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근의 지구 반대편]귀엽다고 놔두다간 큰코 다칩니다… 아르헨·칠레 ‘비버 대란’
나무 갉는 설치류 비버, 한국서도 친숙한 캐릭터
모피 얻으려 들여왔다가 산림 황폐화 年 900억원
아르헨티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주(州)는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10도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찾아간 이곳의 주도(州都) 우수아이아 근처 숲에는 스산한 공기가 깔려 있고, 멀리 눈 덮인 산이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를 보니 잘린 나무 기둥들이 널브러져 곳곳이 황폐했다.
잘린 가지들은 톱 같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무언가에게 갉아 먹힌 듯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주 산림의 한 개울에 비버가 나뭇가지로 만든 댐이 설치돼 있다. >
범인은 설치류 동물 비버다.
비버는 강한 이빨로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고, 강으로 옮겨 나무 댐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또 나무 안쪽의 연한 속살을 먹어치운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비버가 무분별하게 번식해 남미 대륙 최남단 산림을 대규모로 황폐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만화 캐릭터 ‘잔망 루피’ 모델로 친숙한 비버가 이곳에선 생태계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버는 본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토착종이다. 1946년 남미에 처음 유입됐다.
가죽을 활용해 모피 산업을 일으킬 목적이었다.
비버는 가축화할 수 없어 자연에 풀어 번식시키고 몸집이 커지면 덫으로 사냥하는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 일대는 사냥 문화가 없었고, 막상 금전적 이득도 크지 않아 주민들은 비버를 방치했다.
북미와 달리 남미에는 곰, 늑대, 독수리 같은 비버의 상위 포식자도 없었다. 비버는 곧 왕성하게 번식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마리를 들여온 지 70여 년이 지난 남미 남부에만 현재 10만~15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버는 갉아 먹어서 나무를 없앨 뿐 아니라 가지를 쌓아 만든 ‘비버 댐’ 때문에 물이 차올라 주변 나무가 대량으로 썩기도 한다.
북미 지역 소나무는 5년 정도면 다시 자라지만 이 지역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 코아규 등은 자라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비버가 파괴한 자생림은 회복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만 비버가 각각 최소 연간 7000만달러(약 915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뒤늦게 비버를 유해 외래종으로 규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원을 받아 ‘비버 사냥꾼’을 투입해 퇴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퇴치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연간 70만~100만달러에 이르는 퇴치 비용 문제 등으로 산림 황폐화는 계속되고 있다.
https://x.com/gunsnrosesgirl3/status/1722707052496060767?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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