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가사 관리자)를 국내에 도입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인력 파견국인 필리핀 정부는 이달 초 한국에서 일할 가사 관리자 선발 공고를 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가사·육아 도우미 같은 돌봄 업종은 맞벌이 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분야다. 종전엔 결혼 이민자나 외국 국적 동포에게만 돌봄 업종 취업을 허용했는데, 이번에 시범 사업을 시작하며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개방한 것이다. 
서울에서 먼저 하는데,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 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오는 6월 21일 가사 관리자 선발을 마친다. 
자격 요건은 24~38세 육아 돌봄 자격증 소지자이며, 한국어 시험과 한국어·영어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상위 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신원 검증과 마약류 관련 검사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 가사 도우미가 아닌 돌봄 자격증을 지닌 ‘케어 기버’(care giver·돌봄 제공자)가 들어오는 것이라 일과 육아 양립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발된 가사 관리자 100명은 정부에서 인증한 서비스 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은 후, 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다. 

입국 후엔 4주간 한국 문화 교육 등을 받고 오는 9월쯤 선발된 가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 권역에 거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다자녀 가정 등에 들어갈 예정인데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은 조만간 대상 가정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시범 사업은 당초 지난해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사 관리자의 업무 범위를 두고 양국 정부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도입이 늦춰졌다. 
필리핀 정부는 육아만 하길 원했지만, 우리 정부는 가사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와 한국 고용노동부 명의로 나간 현지 공고에 따르면, 가사 관리자는 아이 돌보기뿐 아니라 아동을 위한 목욕, 청소, 요리 등을 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아이 돌봄 범위 내에서 가족 전체를 위해서도 ‘보조적으로 간단한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 부담을 줄이자는 제도 취지를 위해 육아뿐 아니라 일부 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렇게 정해도 업무 범위 등을 두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계약 때 필리핀 가사 관리자에게 업무 범위를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쟁점이었던 필리핀 가사 관리자의 노동시간과 임금도 결정됐다. 
양국은 6개월 시범 사업 기간에 주당 최소 30시간 근로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할 경우 가사 관리자는 최소 월 154만원가량을 보장받는다. 
최저임금이 바뀌면 그에 따라 받는 금액도 달라진다.


이들이 40시간가량 일할 때 받는 금액은 월 206만원가량으로 늘어난다. 
부부의 가사·육아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비용이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리핀 가사 관리자를 먼저 도입한 홍콩은 월 1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돌봄 업종에 한해 최저임금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자칫 외국인을 차별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데다 돌봄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생겨 근로를 꺼리는 역효과 등이 만만찮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할 것인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21일 첫 번째 전체 회의를 열 계획이다.(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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