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근의 지구 반대편]귀엽다고 놔두다간 큰코 다칩니다… 아르헨·칠레 ‘비버 대란’

 

나무 갉는 설치류 비버, 한국서도 친숙한 캐릭터
모피 얻으려 들여왔다가 산림 황폐화 年 900억원

 


아르헨티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주(州)는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10도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찾아간 이곳의 주도(州都) 우수아이아 근처 숲에는 스산한 공기가 깔려 있고, 멀리 눈 덮인 산이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를 보니 잘린 나무 기둥들이 널브러져 곳곳이 황폐했다. 
잘린 가지들은 톱 같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무언가에게 갉아 먹힌 듯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주 산림의 한 개울에 비버가 나뭇가지로 만든 댐이 설치돼 있다. >



범인은 설치류 동물 비버다. 
비버는 강한 이빨로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고, 강으로 옮겨 나무 댐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또 나무 안쪽의 연한 속살을 먹어치운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비버가 무분별하게 번식해 남미 대륙 최남단 산림을 대규모로 황폐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만화 캐릭터 ‘잔망 루피’ 모델로 친숙한 비버가 이곳에선 생태계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버는 본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토착종이다. 1946년 남미에 처음 유입됐다. 
가죽을 활용해 모피 산업을 일으킬 목적이었다. 
비버는 가축화할 수 없어 자연에 풀어 번식시키고 몸집이 커지면 덫으로 사냥하는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 일대는 사냥 문화가 없었고, 막상 금전적 이득도 크지 않아 주민들은 비버를 방치했다. 
북미와 달리 남미에는 곰, 늑대, 독수리 같은 비버의 상위 포식자도 없었다. 비버는 곧 왕성하게 번식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마리를 들여온 지 70여 년이 지난 남미 남부에만 현재 10만~15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버는 갉아 먹어서 나무를 없앨 뿐 아니라 가지를 쌓아 만든 ‘비버 댐’ 때문에 물이 차올라 주변 나무가 대량으로 썩기도 한다. 
북미 지역 소나무는 5년 정도면 다시 자라지만 이 지역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 코아규 등은 자라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비버가 파괴한 자생림은 회복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만 비버가 각각 최소 연간 7000만달러(약 915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뒤늦게 비버를 유해 외래종으로 규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원을 받아 ‘비버 사냥꾼’을 투입해 퇴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퇴치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연간 70만~100만달러에 이르는 퇴치 비용 문제 등으로 산림 황폐화는 계속되고 있다.

https://x.com/gunsnrosesgirl3/status/1722707052496060767?s=20

 

 

28년된 일본 소주 깠더니 25% 날아갔다… 술 ‘증발의 과학’

故 구본무 LG 회장이 준비했던 우승 축하주 ‘아와모리 소주’ 화제

 



LG트윈스가 지난 13일 29년 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거머쥔 덕분에, 고(故) 구본무 선대 LG그룹 회장이 생전에 준비했던 우승 축하주인 일본 오키나와산(産) ‘아와모리 소주’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이 지난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입해 왔다는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이 옹기의 왼쪽은 구본무 회장이 야구단을 경남 진주 외가에 초청해 회식을 한 뒤 함께 촬영한 단체 사진이다.>

 

LG트윈스 측에 따르면, 구 회장이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구입해 온 아와모리 소주 세 통을 잠실구장 LG 구단 사무실에 두었다가 몇 년 전 경기도 이천의 LG 챔피언스파크 숙소 사료실로 옮겼다. 
소주를 옮기는 과정에서 술이 조금 더 증발해 항아리가 많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세 통짜리 술을 4L짜리 항아리 한 통에 합쳤다고 한다. 기존 소주는 4분의 3 정도 남은 상태다. 
차명석 LG 단장이 축하주가 모자랄 것에 대비해 한국 시리즈 전에 두 통을 더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알코올이 증발해 양이 줄어드는 건 아와모리 소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인 경희대 고재윤 교수는 “일반적인 소주·맥주, 와인이나 코냑, 위스키, 버번 같은 술도 오래 보관하면 알코올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양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면서 “이를 해마다 천사의 몫이 사라진다는 뜻으로 에인절스 셰어(Angel’s Share)라고 한다.


에인절스 셰어도 저마다 다르다. 
술의 양이 줄어드는 정도는 술의 종류, 숙성 용기와 뚜껑의 재질, 보관하는 온도와 보관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줄어드는 주류 증발의 법칙에 대해 알아봤다.

 

 




구 전 회장은 1994년 당시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친 뒤 선수단과 오키나와의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를 했다. 
그리고 그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구 전 회장에게 아와모리 소주는 행운의 상징이 된 셈이다. 
1995년 그는 시즌을 앞두고 “다시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같은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 세 병을 사왔다.


아와모리 소주는 안남미를 쪄서 만드는 증류주다. 
검은 누룩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다음에 이를 그대로 증류해 보통 ‘가메(甕·항아리)’라고 불리는 옹기에 넣어 숙성시킨다.


옹기에 담긴 아와모리 소주는 보통 1년에 3%가량 알코올이 증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흙으로 빚은 옹기엔 숨구멍이 많아 이를 통해 알코올이 해마다 조금씩 새어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주류 전문가인 수입 주류 회사 빅보이리커 김봉규 대표는 “구 전 회장이 구입한 아와모리 소주는 알코올이 좀 많이 증발한 경우인데, 술을 한 번 열어서 항아리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거쳤고 상온에 보관하면서 술이 더 많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옹기 두께, 뚜껑 재질에 따라서도 증발 정도가 달라진다. 

옹기를 눕혀 보관하거나 땅에 묻어 보관했다면, 알코올의 증발을 줄이고 더 좋은 상태의 술을 마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와인의 경우는 어떨까. 
WSA와인아카데미 김상미 원장은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오크통 구멍을 통해 알코올이 증발해 양이 줄고, 오크통의 풍미는 술에 스며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상미 원장은 “정통 와이너리에선 숙성 과정에서 이렇게 와인의 양이 줄면, 따로 보관해 놓은 오리지널 와인 원액을 다시 꺼내어 채워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했다.


위스키도 비슷한 증발과 숙성 과정을 거친다. 
숙성 연식이 오래될수록 귀한 위스키로 대접받는 이유다. 
보통 40도짜리 아이리시 위스키는 영국 기후에선 1년에 2%가량 증발된다. 
훨씬 무더운 지역에서 만드는 대만 카발란 위스키는 매년 10%씩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소주도 나무통에서 숙성할 경우 1년에 2%가량 증발한다. 
하이트진로 연구원은 “45도짜리 일품진로는 오크통에 저장하면 매년 2%씩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술은 웬만하면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


집에 놔둔 소주나 와인, 위스키도 알코올이 마개 틈으로 조금씩 새어나가긴 한다. 대신 그 양이 지극히 미미하다. 

고재윤 교수는 “와인의 경우라면 코르크 마개로 새어나갈 수 있고, 소주나 위스키도 알루미늄 뚜껑 사이로 알코올이 빠져나갈 수 있다. 
몇 년씩 두면 양이 조금 줄어든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231115)

 

 

[깨알지식Q]오사카 팬들은 왜 ‘홈 팀’ 오릭스 보다 ‘이웃 팀’ 한신을 더 응원하나

 


지난 5일 일본 간사이(關西·관서) 지방을 연고지로 하는 두 구단 한신 타이거스와 오릭스 버펄로스의 대결로 주목받은 프로야구 재팬시리즈에서 타이거스가 승리했다. 

오사카 시민들은 도톤보리강에 뛰어들며 격하게 기뻐했다. 타이거스 공식 연고지는 오사카 인근 효고현, 버펄로스는 오사카다. 
오사카 팬들은 그런데 왜 타이거스의 승리에 더 열광할까.

 

 

<한신 타이거스 선수들이 지난 5일 오릭스 버펄로스를 7대1로 꺾고 38년 만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1935년 창단된 타이거스는 ‘오사카 타이거스’로 출발했다. 
홈구장 고시엔이 효고현에 있지만 소유주 한신전철 본사가 오사카고, 효고현이 오사카에서 워낙 가깝기 때문이다. 오사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한신을 응원했다. 
하지만 타이거스는 1952년 일본 프로야구 협회의 새 규정에 따라 연고지를 홈구장이 있는 효고현으로 확실히 정하고 이후 팀 이름에서도 ‘오사카’를 뺐다. 
고시엔은 가장 오래된 일본 프로야구 구장이다.


반대로 버펄로스의 전신인 한큐 구단은 1936년 만들어져 효고현에 연고지를 두다가, 2005년 1949년 창단한 ‘오사카 긴테쓰 버펄로스’와 합병하면서 연고지를 오사카로 바꿨다. 
홈구장은 오사카의 ‘교세라 돔’이다. 하지만 오사카 시민들은 타이거스와의 인연이 워낙 길고 애정도 대대로 깊어, 타이거스를 응원하는 팬들이 여전히 훨씬 더 많다.(231107)

 

 

불타던 단풍, 올해는 왜 이러지?


최저기온 5도 이하여야 하는데
9월 평균 최저기온 19도 기록

 


가을 단풍 ‘절정기’는 10월 말이지만 최근 단풍 여행객 사이에선 “풍경이 예년만 못하다”는 반응이 많다. 
붉은 물이 덜 들었거나 여전히 녹색을 벗지 못한 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온난화 여파로 ‘여름과 가을 사이’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풍이 제 색깔을 덜 찾은 것이란 분석이다.


1일 기상청과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아래로 떨어지면 시작하는데 올 9월 전국 평균 최저기온은 19도를 기록했다.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단풍은 9월 말~10월 초 북쪽 찬 바람이 불며 ‘최저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해 10월 말 절정에 이른다. 

기후변화가 이런 ‘단풍 공식’을 깨트린 것이다. ‘절정’은 산지 80% 이상에 단풍이 들었을 때를 의미한다.

 

 

<내장산국립공원 내 단풍 명소로 꼽히는 ‘쌍계루’를 배경으로 10월 25일 촬영한 사진. 
붉은 물이 들지 않은 나뭇잎이 많다. 온난화 여파로 ‘더운 가을’을 보낸 탓에 단풍이 짙게 물들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내장산 등 남부 지방 단풍 명소에서 초록 잎과 단풍이 뒤섞인 경우가 많다. 
일부 단풍은 날이 추워졌을 때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지만, 일부는 옷을 바꾸기도 전에 기온이 다시 오르며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통상 단풍나무는 기온이 1도 오르면 4일씩, 은행나무는 5.7일씩 물드는 속도가 늦어진다. 
그런데 올 9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2.1도 높았다. 작년 기준 전국 유명 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1990년에 비해 최대 13일쯤 늦어졌다.


단풍의 경우 가을에 일조량이 줄고 공기가 건조해지면 광합성 활동을 포기한다. 
이때 엽록소가 파괴되며 붉은 색깔을 띤다. 엽록소의 이런 자기 분해는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활발해진다. 
특히 단풍의 붉은색은 잎 속의 ‘안토시아닌’이란 물질 때문인데 엽록소가 제때 파괴되지 않으면 붉은색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한다. 2일 전국 최저기온은 8~18도로 예보됐다.


