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공작기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안병로(27)씨는 수영 강사였다. 
안씨는 4년제 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수영을 가르치다 2022년 한국폴리텍대 창원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전국에 40개 캠퍼스를 두고 있는 한국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 훈련 기관이다. 
연령 제한 없이 한 학기 130만원 수준 등록금을 내고 2년간 공부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안씨는 “수영 강사로 일하며 부상 위험이 높았고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당시 로봇과 자동화 분야가 유망하다고 생각해 폴리텍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졸업 후 국내 1위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DN솔루션즈에 취직해 로봇을 만들고 작동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배운 기술과 전문성이 있어 수영 강사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반도체융합캠퍼스 학생들이 반도체 세정 공정 실습을 하고 있다.>


안씨처럼 대학 졸업 후 또는 사회 진출 후 다시 폴리텍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폴리텍대에 따르면 올해 폴리텍대 신입생 평균 연령은 23.7세로 처음으로 23세를 넘겼다. 
신입생 평균 연령은 2019년 21세에서 꾸준히 올라 올해는 작년(22.8세)에 비해 한 살 가까이 올라갔다. 
만 23~30세 입학생 비율도 43.4%로 처음으로 40%대에 들었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최근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러 오는 입학생이 늘었다”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배워 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위를 받을 목적으로 폴리텍대에 입학하는 경로는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일반 대학에 진학하듯이 바로 입학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다른 대학에 다니거나 사회 진출 후 직장에 다니다가 입학하는 경로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신입생들의 평균 나이가 올라간 것은 두 번째 경로로 입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을 다녔거나 이미 졸업했는데 다시 폴리텍대에 입학한 이른바 ‘유턴 입학’도 많아졌다. 
2019년 전체 신입생 중 15%였던 유턴 입학자는 꾸준히 늘어 올해는 23.3%를 차지했다.

 

 




폴리텍대는 청년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는 이유로 대기업 정규직 12%와 그 외 88%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꼽는다. 
폴리텍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협력사에 다니는데 폴리텍대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가’ ‘정규직 취업에 폴리텍대 학위가 도움이 되느냐’ 등의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실제 폴리텍대 졸업 후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한 졸업생이 많다. 
폴리텍대의 최근 3년간 취업률은 80%에 달한다. 
자동화, 반도체 등 인기 학과는 90%를 넘긴 곳도 있다. 
폴리텍대 영남융합기술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 문성혁(30)씨는 4년제 대학 2곳을 중퇴한 뒤 현대차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 산업용 로봇에 관심이 생겼고, 2022년 폴리텍대에 입학해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현대차 1차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폴리텍대 부산캠퍼스 기계시스템과 전정준(27)씨도 4년제 대학을 자퇴한 후 1년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2020년 폴리텍대에 입학했다. 
국가기술자격증 5개를 취득하고 졸업해 한 자동차부품제조업체 제품개발팀에 입사했다.


폴리텍대는 학생들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바이오,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 미래 유망 분야 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있다. 이런 학과들은 대기업 취업률도 높다. 
바이오의약 분석, 배양공정, 나노소재 등 학과가 설치된 바이오캠퍼스의 경우, 졸업생 대부분이 바이오 제약 분야에 취업했고, 최근 5년 평균 취업률이 89.2%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졸업생 80% 이상이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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