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에선 듣기 어려웠던 일본 노래가 안방극장을 들썩이고 있다. 
최근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 로또’에는 1980~1990년대 일본에서도 인기를 누렸던 가수 김연자가 데뷔 50년 만에 국내 방송에서 처음으로 일본 노래를 불렀다. 
앞서 MBN 예능 프로그램 ‘한일가왕전’에 출연한 일본 가수들이 부른 노래는 유튜브에서 500만~6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연자는 “K팝의 성공이 K트로트 시장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면서 “한일 교류의 새 지평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TV조선 '미스터 로또' 갈무리>

 


2004년 정부의 일본 문화 전면 개방 조치 이후에도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일본 노래에 대한 빗장이 풀리고 있다. 
과거엔 ‘왜색(倭色)’이란 이유로 국내 노래가 금지곡이 되는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본 노래가 일본어 가사 그대로 방송에 나오는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왜색의 실질적 해금”으로 해석했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면서 특정 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이 강해져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면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르는 등 경제적 자신감이 그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히토리 사카바데 노무 사케와 와카레나미다노 아지가 스루(홀로 술집에서 마시는 술은 이별의 눈물의 맛이 난다)~.”

 

 


<최근 방영된 TV조선 예능 '미스터 로또'에서 가수 진해성이 일본 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슬픈 술'을 부르고 있다. 

TV 화면 자막에는 일본어 가사와 우리말 해석이 함께 올랐다.>

 


지난달 1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터 로또’. 
가수 진해성이 짙은 중저음으로 노래를 부르자 방청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카메라에 잡혔다. 
방송 화면에는 일본어 가사와 한국어 해석을 자막으로 달았다. 
이날 진해성이 부른 노래는 일본의 ‘국민 가수’ 미소라 히바리(1937~1989)의 ‘슬픈 술(悲しい酒·가나시이 사케·1966)’. 
나훈아가 2002년 한일문화교류 기념 특별 앨범에 수록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알려진 노래다.


이날 방송은 일본에서도 활동했던 가수 김연자의 후예를 발굴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진 무대. 
김연자는 사이조 히데키의 1983년 곡 ‘갸란두(ギャランドゥー)’를 열창하는 등 50년 노래 인생 처음으로 국내 방송에서 일본 노래를 불렀다. 
김연자는 “일본 대중 음악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한국 방송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감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감성에 반했다” “신선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일본 노래가 방송에 왜 나오느냐 같은 반응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앞서 지난 4월부터 MBN이 방송한 ‘한일가왕전’은 아예 일본 가수들이 한국 프로그램 무대를 누볐다. 
일본 대표로 등장한 스미다 아이코(18)가 부른 곤도 마사히코의 1981년 곡 ‘긴기라기니 사리게나쿠’는 국내 유튜브에서 600만뷰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누렸다.

 

 

<MBN 예능 '한일가왕전'에서 일본 가수 스미다 아이코(18)가 일본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일본 문화 전면 개방 이후 영화·애니메이션·게임·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문화가 쏟아져 들어왔지만, 방송가에서 일본어 노래는 마지막까지 넘을 수 없는 금기(禁忌)처럼 여겨져 왔다. 
2018년에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선발된 한·일 합작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의 노래 ‘반해버리잖아?’가 일본어 가사가 일부 들어있다는 이유로 KBS와 SBS의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금기는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1020 젊은 세대가 일본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주제곡인 ‘아이돌’ 등을 부른 일본 그룹 ‘요아소비’는 지난해 음악 전문채널 엠넷(Mnet)의 대표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유튜브에서 단 몇 주 만에 1000만뷰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최애의 아이’ 캐릭터를 따라하는 챌린지엔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르세라핌 홍은채 등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였다.

 

 

<최근 1020세대에서 큰 인기를 누린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왼쪽) 캐릭터 모습을 연출한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틱톡, 애플 뮤직 등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지난해엔 일본 가수 이마세가 국내 최대 음원 차트 멜론에서 17위에 오르는 등 일본 가수로선 처음으로 톱 100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층이 소비하는 대중문화는 서브컬처(하위 문화)로 주류 층에 반항하며 성장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동안 국민 정서적으로 스스로 수위를 조절했던 것이 ‘노 재팬 운동’ 등 일방적인 반대로 억눌렸다가 오히려 반발로 소비가 폭증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한국 시청자들에게 일본 문화라고 해서 금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방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020세대가 주도하는 K팝 아이돌 그룹이 이미 미국의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면서 젊은이들은 문화적 자신감이 강하다”면서 “이른바 왜색 문화에 우리 문화가 잠식당할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설 자리는 없다”고 했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적극적으로 한국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TV조선과 프로그램 제휴를 맺은 일본 NTT 도코모 스튜디오&라이브의 야마지 가쓰아키 대표는 “일본의 문화 소비시장은 크지만, 해외를 겨냥한 움직임은 대형화하는 한국에 비해 개별적이고 작은 규모”라면서 “최근 들어 K팝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 등이 세계 시장을 섭렵하면서 한국과 손잡는 것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빠른 길이라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240802)


☞일본대중문화 개방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계속 막아온 일본 대중문화의 유입을 공식 허용한 조치.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실시돼 2004년부터 영화, 음반, 게임, 출판 등이 전면 개방됐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일본 노래를 방송에서 부르는 것은 금기시됐다.



 

 

 

지난 25일 오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의 한 논. 
벼가 한창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야 할 논 곳곳이 태풍이 쓸고 지나간 듯 휑했다. 
“논 꼬라지 보소. 4㏊ 중 1㏊가 증발해부렀어요. 속상해 죽겠당게요.”


농민 김수경(46)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논바닥을 보니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왕우렁이가 득실했다. 
김씨는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먹어치워 약을 뿌리고 여러번 모내기를 했는데도 이 모양”이라며 “왕우렁이가 이렇게 번창한 건 생전 처음 본다”고 했다.

 

 

<지난 25일 오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의 한 논. 
잡초 제거용으로 키운 왕우렁이들이 잡초는 물론 어린 모까지 갉아먹는 바람에 벼로 빼곡해야 할 논이 듬성듬성 비어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 여름 왕우렁이 피해를 본 논 면적은 5034㏊로 축구장 7050개 면적에 달한다.>

 


근처 강진군 논에서는 농민과 농협 직원 등 5명이 허리를 숙이고 왕우렁이를 건져내고 있었다. 
10분 만에 30㎝ 크기의 수거망이 왕우렁이로 가득 찼다. 
이들은 “착한 줄만 알았던 왕우렁이가 이렇게 속을 썩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우리나라 최대 곡창인 전남에서 왕우렁이 퇴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친환경 농업의 대명사인 왕우렁이가 올해 폭증하면서 잡초뿐 아니라 모까지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전남도에 따르면, 올 여름 왕우렁이 피해를 본 지역은 강진, 고흥, 해남, 장흥 등 9군 5034㏊에 달한다. 축구장 7050개 크기다. 
작년만 해도 피해 면적이 3.1㏊였는데 1년 새 1623배가 됐다. 전남도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덕규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이렇게 광범위하게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7월 한 달을 왕우렁이 포획 기간으로 정하고 5억2000만원을 들여 살충제를 긴급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도는 올봄 어린 왕우렁이를 보급하는 데 40억원을 썼는데 포획 비용까지 추가로 들게 된 것이다.

 

 


<지난 25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의 한 논.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한 논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잡초제거용으로 키운 왕우렁이들이 벼를 먹어치웠다.>

 

왕우렁이의 ‘습격’은 날씨 탓이 크다. 지난겨울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데다 비도 자주 오면서 얼어 죽어야 할 왕우렁이가 살아남아 계속 번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남 지역의 평균기온은 영상 5.1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여기에 비까지 많이 왔다. 
겨울철 37일간 총 239.5㎜ 비가 내려 강수일과 강수량 모두 기록을 세웠다. 
전남도 관계자는 “비가 자주 내려 겨울에도 논바닥이 물에 잠겼고 날씨도 온화해 무더운 남미산인 왕우렁이가 무사히 겨울을 났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 ‘왕우렁이 관리 지침’을 만들어 잡초 제거 임무를 마친 왕우렁이를 포획하도록 했는데 농가들이 이를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 
이에 농민들은 “번식력이 대단해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배수로를 기어서 (친환경 농업을 하지 않는) 다른 논으로도 퍼지고 있다”고 했다. 
농민 박모(54)씨는 “왕우렁이 한 마리가 알을 낳으면 일주일 뒤 수백~수천마리가 부화한다”며 “성장 속도도 빨라 두 달이면 4~5㎝ 크기로 자란다”고 했다.


왕우렁이 농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명희 전남도의회 의원은 “친환경 농업을 위해 도입한 우렁이 때문에 또 다른 농약을 쓰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240729)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의 한 주택가. 이곳은 높은 지대에 있어 거주하는 일부 주민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부른다. 
고기나 과일, 채소 등 신선 식료품을 사려면 비탈길을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본지 기자가 고령자가 거주하는 한 주택에서 출발해 가장 가까운 거리의 마트까지 걸어가 보니 경사가 심하고 계단이 많아 약 20분이 걸렸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마트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에 땀이 나 가방 끈까지 젖었다. 
주민 이모(83)씨는 “장을 자주 못 봐서 평소에는 밥에 마른 반찬을 주로 먹는다”며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진 뒤 장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식료품점과 주거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발생하는 ‘식품 사막화’를 겪는 지역이 있는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식품 사막이란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주변에 없는 지역을 뜻하는 학계 용어다. 
지난해 구자용 상명대 공간환경학부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에서 주거지로부터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한 곳도 없는 ‘식품 사막’이 시민 거주 지역 가운데 2.2%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식품 사막 지역은 대부분 북한산과 관악산 등 자연 녹지 주변에 위치한 지역”이라며 “또한 은평구, 강서구, 구로구 등 서울시 외곽 지역에도 식품 사막이 주로 분포하고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식품 사막’을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평균 소득이 비교적 낮은 지역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관악구에서 주민 김모(88)씨가 쪽파 두 단 등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넘은 이날 김씨 집에서부터 장을 본 시장까지 걸어서 약 20분이 걸렸다.>

 


본지가 취재한 성북구 한 동네의 경우, 인구 통계로 60세 이상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노인들은 “마트까지 걸어가기 힘들어 장을 볼 때는 차라리 대중교통을 타고 멀리 떨어진 전통 시장에 간다”고 했다. 
주민 김호기(74)씨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자주 간다. 
그의 집에서 경동시장까지 도보 15분, 버스 30분이 걸려 왕복 1시간 30분이다. 
그는 “동네 외곽에 마트가 있지만 노인 걸음으로 비탈길을 가려면 거리가 멀어 힘들고, 물건이 다양하지 않다”며 “과일이나 채소를 챙겨 먹고 싶을 때는 큰 시장으로 나간다”고 했다.


관악산 인근 한 동네에 사는 김모(88)씨도 걸어서 약 20분 걸리는 관악구 현대시장에서 장을 본다. 
본지가 만난 김씨는 한 손에 양산, 다른 손에 쪽파 두 단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 
긴 바지를 무릎 아래까지 접어 올린 채 땀을 흘리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 발목이 시큰거려 오래 걷는 게 힘들다”며 “시장보다 가까운 마트가 있긴 하지만 식료품 종류가 적고 비싸 20분 떨어진 시장에 다닌다”고 말했다.


대부분 노인들에게 온라인을 활용하는 새벽 배송 서비스는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식료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복잡한 사용법에 포기하기 일쑤다. 
이날 성북구 한 대학의 기숙사 곳곳에는 온라인 새벽 배송 상자가 놓여 있었지만, 달동네 주택가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 정영숙(75)씨는 “인터넷 배송은 젊은이들이나 하는 거지 우리 세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마트에서 무료 배달을 해주기도 하지만, 매번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사막 문제는 농촌이 심각하지만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일본, 미국과 같은 ‘이동형 마트’가 절실하다”고 했다. 
일본은 거주지 500m 안에 식료품 가게가 없는 노인을 ‘장보기 약자’로 지정하고, 이동형 마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도 식품 사막 지역에 문을 여는 식료품 가게에 정부 보조금을 준다. 
우리나라에도 경기 포천 등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이동형 마트가 일부 있지만, 도시의 일부 지역은 이런 시설이 없다는 지적이다.(240801)


 

 

 

지난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잠수교. 
3m 남짓한 좁은 인도를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 회원 10여 명이 가득 메운 채 달려가고 있었다. 
산책하는 시민들을 발견하고도 이들은 속도를 늦추거나 대열을 바꾸지 않았다. 
보행자들은 이들을 피해 자동차가 달려오는 차도 쪽으로 나가거나 이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엉키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주민 강모(28)씨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울타리도 없는 차도 쪽으로 나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도심을 무리지어 달리는 러닝 크루는 최근 1~2년 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가 주최한 ‘7979(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친구와 달린다) 서울러닝크루’ 참가자 숫자는 작년 5월엔 329명이었지만 올 5월엔 89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처음엔 ‘핫한 MZ 문화’로 여겨지던 러닝 크루가 최근 통행을 방해하거나 소음을 유발하는 ‘민폐족’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북구 관계자는 “2022년까지 0건이었던 러닝 크루 관련 민원이 최근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러닝 크루는 달리기를 함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로 한복판, 횡단보도, 교통섬 등에서 ‘인증샷’을 찍곤 한다. 
이에 시민들은 “도로를 동네 헬스장처럼 점유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거나, 인도나 횡단보도를 점유할 때도 있다. 
“왜 수십 명씩 떼를 지어 도심을 활보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을 비롯, 청계천·중랑천·안양천·양재천·탄천 등 지류 하천을 달리는 1인 러너들도 러닝 크루가 반갑지 않다고 한다. 
1인 러너를 발견한 러닝 크루는 수십 명이 “전방 러너!”라고 외치곤 한다. 
서울 중구에서 청계천을 주로 달린다는 이모(32)씨는 “그 고함 소리가 마치 길을 비키라는 위협처럼 느껴진다”며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음악을 트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러닝 6년 차 윤승희(36)씨는 “일부는 자신들의 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1인 러너를 밀치거나, 사진작가를 대동해서 뛰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5월 서울 송파구에서 러닝 크루와 노인이 부딪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에 나섰다. 송파구는 최근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고, “달리기는 한 줄로 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서울 성북구도 ‘우측보행, 한 줄 달리기’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기 화성시는 아예 동탄호수공원 산책로에 러닝 크루 출입 자제를 권고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산책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너무 많아 내린 조치”라고 했다.