기후변화로 사계절 중 여름·겨울만 남고, 봄·가을이 짧아지면 단풍도 영향을 받는다. 
늦가을까지 덥다가 겨울로 갑자기 넘어가면 단풍이 충분히 물들기도 전에 단풍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면 낙엽이 된다.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단풍이 곱게 물들 온도와 시기를 놓치면서 색감이 덜 예쁜 단풍을 보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전국 최저기온은 10~18도 수준으로 평년 최저인 2~11도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231102)

 

 

150엔 넘은 엔달러 환율… 日정부는 왜 가만히 있을까

시장 개입 안하자 엔화 투매 현상… 엔화 가치 33년만에 최저 수준

 


“(환율의) 과도한 변동에 대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관)


“‘행동’에 시장 개입도 포함되는가?”(기자들)

“그에 대해 말하진 않겠으나, 모든 수단이다.”(간다)

“개입 대기 상태인가?”(기자들)

“스탠바이.”(간다)

1일 오전 일본 도쿄 재무성. 출근하는 재무성 2인자 간다 마사토 재무관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전날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 금리 변동 폭이 상한선인 연 1%를 웃돌아도 용인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150엔을 뚫고 151.69엔까지 치솟는 등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하게 급락하자, 당국 대책을 물은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해온 일본이 결국 통화 가치 급락 사태를 맞고 있다. 
31일 BOJ의 조치는 국채 금리 상승을 용인해 사실상 긴축에 가까워지는 움직임이었지만, 시장에선 도리어 엔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최근 ‘수퍼 엔저’의 바탕엔 물가가 올라도 긴축하기 어려운 일본의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간다 재무관은 이날 “지금 움직임의 배경엔 투기 세력이 있다”고 했다. 
헤지펀드 등 환(煥) 투자자들은 일본 당국이 당장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엔 쇼트(매도)에 나서는 양상이다.


작년 10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을 돌파한 이후, 올 초 엔화 환율은 120엔대까지 빠르게 떨어졌었다.
(엔화 강세 추세) 이때는 투자자들이 ‘곧 엔화가 강세로 갈 것’이라고 보고 엔화를 열심히 사들였다. 
아베노믹스 기간인 지난 10년간 장기 집권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퇴임하고 새 총재가 오면 대규모 돈 풀기 일변도였던 일본의 통화정책도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하지만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연거푸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도로 엔화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미국은 금리를 더 올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0%를 넘나들었다. 
연 0.8~0.9%를 오가는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와는 큰 격차다. 
지난달 급기야 엔화가 달러당 150엔대에 육박했는데도 외환 당국은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전무는 “많은 시장 참가자가 BOJ를 (구두 개입만 하고 실제 개입하지는 않는) ‘종이호랑이’로 보고 있다”며 “이렇다면, 연말까지 엔화 환율이 155엔 선까지 터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00엔당 892원까지 하락, 2015년 5월 이후 8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엔화 환율이 150엔을 돌파했을 때는 한국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1500원에 근접하기도 했지만, 최근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50원대를 기록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엔화에 비해서는 원화가 강한 모습인 것이다.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도 자극을 받는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구매력이 낮아지고, 국제 통화로서의 엔화 위상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단점에도 엔저가 가져다주는 장점이 훨씬 많기에 일본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에서 확실히 탈출하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엔화 가치와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은 “엔저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오르고 관광수지가 개선되고 수출 경쟁력이 살아나면 결국 세수가 늘어 일본 재정에 도움이 된다”며 “BOJ가 올해 성장률을 1.3%에서 2.0%로 크게 높여 잡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너무 오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도 쉽게 금리 인상 등 긴축으로 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일본의 국가 채무는 GDP(국내총생산)의 263%에 달한다. 한 해 갚아야 할 국채 이자만 9조5000억엔(약 85조원)이 넘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선 BOJ가 내년 4~5월 일본 재계와 노동계의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에서 임금인상률을 확인한 뒤 임금과 소비의 선순환을 통한 디플레 탈출에 확신을 가져야만 마이너스 금리 정상화와 엔저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231102)


 

 

[스포츠 백과사전] 진화하는 스포츠용품

굽 높은 마라톤화… 오븐 장갑 모양 도루 글러브

 



최근 세계 스포츠계 최대 화두는 단연 마라톤의 ‘서브2′(2시간대 이하 기록)였다. 
지난달 8일 케냐 남자 마라톤 선수 켈빈 킵툼(24)이 2시간00분35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서브2는 마라톤 역사에서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는데, 어디선가 등장한 젊은 선수가 한계를 넘어설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목이 집중됐던 건 킵툼의 신발이었다. 
킵툼은 내년 발매 예정인 나이키 알파플라이3(가칭)를 신고 뛰었다. 
마라톤용 신발 바닥은 밑창, 중창, 깔창 세 겹으로 이뤄져 있다. 
알파플라이3는 중창 부위에 두꺼운 카본 플레이트(탄소섬유판)를 삽입하는 신기술로 만들어졌다. 
카본 플레이트는 철보다 5배 정도 단단하면서도 유연해 다리 부하를 줄여준다. 
과거에는 무게 탓에 얇은 탄소섬유판을 썼는데, 나이키가 가벼우면서도 두꺼운 탄소섬유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종전 신기록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39·케냐)는 2019년 이 신발의 시초격인 나이키 알파플라이1의 시제품을 착용하고 거뜬히 ‘서브2′를 넘어선 1시간 59분 40초 기록을 세웠다. 
이 운동화에는 탄소섬유판 네 장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한 장만 허용하는 세계육상연맹 규정에 따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스포츠 과학 기술에 따라 선수의 역량이 얼마나 극대화되는지 보여줬다. 
그 뒤 이윽고 나이키가 탄소섬유판 한 장만으로도 네 장 효과를 내는 신발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달엔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톤 선수 티지스트 아세파(27)도 비슷한 신발을 신고 여자 신기록 2시간 11분 53초를 세웠다.

 

 

<지난 달 8일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케냐의 킵툼.>

 

 

선수들이 흘리는 땀만큼이나 스포츠 과학 기술자들도 더 나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 온 관심을 쏟는다. 
몇몇 프로야구 선수는 출루한 뒤 오븐 장갑처럼 생긴 장갑을 손에 착용한다. 
손가락을 넣는 곳이 없는 이 장갑은 슬라이딩 시 손가락 부상을 방지해 준다. 
이 합성고무 장갑은 일반 장갑보다 두툼하다. 
슬라이딩할 때 손가락이 베이스에 부딪혀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 끝부분이 특히 푹신하게 제작됐다.


주루용 장갑을 처음 낀 선수는 2013년 뉴욕 양키스에서 도루로 유명했던 브렛 가드너(40·FA). 
가드너는 2009년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엄지를 다친 이후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이를 없애기 위해 고민하다가 주루 장갑을 만들어냈다. 
그 뒤 유행처럼 퍼져나가 많은 선수가 장갑을 꼈다. 
그 탓에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왜 선수들이 오븐 장갑을 끼고 있느냐’는 질문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올 시즌 38도루를 해낸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종종 쓴다. 선수용 장갑 가격은 10만~15만원 정도다.

 

 

<지난달 3일 경기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타자 브라이스 하퍼. 왼손에 도루용 장갑을 꼈다.>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쓰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장갑 10개 정도를 구매해 공동으로 쓴다고 한다. 
일부 선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장갑을 손보다 조금 길게 빼 베이스에 먼저 닿게 하는 ‘꼼수’를 썼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주루용 장갑의 최대 길이를 30㎝로 제한했다.


쇼트트랙에선 손가락 끝에 둥근 플라스틱이 붙은 장갑을 볼 수 있다. 
쇼트트랙은 코스 111.12m 중 반절가량(약 53m)이 곡선이다. 
이 구간에선 몸이 원심력 때문에 트랙 바깥쪽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거의 눕듯이 몸을 트랙 안쪽으로 기울이는데, 이때 빙판에 손을 짚으면서 마찰력이 생긴다. 
너무 세게 짚으면 마찰력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어 선수들은 그 균형을 잡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달 28일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경쟁하는 선수들. 왼손에 다들 개구리 장갑을 꼈다.>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김기훈(51·현 울산과학대 교수)도 골머리를 앓던 선수 중 하나였다. 
기술뿐 아니라 장비도 고민이었다. 
장갑에 비닐 테이프를 감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방법을 찾았다. 
당시 스케이트화 발목 부분의 고정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했던 에폭시(epoxy) 액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장갑 손가락 끝부분에 발랐다. 에폭시는 접착제 등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에폭시가 굳자 장갑 끝부분이 딱딱해져서 일반 장갑보다 적은 마찰력으로 코너를 매끄럽게 돌 수 있었다. 
딱히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었기에 김기훈은 캘거리 대회에서 첫선을 보였고, 1992 알베르빌 대회에서 이 장갑을 끼고 2관왕에 올랐다. 
개구리 앞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른바 ‘개구리 장갑’이라 불린다. 
현재는 플라스틱 방울을 붙인다. 쇼트트랙 선수 중 착용하지 않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장비가 됐다.


전통에서 해법을 찾기도 한다. 
장미란(40·현 문체부 차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옛날에 자주 사용하던 나무 뒷굽 역도화를 신고 나왔다. 
당시 선수들이 많이 쓰는 가죽이나 고무 재질 대신이었다. 
충격 완화가 되지 않는 딱딱한 나무 재질이 장미란의 몸에 힘을 그대로 실어줄 수 있다는 이유. 
또, 장미란은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 근력이 미세하게 떨어졌다. 
이에 굽의 높이를 살짝 다르게 해야 했는데, 세밀한 조정엔 나무 재질이 최적이었다. 
세계역도연맹은 신발의 높이가 13㎝가 넘지 않게만 제한할 뿐, 재질에 대한 규정은 없다. 
장미란은 나무 뒷굽과 함께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과도한 기술 발전은 선수들의 열정을 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언 소프(41·호주)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나와 3관왕에 올랐다. 
물과 마찰력이 가장 덜하고 부력도 제공하는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사용하고, 표면을 프라이팬에 사용하는 재질인 테프론으로 코팅, 상어 피부와 비슷하게 만든 옷이었다. 
이에 세계 수영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전신 수영복을 입었다. 그 뒤로 세계 신기록이 쏟아졌다.


급기야 자유형 200m 세계 랭킹 9위였던 파울 비더만(37·독일)은 2009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8·미국)의 주종목인 200m에서 세계 신기록(3분 40초 07)을 깨면서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전까지 2008년 유럽 선수권 우승 경험만 있을 뿐 세계 무대에서는 입상한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펠프스는 당시 “이건 수영이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끼리 경쟁이 아니라 사실상 ‘수영복 대결’로 변질됐다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2009년 직물(織物) 수영복만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면서 첨단 수영복을 퇴출시켰다.


