는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유지하길 원하고 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심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장년층 수요 증가에 대비해 소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240506)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카페 폭포’에서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서대문구가 지난 1년간 이 카페를 운영해 번 돈으로 지역 대학생과 중고생 60명에게 장학금 총 1억원을 전달하는 행사였다. 
대학생 20명에게는 300만원씩, 중고생 40명에겐 100만원씩 전달했다. 
뇌혈관 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대학생 A씨,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B군 등은 모두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주차장 일부와 창고를 없애고 카페를 만들어, 2011년 인공으로 조성된 ‘홍제 폭포’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개업 1년 1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30만명을 돌파했다.>


이성헌 구청장은 “장학금은 카페를 찾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주신 것”이라며 “1년 전 문을 연 동네 작은 카페가 명소가 되고, 힘겨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주게 되니 기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오는 10월에도 장학금 1억원을 나눠줄 계획이다.


이 카페는 작년 4월 서대문구 홍제천 홍제폭포 맞은편에 2300㎡(약 7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원래 공영 주차장이던 자리에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에 앉아 차를 즐기면서 높이 26m, 폭 60m 규모의 인공 폭포인 홍제폭포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변을 개발하는 ‘한강 르네상스 2.0′에 이어 홍제천과 도림천, 불광천 등 지천(支川)에도 시민 휴식 명소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지천 르네상스’ 1호 사업이다.


원래 하천가에는 카페나 식당을 운영할 수 없었는데,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길이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페 폭포는 규제 완화 이후 서울에 처음 생긴 노천 카페”라면서 “규제 완화와 지자체의 아이디어가 맞물려 새로운 지역 상생 모델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 운영은 서대문구가 직접 나섰다. 
홍제폭포가 있긴 했지만 알려진 명소가 아니다 보니 사업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대문구가 지역 청년들을 바리스타 등으로 채용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했다.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인근 식당, 카페 주인들의 민원이 많아 커피 한 잔 가격도 구청 직영 카페치고는 비싼 4000~500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폭포멍(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멍하게 쉬는 것)’에 빠질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조회 수 10만회가 넘는 영상만 29개에 이른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요즘에는 홍대입구와 함께 외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 코스가 됐다”며 “카페 방문객 3명 중 1명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했다. 
작년 8월 카페 근처에 황톳길을 만든 것도 시너지를 냈다. 
코로나 이후 ‘황톳길 걷기’ 바람이 불면서 카페는 황톳길을 찾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고 한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몰려들자 서대문구는 카페 옆에 있던 제설 장비 기지와 폐기물 집하장을 이전하고 광장과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수시로 공연 등 행사가 열린다. 카페 한편에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도 추가로 만들었다.


또 하나 숨은 인기 비결은 샌드위치다. 
서대문구는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화여대 앞 유명 샌드위치 가게 ‘빵낀과(빵과 빵 사이에 낀 과일)’를 지난해 직접 인수해 운영 중이다. 
빵낀과는 1997년부터 이대 앞 골목을 지킨 유명 샌드위치 가게다. 코로나 등 여파로 작년 6월 폐업했다. 당시 이대 졸업생들이 찾아와 폐업을 말리기도 했다.


서대문구는 이 가게 샌드위치를 ‘카페 폭포’에서도 판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좋아해 하루 60~70개씩 팔린다”며 “양쪽 모두 이득”이라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카페 폭포’의 매출은 10억원, 방문객은 30만명을 넘었다. 서대문구는 “커피는 20만잔 이상 팔았다”고 했다. 
“수익을 내면 청년들 장학금을 주자”는 아이디어는 이성헌 구청장이 냈다고 한다. 지난 3월 관련 조례도 구의회를 통과했다.(240506)


 

 

 

월남한 아버지가 남긴 유산 중 196억여 원을 북한에 있는 아들 1명과 딸 1명이 상속받은 사실이 28일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 남매는 아버지가 월남해 새로 꾸린 가족들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과 ‘상속 재산 분할 소송’을 우리 법원에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남매가 상속받은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할 수는 없다. 
또 이들은 상속 관련 소송을 대리한 국내 법무법인과 ‘변호사 수임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월남한 안모씨는 지난 2012년 3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산은 서울 건물과 경기 남양주·구리 토지 등 수백억 원대로 추정됐다. 
안씨는 북한에 아들 1명과 딸 1명이 있는 상태에서 월남한 뒤 남한에서 세 자녀를 더 뒀다고 한다.


