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Q] 인도 야당 대표 라훌 간디, 마하트마 간디와 관계는?

 


인도가 유권자 9억7000만명이 참여하는 6주간의 총선을 19일 시작한다. 
그런데 제1야당 대표의 이름이 라훌 간디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자 인도의 국부(國父)로 여겨지는 마하트마 간디(1869~1948)와 관계있는 인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간디’는 ‘그 간디’의 후손이 아니다. 단지 성(姓)이 같을 뿐이다.

 

 


<지난달 17일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지지자들이 당대표인 라훌 간디의 사진이 인쇄된 조형물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라훌 간디 대표는 증조할아버지인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초대 총리에 이어 친할머니인 인디라 간디, 아버지 라지브 간디까지 3대째 총리를 배출한 정치 명문 네루-간디가(家)의 후손이다. 
발음은 같지만 이 가문의 ‘간디’는 마하트마 간디와 혈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친할아버지인 페로제 간디가 마하트마 간디를 열렬히 추종해 ‘Gandhy’였던 영문 표기를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Gandhi’로 바꾼 일은 있다.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자발적 개명인 셈인데, 이 때문에 이 집안이 ‘그 간디’의 후손이라는 오해를 자주 사는 것도 사실이다. 
인도는 공용어로 힌디어와 영어를 함께 쓰며 힌디어로는 두 간디 가문의 표기가 같다.


인구 14억인 인도에서 가장 흔한 성은 1~3위는 데비, 싱, 쿠마르다. 간디라는 성을 가진 비율은 0.01%(약 18만명)에 불과하다.(240419)



 

 

[깨알지식Q] 미국 배심원 선발되면 일당 얼마나 받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본격화하면서 이 사건의 키를 쥔 배심원단의 운영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8세 이상이고 범죄 기록이 없으며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미국 시민권자라면 본인이 거주하는 주(州)나 연방 배심원으로 무작위 선발돼 재판에서 피고의 유·무죄 여부(소배심)나 기소 여부(대배심)를 판단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신체적 장애나 경제적 어려움, 언어 소통 문제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배심원 소환장을 받은 사람은 정해진 날짜에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단 일부 주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참석 의무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미국 지방법원에서 발부하는 배심원 소환장.>

 


만약 배심원 소환장을 받았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벌금이 부과되거나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미 연방 법은 “배심원 소환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사람은 1000달러(약 139만원) 이하의 벌금형, 3일 이하의 구금형, 지역사회 봉사 명령 등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배심원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도 범죄(법정 모독)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심원으로 선발되면 소정의 일당과 교통비를 받는다. 
연방법원 재판은 50달러(약 7만원)의 일당과 식사·숙박 비용을 준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소배심은 10일, 대배심은 45일 이후부터 최대 60달러 일당을 지급한다. 
다만 연방 공무원이 배심원으로 선발되는 경우엔 일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주 법원 재판의 배심원 일당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올해 기준 가장 많은 배심원 일당(50달러)을 주는 지역은 아칸소·콜로라도·코네티컷·조지아 등 여섯 주다. 반면 미시시피주는 10분의 1인 5달러(7000원)만 지급한다. 
일리노이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일당을 아예 주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2008년부터 일반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출석하는 ‘국민 참여 재판’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원 관내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자 중에서 선발한다. 
이들은 재판 종료 시각에 따라 최소 12만원부터 최대 24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240418)

 

 

[깨알지식 Q]한국은 외교백서, 일본은 외교청서

 


일본이 16일 발간한 외교청서(外交青書)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매년 4월 국제 정세와 일본의 외교 활동을 기록한 파란색 표지의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한국의 외교백서(白書)·국방백서, 호주의 외교백서(Foreign Policy White Paper) 등 대부분의 각국 정책 보고서는 하얀색 표지의 ‘백서’다.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정책 보고서도 ‘개발 협력 백서’인데, 일본 외교 정책 보고서는 왜 ‘청서’일까.

 

 

<일본이 지난해 발간한 영어판 '2023 외교청서'>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이는 일본과 교역이 활발했던 영국 관행 때문이다. 
일본은 1957년 ‘우리 외교의 근황’이라는 이름의 외교 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는데,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이 사용한 파란색 표지의 외교 서신 모음집 ‘영국 블루북(British Blue Book)’을 따랐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영국은 청서, 독일은 백서, 프랑스는 황서(Yellow Book) 식으로 각국은 다양한 색깔의 표지로 자국 외교 문서를 발간했다. 
영국은 일본의 외교청서 같은 보고서를 따로 발간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현재 블루북은 국내총생산(GDP) 등을 수록한 ‘국민 계정’ 보고서의 별칭으로 쓰인다.(240417)

 

 

[깨알지식Q] 이스라엘 증시가 일요일에 문 여는 까닭은?

금~토요일이 ‘안식일’이기 때문
당국, 주식거래일 ‘월~금’ 추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지난 14일. 일요일이라 주요 국 주식시장은 휴장했지만,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증권거래소는 열려 있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안식일’ 때문이다.


안식일은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다. 그러나 종교마다 지키는 날짜가 다르다. 
유대교에서 안식일은 ‘토요일’, 이슬람교에서는 ‘금요일’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주식거래소는 일~목요일, 이란은 토~수요일 개장한다.


성경에서는 6일 동안의 천지창조 후 7일째에 쉬었다고 해서, 7일째 날을 일하지 않고 쉬는 안식일로 지킨다. 
달을 중심으로 음력을 중시하는 유대인의 하루는 일몰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금요일 저녁부터 하루가 안식일이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서기 132년 유대인 반란으로 인해 안식일 금지 칙령이 생겼고,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니케아 종교 회의에서 일요일을 예수 부활절로 의결한 후 안식일과 비슷한 개념인 주일로 선포했다.


이슬람교도 원래는 유대인과 같은 안식일을 지켰지만, 유대인들이 무함마드의 이슬람교를 받아들이지 않자 기도 방향도 메카로 바꾸고, 예배일도 금요일로 옮겼다. 
이런 이유로 이슬람교에서 주말은 목·금요일, 유대교에서는 금·토요일이다.


중동 국가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는 주식시장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휴일을 ‘목·금요일’에서 ‘금·토요일’로 변경했다. 
이스라엘 주식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조금 더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토·일에 쉬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에서 중동이 아닌 유럽 카테고리로 분류돼 외국인 투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다.(240416)

 

 

[글로벌 5Q] 이란·이스라엘은 왜 앙숙이 됐나, 화해 가능성은 없나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13일 이스라엘을 드론과 미사일 300여 기로 공격했다. 
두 나라 간 첫 전면 군사 충돌로 6개월 이상 이어져 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범중동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은 이전에도 다른 무장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해 이스라엘을 대신 공격하도록 부추겨 왔다. 
이 두 나라는 어쩌다 이 같은 불구대천 원수가 됐을까. 문답으로 정리했다.

 

 

<이란의 한 이슬람 성직자가 이란이 이스라엘을 무장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한 이후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시위에 14일 참가한 모습.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 45년 동안 대립해 왔지만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1. 이란과 이스라엘은 원래 이렇게 앙숙이었나

아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던 주변 아랍 국가들과 달리 이란은 이스라엘 건국 2년 뒤인 1950년에 일찌감치 이스라엘을 독립국가로 승인하고 경제·외교적으로 협력해 왔다. 
1950~1970년대 두 나라의 우호 관계는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친미 성향인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이 통치하던 이란은 미니스커트와 청바지가 유행하던 개방적 사회로, 종교만 다를 뿐 이스라엘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였던 두 나라는 인적 교류가 활발했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협력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할 정도로 긴밀하게 협력했다.