그러나 상흔은 남았다. 
현재 남자 자유형 6종목 중 쑨양(32·중국)이 2012년 세운 1500m 기록(14분 31초 02)을 제외한 세계 신기록 5개가 그 당시에 세워졌다. 비더만의 기록 역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231102)

 

 

[글로벌 5Q]이란, 결국 전쟁에 뛰어드나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지상 작전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속속 전쟁 개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이들과 이란의 관계를 다섯 가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Q1. 이란은 왜 중동의 이슬람 무장단체를 지원하나

1979년 친미·친서방 노선을 고수하던 이란 팔레비 왕조를 축출한 이슬람 혁명 세력은 엄격한 이슬람 원리주의로 국가를 통치했다.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는 자신이 전체 무슬림 세계의 지도자가 되는 ‘큰 그림’을 그렸고, 이란의 정치 체제를 다른 중동 국가들에 전파하려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이에 반발했고, 알 카에다·이슬람국가 등 극단적 수니파 테러집단들도 이란을 적으로 간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정세가 불안한 이웃 국가 내 무장 단체를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삼아 지원하면서 패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Q2.이란이 지원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는 어떤 곳들인가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이슬람지하드(PIJ),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와 친시리아 바트당 민병대 등이 있다. 
이란은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자 헤즈볼라를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무장단체를 끌어들였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서방과의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하는 주변국 정부들은 이란의 반미·반서방 기조에 동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래서 무장단체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꾸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미 NPR은 “중동 지역 내에서 이들의 이해관계는 각기 다르지만, ‘반미·반이스라엘’이라는 기치 아래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느슨한 연대를 맺게 됐다”고 했다.


Q3. ‘저항의 축’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이들과 이스라엘이 계속 충돌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기반으로 이스라엘과 산발적 교전을 벌이고 있는 헤즈볼라가 위협적이다. 
헤즈볼라는 창설 당시부터 호메이니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이란 혁명수비대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았다. 
이란은 매년 7억달러(약 9503억원) 이상을 헤즈볼라에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병력이 6만명에 달하고, 정밀 유도 미사일, 대전차 미사일, 드론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이란의 기술 지원을 받아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Q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키워서 이란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란이 이번 전쟁에 관여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단기적으로는 중동 내 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 세계 8위 산유국인 이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이란은 수십년간 이어진 미국 주도 경제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특히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이란 핵합의(JCPOA)’가 파기된 뒤 경제난은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분쟁의 장기화로 유가가 오르면 이란의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보다 근본적 목적은 패권 유지다. 
외신들은 최근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란을 자극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수교가 성사되면 중동 내 미국 영향력이 커지고, 지역 패권은 사우디에 쏠린다. 이란은 고립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 발발 후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편들며 공식 수교 협상은 중단됐다. 전쟁이 장기화돼 협상이 완전히 폐기되는 것이 이란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Q5. 이란 국민들은 정부의 전쟁 개입을 좋아하나

대부분 이란 국민은 같은 이슬람권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이후 이란 주요 도심에서는 정부 주도의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극심한 경제난에 여성 인권 탄압 문제까지 불거지며 치솟은 반정부 정서가 이번 국면에서도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사람들은 정권이 전쟁을 지지하고, (하마스의) 잔학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진부한 선전에 지쳐있다”며 “이란 내부의 여론은 균일하지 않다”고 했다.(231102)

 

 

[깨알지식 Q]넷플릭스 없던 시절 선배들은 어떻게 ‘프렌즈’를 시청했나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1994~2004년 방영)’의 챈들러 빙을 연기한 매슈 페리(54)가 지난 28일 세상을 뜬 후 젊은 시절 이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봤던 ‘X세대(1970년대생)’들의 추모 열기가 유난히 뜨겁다. 
이들은 이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여러 번 돌려 보면서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튜브(2005년 서비스 시작)나 넷플릭스(2007년 스트리밍 시작)도 없던 시절 이 드라마를 어떻게 몰아서, 돌려서 보았다는 것일까.

 

 

<미국 드라마 '프렌즈' 포스터>

 


프렌즈는 초기 시즌에 주인공들이 ‘삐삐’(호출기)를 쓸 정도로 오래된 드라마다. 
한국에선 케이블 채널 ‘동아TV’가 1996년부터 방영했다. 
하지만 프루나·온디스크 등 P2P(개인 간 파일 공유) 서비스에서 불법 유포된 녹화본을 내려받아 보는 이들이 많았다. 
CD에 파일을 저장해 돌려보는 일도 흔했다. 
PC가 대중화되고 인터넷이 집집마다 깔렸지만 디지털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가능했던 일이다.


P2P 공유의 시대는 이른바 ‘소리바다 사태’로 끝났다. 
P2P 서비스 원조 격인 소리바다는 2001년 음반산업협회 등 음반 제작자들에 의해 저작권 혐의로 피소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싸움 끝에 2007년 소리바다가 패소했고, 이 과정에서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라 콘텐츠 무단 공유에 대한 감시·처벌이 강화해 P2P 서비스는 하나둘씩 사라졌다.


프렌즈는 넷플릭스·HBO맥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다시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는 2018년 말부터 딱 1년 동안 프렌즈를 틀기 위해 웬만한 블록버스터 드라마 제작비와 맞먹는 1억달러(약 1350억원)를 제작·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 내기도 했다. 
한국에선 현재 쿠팡플레이·시리즈온에서 볼 수 있다.(231031)

 

 

[깨알지식 Q]한국인도 유대인이 될 수 있다고?



뉴욕의 대형 유대교 회당의 수석 랍비(유대교 성직자)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여성 앤절라 워닉 북달이다. 
그처럼 다른 인종의 피가 흘러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대교는 유대계 혈통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까지도 모두 ‘유대인’으로 정의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브롬리 리폼 시너고그에서 어린이들이 유대교 계율에 대해 배우고 있다.>

 

유대인은 본래 ‘유대 지역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약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12지파 중 유다의 후손을 말한다. 그러나 이른바 ‘이방인’ 태생이더라도 유대교로 개종한다면 유대인으로 간주한다는 오랜 관행이 자리 잡았다. 
이는 구약성경 ‘룻기’에 등장하는 이방인 ‘룻’이 유대인 가정에 들어와 신앙을 실천하고, 훗날 예수의 조상이 된다는 내용에 기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인들이 2000년 이상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며 다른 민족과 피가 섞였기 때문에 혈통이나 국적보다 신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후천적 유대인’이 되는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먼저 랍비를 찾아가 개종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받은 뒤, 유대인의 역사·의식·관습뿐만 아니라 히브리어를 공부해야 한다. 
또 유대계 법전 ‘토라’에 명시된 613개 계명을 모두 준수해 완전한 유대인의 삶을 살 것을 맹세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포경수술(할례)을 하고 유대교식 목욕 시설 ‘미크바’에서 몸을 씻는 등 의식을 치러야 한다.


매년 유대교로 개종을 신청하는 사람의 수는 4000명 수준이다. 
다만 개종 절차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이들은 신청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31030)

 

 

[스피드 3Q]러 하원은 왜 CTBT 비준을 철회했나 ?

 


18일(현지 시각) 러시아 하원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안을 통과시켰다. 
타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2·3차 독회(讀會·법안을 세 번에 나눠 심의하는 것)에 부쳐 찬성 415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 
비준 철회는 상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뜻만 있다면 언제든 철회를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러시아는 1996년 CTBT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그러나 23년 만에 비준을 철회키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 토론 클럽’ 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그는 이날 “핵연료로 추진되는 부레베스트니크 대륙 간 순항미사일의 시험에 최근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대 24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도 거의 완성됐다”며 “이제 (실전 배치를 위한) 행정적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Q1. CTBT는 무엇인가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CTBT는 전쟁이나 평화 유지 등 목적과 무관하게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기 관련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이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시대가 끝나고 핵실험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드는 가운데 중국·인도 등 강국들이 속속 핵실험을 강행하자 핵 확산으로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한 각국 지도자들이 유엔에 모여 승인했다.


이보다 앞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1978년 출범했다. 
NPT는 핵보유국이 핵무기 관련 기술이나 장치를 다른 나라에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핵 비보유국은 핵 관련 장치를 획득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NPT는 미국·소련(현 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국을 제외하고는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후발 핵 개발국인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은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 선언을 했고, 유보 상태로 있다가 2003년 완전 탈퇴했다.

 

 


◇Q2. 모든 국가가 CTBT를 비준했나?

CTBT는 총 196개 당사국 가운데 187국이 서명하고 이 중 178국이 비준했다. 
러시아도 비준까지 마친 국가 중 하나다. 
영국·프랑스 등도 비준한 반면, 미국을 비롯해 중국·이란·이스라엘 등은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CTBT를 비준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CTBT 비준을 포함해 핵 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겠다는 기조다. 
푸틴은 지난 5일 핵 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의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면서 “(CTBT에) 서명하고도 비준하지 않은 미국처럼 행동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Q3.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러시아발 ‘핵 위협’이 고조될 수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지난 6월엔 인접 우방국 벨라루스에 핵탄두를 배치해 긴장을 더욱 높였다. 
만약 이로 인해 CTBT나 NPT 등 핵 확산 방지 체제에 균열이 가면 향후 이란 등 반(反)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핵 개발 도미노가 일어나 미국 주도의 핵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 
다만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핵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16일 “하원이 CTBT 비준을 철회해도 우리가 먼저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 무대에서 핵을 계속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231020)

 

 

[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후진타오·리커창도 출신인데…中 공청단, 시진핑 나팔수로 전락


위챗·웨이보 등 팔로어만 8억명
청년 불만 잠재우기 연일 홍보전

 

 


중국공산당 산하 최대 청년 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올해 10월 1일 국경절을 기념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화하(華夏)’란 제목의 랩 뮤직비디오를 올렸다. 
랩은 ‘세계의 중앙’ ‘자랑스러운 가슴’ 등 애국적 수사(修辭)로 가득 찼고, 마오쩌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 육성도 들어가 있었다. 
랩을 부른 가수는 팬 층이 두꺼운 유명 래퍼 GAI(본명 저우옌)였다.

 

 

 


중국에서 한때 강력한 정치 세력이었던 공청단이 ‘시진핑의 선전 부대’로 변화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진핑이 지시한 ‘공청단 개혁’과 지난해 ‘공청단 대부’ 후춘화 당시 부총리의 지위 강등으로 조직의 입지가 대폭 약화된 영향이다.


1920년 설립된 공청단은 공산당 내 청년 간부를 양성하고, 청년들에게 사회주의 사상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조직이다. 
공청단에서 간부 활동을 한 엘리트들이 중국 지도부에 대거 진입하면서 한때 ‘공청단파’라는 거대 정치 파벌이 형성되기도 했다. 
14~28세가 가입 가능하고, 작년 말 기준 단원 수는 7358만명에 달한다.