신촌 일대에서 활동하는 러닝 크루 ‘런어스’ 회장 고동현(25)씨는 본지 통화에서 “5~6명 소그룹으로 대열을 쪼개거나, 속도·대열 관리자를 두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도우석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러닝 크루를 위한 달리기 전용 도로를 따로 조성하거나, 민원이 빈번한 지역은 특정 시간대에 집단 달리기를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7979 서울러닝크루’ 역시 시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 진행 요원을 배치한다. 통행량이 많은 좁은 도로나 횡단보도를 지날 땐 속도를 줄여 아예 걷는다.


일부 러닝 크루가 각종 마라톤 대회에 ‘뻐꾸기 참가’를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뻐꾸기가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도록 하는 탁란(托卵) 행위에 빗댄 이 은어는, 참가비를 내지 않고 대회 주로에 무단 진입해 달리기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마라톤 대회 참가자가 지불하는 수만 원 참가비는 도로 교통 통제 등 대회 운영에 쓰인다. 
그런데 일부 러닝 크루가 마치 무단 취식을 하듯 ‘뻐꾸기 참가’를 하는 건 엄연한 업무 방해인데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마라톤대회 정원은 2만5000명. 그런데 참가자는 3만명가량이었다. 
무단 참가자 5000명 중 상당수가 러닝 크루였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안효진(47) 대구마라톤협회 사무총장은 “젊은 러닝 크루들이 늘면서 뻐꾸기 참가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러닝 크루 사이에서 뻐꾸기 참가가 일종의 문화처럼 번져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240726)




 

 

 

전남 구례군은 인구가 2만4400명가량인 소도시지만, 지리산을 끼고 있어 등산객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꼽힌다. 
군내 사업체의 절반 정도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체나 식당, 도·소매점일 정도로 관광 산업에 대한 지역 경제 의존도도 높다. 
통계청이 조사해 보니,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 지난 3월 등록 인구와 방문객을 합친 구례군의 생활 인구는 47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등록 인구의 19.4배에 달하는 규모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월별 생활 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구례군을 포함한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생활 인구는 2497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상 인구와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는 489만8000명에 그쳤지만, 체류 인구(방문객)가 2007만7000명에 달했다. 
등록 인구에 지역을 방문한 인구까지 합치자 인구가 5.1배로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인구감소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생활 인구를 집계해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남 구례군은 주민등록상 인구에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가 2만4400명가량인 소도시지만, 등록 인구와 방문객을 합친 생활 인구는 47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등록 인구의 19.4배에 달한다. 사진은 지난 3월 구례군 지리산치즈랜드를 찾은 방문객들.>

 


생활 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와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에 체류 인구를 합친 것이다. 
체류 인구는 월 1회 이상 해당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들을 뜻한다. 
지역 맛집에 줄을 선 관광객, 집에서 멀리 떨어진 회사로 통근하는 직장인, 그리고 다른 지역에 텃밭을 마련한 주말 농부 등이 대표적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활 인구는 거주자를 포함해 지역의 주 소비층을 전부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특히 거주자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생활 인구의 소비력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라고 했다.


관광 명소로 소문난 지역들에선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보다 10배씩 많기도 했다. 
‘서핑 성지’로 이름난 강원 양양군은 3월 기준 등록 인구가 2만8100명이었던 반면, 체류 인구(28만7100명)는 그보다 10.2배 많았다. 
화개장터의 고장 경남 하동군에서는 3월 벚꽃 축제가 열리자 등록 인구(4만2100명)의 10배인 42만1000명이 체류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MT촌 경기 가평군도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보다 9.9배 많았다. 이 지역들의 주 소비층이 방문객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생활 인구 개념은 지역 내 거주자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지역에서 지갑을 여는 ‘찐주민’을 찾아낼 묘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관광으로 먹고살거나, 직장이 몰려있어 저녁이면 썰물처럼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 등에서는 지역의 소득 원천을 파악하고 경제적 자원 등을 개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생활권이 넓어지고, 일상적인 이동이 시도 경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역별 도시 계획도 움직이는 인구를 바탕으로 짜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생활 인구는 아직 인구 규모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앞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따른다.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느라 3시간 넘게 머물러도 생활 인구로 집계된다. 
각 지자체가 생활 인구 규모를 근거 삼아 “거주자보다 실제 인구가 많으니 보조금 등 지원을 더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은 올해 2분기부터 카드사 4곳(신한·삼성·비씨·하나)의 지역별 카드 사용 정보와 신용정보사의 직장 정보도 생활 인구에 결합해, 체류 인구의 유형을 더욱 세분화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는 연구 용역을 통해 전 국민의 체류 특성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생활 인구의 기준을 개편하고, 활용도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미숙 연구위원은 “하루 3시간 체류 기준은 너무 짧은 측면이 있어,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조건을 갖춘 생활 인구에게 주민등록상 주소 외에 ‘부주소’를 부여하고, 부주소에 고향 사랑 기부를 하면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식의 연계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240726)



 

 

 

외국인 관광객을 기피하는 ‘안티투어리즘(Antitourism)’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0년대 후반만 해도 안티투어리즘은 베네치아와 같은 유럽 일부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전체로 퍼지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숙박세’처럼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징벌적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안티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응해 나타난 현상이다.

 

 


<21일 스페인령 마요르카섬의 팔마에서 주민들이 관광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든 팻말에 ‘당신들의 천국이 우리에겐 악몽’이라고 적혀 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치솟으면서 세계적 관광지들이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고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시위를 벌었다. 
엘파이스 등 현지 매체들은 “상당수 관광객은 이를 ‘유쾌한 장난’처럼 여겼지만 일부는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남동부 해안의 알리칸테에서도 주민들이 “관광객은 우리 동네를 존중해달라”고 쓴 팻말을 들고 도심은 물론 해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밤늦게까지 소란을 벌이고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중해의 마요르카 섬에서는 숙박업소로 바뀌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월세가 치솟고, 식당과 식료품점이 잇따라 관광객 대상으로 바뀌며 물가마저 급등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프랑스 파리에서도 본격적인 관광객 유입과 함께 교통 체증과 시내 곳곳의 경기장 주변 통제가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파리 주요 간선도로 185㎞에 걸쳐 올림픽 관계자들과 버스·택시를 위한 전용 도로가 생기며 좁아진 길 탓에 하루종일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주변 교통 통제 지역에 접근하려면 QR코드가 있어야 하고, 일부 지역에선 지하철·버스 승하차까지 중단되면서 파리 시민들은 노골적으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올림픽 반대 단체는 “올림픽 관광객을 위해 왜 파리 시민들이 이런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항의 성명과 함께 시위를 예고했다.


유럽 도시들은 ‘관광세(稅)’ 인상에 나섰다. 
올해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 하루 5유로(약 7500원)의 도시 입장료를 시범 도입한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이를 10유로로 올리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하루 7유로의 세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본에선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요금에 세금을 징수하는 지방 정부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3일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는 “2026년 4월부터 숙박세를 받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에선 도쿄도·오사카부 등 지방 정부 12곳이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으며, 홋카이도·미야기현을 비롯한 40곳 이상이 도입을 선언했다. 
숙박세는 1박당 50엔~1000엔(약 440~8800원) 정도다.


일본의 숙박세는 ‘관광 공해를 일으킨 관광객에게 해결 비용을 징수한다’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교토시는 숙박세로 연간 약 48억엔(약 425억원)을 걷어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줄이는 데 쓰고 있다. 
예컨대 올 6월 주요 관광지에만 정차하는 ‘관광 특급버스’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반 버스에 몰려 주민들이 만원 버스에 시달리자 관광객을 분리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교토시는 현재 최대 1000엔인 숙박세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막지 못한다고 보고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 3월 숙박세 도입을 선언한 야마나시현의 후지요시다시(市)는 외국인의 쓰레기 투기나 무단 주차를 단속하는 데 숙박세를 쓸 방침이다. 
이 도시는 후지산 사진이 가장 잘 찍히는 곳으로 알려져 올해 관광객 17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안티투어리즘의 배경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급증한 전 세계 관광객이 있다.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올 1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늘어난 약 2억8500만명에 달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97% 수준을 회복한 데 이어 조만간 역대 최고치도 경신할 분위기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보편화로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숙소 예약이 온라인으로 간편해졌고 소셜미디어(SNS) 덕분에 해외 도시 정보도 쉽게 얻게 되면서 해외여행의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일본 경제 주간지인 다이야몬드는 “오버투어리즘은 교토나 가마쿠라 같은 일부 관광지에서 이제는 일본 전역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지역 주민의 태도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보도했다.(240723)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의 ‘브리핑’ 게시판은 작년 7월 25일 ‘잼버리 준비 상황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1년째 멈춰있다. 
장관이 직접 발표한 정책들을 홍보하는 곳으로, 그전까지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 ‘아이돌봄서비스 고도화방안’ 등 굵직한 정책이 매달 한두 차례씩 올라왔다.

 

 

<24일 서울정부청사 여성가족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실제로 여가부는 1년째 제대로 된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양육비 선지급제 방안’, 6월 ‘저출생 종합대책’ 등에 다른 부처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데이트 성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여가부 목소리는 실종됐다. 
관가에선 “여가부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여가부가 이 지경이 된 건 장관이 무려 156일째 공석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를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월 김현숙 장관이 잼버리 대회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후임 장관은 임명하지 않았다. 
6개월 가까이 신영숙 차관이 장관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작년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사퇴한 후엔 후임 장관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방치된 중에도 여가부가 주무르는 예산은 올해 1조7234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보다 5000억원이나 늘었다. 가족 정책의 서비스 대상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12세 미만 아이를 돌봐주는 아이 돌보미 서비스 예산이 1년 만에 1132억원 늘었고, 한부모 가족 예산도 397억원 늘었다.

 

 




여가부 직원도 2020년 270명에서 올해 291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스토킹방지법과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업무가 늘어 인력이 보강됐다.


반면 여성 정책 비중은 떨어졌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전년 대비 9.9%(1556억) 늘었는데, 여성 정책 예산은 오히려 0.8%(21억원) 줄었다. 
전체 예산 중 여성 정책 예산 비율도 2021년 16.7%에서 올해 14.2%로 떨어졌다. 
이렇다 할 성평등 정책 발표도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가부가 성범죄 등 사회적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5월 초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데이트 폭력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여가부는 두 달 가까이 지난 6월 말에 피해자 상담, 소송 지원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성계는 “기존 정책을 ‘재탕’ ‘삼탕’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과 영상 유포 협박을 당한 유튜버 ‘쯔양’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여가부에 “재발 방지 대책을 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여가부는 아무 대응 하지 않고 지나갔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교제 폭력 예방 대책을 만들려면 법무부나 경찰과 협력해야 하는데, 부처 존폐가 불확실하고 장관도 없는데 어느 부처가 협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본래 여가부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가려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핵심 부서로 여겨졌던 여성정책국은 인기가 시들어졌다고 한다. 
한 여가부 전직 장관은 “이전엔 학력 좋은 행시 출신 엘리트 공무원들이 성평등 정책을 만들어보겠다며 여성정책국으로 몰려들었지만, 최근엔 있던 공무원들도 해외 연수를 가거나 다른 부서나 기관으로 옮기려는 분위기”라며 “특히 몇 년 사이 여성 관련 정책이 존재감이 없어지면서 무력감을 느낀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 퇴행적인 여성 정책이 크게 우려된다”며 “여가부 장관을 지체 없이 임명하고 어떠한 조직 개편에도 그 기능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CEDAW 회의는 여가부 장관이 4년마다 참석해 선진국과 성평등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행사로,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신영숙 차관은 국회 일정이 있어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했다.


