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 Q]라마단 무슨 뜻인가? 날짜는 왜 매년 바뀌나

 


이슬람교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라마단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타는 듯한 더위’를 의미하는 ‘라미다’에서 유래했다. 
영적인 열(熱)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죄를 태워준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10일 이슬람교 신자들이 이스라엘 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11일 일출과 함께 시작되면서 유대교 신자들과 이슬람교 신자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일대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모두 성지(聖地)로 여기는 곳으로, 과거에도 라마단 기간을 전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 사태가 자주 일어났다.>

 

 

이번 라마단은 지역별로 11~12일 전후 시작돼 다음 달 9~10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무슬림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금욕해야 한다. 
지난해 라마단 시작일은 3월 23일이었고, 10년 전에는 한여름이었던 6월 28일이었다. 
이처럼 라마단 시작 시점이 해마다 들쭉날쭉인 것은 라마단 날짜가 이슬람력(曆)을 따르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아홉째 달이다. 
달의 움직임을 따르는 태음력인 이슬람력으로 1년은 평균 354일이며, 그레고리력(양력)보다 11일가량 짧다. 
한국과 중국 등 동양권 음력과 달리 계절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두는 윤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라마단 날짜가 해마다 전년보다 앞당겨진다. 
아홉째 달을 성스러운 단식 기간으로 정한 것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은 시기가 9월이기 때문이다.


매년 라마단이 가까워지면 이슬람을 믿는 각국의 종교 기관은 전문가단을 구성해 초승달을 관측한다. 
최고 종교 지도자가 아홉째 달 첫 초승달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라마단 시작을 알린다. 
날씨나 지역에 따라 달 관측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국가마다 시작하는 날짜도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수니파 국가는 통상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의 발표를 따르고, 이란 등 시아파를 신봉하는 국가는 이보다 하루 늦게 라마단을 시작한다.


라마단 기간 매일 일몰 후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시작하는 첫 식사를 ‘이프타르’라고 하는데, 수니파 아랍 국가에서는 하늘에 붉은 노을빛이 남아 있어도 해가 이미 수평선 아래로 넘어갔다면 이프타르를 할 수 있다. 
반면 시아파 국가에서는 노을도 사라지고 완전히 어두컴컴해졌을 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240403)

 

 

[깨알지식Q]노란 리본, 흰 단체복, 그리고 MAGA?… 알고 보면 재밌는 美 국정연설 이모저모 

 

매년 3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엔 상·하원 의원과 내각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 인사들이 초청된다. 
전 세계에 생중계돼 큰 관심을 끄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눈에 띄는 패션이나 소품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7일 미 워싱턴 DC 연방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눈길을 끄는 다양한 장면들이 있었다. 그 의미를 해부했다.

 

 

 


<미국 연방 상원 팀 케인 의원(민주당, 앞줄 왼쪽)과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당, 앞줄 오른쪽)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듣기 위해 연방의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케인 의원의 상의 옷깃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납치된 이들의 빠른 귀환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남북전쟁 당시 영국 청교도 군대가 무사 귀환을 바라며 노란 리본을 전장에 묶어둔 이후 노란 리본은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거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인 인질의 친·인척 17명은 이날 모든 상·하원 의원실에 편지를 보내 노란색 리본이나 ‘집으로 데려와 달라’는 문구가 적힌 인식표를 착용해달라 요청했고 일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상당수가 단체로 흰색 옷을 입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모임 ‘우먼스 코커스’가 사전 기획한 것이다. 
로이스 프랑켈 하원의원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족 계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메시지”라고 했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인공 체외수정(IVF) 규제 강화 결정, 낙태 문제 등이 전국적인 논란이 되고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이 된 가운데 나온 행동이다. 
흰옷은 20세기 초반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이른바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자주 입었고, 이후 여성 정치인들의 연대 메시지를 전할 때 자주 활용돼 왔다.

 

 


<미국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매가(MAGA, 미국을 더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참여한 모습.
 '정치 캠페인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패션이다.>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린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며, 극단적 언행으로 유명하다. 
빨간 재킷 안에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 레이큰 라일리’란 문구가 적힌 흰 티셔츠를 입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 살해된 조지아대 여대생의 이름이다. 
그린의 ‘매가 모자’는 ‘의사당 건물은 정부의 공식 시설로 정치적 캠페인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회 규정을 어긴 것이다.

 

 



질 바이든 여사 오른쪽엔 이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앉았다. 바이든이 직접 초청했다. 
이날 국무부를 찾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 문서를 전달해 서른두 번째 회원국 합류를 위한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크리스테르손을 호명하며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전임자는 푸틴에게 조아렸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카메라엔 거짓 이력이 논란이 돼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제명된 조지 산토스의 모습도 잡혀 의문이 일었다. 
미 언론들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 입장 자체는 가능하고, 전직 의원 특권 중에 의사당 등 시설 이용이 포함된다”고 했다.

 

 


<7일 바이든 국정연설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앞에 놓인 은색 잉크스탠드.>



한편 이날 연설에선 바이든 우측 뒤편으로 빛나는 은색 주조물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동전 주조용 은(銀)으로 된 만년필용 잉크 통으로, 워싱턴의 은세공자·시계제작자인 제이콥 레오나드가 1810년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안에는 3개의 크리스탈 잉크 통이 있고, 벽면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현재 하원에 있는 가장 오래된 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지정생존자’는 국정연설 도중 의회에 테러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의 집단 유고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역할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맡는다. 
매년 바뀌는데 올해 지정생존자는 연방 정부 서열 15위인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이었다. 
카르도나는 이날 의회에서 떨어진 한 미공개 시설에서 대통령 수준의 경호를 받으며 대기했다.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이른바 ‘핵 가방’도 휴대했다.

 

 


<케이티 브릿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맨 아래)이 바이든 국정연설에 대한 반박 연설을 한 자택 주방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1982년생으로 최연소 상원의원인 케이티 브릿이 반박 연설을 했다. 
브릿은 “바이든이 머무적거리고 권위가 떨어진 대통령”이라며 이민·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야당은 보통 반박 연설을 신예 의원에게 맡기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 연설을 반박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연설 내용을 실시간으로 반박하면서 예년보다 관심이 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240403)


[윤주헌의 what’s up 뉴욕] 자유·인권 상징 뉴욕서 ‘가방 수색’이 부활한 이유?

 



지난 7일 오후 4시 미국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그랜드센트럴역. 
하루 유동 인구만 75만명에 달하는 역 광장 한편에서 군인들이 소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시민들을 지켜봤다. 
에스컬레이터 옆 계단에는 평소 없었던 경찰 세 명이 서 있었다. 
맨해튼의 또 다른 교통 관문인 펜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콜럼버스 서클역에 도착할 때쯤에도 “이 역에는 경찰이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방송대로 승강장에 서 있는 경찰들과 마주쳤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뉴욕 지하철 강력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뉴욕주(州)가 군인과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전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뉴욕시 지하철에 주 방위군 750여 명과 주 경찰 250여 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지하철역을 찾는 시민들의 가방까지 무작위로 검사하고 있다. 
가방 검사를 거부할 순 있지만, 이 경우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춘 가방 수색 등 불심검문이 자유와 인권의 상징 뉴욕에서 부활한 것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펜스테이션에서 뉴욕주 경찰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 경찰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민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뉴욕주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이유는 최근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열차 등에서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브롱크스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총격 사건으로 30대 남성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1월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달리던 열차에서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다투던 승객들을 말리던 40대 남성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콜럼버스 서클역을 출발한 열차에서는 한 승객이 스크루 드라이버(나사를 조이는 공구)에 머리가 찔리는 일이 발생했다.


뉴욕 시민 상당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호컬 주지사가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방 검사를 한다고 범죄가 줄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우범 지역에서도 하지 않는 가방 검사를 단지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불심검문 형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불만이 잇따르자 호컬 주지사는 지하철 역사에 배치된 군인들에게 더 이상 총을 들지 말라고 했다. 
뉴욕주 정부는 지하철에서 승객 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3년간 열차 탑승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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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지식Q]네덜란드, ASML 잡기 위한 ‘베토벤 작전’... 그런데 베토벤이 언제부터 네덜란드人?

 

 


네덜란드가 28일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이탈을 막기 위해 ‘베토벤 작전’이라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유명한 작곡가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네덜란드계라는 점이 지원책 작명(作名)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 사람 베토벤을 왜 네덜란드계라고 할까.


베토벤과 이름이 같은 그의 할아버지는 지금은 벨기에 중북부 플랑드르 지역인 메헬런에서 어린 시절 성악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플랑드르는 1830년 벨기에 독립 전쟁 전까지 네덜란드의 일부였고, 지금도 네덜란드어를 쓴다. 
그는 17세 때 신성로마제국에 속했던 본으로 이주했는데,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면서 본은 독일 도시가 됐다.

 

 


<독일 본에 그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벽화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손자이자 유명한 작곡가 베토벤의 성과 이름 사이에 있는 판(van)도 네덜란드와 연관이 있음을 드러낸다. 
‘~로부터’란 뜻의 ‘판’은 네덜란드인들이 쓰는 표시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반’과 비슷하다. 
베토벤의 이름은 표기법에 따라 ‘판’으로 적지만, 고흐는 예전에 굳어진 외래어 표기 관용에 따라 ‘반’으로 쓴다. 
‘판 베토벤’이 현재 벨기에 도시인 베탕쿠르의 네덜란드식 이름 ‘벤트호번’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있다. 다만 베토벤은 네덜란드에서 살지는 않았다.(240403)



 

 

[깨알지식Q] 삭발 시위 문화 다른 나라도 있나?

