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올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이영상 수상자는 타릭 스쿠발(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과 크리스 세일(35·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 경험자다.
강속구를 넘어 광(光)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이다 보니 팔에 무리가 와 수술대에 올랐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류현진(37·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였다.
18일(한국 시각) MLB 사무국이 펴낸 투수들 부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MLB 투수는 2010년 21명, 2011년 15명 등에서 지난해 46명, 올해 41명 등 10여 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마이너리그 투수들은 더 심해 2010년 83명에서 올해는 240명이 돼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는 구속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MLB 분석이다.
‘더 빠르게’ 던지다 보면 팔에 더 많은 부담을 준다. 부상 위험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투수들은 이런 유혹에 쉽게 몸을 맡긴다. 다치더라도 ‘수술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은근히 깔려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딱 1번(한화 문동주) 나온 100마일(약 161㎞) 속구는 MLB에서 흔해빠졌다. 올해에만 3319번 나왔다.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2000년대 초중반)에는 100마일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08년엔 100마일 이상 공은 214개. 16년 만에 1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훈련 방식이 발달하고 투구 수 한계를 정해놓고 전력 투구를 하도록 유도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왔다.
MLB 선수 대부분이 겨울에 드라이브 라인 등 유명 사설 야구 교습 기관에서 따로 ‘과외’까지 받는다.
MLB에서 투수들의 올해 속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4.3마일(151.7㎞)로 2008년 91.9마일(약 147.8㎞)보다 4㎞가량 빨라졌다.
변화구인 체인지업은 이 기간 6㎞ 빨라졌다.
벤 조이스(24·LA 에인절스)는 아예 속구 평균 구속이 100마일을 넘는다. 올해 105.5마일(169.8㎞)짜리 광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총알 투구를 보는 팬들은 즐겁지만 선수들 속내는 간단하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MLB 투수들이 시즌 중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간은 2005년에 비해 올해 2.5배 증가했다.
봄 훈련 시간과 시즌 초반 3~4월에 부상이 집중됐다. 투수들이 이때 구속 증가 등을 위해 사설 기관에서 강훈을 받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일반 야구공보다 무거운 웨이티드 볼로 던지기 연습을 하다가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고교 선수들이 MLB 스카우트들 앞에서 기량을 선보이는 ‘퍼펙트게임 쇼케이스’에서 95마일(약 153㎞) 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2014년 5명에서 올해 36명이 돼 10년 사이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어렸을 때부터 빠른 공을 던지려 애를 쓴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히 부상을 낳는다.
MLB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 중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이들은 20년 사이 7배 이상 늘었다.
토미 존 수술은 양날의 검이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수술 부위는 완벽하게 재건하고, 1년가량 재활 기간에 충분한 휴식과 훈련을 하면서 오히려 구속과 구위가 올라가는 일도 있지만 부작용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수술에 따른 구속 상승 등 효과도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스포츠 의학 전문의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투구 구속을 올리려면 신체 관절을 세게 꺾는 등 투구 메커니즘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다들 빠른 공을 기대하고 메커니즘을 바꾸니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너무 많이 경기에 나서지 않게 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규칙 보완 등 새로운 흐름이 필요한 때라는 게 MLB 사무국 조언이다.(241219)
☞토미 존 수술
파열 등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정상적인 팔꿈치에 있는 힘줄로 교체하는 수술.
국내에서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로, 북미권에선 약어인 TJS라고 불린다.
이 수술을 처음 받게 된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 토미 존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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