2년 넘게 ‘폐지 유예’ 상태가 지속되며 여가부 직원들 사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여가부는 과거에도 다른 부처와 통폐합 논란을 여러 차례 겪었지만, 지금처럼 방치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여성이나 가족 정책과 관련 없는 인사혁신처 출신 신 차관이 임명되고, 1급 기조실장 역시 보건복지부 출신이 오면서 “여가부 출신은 배제하고 타부처 직원들에게 ‘폐지 작업’을 맡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는 “이런 상태로 있느니 차라리 부처 폐지가 확정되어서 다른 부처로 옮기면 좋겠다”는 직원도 많다고 한다. 
재작년 여가부 업무를 복지부 등으로 옮기는 개편이 추진됐을 때, ‘권익증진국’ 인기가 높았던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권익국은 원래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 어려운 업무를 담당해서 가장 기피하는 부서였다. 
그러나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 권익국이 세종시가 아니라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법무부(과천)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기가 생긴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를 폐지하는 절차가 법으로 다 정해져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정식 절차 없이 장관 자리를 비워놓는 방식으로 부처를 무력화하고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민주 정부에서 보기 어려운 꼼수”라고 말했다.(240725)



 

 

 

4년 전 대학 상경 계열을 졸업한 김모(31)씨는 졸업장을 받고 2년 후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하는 통계청 기준으로는 2년 전부터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번듯한 사회 초년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게는 월 50만원, 많게는 150만원을 버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벌써 4차례 거치며 ‘진짜 첫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대기업까지는 아니라도 최소 월 300만원 이상 받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주변에도 나 같은 취업 삼수(三修)·사수생(四修生)이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현역 취업’이나 1년 안에 취업하는 ‘취업 재수’가 줄고 삼수생 이상 취업 장수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이라도 취업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만 20~34세 청년들이 대학 등 최종 학력을 마치고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이 올 들어 1년 2개월에 달해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졸업한 지 1년을 지나서도 여전히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업 장수생은 10명 중 3명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취업했거나 취업 경험이 있는 20~34세 683만2000명의 평균 첫 취업 소요 기간은 14개월로 1년 전보다 1.7개월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는 등용문인 대졸 공채 문호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내수와 건설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생애 첫 직장을 찾는 청년층의 고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31)씨는 대학 졸업반인 2019년부터 대기업 공채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눈높이를 낮춰 올해 한 스타트업에 취직한 그는 “각종 공모전 수상과 인턴 체험 등 ‘스펙’을 쌓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대기업 취업을 위한 노력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고 했다.

 

 




60·70대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노동시장 고령화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구직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수출을 제외하고는 소비와 설비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청년 정규직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 시장은 60·70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압도적으로 높고 20·30대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고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7000명 늘어났는데,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6만6000명에 달했다. 반면 20대 취업자 수는 8만명 넘게 줄었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면서 취업 장수생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34세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졸업 후 바로 취업하거나 1년 이내 취업한 ‘현역’과 ‘재수’는 67.8%인 462만9000명이었고, 1년 이상 걸린 삼수(三修) 이상 취업 장수생은 220만3000명(32.2%)이었다. 
졸업 후 취업까지 2년 넘게 걸린 장수생도 133만8000명(19.6%)에 달했다. 
어렵사리 얻은 첫 직장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았다. 
20~34세 취업 유경험자들이 평균 14개월 만에 겨우 얻었다는 첫 직장 가운데 18.9%는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였다. 
이 비율은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임시직 비율도 28.3%로 역대 최대였다.

 

 




첫 직장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전체 취업 유경험자의 58.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도 이처럼 시간제와 임시직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임시직 비율이 높다 보니,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두 번 이상 취직해 봤다는 청년은 3명 중 2명꼴인 65.7%에 달했다. 
5명 중 1명(20.6%)은 네 번 이상 취직해 봤다고 했다. 
전 세계적인 기술 패권 전쟁에 직면한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로 인재를 찾는 가운데, 새로운 고용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과도기적 일자리’를 전전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는 ‘고임금 대기업-저임금 중소기업’으로 양극화된 정도가 심하다”며 “대기업에 들어가야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해 생계를 유지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버티고 있는 청년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 같은 과도기적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대기업들의 청년 고용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주원 실장은 “청년들이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간 동안 주거와 생활 안정 자금을 지원하는 등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물 경기가 회복되면 고용도 시차를 두고 살아날 수 있는데, 그 전에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취업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도기에 청년들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박윤수 교수는 “고령층을 위한 단기적인 공공 일자리 창출보다 민간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청년 고용을 늘리는 기업들에 대해 세액공제 같은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240722)


 

 

 

다음 달부터 한식당 외에 중식·일식·서양식 음식점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 보조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3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고용 범위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제과점과 피자·햄버거·치킨·분식업 등을 제외한 대다수 음식점에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다음 달부터 고용허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경제 현장의 인력 부족이 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 구인 게시글이 붙어 있다. 
이날 정부는 다음 달부터 대다수 음식점에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 보조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고용 범위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일정 기간 채용 공고를 했으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음식점 업주들은 고용센터에 외국인 고용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고용센터는 요건을 갖춘 음식점을 선별해 외국인을 알선해준다. 
업주가 채용할 외국인을 고르면, 고용센터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한다. 
해당 외국인은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입국해 3일간 교육을 받은 뒤 음식점에서 일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미 일부 음식점에 대한 외국인 고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당시엔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도시 지역 100곳에 있는 음식점, 그중에서도 한식당에만 외국인 고용이 허용됐다. 
음식점을 연 지 5년 또는 7년이 됐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 있었다. 
그랬더니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어, 음식점업계의 인력난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한을 풀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상 치우기, 설거지 같은 주방 보조 업무만을 맡기기로 했다. 홀 서빙은 불가하다. 
또 제과점과 피자·샌드위치·햄버거·토스트·치킨·김밥·분식·아이스크림 전문점 취업도 불허된다. 
정부 관계자는 “내국인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분야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업주의 음식점업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유지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음식점이 폐업할 경우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다”며 “안정화된 음식점만 채용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산업의 인력 부족을 덜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왔다. 
국내 취업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52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전문 인력이나 재외 동포를 제외하고 32만여 명(약 60%)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와 있다. 
그동안 이들은 제조업과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등에만 취업할 수 있었고, 서비스업에는 거의 접근할 수 없었다.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가 20만개를 넘어서고, 서비스업에서도 인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와 서비스업의 외국인 고용 허용 범위를 늘렸다. 
지난해 폐기물 처리업과 식품 도매업, 식육 운송업, 택배 상·하차 등에 외국인 고용이 허용됐고, 올 들어선 호텔·콘도처럼 일반 고객을 대면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까지 허용됐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와 아이 돌보미 시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외국인 고용 확대 정책의 결과로 올 상반기 기준 빈 일자리가 11만9000개까지 줄어들었다고 보고, 앞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일하려 하지 않아 일자리 잠식 우려가 없는 분야가 여럿 있다”며 “이런 업종·직종을 정밀하게 가려내 외국인 고용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240720)


 

 

 

17일(현지 시각) 체코 내각회의는 만장일치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15년 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엔 경쟁국보다 낮은 건설 단가와 시공 능력이 주요 강점으로 꼽혔지만, 이번 수주전에선 가격뿐 아니라 설계 기술까지 어느 하나 흠을 잡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후발 주자 한국이 1950년대부터 원전을 가동한 원전 1세대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에 첫발을 내디뎠다.

 

 


<체코의 테믈린 원전 - 체코 테믈린에 있는 원전 시설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열린 체코 내각회의 의결에 따라 두코바니에 원전 2기, 테믈린에 추가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원전의 특장점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은 이번 수주전에도 힘을 발휘했다. 
18일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 등에 비해 최대 55%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우리는 경쟁 상대국이었던 프랑스보다 20~30% 낮은 가격과 비교적 짧은 공사 기간을 내세워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 체코 수주전에서는 기술력도 입증하며 양대 원전 강국 미국과 프랑스를 꺾은 것이다.


수주 15년 만인 올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UAE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온 타임 온 버짓’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리 1호기부터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무조건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유럽 시장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지낸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은 “이제 시공과 설비 제조를 넘어 원자로 설계까지 우리 원전이 독보적인 실력을 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는 입찰 과정에서 자국의 여건에 맞춰 1200MW(메가와트)급 이하 원전 건설을 요구했다. 
대규모 냉각수를 얻기 어려운 내륙이라는 지리적인 한계와 당시 예측한 전력 수요와 송·배전망 상황을 감안한 조건이었다. 
최신형 1400~1600MW급 원전에 주력해온 각국은 ‘체코 맞춤형’ 모델이 필요했다. 
K원전으로선 기술력을 입증할 좋은 기회였다. 
앞서 2016년부터 EU(유럽연합) 기준에 맞춰 1000MW급 모델을 개발해오던 우리나라는 5년 만인 2021년 개발을 마치고, 2023년 5000여 가지 항목을 만족시키며 EU 인증을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설계도는 만들었지만, 결국 인증은 받지 못한 채 입찰 서류를 냈다. 
미국은 한수원보다 두 세대 뒤떨어진 인증만 받은 AP1000 모델로 준비하다 입찰에서 먼저 탈락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선주(船主)의 다양한 요구를 맞춤형 설계·건조로 충족시키며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시장을 휩쓸었는데, 우리 원전도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원전 시장에 맞춤형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수주전에서 정부는 체코에 원전 건설뿐 아니라 다른 산업 지원책까지 함께 제시하며 K제조업 역량을 총동원했다. 
현대차·현대제철·한화첨단소재·넥센타이어 등 체코에 이미 진출한 기업뿐 아니라 앞으로 반도체, 전기차, AI(인공지능) 등으로 ‘산업 지원 패키지’를 확대하며 체코에 경제 협력을 제안한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체코에는 한국 기업만 100개 이상 있고, 근로자 1만4000명 이상이 고용돼 있다”며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인 체코와 향후 산업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240719)


☞온 타임 온 버짓

대규모 건설 사업을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마무리하는 것.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가 2008년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따내고, 이번에 체코 내각의 만장일치로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팀코리아는 이번 수주를 통해 경제성과 시공 능력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능력까지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돈의문 박물관 마을. 좁은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니 1960~1980년대 분위기의 마을이 나왔다. 
서울 도심인데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이 한적했다. 이름은 박물관 마을이지만 떡볶이 집과 옛날 오락실, 바비큐 식당 등이 뒤섞여 있다. 
건물 2층에는 1964년 개봉한 ‘맨발의 청춘’ 영화 광고가 걸려 있었다. 
마을 안쪽 신축 한옥에서는 한식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목요일~일요일에만 문을 연다.

 

 

<인적 없는 박물관 마을 - 서울 종로구 돈의문 박물관 마을. 서울시가 2017년 “동네의 모습을 보존한다”는 취지로 조성한 마을이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광고판, ‘리어카 목마’ 등이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마을을 철거하고 녹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날 이 마을을 철거하고 경희궁과 묶어 서울광장 10배 크기의 역사문화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축 한옥 등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 철거해 2035년까지 공원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철거는 내년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7년 조성했다. 박 전 시장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꼽혔다. 
이 일대는 원래 노후 주택, 식당 등이 모여 있던 ‘새문안마을’이라는 동네였다. 
이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서울시가 조합에서 기부 채납 받은 땅 9100㎡(약 2700평)에 박물관 마을을 조성했다. 
당시 서울시는 “동네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낡은 식당 건물 몇 곳을 남기고 옛 골목도 재현했다. 곳곳에 벽화도 그렸다. 
마을을 조성하는 데 330억원이 들었다. 재개발 지역에는 GS건설이 경희궁자이 아파트를 지었다.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을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려고 했으나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코로나 시절에는 음식점, 공방, 갤러리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유령 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인근 아파트 주민 안모(39)씨는 “서울 도심인데 밤에는 마을 앞길을 지나가기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2021년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부터 민간 업체에 마을 운영을 맡기고 한식, 한복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매년 20억원씩 들었다. 하지만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는 게 서울시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후 조금씩 방문객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낮고 도심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2017년부터 서울시가 공사비, 위탁 운영비 등으로 쓴 돈은 480억원. 월 평균 방문객은 4만명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서울시의회에서도 “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 “세금 낭비 사례”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일부 시설의 입찰을 두고는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1904년 돈의문 모습.>

 


서울시가 2022년 박물관 마을을 자체 평가한 결과를 보면 운영상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이 주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여행 글쓰기 등 강의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홍보와 시민 참여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물관 마을은 2022년 6월 ‘돈의문 미디어 아트쇼’를 열고 방문객 50명을 대상으로 인증 사진을 올리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지만 참가자는 10여 명뿐이었다고 한다.


도시나 문화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근현대 유산을 보존한다고 했지만 마을 건물 대부분이 2017년 당시 신축한 것이고 과거 모습을 그대로 고증해 재현한 것도 아니다” “서울의 사대문 중 유일하게 복원되지 못한 서대문(돈의문) 자리가 박물관 마을 근처인데 차라리 돈의문을 제대로 복원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현대사 속 건물을 모아 박물관처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현실은 달랐다”며 “공간을 조성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세금만 낭비하고 방문객들도 한 번 들르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서울 도심은 녹지가 부족한데 박물관 마을 대신 공원을 조성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천모(52)씨는 “동네 사람들조차 마을 안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며 “서울 도심 한가운데 좁은 골목길과 2~3층짜리 건물들이 있는 게 엉뚱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 발표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금 쓰고 7년을 돌아왔다” “정책 실패란 이런 것” 등 지적이 나왔다.(240718)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제발 빨리 좀 끝내 주세요.”