 


최근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의대 교수가 삭발하는 일이 있었다. 
서양 언론들은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로부터 ‘저항에 대한 결의’를 뜻하는 한국 삭발 시위가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항의한다는 의미로 삭발하는 관행이 있을까.

 

 


<2022년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오른쪽)가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일단 유교 문화의 흔적이 남은 중국엔 한국과 비슷한 삭발 시위가 있다. 
중국에선 ‘대머리(无发)’와 ‘무법 상태(无法)’라는 단어가 발음이 ‘우파’로 같아, 정부의 국민 탄압을 비판하는 시위에 삭발이 특히 자주 등장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지도자들이 삭발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선 저항보다는 사죄의 의미로 삭발하는 일이 가끔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걸그룹 가수인 미네기시 미나미가 소속사의 ‘연애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삭발한 후 울면서 사죄했다.


삭발까지는 아니지만 이란에선 여성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머리카락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는 시위를 했다.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후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시위 현장 등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항의했다. 
1000년 전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 서사시 ‘샤나메’의 등장인물인 한 여성이 권력에 의해 부당한 죽음을 당한 가족을 애도하며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에 이런 행동의 뿌리가 있다고 알려졌다.(240403)

 

‘건축 노벨상’ 최다 배출 일본… 미국 제치고 1위 오른 저력은?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야마모토 리켄 선정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79·山本理顯)을 선정했다고 미국 하얏트 재단이 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로써 일본은 1979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가장 많은 수상자(9명)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수상 횟수는 8회로 미국과 같지만, 2010년 2인 공동 수상이 포함돼 있어 수상자는 1명이 더 많다.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도록 설계한 요코스카 미술관. 
야마모토 리켄이 여러 작품을 통해 추구해 온 투명성은 사용자는 물론 외부의 관찰자에게도 건축의 개방성을 환기한다. 
요코스카 미술관은 전시 공간 대부분을 지하에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에서 관람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휴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야마모토는 사생활만 중시해 밀실이 되어가는 건축을 비판하며 공동체의 교류를 강조해왔다. 
심사위원회는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해체하고 주택을 이웃과 단절된 상품으로 전락시킨 조건을 거부한다”며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공적·사적 영역의 유대를 구축하는 건축가이자 사회 운동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야마모토는 “나에게 공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오늘날 건축의 접근 방식은 사생활을 강조한 나머지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간 안에서 삶과 문화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다.” 
이처럼 공동체를 중시하는 철학을 지역사회권(圈)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했다.


그가 설계한 경기 판교의 타운하우스와 서울 세곡동 아파트는 이런 생각을 실현한 작품들이다. 
판교에서는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원 주위에 각 세대를 배치하면서 현관 벽에 유리를 사용했다. 
세곡동 아파트 역시 현관문을 유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었고, 판교 타운하우스는 초기 미분양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동 정원 주변 각 세대의 현관 부분을 유리로 설계한 ‘판교 하우징’. 
소통을 강조한 디자인이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이사했다. 
1968년 니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자신의 설계 사무소인 ‘리켄 야마모토&필드 숍’을 설립했다. 

이후 50여 년에 걸쳐 일본은 물론 스위스, 중국, 한국 등지에서 작품을 설계하며 투명성과 공공성을 중요한 어휘로 삼았다. 
예컨대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2000)는 건물을 투명하게 만들어 안전의 파수꾼인 소방관들의 활동을 드러내고, 방문자들이 건물 곳곳의 공공 구역에서 소방관들과 마주칠 수 있도록 했다. 
요코스카 미술관(2006)은 관람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전망대 등에서 도쿄만 일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쉼터로 디자인했다.


건축계에서는 수상자 개인의 역량을 포함한 일본 건축 전체의 저력이 ‘최다 수상’의 바탕이 됐다고 본다. 
프리츠커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로 지어진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시공 능력, 자본, 관련 법규와 같은 건축 문화가 총체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KAIST 인문사회과학부 조현정 교수는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본성(性)’을 내세워 국제 건축계에서 영역을 구축했고, 그때부터 ‘아시아’나 ‘지역’ 딱지를 떼고 국제 수준의 건축으로 대접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첫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단게 겐조가 패전 이후 국가 재건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도쿄대학 연구소가 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 교수는 저서 ‘전후 일본 건축’(마티)에서 단게 연구소를 ‘전후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설계하는 싱크탱크’이자 ‘이소자키 아라타, 구로카와 기쇼, 마키 후미히코 등 재능 있는 건축가들이 모여드는 사관학교’로 표현했다. 
이 중 단게 본인과 이소자키, 마키가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이소자키와 마키는 초창기 프리츠커상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본 건축의 연구소 문화는 단게의 시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조 교수는 “일본 건축가들은 유학을 떠나기보다 대학별 연구소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험을 쌓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에 나가서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기보다 일본 사회를 깊이 탐구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는 쪽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도 비결로 거론된다. 
서울대 건축학과 서현 교수는 “일본은 현대 이전부터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게 강했던 사회”라면서 “지금도 건축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자들이 그걸 구현할 방법을 줄줄이 제시하면서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 설계는 물론 시공이나 재료 등에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수 있었던 점, 패전 이후에도 많은 건축 잡지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건축가들에게 공론장을 열어준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 문화 덕에 젊은 건축가들이 일찍부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점도 아파트 위주의 한국에 비해 유리한 점으로 거론된다.(240307)


 

 

경기 중 이러면 싸움 납니다
[타임아웃] 스포츠 세계의 금기 플레이들



지난달 25일 미 프로농구(NBA) 경기 종료 20초 정도를 남기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27·미국)가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 직후 상대팀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31·독일)가 착지 중인 콘리의 가슴팍을 밀쳤다. 
양 팀 선수들이 달려와 둘을 감싸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먼저 밀친 슈뢰더가 아닌 “콘리의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NBA 경기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10번)가 경기 막판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는데 3점슛을 성공시키자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17번)가 항의하고 있다.>

 


이는 NBA 불문율 때문이다. 
경기 막판 승리를 확정한 팀이 득점을 시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팀버울브스가 12점 차 리드(98-86) 중이었는데도 콘리가 3점슛을 넣자 바로 앞에 있던 슈뢰더가 밀친 것이다. NBA를 포함한 전 세계 농구에 있는 문화다.


농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는 어겨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다. 
규칙으로 쓰여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굳어진 예의범절 비슷한 행태들이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타자들이 타격을 마치고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을 금기시한다. 투수를 조롱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MLB 투수들은 ‘배트 플립’을 한 타자를 기억해 뒀다가 그다음 맞설 때 빈볼(투수가 타자 머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지는 공)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배트 플립이 ‘빠던(빠따 던지기)’이라 불리며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바뀌어 배트 플립을 조금씩 용인하고 있다.


축구는 ‘레인보 플릭(Rainbow flick)’이라는 기술을 경기 중 사용하면 분란이 일어난다. 
두 발로 공을 움켜쥐고 머리 뒤쪽 위로 띄워서 상대 수비수 키를 넘겨 제치는 것인데 한국·일본에서는 ‘사포’라고도 부른다. 
너무 화려한 동작이라 수비에겐 모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다. 
브라질 네이마르(32·알 힐랄)가 이 기술을 자주 쓰는데 쓸 때마다 거의 시비가 붙는다. 
한국에선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2018년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이를 시도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관객이 지켜야 할 불문율도 있다. 
피겨스케이팅이나 역도, 골프 등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개인 종목에선 관중이 소음을 내선 안 된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호를 자주 받는 유명 선수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는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매 동작마다 엄청난 환호를 받자 “기권할까 고민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연아는 2위에 머물렀다. 
여자 역도 장미란 역시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비슷한 이유로 “다시는 한국에서 대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기를 넘어 규칙으로 바뀐 불문율도 있다. 
배구에서는 득점을 하고 네트 반대편 상대를 향해 기뻐해서는 안 된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경고를 받는다. 
선수가 다칠까봐 규칙으로 금지한 기술도 있다. 피겨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뒤로 한 바퀴 도는 ‘백 플립’이다. 
지난 1월 중국계 프랑스 선수 아담 샤오 힘 파(23)가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피겨에서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이 기술을 쓰고 감점을 받기도 했다. 샤오 힘 파는 감점에도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240307)

 

 

[스피드 3Q] 스페인도 5마리 돌려보내… 中 ‘판다 외교’의 명과 암

 


‘한국 출생 1호 판다’인 ‘푸바오’가 다음 달 초 중국 이동을 앞두고 3일 일반 관람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푸바오는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내온 한 쌍의 판다 사이에서 2020년 7월 태어났다. 
중국의 판다 외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3문답으로 풀었다.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오는 4월 중국 이동을 앞두고 관람객들과 3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Q1. 중국이 보낸 판다 얼마나 되나.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해외 18국에 판다 56마리가 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이 외국과의 판다 교류를 본격화하면서 20국 26개 기관에 판다를 보냈다. 
푸바오처럼 국외 번식이 이뤄진 경우는 41차례고, 이를 통해 68마리가 태어났다. 
판다들의 고향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 보존 연구 센터다.