‘북한 남매’가 ‘남한 가족들’을 상대로 “우리 몫의 유산을 나눠 달라”는 소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앞서 남한에 있는 안씨 가족들 간에 상속 재산 배분을 둘러싼 소송이 지난 2013년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2015년쯤 ‘중개인’이 등장해 북한 남매에게서 상속 관련 권한을 위임받아 소송을 대신 냈다.


북한 남매는 지난 2018년 자신들이 안씨의 자녀라는 ‘친자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어 2019년 자신들이 받아야 할 상속 몫을 돌려 달라는 ‘상속 재산 분할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에 따라 안씨의 유산 가운데 196억2400여 만원을 북한 남매가 상속받게 된 것이다. 
상속 재산에는 경기 남양주 소재 93억8000여 만원대 토지, 은행 예금 85억8900여 만원, 서울 중구 소재 8억4000여 만원대 건물 등이 포함됐다.

 

 




북한 남매가 안씨 유산을 상속할 수 있게 된 근거는 지난 2012년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이다. 
이 법에 따라 북한 자녀들은 상속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 상속이 이뤄진 날로 부터 10년 이내에 상속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상속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라도 실제 상속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면 청구할 수 없다. 
최장 10년까지만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은 현행 민법에 규정된 일반 상속 회복 청구 기간과 동일하다.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북한 남매가 상속받은 안씨 유산은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보존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상속받은 남한 자산이 북한에 넘어가 군사 용도 등으로 전용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특례법의 취지다.


북한 남매가 상속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공공 복리 등을 저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가하면 안 된다고 특례법이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속받은 북한 주민에게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준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북한 남매가 탈북해 국내에 들어와 재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당국도 이 소송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남매의 탈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남북 통일이 되면 남매가 재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남매는 자신들의 상속 소송을 성공적으로 대리했던 국내 법무법인과 송사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은 북한 남매의 위임을 받은 중개인과 ‘총 상속 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성공 보수로 한다’ ‘북한 남매가 받게 되는 상속 재산에서 성공 보수를 먼저 지급받는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상속액이 196억2400여 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성공 보수는 58억8700여 만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남매는 ‘성공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법무법인은 이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남매가 이겼지만, 3심은 결과가 조금 달라졌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성공 보수 계약은 무효지만 소송 위임 계약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는 지급돼야 한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40429)



☞남북가족특례법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을 상대로 가족 관계를 증명해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절차 등을 규정한 특별법으로 지난 2012년 5월 시행됐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이 상속을 받더라도 그 재산은 법원이 선임한 재산 관리인이 보존해야 한다. 
남한 재산이 북한에 유출돼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없게 하려는 것이다.

 

 

 

50억~60억원대 재산을 가진 자산가보다 40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가 보유한 총자산 규모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25일 하나금융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 하나은행 웰스리포트’를 발표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07년부터 매년 부자들의 금융 형태를 보고서로 내고 있다. 
올해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특별 항목으로 추가했다. 
보고서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를 부자로, 금융자산이 1억원 미만인 경우를 일반 대중으로 규정했다. 
이번 조사는 총 26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대중과 부자에게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삶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부자(69.8%)가 일반 대중(34.9%)보다 2배가량 높았다. 
돈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처음엔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총자산이 30억원가량인 경우 만족도가 65.8%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50억원 미만인 경우 만족도는 70.7%로 올랐다.

 

 




그런데 50억원 이상 구간이 되자 통념과 다른 조사가 나왔다.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60억원 미만 구간에서 삶의 만족도는 66.7%, 70억원 미만 구간에서도 삶의 만족도는 68%에 머물러 50억원 미만 구간(70.7%)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그런데 총자산이 70억원을 넘어가자 만족도가 높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82.7%까지 다시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삶의 만족에 경제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돈의 규모만큼 행복이 무한정 커지는 것은 아님을 확인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연간 총소득과 총소비액 기준 각각 4억원, 2000만원까지 삶의 만족률이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하거나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소득이나 소비 수준과 삶의 만족도도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부자들은 올해 경기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 조사와 비교해 긍정적 전망 비중이 늘었다. 
부자들 중 63%는 올해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고, 부동산 경기의 경우 부정적 전망은 67%로 나타났다. 
다만 실물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이들은 33%로 지난해(16%)보다 17%포인트 늘었다.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비율도 37%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늘었다.