 

 

<중국판 콤소몰은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이고 줄여서 공청단이라고 부른다. 
공청단 휘장 위의 붉은색 깃발과 황금색 별은 혁명의 승리를, 아래 원 왼쪽의 밀이삭은 농민을, 원 오른쪽의 톱니는 노동자를, 원 내부의 떠오르는 태양과 햇살은 공산당의 돌봄을 상징한다. 중국공청단(中国共青团)은 모택동의 글씨이다.>

 

그러나 공청단은 이제 세력 확장보다 청년 대상 선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주업무가 대중 홍보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공청단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웨이보(중국판 트위터)·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더우인(중국판 틱톡) 등에 26개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했다. 팔로어 수를 모두 합치면 8억명이 넘는다.


2020년 2월에는 공청단이 소셜미디어에서 ‘가상(virtual) 아이돌’을 내세워 국가 정책을 홍보하려다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당시 발표한 남자 캐릭터는 훙치만(紅旗漫), 여자 캐릭터는 장산자오(江山嬌)였다. 
두 이름 모두 마오쩌둥의 시에서 따왔는데, 훙치만은 ‘펄럭이는 오성홍기’, 장산자오는 ‘아름다운 중국 강산’을 뜻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는 비극 속에 장난스러운 홍보 수단을 내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5시간 만에 폐기됐다. 2021년에는 공청단 허베이성 지부가 중국 유명 록밴드 ‘만능청년여관’의 대표곡을 개사한 애국 노래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체조·스트레칭 영상을 각종 계정에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양회(兩會) 기간에는 웨이보에서 ‘퇀퇀(團團)에게 알려주세요’란 코너를 운영했다.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공청단의 마지막 글자인 ‘단’의 중국어 발음’ 퇀’을 두 번 반복한 별칭을 썼다. 중국에선 귀여운 애칭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부른다. 
지난 5월 31일에는 지린성 선전(홍보)부장인 아둥(阿東)이 공청단 일인자인 중앙서기처 제1서기(장관급)에 올랐다.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 방역 해제 이후 공청단에 ‘청년 불만 잠재우기’란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3년여 동안 이어졌던 코로나 봉쇄, 치솟는 집값, 실업률 증가 등으로 청년들이 ‘탕핑(무기력증)’에 빠진 상황에서 이들의 사기를 높이고 ‘홍색 사상’으로 무장하라고 한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해 5월 공청단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공청단은 중국 청년운동 선봉대, 당의 충실한 조수, 믿을 만한 예비군으로 청년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공청단은 원래 중국의 ‘지도자 양성소’로 불릴 만큼 강력한 정치 세력이었다. 
공청단파는 시진핑 집권 초기에는 시진핑이 속했던 ‘태자당’의 견제 세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시진핑은 공청단 전면 개혁을 선포하고 조직 체계와 역할, 인적 구성을 바꿨다. 
공청단 예산은 전년보다 51% 줄어든 3억627만위안(약 56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공청단의 힘이 결정적으로 한 번 더 꺾인 계기는 지난해 10월 공청단 세력의 상징이었던 후춘화(胡春華) 당시 부총리가 최고 지도부(상무위원 7인)에 오르지 못하고 중앙위원(서열 상위 205명)으로 강등당한 것이다. 
그의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나면서 후야오방·후진타오·리커창 등 공청단 수장 출신을 중심으로 이어진 중국 최고 지도부의 계보가 사실상 끊어졌다.(231014)

 

 

[깨알지식Q] 자주포·장갑차·탱크·전차 차이점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세가 강해지면서 전장으로 향하는 전차(戰車), 장갑차(裝甲車), 자주포(自走砲) 등의 사진이 많이 나오고 있다. 
본지도 관련 사진을 쓰는데, 10일 자 A5면, 11일 자 A1면의 사진 설명에 각각 나온 ‘탱크’와 ‘장갑차’가 ‘자주포’가 아니냐는 지적과 문의가 들어왔다. 
모양이 거의 비슷한 이 무기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K1 전차>

 


우선 전차는 차량 외부에 강철판을 둘러 방어력을 갖추고, 상단엔 적을 포격할 수 있는 포탑을 장착한 전투용·궤도형 차량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개발하면서 붙인 코드명 ‘탱크(tank)’가 오늘날 일반명사처럼 굳어져 전차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전차는 총탄·포탄을 쏟아내는 적 참호로 돌격하기 위해 개발됐다. 대개 서너 명이 탄다.

 

 

<K200A1 한국형 보병전투장갑차>

 

 

장갑차는 적 기지를 정찰하거나 병력을 운반하도록 개발됐다. ‘장갑(강철판)’을 두른 차량’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군에선 병력 수송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병력 수송 장갑차’를 장갑차라고 한다. 
장갑차에 기관포 등 무기를 장착한 것은 ‘보병 전투차’다. 외형은 전차와 비슷하나 용도가 다르고 가벼운 편이다.

 

 


<AHS Krab 자주포>

 

자주포는 말 그대로 ‘스스로 달리는 포’다. 
엔진을 갖춘 차에 포를 달아 적을 타격하기 쉬운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 차로 포를 끌고 다니면서 공격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을 개선하고자 대포에 이동 장치를 달았다고 보면 된다. 적의 전차나 보병을 주로 상대해 사거리가 짧지만 명중률이 높은 직사포를 쓰는 전차와 달리, 자주포는 먼 거리의 적을 겨냥하는 곡사포다.(231014)

 

 

[깨알지식 Q]왜 방송기자들이 마이크 잡을 때마다 로켓포가 떨어질까?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 7일(현지 시각) 가자지구를 생중계하던 중동 언론 알자지라 생방송에 전쟁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나왔다. 
기자가 가자지구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 전황을 전하던 중에 인근 건물이 이스라엘군 로켓에 파괴되는 장면이 잡힌 것이다. 
지난 9일에도 가자지구 상황을 전하던 CNN 기자가 폭발음을 듣곤 황급히 엎드리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지난 7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생중계하던 알자지라 기자 뒤로 이스라엘군의 공습 장면이 포착됐다.>


이 같은 장면을 외신 방송들이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측 ‘사전 경고’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비상포털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습 경보가 발령된 장소를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AP통신도 지난 7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습에 앞서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보를 현장 취재진이 입수해 폭발 장소가 잘 보이는 곳에서 중계를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현재도 가자지구에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사전 경고 없이 가자지구를 공습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예고 없이 공격하면 (이스라엘) 인질들을 처형하고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했다.(231012)

 

 

[글로벌 5Q]3대륙 6국 공동개최 ‘벌떼 월드컵’...개최국 아닌 사우디가 웃는 이유

FIFA, 2030 월드컵 개최지로 유럽 2, 아프리카 1, 남미 3국 발표

 


유럽 이베리아반도의 이웃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들 나라와 지중해를 두고 마주보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그리고 대서양 건너 8000km 떨어진 남미 우루과이·파라과이·아르헨티나. 
세 개의 대륙, 다섯 시간대에 걸쳐 있는 여섯 나라에서 2030년 단일 스포츠 종목 세계 최대의 이벤트인 남자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4일(현지 시각) 이 같은 ‘벌떼 월드컵’을 발표한 직후부터 후폭풍이 거세다. 
선수들의 이동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엽기적인 결정이라는 비판 속에 특정 국가를 위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고마워, FIFA 회장 - FIFA(국제축구연맹)는 4일(현지 시각) 2030 월드컵 공동 주최국으로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과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선정하고, 일부 경기는 남미의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세계 스포츠계의 큰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 FIFA 월드컵 단독 유치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초유의 3대륙 6국 공동 개최로 다음 월드컵 유치전에서 중동의 사우디가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사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달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웃고 있는 모습.>

 


◇Q1. 2030 월드컵 어떻게 열리나

주(主) 개최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의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다. 
예선 대부분 경기와 결선 토너먼트 등은 이 세 나라에서 열린다. 
이에 따라 16강전 이후 ‘빅 매치’는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리스본(포르투갈), 카사블랑카(모로코) 등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개막전을 포함해 조별 리그 세 경기는 우루과이·파라과이·아르헨티나에 배정된다. 
월드컵 탄생 100주년 기념 대회임을 감안한 조치라는 게 FIFA 설명이다. 
1회 개최국이 우루과이였다. 조 편성 결과에 따라 일부 팀은 이동 거리가 2만km가 넘을 수 있다.

 

 

<괜찮은 결정이었어? - 4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평의회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2030년 월드컵 개최지 발표를 앞두고 앉아 있다.>

 


◇Q2. 왜 이런 무리한 결정이 나왔나

FIFA는 참가국 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본선 48국(기존 32국) 체제로 재편됐다. 
이 경우 FIFA 규격 경기장 최소 12곳이 필요하다. 
단일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공동 개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멕시코·캐나다 공동 개최다.) 
월드컵은 암묵적으로 대륙별로 돌아가며 열려, 개최가 오래된 대륙일수록 유리하다. 
지금으로선 남아프리카공화국(2010년)을 끝으로 월드컵 개최를 못 한 아프리카 대륙이 유리한데, 유일한 개최 희망국 모로코는 거대 이벤트를 소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 스페인·포르투갈이 모로코에 손을 내밀었다. 남미에선 우루과이·파라과이·아르헨티나가 합심했다.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 유럽과 남미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서로 경쟁에 나서자 부담을 느낀 FIFA가 ‘다 함께하자’는 정치적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Q3. 다음 개최국 선정에 영향은 없나

스포츠 비평지 디애슬레틱은 여섯 나라가 개최권을 가져간 이번 결정을 ‘윈윈윈윈윈윈’(둘 모두에게 좋다는 ‘윈윈’을 여섯으로 늘린 말)이라고 비꼬며 “결과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대회 개최의 길을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FIFA에선 ‘아시아 대륙’으로 분류된다. 
프로축구 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는 월드컵 개최를 희망한다고 알려졌지만 이웃 나라 카타르가 2022년 개최했기 때문에 ‘순번’을 꽤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30년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유럽·남미 대륙이 ‘한 방’에 개최를 하게 됐기 때문에 다음 개최지가 아시아여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사우디는 2030년 ‘6국 공동 개최’가 발표되자마자 2034년 월드컵 유치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국력 과시를 위해 단독 개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Q4. 사우디에 너무 유리해진 것 아닌가

스위스 출신 잔니 인판티노는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을 거쳐 2016년 FIFA 회장에 취임해 3연임 중이다. 
그가 추진했던 정책 중엔 논란이 일어난 것이 적지 않다. 
취임 이듬해 남자 월드컵 본선 참가국 수를 48국으로 확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월드컵의 위상이 하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중동의 실세들, 특히 사우디 인사들과 ‘특별한 관계’라는 관측도 잇따라 제기됐다. 
인판티노 FIFA 체제에서 사우디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 축구 스타들을 자국에 영입했고 국영 기업 아람코는 20세 이하 월드컵 후원사로 등장했다.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서 인판티노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 포착되며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Q5. 사우디에 도전할 나라는 없을까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사우디와 ‘맞짱’을 뜰 나라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은 도전 발표를 한 나라가 없다. 
올해 여자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호주·뉴질랜드 및 아시아의 대국 중국·인도 등이 거론되는 정도다. 
사우디는 빈 살만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뒤 글로벌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9년에는 사막에 건설 중인 신도시 네옴시티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2034년에는 수도 리야드에서 하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이 같은 행보 뒤엔 독재나 인권 침해 등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세탁한다는 ‘스포츠 워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231006)

 

 

[윤주헌의 What’s up 뉴욕]뉴욕 소매점, 좀도둑과 전쟁 중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이 오는 21일 뉴욕 이스트 할렘 지점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시애틀 등 전국 4개 도시 9개 지점의 문을 닫는다. 
타깃은 지점 폐쇄 이유에 대해 “조직적인 좀도둑들이 계속 증가하면서 우리 직원들과 손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한 가게 앞에 '소매 범죄자'라며 붙은 사진. 뉴욕은 최근 소매 범죄가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이스트 할렘 지점은 2010년 지역 활성화를 위해 들어선 이후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던 곳이다. 
지점 폐쇄 소식에 이 지역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지만, 뉴욕의 대표적인 우범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좀도둑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다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소매점 도둑 방지’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을 정도로 좀도둑 문제가 심각하다.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퀸스의 한 한인 소매점 입구에 붙어 있는 절도 용의자 사진. 