중국이 해외로 보내는 판다는 초기에는 조건 없는 선물이었지만, 1975년 멸종 위기종 국제 거래 협정이 발효되면서 임대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게 됐다. 
임대료는 한 쌍 기준 해마다 100만달러(약 13억원)고, 임대 기간은 10년 안팎이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도 출생국이 아닌 중국 국적이다. 
해외에서 판다가 사망하면 중국에 보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태국 동물원에서 기르던 판다가 지난해 4월 고령으로 죽자 태국 측이 중국에 6억원의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중국 방문 때 중국이 선물한 판다 링링과 싱싱의 1974년 모습.>

 

Q2. 새끼를 왜 다시 데려가나.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 새끼는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 번식기인 4∼6세가 되기 전인 2∼4세 때 중국으로 보내진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른 것이다. 
암컷인 푸바오는 중국에 간 이후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바로 짝짓기에 들어간다. 
다만 이미 다 자란 판다는 중국과 임대 연장 협상을 할 수 있다.


푸바오가 중국에 도착하면 건강 상태와 기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한 사육 장소를 배정받게 된다. 
쓰촨성에는 청두를 중심으로 판다 기지 6곳이 흩어져 있는데 이 중 한 곳으로 가게 된다. 
한두달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 일반 공개가 이뤄진다. 다만 예외도 있다. 
성격이 예민했던 일본의 샹샹은 작년 2월 중국으로 왔고, 비교적 늦은 11월에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됐다.

 

Q3. 중국이 판다 외교에 열심인 까닭은.

국익 수호를 위한 공세와 압박 때문에 ‘전랑(늑대전사)’으로 수식되는 중국 외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을 전격 방문한 뒤 중국은 판다 한 쌍을 워싱턴에 보냈다. 
이 판다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적성국 이미지가 급속도로 개선됐다. 
같은 해 역시 미수교 상태였던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 방중 뒤 중국은 일본에도 판다를 보냈다. 
사드 사태 등으로 반중 감정이 치솟은 한국에서도 푸바오는 사실상 ‘중국 이미지 관리자’ 역할을 했다.


중국은 판다 외교를 통해 압박을 가하거나 관계 변화의 신호를 주기도 한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되자 올해까지 미국 내 모든 판다를 회수하겠다고 했고, 스페인의 판다 5마리는 지난 2일 한꺼번에 반환시켰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중국은 돌연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스페인 마드리드 동물원에 판다를 보내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서방과의 갈등으로 경제·외교에서 궁지에 몰리자 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신호를 판다를 이용해 보낸 것이다. 
반면, 중국의 앙숙인 인도는 여러 차례 판다 임대를 요구했지만 중국이 답하지 않고 있다. 
홍콩의 중국화와 공격적인 대외 정책으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해지면서 판다 외교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240304)

 

 

[깨알지식] “메이데이! 메이데이!” 대체 무슨 뜻?

 


26일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 항구 인근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화물 컨테이너선 ‘달리’와 충돌해 붕괴됐는데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국제 조난 신호 ‘메이데이(Mayday)’ 덕분이다. 
충돌 직전 달리의 신호를 받은 당국은 즉각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메이데이는 1927년 국제무선전신회의에서 공식 조난 신호로 채택됐다. 
전신(電信) 통신이 일반적이었던 1920년대 초까지 대표 조난 신호는 모스부호로 표현하기 쉬운 ‘에스오에스(SOS)’였는데, 무선 교신 발달로 별도 음성 신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에 26일 새벽 화물 컨테이너선(船) ‘달리’가 충돌한 뒤 교각과 다리 본체가 무너진 모습.>


메이데이는 프랑스어로 ‘와서 나를 도와주시오’란 말인 브네 메데(venez m’aider)의 뒷부분 ‘m’aider’가 영어식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항공 용어는 주로 영어와 프랑스어였는데, 영국·프랑스 간 항공 통행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메이데이는 선박·항공·경찰·소방 분야에서 주로 쓰는데, 노동절(May day·5월 1일)과 구별하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라고 세 번 외친다. 
연료 고갈, 일부 설비 고장 등 위험 수준이 한 단계 낮은 경우 프랑스어 ‘판(panne·고장)’에서 비롯된 ‘팬팬(pan-pan)’이라는 신호를 쓴다.(240328)

 

 

[깨알지식] “모스크바 테러, 극단 이슬람 소행”… 그런데 용의자는 왜 다 타지키스탄 출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사건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라고 25일 인정했다. 
테러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호라산(영문명 <Khorasan>)’은 아프가니스탄·이란 일대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테러 용의자 네 명은 모두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 국적이다. 
타지키스탄과 ISIS-K는 무슨 관계일까.


타지키스탄은 아프간·우즈베키스탄·중국 등과 국경을 접하는, 중앙아시아 최소·최빈국이다. 
빈곤 탓에 러시아 등 이웃 나라로 건너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거나 이런저런 무장 단체의 ‘생계형’ 대원으로 활동하는 타지키스탄인들이 있다. 
이번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은 실제로 돈 때문에 테러를 감행했다고 증언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타지키스탄의 국기가 수도 두샨베에 걸려있는 모습.>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은 2021년 이후엔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가 특히 많이 늘었다. 
아프간 내 ISIS-K처럼 탈레반과 대립해온 다른 이슬람 무장 단체 대원들이 타지키스탄으로 적잖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종종 충돌해온 러시아는 이슬람 세력이 자국과 멀지 않은 타지키스탄에서 창궐하지 못하게 하려고 파병까지 하면서 힘썼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이런 노력에도 적잖은 타지키스탄인이 이슬람 극단 세력에 포섭됐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240327)



 

 

“배설물보다 못한 게 넘쳐난다”... 페북·네이버 이용자 급감 이유

 


윤이슬(30)씨는 페이스북 앱을 열어보지 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윤씨는 중학교 때부터 페이스북에 일거수일투족을 올리고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열혈 사용자였다. 
그는 “‘페친’(페이스북에서 맺는 친구)이 올린 글보다 광고가 더 많아 마치 광고를 보기 위해 앱을 쓰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친구들도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2000년대 말 등장해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발돋움했던 온라인 플랫폼의 열화(劣化)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보다 광고가 많아지거나 가짜 뉴스, 스팸과 같은 질 낮은 콘텐츠들이 범람하면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네이버 같은 플랫폼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지자 이용자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플랫폼의 열화를 지칭하는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하 엔시트화)’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을 써서 플랫폼이 더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 언어 학회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다.


엔시트화는 2022년 캐나다 출신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다. 
사용자에게 편익을 주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 경험보다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플랫폼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이 저하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인기를 끌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과정에는 엔시트화가 있다”고 했다.

 

 




올 들어 국내 페이스북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모바일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1월 MAU는 991만3855명으로 지난해 1월(1155만2420명)과 비교해 1년 새 약 164만명 줄었다. 
2020년 페이스북 전성기(1487만명)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이미 2021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닥터로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떠나는 과정엔 엔시트화가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은 이용자들이 글과 사진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를 늘렸다. 
이용자들은 플랫폼 안에서 형성한 네트워크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렵다. 
플랫폼은 이들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주를 유치하고, 일단 유치된 광고주는 수십억 이용자가 있는 플랫폼에 묶이게 된다. 
플랫폼은 갈수록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계속 늘리고 이용자들은 이를 감내해야 한다. 
광고주 역시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에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광고(-)를 참고 봤지만 이제는 단점이 더 커지면서 플랫폼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엔시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줄곧 70~80%대를 유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지난해 60% 선이 무너졌다. 
네이버는 출시 초기 깔끔한 화면과 강력한 검색 기능, 메일 등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식당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홍보를 하거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몰려들고 검색 광고 시장이 형성됐다. 
하지만 네이버의 검색 광고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열화 과정을 겪고 있다. 
1일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광화문 맛집’을 검색하면 상단에는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식당 열 군데가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지도와 함께 나오는 식당 리스트에서도 광고비를 낸 식당이 더 위에 나온다. 
네이버 사업의 핵심이었던 검색의 신뢰성까지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루 단위로 클릭 수에 따라 광고비를 책정하고,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는 경매 형식으로 판매한다. 네이버 광고를 최근 그만둔 한 자영업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클릭 한 건당 50원씩 하던 광고비가 한 건당 1100원까지 올랐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240302)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배설물’이란 의미의 ‘shit’ 앞에 접두사 ‘en’(~이 되게 하다), 뒤에 ‘~화(化)’라는 의미의 접미사 ‘fication’을 붙인 신조어. 
양질의 무료 콘텐츠로 사용자를 모은 온라인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국 이탈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2022년 작가 코리 닥터로가 만든 용어이다.


 

 

[깨알지식 Q]유럽 호령하던 오스트리아는 왜 중립국 됐나

 


지난해 4월 핀란드에 이어 최근 스웨덴이 서방 최대 군사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합류했다. 
이로써 “어느 나라와도 싸우지 않겠다”는 중립국 지위를 포기했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스트리아에서도 나토 가입 주장이 나왔지만, 중립국 유지 여론이 우세해 무산됐다. 
중립국의 대명사 스위스와 달리 오스트리아도 중립국이라는 사실은 낯선 편이다.