 

 




◇2. 그런데 왜 사이가 틀어졌나

이슬람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세속주의 팔레비 왕정을 1979년 무너뜨리고 이슬람 근본주의 신정(神政) 체제를 구축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단절되고 적대 관계로 바뀌었다. 
미국을 적으로 규정한 호메이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이슬람의 적이며, 미국이라는 큰 사탄 옆의 작은 사탄”이라고 부를 정도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도 양국은 사안에 따라 은밀하게 물밑 협력하며 ‘적대적 공존’을 이어갔다. 
사담 후세인이 이끌던 이라크를 공동 위협으로 여겼다는 점이 양국의 유대감을 유지시킨 동력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 당시 이란에 무기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쪼그라들어 ‘공공의 적’이 무기력해지자, 이란과 이스라엘은 상대국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3. 이란은 왜 그동안 이스라엘 직접 공격을 피했나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다. 우선 두 나라는 접경국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국경도 1000㎞ 떨어져 있고 중간에 레바논·시리아·이라크 등이 있다. 
영토 분쟁 등 전면전을 치를 요인이 많지 않다. 
시아파를 신봉하는 이란으로서는 종파 분쟁을 벌여온 수니파 군사 대국 사우디와 튀르키예 같은 곳이 우선시됐다.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 협력국이고 튀르키예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다. 
아울러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력 차도 크다. 
이란은 핵 개발 추진 과정에 받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상당수 무기가 노후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인도·파키스탄·북한과 함께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간주되고, 아이언돔 등 최첨단 무기를 다수 갖췄다. 
이런 이유로 이란은 직접 공격 대신 시아파의 세가 강한 시리아·이라크·레바논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견제하고 중동 내 영향력 유지를 꾀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2019년 이란이 돈세탁 등을 통해 헤즈볼라에 지원하는 액수가 1년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14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른에서 포착된 이스라엘군 방공 시스템의 드론·미사일 요격 장면. 
전날 밤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미사일 300여기를 발사하며 전격 공습을 강행했으나,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4. 그런데 이번엔 왜 직접 공격했나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드론·미사일 공격의 원인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폭격이다. 
사망자 10여 명 중엔 이란 혁명수비대 해외 공작 부대인 쿠드스군 고위 지휘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도 포함돼 있다. 
앞서 지난 1월엔 이란의 국민적 영웅으로 미군 공습에 사망한 혁명수비대 장군 카셈 솔레이마니 4주기를 기리는 행사장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벌어져 100명 넘게 사망했다. 
이란은 이 사건도 이스라엘을 배후로 본다. 
잇따라 타격을 받은 이란으로선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발신할 필요가 있었다. 
경제적 목적으로 이번 공격을 단행했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 원유 매장량 4위 산유국으로 전체 수출 비율 중 원유가 60%에 이르는 이란이 유가 상승 반사 이익을 얻고자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몰고 갔다는 것이다.

 

 




◇5. 양국 충돌이 주변 국가들에 미칠 여파는

이스라엘·이란의 주변국들은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주변 3국인 이집트·레바논·요르단에서 23만명이 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거지를 빼앗긴 무장 단체 대원들이 자국으로 흘러 들어와 안 그래도 불안한 내부 정세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자국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다며 가자지구의 유일한 탈출 통로인 라파 국경을 막기도 했다.(240415)


☞저항의 축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라크·북한 등 적대 국가를 ‘악의 축’이라고 부르자 이슬람권 언론이 반감을 드러내며 쓰기 시작한 용어. 
‘미국에 저항하는 국가들’이란 뜻이었지만 이후 점차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등을 묶어 부르는 말로 굳어졌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스피드 3Q] 낙태는 어쩌다 미국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됐나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한 지난 9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대법원 판결로 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할 정도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票心)을 자극할 최대 변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 난리가 났을까.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9일 낙태를 금지하는 160년 전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낙태권과 관련한 논의가 불붙고 있다.>


◇Q1. 판결 내용은 뭔가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산모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낙태 시술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과거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864년 제정된 이 주법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한다. 
이 법은 지난 1973년 미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리며 효력을 잃었다. 
이에 애리조나에서도 낙태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2022년 보수화된 대법원이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애리조나에서는 과거 낙태를 금지했던 판결을 그대로 따라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준을 따라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이날 주 대법원이 과거에 만들어진 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Q2. 왜 논란이 되나

2022년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주마다 낙태와 관련한 입장을 세웠다. 
현재 14개 주에서 낙태가 전면 금지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애리조나에서 나온 이번 낙태 금지 판결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곳이 대표적인 선거 경합 지역이라는 점에 있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때 애리조나에서 1만1000여 표 차이로 가까스로 트럼프에게 승리했다. 
승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 중에서도 낙태 이슈에 대해서는 관대한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양당 후보가 현재 팽팽한 접전을 보이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꼽히는 경합 주에서 처음으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판결이 나오면서, 이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낙태에 관대한 민주당으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Q3. 바이든과 트럼프 입장은

판결이 나오자마자 바이든은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애리조나 주민들이 극단적으로 위험한 낙태 금지령 아래 살게 될 것이며, 비극적인 강간 또는 근친상간 사건에서도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고 각을 세웠다.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의 반응이다. 
보수 성향인 그는 10일 ‘애리조나 판결이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그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낙태 반대 입장에 서 왔는데 한걸음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일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영상에서 “낙태는 각 주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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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바이든·기시다, 넥타이가 다르네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일상적인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한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검은 나비 넥타이를 맸다. 

둘은 왜 달랐을까.

 

 

<10일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만찬장에 입장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

 


서양의 공식 사교 행사에서 남자들은 보통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다. 
턱시도는 일반적인 정장(슈트)과 달리 상의 옷깃 부분에 ‘사틴’이라는 부드러운 재질의 옷감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슈트보다 좀 더 격식 있는 복장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턱시도 스타일의 ‘정석’을 보였다는 평가다. 
흰색 셔츠는 깃 부분이 나비넥타이 끈을 덮지 않고 그대로 보이게 하는 ‘윙팁 칼라(옷깃)’를 선택했다. 
허리에는 넓게 배를 덮는 복대 형태의 ‘커머번드’를 착용했다. 
상의 주머니 손수건(포켓스퀘어)을 꽂아넣는 등 디테일까지 신경 쓴 모습이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슈트 형태에 일반적인 검은 넥타이를 선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상대적으로 자신을 낮춤으로써) 기시다 총리가 ‘고전적인 멋쟁이’로 돋보일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시다를 만찬의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며 한껏 추켜세우는 모습을 양측이 일부러 연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장면을 일본이 의식했다는 관측도 있다. 
당시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나비넥타이를 착용했었다.


최근 서양에서는 턱시도에 슈트용 긴 넥타이를 매더라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넥타이 색깔은 검정을 지키고 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등 대부분의 초청 인사들은 고전적인 검은 나비넥타이를 착용했다. 
반면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긴 검은색 넥타이를 선택했다.(240415)


 

 

[깨알지식 Q]태국 왕 이름은 왜 모두 ‘라마’인가?

 


태국의 국왕의 본명은 마하 와치랄롱꼰이고 통상 라마 10세(Rama X)라고도 부른다. 
이는 태국 현 왕조인 짜끄리 왕조의 열 번째 왕이라는 뜻이다. 
태국은 1782년 탁신 국왕이 통치하던 톤부리 왕조가 망하고 그 휘하에 있던 차오프라야 짜끄리 장군이 세운 ‘짜끄리 왕조’가 세워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왼쪽)과 수티다 왕비.>


짜끄리 왕조의 모든 국왕은 ‘라마’로 불린다. 
이는 산스크리트어로 힌두교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화신(化身)이라는 뜻이다. 
태국은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 힌두교 의식이 깊게 뿌리내렸다. 
2019년 와치랄롱꼰 국왕의 대관식에서는 불교와 힌두교의 의식을 혼합해 치러지기도 했으며, 태국인들에게 국왕은 비슈누의 환생으로 매우 신성하게 여겨진다.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붙는 라마(lama)의 경우 티베트어로 승려 혹은 불교의 영적 지도자를 뜻하는 말로, 태국 왕 호칭 ‘라마’와는 관계가 없다. 
낙타과 포유동물인 라마(llama) 역시 이와 무관하다.(240412)

 

 

[깨알지식Q] 美 흑인문화 상징 할렘은 무슨 뜻?