보안 카메라가 포착한 사진 위에 ‘신발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

 


뉴욕시에 따르면 소매(小賣) 범죄 관련 민원 접수는 2018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로, 특히 2022년은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지난해 2만2000건 이상의 소매 범죄가 벌어졌고 이 중 30%는 327명의 상습범들이 저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때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도둑질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욕에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마스크·복면 착용이 불법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매업자들이 도둑을 막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뉴욕의 한 소매점 앞에는 ‘shop lifter(좀도둑)’라고 적힌 컬러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CC(폐쇄회로)TV가 포착한 좀도둑들의 얼굴 사진이다. 
뉴욕의 일부 한인마트 입구에도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신발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

 

 

<뉴욕 맨해튼 곳곳에 있는 매장에 가보면 여러 물품들을 잠궈 놓고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맨해튼 시내 곳곳의 약국 체인점 CVS에서는 치약, 칫솔, 건전지 등 각종 물품이 열쇠로 잠겨 있다. 
구매를 원하면 직원에게 말해야 한다. 
CVS의 한 직원은 “부피가 작아 가방 안에 넣기 쉬운 물건들을 위주로 잠금장치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혼자 다니는 좀도둑뿐 아니라 조직화된 소매 절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가게 점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한 뒤 슬그머니 물건을 들고 나가는 식이다. 아예 대놓고 우루루 몰려와 훔쳐 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이렇게 훔친 물건들을 아마존, 이베이, 페이스북 등에서 판다. 
뉴욕포스트는 “2021년 소매 절도범이 매장에 입힌 피해액이 1000억 달러(약 136조원)에 달한다”고 했다.(231004)

 

 

[스피드 3Q]예산안 처리 시한 일주일 앞으로… 美 정부 또 ‘셧다운’ 되나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 이견으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24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미 의회는 12개 세출 법안 중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가운데)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의회에서 공화당 내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시한 내에 우선 국방·국토안보 예산 등 4대 세출 법안과 나머지 분야의 임시 예산안(CR·Continuing Resolution)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셧다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 부처에 ‘대비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전했다.


Q1. ‘셧다운’이란 무엇인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거나 임시 예산안 시한이 종료될 때까지 의회가 세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가 필수 기능만 남기고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국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우선 예산을 집행할 근거가 헌법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정부에 예산을 주는 것은 의회의 가장 기본적 책임 중 하나”라며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Q2.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면 어떻게 되나?

예산을 받지 못한 연방정부는 미군과 연방 공무원 등 약 400만명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국방, 교통, 보건 등 분야에서 필수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무급 근무를 계속하지만 비필수로 분류되는 공무원들은 일시 해고(furlough) 상태에 들어간다. 
국방부의 경우 군무원들이 일시 해고되고, 현역 군인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는 식이다. 
필수 분야의 부처 내에서도 근무 인력을 줄이기 때문에 업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


미국 시민들은 공항에서 셧다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느낄 전망이다. 
비행기 운항을 지원하는 항공교통관제사와 보안 검색을 맡은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은 무급으로 계속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무급 근무가 길어질수록 사기가 떨어지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관제사의 경우 코로나 시기 영향으로 이미 미국 내 수요보다 3000명이 적기 때문에 셧다운의 영향까지 겹치면 항공기 운항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


Q3.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까.

과도한 연방정부 예산에 대한 추가 삭감을 요구하면서 세출 법안 처리를 막고 있는 공화당 내 강경파가 문제다. 민주당과 협상하는 공화당 지도부가 이들의 당내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언제 타협에 나설지 예상이 어렵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셧다운이 자주 있었지만 대개 1~3일 정도만 지속됐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말~1996년 초에 21일,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는 13일간 셧다운이 진행됐다. 
트럼프 행정부였던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 34일간 셧다운이 이어진 것이 최장 기록이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최근 전미자동차노조 파업과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종료 등 현안들과 겹쳐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230926)

 

 

돼지가 장기 이식의 미래, 왜?

인간 장기와 형태·크기 유사… 임신 짧아 대량 생산 유리

 

 


돼지는 전 세계가 직면한 이식용 장기 부족 사태를 구원할 동물로 오랜 기간 관심을 모아왔다.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대신 겉으로 전혀 달라 보이는 돼지는 왜 인류의 희망으로 떠올랐을까.

 

 


<미 메릴랜드 의대 의사들이 유전자 변형 돼지에게서 가져온 심장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돼지의 장기는 인간의 장기와 형태 및 크기가 유사하다. 
돼지 심장은 사람 심장 크기의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비슷하다. 
각막, 췌도, 신장 등도 외형상으로는 사람의 것과 거의 흡사하다. 
실제로 돼지 판막의 경우 오래전부터 인공 판막의 핵심 재료로 활용돼 왔다.


돼지는 장기 생산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장점이 있다. 
돼지의 평균 임신 기간은 114일이며 한 번에 약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인간은 돼지를 오랫동안 키워왔기 때문에 돼지가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 
반면 원숭이,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가축으로 키워본 경험이 적고 돼지처럼 많은 새끼를 낳지도 않는다.


돼지 장기 이식 상용화는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얼마나 오래 기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전자 편집이나 약물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생명공학기업 옵티팜은 최근 원숭이에게 돼지의 신장을 이식해 221일 동안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국내 최장 기록이었던 114일보다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종이식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는 원숭이에게 돼지 간을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제넨바이오의 원숭이는 2017년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생존 기록 29일보다 더 긴 35일 생존했다.(230925)

 

 

[깨알지식 Q] 푸른빛 띠는데 왜 흑해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 등 10여 국에 면해 있는 흑해(黑海)는 왜 ‘검은 바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딱 한 가지 유래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진다.

 

 

<흑해>



그중 가장 유력한 설은 15세기 튀르키예의 전신 오스만 제국이 이 지역에 진출한 이후 흑해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어로 흑해는 카라데니즈(Karadeniz)라고 부른다. 여기서 ‘카라(kara)’는 검다는 뜻이고, ‘데니즈(deniz)’는 바다를 의미한다. 지중해는 흰 바다라는 뜻의 아크데니즈(Akdeniz)다. 
튀르크족 문화에서 검은색은 북쪽을, 흰색은 서쪽을 상징한다. 실제로 오스만 제국 수도였던 이스탄불을 기준으로 흑해는 북쪽에, 지중해는 서쪽에 있다. 
이 때문에 물 색깔과 무관하게 위치상 북쪽 바다라는 뜻으로 흑해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그리스인들이 점령하고 있던 시절엔 흑해가 항해가 어렵고, 연안 지역은 이민족들이 점령하고 있어 ‘비우호적 바다’라고 불렸다. 
여기서 부정적 의미로 검다는 의미를 가미해 흑해란 이름이 붙었을 수 있다.


실제 물 색깔이 다른 바다보다 어두워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흑해는 육지로 둘러싸인 내해라서 대양과 연결된 다른 바다보다 물의 순환이 자유롭지 못해 해저 침전물이 많은 편이어서, ‘검은 바다’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230923)

 

 

나폴레옹·처칠도 묵고 갔다, 세계 최고 호텔 선정된 이 곳

이탈리아 저택 개조 ‘파사라쿠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인근 코모(Como) 호수에 접한 파사라쿠아(Passalacqua) 호텔이 20일(현지 시각) 영국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의 ‘피프티베스트(50 Best)’가 선정한 세계 50대 호텔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피프티베스트는 2002년부터 매년 전 세계 50대 레스토랑 순위를 발표해 오다 올해 처음으로 호텔 순위도 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 코모 호숫가에 위치한 파사라쿠아 호텔. 
영국 '피프티베스트'가 올해 처음 선정한 세계 50대 호텔 중 1위에 올랐다.>

 

 


파사라쿠아는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연 신생 호텔이다. 건물 자체는 18세기에 지어졌다. 
본래 이 지역의 영주였던 안드레아 루치니 파살라쿠라 백작의 저택으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와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1874~1965) 등이 머문 것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곳이다. 
같은 코모 호숫가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 트레메조’가 2018년에 인수, 객실 24개의 5성급 부티크 호텔로 개·보수했다. 
부티크 호텔은 대형 호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독특하고 개성 있는 건축 디자인·인테리어·서비스 등으로 차별화한 호텔을 뜻한다. 
피프티베스트는 “환상적인 호숫가 입지에, 화려한 계단식 정원과 바로크 양식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호텔”이라고 평가했다. 
각각의 객실은 모두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금박 틀의 거울, 골동품 가구와 19세기 그림 등 고전적이고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뽐낸다. 내년 여름 기준 1박 숙박비는 최소 1800달러(약 238만원)다.


2~5위는 로즈우드 홍콩(중국 홍콩)·포시즌스 호텔 방콕 앳 차오프라야 리버(태국 방콕)·더 어퍼 하우스(중국 홍콩)·아만 도쿄(일본 도쿄) 등 아시아 호텔들이 휩쓸었다. 
50대 호텔 가운데 유럽 지역 호텔이 21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시아(18개)·북미(6개)·아프리카(3개)·오세아니아와 남미(각 1개)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영국과 프랑스(프랑스령 서인도제도 제외)가 각 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탈리아(5개)·태국(4개)·일본(3개)·미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각 2개) 등의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가 각 4개로 공동 1위였다. 
방콕과 도쿄, 미국 뉴욕, 모로코 마라케시, 싱가포르 등이 각 2개로 뒤를 이었다. 한국 호텔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50대 호텔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호텔 체인은 포시즌스(4개)였고, 이어 아만(3개)·로즈우드(2개) 등의 순이었다. 
메리어트·힐튼 등 유명 호텔 체인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피프티베스트 측은 “580명의 심사위원이 지난 1년 동안 숙박한 호텔 중 우수한 호텔을 복수로 꼽은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50대 호텔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호텔 업계 고위 인사는 “유럽인이 관광 목적으로 찾는 국가·도시가 주로 상위권을 휩쓸었고, 영국 호텔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평가하기도 했다(230922)

 

 

[깨알지식] 연준이 점 도표 발표했다는데... 점 도표가 뭔가요?