 

 

<2016년 10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열린 국제 군사 훈련에 참가한 오스트리아>

 

 


중립국이 되려면 “어느 나라와도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주변국들에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 
스위스는 1798년 프랑스에 점령됐다가 나폴레옹 전쟁에서 프랑스가 영국 연합군에 패배한 1815년 열린 빈 회의에서 영세중립국이 됐다. 
오스트리아·프랑스·영국·프러시아·러시아·포르투갈·스페인·스웨덴 8국은 이 회의에서 스위스가 프랑스·오스트리아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길 기대했다. 
오스트리아는 이 전쟁으로 강대국으로 떠올랐고, 1867년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유럽을 호령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1919년 제국은 해체됐고,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0년간 미국·영국·프랑스·소련 4국의 신탁통치를 겪었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을 선언했고, 1955년 4국의 합의로 오스트리아는 신탁통치에서 벗어나면서 중립국으로 인정받았다.


오스트리아·스위스 같은 유럽 한복판의 군사 요충지는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국가의 중립국 선언과 주변국의 인정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한 약속인 셈이다.(240229)

 

 

[What&Why]AI 열풍에 카리브해 소국 돈벼락

앵귈라 국가 도메인 .ai 글로벌 IT기업에 인기


중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앵귈라(Anguilla)가 1980년대 확보한 국가 도메인(domain·인터넷 주소) 덕에 돈방석에 앉았다. 
국가 도메인은 인터넷 사이트 뒤에 붙이는 알파벳 2자로, 대부분 국가명을 축약해 만들었다. 
한국(Korea)에 할당된 국가 도메인은 ‘.kr’이다. 
앵귈라의 국가 도메인은 ‘.ai’인데,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세계 IT 기업들에서 인기를 끌면서 도메인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일부 국가는 도메인을 민간에 위탁해 해외 기업 등에 판매하기도 한다.

 

 




앵귈라의 도메인 판매를 관리하는 빈스 케이트씨는 최근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전문지 IEEE스펙트럼 인터뷰에서 도메인 수익이 한 달에 300만달러(약 4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도메인 수요 급증에 따라 1년 후에는 월 600만달러로 수익이 두 배가량 뛸 것으로 예상했다. 
앵귈라는 관광업과 은행업, 어업이 주 산업인데 최근 도메인 판매 대박으로 재산세 등 일부 세금이 감면됐다. 
앞서 AI 사업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ai’ 도메인을 확보했다. 
국내에선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등이 ‘ai’ 도메인 사용 대열에 합류했다.


‘ai’ 도메인이 인기를 끄는 건 직관적으로 인공지능과 관련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인 챗GPT의 초기 베타(시험판)가 출시된 2022년 11월 30일 이후 5개월간 ai 도메인 매출이 약 4배 뛴 적도 있다.


앵귈라는 영국 자치령으로, 인구 1만6000명가량의 대부분은 아프리카계 카리브인이다. 
총면적 91㎢로 전남 완도(섬) 크기와 비슷하다. 
앵귈라가 ‘ai’ 도메인을 사용한 건 1980년대 후반부터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국가별로 알파벳 두 개로 구성된 도메인을 할당했다. 
당시 국가명을 축약한 ‘ai’를 받은 앵귈라는 향후 수익을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시대가 지나며 뜻밖의 행운을 잡게 됐다.


도메인 장사로 재미를 본 나라는 앵귈라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라디오 시대엔 오세아니아 지역의 미크로네시아 연방(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의 도메인 ‘.fm이 많이 쓰였고, 이후 인터넷 동영상 열풍 때는 인근 섬나라 투발루(Tuvalu)의 ‘.tv’ 도메인이 인기를 끌었다.(240226)

 

 

[깨알지식Q] 美 대통령의 날은 왜 2월 셋째주?

 

지난 19일은 미국 연방 정부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매년 2월 셋째 월요일)’로 전국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고, 관공서와 주식시장 등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어떻게 해서 2월 셋째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이 된 걸까?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초대 조지 워싱턴과 노예 해방의 주역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 사이서 날짜를 정한 것이다.


대통령의 날의 전신은 조지 워싱턴 탄생 기념일(2월 22일)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이던 1832년 의회 주도로 경축 위원회가 구성돼 기념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1879년에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당시 여러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링컨의 생일(2월 12일)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휴일로 경축하는 두 대통령의 생일이 가까워 자연스럽게 모든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날로 통합해 격상시키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대통령의 날 기념행사.>

 


1968년 의회에서 미국 근로자들이 주말과 붙여 쉴 수 있도록 몇몇 휴일 날짜를 공식적으로 월요일로 변경하는 ‘월요일 공휴일법’이 제정돼 1971년부터 시행됐는데, 이를 계기로 워싱턴·링컨의 생일 사이인 2월 셋째 월요일을 연방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로 지정했다.(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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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3Q]가자 휴전 안보리 결의 또 무산… 美는 왜 세 번이나 거부했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다시 부결됐다. 
20일 안보리는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안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해 채택이 무산됐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전쟁의 휴전을 권고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Q1. 안건 내용은 무엇이고 표결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번에 표결에 부친 결의안은 ‘즉각적인 휴전’이 핵심 내용이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 전역에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반대 등 내용도 담겼다. 
유엔 내에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 권위 기관인 안보리는 상임이사 5국(러시아·미국·영국·중국·프랑스)과 2년 임기 비상임이사 10국으로 구성된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총 15개 이사국 중 9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상임이사 5국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거부권(비토)을 행사했고 영국은 기권해 결의안이 부결됐다.


◇Q2. 왜 알제리가 가자지구 휴전안을 발의했나.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의 알제리는 지난해 6월 회원국들의 투표로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당시 투표에서 뽑힌 10국 중 아랍 지역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다. 
알제리는 비상임이사국 선출 이후 “아프리카와 아랍권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알제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달 이스라엘에 집단 학살을 방지하라는 임시 명령을 내린 직후 이번 결의안 준비에 착수했고, 중동 국가들을 대표해 제출했다. 
AP 등은 “전통적으로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입장인 알제리는 앞으로도 ‘주요 글로벌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갈등 국면에서 중요 역할을 하려고 할 전망”이라고 했다.


◇Q3. 미국은 왜 자꾸 반대하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해당 결의안은) 하마스 인질 석방 요구 없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요구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 및 인질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장 휴전을 하라는 건 현재 진행 중인 중동 휴전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대신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가능한 한 빠른 일시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해 임시 휴전을 촉구하는 ‘조건부’ 휴전 요구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오랜 외교 관계와 자국 내 유대계의 영향력 때문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휴전 결의안 추진에 다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240222)



 

 

[글로벌 5Q]우크라·국경 문제 얽혀 치고받고… 美 의회에 무슨 일?

 

 


미국 정치권에서 ‘두 개 전쟁(우크라이나전, 이스라엘·하마스전)’ 지원 예산 법안이 국내 문제인 이민 통제 방안과 복잡하게 얽혀 의회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연방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오랜 협상을 거쳐 남부 국경 통제 강화 방안과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안을 합한 1180억달러(약 156조원) 규모의 긴급 안보 예산 법안을 초당적으로 공개했지만, 이틀 만에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직 멍청이 혹은 극좌파 민주당원이나 이런 끔찍한 국경 법안을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한 뒤, 공화당 의원들이 줄줄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서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예산 법안이 하원에) 오는 순간 죽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했다.


Q1. 왜 국경 문제가 전쟁 지원과 얽혔나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국경수비대가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를 적발한 건수는 약 250만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봉쇄됐던 2020년의 40만건은 물론, 팬데믹 전인 2019년의 85만건과 비교해서도 3배가량으로 폭증한 수치다.


미국 국민,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2022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는 해외 군사 지원을 선호하지 않으며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트럼프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지난해 12월 “미국민은 국가 안보 문제가 우리 국경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에 앞서 남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2. 양당이 상원에서 제안한 법안 내용은?

하원의 친트럼프 의원들과 달리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는 우크라이나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상원에서 양당이 남부 국경 통제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한데 묶은 타협안을 협상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이들이 발표한 법안에는 남부 국경 관리 예산 200억달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0억달러, 이스라엘 지원 예산 140억달러,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지원금 48억달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국경을 넘은 이민자가 직전 일주일간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되거나, 어느 하루라도 8500명보다 많으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게 했다. 
보수 성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이 국경 법안은 통과시킬 만하다”며 “(이민 통제를 주장한) 공화당이 오랫동안 우선시했던 조항들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Q3. 왜 트럼프와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하나

표면적인 이유는 이 법안의 국경 통제 조항이 너무 약하며, 국경 법안을 따로 만들어야지 우크라이나 지원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1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국경 관리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큰 약점인데, 새로운 입법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돼 버리면 대선에서 바이든을 공격할 포인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이 법안은 민주당에 큰 선물이고 공화당에는 죽고 싶다는 바람(Death Wish)”이라며 “민주당이 이민과 국경 문제에 대해 해온 끔찍한 일을 용서해 주고 곧바로 공화당에 떠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Q4.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경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바이든은 6일 “(트럼프는) 지난 24시간 동안 상·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을 접촉해 그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도록 협박하고 강압하기만 했다고 들었다. 
그들(의원들)이 굴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민은 지금부터 11월까지 국경이 안전하지 않은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 친구들 때문이란 점을 알 것”이라고 했다.


