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이러면 싸움 납니다
[타임아웃] 스포츠 세계의 금기 플레이들
지난달 25일 미 프로농구(NBA) 경기 종료 20초 정도를 남기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27·미국)가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 직후 상대팀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31·독일)가 착지 중인 콘리의 가슴팍을 밀쳤다.
양 팀 선수들이 달려와 둘을 감싸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먼저 밀친 슈뢰더가 아닌 “콘리의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NBA 경기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마이크 콘리(10번)가 경기 막판 승부가 사실상 결정됐는데 3점슛을 성공시키자 브루클린 네츠 데니스 슈뢰더(17번)가 항의하고 있다.>
이는 NBA 불문율 때문이다.
경기 막판 승리를 확정한 팀이 득점을 시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팀버울브스가 12점 차 리드(98-86) 중이었는데도 콘리가 3점슛을 넣자 바로 앞에 있던 슈뢰더가 밀친 것이다. NBA를 포함한 전 세계 농구에 있는 문화다.
농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는 어겨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다.
규칙으로 쓰여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굳어진 예의범절 비슷한 행태들이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타자들이 타격을 마치고 방망이를 던지는 ‘배트 플립(Bat flip)’을 금기시한다. 투수를 조롱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MLB 투수들은 ‘배트 플립’을 한 타자를 기억해 뒀다가 그다음 맞설 때 빈볼(투수가 타자 머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지는 공)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배트 플립이 ‘빠던(빠따 던지기)’이라 불리며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바뀌어 배트 플립을 조금씩 용인하고 있다.
축구는 ‘레인보 플릭(Rainbow flick)’이라는 기술을 경기 중 사용하면 분란이 일어난다.
두 발로 공을 움켜쥐고 머리 뒤쪽 위로 띄워서 상대 수비수 키를 넘겨 제치는 것인데 한국·일본에서는 ‘사포’라고도 부른다.
너무 화려한 동작이라 수비에겐 모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다.
브라질 네이마르(32·알 힐랄)가 이 기술을 자주 쓰는데 쓸 때마다 거의 시비가 붙는다.
한국에선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2018년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을 때 이를 시도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관객이 지켜야 할 불문율도 있다.
피겨스케이팅이나 역도, 골프 등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개인 종목에선 관중이 소음을 내선 안 된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호를 자주 받는 유명 선수들은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는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매 동작마다 엄청난 환호를 받자 “기권할까 고민했다”고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연아는 2위에 머물렀다.
여자 역도 장미란 역시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비슷한 이유로 “다시는 한국에서 대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기를 넘어 규칙으로 바뀐 불문율도 있다.
배구에서는 득점을 하고 네트 반대편 상대를 향해 기뻐해서는 안 된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경고를 받는다.
선수가 다칠까봐 규칙으로 금지한 기술도 있다. 피겨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뒤로 한 바퀴 도는 ‘백 플립’이다.
지난 1월 중국계 프랑스 선수 아담 샤오 힘 파(23)가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피겨에서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의미로 이 기술을 쓰고 감점을 받기도 했다. 샤오 힘 파는 감점에도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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