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전문대학인 전주비전대 실습동 1층의 약 200㎡ 규모 실습장.
각국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29명이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정밀 가공 장비인 선반(旋盤)·밀링 12대 앞에 2~3명씩 서서 실습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미래모빌리티학과 외국인반 학생들로, 베트남 국적 18명, 미얀마인 10명, 방글라데시인 1명이었다.
이 가운데 여학생도 10명이다. 이들은 유창한 한국어 외에 간간이 모국어를 섞어 쓰면서 협업해 기기 작동을 익혀나갔다.
방글라데시 대학에서 물리와 화학을 전공하다 그만두고 3년 전 전주비전대로 온 피알(26)씨는 “전주가 마음에 들어 전북 공장에 취직하고, 나중에 귀화 시험도 보고 싶다”며 “내가 방글라데시 학생 1호였는데, 고향에 소문이 퍼져 올해는 4명이나 들어왔다”고 했다.
<5일 전북 전주시 전주비전대 실습장에서 미래모빌리티학과 소속 외국인 학생들이 가공 장비 ‘선반’ 실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 공장에서 오래 근무하며 나중에 귀화 시험도 보고 싶다”고 입 모아 말했다.>
전주비전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운영하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 인력 양성 대학’ 사업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외국인 학생 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학습 여건을 고려해 외국인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하되, 매년 취업 실적과 교육 여건 등에 관한 평가를 정부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입학한 외국인 학생은 약 1년간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이후 2년 동안 자동차 부품, 기계 관련 공부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해 주간엔 학교를 다니고 야간엔 편의점,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리고 졸업 시험을 합격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등에 취직하게 된다.
미래모빌리티학과의 외국인 신입생은 당초 30명 규모에서 2023년 50명, 작년 119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2학기까지 베트남, 미얀마 등지의 외국인 유학생을 총 120명 선발할 계획이다.
외국인 학생이 늘자, 교수와 실습 장비도 덩달아 늘었다. 이 학과는 2년 동안 교수를 2명 더 선발해 7명이 됐다.
선반·밀링 장비는 9개에서 12개로, 용접기는 12개에서 20개로 각각 늘렸다.
전주비전대 백일현 교수는 “졸업 시즌이 되면 호남권은 물론 영남권, 경기 안산 등의 공장에서 ‘3명쯤 보내줄 수 있느냐’는 전화가 계속 온다”며 “외국인 학생이 없으면 이젠 교육계도, 산업계도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 졸업생은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월등히 좋아 인력난에 허덕이는 국내 제조업체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 인력 양성 대학엔 전주비전대, 거제대, 군장대(전북 군산) 등 12개 전문대의 기계, 자동차학과들이 참여 중이다.
프로그램 전체 신입생 수는 2021년 260명에서 2023년 500명, 작년 879명으로 크게 늘었다.
거제대를 비롯한 학교들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키르기스스탄 등 현지 대학에서 프로그램 설명회를 열기도 한다.
작년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총 21만명인데, 교육부는 2027년까지 3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자체도 학령인구 감소를 메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의 경우 올해 일본, 중앙아시아 등 국가에서 ‘부산 대학 입학’ 순회 설명회를 갖고, 유학생이 졸업 후 부산에 정착하도록 법률·주거 등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제2 도시 부산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학생이 부산의 경제 인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25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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