 



아폴로 극장이 있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 할렘(Harlem)은 미 흑인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네덜란드 이주민들의 거점이었다. 
1626년 맨해튼섬 남부를 점령한 네덜란드는 이 일대를 새로운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수도)이라는 의미에서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불렀다. 
이후 1658년 맨해튼 북부에 네덜란드 이주민 정착지를 세우고 ‘할렘’이라고 했다. 
암스테르담 서쪽 소도시 ‘하를럼(Haarlem)’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슬람권의 금남(禁男) 구역을 뜻하는 ‘하렘’과는 무관하다.

 

<미국 뉴욕 맨해튼 북부에 위치한 할렘가의 모습.>

 


뉴암스테르담은 1664년 영국령이 되면서 뉴욕으로 개명했다. 
땅 명의자가 왕족 요크 공작(Duke of York)이었기 때문이다. 
할렘은 이후 네덜란드 등 유럽 이주민이 주로 살다가 1차 세계대전(1914~1918)을 계기로 흑인 밀집 지역이 됐다. 
전쟁으로 유럽발 이민자가 급감, 부족해진 저임금 노동자가 미 남부 흑인들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 중심인 맨해튼 남부 월스트리트(Wall Street·월가)는 1653년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원주민 침입을 막으려 성벽(wall)을 쌓은 데서 유래했다. 
월가 바닥 곳곳에는 성벽을 구성했던 목재 일부가 흔적으로 남아 있다.(240409)

 

 

[깨알지식 Q]햄 브랜드 ‘스팸’ 왜 쏟아지는 광고 대명사가 됐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중국·러시아 등이 각국 선거를 방해하려 사이버 여론 조작에 나섰다고 경고하며 이런 행위를 스팸(spam·광고성 게시물)과 캐머플라지(camouflage·위장)를 합친 ‘스패머플라지(spamouflage)’라고 했다. 
1937년 미국 식품사 호멜푸즈가 내놓은 통조림 햄 브랜드명인 스팸이 어쩌다 귀찮은 광고물을 뜻하게 됐을까. 
남아도는 돼지고기 부위를 가공한 스팸은 2차 대전 때 미군·영국군 등이 물릴 정도로 먹어 정크 푸드(싸구려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전후 경기 회복으로 스팸 판매가 줄자 호멜푸즈는 우편 광고를 뿌려댔고, 미 소비자들은 대량 광고물을 ‘스팸 메일’로 불렀다.

 

 

<'몬티 파이선의 날아다니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 스팸편에서 소개된 메뉴들. 대부분 스팸으로 채워져 있다.>

 

스팸이 정크 푸드와 대량 광고물의 대명사로 확산된 계기는 1970년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의 TV 쇼다. 
‘계란과 스팸’ ‘계란과 베이컨과 스팸’ 등 스팸 일색인 메뉴판을 본 손님이 짜증을 내자, 바이킹 분장을 한 다른 손님들이 “스팸, 스팸, 스팸” 하며 지겹도록 노래하는 장면이 포인트다. 
엔딩 크레디트(자막)에 나오는 모든 제작진의 이름과 성 사이에도 스팸이 들어갔다. 
스팸은 20세기 후반 이메일(전자우편) 보급으로 ‘광고성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광고성 게시물을 뜻하게 됐다.(240408)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스팸 설 선물 세트. 
한국에서는 CJ제일제당이 1986년 3월 호멜푸즈와 기술제휴를 체결한 뒤 이듬해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국내 생산을 시작하면서 스팸 대중화가 시작됐다. 
2020년 기술제휴 계약이 종료된 후, 상표권 계약만 갱신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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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개기일식에 야단난 美, 그런데 다른 행성도 일식 있나? 

 


미국 주요 도시에서 오는 8일 발생 예정인 개기일식을 앞두고 뉴욕·인디애나폴리스 등 이 ‘우주 쇼’를 볼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흥분 속에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호텔이 매진되는 등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러 이동할 예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텍사스주 드리핑 스프링스 시가 2024년 3월 5일 재향군인 기념공원에 실물보다 큰 안경 세트를 전시해 개기일식을 준비하고 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며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평균적으로 약 18개월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 
태양계 내 다른 행성에도 개기일식이 있을까.


일단 수성·금성엔 위성이 없어서 일식 자체가 없다. 
화성은 위성 두 개가 있어 일식이 발생하긴 하지만 둘 다 지름 10㎞ 내외로 지구의 달(지름 3474.8㎞)에 비하면 아주 작다. 
개기일식은커녕 태양의 빛을 얼마 가리지도 못한다. 
탐사선이 찍어 보낸 화성의 일식 사진을 보면 태양 앞을 검은 감자나 콩이 날아다니는 듯 보인다.

 

 

<2017년 8월 북미에서 관측 가능했던 개기일식이 움직인 경로를 구현한 동영상.>

 


나머지 행성인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은 지구처럼 커다란 위성이 존재하고 태양과의 거리가 충분히 멀어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다. 
많게는 위성 수가 146개(토성)에 달해 하루에 몇 번씩 일식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이들 행성은 기체나 액체로 구성되어 있어 땅 위에서 일식을 볼 수는 없다. 
우주선에 타거나, 단단한 위성을 골라 그곳에서 다른 위성이 일으키는 일식을 관찰하는 게 편하다.


이처럼 지구는 개기일식 감상에 가장 좋은 장소다. 
하지만 앞으론 지구에서도 개기일식이 사라질 전망이다. 
달이 매년 약 3.8㎝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언젠간 태양을 다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지게 된다.) 
그래도 앞으로 6억년은 더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240405)

 

 

[깨알지식 Q]대만 7.2, 일본 7.5… 지진 규모 왜 나라마다 다른가?

 

3일 대만 동부 강진에 대해 대만 중앙기상국은 규모 7.2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미국지질조사국(USGS)·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7.4, 일본 기상청은 7.5라고 했다. 왜 차이가 날까.


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각 기관이 채택한 지진 규모 측정 방식이 달라서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지구 내부의 지각에 단층이 끊어지는 등의 급격한 변동이 생긴 여파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지진의 규모는 이렇게 발생하는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발생한 지진의 에너지는 키나 몸무게를 재듯이 쉽게 측정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여러 간접적 방법으로 지진의 규모를 측정하려고 노력해 왔고 나라마다 적합하다고 보는 방법을 선택해 쓰고 있는데, 환산식과 지진 관측 설비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생긴다.

 

 

<4일 대만 동부 화롄시의 한 건물이 규모 7.4 강진과 여진의 영향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비교적 오래 쓰인 척도는 미국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가 1935년 개발한 ‘리히터 규모’다.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地震計)를 기반으로 측정한다. 
한국·대만 등이 ‘리히터 규모’를 쓴다. USGS와 EMSC 등은 ‘모멘트 규모’란 다른 측정법을 사용한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단층이 단절된 면적 등도 추정해 규모를 산출한다. 
리히터 방식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을 보다 정확히 포착한다고 알려졌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일본 기상청 규모’ 및 ‘모멘트 규모’를 병행해 쓰고 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각각의 방식에 따라 산출식이 다르다 보니 ±0.3 정도 차이는 날 수 있다”고 했다.(240405)

 

 

[깨알지식 Q]日 에이스 투수는 왜 대부분 18번?


미 프로야구(MLB) LA 다저스에서 이번 시즌부터 활약 중인 일본 출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의 등번호는 18번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3년 연속 최우수 투수상을 받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지난해 뉴욕양키스 등 MLB 구단들이 등번호 18번을 비워놓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일본 에이스 투수들의 등번호는 전통적으로 18번인 경우가 많았다. 
미·일에서 두루 활약하며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일본 연호)의 괴물’이라 불린 전설적인 우완 마쓰자카 다이스케(44)도 현역 시절 18번이었다. 
MLB를 거쳐 일본 야구로 복귀한 다나카 마사히로(36·라쿠텐 골든이글스)와, MLB에서 뛰고 있는 마에다 겐타(36·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일본 야구에서 ‘18번’을 달면 자연스럽게 ‘가장 뛰어난 투수’로 통할 정도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선발투수 요시노부 야마모토가 지난달 2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일본 에이스 등번호 18번은 최소 1950~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명감독 후지타 모토시(1931~2006)가 선수 시절 사용했고, 같은 팀 감독과 야구 해설가로도 활약한 호리우치 쓰네오(76)도 마찬가지였다. 
주로 신인왕을 받은 선수들이 18번을 선택하면서 굳어졌다는 설이다.