한편 부자들은 일상생활 습관에서도 일반 대중과 차이를 보였다. 
부자의 평균 수면 시간은 7.3시간으로 일반 대중(7.8시간)과 비교해 0.5시간 짧았다. 
연간 독서량도 부자는 평균 10권으로, 일반 대중(6권)과 비교해 높았다.(240426)



 

 

 

인사혁신처가 5년마다 시행하는 공무원 총조사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공무원이 122만명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때 시행한 2018년 조사에선 107만명이었는데 15만명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 채용된 MZ 공무원들의 만족도는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10명 중 3명은 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공직 생활에 보람을 느낀다는 공무원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30일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23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공무원은 122만1746명으로 조사됐다. 
2018년 조사에선 106만8629명이었다. 5년 새 15만3117명(14.3%) 증가했는데, 대부분 문재인 정부 때 증가했다. 이른바 ‘청년 일자리 창출’ 명목 등으로 공무원수를 늘린 영향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인 2022년 5월 기준 공무원수는 116만2597명이었다. 
신규 공무원 채용을 급하게 늘린 결과 재직자 평균 연령은 43.0세에서 42.4세로 0.6세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늘린 신규 채용 공무원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공직생활에 보람을 느끼는지 묻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 이하(34.2%)와 30대(31.7%)는 평균(41.5%)을 밑돌았다. 
40대는 38.9%, 50대 이상은 57.3%였다. 반면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이하와 30대가 각각 26.4%, 29.2%로 평균(21.3%)을 웃돌았다. 40대(21.7%)는 평균치였으며 50대 이상은 10.7%였다.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내가 받는 보상(봉급, 수당, 각종 복지혜택 포함)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적정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20.9%에 불과했다. 
20~30대는 60%가량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20대 이하에선 이 비율이 67.9%에 달했다. 30대 역시 61.9%가 보상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MZ세대 공무원들은 낮은 보수에도 불만이 많지만, 경직적인 공무원 문화와 과도한 악성 민원 등에 대한 스트레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월에 낸 보고서에서 “과거 관 주도의 일방주의적 행정과는 달리 국민들의 행정 서비스 요구가 분출하면서 행정업무가 급증함에 따라 민원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신규 임용 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MZ세대가 인지하는 직무 스트레스와 이직 의도에 대한 영향력이 모두 기성세대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워라밸’ 또한 나빠졌다.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은 22.7%로 나타났다. 

5년 전(24.7%)보다 비율이 낮아졌다. 반면 4시간 이상 초과근무하는 공무원 비율은 같은 기간 8.3%에서 10.7%로 올랐다. 
이직을 고민한다는 응답자는 34.3%이고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로는 낮은 급여 수준(51.2%), 과도한 업무량(9.8%), 경직된 조직문화(8.7%) 등이 꼽혔다.


평균 재직연수는 5년 전 대비 2년 줄어든 14.2년으로 조사됐다. 
교육 공무원이 16.5년으로 가장 길었고 국가 공무원 14.2년, 경찰 및 소방 공무원 14.1년, 지방 공무원 12.8년이었다. 
특히 지방 공무원은 5년 전보다 3년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공무원 개인의 만족도가 낮아진 한편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무원이 늘면 규제를 만들고, 늘어난 규제가 공무원 자리보전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가공무원 1000명당 등록규제 건수는 2009년 21.2건에서 2013년 24.8건으로 증가했다. 
프랑스 연구진이 1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40년간 일자리 동향을 조사한 결과, 공공 부문 일자리가 1개 늘어날 때 1.5개의 민간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40501)



 

 

 

“시부야 길거리에 세븐틴의 새 앨범이 상자째 폐기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심하네요….”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한 일본인 네티즌이 지난 30일 올린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도쿄도 시부야의 한 백화점 인근 공원에 하이브 산하 보이그룹 세븐틴의 베스트앨범(기존 히트곡을 모은 앨범) ‘17 IS RIGHT HERE’가 종이 상자 수십 개에 담긴 채로 버려진 모습이 담겼다. 
“’마음껏 가져 가세요’란 메모와 함께 버려졌다” “지금은 전부 쓰레기봉투에 담겨 치워졌다” “투기 장소는 사유지로, 쓰레기 투기 감시 카메라와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등 여러 목격담 게시물도 잇따랐다. 
이 앨범 발매 하루 만의 일이었다. 시부야는 도쿄 내에서 K팝 성지로 꼽힌다. 대형 음반점 타워레코드는 5층을 K팝 전용 층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30일 일본 도쿄도 시부야 거리에 버려졌다고 X를 통해 퍼진 세븐틴 새 앨범 사진. 
일본 네티즌은 해당 사진 게시물에 “유감스럽게도 K팝 팬덤에선 익숙한 장면”이라고 적었다.>

 