서울북부지법 박형순 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아 법정에 들어가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최단 4년, 길게는 6년까지 재판 기간이 늘어지자 사건 당사자들이 애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법원장은 “재판 지연이 주는 당사자들의 고통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건이라고 미루지 말고, 재판장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월 소가(訴價) 5억원이 넘는 ‘악성 미제 사건’을 24건 배당받았는데, 대부분 당사자가 수십 명이거나, 공사 내역서도 없이 수억원대 공사 대금을 청구하는 골치 아픈 사건이었다. 
박 법원장은 오는 22일 4건을 선고하면 총 17건을 해결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전국 37곳 법원장이 모두 직접 재판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마다 긍정적 변화도 나타나지만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민사 1심 합의부 재판의 평균 처리 기간은 473.5일로, 2018년(297.1일)보다 59.4%나 늘어질 정도로 재판 지연은 심각하다. 
소장 접수 후 첫 기일 잡기까지 170.5일(2022년 기준), 소장을 접수하고 다섯 달 넘게 재판장 얼굴도 못 본다는 이야기다.


직접 재판장으로 법정에 들어간 법원장들은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하고, 해결 방안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김정중 법원장이 민사 단독 장기 미제 사건 30건가량을 배당받아 처리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민사 단독 사건만 5만5000여 건이 들어온 중앙지법에서 법원장 직접 재판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재판 지연의 원인과 방안을 법원장이 찾아 나선 것이다.

 

 




인사 평가를 하는 법원장이 미뤄둔 자기 사건을 맡게 될까 봐 뒤늦게 사건 처리를 서두르는 일도 이어진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법원에서는 법원장이 접수 후 1년 넘게 재판이 안 잡힌 20여 건을 배당받아 절반을 처리했다. 
한 법원장은 “일부 재판장은 자기 사건을 법원장에게 넘기기 부끄러운지 부랴부랴 기일을 지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고등법원장들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사건을 맡아 처리 중이다. 
서울고법에서는 지난 2월 20일 이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25건을 고등법원장이 맡고 있다. 
2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왜 파기됐는지를 법원장이 고스란히 보게 되는 것이다. 
판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사실관계 인정이 잘못되는 등 오류도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2심 판사들이 먼저 사건 설명을 하거나, 머쓱하게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 고법 관계자는 “법원장이 직접 재판을 맡으면서, 재판을 더 신속하고 충실하게 하려는 일종의 ‘긍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법원장 재판’이 진행되자, 일부 판사의 무책임함이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의 또 다른 법원은 법원장이 처음부터 사건을 배당받는 대신, 접수 후 2년 6개월을 넘긴 ‘장기 미제 사건’을 재판부가 자율적으로 법원장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법원장이 ‘악성 미제 사건’ 처리를 돕기는 하겠지만, 가능하면 재판부 자체적으로 2년 6개월까지 끌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조치였다.


그러나 한 재판부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재판을 열면서 질질 끌어오던 사건을 2년 6개월이 지나자 곧바로 법원장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다른 재판부도 슬금슬금 사건을 법원장에게 맡겨 총 5건이 법원장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한 판사는 “더 신속하게 처리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법원장이 일손을 돕게 됐다고 내심 반기는 판사도 적지 않다”고 했다.


법원장들은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면 법으로 정한 판사 ‘3214명’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법원장은 “지금 우리나라 법원은 판사 1명당 사건 처리 건수가 독일의 4배, 일본의 2배가 넘는 실정”이라며 “판사 수부터 늘려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원장은 “몇 년씩 걸리는 감정(鑑定) 절차를 개선하고, 어려운 사건을 미루지 않도록 근무 평정을 인사에 반영하는 등 현실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240718)






 

 

 

경기도에 사는 박모(29)씨는 부모님과 한 번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다. 
대학 졸업 후 5년 넘게 취업 준비생으로 지내고 있어 돈이 필요할 땐 ‘아빠 카드’를 쓴다. 
공무원 시험에 몇 년간 도전했다가 낙방한 그는 최근 제빵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다. 
박씨는 “아버지가 곧 퇴직을 앞두고 있어 언제까지 부모님 신세를 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서른을 전후한 나이에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청년들은 취직·결혼·출산이 모두 늦어지는 ‘지각 사회’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2022년 기준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한국의 20대 비율은 81%로 자료가 집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국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50%)의 1.6배에 달한다.

 

 




20대의 지각 취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취업자들이 대학 등 최종 학교를 졸업한 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작년에 비해 1개월가량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9.5개월) 이후 역대 최장 기간이다.


늦깎이 취업에라도 성공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김모(29)씨는 3년 반 전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 경영학과를 나왔지만, 부모 집에 얹혀살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김씨처럼 3년 넘게 취업을 알아보고 있는 15~29세 취업 장수생은 올해 5월 기준 23만8000명으로 전체 미취업자의 18.4%에 달했다. 
이 비율은 전년(17.3%)보다 1.1%포인트 늘었고, 2013년 5월(18.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지각 사회의 원인으로 일자리를 둘러싼 청년과 기업 간의 미스매치(불일치)를 꼽는다. 
글로벌 경쟁과 저성장에 노출된 기업들이 검증된 경력 사원을 선호하면서 신입 사원을 뽑는 취업문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는데, 취업 준비생들은 임금이나 근로 조건이 좋은 대기업·전문직을 선호하기 때문에 취업 경쟁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학업을 마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한 이들 가운데 31.7%는 취업 준비생이나 가정 주부도 아닌데 ‘그냥 시간을 보낸다’거나 ‘여가 생활을 한다’고 답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도 지각 사회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황명진 고려대 공공사회학부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번듯한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려는 수요만 늘다 보니 취직 준비도 길어지고 독립이나 결혼, 출산 등 다음 단계도 줄줄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한국의 수도권 밀집 현상이 심하다 보니 경쟁 심리도 강화돼서 결혼 등을 위한 ‘눈높이’도 따라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IT(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최모(34)씨는 “10평이 조금 넘는 빌라 전세금 대출을 갚느라 돈이 쌓이지 않는다”며 “결혼은 포기하기 직전”이라고 했다.


지각 사회는 한국이 심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부모에게 얹혀살며 생활비를 받아 쓰는 20대를 뜻하는 ‘패러사이트 싱글’(기생충 독신)이 사회적 문제다. 
일본은 법정 성년인 만 18세 이상을 ‘오토나(大人)’라고 하지만, 실제 부모에게서 독립해 가정을 꾸리는 ‘이치닌마에(一人前·1인분 몫을 한다는 뜻)’가 돼야 진정한 어른이라고 본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장기 불황으로 비정규직이 늘면서 일본 청년 가운데 ‘이치닌마에’를 하는 나이가 점점 늦춰지고 있다”고 했다.


부모에게 얹혀사는 20대 비율이 8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에 이어 둘째로 높은 이탈리아의 경우 30·40대 자녀가 부모 신세를 지는 ‘밤보치오니(bamboccioni·다 큰 아기)’ 현상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사는 70대 여성이 40대 두 아들이 계속 집에 얹혀살자 법원에 소송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 법원은 두 아들에게 연말까지 집을 나가라고 판결했다. 
중국은 ‘컨라오족’(노부모를 뜯어먹는 자녀), 영국은 ‘키퍼스’(kippers·부모의 연금을 축내는 자녀) 같은 표현이 유행한다.(240717)



 

 

 

초복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점심 시간. 
‘보신탕 거리’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가게엔 손님이 3명뿐이었다. 
45년 동안 보신탕집을 운영해왔다는 윤모(73)씨는 “개 식용 금지법의 위력을 실감한다”고 했다.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률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처벌은 2027년까지 유예되지만 윤씨는 “3년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대목인데… 텅 빈 보신탕 골목 -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보신탕 골목. 무더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개고기 도매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담배를 피우며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A씨는 “복날이나 다른 날이나 사람이 없기는 매한가지”라고 했다. 
청량리역 인근에서 50년 넘게 보신탕집을 해온 배모(75)씨도 “예전 복날엔 직원을 5명까지 고용했는데 올 복날은 집사람과 나 둘이서도 일손이 남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고기 마니아’들이 복날 보양(保養)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개고기가 떠난 자리를 염소 고기가 채웠다. 
1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의 한 염소 전문점에서 점심을 먹은 손님들이 “잘 먹고 갑니다”라며 배를 툭툭 쳤다. 30개가량 식탁은 손님들이 비우고 간 그릇으로 가득했다. 
이정교(76·경기 김포)씨는 “옛날엔 개고기를 더 즐겼는데 금지법도 통과됐고 사회적 인식도 변했으니 먹기가 좀 그렇다”며 “염소 고기도 담백하고 기력 보충에도 좋아 자주 먹으러 다닌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한 염소 고깃집의 염소탕.>

 


염소 고기 업주들은 개고기 금지법 통과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11년째 이 염소 고기집을 운영해온 신동수(57)씨는 “한 달 전부터 복날 예약 문의가 몰려와 다 마감했다”고 했다. 
과거 복날에도 예약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신씨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니 염소 고기를 먹으러 왔다는 손님이 많다”며 “개고기 특유의 식감과 감칠맛이 유사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30년 넘게 흑염소 전문점을 운영 중인 성모(66)씨 역시 “보신탕과 염소탕은 레시피도 거의 같다”며 “개고기를 즐겨 먹던 손님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국내 사육 염소 숫자는 2010년 24만마리에서 2022년 43만마리까지 늘었다. 
호주에서 수입되는 염소 고기도 2019년 1250t에서 2023년 5995t으로 증가했다. 
호주축산공사는 ‘한국의 개고기 금지’를 자국 염소 고기 수출의 호기로 판단한다는 보고서까지 냈다. 
정부 관계자는 “개고기 금지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기존 개고기 업자들도 염소로 상당수 갈아탔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전국 5625곳의 개 사육 농장과 음식점 등의 폐업 계획서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고기 업계 일각에선 “5년에 걸쳐 마리당 2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폐업 지원에만 수조원가량의 국민 세금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240715)


 

 

 

배우 변우석(33)씨가 최근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사설 경호 업체가 공항 입구를 임의로 막거나, 시민들의 여권·탑승권을 검사한 행위를 두고 ‘황제 경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항 내 보안을 총괄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사설 업체가 임의로 한 행위를 우리가 모두 알 수는 없다’는 식의 입장을 밝혔다.


변씨는 지난 12일 오전 홍콩 방문 일정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2번 게이트로 들어갔다. 변씨가 들어간 뒤 사설 업체 직원들이 약 10분간 이 문을 닫았다. 
공공시설인 공항 출국장 출입구를 연예인의 사적 목적을 위해 임의로 폐쇄, 일반인 탑승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당시 직원들은 “아무도 못 들어간다. 알겠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논란에 경호 업체 측은 “아티스트가 출국할 때 인파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공항경비대 측과 얘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이 인천공항 라운지를 이용하는 일반 승객들을 향해 강한 플래시를 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인천공항은 15일 오전까지도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곳이 제1터미널인지 제2터미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는 “제1터미널 게이트 14곳 중 한 곳을 막는 것은 안전을 위해 통상적으로 허가한다”고 했다가 오후에야 변씨가 출국한 경로가 제2터미널임을 확인하고 “제2터미널 게이트에서 업체가 공항 측과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사설 업체 직원을 동원해 무단으로 출국장 게이트를 차단한 변씨는 제2터미널 서쪽 끝 A구역에 있는 대한항공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에서 발권을 하고 짐을 부쳤다. 
이후 1번 출국장으로 나가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를 마무리하고 흔히 면세 구역이라고 부르는 보안구역(에어사이드)에 들어섰다. 
사설 업체 직원들도 항공권을 발권해 면세 구역으로 진입, 변씨를 경호했다.

 

 




변씨가 4층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서편)로 입장하자 직원들은 에스컬레이터 입구를 차단했다. 
4층 라운지를 이용하려는 탑승객들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구역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이 통로를 막아선 채 탑승객들의 여권·탑승권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업체 측은 “라운지에 들어오시려는 분에 한해 체크를 한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 불심검문조차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점에서 사적 권력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공항은 이런 여권·탑승권 검사가 공항과 전혀 협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항 소속 경비대마저도 승객 신분증을 검사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실제 출입국관리법엔 출국 심사의 주체가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 명시돼있다. 
그런데 인천공항 관계자는 “사설 업체도 항공권을 갖고 있는 여객인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테러 등 범죄 위협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보안구역이다. 
면세점을 비롯, 보안검색장·출입국심사장·세관검사장 등이 포함된 보안구역은 삼엄한 경비가 필수다. 
이런 공간에서 무자격자들이 멋대로 검문을 실시한, 전례 드문 사태에 인천공항은 ‘어쩌겠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인천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 관리·감독을 받는 공기업으로, 정부 지분이 100%다. 
연 7700만명이 이용하는 공항의 핵심부인 보안구역에서 사적(私的) 제재가 버젓이 이뤄졌는데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인들이 공항 등 공공시설을 사유화한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비행기에 한 시간 넘게 늦게 탑승해 출발이 지연된 적이 있다. 
박보검·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해 전북 고창 청보리밭에서 촬영 중 시민들의 사진 촬영을 금지해 논란에 휘말렸다. 
주택가·도로에서 촬영한다며 시민 통행을 멋대로 통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법률사무소 유영 유영준 변호사는 변씨 경호 업체의 여권·탑승권 검사를 두고 “명백한 권한 남용이고 강요죄 소지도 있다”고 했다. 
변씨 측의 ‘황제 경호’ 때문에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진정서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인권위 측은 이날 “경호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이 사설 경호 업체 측에 편의를 봐주고 일반 승객들을 차별하는 등 연루 정황이 있다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했다.


