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100층 이상으로 지으려던 ‘상암 DMC 랜드마크’ 사업을 최근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05층 계획을 철회하고 새 설계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대표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는 130억위안(약 2조4710억원)을 투자해 2021년 저장성 닝보에서 높이 453m(88층) 규모 ‘에버그란데 시티 라이트’를 착공했지만, 이듬해 공사를 중단했다. 26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건물이 흉물처럼 남아있다.
2000년대 이후 아시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졌던 ‘마천루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다가 사업이 무산되거나 자진 철회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주원인이지만, 이젠 마천루 대신 혁신 설계나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로 상징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는 분위기도 한 이유로 꼽힌다.
9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공사가 중단된 400m 이상 초고층 프로젝트는 24곳에 달한다. 현재 공사 중인 400m 이상 건물(12곳)의 배(倍)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초고층 경쟁이 주춤한 것은 고금리와 지정학적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축비는 폭등했는데, 경기 침체로 빌딩 임차 수요는 적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세계 100대 초고층 건물 중 46개가 있는 중국은 텅 빈 마천루가 늘자 2021년부터 높이 500m 이상 빌딩 신축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70층 이상 초고층을 시공할 때 3.3㎡(1평)당 공사비가 2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35층 정도 대형 빌딩 공사비(3.3 ㎡당 1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초고층 빌딩은 건물 하중과 횡으로 작용하는 풍압을 견디기 위해 고강도 철근·콘크리트를 써야 하고, 들어가는 자재도 1.5배 이상이다.
구조 안전을 위해 지하를 더 깊게 파야 하고, 지진 등에 대비한 피난안전구역, 비상용 승강기 등을 추가 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30개 층마다 대피 공간으로 한 층을 통째로 비워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70층 1동(棟)을 짓는 비용이 35층짜리 2동 짓는 것보다 최대 두 배가 더 든다”며 “동시에 2동을 지을 때보다 공기(工期)도 길어 인건비와 금융비용도 급증한다”고 말했다.
처음 105층으로 계획한 삼성동 GBC의 경우 2016년엔 공사비가 2조560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에선 105층 대신 55층짜리 2동으로 설계를 바꾸면 공사비가 최대 2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
최근 세계 각국은 랜드마크 높이 경쟁에서 손을 떼는 분위기다.
마천루 대신 혁신적인 설계나 독특한 외관으로 랜드마크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의 랜드마크는 마천루 사이에 들어선 높이 45m 벌집 모양의 개방형 건축물 ‘베슬(Vessel)’이다.
계단 2500개와 전망 공간 80개로 이뤄진 독특한 외관 덕분에 ‘뉴욕의 에펠탑’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작년 11월 개장한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역시 330m의 최고층 건물보다 부지의 3분의 1을 채우는 ‘수직 정원’이 랜드마크로 꼽힌다.
중앙 광장부터 중저층 건축물 옥상까지 입체적으로 320종이 넘는 식물로 뒤덮고 보행로로 연결해 2만4000㎡의 녹지 공간을 조성했다.
국내 한 건축가는 “일본이 기술이 부족해 100층짜리 건물을 안 짓는 게 아니라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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