앨범을 대량으로 사고 버리는 문제는 ‘K팝의 고질병’으로 지적된다. 
새 앨범이 이처럼 대량으로 버려지는 이유는 이른바 ‘미공포’와 ‘사인회·팬미팅 응모권’ 때문이다. 
미공포란 미공개 포토카드의 줄임말. 앨범을 사면 지급받는 ‘랜덤 포토카드’를 말한다. 
포함된 속지 구성을 달리한 앨범 종류 뿐 아니라 구매처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미공포 형태, 지급 숫자가 랜덤으로 달라진다. 
좋아하는 멤버 사진이 나올 확률을 높이려고 여러 구매처를 전전하며 앨범을 수십장씩 구입한다. 
한국소비자원 지난해 설문에 따르면 K팝 음반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인 52.7%가 “포토카드 등 굿즈를 모으려고 앨범을 샀다”고 답했다.


앨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K팝 팬들이 2021년 결성한 ‘케이팝포플래닛’은 앨범을 다량 구매하더라도 실물 앨범은 원하는 만큼만 받아가는 ‘그린 옵션’을 달라고 음반 기획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세븐틴 앨범도 랜덤 포토카드가 든 형태로 발매됐다. 발매 첫날에만 226만장이 팔렸다. K팝 베스트앨범 중 최다 판매 기록이다. 
소셜미디어에선 앨범 포장을 뜯고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토카드만 골라내는 일명 ‘앨범깡’ ‘포토깡’ 후기가 인기다. 
한 앨범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포토카드가 전체 몇 종이고, 각각 어떤 형태인지 이 후기를 조합해야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구매 대행업자가 트럭째 앨범을 사서 ‘미공포’만 별도 판매하고, CD는 전부 폐기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했다.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분쟁도 앨범 폐기물 문제를 다시 환기시켰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랜덤 카드 만들고, (앨범)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이브의 행태를 공격했다. 
민 대표는 “(음반 판매량이) 계속 우상승 하면 팬들에게 부담이 다 전가된다. 연예인도 팬사인회 계속해서 너무 힘들다. 멤버들이 기죽을까 봐 앨범 사고 또 사고. 지금 음반시장 너무 잘못됐다”고 했다. 
최근 하이브를 비롯한 대형 K팝 기획사들이 앨범 폐기물 해결법으로 친환경 포장지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녹는 종이,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종이는 다 녹는다. 차라리 앨범을 덜 찍게 만들어야지”라고 지적했다.


대중문화계 전문가 단체 ‘문화연대’는 지난 1일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갈등 원인을 진단하는 토론회에서 ‘대량 앨범 구매 문화’를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경이로운 앨범 판매량’ 등 하이브 산하 자회사들의 과도한 성과 경쟁이 갈등 원인이 됐고, 팬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강혜원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는 “팬들이 사인회를 위해 앨범을 수백만원어치씩 사고, 죄책감을 떨치려고 남은 앨범을 기부하는 식의 문화가 심각하게 만연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팝 시장의 ‘음반 차트 줄세우기 문화’도 음반 폐기물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 
K팝 아이돌 그룹별 인기 척도가 되어버린 ‘초동(앨범 발매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수치 경쟁이 대표적이다. 
K팝 앨범 판매량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K팝 아이돌 성과를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공식 자료가 사실상 관세청 앨범 수출량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대부분 데이터는 소속사들이 독점하고 있는데, 차트 성적에 유리한 실물 앨범 판매량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대체할 K팝 데이터와 집계 기준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240504)


 

 

 

내년부터 군 복무 병사들의 목돈 마련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장병 내일 준비 적금’의 규모가 커진다. 
지금은 병사가 군 복무 기간인 18개월 동안 매월 최대 40만원씩 총 720만원을 적금에 부으면, 같은 액수(720만원)만큼 나라에서 지원해준다. 여기에 이자가 붙어 총 1469만원을 전역 때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월 납입 한도가 55만원으로 약 38% 확대되고, 정부 지원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제대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2019만원이 된다. 
앞서 국방부가 이런 계획을 내놨는데, 예산 권한을 쥔 기획재정부가 이번에 확정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역 때까지 모은 목돈을 자기 계발이나 창업 등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1일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에 청년들의 소득을 늘리고 취업을 돕기 위한 대책을 다수 반영했다. 
청년층의 사회 진출을 독려해 경제 전체의 잠재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청년들에게 취업 상담을 해주고 직업 훈련을 시켜주는 ‘청년고용올케어 플랫폼’도 생긴다. 
이 플랫폼에선 교육부가 갖고 있는 대학생의 신상 정보와 고용노동부가 보유한 구직·취업 관련 정보가 연계된다.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때 고용서비스 제공에 동의하면, 해당 학생에게 상담 서비스, 직업 훈련 등을 지원한다. 
현재는 교육부와 고용부 간의 데이터베이스(DB)가 단절돼 있는데, 이를 개선해 약 141만명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신청자들의 향후 취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위한 지원 방안도 나왔다. 
현재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월 수십만원씩 지원해주는 ‘꿈사다리 장학금’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소·중견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지급해 온 ‘희망사다리 장학금’도 저소득층을 우선 선발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고졸 전형 등을 통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원 가운데 고졸자 비율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나왔다.(240502)