일본 스포츠 매체들에 따르면,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한 ‘18번’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에도 시대 가부키 배우가 연기해 큰 인기를 끈 풍자 소극 18개의 목록은 훗날 ‘가부키 18번’으로 불리면서 자랑할 만한 뛰어난 것을 의미하게 됐다. 
이처럼 ‘18번’이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대두되면서 일각에선 ‘한국 노래방에서 애창곡을 뜻하는 18번이란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왔다.(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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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 ‘금융의 수도’ 뉴욕은 어쩌다 ‘쥐 왕국’ 됐나

 


미국 뉴욕시가 쥐를 잡기 위해 놓고 있는 끈끈한 접착제 덫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시 당국이 쥐 떼 박멸을 위해 얼마나 골머리를 앓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뉴욕은 ‘쥐 왕국(rat kingdom)’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쥐 서식지로 악명이 높다. 
땅밑을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 터널이 쥐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1904년 개통한 뉴욕 지하철은 24개 노선의 총 길이가 1112㎞에 달한다. 지하 하수도관의 길이는 지하철의 열 배에 달하는 1만㎞다.


특히 24시간 운행하는 뉴욕 지하철은 쥐들의 ‘뷔페’가 됐다. 
선로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음식물 찌꺼기 등이 악취를 유발하지만 열차가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청소 횟수 자체가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영업이 중단된 지하철역, 쓰지 않는 물류 창고 등 빈 지하 공간이 많다. 
이런 장소가 어둡고 습하고 폐쇄된 공간을 좋아하는 쥐들에게 완벽한 서식지가 됐다. 
길거리에 마구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쥐들을 들끓게 하는 요인이다.


시 당국은 쓰레기 수거 빈도를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시로 들어오는 주민 민원 중 상당수가 쥐와 관련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시 당국은 쥐와 관련한 정보만 별도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240403)

 

 

[깨알지식 Q]나라 이름? 사람 이름?… 이스라엘 무슨 뜻?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25일 통과되자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외무 장관은 X(옛 트위터)에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장관 이름이 나라 이름과 같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구약성경 창세기 등장 인물인 ‘야곱’에게 붙은 별명이다. 
야곱이 어느 날 밤 자신을 찾아온 천사에게 축복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축복해 줄 때까지 놓아주지 않겠다’며 천사를 붙잡고 밤새 몸싸움을 했다. 
동이 틀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천사는 “너는 신과 겨루어 이긴 사람이니, ‘이스라엘’이라고 부르라”며 축복을 내렸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그림 중 일부>

 


히브리어로 ‘이스라’는 싸우다, ‘엘’은 야훼(유대교의 유일신)라는 뜻이기 때문에 ‘야훼에게 맞서 싸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학자는 ‘야훼와 한편이 돼 싸워 이긴다’ 등의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성경에 실리면서 유대인의 남자 이름으로 굳어졌다. 
야곱의 후손들로 이뤄진 열두 부족을 뜻하는 ‘12지파’가 기원전 11세기 통일돼 최초로 ‘이스라엘 왕국’이 만들어졌다. 
유대인들이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 공화국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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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 Q]IS, ISIS, ISIL, ISIS-K… 도대체 뭐가 다르지

 

 

약 140명이 목숨을 잃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IS-K(이슬람 국가 호라산)의 전신은 이슬람 극단 무장 세력 IS(Islamic State·이슬람 국가)다. 
2011년 9·11 테러를 벌인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가 반미(反美)를 내세운 극단 이슬람 1세대라면, 2014년 정식 출범한 2세대 IS는 알카에다를 넘어서는 폭력성을 무기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했다. 
IS 출범 이전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 국가)로 불렸는데,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시작해 시리아로 세력을 넓혔기 때문이다.


IS가 테러를 일삼자, 미국·러시아 등이 2019년까지 IS 거점을 소탕했다. 
와해된 IS 세력 일부는 호라산(Khorasan·아프가니스탄과 이란 일대)에서 재기, IS 원조인 ISIS에 호라산의 ‘K’를 붙인 ISIS-K가 됐다. 
3세대 알카에다 격인 ISIS-K는 IS보다 잔혹한 테러를 자행, 악명을 떨치고 있다. 
한편, ISIS는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라크와 레반트의 이슬람 국가)로도 불렸다. 
레반트는 시리아 등 동부 지중해 연안을 뜻한다.(240403)

 

 

로버트 케네디 출마하는데... 케네디 일가가 백악관에 몰려간 까닭은

로버트 무소속 출마에 가족들 반대 성명… 대선 앞 쪼개진 케네디家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가족들 만류 속 대선 출마
케네디家 상당수, 바이든 지지… 유세 동행도 고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의 대형 접견실인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기념일은 5세기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기독교 축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 사람들이 50여 명이나 참석해 워싱턴 정가에서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민족 축제일인 성 패트릭의 날에 아일랜드계인 케네디가 사람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엔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가족들 만류에도 대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 데이' 축하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케네디가 사람들이 (아일랜드산) ‘기네스 맥주’를 마시려 백악관을 찾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날 행사는) 때론 ‘가족’보다 ‘정치’가 우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재임 중 카퍼레이드를 하다 암살당한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세하던 중 총을 맞고 숨진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 전 법무 장관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오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백신 접종 반대’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여름 케네디가에선 그의 대선 출마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왕성한 가족 대화”라고 전해진 이 과정에서 일부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격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화상 회의까지 하며 출마를 만류했다고 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민주당 가문’ 인사의 출마가 바이든 표를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가족 일부는 “민주당 후보로 뛰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누나 캐서린, 형 조셉, 여동생 케리·로리 등 4명은 공개 성명을 내고 “그의 출마는 우리나라에 위험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는 “나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준 가족도 꽤 많다”며 “반대하는 이들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케리는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바이든과 케네디 일가가 찍은 단체 사진을 두 차례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세상이 더 좋아지길 바라지만 말고, 당신이 나서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것이다. 
NBC는 20일 “케네디가 사람 일부는 올가을 바이든의 대선 유세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케네디 가문이 갖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바이든 역시 ‘구애’에 힘을 썼다. 
바이든은 “내가 정치할 수 있게 영감을 준 건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F 케네디였다”며 “같은 아일랜드 가톨릭 가족으로서 케네디가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했다. 
바이든 역시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자신이 북아일랜드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조 케네디를 향해선 “괜찮아. 57명밖에 안 데려왔군”이라고 농담했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의 주요 우방인 호주 대사에 존 F 케네디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임명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지난 7일 바이든의 국정 연설 때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를 초청해 자리에 앉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케네디가의 백악관 단체 방문이 화제가 된 건 케네디 주니어가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후보 등록을 위한 유권자 서명을 모두 받았는데, 한 표가 소중한 바이든 입장에선 적잖은 골칫거리다. 
실제 케네디 주니어의 선전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제3 후보 약진을 방해하고, 법적 문제 제기를 통해 후보 등록을 지연시킬 별도의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오는 30일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를 지명한다. 
그는 일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지지가 계속될 경우 11월 대선 직전 있을 세 차례 TV 토론에도 나올 수 있다.(240322)


 

 

[글로벌 5Q] ‘국가안보수호조례’ 홍콩 입법회 통과


‘홍콩의 중국화’ 쐐기 박았다… 반역 혐의에 최대 종신형

 