변씨 소속사는 이날 “공항 이용객에게 플래시를 비춘 행동은 당사에서 인지한 후 멈춰달라 요청했다”며 “게이트와 항공권 (검사) 상황은 당사가 인지할 수 없었으나, 도의적인 책임감을 통감하며 사과드린다”고 했다.(240716)



 

 

 

소프라노 조수미(61)가 오랫동안 품어온 꿈 하나가 이뤄졌다. 
그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의 첫 행사가 12일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古城) ‘샤토 드 라 페르테 앙보(페르테 앙보)’에서 치러졌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 특별 리사이틀을 열고 이 콩쿠르의 공식 출범을 알린 지 딱 1년 만이다.

 

 

<프랑스 중부 루아르의 고성(古城) 페르테앙보에서 12일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수상자들이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무대에 올라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3위 이기업(테너), 1위 리지하오(바리톤), 조수미, 2위 제오르제 비르반(테너). 
수상자들은 앞으로 조수미씨와 공동 공연을 하고, 음반 발매 및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 설 기회도 얻을 전망이다.>

 


전 세계 47국에서 총 500여 명의 18~32세 성악가들이 응모해 이 중 2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이달 8일부터 이곳 페르테앙보에 모여 준결선 무대를 펼쳤고, 이 중 11명이 12일 최종 결선을 벌여 총 5명의 수상자를 가렸다. 
첫 대회 1위는 중국의 리지하오(바리톤·22)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단은 “뛰어난 실력과 돋보이는 무대 매너로 심사위원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2위는 루마니아의 제오르제 비르반(테너·29), 3위는 한국의 이기업(테너·31)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프랑스 소프라노 쥘리에트 타키노(25)와 마리 롬바르드(26)가 공동 수상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古城) ‘샤토 드 라 페르테앙보’(Chateau de La Ferte-Imbault)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결선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수미는 11명이 오르는 결선 무대 직전 “내게는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콩쿠르가 실현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내 팔을 꼬집어 봤다”고 했다. 
그는 “과거 수많은 콩쿠르에 참가했고, 이제는 여러 콩쿠르 심사위원도 하면서 ‘성악가에게 이상적인 콩쿠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며 “경쟁을 넘어서, 음악가를 돕고 문화적 교류를 증진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라페르테앙보 성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이기업 테너.>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본선 진출자를 미리 이곳 페르테앙보 성 인근 마을로 불러 주민들의 집에 묵게 하며 현지 문화를 직접 경험케 했다. 
또 결선 진출자들 간 교류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한편, 서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조수미 등이 직접 마스터클래스(성악 지도)도 열었다. 
3위 입상자 이기업은 “이 콩쿠르는 ‘경험’의 측면에서 정말 특별했다”며 “음악가로서, 또 인간으로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콩쿠르가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돕는 디딤대로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 정말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 음악가에 비해) 아시아나 남미 쪽 음악가들에게는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이 콩쿠르가 그들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주 무대인 유럽에 성공적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도약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겐 1등 5만유로(약 7500만원), 2등 2만유로(약 3000만원), 3등에게 1만유로(약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미 세계적 명성의 다른 콩쿠르들과 비교해도 큰 액수다. 
또 조수미와 함께하는 여러 공연 및 음반 발매, 세계적 오페라 극장의 캐스팅 기회도 주어질 전망이다.


조수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 오페라 무대의 캐스팅(배역 선발) 책임자와 클래식 음반 제작사인 워너 뮤직의 알랭 랜서론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와 줬다”며 “성악 콩쿠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이 콩쿠르 진출자들 중 우수한 이들을 직접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갈로피니 라스칼라 캐스팅 감독은 이날 심사 직후 “참가자들의 수준이 무척 높다”며 “당장 무대에 오를 만한 이들이 있다”고 했다.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이번 콩쿠르를 후원했다. 
다음번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2년 후인 2026년에 열린다. 조수미의 데뷔 40주년을 맞는 해다. 
그는 “이번엔 오페라곡만 경연 종목으로 삼았는데, 다음엔 예술 가곡 등 다른 장르도 넣고 싶다”며 “2년 뒤엔 더 많은 참가자가 오고 더 높은 수준의 콩쿠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나중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이 콩쿠르는 계속 이어져 젊은 성악가들에게 조수미란 사람을 추억해주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240715)




 

 

 

일부 인기 유튜버의 수입이 거액이라고 알려지고 나서,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초·중·고교 1200곳 학생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1인 미디어 창작자)는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4위에 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미디어 창작자의 연간 평균 수입은 2900만원, 특히 하위 50%는 1년에 3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넘는 창작자가 사실상 한 달에 3만원도 못 번다는 것이다. 
이 숫자도 소득이 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현재 국내 창작자가 모두 몇인지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가 2022년 발표한 ‘크리에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1750만명이다. 
세금 신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이 적거나 아예 없는 이가 절대다수임은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창작자를 선망하는 것은 몇몇 인기 유튜버 때문이다. 
2022년에 창작자 수입 상위 1%인 393명의 1인당 평균 수입은 8억4800만원으로 3년 전(6억7100만원)보다 26.4% 늘었다. 
이처럼 큰 수익을 얻으려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유튜버는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면 이용자가 증가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곧바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창작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늘어난다. 
유튜브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의 45%를 유튜브가 가져간다. 유튜브 쇼츠는 광고 수익의 55%가 유튜브 몫이다.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인 ‘수퍼챗’은 유튜브가 수수료 30%를 챙긴다.


한국의 인구 대비 창작자 수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많다. 어도비의 ‘크리에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그 비율은 34%다.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유튜브나 아프리카TV, 틱톡 등에 콘텐츠를 올린 경험이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26%), 영국(25%), 일본(15%)보다 훨씬 높다.(240713)


 

 

 

40대 A씨는 지난 2022년 5월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추돌 사고를 당한 뒤 2년 넘게 한방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큰 것은 아니었다. 앞에 가던 차가 후진을 하다가 A씨 차의 앞 범퍼와 부딪친 것이다. A씨의 차를 고치는 데는 35만원가량의 수리비가 나왔다.


현행법에서는 척추 염좌(삔 것), 단순 타박상 등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상해를 12~14급으로 분류하고, 이 등급을 받은 환자들은 가볍게 다쳤다고 해서, 경상(輕傷) 환자로 불린다. A씨는 무릎 염좌 등 상해 12급으로 분류됐다.

 

 

<환자의 허리에 침 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사고 다음 날부터 올해까지 70회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다. 
상대방 보험사가 그동안 A씨에게 지급한 치료비는 총 754만원에 달한다. 
치료비를 항목별로 보면, 부항술 등 기타 항목에 325만원, 한방 물리요법에 114만원, 약침에 118만원 등이었다.


이런 자동차보험 환자의 과잉 진료 문제는 실손보험 누수 문제와 함께 손해보험사들의 양대 골칫거리로 통한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타박상 등 가벼운 증상에도 일단 뒷목부터 잡고 병원을 가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짜 환자)’ 문제다.


지난해 경상 환자의 과잉 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자동차보험 종합 개선 방안’ 시행 이후 주춤했던 나이롱환자 치료비가 올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본지가 삼성·현대·KB·DB 등 4대 손해보험사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91만2000원으로 지난해(88만1000원)보다 3.5% 늘었다. 
경상 환자 1인당 치료비는 2022년 89만원에서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가 1년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치료비 증가를 주도한 것은 한방병원이었다. 
올해 1분기 한방의 경상 환자 1인당 치료비는 106만8000원으로, 지난해(100만6000원)보다 6%가량 늘었다. 
정부의 개선 방안 시행 이전인 2022년 치료비(101만6000원)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반면 양방의 경상 환자 1인당 치료비는 2022년 34만4000원에서 2023년 33만6000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1분기 34만5000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방 치료비가 급증하면서 한방과 양방 치료비 격차는 3배를 넘었다. 
한방으로 치료받은 인원은 23만5163명으로 양방 치료 인원(19만3979명)의 1.2배에 불과했지만, 총 치료비는 한방(2512억원)이 양방(669억원)의 3.8배에 달하면서 1인당 치료비에서 큰 차이가 난 것이다.


정부는 나이롱환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경상 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 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게끔 하고, 경상 환자가 4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받을 시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 반짝했던 제도 개선 효과는 올 들어 사라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다시 일부 병의원의 ‘꼼수 치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던 병의원들이 올 들어 경상 환자에 대해 추가 진단서를 반복해 발급하는 식으로 개선된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 의존하는 일부 한방 의료기관의 문제는 곧 무고한 다른 운전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상 환자에 대해 의학적·임상적 근거 없이 두세 가지 이상의 고액 비급여 한방 치료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240716)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인베브)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 삼성전자, 인텔, 비자 등과 함께 15개 최상위 공식 후원사 중 하나다.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같은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AB 인베브는 파리올림픽 공식 맥주로 논(non)알코올 맥주인 ‘코로나 세로’를 내세웠다. 
미셸 케리스 AB 인베브 CEO는 “전 세계 올림픽 팬들에게 코로나 세로가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공식 맥주가 될 정도로 논알코올 제품이 글로벌 맥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에서 비율은 미미하지만,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미국 내 논알코올 맥주 1위 ‘애슬레틱’은 출시 6년 만에 생산량이 285배 늘었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20년 236억원 규모에서 올해 704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술자리에서 음주가 내키지 않거나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임신부처럼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의 소비자들이 논알코올 맥주를 많이 찾는다. 
맥주 회사들이 제조 공법을 대폭 개선한 덕분에 “맛이 밍밍하다”며 외면했던 소비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일반 주류와 달리 음료로 취급돼 인터넷에서도 주문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일본에서 지난 2008년 처음 맥주맛 탄산음료가 등장했고, 이어 아사히·기린 같은 맥주 제조사들이 공법을 개발해 논알코올 맥주를 출시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하이트진로가 2012년 ‘하이트제로 0.00′을 처음 출시했고,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선보였다. 
그러나 초기 국내 선보인 제품들은 실제 맥주처럼 제조 과정에서 발효를 거친 것이 아니라, 맥주 원료인 맥아와 홉에서 추출한 엑기스에 탄산을 배합한 것이었다. 
일반 맥주와는 맛이나 목넘김에서 차이가 커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논알코올 맥주의 맛이 일반 맥주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비맥주의 논알코올 제품 ‘카스 0.0′은 실제 맥주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에 알코올 성분만 빼내는 공법으로 만든다. 
맛이나 청량감이 기존 맥주와 유사하고, 알코올은 0.05% 이하만 남게 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계속 새로운 논알코올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1년 알코올은 물론 칼로리와 당류까지 모두 제거한 ‘올프리(All-free)’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섰고,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8월 기존 맥주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클라우드 클리어 0.5′를 출시했다.


버드와이저·호가든·칭다오·칼스버그 등 해외 유명 맥주 브랜드의 논알코올 제품도 해마다 수입이 늘고 있다. 와인, 샴페인, 사케 등도 논알코올 제품이 나온다.


논알코올 맥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법적으로는 음료로 취급돼 주류 가격에 포함되는 주세(酒稅)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기준 카스 프레시나 테라·하이트 355ml는 개당 2250원이지만, 논알코올 제품은 1800원에 판매된다.


지난달부터는 식당에서도 논알코올 맥주가 판매되면서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주류 도매업자가 마트나 편의점 외에 음식점에도 논알코올 맥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주류면허법 시행령이 바뀌면서다.

 

 




해외에서는 논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더욱 뜨겁다. 
현재 미국 논알코올 맥주 1위는 2017년 출시된 ‘애슬레틱’이다. 
출시 첫해 875배럴(1배럴은 약 159리터)에 그쳤던 애슬레틱의 생산량은 지난해 25만배럴까지 늘어났다. 
수퍼마켓 체인 홀푸즈마켓 관계자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반 맥주를 포함해도 애슬레틱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했다.


미국양조협회에 따르면 애슬레틱을 생산하는 애슬레틱브루잉컴퍼니는 논알코올 맥주만을 생산하는데도 지난해 1만여 곳에 달하는 미국 전체 수제 맥주 양조장 중에서 맥주 매출액 기준 10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2022년 말 5억달러(약 6900억원)에서 지난 9일 기준 8억달러(약 1조1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일본에서도 논알코올 맥주는 인기를 끌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아사히는 올해 1~5월 ‘아사히 제로’ 판매량이 740만병에 달해 연간 판매 목표치의 60%를 이미 넘겼다. 
이런 인기에 아사히는 아사히 제로 생산량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240711)



 

 

 

구독자 1010만을 보유한 ‘먹방 여신’ 유튜버 쯔양을 협박하기로 모의한 사건으로 유튜브 세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폭로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은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당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거액을 편취하려고 했다. 
한국인들이 월 평균 40시간 이상 이용하고 있는 유튜브가 ‘야수들의 돈벌이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조회수를 올리려고 가짜 콘텐츠와 폭로성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얻는 범죄 혐의 행위를 벌이는데도 유튜브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스포츠 스타·연예인·정치인 등의 치부를 들춰내거나 이를 영상으로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낸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범죄 의혹 등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유명 유튜버 엄태웅(30)씨를 구속 기소했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구독자 29만명을 가진 엄씨는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모씨의 고등학교 선배인 A씨에게서 신씨와의 친분이나 A씨의 별도 범죄 의혹을 방송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유튜버들의 폭로성 콘텐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유튜버 ‘잼미’는 일부 유튜브에 의해 극단적 페미니스트 성향이라는 지목을 받은 뒤 인터넷상에서의 ‘사이버 불링’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유튜버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사흘 만에 10만명 넘게 동의를 받았다.


