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예전에 쓰던 일기 대신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는 '사진 일기'를 쓴다.
하루의 끝자락에 따로 글을 쓰기 어려우니 하루 중 아무 때나 메모하듯 사진을 찍는다.

 


어린 시절 그림일기 이후 세상을 다시 시각적으로 기억하고 저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과 찍혀서 기억되는 것은 조금 다른 입장인 것 같다.

 


며칠 전 일이다. 동네 안과에 갔다.
3층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땐 작고 허름한 의원을 상상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 보니

콘택트렌즈 안경점까지 들여앉힌 꽤 큰 병원이었다.
대기실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간호사가 다가와 나직이 물었다.
"저, 사진 찍으셨어요?/ …네./ 왜요?/ …일기인데요./ 아, 네." 진료실에 들어가자 마르고

예민해 보이는 여의사가 깍듯이 묻는다.
"아까 사진 찍으셨지요?/ …네, …왜요?/ 이제껏 그런 경우가 없어서요."

 


'왜 그랬을까?' 병원 문을 나서면서 계속 궁금해졌다.
'왜 못 찍게 하지?'
하지만 상대편에서 보면 '왜 함부로 찍는 거야!'라고 여길 수도 있다.
나는 기억을 위해 찍지만, 상대방에게는 그것이 사실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칫하면 악용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록되고 남을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너도나도 찰칵찰칵 찍어대는 세상이다.
찍는 즐거움과 기록하는 열정에 몰두한 우리, '찍히는' 대상에 대한 존중은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130607)

-이성열 연극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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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시(市) 한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졸지에 영웅이 됐다.
수많은 팬이 생겨나 '전국구 스타'가 됐다.

 


마이클 가르시아는 스테이크하우스에서 2년 넘게 일해온 웨이터다.
단골손님들과 친밀한 관계를 즐기며 늘 친절하게 대해 인기가 많았다.

 


그날도 두 팀의 단골손님들을 맞아 자리를 안내했다.
문제는 그때 일어났다.
처음 들어온 가족을 안내한 뒤 그다음 가족을 바로 옆 칸막이 자리에 앉도록 했다.

그런데 두 번째 가족의 아버지가 자리를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요청대로 따르려고 했다.
그런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특수한 어딘가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먼저 들어온 가족 중에 다운증후군을 앓는 5세 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가르시아는 그의 잔인한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분노가 치밀었다.
뭔가 따끔하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자칫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하지만 돌아서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께는 서빙 못 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그 가족은 나가버렸다.

 


"어느 누구도 시끄럽고 방해되는 아이 옆에 앉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요구를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아이도 신이 주신 선물이다.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 아이 스스로 다운증후군과 함께 태어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지 않느냐."

 


다운증후군 아이의 가족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아픔을 주지 않으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웨이터가 나중에 말해줘 알게 됐다.
엄마는 "내 어린 아들을 옹호해준 그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웅이라고 일반인들보다 더 용감한 건 아니다. 다만 5분간 더 용감할 뿐이다"

(미국 작가 랠프 애머슨).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사람이 영웅이다"(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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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의 작은 공간.
사람들은 이 비좁은 곳에서도 알게 모르게 하나의 작은 사회 계급을 형성한다.
감방 죄수들이 그 비루한 공간에서도 서열을 정해 눕는 장소를 정하듯….

 


호주의 한 대학 연구팀이 고층 사무실 빌딩 내 엘리베이터 행동에 관한 조사를 한 결과,

사람들이 들어가서 서는 위치에 일정한 질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칸의 뒤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선다.
맨 안쪽 가운데 서서 문쪽을 향해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을 쭉 훑어본다.

 


이에 비해 지위가 낮은 젊은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중간쯤에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앞쪽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주로 여성들이 늘어선다.
수줍음 많은 여성은 얼굴을 맞대고 서지 않으려고 버튼이 있는 앞쪽 구석에 붙어서기도 한다.