2012년 연준에 도입돼 정책금리 예측 지표로

 



20일(현지 시각)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주목받은 것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 도표(dot plot)’다. 
점 도표란 말 그대로 데이터의 분포를 점(點)으로 나타내는 도표다. 
연준은 매년 3·6·9·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면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통해 점 도표를 공개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일(현지 시각) 발표한 점도표>

 

 


점 도표에는 1년 기준 19개의 점이 찍힌다. 
총 19명의 FOMC 위원들이 익명으로 적어낸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것이다. 
연준의 점 도표는 정책 금리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이날 발표된 점 도표를 보면, 올해 연말 금리 수준에 대해 19명의 위원 중 12명이 5.50∼5.75%, 7명이 5.25∼5.50%에 점을 찍었다. 
대다수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한 것이다. 
연준이 이날 금리를 동결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동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기준금리는 19명이 아닌 12명이 결정한다. 
연준 이사진 7명과 뉴욕 연은 총재가 고정적으로 8표를, 11명의 지역 연은 총재들에게 매년 돌아가며 4표를 준다.


점 도표는 2012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처음 도입했다.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점 도표를 발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금융통화위원들이 생각하는 최종 금리 수준을 구두로 공개해 일종의 ‘한국형 점 도표’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230921)


 

 

[깨알지식 Q] 美 음악잡지 ‘롤링 스톤’과 英 록밴드 ‘롤링 스톤스’는 무슨 관계?


음악 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구르는 돌’이란 뜻이다. 
창립자 얀 웨너는 1967년 창간 호에서 블루스의 거장 머디 워터스(본명 매킨리 모건필드)가 1950년 발표한 히트곡 ‘롤링 스톤(Rollin’ Stone)’과 1964년 데뷔한 로큰롤 밴드 롤링 스톤스, 1965년 밥 딜런이 발표한 노래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에서 잡지 이름을 따왔다고 밝혔다.

 

 

<음악 잡지 '롤링 스톤' 로고>

 


‘롤링 스톤’이란 문구는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는 속담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선 ‘분주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서구권에선 ‘터전을 자주 옮기면 돈·친구를 얻기 힘들다’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다만 문맥에 따라서는 책임(‘이끼’)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웨너는 이끼를 ‘없으면 홀가분한 것’ 정도 의미로 뒤집어 해석해 이 속담을 긍정적 의미로 썼다.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영미권을 강타한 반전(反戰)·히피 문화가 로큰롤 유행으로 이어지고 당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구르는 돌’이란 문구로 거듭 표현됐다는 해석이 있다.(230921)

 

 

[깨알지식 Q] 바라트, 인도 새 국명 되나… 모디, 대외적 사용 잇따라



최근 모디 인도 총리가 대외적으로 국명을 인도(India) 대신 바라트(Bharat)로 쓰는 경우가 잦아졌다. 
지난 9일 인도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 개막식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앞에 놓인 국가 명패에 ‘바라트’라고 적혀 있었다.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앞에 '바라트(BHARAT)'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바라트는 힌디어로 인도를 지칭하 말이다. 
인도 밖에선 생소한 호칭이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이다. 
인도 헌법 제1조도 “인도, 즉 바라트는 국가의 연합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디가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인도인민당)은 실제 국명을 바라트로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한다. 
인도가 튀르키예처럼 국명을 조만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모디와 여당 BJP는 ‘인도’라는 명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이 쓰던 말이므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도의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바라트로 국명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모디 정부가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소수민족과 무슬림들을 배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모디가 바라트로 국명을 변경하려는 속내가 내년 총선에서 힌두교도 표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230918)

 

 

순교 177주년... 바티칸에 세워진 첫 동양 성인像

김대건 신부 성상 축성식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조각상이 16일(현지 시각) 로마 바티칸에서 축성식을 마치고 일반에 정식 공개됐다. 
이날은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정확히 177년이 된 날이었다. 
앞서 이 성상(聖像)은 2년여 간의 제작 기간을 거친 끝에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오른쪽 외벽에 있는 4.5m 높이의 대형 벽감(壁龕·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에 설치된 후 천으로 덮어 씌워져 있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축성식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의 설치 장소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축성식에는 400여 명의 한국 가톨릭 교회 대표단이 참석했다. 
대표단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주교회의)와 공식 순례단, 현지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김대건 신부의 삶을 그린 영화 ‘탄생’ 제작진과 출연진, 우리 정부 대표 등이 함께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 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축성식에서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이제는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들이 들어설 것”이라며 “오늘의 행사는 동·서양 교회가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근처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수도회를 창립해 널리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과 도미니코 성인 성상도 있다. 
가톨릭 세계의 중심인 로마 바티칸에 동아시아 성인의 상(像)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수도회 창립자가 아닌 성인의 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의 벽에 설치된 것도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이 제막식을 거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건 신부상은 높이 3.7m, 너비 약 1.8m의 전신상이다. 
가톨릭 사제의 전통 복식인 수단(soutane) 대신 갓과 도포 등 한국 전통 의상을 착용하고, 미사 때 쓰는 영대(領帶·stola)를 목에 둘러 한국인 성직자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성상의 좌대에는 맨 윗줄에 먼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라고 한국어를 새기고, 그 밑에 이를 라틴어로 번역해 덧붙였다. 
축성식의 끝은 흥겨운 사물놀이로 마무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성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이날 오전 교황 사도궁의 클레멘스홀에서 대표단을 만나 축하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김대건 성인은 신학도 시절 아편전쟁의 참상을 목도하고, 참혹한 분쟁의 와중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를 추구했다”며 “그의 발자취는 미래가 폭력적 힘이 아니라, 온유함에 의해 건설된다는 증거이자 한반도와 온 세계를 향한 예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 김대건 신부 같은 평화의 사도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특사로 참석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교황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 설치 축복식 참석을 위해 바티칸을 방문한 한국 가톨릭교회 대표단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졌다.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를 언제나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라는 꿈을 우리 함께 김대건 성인에게 맡기자"고 말했다>

 

김대건 신부 성상 제작과 설치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과 주교회의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유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돌이던 2021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성 베드로 대성단 외벽의 빈 벽감에 김대건 신부의 성상을 설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서 주교회의가 이를 지원키로 하고, 지난해 16개 교구가 참여해 성상 제작비를 모았다.


성상 제작은 중견 조각가 한진섭(67)이 맡았다. 
바티칸 측은 당초 이탈리아에서 공모(公募)로 조각가를 선정하자고 했으나, 유 추기경이 “한국인 성인상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조각가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설득해 관철했다. 
유 추기경은 이날 “김대건 신부는 이제 그냥 ‘한국의 김대건’이 아니라 ‘전 세계의 김대건’이 됐다”며 “25년의 짧은 생애지만 항상 희망과 용기로 가득했던 김대건 신부의 삶을 전 세계 젊은이가 본받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남 당진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마카오와 필리핀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스물네 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천주교 박해 속에서도 사목 활동을 하다 1846년 지금 서울 용산 이촌동의 새남터 성지에서 순교했다. 
순교 11년 만인 1857년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가경자(可敬者·존경스러운 분)가 됐고, 1925년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복자(福者·성인 후보가 될 만한 사람)가 된 데 이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인 1984년 시성(諡聖·성인으로 선포)됐다.(230918)

 

 

[깨알지식 Q] 대한민국 정부 수립 75년인데… 영국·독일과 수교가 140주년?

 



올해 영국·독일과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외교 교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75년 전인 1948년 정식 출범했는데, 수교 140주년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다. 
또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영은 1949년, 한독은 1955년 수교했다. 
하지만 한독과 한영은 140년 전이자 조선 고종 20년인 1883년을 ‘깊은 인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같은 해 11월 조영수호통상조약(朝英修好通商條約)과 조독수호통상조약 등 통상조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 맺은 통상조약을 대한민국이 그대로 이어간다는 ‘국가 승계’ 개념이 동원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및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한미 수교 140주년’이었는데, 조미수호통상조약이 1882년 체결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공식 수교한 해는 1949년이지만, 한미는 이 조약 체결을 한미 관계 시초로 본다. 
다만 일본과의 통상조약인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강화도조약)가 체결된 1876년은 한일 수교 기점으로 보지 않는다. 
1910년 국권 상실 이후, 1945년 8·15 광복을 거쳐 1965년 정식 수교하기까지 한일 관계는 사실상 단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통상조약은 제정 러시아 시절인 1884년 체결됐지만, 외교관계 시작은 대한민국·소련이 수교한 1990년을 기점으로 한다. 
냉전으로 외교가 단절됐던 동구권 국가들과의 수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교를 기준으로 하는 편이다.(230919)

 

 

[깨알지식Q] 적십자사는 알겠는데, 적신월사는 뭐지?

대홍수로 사망·실종자가 2만명이 넘은 아프리카 동부 리비아 관련 뉴스를 보면 ‘적신월사’라는 구호 단체가 나온다. 
국제 구호 단체의 대명사는 흰색 바탕에 붉은색 십자 모양 표장을 쓰는 ‘적십자사(赤十字社)’로 알려져 있는데, 붉은 초승달 표장을 쓰는 적신월사는 낯설다.

 

 

<12일(현지 시각) 리비아 적신월사 구조대원들이 데르나 홍수 피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적신월(赤新月)은 붉은 초승달이라는 뜻으로, 적신월사는 이슬람판 적십자사다. 
초승달은 리비아·튀르키예 등 국기에 쓰이는 이슬람권 상징 가운데 하나다. 
스위스 출신 사업가 장 앙리 뒤낭 등 5명은 1863년 흰색 바탕과 붉은 십자를 적십자 운동의 공식 표장으로 선정했다. 
붉은색 바탕과 흰색 십자 모양 스위스 국기에서 색만 바꿨다. 
이후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인도주의적 구호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슬람 국가들은 기독교를 연상시키는 십자가에 대한 종교적 거부감 때문에 표장·명칭 모두 적신월을 썼다.

 

 




적십자·적신월 국가들은 수십 년 갈등 끝에 1991년 국제적십자·적신월사 연맹(IFRC)으로 통합한다. 
IFRC 공식 로고에는 적십자와 적신월이 나란히 배열돼 있다. 
IFRC 회원 191국 가운데 튀르키예·시리아 등 34국이 적신월을, 한국 등 156국은 적십자를 쓴다. 
유대교 국가 이스라엘은 다이아몬드 모양 적수정(赤水晶)을 쓴다.(230916)

 

 

소똥구리·삵·참달팽이… 돌아온 멸종위기종

복원·개체수 늘려 자연방사

 

 


지난 17일 오전 경북 영양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증식장 곳곳에 쌓여 있는 똥 무더기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까만 곤충 10여 마리가 달라붙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환경부가 멸종 위기 생물 2급으로 지정한 소똥구리다. 
국립생태원은 1969년 이후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소똥구리 복원에 최근 성공해 다음 달 중순 자연 방사를 앞두고 있다.