 

 

 

산림청 산하의 한국치산기술협회가 지난해 공공기관 가운데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관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1701만원이었고, 그중 54%인 6279만원이 성과급이었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산업은행(1억1300만원)과 중소기업은행(1억861만원) 등 금융기관들의 평균 연봉을 제친 것이다.


1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 정보를 공시한 공공기관 327곳의 일반 정규직 평균 연봉은 7012만원이었다. 
치산기술협회 직원들은 그보다 67% 많은 급여를 받은 것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국치산기술협회 사옥.>

 

치산기술협회의 수입 원천은 정부 재정이다. 
이 기관은 주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용역을 받아 산사태와 홍수 등에 대비한 사방(砂防) 사업 관리와 평가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기관 수입 187억9200만원 가운데 168억5000만원(90%)이 정부 예산에서 나왔다. 
“나랏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치산기술협회는 지난 2008년 사방협회라는 이름의 산림청 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기준 임직원은 78명이었다. 협회장은 산림청장과 차장 출신 전관들이 차지해왔다. 최병암 현 회장도 산림청장 출신이다.

 

 




2022년까지 치산기술협회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대였다. 성과급도 2022년에는 2711만원으로 기본급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산사태와 수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 기관으로 투입되는 정부 재정이 늘었다. 
치산기술협회의 정부 사업 수입은 2020년 6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168억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성과급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수입에서 지출을 뺀 수익 55억700만원 가운데 48억3000만원가량(약 88%)이 성과급으로 쓰였다. 
이 기관 보수 규정에는 ‘회장이 수익금 범위 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최병암 회장은 “지난 2021년 신사옥이 완공되기 전까지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성과급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치산기술협회가 지난해까지 특수법인이었고 올해 처음 산림청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특수법인은 공공기관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적인 부분은 (정부 통제를 받지 않고)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맡아서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실상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특수법인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남는지 등을 관리·감독하는 게 기본”이라며 “정부가 사업 일부를 소관 기관에 떠넘기고, 관리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1일 보도 참고 자료를 내고 “치산기술협회를 대상으로 성과급 환수, 관련자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240502)



 

 

 

10년 전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성장이 2년가량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키와 발 길이 등이 거의 다 크는 나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남학생은 16세에서 14세로, 여학생은 15세에서 13세로 빨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사이즈코리아 성과발표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인체치수 조사 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부는 3차원 스캐너를 활용, 7~19세 아동·청소년 111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키, 몸무게, 다리·팔 길이, 허리둘레 등 총 314개 항목을 조사했다.

 

 




사이즈코리아는 1979년 1차를 시작으로 5년 주기를 원칙으로 시행하는 전 국민 신체측정사업이다. 
8차 사업은 2020~2021년 성인, 2022년 고령자, 지난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했으며, 올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지난해 조사에서 10년 전인 2013년 6차 조사와 비교해 남자 초등학생 키는 4.3cm, 여자는 2.8cm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자 중학생은 7.4cm, 여자 중학생은 3.3cm, 남자 고등학생 2.2cm, 여자 중학생은 1.9cm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균키는 남자 초등학생은 139.2cm, 중학생은 165.3cm, 고등학생은 173.2cm에 달했으며, 여자 초등학생은 137.1cm, 중학생은 158.4, 고등학생은 161.7cm로 조사됐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키는 남녀 모두 6차 조사에선 5차(2004년)와 비교해 1cm가량 커지는데 그쳤지만, 6차와 8차 조사를 비교하면 차이가 남학생은 4.3~7.4cm, 여학생은 2.8~3.3cm 커졌다. 고등학생도 남녀 모두 2cm 안팎 더 컸다.


이 같이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키와 발길이 등 신체 길이 성장이 최대치에 근접하는 시점은 남자는 16세에서 14세로, 여자는 15세에서 13세로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성장이 빨리 이뤄지면서 아동·청소년 평균키는 20~84세 성인 대상 조사에서 나온 수치와 일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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