 

 
말하자면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위치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는 얘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그 사이에 잠재의식적인 권력투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선을 두는 방향에도 차이가 있다.
남자들은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벽면 거울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들을 살피려고 문쪽 거울을 쳐다보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동안 암암리에 다른 모든 사람을 탐색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모니터는 보지만 거울은 쳐다보지 않는다.
다른 이용객들과 눈 마주치는 것도 피한다.
여자들은 자기 혼자 탔거나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만 거울을 본다.
남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거울 쪽에 아예 시선을 주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인생의 성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혹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장 끝까지 올라간 사람이 있다면,

그 엘리베이터를 내려보내 다른 사람들을 태워줘야 한다."(케빈 스페이시·미국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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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겉표지만으로 미루어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하물며 사람을 겉모습으로 지레짐작해선 안 된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서로 힐끗 쳐다보며 평가하고 단정해버린다.
길을 건너는 모습만 봐도 그 사람을 대충 알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빨간불이든 파란불이든 완전히 제멋대로 길을 건너는 이는

도대체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 기분에 맞춰야 한다고 여긴다.
차가 빵빵거리든, 자기를 피해 돌아가든 개의치 않는다.
주변 세상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예 무시해버리는 타입이다.

 


어떤 사람은 보행신호 들어올 때를 기다린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빨간불인데도 누군가 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따라 건넌다.
차가 달려와도 "우리 숫자가 많은데 뭘 어쩌겠어?" 한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언제나 다수의 편에 가담하는 유형이다.

 


어떤 이는 끝까지 신호를 기다린다.
전형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횡단보도 신호를 바라보며 계속 기다린다.
삶의 방식도 그렇다.
맡은 일만 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안전한 쪽에 남아있는다.

 


중간형이 있다.
상황을 판단해 자기 주관대로 길을 건넌다.
주위를 완전 무시하고 어리석게 횡단하지는 않는다.
달려오던 차들이 다 지나가면 길 양쪽을 살펴가며 건너간다.
도로가 텅 비어있는데도 마냥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예측되는 위험 부담을 기꺼이 감수한다.
맹목적으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한다.

 


옛말에 남을 얘기할 때는

두 달 동안 그 사람 입장이 돼보고 난 뒤에 하라 했다.
특히 남 손가락질할 때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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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아흔, 세상 떠날날이 머지 않았지..."







올해 아흔인 홍영녀 할머니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학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는

일흔이 돼서야 손주에게 한글을 배웠다.



까막눈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홍 할머니는

삐뚤삐뚤 서툰 글씨에 맞춤법조차 엉멍이지만
,
20여년 동안 써 온 그의 일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세상과 이별할 날이 머지않은 그의 일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삶과, 인생이란 무엇인지

조용히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이 내 마음 누가 달래 주나"

"그 구가 이 내 마음을 달래 주나"

"청개구리는 무슨 사연으로

저다지 슬픈 소리로..."





"나는 쓸쓸해, 가슴이 서러워..."

오늘도 흰 머리카락 날리면서

산 마을로 너머 가시는 햇님은

어김없이 너머 가시네.

햇님 나는 나는 쓸쓸해.

가슴이 허전해. 가슴이 서러워.






인새은 바다위에 떠 있는 배가 아닐까?

흘러 흘러 저 배는 어디로 가는 배냐?

앞쪽으로 타는 사람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뒤쪽으로 타는 사람은 그 누구를 기다리네...







아직 어두운데..., 햇님이 나오셨나

햇살이 고개를 들면 그는 창가로 다가가

햇님에게 인사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한 시골마을에서 300여평 남짓한 텃밭에

무, 배추, 호박, 가지, 고추 등

갖가지 농사를 지으며 사는 홍 할머니.

밭일을 하는 동안 그는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매만지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 않아도 TV를 켜 놓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6남매를 둔 홍 할머니는 혼자 사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자식들이 서로 모시겠다고

하지만, 그는 꿈쩌도 하지 않는다.


그가 혼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자식들이 걱정하면 그는

"그렇게 죽는 게 복" 이라고 대답하며

혼자이기를 고집한다.







헌 내복을 입고 밭일하는 홍 할머니

홍 할머니는 새 내복 보다

낡디 낡은 헌 내복을 더 좋아한다.

아들, 딸, 조카들이 사다 준 새 것을 마다하고

헌 내복을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내다 버리려고 했던 내복을 또 빨아 입었다.

낡은 내복을 입는다고 딸들은 야단이다.


새 내복이 없어서 그러는게 아니다.

딸들이 사다 준 내복 조카들이 사 온 내복들이

상자에 담긴 채로 쌓여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 자꾸 새것을 입어

휘질러 놓으면 뭐하나 해서다.


그리고 새 옷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을 보면 헌 옷을 입어도 뿌듯하다.

나 죽은 후에 다른 없는 이들입게 주면

얼마나 좋으냐 싶다.


