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한 아버지가 남긴 유산 중 196억여 원을 북한에 있는 아들 1명과 딸 1명이 상속받은 사실이 28일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 남매는 아버지가 월남해 새로 꾸린 가족들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과 ‘상속 재산 분할 소송’을 우리 법원에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남매가 상속받은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할 수는 없다. 
또 이들은 상속 관련 소송을 대리한 국내 법무법인과 ‘변호사 수임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월남한 안모씨는 지난 2012년 3월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산은 서울 건물과 경기 남양주·구리 토지 등 수백억 원대로 추정됐다. 
안씨는 북한에 아들 1명과 딸 1명이 있는 상태에서 월남한 뒤 남한에서 세 자녀를 더 뒀다고 한다.


‘북한 남매’가 ‘남한 가족들’을 상대로 “우리 몫의 유산을 나눠 달라”는 소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앞서 남한에 있는 안씨 가족들 간에 상속 재산 배분을 둘러싼 소송이 지난 2013년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이후 2015년쯤 ‘중개인’이 등장해 북한 남매에게서 상속 관련 권한을 위임받아 소송을 대신 냈다.


북한 남매는 지난 2018년 자신들이 안씨의 자녀라는 ‘친자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어 2019년 자신들이 받아야 할 상속 몫을 돌려 달라는 ‘상속 재산 분할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에 따라 안씨의 유산 가운데 196억2400여 만원을 북한 남매가 상속받게 된 것이다. 
상속 재산에는 경기 남양주 소재 93억8000여 만원대 토지, 은행 예금 85억8900여 만원, 서울 중구 소재 8억4000여 만원대 건물 등이 포함됐다.

 

 




북한 남매가 안씨 유산을 상속할 수 있게 된 근거는 지난 2012년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이다. 
이 법에 따라 북한 자녀들은 상속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 상속이 이뤄진 날로 부터 10년 이내에 상속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상속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이내라도 실제 상속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면 청구할 수 없다. 
최장 10년까지만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은 현행 민법에 규정된 일반 상속 회복 청구 기간과 동일하다.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북한 남매가 상속받은 안씨 유산은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보존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상속받은 남한 자산이 북한에 넘어가 군사 용도 등으로 전용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특례법의 취지다.


북한 남매가 상속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공공 복리 등을 저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가하면 안 된다고 특례법이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속받은 북한 주민에게 재산을 직접 사용·관리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준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북한 남매가 탈북해 국내에 들어와 재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당국도 이 소송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남매의 탈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남북 통일이 되면 남매가 재산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남매는 자신들의 상속 소송을 성공적으로 대리했던 국내 법무법인과 송사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은 북한 남매의 위임을 받은 중개인과 ‘총 상속 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성공 보수로 한다’ ‘북한 남매가 받게 되는 상속 재산에서 성공 보수를 먼저 지급받는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상속액이 196억2400여 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성공 보수는 58억8700여 만원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남매는 ‘성공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고, 법무법인은 이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남매가 이겼지만, 3심은 결과가 조금 달라졌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성공 보수 계약은 무효지만 소송 위임 계약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는 지급돼야 한다”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40429)



☞남북가족특례법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을 상대로 가족 관계를 증명해 재산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절차 등을 규정한 특별법으로 지난 2012년 5월 시행됐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이 상속을 받더라도 그 재산은 법원이 선임한 재산 관리인이 보존해야 한다. 
남한 재산이 북한에 유출돼 다른 용도로 전용될 수 없게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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