가로세로연구소가 공개한 ‘쯔양 협박 모의’ 녹취에는 구제역, 전국진, 카라큘라 등 3명의 유튜버가 등장한다. 이들의 총 구독자 수는 12일 기준 16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의 월 추정 수익은 약 3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최소 연 3억6000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유튜브는 10분 분량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고 200만뷰를 얻으면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영상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2월 유튜버 A씨는 또 다른 유튜버 B씨가 지하철 역사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이 시위를 저지하며 자신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인근 지구대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폭행을 당했으며, 역무원을 강력히 처벌하기 원한다”는 내용으로 신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폭행은 없었으며 시위를 벌이면서 단속 나온 역무원의 폭행을 고의로 유도하는 것까지 모두 사전에 모의된 것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유튜버 A·B씨에게 무고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구독자 2만여 명의 한 유튜브 해외 토픽 채널에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의 한글 자막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일본 기자가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가 (PSG에) 오는 것은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이강인 선수를 평가절하하는 질문을 던졌고, 음바페는 고개를 저으며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로 답변한다. 
이 영상은 ‘반일(反日) 코드’와 결합해 1100만명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음바페가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에 참석해 답변한 영상 앞부분에 일본 기자 음성을 만들어 넣은 조작된 영상이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 정의 구현’이란 슬로건을 가지고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늘어난 조회수와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 
수의대생 유튜버 박모(30)씨는 유기 동물을 거둬 기르는 ‘천사 콘셉트’로 유튜브를 운영하다 거짓말이 폭로되며 사기 등 혐의로 기소당했다. 
펫숍에서 구매한 동물들을 유기·파양 동물인 것처럼 유튜브 콘텐츠를 조작해 기부금을 챙긴 혐의다. 
그는 사죄 영상을 통해 “(구조했다고 한) 레이, 노루, 절구가 펫숍에서 왔다는 보도는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관심이 좋아 더 큰 채널을 바라게 됐고 그러면서 거짓 영상을 찍게 됐다”고 고백했다.


유튜버들의 공갈 및 협박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탁재훈 사생활 폭로’ 등 수많은 연예인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던 유튜버 김용호씨는 지난 2022년 8월 가수 김건모 전 아내 장모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박수홍 허위 사실 유포, 강요 미수,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투신해 숨졌다. 
그의 소식을 접한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사이버 레커의 말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고 무사할 줄 알았나” 등의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적 처벌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과거 130만 구독자를 보유했던 유튜버 송모(31)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배달 음식이 도착했는데 배달 내용물을 누가 빼 먹었다’는 영상을 올렸다. 
당시는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 먹는다는 이른바 ‘배달 거지’가 이슈가 된 상황. 송씨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제작했다. 
하지만 이는 송씨가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일부러 음식을 빼 먹은 뒤, 지인과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통화를 나누고 마치 점주가 부적절한 응대를 한 것처럼 조작한 영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송씨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2022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송씨는 현재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복귀해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쯔양 협박 모의에 연루된 구제역도 허위 사실 폭로 등으로 이미 재판 4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 2000만원, 2022년 7월에는 수원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세연 녹취에서 구제역이 “고소당해 봤자 끽해야 벌금 몇백 나오고 끝난다”고 했던 발언으로 볼 때 그가 상습적으로 송사에 휘말려 왔음을 알 수 있다. 구제역은 이번 사태로 또다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게 됐다.(240713)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100층 이상으로 지으려던 ‘상암 DMC 랜드마크’ 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05층 계획을 철회하고 새 설계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대표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는 130억위안(약 2조4710억원)을 투자해 2021년 저장성 닝보에서 높이 453m(88층) 규모 ‘에버그란데 시티 라이트’를 착공했지만, 이듬해 공사를 중단했다. 26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건물이 흉물처럼 남아있다.


2000년대 이후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졌던 ‘마천루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다가 사업이 무산되거나 자진 철회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지만, 이젠 마천루 대신 혁신 설계나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로 상징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는 분위기도 한 이유로 꼽힌다.


9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공사가 중단된 400m 이상 초고층 프로젝트는 24곳에 달한다. 현재 공사 중인 400m 이상 건물(12곳)의 배(倍)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초고층 경쟁이 주춤한 것은 고금리와 지정학적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축비는 폭등했는데, 경기 침체로 빌딩 임차 수요는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세계 100대 초고층 건물 중 46개가 있는 중국은 텅 빈 마천루가 늘자 2021년부터 높이 500m 이상 빌딩 신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70층 이상 초고층을 시공할 때 3.3㎡(1평)당 공사비가 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35층 정도 대형 빌딩 공사비(3.3 ㎡당 1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초고층 빌딩은 건물 하중과 횡으로 작용하는 풍압을 견디기 위해 고강도 철근·콘크리트를 써야 하고, 들어가는 자재도 1.5배 이상이다. 
구조 안전을 위해 지하를 더 깊게 파야 하고, 지진 등에 대비한 피난안전구역, 비상용 승강기 등을 추가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30개 층마다 대피 공간으로 한 층을 통째로 비워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70층 1동(棟)을 짓는 비용이 35층짜리 2동 짓는 것보다 최대 두 배가 더 든다”며 “동시에 2동을 지을 때보다 공기(工期)도 길어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급증한다”고 말했다.


처음 105층으로 계획한 삼성동 GBC의 경우 2016년엔 공사비가 2조560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선 105층 대신 55층짜리 2동으로 설계를 바꾸면 공사비가 최대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


최근 세계 각국은 랜드마크 높이 경쟁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마천루 대신 혁신적인 설계나 독특한 외관으로 랜드마크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의 랜드마크는 마천루 사이에 들어선 높이 45m 벌집 모양의 개방형 건축물 ‘베슬(Vessel)’이다. 
계단 2500개와 전망 공간 80개로 이뤄진 독특한 외관 덕분에 ‘뉴욕의 에펠탑’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작년 11월 개장한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역시 330m의 최고층 건물보다 부지의 3분의 1을 채우는 ‘수직 정원’이 랜드마크로 꼽힌다. 
중앙 광장부터 중저층 건축물 옥상까지 입체적으로 320종이 넘는 식물로 뒤덮고 보행로로 연결해 2만4000㎡의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국내 한 건축가는 “일본이 기술이 부족해 100층짜리 건물을 안 짓는 게 아니라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240710)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는 최근 자사고 운영을 스스로 포기하고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한때 교육 당국이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려고 하자 행정소송까지 내 승소했던 이대부고는 2024학년도 입학 경쟁률이 0.79대1에 그쳐 학생 정원을 다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뿌리가 같은 서울 중구에 있는 자사고인 이화여고는 입학 경쟁률이 1.48대1로 서울 지역 자사고(하나고 제외) 중 가장 높다.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이화여자고등학교 정문. 
이화여고는 올해 서울 지역 자사고(하나고 제외) 중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이대부고가 최근 자사고 운영을 포기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교육계에서는 각 학교 재단의 운영 방식 차이에서 두 학교의 길이 엇갈렸다고 보고 있다. 
이대부고는 재단법인 ‘이화학당’ 소유다. 이 재단은 이화여대, 이대부고·중·초·유치원, 이대병설미디어고, 이대병설영여중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고는 이화여자외고, 팔렬중·고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이화학원’ 소속이다.


두 재단 모두 1886년 미국인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 여사가 서울 중구 정동에 세운 이화학당이 모체(母體)다. 
그러나 1935년 이화여대(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가 정동에서 신촌으로 이전하며 공간적으로 분리됐다. 
1943년 재단법인도 이화여대를 운영하는 ‘이화학당’과 이화여고를 운영하는 ‘이화학원’으로 완전히 나뉘었고, 이후 아예 별도의 재단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국세청 법인 공시에 따르면, ‘이화학당’ 순자산 규모는 2월 기준 1조3911억원으로 ‘이화학원’(1732억원)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이화여대가 작년 영업이익 기준 약 407억원 손실을 보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재단 재정이 나빠지고 있다.


10년 넘게 이화여대가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 것이 재정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사실상 강제해왔다. 
이화여대는 재정 적자를 타개하려 2016년 고졸 직장인을 대상으로 패션 등 과목을 가르치는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단과대)를 설립하려 했지만, 학생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 파업 등이 이어져 이대목동병원 등 이대의료원 산하 병원들 적자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령인구 감소로 앞으로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이대부고를 자사고 형태로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달리 교육청으로부터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이대부고가 내년 일반고로 전환되면 정부로부터 ‘일반고 전환 지원금’ 25억원을 받고, 앞으로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도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반면 이화여고는 앞으로도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교육’이라는 건학 이념을 지키려면 자사고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사업 규모가 큰 이화학당과 달리 이화학원은 중등교육 사업에만 집중해 재정 변동이 크지 않고 동창회 기부 규모도 커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여고 졸업생은 약 6만5000명으로, 작년 동창 등이 낸 기부금만 6억원에 달한다.


입시 업계에서는 두 학교의 가장 큰 차이로 ‘역사’를 꼽았다. 
이화여고가 1886년 설립된 한국 최초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을 잇는 곳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여전히 동창 사회 교류가 활발하다. 이대부고는 1958년에 설립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화여고가 전통이 있을 뿐 아니라 최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도 인기의 한 이유”라고 했다. 
서울 지역에 있는 자사고 17곳 중 여고는 이화여고와 서초구에 있는 세화여고가 유일하다 보니 여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240711)

 

 

 

대기업 A사에 다니는 이모(43) 차장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돌리고 있다. 
31세에 취직해 뒤늦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도 결혼도 늦었다고 한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은데 빨리 낳더라도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60대 중반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기업 B사 이모(44) 부장은 작년 말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이미 육아휴직을 쓴 아내 대신 유치원생 아들을 돌보겠다는 ‘부장님의 육아휴직’ 소식에 회사는 술렁였다.


우리나라가 취업과 결혼, 출산이 점점 늦어지는 ‘지각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30대 초반 신입 사원과 40세 전후 신랑·신부, 40대 초반의 아기 아빠·엄마를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취업·결혼·출산은 1980~1990년대까지 20대에 해결하지 않으면 “늦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성인 인증 3종 세트’였는데, 지금은 30·40대로 밀리고 있다. 그만큼 인생 시계가 늦춰진 것이다.

 

 




지각 사회가 장기화할 경우 자녀 학자금을 대려고 환갑을 훌쩍 넘겨서도 일하는 60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제도 개선으로 취업·결혼·출산 각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서자 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 등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19.5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른다.


5년간 취업 준비생으로 지내다 올 1월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한 이모(31)씨는 취직 전인 지난해 아버지 환갑을 맞았다. 
그는 “내 월급으로 아버지에게 ‘한 턱’을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서른이 됐는데도 은퇴한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일이었다. 
그는 “가족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불효자가 된 심정으로 죄송스러웠던 5년이었다”고 했다.



번듯한 월급쟁이의 등용문이었던 대기업 신입 사원 공채가 줄어드는 등 취업 시장이 좁아지면서 20대의 ‘취업 지각’ 현상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작년 9월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 등 897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신입 사원 나이의 마지노선으로 남자는 평균 33.5세, 여자는 평균 31.6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남자는 31.8세, 여자는 30세였는데, 각각 1.7세, 1.6세 상승했다. 
그만큼 30대 초반 신입 사원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취준생과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20대의 취업이 늦어지는 반면,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실업자’의 비율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만 20~2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5%로, 60대 초반(65.5%)보다 17%포인트나 낮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대 초반보다 높았는데, 2006년부터 역전됐다. 
만 18세에 대학에 입학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다고 가정해도, 여성은 빠르면 22세, 군 복무를 마친 남자는 24세부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더 나은 취업을 위해 ‘대학교 5학년’ 생활을 이어가는 등 지각 인생을 선택한 20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늦깎이 취업에 성공해도 결혼은 또 다른 문제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2)씨는 여자 친구와 교제한 지 2년 다 돼 가는데, 결혼 얘기를 선뜻 못 꺼내고 있다. 생각은 굴뚝같지만, 신혼집 장만이 고민이기 때문이다. 
홍씨는 “서울 집값이 워낙 높아 직장 근처에 ‘원룸’ 얻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라며 “결국 빚을 잔뜩 내야 하는데, 얇은 지갑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엔 입사 직후 1~2년을 버티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도 많아, 결혼 속도를 더 늦추기도 한다


‘결혼 지각’은 ‘출산 지각’으로 직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이 처음 결혼하는 평균 나이는 지난 1993년 약 25세에서 작년 31.5세로 30년 동안 약 6.5세 올랐다. 
같은 기간 여성이 첫아이를 낳는 평균 나이도 약 26.2세에서 33세로 약 6.8세 높아졌다. 
지각 결혼·출산이 늘면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대기업 임원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대기업 C사 김모(47) 이사는 “아이가 빠른 친구들은 대학 입학식에 간다는데, 나는 유치원 참관 수업을 다니고 있다”며 “상무를 천천히 다는 게 목표”라고 했다.