르런 에미 맘을 모르고

딸년들은 낡은 못을 버리라고 야단이다.







물끄러미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홍 할머니

추수가 끝나면 홍 할머니는

싸앗 봉투마다 이름을 적어 놓는다.


몇 년째 이 일을 반복하는 그는

혹여 내년에 자신이 심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식들이 씨앗을 심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손수 지은 농작물을 자식들 손에 들려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홍 할머니가

1994년 8월 18일에 쓴 일기 전문이다.


내 글은 남들이 읽으려면

마을 만들어 가며 읽어야 한다.

공부를 못해서 아무 방시도 모르고

허방지방 순서도 없이 글귀가 엉망이다.


내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꽉 찼다.

그래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연필을 들면 가슴이 답답하다 말은 철철 넘치는데

연필 끝은 나가지지 않는다.


글씨 한자 한자를 꿰맞춰 쓰려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지 모른다.


그때마다 자식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어 놓은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글 모르는게

내가 국미나교 문턱에라도 가 봤으면

그 쓰는 방식이라도 알았으련만

아주 일자무식이니 말이다.


엉터리리로라도 쓰는 것은

아이(손주)들 학교 다닐 때 어깨 너머로

몇 자 익힌 덕분이다.


자식들이나 동생들한테

전화를 걸고 싶어도 못했다.

숫자는 더 깜깜이었으니까

70이 가까워서야 손자 놈 인서이 한테

숫자 쓰는걸 배웠다.


밤늦도록 공책에 써 보았고

내 힘으로 딸네 집에 전화 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숫자를 누르고 신호가 가는 동안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것만 같았다.


내가 건 전화로 통화를 하고 나니

장원급제 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너무 신기해서 동생네도 걸고 자식들한테도

자주 전화를 했다.


나는 텔레비젼을 보며 매모도 가끔한다.

딸들이 가끔 메모한 것을 보며

저희들끼리 죽으라 웃어댄다.

멸치는'메룻찌'로 고등어는'고동아'로

오만원은 '오마년'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약속장소를 불러 주는 걸 적었는데

동대문에 있는 이스턴 호텔을

'이슬똘 오떼로'라고 적어서

딸이 한 동안 연구를 해야 했다.


딸들은 지금도 그 애기를 하며 웃는다.

그러나 따들이 웃는것은

이 에미를 흉보는게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렇지만,나는 내가 써 놓은 글들이 부끄럽다.

그래서 이 구석 저구석

써놓운 글들을 숨겨 놓느다.

이만큼이라도 쓰게 된 게 다행이다.


이젠 손주들이 보는

글씨 큰 동화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인어 공주도 읽었고, 자크의 콩나무도 읽었다.


세사에 태어나 글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나마 쓰게 되니까

잠 안 오는 밤에 끄적끄벅 몇 마디나마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더 발랄 게 없다.

말벗이 없어도 공책에다

내 생각을 옮기니 너무 좋다.


자식을 낳으면 굷더라도

공부만은 꼭 시킬 일이다.






홍 할머니가 닦고 또 닦았던 고무신

딱히 외출할 계획도 없는데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무신을 닦아

햇볕에 말린 홍 할머니


하지만 갈 곳이 없어 고무신에

다시 먼지가 쌓이고

그는 신어 보지도 않은 채

더러워진 고무신을 또 닦아 햇볕에 내 놓는다.


그는 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뽀얗게 고무신을 닦아 햇볕에 내 놓았다.

어디 가게 되지 않으니

신어 보지도 않고 다시 닦게 된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가슴에 묻은 자식 생각에

눈물짓는 홍 할머니

어린 자식이 숨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시절의 아픈 기억과

살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노년의 외로움이 절절리 담긴 그의 일기는

그만의 일기가 아니다.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꾸역꾸역 참고 살아온

한 여인의 일기요.

우리네 어머니의 일기이며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일기다.

너무 감동적인 글이라

여러분과 함께 공감하고 싶어

올렸으니 늙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묵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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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을 지낸 어느 칠순 인사가 강원도 고성 산골에 7년째 살고 있다.
그는 "시골 살이에서 가장 좋은 점은 나 자신이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400평 땅에서 과일나무를 키우고 밭농사도 짓는다.
지금껏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걸리는 거리에 설악동, 봉포 바닷가, 영랑호가 줄지어 있으니 아무때나 나들이 간다.

