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詩)읊어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59]병(病)에게 / 조지훈 (1) | 2024.06.03 |
---|---|
[3158]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 이외수 (0) | 2024.05.23 |
[3156]꽃을 따르라 / 정호승 (0) | 2024.04.01 |
[3155]꽃편지 / 이해인 (0) | 2024.03.25 |
[3154]상처가 더 꽃이다 / 유안진 (0) | 2024.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