40·50대 직장인이 육아 때문에 휴직하는 것도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세종 관가에서는 간부급인 과장이 육아휴직을 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중앙 정부 부처에선 지난달 이후 과장급 2명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다른 중앙 부처 과장도 40세인 2년 전 첫째를 낳아 육아휴직을 썼다. 
한 중앙 부처 과장은 “40대에 첫아이를 출산한 동기에게 ‘늦게까지 애를 키워야 하니 네가 장·차관 달아라’고 농반진반의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40세 이상이 쓴 육아휴직은 4만858건으로 30세 미만 (1만6740건)의 2.4배다. 육아휴직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된 2010년만 해도 30세 미만의 육아휴직이 40세 이상의 19배에 달할 정도로 40대 육아휴직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20대 출산이 줄고 40대 출산이 늘면서 격차가 점차 좁혀졌고, 2019년 들어 40세 이상의 육아휴직 건수가 30세 미만을 처음으로 앞섰다.(240712)



 

 

 

무선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혁신적 가전제품을 만들어 온 다이슨이 영국 현지 직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다이슨을 모방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중국 제품인 일명 ‘차이슨(차이나+다이슨)’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면서 다이슨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산 가전제품은 로봇 청소기 등 일부 품목에서 ‘가성비 제품’이라는 딱지를 떼고 ‘하이엔드(고가)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다이슨이 영국 현지 직원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은 끝이 아니라 회사의 글로벌 인력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 조정의 일환이다.

 




외신은 다이슨의 직원 감축 이유로 ‘차이슨’을 지목했다. 
FT는 “다이슨의 가장 큰 시장은 아시아”라며 “그곳에서 다이슨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나온 직후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현지 업체와 경쟁한다”고 전했다. 
한노 키너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슨은 혁신과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등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축은 항상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201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현지 시장을 석권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다이슨 무선 청소기는 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61%까지 늘었다. 
하지만 그 무렵 다이슨 제품을 모방한 중국산 저가 청소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이슨보다 성능이 떨어져도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보니 중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로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다이슨 제품(싸이클론 V10)은 최저 가격이 40만원 수준이다. 
이 제품과 모양이 비슷한 중국 디베아 제품(TSX-25000A)은 17만원, 샤오미의 M22는 15만원이다. 
모방 제품은 무선 청소기뿐만이 아니다. 최저가 65만원인 다이슨 에어랩을 베끼다시피 한 제품은 최저가 2만원에 팔린다.



최근 들어 중국산은 가격뿐 아니라 성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 늘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5~6년 전만 해도 검증이 안 된 제품들을 내놓다 보니 성능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성능마저 중국 업체들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로봇 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석권했다. 
다나와에 따르면,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중국의 로보락이 20.1%로 1위, 샤오미가 17.7%로 2위였다. 
LG전자(17.7%)와 삼성전자(15.5%)에 이어 중국의 에코백스(10.8%)가 4위를 기록했다. 
150만원 이상 하이엔드급 로봇 청소기 시장에선 로보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 수준이다.


가격이 184만원인 로보락의 ‘S8 맥스 V울트라’는 삼성의 ‘비스포크AI 스팀’보다 가격이 5만원 더 비싸고 청소 시간, 먼지통 용량 등 일부 성능이 더 우수하다. 
작년 6월 에코백스가 출시한 ‘디봇 T20 옴니’도 출고가가 159만원으로 고가였지만, 물걸레 세척 기능과 청소 중 카펫이 있으면 자동으로 물걸레를 들어올리는 기능 등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중국 제품들의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효녀 심청보다 낫다는 의미로 ‘효녀로청(효녀+로봇 청소기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무선 청소기 성능 테스트에서 당시 90만원에 판매되던 다이슨의 SV17은 최대 모드에서 연속 사용 시간이 15분, 충전 시간은 4시간 6분이었다. 
당시 18만원인 디베아의 무선 청소기도 최대 모드에서 연속 사용 시간이 15분, 충전 시간은 4시간 36분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50만원대인 일본의 발뮤다 선풍기와 디자인이 비슷한 샤오미 선풍기는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지만, 무게는 0.5kg 정도 가볍다.(240711)

 

 

 

공공기관 41곳(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중 절반이 넘는 23곳이 ‘CEO(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다. 
CEO가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곳은 전체의 56%를 웃돈다. 공기업 17개 중 경영 공백 상태인 곳은 70%인 12곳에 이른다. 
4월 총선과 지난달 공공기관 경영 평가가 끝나면서 최근 들어 정부가 기관장 물갈이에 나서고 있지만, 서류·면접 심사와 인사 검증, 주주총회 등 기관장 선임 절차를 거치는 데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연말에야 공공기관 전반에 걸친 경영 공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작년 6월 22일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내고 선임 절차를 시작했지만, 신임 사장이 취임한 건 석달 뒤인 9월 20일이었다.


특히 총선 등 대형 선거를 전후해 이 같은 공기업 CEO 무더기 공백 사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공기업 CEO 자리가 정치권의 낙천·낙선자를 챙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하지 못하는 공익 목적의 일을 대신 하기 위해 만든 공공기관이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9일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가운데 CEO가 공석인 기관은 8곳, 이미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임시로 CEO직을 수행하는 곳은 15곳에 이른다.


여기에 25일 나란히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석유관리원과 세라믹기술원 등 5곳은 올 하반기면 현 CEO가 물러나야 한다. 
사실상 레임덕이 없다고 할 만한 곳은 41곳 중 13곳에 그친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1년가량 남겨둔 2021년에 신임 기관장을 대거 선임하며 3년이 지난 올해 공공기관장의 임기 만료가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기관장이 사퇴한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영 평가에서 해임 건의 조치가 내려진 뒤 지난해 8월 원장이 물러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자리가 빈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 원장을 찾지 못했고, 한국에너지재단은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던 전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물러난 뒤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8일 한국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이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하며 5개 발전 공기업 사장 선임은 본격화됐다. 
하지만 작년 12월 사장이 사퇴하며 반년 넘게 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강원랜드와 지난 5월 사장이 해임된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경영 공백 상태인 23곳 중 아직 모집 공고조차 올리지 않은 곳은 11곳에 이른다.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행이나 임기가 끝난 CEO 입장에서는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에 나서는 한국석유공사와 정부는 시추 작업을 연말부터 본격화한다고 했지만, 실무를 사실상 챙길 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초 끝났다. 
수년에 걸친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책임이 석유공사 사장에게 주어졌지만, 어느 시점에 후임 사장이 취임할지도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며 재무구조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발전 공기업도 사장 5명의 임기가 지난 4월 25일 일제히 끝났다. 
석탄발전소 폐쇄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으로 에너지 전환,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오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수출을 뒷받침하는 코트라도 신임 사장 선임 문제로 어수선하다. 
주로 전직 차관 등 산업부 관료 출신이 사장으로 내려오던 이곳은 사장 임기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온다’ ‘관료가 온다’ 등 하마평만 무성한 가운데 후임이 지명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경영 공백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관의 기강은 잡히지 않고, 정책 추진 동력도 생기지 않는다. 
한 공공기관장 출신 인사는 “민간 기업보다 공공기관은 훨씬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다”며 “대행이나 임기 끝난 사장이 지시해서는 제대로 정책 집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CEO들이 인사발령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정기 인사가 지연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도 커진다.


한 발전 공기업 직원은 “올 초부터 다음 사장님이 누가 오는지로 뒤숭숭하다”며 “퇴직이나 임금피크, 교육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인사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장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영 서울대 교수는 “오너가 없으면 민간 기업도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과 같이 주인 없는 공공기관은 앞에서 이끌 기관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CEO 공백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240710)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가 내년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2009년 7월 자사고로 지정된 지 15년 만에 스스로 자사고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 학점제가 도입돼 자사고만의 강점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일 서울교육청은 이대부고가 지난 5월 30일 자사고 취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측은 “자율 학교 지정 심의 위원회에서 일반고 전환을 허가했고, 교육부 최종 동의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엔 이대부고를 포함해 자사고가 17곳 있다.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면 서울에서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11번째 사례가 된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자율형 사립고로 운영해온 이대부고는 내년에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선 이대부고의 일반고 전환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대부고는 2019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8곳을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려고 하자 다른 학교들과 함께 행정소송까지 내 승소하며 끝까지 자사고 지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뒤집고 자사고를 계속 유지하기로 올해 초 결정했다.


그런 이대부고가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자 “학령인구 감소를 못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녀공학으로 신입생 정원이 420명인 이대부고는 입학 충원율이 2022학년도(87%), 2023학년도(85%), 2024학년도(79%) 등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는 학생들이 내는 학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입생을 못 채우면 그만큼 손해다. 이대부고의 연간 학비는 1인당 600만~700만원이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 학생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교 재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교육청들이 일반고 지원금을 늘리면서 일반고 운영비가 자사고 수입을 앞지른 지 오래됐다”며 “재단 입장에서는 굳이 미래 수익성이 불투명한 자사고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사고는 지원한 학생 중에 선발해야 하지만, 일반고는 교육청이 학생을 자동 배정하기 때문에 신입생 미달 걱정이 덜하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 비율이 늘어난 것도 자사고 인기가 떨어진 이유다. 
수시 전형에선 고교 내신 성적이 가장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우수 학생들이 모인 자사고에선 성적 경쟁이 일반고보다 더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 자사고는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이 풍부해 일반고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이런 장점도 희미해졌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이 드러난 후 수시 전형에서 자기소개서도 금지됐고,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굳이 내신 성적 받기 어려운 자사고에 갈 바에야 일반고 가겠다”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내년 전면 실시되는 ‘고교 학점제’ 영향도 있다. 
고교 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제도로, 내년 전국 모든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다. 
자사고의 가장 큰 강점은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런데 일반고 학생들도 다양한 교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면 자사고만의 차별성이 사라진다.


이대부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동시에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이음학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대부고와 이대부중은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고 둘 다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 있다. 
중·고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학생들은 예술, 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다. 학교는 급식 등을 함께 운영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이대부중 학생이 이대부고로 자연스럽게 진학하며 학생 수 유지도 쉬워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240709)


 

 

 

일본 도쿄 마치다시의 한 관광버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채용부터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고졸자들을 뽑기로 했다. 
고졸자는 면허 취득 연령 제한 탓에 입사하더라도 즉시 운전사로 투입될 수 없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에 올해 시작된 정부의 운송업 노동시간 규제까지 더해져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고육지책을 꺼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채용할 고졸자에겐 몇 년간 다른 일을 시키면서 적성을 파악하는 한편,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해 대형 면허 취득도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지난해 열린 고졸 취업 설명회에 300명에 달하는 학생이 참석해 있다. 
일본 NHK·FNN 등은 과거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이 어려웠던 고졸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질적인 저출산의 여파로 일본 기업들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자, 과거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이 어려웠던 고졸자들의 ‘몸값’이 최근 눈에 띄게 치솟고 있다고 FNN·NHK 등이 보도했다. 
지난 3월 고졸자 구인 배율(구직자 한 명당 빈 일자리 개수)은 3.98로 역대 최고였다. 
고졸자 채용을 진행한 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사람이 없어 뽑지 못했다는 뜻이다. 같은 시기 대졸자 구인 배율(1.71)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간사이 지역 방송 KTV는 “고도 경제 성장기였던 ‘버블기’(1980년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고졸자를 조기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인력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고졸자를 ‘레이와(令和·2019년부터의 일본 연호)의 황금알’이란 신조어로 부른다. 
‘황금알’ 다루듯 대우해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 80여 점포를 운영하는 한 라면 체인점은 고졸 신입 초봉을 현재 18만엔(약 155만원)에서 내년 22만엔(약 19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졸 초임과 같은 수준의 ‘파격 대우’다. 
나아가 이 기업은 고졸 신입들에게는 앞으로 2년간 회사 기숙사를 무료로 대여해주기로 했다. 
NHK는 현재 고졸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445곳에 ‘(고졸) 초임 임금을 올릴 것이냐’고 묻자 54%가 “그럴 예정”이라 답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기타토시마공고(工高)엔 올해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 기업이 ‘고졸 채용을 희망한다’면서 취업 설명 자료를 보내왔다고 한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선 지난 5일 건설·음식·레저 등 기업 50여 곳이 아예 ‘합동 고졸 취업 설명회’를 열었다. 
그동안은 고교 측 요청으로 기업 취업 설명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학교에 ‘설명회를 열고 싶다’는 연락이 쇄도해 다 같이 모여 개최하게 됐다고 한다.


매년 80%가량의 취업률을 자랑하는 오사카 사카이공고 관계자도 “최근에는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설명회를 열겠다는) 기업들 쪽에서 연락이 쏟아져 우리가 오히려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가고시마·사이타마 등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합동 고졸 취업 설명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많게는 200여 기업이 참여했다고 한다. 
한 기업에선 고졸 채용 응시자를 늘리기 위해 사원들이 직접 모교 축제를 찾아 무료 음식을 나눠주기까지 했을 정도라고 NHK는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또한 과거 단순 육체노동에 그쳤던 고졸 직원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사카의 한 건설사는 최근 건설 현장 감독으로 고교 졸업 2년 차 사원을 투입했다. 
일본 건설 업계는 올 상반기 일손 부족으로 인한 도산 건수가 역대 최다(53건)일 정도로 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장 업무 역량은 나이와 무관하다”고 했다.