생태원의 어류 증식장 수조에선 몸길이 5~10cm인 황갈색 꼬치동자개 수십 마리가 삐죽이 돋아난 수염을 흔들며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낙동강 수계 중상류 여울에만 서식했는데, 수질 오염으로 자취를 감춰 멸종 위기 생물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다. 
생태원 관계자는 “현재 500여 마리까지 늘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하천에 방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으로 서식지를 잃고 사라졌던 멸종 위기 생물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증식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며 ‘토종(土種)의 귀환’이 잇따를 전망이다.

 

 




소똥구리 살리기 작전은 2019년 시작됐다. 
소똥이나 말똥을 지름 1.7cm 정도의 둥근 경단 모양으로 굴리는 소똥구리는 과거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도심 개발과 농약 사용 등으로 사라졌다.


생태원은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들여와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몽골 소똥구리는 우리나라 토종 소똥구리와 유전적으로 같지만, 서식 조건이 까다로워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생태원 연구진은 소똥구리가 이름과 달리 소똥보다 말똥을 선호하고, 갓 배설된 뒤 햇볕을 쬔 따끈따끈한 똥을 즐겨 찾는다는 것을 파악했다. 
은퇴한 경주마 한 마리를 분양받아 매일 아침 분변을 거둬 소똥구리에게 나눠 먹였다.


지난해부터는 연구실에서 키우던 소똥구리를 야외 증식장에 풀어놓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 먹이에 적응한 소똥구리를 700마리까지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황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 연구원은 “축사에서 농약 친 건초를 먹이는 지역을 피해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설물에 농약 성분이 있으면 소똥구리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똥구리는 10월쯤 동면(冬眠)하는데 봄이 오는 내년 4월쯤 몇 마리가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을지도 관건이다.


국립생태원은 멸종 위기 2급으로 지정된 고양잇과 동물인 삵(살쾡이)과 참달팽이 증식에도 성공해 조만간 방사할 계획이다. 
삵은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집이 더 크고 몸에 불분명한 반점이 더 많아 구별된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서 볼 수 있었던 삵은 1970년대 ‘전국 쥐 잡기 운동’ 등으로 먹잇감이 감소하며 개체수가 급감했다. 
최근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삵 암컷 두 마리가 현재 축구 경기장 3분의 1 크기의 복원센터 방사장에서 자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쥐 같은 작은 설치류나 새, 물고기 등 살아있는 동물을 먹이로 바꿔주며 사냥 본능을 일깨우고 있다.


참달팽이(Koreanohadra koreana) 20여 마리도 오는 29일 방사한다. 
전남 신안군 일대의 섬 지역에만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달팽이는 멸종 위기 2급으로, 학명에 ‘코리아(korea)’가 붙어 있다. 
홍도에서 구한 5마리를 최근 31마리까지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사라진 나도풍란(멸종 위기 1급)도 자연 이식을 앞두고 있다. 
최승운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토종 생물이 방사 후 어떻게 자생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말했다.(230823)

 

 

꼼짝마시‘쥐’… 연봉 2억 받으며 박멸 나선 뉴욕 ‘쥐 차르’

임명 5개월 코라디, 일단 합격점

 


세계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 미국 뉴욕이 수세기가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쥐’다. 
단순한 불결의 상징을 넘어 각종 감염병과 해충의 매개체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 
1865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현재 속도로 쥐가 늘어날 경우 ‘피리 부는 사나이’를 데려와서 박멸해야 한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맨해튼 마천루 사이를 걷던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보도블록 깔린 인도를 어슬렁거리는 쥐와 마주치고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익숙한 일상이다. 
이 쥐는 하수구나 시궁창, 지하철역 등에 퍼져 사는 시궁쥐(rat)다. 
상대적으로 작고 집 한 곳에서만 주로 사는 생쥐(mouse)와는 구별된다. 
디즈니 만화 캐릭터 미키와 미니가 생쥐고, ‘라따뚜이’의 주인공 요리사 쥐가 시궁쥐다.


‘쥐 박멸’을 핵심 시정 과제로 설정한 경찰 출신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지난해 연봉 15만5000달러(약 2억원)를 걸고 쥐 박멸을 전담할 고위 공무원직(설치류 완화국장)을 신설해 공개 임용했다. 
그 결과 900대1 경쟁률을 뚫고 뉴욕시 교육 공무원 출신 캐슬린 코라디(34)가 선발됐다. ‘청부 살서(殺鼠) 업자’로 고용된 셈이다.


지난 4월 뉴욕 역사상 최초의 ‘랫 차르(Rat Czar)’에 취임한 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됐다. 
‘차르’는 제정러시아 황제라는 의미 외에 특정 분야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은 공직자를 뜻한다.

 

 

<미국 뉴욕시의 사상 첫 '쥐 차르(Rat Czar)'를 뽑은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뒷줄 선그라스 쓴 남성)은 "이 자리는 거의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직"이라며 "코라디는 쥐 문제에 관한한 마에스트로"라고 말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코라디는 “인간이 있는 모든 곳에 쥐가 있고 쥐가 없는 유일한 곳은 남극 대륙”이라면서 “그들은 놀라운 생존자이며 인간 다음으로 성공적인 창조물”이라고 했다. 
취임 직후 그는 뉴욕시 특성에 맞는 쥐 박멸 대책이 무엇인지 체계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은 쥐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지하에는 지하철과 하수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지상에는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지요. 쥐가 배불리 먹고 사는 음식의 공급원이자 서식처 역할을 합니다.” 2019년 CNN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뉴욕에 서식하는 쥐가 최소 200만마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설치류 특유의 폭발적 번식 능력을 감안하면 마릿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뉴욕을 ‘쥐가 살기 힘든 도시’로 만들기로 박멸 작전의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먹이 뺏기’예요. 그동안 맨해튼의 음식점들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아무 고민 없이 길거리에 내놨어요. 쥐에게 밥상을 차려준 거죠.”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행한 조치가 식당들이 음식 쓰레기를 내놓는 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네 시간 늦춘 것이다. 
쥐들이 굶주리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코라디는 “쥐를 ‘잡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쥐가 살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전략이 일단 성공하고 있다는 걸 ‘숫자’가 말해준다고 자평했다. 
그는 “사실 뉴욕에 쥐가 몇 마리 사는지는 나도 모른다”며 “다만 전화(311)로 쥐 민원을 접수하는데, 접수 건수가 줄면 쥐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실제 뉴욕시의 월별 쥐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도 SNS에는 뉴욕시 길거리에 쥐가 출몰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과거 범국가적으로 쥐 박멸 캠페인을 벌였던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취임 후 뉴욕 맞춤형 쥐 박멸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각국의 사례도 수집했는데, 한국계 동료 공무원(케빈 김 뉴욕시 중소기업서비스국 국장)을 통해 쥐약을 살포하거나, 쥐꼬리를 학교로 가져가야 했던 한국의 과거 사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도시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쥐약을 뿌리거나 직접 살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거든요. 하지만 많은 대도시가 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는 공감대를 갖게 되죠.”


어렸을 때 쥐떼가 출몰하는 롱아일랜드의 철로변에 살았던 그는 “열 살 때 ‘쥐 박멸을 위해 청소 작업을 해달라’며 이웃 어른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지역 철도국에 제출할 정도로 쥐 박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길을 걷다 쥐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나”고 묻자 “조금은 놀라겠지만 이것들이 왜 이곳에 나타나 내 다리 사이로 달려드는지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 여행을 꿈꾸는 한국인들에게 “열심히 노력했고 이미 많이 바뀌었다. 쥐 걱정일랑 붙들어매고 오셔서 맘껏 즐기시라”고 말했다.(230915)

 

원형·사각 맛이 다르다고? ‘라면 모양 전쟁’ 60년


15일 라면 60주년 ‘맛의 과학’ 섬세한 경쟁… 삼양 “초창기 사각면으로”

 



60년 전 9월 15일. 
국내 최초의 라면을 내놓았던 ‘삼양라면’이 10일 면(麵)의 형태를 초창기 버전인 사각 면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면의 꼬불꼬불한 형태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사각 면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각 면과 ‘원형 면’은 맛과 식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네모 라면’과 ‘동그란 라면’은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지난 60년 동안 국민의 애호 식품 중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고 있는 라면이 ‘환갑’을 맞아 ‘사각 면’ 대 ‘원형 면’ 논쟁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국내 4개 라면 업체의 연구소에 그 차이를 물어봤다.


시작은 ‘네모’였다. 
한국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서울 하월곡동 삼양공업 공장에서 최초로 나왔다. 
직원들은 손으로 수프를 한 봉지씩 저울에 달아 포장해 내놓았다. 수작업이었다. 
이 사각형 라면을 냄비에 쏙 들어가는 원형으로 바꾼 회사가 농심이다. 
1982년 원형 면인 ‘너구리’를 내놓으며 제품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때부터 국내 라면 제품의 면 모양이 두 가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사각이냐, 동그라미냐’의 차이는 제조 공정에서 비롯된다. 
사각 면은 길게 뽑아서 쪄낸 면을 자른 뒤, 반 접어 그대로 튀겨낸다. 
반면 원형 면은 증기로 한 번 쪄낸 면을 둥근 틀에 담아 만든다. 
면을 찌는 과정에서 생기는 끈적한 전분은 물로 씻어내고, 분리된 면발 가닥을 원형 틀에 담아 튀겨낸다. 
물기가 있는 상태로 면을 튀겨야 하기 때문에 사각 면보다 높은 온도에서 더 긴 시간 튀겨 수분을 날린다. 
수분량이 12% 이상이 되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4~6%까지 수분량을 낮추는 것이다. 
공정이 더 긴데다가 튀김 기름도 더 많이 쓰고 온도도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더 든다.

 

 




게다가 다른 모양은 끓이고 난 뒤 면발이 풀리는 속도의 차이도 만든다. 
사각 면은 면과 면 사이가 촘촘하지만, 원형 면은 면과 면 사이 공간이 넓어 끓인 뒤 면발이 풀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한 라면 업체 연구원은 “원형 면은 라면을 끓일 때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주는 수고가 덜하다”고 말했다.


식감에도 차이가 있다. 
원형 면은 전분이 씻겨나가 좀 더 매끄럽고 후루룩 넘어간다면 사각 면은 찐 면을 그대로 튀기기 때문에 더 꼬들꼬들하고 꼬불꼬불한 면의 형태가 잘 유지된다.


연구원들은 라면 면의 맛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료의 ‘배합 비율’이라고 했다. 
삼양라면은 이번 60주년을 기념해 사각 면으로 바꾸면서 전분 함량을 낮추고, 일부 전분을 생(生) 감자 전분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국물은 더 깔끔해지고, 면은 쫄깃해졌다는 설명이다.