Q5. 우크라이나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백악관은 지난달 10일 예산 고갈로 인해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일 500억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극적으로 결정했지만 이는 피란민 지원 같은 비(非)군사적 재정 지원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이 큰 변동 없이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하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240208)


 

 

[궁금한 별별 순위] 넷플릭스가 레슬링 잡은 이유 있었네


스포츠 유튜브 구독자 1위는 WWE
1억명 근접… 그다음은 NBA·UFC

 



유튜브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나 야구가 아니다. 레슬링이다. 
정확히는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다. 
WWE 유튜브 채널은 전 세계 구독자가 9950만명으로 모든 스포츠 종목 중 1위다. 
구독자 1억명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다음은 NBA(미 프로농구)다. 
214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3위는 UFC(종합 격투기)로 1750만명을 끌어들였다. 
미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NFL(미 프로풋볼·1260만명)과 스페인·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채널이 각각 980만명과 609만명으로 다음을 달린다.

 

 


<작년 열린 WWE의 한 행사 모습.>

 

미국 4대 스포츠(풋볼,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중에선 NHL(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이 207만명으로 가장 적었고, MLB(미 프로야구)는 489만명이 구독한다. 국내 스포츠는 아직 유튜브 활용도가 떨어진다. 
국내 프로 배구와 야구 리그를 총괄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독자 수는 각각 16만명과 9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WWE가 대규모 구독자를 확보한 비결은 ‘링 위의 드라마’를 내세우며 화려한 의상, 웅장한 테마음악, 조명, 특유의 제스처 등을 섞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덕으로 분석된다. 
팬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고난도 묘기에 열광한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최근 WWE와 WWE 인기 프로그램인 ‘RAW’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대가로 10년 50억달러(약 6조6400억원) 이상 중계 계약을 맺은 이유다. 
넷플릭스는 “WWE 팬층은 두껍고 열정적이다. RAW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정점에 있다”고 전했다. 
RAW는 1993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하는 간판 주간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평균 200만명 이상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웨인 존슨(52), 존 시나(47) 등 다수 프로레슬링 스타가 배출됐다.

 

 




최근 OTT 업계에선 이처럼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CJ ENM OTT 티빙은 지난달 프로야구 온라인(유무선) 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흥행 여부가 들쑥날쑥한 영화와 드라마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교적 고정 팬층이 확고한 스포츠를 통해 유료 구독자를 늘리려는 속셈이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는 TV로 본다”는 공식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팬은 OTT와 유튜브로 주요 경기들과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240214)

 

 

[깨알지식 Q] 인니 투표자, 왜 손가락에 잉크?

 



14일 인도네시아 대선과 관련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포함한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나서며 짙은 색 잉크가 칠해진 손가락을 뽐내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무슨 표시일까.


‘손가락 잉크’는 인도네시아의 투표 완료 인증이다. 
주민등록 체계가 한국처럼 완벽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선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 후 검은 잉크에 손가락을 담갔다 꺼내야 한다. 
보통 새끼손가락에 잉크를 묻히지만 다른 손가락도 무관하고 여러 손가락에 잉크를 다 묻혀도 된다.

 

 

 

<14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의 후보 중 한명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투표를 마친 후 손가락에 묻은 잉크를 펴 보이고 있다.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 투표 완료자에게만 묻히는 이 잉크는 보통 새끼 손가락에 묻히지만 프라보워는 둘째·셋째 손가락에 잉크를 묻히고 '브이'자를 그렸다. 
프라보워의 선거 기호는 2번이다.>

 


투표 인증을 위한 잉크는 질산 은을 주성분으로 해서 당일엔 지워지지 않는다. 
엄밀히는 질산 은이 피부와 만나 피부가 염색되는 것으로 피부 세포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남는다. 
보통 72~96시간 정도 유지되고, 길게는 한 달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960년대 인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잉크 인증 방식은 주민등록 상황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서도 쓰인다.


인도네시아의 또다른 특이한 투표 방식으로 ‘못 투표’가 있다. 
투표 용지에 도장 등을 찍는 것이 아니라 못을 사용해 지지하는 후보 쪽에 구멍을 뚫는다. 
도장이나 펜에 비해 투표 결과 조작을 어렵게 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조작 세력이 구멍을 하나 더 뚫는 방식으로 무효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240215)



 

 

[깨알지식Q] 성씨 없이 이름만… 희한한 인니 작명법



14일 치르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러닝메이트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의 장남이다. 
그런데 성(姓)이 왜 다를까.


자식에게 부모, 대개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는 많은 국가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성씨 제도가 법제화돼 있지 않다. 
인도네시아 국민 2억7000여 만명은 문화와 언어가 제각각인 약 1300개 민족으로 나뉜다. 
작명 관습도 다른데, 국민 40%를 구성하는 자바족이 성 없이 이름만 쓴다. 
조코위 부자도 자바족이다. 자바족은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을 본거지로 하며 정치적 영향력도 세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전체가 자바족 전통에 따라 작명 때 성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관습이 굳어졌다. 
일부 인도·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은 자체적으로 전통을 따라 자식에게 성을 물려주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는 언뜻 보기엔 성과 이름으로 나뉜 듯 보이나, 사실은 성 없이 전체가 이름이다. 자바어로 ‘건강한 청년’이란 뜻이다. 
줄여 부를 때 ‘위도도 대통령’이 아닌, ‘조코위 대통령’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 이름 또한 노토 미하르조로 완전히 다르다. 
다만 대통령 배우자인 이리아나 여사는 해외 공식 일정이 잦아, 국제 무대에서 혼동되지 않게 ‘이리아나 위도도’로 개명했다. 원래 이름은 그냥 ‘이리아나’였다.(240214)



 

 

中관영 매체가 용의 영문표기를 ‘드래곤’에서 ‘룽(Loong)’으로 바꾼 이유는

 

용띠 해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음력설을 앞두고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널리 알려진 드래건(dragon)이 아닌 한자 용(龍)의 중국 발음인 ‘룽(loong)’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영 CCTV 계열 영어 채널인 중국국제방송(CGTN)은 지난달 15일 베이징의 용 모양 조형물 설치 소식을 전하면서 용의 해를 ‘이어 오브 더 룽(year of the loong)’으로 표기했다. 
지난달 9일 하얼빈의 댄스 경연 대회를 다룬 기사에선 용춤을 ‘룽 댄스(loong dance)’라고 했고, 이달 6일에는 기사 제목에 룽을 넣어 “중국의 기술 발전이 ‘용’솟음치고 있(Chinese tech goes a ‘loong’ way)”고 썼다. 
매체에 따라서 ‘드래건’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룽’을 혼용하기도 하고 ‘룽(드래건)’이라는 식으로 병기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쓰촨성에서 지난 1일 공연단이 전통 용춤을 추고 있다.>

 



이처럼 ‘룽’의 출현 빈도가 점차 찾아지는 것은 용을 자국 문화 홍보 수단으로 적극 사용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용은 아시아를 포함한 여러 문화권에서 공유하는 설화 속 동물이지만, 중국의 상징으로 세계인들이 인식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을 ‘용의 후손(龍的傳人)’이라고 여긴다.


중국에서 용의 영문 표기를 ‘룽’으로 바꾸려는 것은 ‘중국의 용은 서양의 용과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양의 용은 육중한 몸통에 길고 튼튼한 네 다리가 달려있고, 날개가 달렸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는다. 
뱀처럼 기다란 몸에 다리가 짧고, 수염이 달려 있으며 입에는 구슬을 물고 있는 동양 용과 생김새가 다르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용을 신비롭고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해온 반면 서양에선 불길하고 사악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드래건’을 ‘룽’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황지 화둥사범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는 2006년 인민망(網)에 게재한 칼럼에서 이런 점을 거론하며 용을 영어로 표현할 때 ‘드래건’이 아니라 중국어 발음을 살린 ‘룽’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의 영문 표기를 개선하자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상형문자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룽이란 영문 표기에 긍정적이다. 
알파벳 철자(loong)의 ‘oo’가 용의 눈이나 긴 몸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매체 상하이원롄(上海文聯)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용의 영문 표기로 ‘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역사적 근거를 찾느라 바쁘다. 양즈완보는 “1809년 영국의 한 선교사가 논어를 번역하면서 용을 ‘룽’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 이소룡(李小龍)의 이름도 ‘드래건’을 ‘룽’으로 바꾸려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이름의 중국어 발음이 ‘리샤오룽’이다. 
아직 중국의 주요 영문 매체인 신화통신·글로벌타임스·차이나데일리 등은 기사에서 룽을 쓰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이 같은 표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240209)



 

 

 

 

 

2m 거센 파도도 즐긴다… “바다 들어가면 추위도 잊어”
서퍼들이 겨울에 양양가는 이유는

 


살을 에는 영하의 추위에도 동해안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다. 
최저기온이 영하 2도를 기록한 지난 3일 오전 11시 강원 양양군 설악해수욕장. 
두툼한 방수 모자와 장갑, 슈트로 무장한 8명이 모여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모두 주말을 맞아 서핑을 하러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다. 눈 쌓인 모래사장 위에는 서핑 보드가 놓여있었다. 
이 시각 양양의 표층 수온은 3.9도. 목욕탕 냉탕이 보통 18도임을 감안하면 살 떨리는 온도다. 
수온을 확인한 김유진(29)씨가 “바다가 냉장고 같다”고 외쳤다. 그러더니 2m 높이로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지난 3일 강원 양양군 설악해수욕장에서 본지 조유미 기자가 서핑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양양의 최저기온은 영하 2도, 표층 수온은 3.9도였지만,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난 서퍼들은 "국내 최고로 꼽히는 겨울 동해안 파도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추위는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김씨는 8년 차 서퍼다. 
지난해 9월부터 주말이면 한 주도 빠짐 없이 양양으로 와 서핑을 하고 있다. 
그는 “겨울 동해안 파도는 국내 최고로 꼽히기 때문에 추위는 신경 안 쓴다”면서 “막상 바다에 들어가면 별로 안 춥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핑을 시작한 이종훈(31)씨도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 그는 “겨울철 양양 바다에 사람이 적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이는 서퍼들 사이 공유되는 암묵적인 규칙과 관계 있다. 
‘한 파도당 한 서퍼만 올라타야 한다(1 wave, 1 Surfer)’이다. 3m 넘는 길이의 보드가 서로 부딪히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칙 때문에 서퍼가 많은 여름에는 파도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들은 “계절마다 ‘서핑 성지’가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엔 제주나 남해안, 겨울엔 동해안이 인기다. 이는 여름과 겨울 바람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북쪽에서 차고 무거운 공기가 들어오는데, 때때로 상층부의 찬 공기가 동해안으로 꺾여 내려온다. 
그럼 해안가로 바람이 불어와 동해안에 높은 파도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북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와 제주나 남해안에 파도가 높다.


