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서울의 모든 수도 계량기가 디지털 계량기로 바뀐다.
AI(인공지능)가 수도 검침원 대신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파악해 수도 요금을 매긴다.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해 1924년 처음 계량기를 도입한 지 116년 만에 벌어질 변화다.
서울시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스마트 검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 총 2700억원을 들여 서울 각 가정의 낡은 기계식 수도 계량기를 모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계량기로 교체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4차 산업 기술을 도시의 수도(水道) 행정에도 접목하려는 것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라며 “이미 5년 전부터 디지털 계량기를 쓰고 있는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전역에 설치된 수도 계량기는 총 227만대다.
지금은 서울시설공단 소속 검침원 352명이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해 직접 수도 계량기를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 1인당 한 달 평균 3000대의 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며 “하루 100대꼴로 격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수도 계량기가 집 안에 있는 경우 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검침 자체가 불가능하다.
계량기가 너무 낡아 숫자가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상수도는 계량기가 지하에 있어서 검침원들이 40㎏짜리 맨홀 뚜껑을 열고 내려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 고지서를 두 달에 한 번 발송하는 이유다.
기존 기계식 계량기에는 작은 날개와 톱니바퀴가 들어 있다.
수돗물이 흐르면서 날개와 톱니바퀴를 돌리고 숫자판이 하나씩 올라가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새로 도입하는 디지털 계량기에는 다양한 전자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사물 인터넷 기술이 담긴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측정하고 서울시 서버로 전달한다.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바로 요금을 정산한다. 디지털 계량기 안에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단말기가 내장돼 있다.
사람 검침원이 AI 검침원으로 바뀌면 검침 관련 오류와 민원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도 요금 검침과 관련해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은 80만건에 달한다.
대중교통 요금, 교통 체증 등 교통 관련 민원 다음으로 많다.
수도 요금 검침 민원 중에서는 이사를 가면서 발생하는 수도 요금 정산 분쟁이 30만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 계량기를 도입하면 실시간으로 요금이 정산되기 때문에 이사 전후 누가 얼마나 수돗물을 썼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관련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수돗물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어 건물 내부의 보이지 않는 누수(漏水)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두 달 단위로 나오는 요금 고지서를 받아봐야 누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누수 사실을 빨리 파악해 조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연간 누수 신고는 서울에서만 4만 건에 달한다.
서울시는 디지털 계량기에 온도 감지 센서를 달아 겨울철 동파 사고도 예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동파 사고는 서울에서만 매년 3000건 이상 발생한다.
문제는 수도 검침원들의 고용이다.
수도 검침원은 1970년대 각 가정에 수도가 본격 보급되면서 신종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전기 검침원, 가스 검침원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의 흐름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침원들은 50대 이상이 많다”며 “2040년이면 상당수가 퇴직하고 남은 인력은 계량기 수리·관리직으로 전환해 계속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모든 수도계량기를 디지털로 바꾸면 이른바 ‘수돗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AI로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독거 노인, 중증 장애인, 1인 가구 등의 복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독거 노인 가구의 수돗물 사용량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바로 119 구조대를 출동시키는 등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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