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추운 날에 나와서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게 진짜 복지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노인 복지관 ‘내곡 느티나무 쉼터’.
영하 5도 날씨인데 복지관 안은 할머니·할아버지들로 북적였다.
“딱!” “딱!” 곳곳에서 공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이 하는 건 ‘스크린 파크골프’.
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를 실내로 들여온 것이다.
서초구가 지난달 복지관 지하에 있던 사우나를 철거하고 개장했다. 3억8000만원을 들였다.
심동연 서초구 어르신정책팀장은 “코로나 이후 사우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서 고민이었는데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내곡 느티나무 쉼터’ 노인 복지관의 스크린 파크골프장.
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자투리땅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타석은 4개, 타석 1개당 요금은 2시간에 1만2000원이다. 노인 4명이 2시간 동안 날씨 상관없이 파크골프를 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한다.
파크골프는 보통 골프와 달리 채 1개와 주먹만 한 공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대한 파크골프 협회에 따르면, 2020년 약 4만5000명이었던 전국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은 작년 말 기준 약 18만4000명으로 4배가 됐다.
박하늘나라 느티나무 쉼터 관장은 “강의도 개설했는데 30명 모집에 140명이 몰렸다”며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과도 치고 싶다는 민원이 많아 오는 20일부터는 다른 구민에게도 개방한다. 예약 전쟁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자투리땅을 활용해 잇따라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고 있다.
복지관은 물론이고 주민센터, 경로당, 전통시장에도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면 보통 9000㎡ 크기 땅이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며 “반대 민원도 많아서 공원이나 강변에 짓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란 얘기다.
작년 9월 개장한 강남구 탄천 파크골프장은 짓는 데 28억원 들었다.
예산을 확보해도 “왜 공원에 노인들만 주로 쓰는 시설을 만드느냐”는 주민 반발이 많아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은평구는 작년 11월 8000만원을 들여 불광2동 주민센터 2층에 타석 2개짜리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벌써 1월 예약이 꽉 찼다.
은평구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2층 한쪽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며 “파크골프장 있는 주민센터로 소문이 나면서 썰렁했던 주민센터가 동네 사랑방이 됐다”고 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도곡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경남 하동군은 작년 5월 공설 시장 안에 있던 빈 가게 4개를 합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든 이후 공설 시장의 한 달 평균 ‘제로페이’ 결제액이 2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40% 늘어났다”고 했다.
그릇 가게 주인 김현채(70)씨는 “동네 노인들이 시장에서 파크골프 치고 밥도 먹고 장도 본다”며 “하동군 밖에서도 손님이 와 요즘은 장사할 맛 난다”고 했다.
충북 제천시도 작년 5월 중앙시장 2층의 빈 가게 22개를 털어 10타석 규모의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제천시와 민간 사업자가 2억8000만원씩 부담해 조성했다.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과 시장 상인 등 하루에 1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옷 가게를 하는 성다금(57)씨는 “가게 문 열기 전에 30분씩 친다”며 “시장 상인 대부분이 노인인데 운동도 되고 소상공인 복지에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서울시도 올해 스크린 파크골프장 50곳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하철역 빈 가게 등을 활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동별로 스크린 파크골프장 1개 이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직원도 노인을 채용해 노인 일자리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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