겨울철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잦은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날 양양에는 다소 높은 너울성 파도가 쳤다.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만든 파도가 육지로 밀려오는 현상이다. 
너울성 파도가 칠 때는 방파제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 하지만 서퍼들은 “오히려 좋다”고 했다. 
서핑 강사 안준(24)씨는 “일명 ‘두꺼운 파도’로 불리는 너울성 파도는 힘이 좋기 때문에 파도를 오래 탈 수 있다”고 했다.


서핑은 파도의 경사면을 타는 레저스포츠이기 때문에 너무 높은 파도는 초·중급 서퍼들이 타기 쉽지 않다. 
초·중급 서퍼들은 파도가 2~3m로 높은 날에는 양양의 여러 해변 중에서도 ‘물치해변’을 찾는다고 한다. 
수심이 깊고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어 파도가 한풀 꺾여 들어오기 때문에 입문자들이 타기 적당한 높이가 된다.


양양에 있는 해변은 총 21곳으로 단일 군(郡)에서는 고성(29곳) 다음으로 많다. 
10년 차 서핑 강사인 유성민 서프호랑 대표는 “양양에는 해변이 몰려 있어서 오전에 물치해변에 갔다가 오후에 설악해변으로 가서 탈 수 있다”면서 “해변마다 수심과 지형이 다르고 파도 높이와 모양도 다르니 서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15년쯤 전부터 서핑에 빠져 살다가 강사 4명과 함께 직접 서핑 가게를 차렸다. 
그 역시 겨울 서핑을 특히 좋아해 제주나 남해가 아닌 양양에 터를 잡았다.


서핑하러 양양을 찾는 인구는 2022년 기준 47만5150명으로 고속도로 개통 전인 2016년(4만8000명) 대비 890% 늘었다.(240208)


 

 

그들이 무릎 꿇은 이유

손흥민 프리킥 때 수비벽 앞 2명
골키퍼 시야 가려 반응방해 목적



한국 이재성(32·마인츠)과 양현준(22·셀틱)이 호주 선수들이 서 있는 수비벽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들은 절묘하게 호주 골키퍼 시야를 가렸다. 
덕분에 손흥민(32·토트넘)이 차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골키퍼는 반박자 느리게 반응하면서 골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 슛 능력을 살리기 위해 미리 준비한 전술이었다.

 

 


<3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손흥민이 프리킥을 성공 차고 있다. 
호주 수비수 앞에 이재성(왼쪽)과 양현준이 앉아 있다.>


처음이 아니다.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프리킥 골을 넣었을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이때도 골키퍼가 궤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한 박자 늦게 반응해 골이 들어갔다. 
한국은 2022년 6월 칠레와 평가전에서부터 이 전술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바로 그다음 경기였던 파라과이전까지 같은 전술로 한국 축구 역사상 첫 A매치 2경기 연속 프리킥 골을 넣었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3월 콜롬비아 평가전에서도 손흥민은 이 방법으로 프리킥 골을 넣었다.

 

 

<3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손흥민이 찬 프리킥이 호주 골망을 흔들고 있다.>



단점은 있다. 골대와 가까운 프리킥에서는 문전에 있는 선수가 튀어나온 공을 재차 차면서 골이 나오기도 한다. 
2~3명 선수를 동원해야 하는 이 전술은 두 번째 골 기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그만큼 프리킥 슛 확률이 높지 않으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각도에 따라 수비 가담이 늦어지기 때문에 안 좋게 튕겨 나왔을 때 바로 시작되는 상대 역습을 막기 어렵다는 위험 부담도 있다. 그래서 슛이 정확한 선수를 가진 팀만 활용할 수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이라는 걸출한 키커가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해외에서는 리오넬 메시(37·마이애미)를 보유한 아르헨티나가 주로 사용한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공을 차는 순간 서있던 선수들이 바싹 엎드리는 등 조금씩 변형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손흥민 이강인 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 봐도 무방하다. 덕분에 골대 근처 프리킥은 한국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240205)


 

 

Q&A로 풀어본 중대재해법


“아르바이트생만 5명 고용해도 중대재해법 적용받아”

 


지난 27일부터 5~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1. 아르바이트생만 5명 고용해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가?

그렇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상시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간제, 단시간 등 고용 형태를 따지지 않고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함한다. 
상시 근로자 수는 법 적용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직전 1개월간 ‘근로자 연인원’을 사업장 ‘영업(가동) 일수’로 나눠 산정한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5명 이상 고용하고 있어도 대상이고, 단기 근로자를 고용해 특정 기간에만 근로자가 5인 이상 돼도 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월 31일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지난해 12월 31일~올해 1월 30일 기간 1시간이라도 일한 근로자가 하루 5명이 넘으면 법 적용 대상이다. 
다만 배달 라이더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일부 매장에만 적용된다. 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포함되지 않는다.


Q2. 여러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면서 각 매장엔 5인 미만의 직원을 고용해도 적용되나?

그렇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단위는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 전체다. 
따라서 여러 음식점을 합쳐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Q3.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을 하는 자영업자도 안전·보건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을 별도로 둬야 하나?

빵집 등은 아니다. 
5~50 미만 기업은 전담 조직 설치 의무는 없고, 안전보건관리자를 두지 않아도 된다. 
대신 사업장에서 위험 요인을 찾고 개선할 의무가 있다. 
단, 제조업·임업·하수·환경·폐기업 5개 업종은 20~5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서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Q4.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받나?

법 문구에서는 사망 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여러 의무를 이행하고, 사고 예견 가능성이나 인과관계가 없으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고, 아주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Q5. 중대재해처벌법 대비를 위한 도움은 어디서 받나?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kosha.or.kr)의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사업장 상황을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재정 지원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전국 30개 권역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센터’(대표번호 1544-1133)에서 상담도 가능하다.(240131)

 

 

트럼프 배상금, 배심원단이 3배로 올려 1100억원… 무슨 일이?
[글로벌 5Q]성폭행 명예훼손 재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는 11월 미국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 대통령이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낸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81)에게 배상금 8330만달러(약 1100억원)를 지급하라는 평결을 26일 받았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아홉 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캐럴의 명예가 훼손됐고 정신적 피해도 크다”며 이렇게 정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알리나 하바는 “당장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송은 개인 간 민사소송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배상금이 큰 평결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트럼프가 이 돈을 낼 가능성이 있는지 등 이번 평결을 둘러싼 궁금증을 5문답으로 알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6일 법원에서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8330만달러(약 1100억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①도대체 무슨 사건인가

미국 잡지 ‘엘르’에 칼럼을 기고한 유명 칼럼니스트 캐럴은 2019년 6월 회고록에서 ‘1996년쯤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트럼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캐럴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캐럴의 주장이 사실이고, 트럼프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는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뒤에도 캐럴이 자기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격분한 캐럴이 트럼프의 발언으로 또다시 명예가 훼손됐고 주변에서 협박을 받았다며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1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새로 냈다. 
이에 대한 1심 판단이 26일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은 배심 재판으로 열렸다. 
미국 주(州) 대부분이 국민이 민사소송 때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②배상금은 왜 이렇게 큰가

처음에 캐럴이 요구한 금액은 1000만달러였다. 
재판 마지막 날 캐럴 측 변호인은 “캐럴의 평판 회복을 위해 최고 1200만달러, 정신적 피해에 대해 1200만달러 등 총 24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금액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배심원단은 833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 중 1830만달러는 실제 피해 배상액이고 나머지 6500만달러는 징벌적 배상액에 해당한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복적이어서 재산상 손해 외에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크다고 판단하면 부과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은 주마다 다르다. 많은 주가 ‘실제 손해액의 2~4배 수준’으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뉴욕은 이와 관련한 특정한 규정이 없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총 500만달러 배상 평결이 나왔을 때는 이 중 총 30만달러가 징벌적 배상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26일 열린 잡지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민사재판 장면. 
캐럴이 트럼프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낸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이날 배심원단은 833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삽화는 트럼프(왼쪽에서 둘째)가 캐럴의 변호사 로버타 캐플런(오른쪽)의 변론이 시작되자 불만 섞인 표정으로 퇴장하는 모습. 
법정 화가 제인 로젠버그가 그렸다.>