 


그는 "아내가 선뜻 동의한 덕분에 시골 살이에 연착륙했다"고 고마워한다.
주변에서 아내가 반대해 전원생활의 꿈을 접는 친구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늘그막에 영감 없이는 살아도 친구 없이는 못 산다'며 낯선 시골에 가지 않겠다는 안방마님이 적지 않다.
손주 재롱을 자주 보기 어렵고 쇼핑 재미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도시에 살던 부부가 시골 생활에 성공하기란 쉽진 않다.
남편이 아내를 데리고 산골에 들어갔다가 2년 만에 이혼한 사례도 있다.
아내가 장을 보거나 머리 손질이라도 하려면 번번이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견디지 못했다.
남편은 시골집에 살지만 시골에 적응하지 못한 아내와 아이만 도시로 나와 전셋집에 사는 가족도 있다.
"적막하고 단조로운 시골에서 부부가 둘이서 할 일은 고스톱밖에 없더라"며 도시로 돌아온 이도 있다.

 


엊그제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30~40대 부부를 조사했더니 남편과 아내가 꿈꾸는 노후 생활이 너무 달랐다.
남편 75%는 은퇴한 뒤 전원생활을 원했지만 아내 65%는 대도시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하루 6~10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답은 남편 56%인 반면 아내는 28%밖에 안 됐다.
평생 남편과 자식 수발했는데 늙어서도 시골에 묻혀 남편에게 하루 세 끼 챙겨주며 종일 매이는 게 끔찍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통계청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는가"라고 묻자 남자 43.6%가 '하고 싶은 편'이라고 반겼다.
여자 44.8%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남편 만족도'가 형편없이 떨어진 세상이다.
밥 지을 줄도 모르는 남편일수록 나이 들면 아내 곁에 젖은 낙엽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늙은 아내가 기겁할 일이다.
18세기 프랑스 작가 프레보는 "부부를 맺는 고무줄이 오래가려면 탄력이 좋은 고무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남편이야말로 아내 뜻에 맞춰 굽혔다 폈다 하는 유연성을 젊어서부터 길러야 한다.
그래야 말년이 춥고 배고프지 않다.(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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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古都) 경주에서는 배가 부르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교촌 부자 눈 아래로 보인다(대단한 부자 부럽지 않다는 뜻)."
여기서 '교촌 부자'란 '경주 최부자'. 400년 넘게 12대 만석꾼, 9대째 진사를 배출한 집안이다.
지금도 솟을대문과 50여 칸 남은 집(원래는 89칸)이 옛 풍채를 전한다.

 


이 집안의 독특한 '부자 정신'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양극화 문제 해법과 상생 경영의 지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21일 경주시 주최,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이사장 조동걸) 주관으로 경주힐튼호텔에서 열리는 '경주 최부자 400년 신화

21세기 시대정신으로 부활하다' 심포지엄이다.


 


                                                                                                <경주 교촌의 최부잣집 한옥 전경.
                                                                이웃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솟을대문도 일부러 낮게 지었다.>

 


'경주 최부자 400년'이란 최진립(崔震立·1568~1636) 장군부터 12대 최준(崔浚·1884~1970) 선생까지 이어지는 402년.
최준 선생 대에 재산 상당수는 기부를 통해 그 후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강식 경주대 경영학과 교수의 발표문. 최부잣집 가문 6훈(六訓)을 현대 경영학의 원리로

풀어냈다.

 


①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최부잣집은 과거에 합격해 진사·생원의 양반 신분은 유지했지만 관직이나 정치에는 나서지 않았다.
오늘날 '정경분리'의 선구였다.


②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1년 소작료 수입을 만석으로 미리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소작료를 깎아준 것. 이른바 '목표초과 이익분배제'다.


③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더불어 파장 때의 물건은 사지 말고 값을 깎지 말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이용해 치부(致富)하지 말라는 뜻.
구글의 사훈 '사악하지 말라(Don't be evil)'를 연상케 한다. '공정 경쟁'의 실천이었다.


④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최부잣집은 사랑채를 개방하고 1년에 쌀 2000가마니를 과객 접대에 썼다.
500인을 독상으로 대접할 수 있는 놋그릇과 반상이 구비돼 있었다.
오늘날 '소통 경영'과 연결된다.
당시 과객들은 오늘날 소문 주역인 '트위터러'. 이들을 우대함으로써 정보 교류와 우호적 여론 조성의 혜택을 누렸다.


