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케네디 출마하는데... 케네디 일가가 백악관에 몰려간 까닭은

로버트 무소속 출마에 가족들 반대 성명… 대선 앞 쪼개진 케네디家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가족들 만류 속 대선 출마
케네디家 상당수, 바이든 지지… 유세 동행도 고려

 


지난 17일 미국 백악관의 대형 접견실인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기념일은 5세기 아일랜드의 수호 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기독교 축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 사람들이 50여 명이나 참석해 워싱턴 정가에서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민족 축제일인 성 패트릭의 날에 아일랜드계인 케네디가 사람들이 백악관을 방문한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엔 특별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3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가 가족들 만류에도 대선 완주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세인트 패트릭 데이' 축하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해 온 케네디가 사람들이 (아일랜드산) ‘기네스 맥주’를 마시려 백악관을 찾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날 행사는) 때론 ‘가족’보다 ‘정치’가 우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날 백악관 행사에 불참했다. 
그는 재임 중 카퍼레이드를 하다 암살당한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세하던 중 총을 맞고 숨진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 전 법무 장관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오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백신 접종 반대’ 활동으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여름 케네디가에선 그의 대선 출마를 놓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왕성한 가족 대화”라고 전해진 이 과정에서 일부는 케네디 주니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격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화상 회의까지 하며 출마를 만류했다고 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민주당 가문’ 인사의 출마가 바이든 표를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가족 일부는 “민주당 후보로 뛰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누나 캐서린, 형 조셉, 여동생 케리·로리 등 4명은 공개 성명을 내고 “그의 출마는 우리나라에 위험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 주니어는 “나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써준 가족도 꽤 많다”며 “반대하는 이들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케리는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바이든과 케네디 일가가 찍은 단체 사진을 두 차례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세상이 더 좋아지길 바라지만 말고, 당신이 나서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에 대한 투표를 독려한 것이다. 
NBC는 20일 “케네디가 사람 일부는 올가을 바이든의 대선 유세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케네디 가문이 갖는 상징성을 잘 알고 있는 바이든 역시 ‘구애’에 힘을 썼다. 
바이든은 “내가 정치할 수 있게 영감을 준 건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F 케네디였다”며 “같은 아일랜드 가톨릭 가족으로서 케네디가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했다. 
바이든 역시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바이든은 자신이 북아일랜드 대통령 특사로 임명한 조 케네디를 향해선 “괜찮아. 57명밖에 안 데려왔군”이라고 농담했다. 
바이든은 취임 후 미국의 주요 우방인 호주 대사에 존 F 케네디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임명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지난 7일 바이든의 국정 연설 때 존 F 케네디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를 초청해 자리에 앉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달 5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케네디가의 백악관 단체 방문이 화제가 된 건 케네디 주니어가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 등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에서 후보 등록을 위한 유권자 서명을 모두 받았는데, 한 표가 소중한 바이든 입장에선 적잖은 골칫거리다. 
실제 케네디 주니어의 선전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제3 후보 약진을 방해하고, 법적 문제 제기를 통해 후보 등록을 지연시킬 별도의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오는 30일 민주당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를 지명한다. 
그는 일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같은 지지가 계속될 경우 11월 대선 직전 있을 세 차례 TV 토론에도 나올 수 있다.(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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