◇③배상금은 전부 캐럴 몫인가

지난해 법원은 트럼프가 과거 캐럴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 넘어가 있지만 트럼프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크게 다툴 여지가 없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자기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 여자(캐럴)가 또 꾸며낸 얘기에 내가 방어에 나서야 하나” “마녀사냥” 등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나는 이 여자를 모른다”고 하거나, 재판장에 대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친 인물”이라고 밝히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캐럴은 “트럼프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이제는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고,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행태를 악의적·반복적이라 판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배상금이 확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배상금 전액은 캐럴이 가져가게 된다. 
평결이 나온 후 캐럴은 뉴욕타임스에 “배상금을 받으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진 캐럴>


◇④캐럴은 이 배상을 바로 받을 수 있나


아니다. 트럼프가 항소했기 때문에 캐럴은 모든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글렘 커슈너 전 미 법무부 차관보는 MSNBC에 “항소 절차를 위해 약 8300만달러 중 대부분 또는 전부를 (공탁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이 정도 금액을 낼 수 있는 현금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임을 내세우면서 “나는 현금 4억달러를 갖고 있다”고 종종 말해왔지만 확실치 않다. 
다만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등을 처분해 배상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포브스가 지난해 9월 트럼프의 순자산이 26억달러라고 보도한 적도 있다. 
반면 뉴스위크는 이 재산 대부분이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⑤배상금을 못 내면 어떻게 되나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배상금을 내야만 한다. 다만 개인 파산을 하고 버티는 방법은 있다. 
최근 트럼프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시장(市長)’으로 칭송받던 로버트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지난해 12월 법원에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 (돈이 없어) 배상금을 못 낸다고 하고 있다. 
트럼프를 도와 2020년 그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부인하며 개표 조작 주장을 폈다가 명예 훼손으로 피소돼 2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은 후였다. 
트럼프가 파산 신청을 한다고 해도 법원이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변수는 또 하나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맨해튼지방법원은 트럼프와 그의 회사가 은행 대출 등을 쉽게 받고자 자산 가치를 최고 36억달러 부풀렸다고 기소한 사건의 판결을 내린다. 
뉴욕주 검찰은 벌금 3억7000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아라 토레스 스펠리시 스텟슨대 법학 교수는 “캐럴 사건과 자산 부풀리기 사건의 조합은 트럼프의 파산을 유발하는 ‘원투 펀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240129)

 

 

서울시·노조 합심해 ‘오피스 빌런’ 솎아낸다

근무 평가 최하위 1명 대기 발령
재택 끝났는데 출근 거부, 폭언… 3개월 교육에도 안 변하면 면직

 

 


서울시가 최근 근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공무원 한 명을 직위 해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공무원을 서울시가 근무 평가 등급에 따라 직위 해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근무 평가를 통한 직위 해제는 그동안 사문화돼 있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신상필벌’을 강조하며 원칙대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노조도 여기에 동의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서울시와 공무원 노조가 합심해 ‘오피스 빌런(office villain·사무실 악당)’을 솎아내고 조직 전체 전염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공무원은 업무에서 배제돼 대기 발령 상태가 됐다. 
앞으로 3개월간 내부 교육에서도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직권면직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직권면직은 민간 기업으로 치면 해고에 해당하는 조치다.

 

 




서울시는 2019년 “공무원 사회에 긴장감을 준다”는 취지로 ‘가평정’이라는 근무 성적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1년에 두 번 5급 이하 공무원 1만여 명의 근무 성적을 수, 우, 양, 가 4단계로 평가한다. 
최하위 등급인 가를 받으면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되고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급여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호봉 승급도 6개월간 제한된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직위 해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위 해제는 물론 가 등급을 받은 공무원도 없었다. 노조가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공직 사회 특유의 온정주의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조도 ‘오피스 빌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직원들 여론에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한 7급 공무원은 “그동안 일부 ‘오피스 빌런’ 때문에 일하기 싫어지고 조직도 와해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인사 철마다 ‘오피스 빌런’을 받지 않으려고 부서마다 눈치작전을 하는데 ‘폭탄 돌리기’가 따로 없다”고 했다. 
20대 공무원 김모씨는 “누구는 열심히 일하는데 누구는 온종일 일을 미루며 시간을 보낸다”며 “매일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보는 것도 고통”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가평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에 들어갔고 지난달 공무원 4명에게 처음으로 가 등급을 줬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서울시 안에서는 이미 ‘오피스 빌런’으로 알려진 직원들”이라고 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공무원 A씨는 업무 성과가 특히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코로나 재택근무가 끝났는데도 출근을 거부한 데다 노조를 설립해 노조 가입을 거부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가 등급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 교육에도 불참해 결국 직위 해제 조치됐다. 
그는 사내 게시판 등에 “서울시가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수시로 서울시나 동료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거나 감사를 청구해 ‘감사왕’ 소리를 들었다.


C씨는 동료 공무원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사무실 자기 자리에서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D씨는 자기 뜻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면 지나치게 신경질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D씨와 관련해서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했고, ‘괴롭힘을 당한다’고 느낀 동료 직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A씨를 제외한 3명은 맞춤 교육 과정에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 직위 해제하는 대신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며 “3명 모두 새 부서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가평정 제도를 적극 운영해 공무원 조직의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 조직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라며 “다른 지자체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129)


☞오피스 빌런(office villain)

오피스 빌런은 사무실과 악당의 합성어로 직장 안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회의 한 번에 875만원, 年 100회 골프… ‘황제 사외이사’
요지경 사외이사의 세계

 

 


‘시급 28만9000원의 최대 꿀보직.’


지난 2022년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에서 활동한 사외 이사들의 활동과 보수를 분석한 결과다. 
금융지주 사외 이사 29명은 월 기본급으로 400만~500만원을 받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활동을 하면 월 50만원 수당을 추가로, 회의 한 번 참석할 때마다 ‘거마비’로 100만원을 또 받았다. 
평균 연봉은 약 7000만~8000만원으로 이사회 의장 등을 맡으면 1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연 1회 종합건강검진, 회의 참석 시 의전 차량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들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서류 검토 등에 들인 ‘활동 시간’은 300~400시간. 일반 직장인이 1년간 2000시간 이상 일해서 버는 돈을, 15~20% 수준의 시간을 들여 벌어들인 셈이다.

 

 




사외 이사는 대주주와 사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라고 만든 제도다. 
하지만 사외 이사들이 기업들로부터 고액 연봉, 골프회원권, 해외 출장 등 과도한 혜택을 받으며 ‘허수아비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학계에선 ‘사외 이사 되는 법’ 같은 강좌가 개설되는 등,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주인 없는 회사’(소유분산기업)에선 사외 이사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특권 조직’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캐나다 호화 이사회’로 문제가 된 포스코홀딩스 사외 이사는 재계에서 ‘사외 이사의 최고봉’으로 불린다. 
7명으로 구성된 사외 이사들이 그대로 ‘CEO 후보추천위’ 위원이 돼, 포스코 회장(CEO)을 선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포스코홀딩스 사외 이사들이 받은 평균 보수는 연 1억500만원이다. 
연간 이사회는 총 12번 열렸으니, 회의 한 번에 875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지배 구조는 포스코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로 2003~2007년 설계됐지만, 사외 이사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업장 시찰이나 견학을 명분으로 한 해외 출장도 사외 이사들이 갖는 특혜로 꼽힌다. 
S그룹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주요 계열사 사외 이사들을 데리고 갔다. 
비즈니스 좌석을 포함해 1인당 2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원됐다. 
대기업 L사는 1년에 1회 정도 사외 이사들과 해외 공장 견학 등 시찰을 나간다. 
재계 관계자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공부하고 회사 경영 이해를 넓히는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등기이사 수준의 의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법인장 등이 총출동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보유한 골프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사외 이사들이 누리는 특권 중 하나다.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평일에 경기도 주요 골프장에 가보면 사외 이사들의 체육대회 같다”며 “어떤 사외 이사는 기업이 제공한 회원권으로 1년에 골프만 100번 가까이 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사외 이사도 등기 이사이기 때문에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지 특혜는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사외 이사가 회사가 제공하는 과도한 지원을 받을 경우, 감시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 이사의 대부분을 교수들이 맡는 것은 인재 풀이 적은 데다, 기업과 이해 상충 관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사외 이사가 부업으로 연봉 1억원 안팎을 받을 수 있는 ‘꿀보직’으로 통하고, ‘사외 이사 되는 법’을 서로 공유하며 추천을 요청하기도 한다. 
국내 한 유수 대학 교수는 “사외 이사 보수나 형태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기업 사외 이사가 더 좋은지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며 “일부 교수들은 해당 기업에 잘 보이기 위해 해당 기업을 일부러 좋게 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실제 EGS평가원이 집계한 국내 상장사의 2022년 사외 이사 1인당 연봉을 보면 삼성전자(1억8127만원), SK(1억6640만원), SK텔레콤(1억6620만원) 등 1억원이 넘는 기업이 13곳에 달했다. 
KT도 같은 해 9825만원으로 억대에 육박했다. 이는 기본 연봉으로, 거마비 등을 뺀 것이다. 
감사를 받는 공기업인 한전(3000만원), 가스공사(3000만원), 강원랜드(2942만원)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사외 이사들의 임기는 기업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3년으로 연임이 가능해 최대 6년까지 보장된다. 
일부 기업에선 사외 이사 임기가 끝나면 지인을 추천해 “사외 이사를 세습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240124)



 

 

[깨알지식Q]후보 등록도 안 한 바이든, 어떻게 승리했나? 