⑤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복지 경영이다.
'100리'는 최부잣집의 농토와 소작인 분포, 즉 자신의 경제력 내에서 돌볼 수 있는 범위다.
흉년이 들면 활인소(活人所)를 지어 주린 이웃에게 죽을 쑤어 주었고, 곳간을 열어 쌀도 풀었다.

최국선 참봉 때는 빚 못 갚는 이들의 차용증서를 불태웠다.


⑥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신혼 초 서민들의 옷인 무명옷을 입게 해 근검절약을 익히게 했다.
또 '은비녀 이상의 패물을 갖고 오지 말라'고 해 혼수품 절제도 본을 보였다.
그 밖에 최부잣집은 수리 관개와 개간, 이앙법을 실시해 생산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마름을 두지 않는 조직 슬림화 등

혁신 경영을 선보였다.
이 교수는 "최부잣집의 상생 경영 원리와 실천 경험은 오늘날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충분히 응용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121219)

 

 

 

 

 

 

책상 위엔 불필요한 서류가 한가득, 옷장 속엔 철 지난 옷들이 산더미, 스마트폰엔 사용하지 않는 어플이 주루룩….

맘먹고 치워도 며칠 만에 도루묵이 되는 상황에 진력이 났다면, 이 책을 한번 살펴보자.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가 한 번 정리하면 두 번 다시 어지르지 않는 정리법을 알려준다.
유치원 때부터 정리에 푹 빠졌고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정리법을 찾았다는 그의 비법은 얼핏 평범해 보인다.
'정리는 단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라.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남긴 물건은 반드시 제 위치를 정해둘 것'.

 


각론이 재미있다.
흔히 말하는 '정리=수납'이 아니라, '정리=버리기'다.
사람들이 정리를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에 감정을 이입해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리자.
①만졌을 때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②'장소별'이 아닌 '물건별'로 버릴지 남길지를 결정하며(방부터 정리하고 거실을 치우면 같은 물건을 계속 반복해서 정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③추억의 물건은 가장 나중에 버린다. 희소성 낮은 물건에서 추억의 물건 순으로, 즉 의류→책→서류→소품→사진·편지 순으로 버려야 한다.

④버릴 물건은 절대 가족에게 보이지 마라.
20대 고객 M씨의 집에서 일어난 일.(66쪽) 옷·책·헝겊인형 등 쓰레기봉투 15장 분량이 모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M씨의 어머니가 등장했다.
"어머, 너 이거 버릴 거니?" 쓰레기봉투 위에 세워둔 핑크색 요가 매트에 그녀의 시선이 꽂힌다. "버릴 거면 엄마가 써야겠다.
이것도…." 이 경우, 아깝다는 죄책감에 불필요한 물건을 떠맡게 될 뿐 나중에라도 어머니가 딸의 물건을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⑤친정집을 추억의 물건 피난처로 삼지 마라. 친정에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두 번 다시 그 박스가 열리는 일은 없다.

 


먼저 옷 정리 방법. 집안 곳곳에 있는 자기 옷을 전부 꺼낸 후 한 곳에 쌓아놓고 '철 지난 옷'부터 정리한다.
설레는 느낌을 가장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옷은 '설레진 않지만 어제 입었다'거나 '당장 입을 옷이 없어서 곤란해'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설렘 지수' 판단이 어려워진다.

 

 


옷은 포개지 말고 책꽂이에 책을 꽂듯이 '세워서' 수납해야 한다. 옷장에 거는 것도 요령이 있다.
선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듯 '상승' 방향으로 거는 것이다.
왼쪽에는 길고 무거운 옷, 오른쪽에는 짧고 가벼운 옷을 걸어라.
스타킹과 양말은 절대 묶지 말고 김밥 모양으로 말아서 보관하자. 숫자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주름도 생기지 않는다.