과거 대졸자가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않던 IT 업계에서도 최근 고졸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KTV는 전했다. 
재작년 고졸 채용을 시작한 효고현의 한 IT 기업 대표는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에 자라 IT에 익숙한 요즘 고교생들은 업무에 즉시 투입돼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은 고졸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로 ‘대졸자보다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꼽았다. 
일본에선 그동안 취업을 원하는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담당 교사의 중개를 통해 한 명당 한 회사씩 입사 내정을 받는 반면, 대졸자는 개인이 자유롭게 기업을 찾아다니며 구직 활동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입사가 내정된 대졸자들이 입사 직전에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통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입사를 취소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고졸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는 기업이 바라는 ‘헝그리 정신’이 투철하다”고 했다.(240710)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무릎 통증으로 강남구에 있는 한 의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도수 치료가 필요한데 피부 시술을 추가하면 그것까지 모두 실손보험이 적용되도록 처리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도수 치료와 함께 200만원 상당의 피부 시술을 받았고, 피부 시술 비용 일부를 포함 총 300만원을 ‘도수 치료’ 항목으로 처리해 실손보험금을 탔다. 
경기 과천에 사는 B씨는 아들(16)의 허리 통증 때문에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뼈와 근육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도수 치료로 자세도 교정하고, 아이의 숨은 키도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B씨 아들은 3년간 총 120여 차례 도수 치료를 받았고, 2000만원 이상을 실손보험으로 보전받았다.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키우고 필수 의료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급여 중 본인 부담분+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국민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방치되면서 의료 과다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도수 치료, 비타민·무릎줄기세포 주사 같은 비급여 항목이다. 
지난해 지급된 실손보험금 14조813억원 가운데 비급여 보험금이 57%(8조126억원)를 차지했다. 
특히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기본 물리치료(급여)에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도수 치료(비급여)를 끼워 파는 방식 등의 ‘혼합 진료’가 횡행하면서 불필요한 진료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남규 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진료가 목적이 돼 급여 진료까지 팽창하고 전체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실손보험 아래서 벌어지는 의료 남용 행태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의료비(국민이 쓴 의료비 총액) 비율’은 9.7%로, 처음 OECD 평균(9.2%)을 넘어섰다. 
2016년 대비 증가율은 40.6%로, OECD 평균(5.7%)의 약 7배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실손보험 등으로 인한 의료 과다 이용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손보험 때문에 필수 의료 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 개원의와 그렇지 않은 2·3차 병원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의사들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 5명이 각종 의료 장비를 이용해 3시간 동안 대장암 수술을 할 때 받는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가 약 250만원이다. 
의사 또는 물리치료사 한 명이 30분 남짓 시행하는 도수 치료 10~20회 가격과 비슷하다. 
필수 의료 건보 수가는 거의 오르지 않는데, 비필수 의료에선 경증 환자의 비급여 진료를 최대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 대학 병원의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직업적 자긍심으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소득) 격차가 커지면 자기 자리를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과다 의료 이용으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9738억원에 달했다.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자, 보험료를 인상하고 보장 영역도 줄이고 있다. 
실손보험료는 2020년 이후 매년 7~14% 올랐다.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상승률만 58%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의료 이용량이 적은 평범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역별·병원별로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 가격을 정부가 관리·규제하고, 국민이 사전에 비교할 수 있도록 비급여 명칭·코드 사용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 
비급여 항목은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설정해 상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수·체외충격파 치료, 비급여 주사료 등을 실손보험 보장 항목에서 제외하고, 실손보험 본인 부담률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710)



 

 

 

 

 

 

 

2016년, ‘군대식’으로 유명했던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를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쏘나타·투싼·싼타페 등 주력 차종의 ‘세타2′ 엔진에서 시동 꺼짐, 소음 등의 결함이 미국에서 발견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처음에는 미국 엔진 생산 공장의 청결 문제로 생긴 일이라고 했지만, 결국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리콜(무상수리)을 결정했다. 
또 현대차·기아는 이 엔진을 쓴 모든 차량 469만대에 대한 평생 품질 보증을 약속하면서 2019~2022년 약 7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미국 정부에 낸 과징금 8100만달러(1120억원)까지 합치면 8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지난해 7월 현대차 고성능차 브랜드 ‘N’ 소속 직원들과 드라이버들이 영국에서 열렸던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참가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기뻐하며 해단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최근 현대차그룹은 회사 행사도 과거 형식과 복장에 엄격했던 분위기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리콜 사태 직전까지 현대차·기아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았다. 
2014~2015년 2년 연속 글로벌 8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리콜 사태 이후 내부 충격이 작지 않았다. 
연구개발 분야 임원은 “‘우리가 단기간 너무 빠르게만 달려왔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회사 전체가 고민에 빠졌고 그때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 TF(태스크포스)를 여럿 만들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반세기 가까이 강력한 ‘패스트 팔로어’였다.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장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고, 일사불란하게 목표를 향해 뛰었다. 
그런 힘이 작년 ‘글로벌 톱3′의 비결 중 하나였다. 
하지만 ‘8조원의 교훈’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니오’라고 말하고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개발(R&D) 메카인 남양연구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패스트 팔로어’의 전형이었다. 
오랫동안 연구소 별명은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연구소 내에선 늘 ‘도요타 캠리보다 연비가 0.01%라도 우수한가’ ‘폴크스바겐 티구안보다 출력이 높은가’ 등을 따졌다. 
전략을 정할 때도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했다. 
20년 차 실장급 연구원은 “연구를 물건 파는 영업사원처럼 목표를 정해놓고 하던 시절이었다”면서 “우리가 정답이니 너는 따라오기만 하라는 상급자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빨리빨리’ 대신 ‘미리미리’를 더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0여 년을 지탱해온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미래차 시대가 열리면서 도요타·폴크스바겐은 물론 테슬라마저도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과감한 시도로 변화에 미리 대비하고, 시장을 선도하자는 것이다.


실제 본지가 최근 만난 연구원들은 요즘 연구소는 크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변화는 ‘실패해도 좋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입사 5년 차 한승우 연구원은 이런 문화 덕에 2021년 연구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자동차 시트를 고정하는 차체 바닥 중요 부품 5~6개를 하나로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실제 생산하는 자동차에 적용돼 원가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입사 3년 차에 테슬라 사례를 보면서 고민하다가 혹시나 하고 옆자리 선배에게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줬다”고 말했다.


연구소 보고 체계도 간편해졌다. 
과거 각종 실험 데이터를 파워포인트나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정리해야 하는 일이 대폭 줄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실무자가 팀장과 함께 담당 임원을 만나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15년 차 남양연구소 연구원은 “팀원들끼리 이런저런 메모를 하며 끄적거린 종이 쪽지를 그대로 임원에게 건네며 보고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2019년에는 리콜 사태 이후 2~3년 내부적으로 고민한 제도들이 잇따라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선 그해 직장 내 서열을 의미하는 사장 이하 직급 개수를 11개에서 6개로 줄였다. 좀 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든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기본 복장’을 ‘넥타이에 양복’으로 정해 놓은 복장 규정도 있었는데, 2019년 3월에는 근무 상황에 맞추는 자율복장제로 전환됐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룹 본사나 남양연구소에서 칼라(collar)가 없는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거나,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은 직원을 흔히 볼 수 있다.


그해 ‘결재판 수거함’까지 만들면서 보고 방식도 바꿨다. 
종이 문서를 결재판에 넣어 상급자에게 가져가는 보고는 이제 필요 없고,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로 충분하다는 취지다. 
지난달엔 ‘현대 웨이’라는 기업 문화 캠페인도 따로 발표했다. ‘협업’ ‘집요함’ ‘회복탄력성’ ‘민첩함’ ‘전문성’ 등 10가지 일하는 방식을 정한 것이다.(240708)



 

 

 

대기업 A사의 직원들은 50대가 돼도 임원이나 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만년 차장급을 ‘엘더(elder·연장자)’라고 부른다. 
임원이나 팀장을 뜻하는 ‘리더(leader)’에 빗댄 것이다. 
이 회사 팀장급 이모(46)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승진에서 밀린 선배들이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차리거나 납품사를 꾸리는 식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아나갔는데, 요즘은 정년까지 버티는 분위기”라고 했다.


나이는 많지만 직급이 낮은 엘더들을 대하는 방식은 직군마다 다르다. 
사무직군 부서에서는 40대 후반 ‘리더’가 50대 ‘엘더’들에게 회계 서류 검토 등 단순 업무를 맡기는 식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다. 
반면 상·하급자 간 위계질서가 강한 생산직군은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엘더들을 따로 모아 품질 검수 등을 담당하는 별도 팀을 만들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자영업 창업에 도전하기보다 회사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5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현재 60대가 된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50대 시절 만년 차장·부장 생활을 접고 편의점 등을 차린 것과 달리, 지금 50대인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들은 회사 밖에서 지옥을 맛본 선배들의 ‘학습 효과’를 교훈 삼아 어린 상급자 밑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7일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규직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지난해 98개월로 첫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평균 근속 연수는 1차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된 2015년엔 88개월이었지만, 8년새 10개월 늘어난 것이다. 
근속 연수가 늘어난 것은 창업하는 50대가 줄어든 점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사업자나 법인 형태로 신규 사업체를 꾸린 50대는 26만2877명으로 2021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28만9138명) 이후 가장 적다. 전체 창업자 가운데 50대의 비율도 지난해 21.2%로 역대 최저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인터넷 쇼핑몰, 1인 미디어 등 창업이 늘면서 20대 창업 비율은 지난해 13.7%, 30대는 25%로 역대 최대다.

 

 




20년 차 IT 분야 대기업 부장 김모(47)씨는 “정년퇴직하는 직장 선배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1년에 한두번 정년퇴직 공지가 뜨고 정년퇴직자 수도 한 자릿수에 그쳤는데, 요즘은 한 달에 10여 명씩 정년퇴직 명단이 게시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창업해본 선배들’을 만나면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웹툰 ‘미생’의 대사를 인용하며 창업을 만류한다”며 “선배들의 잔소리가 40·50대 동료들이 회사에서 버티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도 어려운데 직장인들이 주고객인 자영업이 잘될 리가 있겠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창업은 엄두도 안 내는 분위기”라며 “IT 분야 창업도 20~30대 직원들이 할 뿐, 40~50대는 만년 차장, 부장에 머무르더라도 정년을 채우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한 50대 은행원은 “늦은 나이지만 은행에 남아서 열심히 해보는 것이 밖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 사장님’이라는 선택지를 버린 50대들은 만년 차장 신세를 감수하고 직장에서 버티고 있다. 
최근 한 대형 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지원자가 수십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은 “80년생 전후 부서장이 나와도 승진에서 밀린 70년대생이 옛날처럼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분위기”라며 “점포 정리정돈 담당으로 발령이 나도 자녀들이 어리고 ‘나가봐야 뾰족한 수도 없다’는 이유로 적응하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7일 중식당으로 운영되던 서울의 한 상가 1층에 새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로 음식점과 숙박업을 중심으로 자영업 폐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려는 5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3월 외식업 폐업 건수는 2년 전보다 26% 급증했다.>


모바일 금융 확대 분위기에 맞춰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기 위해 억대 퇴직금을 주고 희망퇴직을 독려해온 은행권에서도 희망퇴직 열풍은 식어가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희망퇴직 인원은 1496명으로 작년 상반기(1729명)보다 13.5%(233명) 줄었다. 
한 시중은행 차장은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수백만원대 월급이 한 번에 찍히는 수억원대 퇴직금보다 안정감이 오히려 높다고 생각하는 고참 직원이 많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50대 팀장급 직원은 “50대 후반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돼 월급이 반 토막 나도 버티는 직원이 많다”며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는 경우가 늘면서 50대가 돼도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가 많은데, 자녀들이 장성할 때까지 은행원 직함을 달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1962년생인 B씨는 5년 넘게 한 대기업에서 ‘부장급 팀원’ 생활을 하다가 2022년 정년을 마치고 퇴직했다. 
동기나 후배들이 팀장 직책을 단 뒤 빠르게는 40대 중반부터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A씨는 한 번도 팀장을 달지 못하고 직급만 부장급으로 높아졌다. 
2년 치 월급을 주고 희망퇴직하라는 회사 공고가 수시로 떴지만, 그는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B씨의 회사 후배인 40대 직원은 “거액의 퇴직금을 준비 안 된 창업으로 일시에 날리느니 안정적인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며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낫다는 ‘롤 모델’을 알려준 선배”라고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창업하는 대신 다른 직장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 패션업체 인사 담당 팀장(44)은 “10~20년 전만 해도 만년 부장, 차장들이 나가서 도매업을 하거나 숍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작은 브랜드나 신생 브랜드로 옮겨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을 하는 식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240708)

 



☞2차 베이비부머

특정 기간 인구가 급증한 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한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출생이 늘어난 1955~1963년 태어난 세대를 1차 베이비부머, 이후 산업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연간 출생아 수가 90만~100만명에 달했던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부머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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