 


23일 진행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서는 한국 선거 풍토에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이날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프라이머리를 치렀는데, 앞서 경선 일정을 두고 바이든과 주 정부가 갈등을 빚은 탓에 바이든의 이름이 기표용지에서 빠진 채 투표가 강행됐다. 
그런데도 바이든이 7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 뉴햄프셔의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투표용지에는 이름도 생소한 군소 후보 21명이 나열됐고, 가장 아래에는 ‘써넣으세요(Write in)’라는 문구와 함께 공란이 하나 더 있었다. 
기표용지상 후보를 찍는 ‘객관식’과 함께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직접 쓸 수 있도록 ‘주관식’도 병행한 것이다. 
이런 규정 덕에 바이든은 자신의 이름을 주관식으로 써넣은 ‘몰표’를 받아 승리한 것이다. 
이런 선거 제도 때문에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4년 전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주관식으로 기표한 투표용지 6000여 장이 나왔는데 이 중 1200장에 ‘도널드 트럼프’라고 적혀있었다. 
이렇게 객관식과 주관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주가 41곳에 달한다.


이날 공화당 선거 투표용지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최근 중도 하차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이외에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 의원 등 일찌감치 경선을 포기한 후보를 포함해 20명 이상이 득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투표용지가 프라이머리 후보 등록을 마감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유권자가 6명에 불과한 뉴햄프셔 산골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0시에 투표가 시작돼 개표 결과가 일찌감치 발표된 것도 생소한 광경이다. 
표준 시간대가 4개나 있을 정도로 땅이 넓은 미국에서 개표 방식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연방 정부는 각 주에 선거 진행 방식을 일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바다 등 10주에선 우편 투표를 선거 전날에 열어 개표하는 것도 가능하다. 
딕스빌 노치같이 일부 마을에서 이뤄지는 ‘자정 투표’는 과거 철도 노동자 등이 출근 전 투표할 수 있게 배려한 전통에서 기인하고 있다.(240125)


 

 

[글로벌 5Q] 中 연구팀 “치사율 100% 코로나 변이 만들었다”… 사실일까

“실험쥐 다 죽었다” 발표
코로나 진앙지 中서 또 코로나 연구 논란

 

 


중국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치사율 100%’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는 중국 베이징화공대와 난징대 의대 등 공동 연구팀이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 ‘GX-P2V’를, 사람에게서 코로나 감염을 매개하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형질을 변환한 쥐들에게 감염시킨 결과, 모두 죽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의 보도는 위협적인 내용은 물론,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실험이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데다 우한의 연구소에서 실제로 바이러스 연구가 이뤄졌던 사실까지 알려지며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식의 음모론이 지금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우려와 “동료 평가 등 검증을 거치지 않은 발표이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바이러스를 만들었는지, 믿을 수 있는 주장인지, 사실이라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5가지 질문으로 풀었다.


Q1. 논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는 원래 사람에게 감염돼도 별다른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팀은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GX-P2V’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생겼는데,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매개하는 ACE2 단백질을 발현시켜 형질을 변환한 쥐를 근거로 들었다. 
형질 변환 쥐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8일 안에 실험용 쥐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GX-P2V에 감염된 실험용 쥐들은 감염 후 5일째부터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해 6일째에는 감염 전보다 체중이 10% 급감했다. 
눈은 하얗게 변했고, 8일 안에 모두 죽었다. 쥐들의 뇌, 폐, 눈 등에서 상당량의 바이러스 RNA가 검출됐으며, 뇌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 바이러스가 뇌를 겨냥해 이동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쥐에서 100%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 결과”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해방군(PLA) 종합병원 전경. 국가주석과 공산당 간부 등 중국 고위층이 주로 이용하는 이 병원은 첨단 장비를 갖춘, 중국의 대표적인 임상 의학 연구 시설이기도 하다.>

 


Q2. 누가 썼고 어디에 공개됐나

이번 논문은 베이징화공대, 난징대 의대, 베이징의 인민해방군(PLA) 종합병원 등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인민해방군병원이 연구진에 포함된 것에 대해 군사용 연구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논문이 실린 ‘바이오 아카이브’는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학술지가 아니라 바이오 분야 연구자가 동료 검토(피어 리뷰) 없이 작성한 논문을 자유롭게 올리는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다. 
학술지 논문은 투고부터 출간까지 반년 이상 걸리지만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는 올리는 즉시 누구나 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했다는 논문이 하루에 수십건씩 바이오 아카이브에 올라왔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었을 정도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물리학계를 시끄럽게 했던 국내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LK-99′ 역시 물리학 분야 아카이브에서 공개됐다.


Q3. 연구 내용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포 배양 과정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구조가 단순하고 외부 반응에 취약한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천산갑에게서 발견된 야생 바이러스가 세포 배양 과정을 거치며 변이를 일으켰고, 치사율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들도 일부 실험에서는 모두 죽은 경우가 있는 만큼 천산갑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실험 쥐를 감염시켰을 때 100% 치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Q4. 인간 전염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가

사람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ACE2 단백질을 발현한 쥐를 사용한 만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ACE2 단백질은 사람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하나의 요인일 뿐, ACE2 단백질이 있다고 무조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또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도 감염되는 동물마다 증상이나 치사율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감염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엇보다 실험 과정과 결과가 연구팀의 주장대로 제대로 설계됐는지는 현재로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Q5. 과학계는 왜 우려하나

과학계는 이번 논문에 생물 안전 수준과 주의 사항 등이 명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이러스가 안전하게 처리됐는지를 우려한다. 
정대균 박사는 “바이러스는 언제든 실험자 감염 등을 통해 유출될 수 있는 만큼 각국마다 엄격한 안전 규칙을 세우고 있다”면서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실험을 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체는 적절하게 소각했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보고해야 하지만 이번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240119)





 

 

[스피드 3Q]비트코인 놔두고 왜 비트코인 ETF를 사야 하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10일 승인하고 나서 사흘 동안 미국서 비트코인 ETF가 약 100억달러어치 유통됐다. 
한국에선 금융 당국이 거래를 막아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ETF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사서 담은 투자 상품으로 비트코인 시세와 같이 가격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비트코인 자체를 사면 되지, 왜 ETF를 사야 할까.

 

 




◇Q1. 비트코인 대신 ETF를 사면 이득인가

ETF가 유리한 점은 하나 정도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해 제도권 규제를 더 철저하게 받는 증권사 등의 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실제로 해킹, 개인정보 유출, 코인 입출금 사고, 심지어 파산 등이 증권사 계좌보다 빈발한다. 그러나 수수료·세금 등을 따질 경우, ETF가 불리하다. 
비트코인 ETF를 운영하는 미국 11개 자산운용사의 수수료율은 1.5~0.2%에 달하는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수수료율이 0.05~0.2%에 그친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세금도 ETF가 불리하다. 
해외 ETF는 차익의 22%(한 해 수익 중 250만원 공제 후)를 세금으로 물어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올해 말 매도분까지 세금이 없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ETF는 증시 개장 시간에만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Q2. 단점이 많은 듯한데 왜 그렇게 많이 거래되나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 없이, 증권사 계좌만 썼던 미 투자자 등에겐 비트코인에 투자할 보다 간편한 길이 열린 셈이긴 하다. 
아울러 가상자산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자산운용사·증권사·은행·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SEC의 승인을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으로 인식하고 대거 사들였다는 분석도 있다. 
몇몇 나라에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막아놓았는데, 제도권 상품인 ETF로 ‘포장’이 바뀌면서 투자할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Q3. 미 자산운용사·증권사는 왜 이런 상품을 만들어 파나

미 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이 처음 들어간 때는 2013년이다. 
업계가 11년 동안 승인을 받아내려고 애썼다는 얘기다. 
사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입장에선 인기 있는 투자 자산인 비트코인의 ETF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몰릴 돈이 일단 이들 자사의 계좌에 예치되는 셈이니 ‘몸집’을 키울 수 있어서다. 
다른 펀드와 비슷하게, 가격 하락의 위험은 부담할 필요 없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이들 회사엔 호재다.(240118)


 

 

[깨알지식Q] 파죽지세 트럼프, 대통령 당선되면 2028년 또 출마 가능한가?

 



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2017~2021년 재임)는 지난 46대 대통령직을 조 바이든에게 내 준 뒤 오는 11월 대선에서 47대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 
만일 그가 당선된다고 가정했을 때 4년 임기를 채우고 2028년 11월 선거에서 또 연임에 도전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유세에서 “우리는 (당선)되고도 4년을 더 가야 한다”며 3연임이 가능할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미국 대통령을 세 번 하는 건 불가능하다.


연임을 하든 중간에 건너뛰든, 임기 4년의 대통령직을 최대 2번까지만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침이 법제화된 건 70여 년 전이다. 
1951년 제정된 미 수정헌법 22조를 통해 “누구도 3회 이상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47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4년이 마지막 임기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경선일에 주도 디모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수정헌법 22조는 미 대통령 중 유일하게 4선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사후 만들어졌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32년 선거부터 네 차례 출마해 내리 당선됐고 네 번째 임기 시작 3개월 만인 1945년 4월 사망했다. 
이때까지는 헌법에 대통령 임기에 관한 규정이 없어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낙향한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선례를 따랐는데, 세계 2차 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4선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대통령 임기에 관한 논란이 일면서 관련 조항이 생겼다.(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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