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사람 
박세현

 

 



잿빛 슬래트 지붕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로 가녀린 정을 이어붙이며 살아가는 나라


떠나는 사람은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다시 오는 사람은 또 그만그만한 인생을 앞세우고


방 둘 부엌 하나인 사택으로 접어들어 살 같은 이웃이 된다


아직도 비어 있는 17호 사택의 벽바닥엔


정직한 사람이라고 씌어진 낙서와


그림책에서 오려낸 티티새 두 마리가


떠나간 주인의 생활을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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