 


책을 정리할 때도 일단 책장에서 책을 전부 꺼내야 한다.
책장에 꽂혀 있는 상태로는 설렘의 정도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잠에서 깨우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일반 서적(소설 등)→실용서(참고서, 요리 레시피 책 등)→감상용 서적(사진집 등)→잡지의 순으로, 만졌을 때 '설레는가'만으로 판단해라.
언젠가 읽으려는 책은 과감히 버려라.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마지막은 최고의 난이도, 사진이다.
사진은 추억의 물건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몰아서 정리해야 한다.
다른 물건을 정리하다 곳곳에서 불쑥 출몰하는 사진 때문에 정리 작업이 지체되기 때문. 역시 설레는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자.
"물건 하나하나와 마주해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거쳐 존재하는 지금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156쪽)

 


저자는 "이렇게 정리했더니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지더라"고 말한다.
IT기업에 근무하던 고객은 정리를 통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다.
정리를 끝냈더니 책장에 사회복지 관련서가 유독 많이 꽂혀 있더라는 것.
마음속에 품은 정열을 깨달은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베이비시터 사업을 시작했다.

 


물건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설레는지, 남길지 버릴지 판단하는 것을 수백·수천번 반복함으로써 판단력이 높아지고 더불어 자신감도 상승했다.
심지어 정리를 했더니 살이 빠지고, 물건을 버리니까 피부가 깨끗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번쯤 써먹어 봄 직한 '정리의 마법'이다. (120414)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곤도 마리에 지음|홍성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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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때...제 갠적인 생각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여인이 깨달음을 받으러 왔다.

 

 

한 여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남편을 바꾼일에 대해 괴로워 하면서

스스로를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또 한 여인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도덕적으로

큰 죄를 짓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여인을 향하여 뜰에 나가서 한 여인에게는 큰 돌 열 개를

또 다른 여인에게는 작은 돌 여러개를 가져오라고 했다.

 

 

두 여인이 돌을 가져오자 노인은 들고 왔던 돌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오라고 했다.

큰 돌을 들고 왔던 여인은 쉽게 제자리에 갖다 놓았지만,

여러개의 작은 돌을 주워온 여인은

원래의 자리를 일일이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노인은 말했다.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요.

크고 무거운 돌은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기억할 수 있어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가 있으나,

수 많은 작은 돌들은 원래의 자리를 잊었으므로

다시 가져다 놓을 수가 없는 것이오.

 

 

큰 돌을 가져온 당신은 한때 당신이 지은 죄를 기억하고

양심의 가책에 겸허하게 견디어 왔으나,

작은 돌을 가져온 당신은 비록 하찮은 것 같아도 당신이 지은

작은 죄 들을 모두 잊고 살아온 것이오.

그리고는 뉘우침도 없이 죄의 나날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소.

 

 

당신은 다른 사람의 죄는 이것 저것 말하면서 자기가 죄에 더욱

깊이 빠져있는 것은 모르고 있지요.

인생의 죄는 바로 이런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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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쾌적해지기 위해 지켜야 할 여덟 단계를 제시한 이덕무의 '적언찬(適言讚)'이란 글이 있다.
첫 단계는 식진(植眞)이다. 참됨을 심어야 한다. 사물은 참됨을 잃는 순간 가짜 껍데기가 된다.

아무리 닮아도 가짜는 가짜다. 본질을 깊숙이 응시해야 가짜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다음은 관명(觀命)이다.
운명을 살핀다 함은 오늘 할 일 오늘 하고 어제 할 일 어제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

태도를 말한다.
점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음은 병효(病?)다.
마음을 다스려 잡다한 것에 현혹됨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색과 재물, 능변과 모략, 이런 것에 휘둘리면 방법이 없다.
넷째가 둔훼(遯毁)다.

헐뜯음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것이다. 재주는 이름을 낳고, 이름은 비방을 부른다.
재주를 뽐내면 해코지를 당하고, 그저 감수하자니 바보 같아 못 견디겠다.
그러니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유지하고, 타고난 본바탕을 지키는 자세가 중요하다.
비방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는 이령(怡靈)이다.
정신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작용이 필요하다.

자연에서 정신은 편안해지고, 정은 경계에 따라 옮겨간다.
가을 물과 봄 구름을 보면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생각이 영롱해진다.
여섯째는 누진(?陳)이다.
열린 마음 위에 낡아 진부해진 것들을 끊임없이 덜어내야 한다. 그 빈자리는 새로움으로 가득 채운다.
신진대사(新陳代謝), 즉 진부한 것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시든 것[謝]을 새것으로 대신하는 작용이

활발할 때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진다.