홍콩 반정부 세력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가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에서 통과됐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4년 만에 ‘홍콩 중국화’에 쐐기를 박는 자체적인 법안을 제정한 것이다. 
홍콩 입법회의 입법위원 88명과 입법회 주석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홍콩 정부가 제출한 조례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논의부터 통과까지 단 50일이 걸려 ‘홍콩 반환 이후 가장 빠르게 제정된 법안’에 등극했다.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 23조’에 근거했다는 이유로 중화권에선 이 법이 ‘23조 법’이라고 불린다.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작년 12월 22일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열린 홍콩 서구룡 법원 밖에서 경찰이 영국 국기를 든 활동가 알렉산드라 웡을 막고 있다. 
홍콩에서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일인자)은 “오늘은 홍콩의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영국이 홍콩을 반환한 지) 26년 8개월 19일을 기다려 홍콩의 모두가 힘을 합쳐 영광스러운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23조 법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19일 홍콩 입법회(의회 격) 전체 회의에서 '국가안보수호조례'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직후 앤드루 렁(앞줄 맨 왼쪽) 홍콩 입법회 주석, 존 리(앞줄 왼쪽에서 둘째) 홍콩 행정장관과 입법위원들이 박수 치고 있다. 
법안 논의부터 의회 승인까지 단 50일이 걸린 이 법안은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최대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을 중국 체제에 통합하고 반중(反中)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Q1. 이번에 제정된 법은 무엇인가

홍콩 내 반중(反中)·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중국의 홍콩보안법을 보완하기 위해 홍콩이 자체적으로 만든 국가 보안 관련 법이다. 
법 제정의 근거가 되는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이 자체적으로 국가 분열, 선동과 반란, 국가 기밀 절도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새 법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에 담고자 했던 내용들을 노골적으로 채워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연합보는 새 법이 국가 배반[叛國], 국가 분열, 선동·반란, 정부 전복, 국가 기밀 절취, 외국 정치 조직·단체의 홍콩 내 정치 활동, 홍콩 정치 조직과 외국 단체의 교류 등 분야에서 ‘7가지 대죄(七宗罪)’를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은 적용 범위가 모호하게 광범위하다. 새 법에는 특히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외부 세력엔 외국 정부·정당·국제기구 및 일부 외국 기업 등 광범위한 대상이 포함된다. 
반역·내란죄는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고, 허위 사실 공표 등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


◇Q2. 왜 제정했나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하고 반중의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중,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홍콩보안법을 제정했다. 
2022년에 취임한 친중 성향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23조 법 제정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중국 입장에선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통제가 탄력을 받은 현시점이 23조 법을 제정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을 수 있다. 
23조 법은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구와 가까웠던 홍콩을 폐쇄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새 법은 특정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외국 세력과 공모할 경우 독립적인 범죄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홍콩 경제·사회 관련 정보까지 국가 기밀로 간주한다. 
중국 입장으로만 보면, 23조 법 제정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홍콩의 이웃인 마카오는 일찌감치 2009년 자체적인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내용은 23조 법과 비슷하다.

 

 

 



◇Q3. 홍콩 시민들은 반대 안 하나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못 하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려면 중국의 체계적인 홍콩 비(非)민주화 과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홍콩에서 23조 법을 제정하려는 첫 시도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5년 만에 나왔다. 
2002년 9월 홍콩 정부는 3개월의 공공 협의를 거쳐 초안을 내놨다. 
이듬해 7월쯤 법안이 통과되리라 기대했지만, 이 법으로 시민권과 자유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여론이 홍콩에서 형성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2003년 7월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2012년 행정장관에 오른 렁춘잉도 여론을 의식해 제정을 추진하진 못했다. 
그러나 2017년 강경 친중 성향 캐리 람이 행정장관에 오른 이후 시위 탄압을 강화하며 23조 법 제정 여론 조성에 힘썼고, 2022년 취임한 존 리 행정장관이 법안을 쾌속으로 통과시켰다.


◇Q4. 그런데 이번엔 왜 조용한가

최근 몇 년 동안 홍콩보안법 시행과 홍콩 선거법 개정, 장기 코로나 방역으로 홍콩 내 민주 세력이 괴멸됐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홍콩 내 반중 시위대는 동력을 잃었다. 
중국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같은 해 6월 홍콩 내 반중·반정부 세력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을 시행했다. 또 2021년 ‘애국자(친중 인사)’만 홍콩의 선출직이 될 수 있다는 선거법을 처리하며 야당 없는 입법부를 차근차근 만들었다. 
2022년 12월 19일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는 전체 90석 가운데 89석을 친중계가 차지했다. 
2016년 입법회 선거 때 친중 진영이 40석, 민주·중도가 30석을 차지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 과정에 반대 여론을 형성해온 빈과일보를 강제 폐쇄하기도 했다. 
결국 거리에도 의회에도 23조 법 반대를 위해 싸울 사람이 남지 않게 된 것이다.


◇Q5. 앞으로 홍콩은 어떻게 되나

이번 법안 통과로 홍콩 사회가 더욱 경직되고, 흔들리던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도 한층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홍콩 내 대규모 반중 시위가 원천 차단되고 홍콩에서 공권력이 강화되며 시민 자유가 제한될 전망이다. 홍콩의 ‘특별지위’도 회복되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우대했지만, 2020년부터 이러한 지위가 철회된 상태다. 
아울러 홍콩의 기업들이 23조 법의 리스크를 고려해 자본과 인력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23조 법에 대해 “한때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폐쇄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법의 많은 문구와 범죄가 빈약하게 정의됐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잔즈훙 대만·홍콩경제문화합작책진회(策進會) 이사장은 “외국인의 홍콩 여행과 비즈니스가 모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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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은 김광석·황정민 키워낸 ‘문화 사관학교’


‘배움의 밭’ 의미, 1991년 설립
배우·연주자 등 780명 거쳐가

 



‘배움의 밭.’ 
1991년 3월 15일 김민기가 설립한 소극장 ‘학전(學田)’의 이름 뜻이다. 
“문화예술계 인재를 촘촘하게 키워내는 못자리”를 바랐던 그의 초심은 지난 33년간 다양한 분야의 인재 추수로 이어졌다. 
학전이 기획·제작한 359개 작품으로 배출된 배우, 연주자, 스태프만 780명.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장현성 등 굵직한 이름들이 탄생했다.


대중음악계에도 학전에 뿌리를 박고 자란 모들이 많다. 
1991~1995년 학전에서 1000회 라이브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들국화, 안치환, 이소라, 장필순, 윤도현, 성시경, 유리상자, 장기하 등이 학전에서 노래했다. 
1990년대 말 댄스 음악 인기의 공습으로 통기타 라이브 공연들이 수익에 어려움을 겪을 땐 학전이 숨통을 틔워주는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4년 학전이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아침이슬’ ‘상록수’의 가수 대신 ‘학전 대표’로 불리길 원했던 김민기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다. 
그가 독일 뮤지컬 ‘Line1′을 한국어로 직접 번안한 극 속에는 베를린 대신 IMF 시절 서울의 풍속화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4000여 회 공연 동안 73만명 관객이 들었고, “원작을 뛰어넘는 각색”이라며 1000회 차부턴 저작권료를 면제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 어린이 공연들은 ‘김민기의 학전’이 추구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다. 
2011년 20주년 당시 어린이 공연은 이미 회당 4000만~5000만원의 적자가 나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으로 모아둔 자금을 다 쓰고도 운영난이 이어졌지만, 김민기는 “미련하지만 이게 학전이 문 닫을 때까지 내가 할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 바빠요. ‘교육 횡포’로 학원 가느라 극장에 올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동·청소년의 현실을 담은 공연은 필요하잖아요.”(240315)


 

 

美 육사 강령서 ‘맥아더 정신’ 지웠다, 이유는?

웨스트포인트 교장, ‘의무·명예·조국’ 빼고 ‘육군의 가치’ 넣어 논란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


미국 뉴욕주에 있는 미군 최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가 생도들에게 4년 내내 되뇌도록 하는 ‘학교 강령(mission statement)’이다. 
군 지휘관으로 항상 국가에 대한 의무를 생각하면서 군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강령을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린 사람은 6·25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다. 
웨스트포인트 동문으로 이 학교 교장도 지낸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2년 모교에서 연설을 통해 이 단어를 언급했다. 
이후 많은 미국인들이 알게 됐고, 지난 1998년 학교 강령으로 공식 채택됐다. 
그런데 학교 당국이 이 강령을 다른 단어로 바꾸기로 하자 보수 진영이 들고일어나면서 이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사회·문화 등 미국의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에 군(軍)까지 휘말리는 양상이다.


