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제품 7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29개(41%)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제품 10개 가운데 4개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해 물질 중에는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와 논란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도 검출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 확보 대책’을 발표하며 “매주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해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시험 기관 3곳에 의뢰해 지금까지 총 4차례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크록스 등 어린이 신발을 꾸미는 데 쓰는 플라스틱 장식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학 첨가제다. 
이 장식품에선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납도 검출됐다. 납은 암을 일으키는 중금속이다. 
어린이 점토에서는 기준치의 39배가 넘는 붕소가 들어 있었다. 
붕소는 피부 염증과 가려움증, 두통, 설사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 물질이다.


말랑말랑해 다양한 모양을 연출할 수 있어 ‘액체 괴물’로 불리는 장난감 ‘슬라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 일부 검출됐다. 
이 성분은 호흡기를 자극하고 폐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성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탈레이트계 첨가제는 4차례 조사에서 모두 검출됐다. 
알리·테무에서 파는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에 들어있다고 보면 될 정도”라면서 “상당수 제품은 내구성도 약해 잘 부서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삼킬 위험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가정의 달인 5월, 어린이용품을 집중 검사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목걸이 등 어린이 장식품과 가방 등 어린이 가죽 제품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5조3000억원)보다 28.3% 늘었다. 
과거에는 미국 직구가 대세였는데 알리·테무 등 중국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지난해 점유율 48.7%를 기록했다. 
알리는 올해 2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818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국내 2위에 올랐다.


문제는 안전이다. 정식 수입품은 국내 시험 기관의 인증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지만 알리 등에서 산 직구 상품은 별도의 검사 없이 들어온다. 
서울시를 비롯해 관세청, 소비자원 등이 개별적으로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고는 있지만, 범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해외 플랫폼은 국내 플랫폼과 달리 안전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조치가 어려운 데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마저 중구난방”이라며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 물질 검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국내 한 맘카페에는 “요즘 테무 지옥에 빠져서 미친 듯이 아기 옷을 질렀는데 어떻게 하느냐” “알리에서 몇 번 샀다가 아기 몸에 빨갛게 뭐가 올라온 이후 절대 안 산다” “싸다고 많이 사서 쟁였는데 싹 다 버렸다” 등 여러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알리나 테무에서는 어떤 걸 사도 유해 성분이 있다는 말이 있어 앱을 삭제했다” “알리와 테무는 중국인들도 못 믿는다고 하더라”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알리와 테무 이용자는 줄고 있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앱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명으로 28만2000명(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테무 이용자도 829만6000명에서 823만8000명으로 5만8000명(0.7%) 줄었다.


서울시와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 센터에 접수된 해외 직구 관련 신고도 최근 한 달간 하루 평균 1.2건에 그쳤다. 
1년 전 같은 기간(2건)의 6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알리와 테무 측은 “한국 시장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판매 목록에서 빼고 있다”고 했다.(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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