면을 조리하는 시간도 면의 형태만큼이나 강력분·중력분 같은 밀가루 종류와 배합 비율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표준 조리 시간은 원형 면인 신라면이 4분 30초로 사각 면인 진라면(4분)보다 30초 더 길다. 
연구원들은 “원형 면이 물에 더 빨리 풀리긴 하지만 밀가루 종류나 면의 굵기 등에 따라 익는 속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면의 굵기나 제조법을 달리해 식감을 차별화하기도 한다. 
팔도는 비빔면과 도시락 등에 사각 면을 사용하지만 일반 라면 대비 30% 가는 면을 사용해 빨리 익도록 했다. 
농심은 찐 면을 110℃ 고온에 말린 건면을 내놓았는데 면이 더 딱딱하기 때문에 물에 빨리 풀리는 원형으로 제조한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찰비빔면, 감자면 등 6개 제품만 사각 면으로 내고, 대표 상품인 신라면, 너구리, 오징어짬뽕 같은 나머지 라면은 전부 원형 면으로 출시하고 있다. 
반면 오뚜기는 진라면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사각 면으로 만든다. 
식품 회사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농심 창업자의 손녀딸인 친구와 신라면을 맛보면서 “동그란 라면이 있네요?”라고 말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기 제품일수록 면의 형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삼양라면이 사각 면을 원형 면으로 바꿔 내놓자 “모서리를 깎아 중량을 줄인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오해 섞인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내 1호 라면 업체’인 삼양식품은 작년 불닭볶음면의 해외 수출 효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9090억원을 달성했다. 
해외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불닭볶음면도 사각 면이다.(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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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한마디에 주가 요동… 핀플루언서 ‘거품 주의보’


개미들은 팬덤 형성해 추종… 증권사 상대 집단 행동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를 대신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며 이들을 지칭하는 ‘핀플루언서’라는 신조어까지 확산됐다.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이다.

 

 

<핀플루언서란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SNS상에서 주식 등 금융지식을 제공하는 유명인사를 뜻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팬덤(열성 지지자 모임)’까지 형성해 가며 이들을 추종한다. 
이차전지·초전도체 등 핀플루언서가 찍은 종목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리며 수백%씩 주가가 뛰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쏠림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핀플루언서의 조언에 따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명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씨는 일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가 지난 5월 한국거래소 공시 위반 제재를 받고 이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 홍보이사직을 그만둔 후에도 그가 나서는 강연회에 인파가 운집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는 믿을 수 없고, 박씨 추천을 따랐더니 실제 돈을 벌었다”며 그를 옹호한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증권 분석가) 출신인 박씨는 이차전지 주식 8종을 대표 종목으로 꼽았고, 이 중 에코프로는 올 들어 750% 폭등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분이 고위 공직자면 대한민국 국력이 크게 신장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무조건 찍어주고 싶다’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11일 박씨는 투자 일임사의 운용본부장과 이차전지 회사(금양) 임원을 겸직하면서 이차전지주를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게 됐다.


구독자 50만 주식 유튜버이자 개인 투자자 김정환씨도 핀플루언서로 인정받았지만 뒤로는 증시를 교란한 행위가 적발됐다. 
검찰은 지난 6월 김씨가 미리 특정 종목을 몰래 사놓은 뒤 개인들을 꼬드겨 투자하게 해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경제 분야 유튜브에서 구독자 수 10위권에 들었을 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전문가로 소개돼 왔다. 범행이 알려진 후 김씨는 유튜브 동영상을 모두 내렸다.


회원수 6000여 명 주식 카페 운영자 강기혁은 대주주 지분이 커서 거래가 잘 안 되는 종목을 선정해 2~3년간 주가를 꾸준히 올렸다. 
그는 2012년부터 투자 카페에 2000건 넘는 글을 올리며 2020~2023년 만호제강·동일산업 등 4종목 주가를 3~4배 끌어올렸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가 시세조종 등을 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주택과 코인 가격 폭등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인생 한 방’을 노리며 핀플루언서 주위로 몰려드는 바람에 이들의 입김은 더 세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증시 개인 투자자는 502만명에서 1424만명이 돼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과잉 행태까지 보인다. 
이차전지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 12일 출시되자 관련 증권사 계좌 해지 운동이 벌어졌다. 
한 투자자는 “국가 미래 산업 주가 하락에 돈을 거는 매국 상품 판매자다. 
A 증권뿐 아니라 계열 은행·보험까지 모든 계좌를 해지하는 폭탄을 던져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4월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 김모 연구원에게는 협박성 항의 전화를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일부 투자자가 금감원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은 애널리스트의 고유 영역이지만 일부 개인은 이를 존중하지 않고 ‘조리돌림’ 수준으로 비난한다”고 했다.


핀플루언서 등장에 공모 펀드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증권사의 두뇌’로 불리는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수가 현재 1000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애널리스트 수는 2012년 1400명을 넘기도 했다. 
공모 펀드 설정액은 지난 4월 말 100조원 밑으로 내려가며 2008년(172조원)과 비교했을 때 반 토막 났다.


핀플루언서 말만 믿고 막무가내식으로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행태는 수익률과 별 연관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스위스금융연수원(SFI)이 낸 ‘핀플루언서들’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주식 관련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핀플루언서 중 절반 이상(56%)의 추천 종목 월평균 수익률을 확인했더니 오히려 2.3%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230913)


☞핀플루언서

Finance(금융)와 Influencer(인플루언서)를 합친 말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식 등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명인을 뜻한다.

 

 

빈민촌 브롱크스가 세계를 장악했다… 뉴욕 ‘힙합 50주년’ 열풍

음악·패션·거리·언어… 싹 다 바꿔

 

“드롭 더 비트(Drop the beat·비트 주세요)!”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공연 시설인 링컨센터 야외 무대가 비트(쿵쾅거리는 리듬)로 들썩였다. 챙을 구부리지 않은 파란 야구모자에 분홍 형광색 바지를 입은 유명 힙합 아티스트 트윗부기(TweetBoogie)가 들썩이며 마이크를 흔들자 디제이 고 비지(DJ ‘Go BIZZY’)가 기다렸다는 듯 턴테이블을 ‘지지지직’ 돌리며(스크래칭) 음악을 틀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중 200여 명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링컨센터 인근서 -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인근에서 열린 ‘힙합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힙합 아티스트 ‘트윗부기’가 레게 머리에 힙합 모자를 쓰고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1973년 8월 11일 뉴욕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작은 파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힙합은 음악과 패션뿐 아니라 언어와 정신까지 문화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욕 필하모닉, 뉴욕 시립 발레단,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줄리아드 학교 등 이름난 예술 단체가 상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예술 공간인 링컨센터는 이날 한낮부터 힙합 공연장으로 변했다. 
평소엔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클래식 팬들이 이 일대의 주축이지만 이날만큼은 젊음과 반항적 느낌으로 충만한 힙합 팬들이 링컨센터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야외 파티는 이달 들어 뉴욕 곳곳에서 열리는 ‘힙합 50주년’ 행사 중 하나다.

 

 

<발상지 브롱크스에서 -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설치된 야외 무대에서 한 흑인 남성이 힙합 음악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 
브레이크 댄스는 턴테이블, 랩, 그라피티와 함께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힙합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뉴욕 곳곳에서 유명 래퍼들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힙합의 유래나 ‘첫 힙합곡’ 등은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많은 힙합 팬은 1973년 8월 11일을 ‘힙합의 생일’로 삼아 기념하고 있다. 
당시 18세이던 자메이카 출신 디제이(DJ) 쿨허크(Kool Herc)는 뉴욕 브롱크스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열었다. 
당시 턴테이블 두 개를 돌리는 특이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런 방식으로 선보이는 음악이 힙합으로 발전했다고 힙합 팬들은 보고 있다. 
68세인 쿨 허크는 지금도 ‘힙합의 아버지’로 통한다.


힙합의 ‘생일’에 대한 모호한 정의(定義)에 뉴요커들과 힙합 팬들은 개의치 않는다. 
자유롭고 저항적이며 틀을 깬다는 힙합의 정신에 걸맞게 ‘아무려면 어떠냐. 우리는 즐긴다’는 분위기다. 
뉴욕 곳곳에선 힙합 50주년을 축하하는 공연과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성의 전당’으로 자부하는 100년 전통의 뉴욕 공공 도서관까지 ‘힙합 비트’에 합류했다. 
육중한 건물 전면에 힙합을 상징하는 그라피티(낙서) 디자인의 현수막을 내걸고 힙합 디자인의 한정판 도서관 카드를 배포하고 있다. 
뉴욕 지하철표인 ‘메트로 카드’도 힙합 한정판 디자인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발행한 주말판 잡지 ‘NYT매거진’을 힙합 50주년 특별판으로 꾸미고 “힙합은 이미 세계를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공공 도서관도 힙합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대형 걸개를 내걸었다>

 

 

다른 팝 장르와 달리 힙합 마니아들이 50주년을 의미 있게 축하하는 것은 힙합이 하나의 음악 장르를 넘어, 패션·문화·언어 등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퇴폐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힙합의 가사는 사회 저항적 내용을 담아 사회적 소수를 대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즈처럼 미국이 ‘발명’했고, 지극히 미국적인 스타일로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몇 안 되는 음악 장르 중 하나라는 것도 힙합의 특징이다.

 

 

<미국 힙합 가수 에미넘>

 


힙합은 지난 50년 동안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힙합과 늘 동행하는 풍경이 건물 벽이나 담장 등을 캔버스처럼 이용해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낙서 ‘그라피티’다. 
힙합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자유·일탈·저항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그라피티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철없는 청소년들의 범죄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정착해 ‘그라피티 아티스트(예술가)’라는 전문 직업까지 생겨났다. 
영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는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하나다. 2021년 그림이 경매에서 약 300억원에 낙찰됐다.


힙합은 패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이른바 ‘X 싼 바지’라고 불리는 ‘배기팬츠(baggy pants·헐렁한 바지)는 10대 청소년들이 힙합이 시작된 브롱크스 거리를 쓸고 다니다시피 하며 입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아예 힙합 바지라고도 불린다. 
듀스·드렁큰타이거·지누션·원타임 등의 힙합 가수가 1990년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청소년뿐만 아니라 20·30대 남녀가 이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었다. 
힙합 패션은 한국에서 풍요롭던 1990년대의 ‘X세대 문화’를 상징하는 패션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문화 기획자 단테 로스는 워싱턴포스트에 “힙합은 많은 색상·크기·형태의 조각으로 이뤄진 모자이크로 역사상 최고의 예술 형태 중 하나”라며 “길거리 옷차림이나 길거리 예술 등 많은 대중문화가 힙합에서 나와 힙합으로 모인다”고 했다.

 

 




NYT는 “힙합이 대중의 생각과 언어도 바꿔놓았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를 부정적으로 지목하는 단어로 쓰이는 ‘워크(woke·깨어 있는)’의 ‘원조’도 사실 힙합이었다. 
에리카 바두(52)의 ‘마스터 티처(2008)’ 등 유명 힙합 가수의 가사에 ‘워크’란 단어가 자주 나와 유행했다. 
‘깨어서 저항하자’란 뜻에 가까웠지만 이후 단어가 정치화하면서 과도한 PC주의를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로 변질됐다.(230814)

 

 


<5일(현지시각) 뉴욕 브루클린에서 힙합 50주년을 기념하는 블록 파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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