웨스트포인트는 지난 11일 보도 자료를 내고 학교 강령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스티븐 길랜드 교장(중장)은 “전쟁에서 싸우고 승리할 지도자를 배출해야 하는 웨스트포인트는 정기적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비전과 전략 등을 검토했고, 강령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새 강령을 ‘의무·명예·조국’에서 ‘육군의 가치(Army values)’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 모두 변경안을 승인했다”며 “의무·명예·조국 이 세 단어는 여전히 웨스트포인트 문화의 근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발표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교체 사실이 알려진 사흘 뒤인 14일 웨스트포인트 동문 단체 중 하나인 ‘맥아더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협회’가 ‘조국’과 ‘의무’가 공식 강령에서 삭제된 것을 문제 삼아 학교 당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협회는 성명에서 “새 강령은 ‘좌파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들이 (웨스트포인트에) 침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의무’와 같이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명확한 기준을 ‘가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하기로 한 결정이 육군의 역량을 약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도 했다. 
엄정한 기율과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에서 사관학교 동문들이 현직 장성이 이끄는 모교 당국을 들이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이 같은 공세에 웨스트포인트가 강령 변경 이유나 배경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는 주요 동문과 군 출신 인사들이 비판에 가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은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초월한 표현(의무·명예·조국)이 DEI 같은 새로운 ‘가치’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DEI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을 뜻하는 말로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군의 다양성 강화를 위해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화당 폴 고사, 클레이 히긴스 하원의원 등은 “우리 군에 ‘워크’(woke·깨어 있음)가 완벽하게 침투했다”고 했다. 
워크는 원래 PC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보수 진영에서 PC를 멸시·조롱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날 X(옛 트위터)에서도 “의무와 명예, 조국을 마음에 품은 채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오래된 전통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냐”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 예비역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 캠퍼스에 있는 한 동상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널리 알렸던 학교 강령 ‘의무(Duty), 명예(Honor), 조국(Country)’이 새겨진 모습. 
그러나 학교 당국이 최근 이 강령을 교체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군대 내 다양성 중시 정책에 불만이 쌓였던 보수 성향 웨스트포인트 동문들이 학교 강령 교체를 계기로 누적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방부는 DEI 부서를 신설해 인종 및 성소수자 차별 금지,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위한 수술·치료 지원 등을 시행해왔다. 
이런 움직임에 공화당은 “국민을 최전선에서 지켜야 하는 군에서까지 좌파 이념을 주입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해왔다. 
그런데 웨스트포인트의 새 강령인 ‘가치’가 DEI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보수 진영 동문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강령 변경을 생도 지원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기도 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군대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조국’이나 ‘의무’처럼 진중한 표현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1802년 개교한 웨스트포인트는 미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며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국립 사관학교지만, 최상위권 사립 명문대 못지않은 평판과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군 입대 기피 분위기의 영향으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P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는 입학 2년 전인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1만2589명이 지원했다.(240316)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인 말. 
다양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해 일상에서 성소수자등 소수 계층이나 약자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이들을 배려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고 포용성을 증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특정 인물의 발언이나 영화 등 콘텐츠를 금기시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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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 ‘틱톡 금지법’ 하원 통과됐는데 트럼프는 왜 갑자기 반대하나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 동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 ‘틱톡’을 강제 매각해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틱톡 금지법’이 13일 미국 연방 하원에서 찬성 352 대 반대 65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는 수백명이 집결해 반대 시위를 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단 입장이고, 트럼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틱톡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13일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앞에서 틱톡 사용자들이 의회에 상정된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연방 하원은 본회의를 열어 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 반대 65로 가결했다.>

 


Q1. 입장 바꾼 트럼프,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틱톡 금지를 줄곧 주장해온 트럼프는 최근 “페이스북이 더 문제”라며 입장을 바꿨다. 
틱톡을 퇴출해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반사이득을 보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석연찮아 보이는 해명 때문에 일각에선 지난 1일 플로리다에서 이뤄진 트럼프와 공화당 거액 기부자 제프 야스의 만남이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 단체 또는 공화당 정치인에게 1년에 많게는 500억원 이상도 쾌척하는 야스는 바이트댄스 지분의 상당부분을 가진 핵심 주주로 알려져 있다. 
폴리티코는 “야스가 트럼프의 귀를 사로잡았다”고 했는데, 각종 소송으로 돈줄이 마른 트럼프와 야스가 모종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도 틱톡 금지를 추진했다 틱톡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집요한 설득에 뜻을 접은 전례가 있다.


Q2. 트럼프 반대에도 공화 의원들 왜 찬성했나?

법안은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민주당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해 8일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그만큼 미 의회 내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진영을 초월해 팽배해 있었고, 이로 인해 공화당 다수 의원 사이에서도 “지금 와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정서가 퍼져 있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의 요구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유출 상황을 막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 취지이고 이는 초당적 공감을 이끌어냈다. 
트럼프가 방송에 출연해 법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를 종용·압박했다기보다는 개인적 의견 차원으로 인식됐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공화당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은 “이 법은 재임 중 틱톡이 ‘국가 안보 위협’이라 말한 트럼프 인식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Q3.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

하원처럼 상원에서 속전속결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대화해볼 것”이라면서도 아직 투표에 부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원과 달리 상원 내부적으로는 법안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랜드 폴 의원 등은 “표현의 자유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사용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억9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바이든조차 최근 ‘젊은 이미지’를 위해 틱톡 계정을 만들었을 정도다. 
틱톡은 인플루언서와 이용자들을 동원해 각 의원실에 항의 전화·문자를 독려하는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고,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틱톡의 미국 내 퇴출이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240316)


 

 

[깨알지식] 기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날, 만우절은 왜 4월 1일?

 


매년 4월 1일은 기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날이다. 
만우절(萬愚節)을 맞아 친구들의 장난기 어린 거짓말과 함께 전 세계 매체들의 그럴듯한 가짜 뉴스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만우절은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날’로, 영어로는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라고 한다.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력설 가운데 하나는 한 해가 매년 1월 1일에 시작된다고 선언한 1564년 프랑스 샤를 9세의 칙령이다.

 

<2008년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영국 BBC가 공개한 '날고 있는 펭귄(Flying Penguin)'이라는 이름의 가짜 다큐멘터리 비디오. 
이후 펭귄이 날고 있는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밝혀졌다.>

 


이전까지는 춘분(春分)과 부활절 즈음인 매년 3월 말, 4월 초를 새해 시작으로 보고 축제를 벌였다. 
그런데 해마다 춘분·부활절 날짜가 달라 혼란이 있었다. 
상당수는 새 조치를 모르는 채 종전처럼 3월 말, 4월 초에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세상이 바뀐 줄 모르는 이들을 놀리면서 장난 삼아 거짓말을 한 것이 만우절의 유래라는 설이 있다. 
프랑스어로 만우절은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4월의 물고기)’이다. 
4월에 물고기가 잘 ‘낚인다’는 점에서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독일은 아프릴셰르츠(Aprilscherz·4월의 농담), 중국은 위런제(愚人節·사람을 놀리는 날)라고 한다.(240402)

 

 

[스피드 3Q] ‘푸틴 5선’ 투표·득표율 기록 세운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 사흘간 실시된 러시아 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5선에 성공했다고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8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로써 지난 2000년 5월부터 시작된 자신의 집권 기간을 2030년 5월까지 연장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러시아 대선 최고인 87.3%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대선 투표율 역시 역대 최고인 77.4%로 집계됐다. 
푸틴은 17일 자신감을 드러내듯 “러시아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직접 충돌은 세계가 3차 대전에서 (겨우) 한 걸음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며 서방에 대한 위협을 이어갔다.

 

 

<대선 승리로 5연속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선거 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5∼17일 진행된 대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로 5선을 확정했다.>

 

Q1. 득표율 87%, 왜 이렇게 높았나?

지난해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두 달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고, 수감 중이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도 지난달 의문사했다. 
이로써 푸틴 위협 세력 대부분이 사라진 가운데, 언론인 예카테리나 둔초바, 시민발의당 소속 보리스 나데즈딘 등 반(反)정부 성향 후보들의 대선 후보 등록도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차단했다. 
‘비밀 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도 득표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투표함’과 가림막이 없이 훤히 뚫려 있는 기표대가 사용됐다. 
투표지마저 접지 않고 넣도록 해 선거 관리인들이 기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Q2. 투표율까지 높았던 이유는?

2022년 9월 도네츠크주(州) 등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병합 찬반 투표’ 당시 등장했던 ‘찾아가는 투표함’이 이번 대선 격오지 사전 투표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공무원들은 친척들의 투표 현황을 앱을 통해 보고해야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부재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인터넷 ‘온라인 투표’도 러시아 대선 최초로 도입됐다. 
푸틴도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투표는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투표 결과) 조작도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Q3. 푸틴 당선의 다른 요인은 없나?

서방의 경제 제재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점점 그 수위도 높아지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등의 도움으로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황도 나쁘지 않다. 
이런 와중에 푸틴 정부는 서방과 러시아 간 ‘문명 대결’을 부각시키며 “푸틴의 지도력 덕분에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대안 세력의 부재 속에 다수 유권자들이 푸틴을 굳이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 대중의 입장에선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없고, ‘위대한 러시아’와 ‘신(新)나치·제국주의 서방’의 대결로 덧칠된 민족주의 서사 영향을 받아 푸틴 지지가 공고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2020년 개헌으로 푸틴은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당선될 경우 2036년 5월까지 36년간 집권할 수 있다.(240319)


 

 

[깨알지식 Q]美 대통령·언론인 만찬 모임을 왜 ‘석쇠’라 부를까

 



매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여는 그리드아이언 클럽(Gridiron Club)은 수도 워싱턴 DC에 기반한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1885년 출범 당시 회원은 편집국장이나 발행인 등 60여 명이었다. 
활동 초기에는 소수의 사교 모임에 가까웠고, 이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풍자와 유머를 섞은 ‘뼈 있는’ 연설로 널리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 클럽은 1970년대 초·중반까지는 백인과 남성 회원만으로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됐다”고 전했다.

 

 

<귤을 고기와 함께 석쇠에 올려 놓고 굽는 모습>

 


‘그리드아이언’이란 단어는 ‘격자 형태’와 ‘쇠’의 합성어로, 고기를 굽는 ‘석쇠’ 또는 석쇠처럼 생긴 ‘미식축구 경기장’ 등의 의미로 쓰인다. 
통상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넓은 쇠판은 ‘그릴(grill)’이라고 부르며, 그리드아이언은 보통 손잡이가 있는 작은 형태다. 
그리드아이언 클럽의 명칭 역시 기자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자들을 불러다 들들 볶듯 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설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85년 3월 24일 기사에서 ‘그리드아이언에서 들들 볶이다(Grilled on the Gridiron)’란 제목으로 만찬 행사를 다뤘다. 실제 클럽 만찬 초대장에 석쇠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이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권력자들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기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에게 과도하게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240403)


 

 

차별 아닌 듯한 차별...오스카 시상식장 ‘마이크로어그레션’ 논란


여우주연·남우조연 ‘동양인 패싱’
“백인의 아시아계 편견 보여” 시끌

 


10일 열린 제9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에마 스톤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트로피를 건넨 전년도 수상 배우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시상자들이 공교롭게 모두 아시아계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여우주연상 시상 순서에선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수상자 스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후 무대에서 기다리던 중국계 말레이시아 배우 양자경이 주는 트로피를 바로 받지 않고, 옆에 있던 제니퍼 로렌스의 손에 가져다준 뒤에야 받은 것이다. 
스톤의 이런 동작은 ‘양자경이 아닌 로렌스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싶다’는 뉘앙스로도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때 함께 무대에 있던 원로 배우 샐리 필드는 ‘이건 경우가 아닌데’라고 생각한 듯, 순간적으로 로렌스의 팔과 옷을 붙잡기도 했다. 
스톤은 소감을 말하기 전에야 양자경과 짧게 악수했다.

 

 

<엠마 스톤의 수상 장면>

 


앞서 진행된 남우조연상 시상식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수상자 다우니 주니어는 무대에 올라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으로부터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 자신의 팔에 손을 얹고 축하하는 콴과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반면 무대에 있던 다른 백인 배우들과는 주먹을 맞대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콴을 의도적으로 하대한 것처럼 읽힐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수상 장면.>

 

 


이날 시상·수상 장면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두 배우의 행동이 전형적인 ‘마이크로 어그레션(micro aggression)’이라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마이크로 어그레션은 아주 작다는 뜻의 ‘micro’와 공격이라는 뜻의 ‘aggression’의 합성어로, 일상에서 미묘한 말이나 행동으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을 뜻한다. 
흑인이나 동양인이 버스 옆자리에 앉을 경우 자리를 옮겨 피한다거나, 식당에 빈자리가 많은데도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구석 자리로 안내하는 등의 행동이 이에 속한다. 
당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도 애매하고, 항의를 하더라도 ‘피해의식’이나 ‘유난스럽다’ 등 역으로 공격당하기 쉬운 상황이다. 
이날 스톤과 다우니 주니어가 보인 행동이 얼핏 경황없는 와중에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시아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두 배우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자경은 시상식 뒤 인스타그램에 “당신(에마 스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당신의 절친 제니퍼와 함께 오스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양자경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완곡하게 남긴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시아계는 미국 내 소수인종 중에서도 특히 마이크로 어그레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지런하고 일처리는 깔끔하지만 자신의 의견이나 주관을 확실하게 밝히려 들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고,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마이크로 어그레션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1월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자 지미 키멀의 발언이 지나쳤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키멀은 트럼프를 겨냥해 “감옥 갈 때가 지나지 않았냐”고 했고,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키멀을 비난하자 그는 시상식 말미에 휴대폰을 꺼내 트럼프의 글을 그대로 낭독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정치성향을 필요 이상으로 노골화하고, 미국 사회의 극렬한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240313)

 

 

[깨알지식 Q]라마단 무슨 뜻인가? 날짜는 왜 매년 바뀌나

 


이슬람교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라마단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타는 듯한 더위’를 의미하는 ‘라미다’에서 유래했다. 
영적인 열(熱)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죄를 태워준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10일 이슬람교 신자들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11일 일출과 함께 시작되면서 유대교 신자들과 이슬람교 신자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일대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성지(聖地)로 여기는 곳으로, 과거에도 라마단 기간을 전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 사태가 자주 일어났다.>

 

 

이번 라마단은 지역별로 11~12일 전후 시작돼 다음 달 9~10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무슬림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금욕해야 한다. 
지난해 라마단 시작일은 3월 23일이었고, 10년 전에는 한여름이었던 6월 28일이었다. 
이처럼 라마단 시작 시점이 해마다 들쭉날쭉인 것은 라마단 날짜가 이슬람력(曆)을 따르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아홉째 달이다. 
달의 움직임을 따르는 태음력인 이슬람력으로 1년은 평균 354일이며, 그레고리력(양력)보다 11일가량 짧다. 
한국과 중국 등 동양권 음력과 달리 계절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두는 윤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라마단 날짜가 해마다 전년보다 앞당겨진다. 
아홉째 달을 성스러운 단식 기간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시기가 9월이기 때문이다.


매년 라마단이 가까워지면 이슬람을 믿는 각국의 종교 기관은 전문가단을 구성해 초승달을 관측한다. 
최고 종교 지도자가 아홉째 달 첫 초승달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라마단 시작을 알린다. 
날씨나 지역에 따라 달 관측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국가마다 시작하는 날짜도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수니파 국가는 통상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의 발표를 따르고, 이란 등 시아파를 신봉하는 국가는 이보다 하루 늦게 라마단을 시작한다.


라마단 기간 매일 일몰 후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시작하는 첫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하는데, 수니파 아랍 국가에서는 하늘에 붉은 노을빛이 남아 있어도 해가 이미 수평선 아래로 넘어갔다면 이프타르를 할 수 있다. 
반면 시아파 국가에서는 노을도 사라지고 완전히 어두컴컴해졌을 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240403)

 

 

[깨알지식Q]노란 리본, 흰 단체복, 그리고 MAGA?… 알고 보면 재밌는 美 국정연설 이모저모 

 

매년 3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엔 상·하원 의원과 내각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 인사들이 초청된다. 
전 세계에 생중계돼 큰 관심을 끄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눈에 띄는 패션이나 소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7일 미 워싱턴 DC 연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눈길을 끄는 다양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 의미를 해부했다.

 

 

 


<미국 연방 상원 팀 케인 의원(민주당, 앞줄 왼쪽)과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당, 앞줄 오른쪽)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기 위해 연방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케인 의원의 상의 옷깃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납치된 이들의 빠른 귀환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남북전쟁 당시 영국 청교도 군대가 무사 귀환을 바라며 노란 리본을 전장에 묶어둔 이후 노란 리본은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거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인 인질의 친·인척 17명은 이날 모든 상·하원 의원실에 편지를 보내 노란색 리본이나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문구가 적힌 인식표를 착용해달라 요청했고 일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상당수가 단체로 흰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모임 ‘우먼스 코커스’가 사전 기획한 것이다. 
로이스 프랑켈 하원의원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족 계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했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인공 체외수정(IVF) 규제 강화 결정, 낙태 문제 등이 전국적인 논란이 되고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이 된 가운데 나온 행동이다. 
흰옷은 20세기 초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이른바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자주 입었고, 이후 여성 정치인들의 연대 메시지를 전할 때 자주 활용돼 왔다.

 

 


<미국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매가(MAGA, 미국을 더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여한 모습.
 '정치 캠페인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패션이다.>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린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며, 극단적 언행으로 유명하다. 
빨간 재킷 안에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 레이큰 라일리’란 문구가 적힌 흰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 살해된 조지아대 여대생의 이름이다. 
그린의 ‘매가 모자’는 ‘의사당 건물은 정부의 공식 시설로 정치적 캠페인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것이다.

 

 



질 바이든 여사 오른쪽엔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앉았다. 바이든이 직접 초청했다. 
이날 국무부를 찾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 문서를 전달해 서른두 번째 회원국 합류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크리스테르손을 호명하며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임자는 푸틴에게 조아렸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메라엔 거짓 이력이 논란이 돼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제명된 조지 산토스의 모습도 잡혀 의문이 일었다. 
미 언론들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 입장 자체는 가능하고, 전직 의원 특권 중에 의사당 등 시설 이용이 포함된다”고 했다.

 

 


<7일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앞에 놓인 은색 잉크스탠드.>



한편 이날 연설에선 바이든 우측 뒤편으로 빛나는 은색 주조물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동전 주조용 은(銀)으로 된 만년필용 잉크 통으로, 워싱턴의 은세공자·시계제작자인 제이콥 레오나드가 1810년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안에는 3개의 크리스탈 잉크 통이 있고, 벽면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현재 하원에 있는 가장 오래된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정생존자’는 국정연설 도중 의회에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의 집단 유고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역할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맡는다. 
매년 바뀌는데 올해 지정생존자는 연방 정부 서열 15위인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이었다. 
카르도나는 이날 의회에서 떨어진 한 미공개 시설에서 대통령 수준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했다.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이른바 ‘핵 가방’도 휴대했다.

 

 


<케이티 브릿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맨 아래)이 바이든 국정연설에 대한 반박 연설을 한 자택 주방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1982년생으로 최연소 상원의원인 케이티 브릿이 반박 연설을 했다. 
브릿은 “바이든이 머무적거리고 권위가 떨어진 대통령”이라며 이민·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야당은 보통 반박 연설을 신예 의원에게 맡기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 연설을 반박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연설 내용을 실시간으로 반박하면서 예년보다 관심이 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240403)


[윤주헌의 what’s up 뉴욕] 자유·인권 상징 뉴욕서 ‘가방 수색’이 부활한 이유?

 



지난 7일 오후 4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그랜드센트럴역. 
하루 유동 인구만 75만명에 달하는 역 광장 한편에서 군인들이 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시민들을 지켜봤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에는 평소 없었던 경찰 세 명이 서 있었다. 
맨해튼의 또 다른 교통 관문인 펜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역에 도착할 때쯤에도 “이 역에는 경찰이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방송대로 승강장에 서 있는 경찰들과 마주쳤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뉴욕 지하철 강력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뉴욕주(州)가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전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 지하철에 주 방위군 750여 명과 주 경찰 250여 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지하철역을 찾는 시민들의 가방까지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가방 검사를 거부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춘 가방 수색 등 불심검문이 자유와 인권의 상징 뉴욕에서 부활한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스테이션에서 뉴욕주 경찰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경찰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민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뉴욕주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최근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열차 등에서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롱크스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총격 사건으로 30대 남성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1월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다투던 승객들을 말리던 40대 남성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콜럼버스 서클역을 출발한 열차에서는 한 승객이 스크루 드라이버(나사를 조이는 공구)에 머리가 찔리는 일이 발생했다.


뉴욕 시민 상당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컬 주지사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방 검사를 한다고 범죄가 줄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우범 지역에서도 하지 않는 가방 검사를 단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불심검문 형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불만이 잇따르자 호컬 주지사는 지하철 역사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더 이상 총을 들지 말라고 했다. 
뉴욕주 정부는 지하철에서 승객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3년간 열차 탑승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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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네덜란드, ASML 잡기 위한 ‘베토벤 작전’... 그런데 베토벤이 언제부터 네덜란드人?

 

 


네덜란드가 28일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베토벤 작전’이라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유명한 작곡가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네덜란드계라는 점이 지원책 작명(作名)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 사람 베토벤을 왜 네덜란드계라고 할까.


베토벤과 이름이 같은 그의 할아버지는 지금은 벨기에 중북부 플랑드르 지역인 메헬런에서 어린 시절 성악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플랑드르는 1830년 벨기에 독립 전쟁 전까지 네덜란드의 일부였고, 지금도 네덜란드어를 쓴다. 
그는 17세 때 신성로마제국에 속했던 본으로 이주했는데,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면서 본은 독일 도시가 됐다.

 

 


<독일 본에 그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벽화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손자이자 유명한 작곡가 베토벤의 성과 이름 사이에 있는 판(van)도 네덜란드와 연관이 있음을 드러낸다. 
‘~로부터’란 뜻의 ‘판’은 네덜란드인들이 쓰는 표시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반’과 비슷하다. 
베토벤의 이름은 표기법에 따라 ‘판’으로 적지만, 고흐는 예전에 굳어진 외래어 표기 관용에 따라 ‘반’으로 쓴다. 
‘판 베토벤’이 현재 벨기에 도시인 베탕쿠르의 네덜란드식 이름 ‘벤트호번’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있다. 다만 베토벤은 네덜란드에서 살지는 않았다.(240403)



 

 

[깨알지식Q] 삭발 시위 문화 다른 나라도 있나?

 


최근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의대 교수가 삭발하는 일이 있었다. 
서양 언론들은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로부터 ‘저항에 대한 결의’를 뜻하는 한국 삭발 시위가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항의한다는 의미로 삭발하는 관행이 있을까.

 

 


<2022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오른쪽)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일단 유교 문화의 흔적이 남은 중국엔 한국과 비슷한 삭발 시위가 있다. 
중국에선 ‘대머리(无发)’와 ‘무법 상태(无法)’라는 단어가 발음이 ‘우파’로 같아, 정부의 국민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에 삭발이 특히 자주 등장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지도자들이 삭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저항보다는 사죄의 의미로 삭발하는 일이 가끔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걸그룹 가수인 미네기시 미나미가 소속사의 ‘연애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삭발한 후 울면서 사죄했다.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이란에선 여성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머리카락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시위를 했다.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후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시위 현장 등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항의했다. 
1000년 전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 서사시 ‘샤나메’의 등장인물인 한 여성이 권력에 의해 부당한 죽음을 당한 가족을 애도하며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에 이런 행동의 뿌리가 있다고 알려졌다.(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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