 


일곱째는 간유(簡遊)다.
교유하는 벗을 잘 가릴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배움을 북돋워주고, 재주를 장려해주며, 잘못은 따끔하게 꾸짖고,

가난은 함께 건네줄 그런 동심의 벗이 필요하다.
기생충 같은 무리는 뱃속에 시기심으로 가득 차서 등 뒤에서 헐뜯는다.
마지막 여덟째는 희환(戱?)이다.
말 그대로 우주 안에서 즐기며 노니는 것이다. 내 앞에 내가 없고, 내 뒤에도 나는 없다.

조급해할 것도 성낼 일도 없이 하늘을 따라 즐길 뿐이다.

 


여덟 단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삶을 즐기고, 내 분수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조심조심 지켜 여유롭게 노닐며 한 세상을 건너가자. (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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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자랑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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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의 꿈

 

 

 

 

 

                                    내나이 예순이 넘어 은퇴하게 되면

네바다 사막길옆 라스베가스 변두리에

조그만 오두막집 한 채 얻어 호젓이 살아볼란다. 

 

아침에는 아무때나 깨어나는 대로 일어나

참기름친 야채에 생두부만으로 삼빡히 식사한 후

트로피카나 길을 따라 천천히 조깅을 하고 

 

낮에는 책이니 웹서핑이니 읽기를 즐기다가

졸음이 오면 그냥 그대로 실컷 낮잠자고 일어난 후

전날 사둔 기름살 잘 퍼진 앵거스 스테이크 고기를

후라이판에 올려 지글지글 맛있게 구어 먹을란다.  

 

여태까지는 주는대로 무작정 먹어왔지만

은퇴하고나면 조금은 절제하여

누구처럼 전분과 설탕을 뺀 신선한 야채와 고기만으로

손수 직접 조리하여 묵어볼란다.

 

그간에 오랫동안 너무 게으르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음식만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해거름지는 저녁이 되면 백불 현금 꺼내 주머니에 넣고

불야성 이루는 카지노 도박장으로 설금설금 걸어갈란다.

 

마음이 요상히 꼴리는 노름판에 슬며시 웃으며 끼여 앉아

 

잃으면 자리에서 훌훌털고 일어서 미련없이 걸어나오고

돈을 따면 체력 닿는한 끝없이 죽치고 앉아 계속 따볼란다.

 

 

있는 자는 지은 죄도 돈으로 면하고

없는 놈은 남의 죄도 대신 덮어쓰는

 

있는 자의 속없는 망말은 정의가 되고

없는 놈의 바른 말은 개소리가 되는

 

돈놓고 돈먹는, 돈으로 재단하는 이 따분한 세상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급낮은 저질 노름판에서

세상모르고 살아왔네라.

 

 

죽기 전에 그 축소판에서나마

마음껏 제대로 한 번 판을 휘둘러 볼란다.

 

각종 회의와 전람회 참석차 세계 각처에서 모여드는

다양한 사람들과 재미난 이바구도 나누고

 

휘황한 불빛과 호화찬란한 쇼, 잘생긴 남자들 구경하러  

세계 여러 나라들로부터 모여드는

몸매 좋은 미녀들에게도 미친척 다가가서 꼬셔볼란다.

 

뭐하시는 분이요? 하고 누군가 물으면

내이름 석자 옆에 노름꾼(Gambler)이라 깨끗이 새긴

산뜻한 명함을 건네줄란다.

 

아내와 친구들은 그라모 사람들이 이상케 여긴다고

한사코 기를 쓰고 말릴테니

아이들 결혼시킬 때까지는 어디다 숨겨둘란다.

 

언젠가 사돈될 사람에게만 안비주모 문제댈끼 하나도 엄따.

일단 혼사만 끝내고나면 사돈에게도 뭉터기로 명함을 건네줄란다.

 

 

은퇴 후에는 혀빠진 노동아닌,

점잖게 노름하여 딴 돈으로


마누라 굵은 다이아반지도 하나 마련해 주고, 손자손녀 용돈도 주고

어려운 사람들 십시일반 보태고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 간혹 술도 사고 웃방아가도 넣어주면서

 

험악한  근본주의 돈세상에서

주어진 판 억부로 깨트리지 않고 쉬이 도태되지 않고

그 순리대로 힘써 금력을 적극 추구하며 

끝까지 열심히 잘 살아 내었노라고 힘주어 말 할란다.

 

 

 

 

                 

 

만약에 돈을 전부 일어뿌모 우짤끼고? 하고 누군가 물어오면

 

“딸 때까지 늙어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볼란다” 라고

히히거리며 대답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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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뭐 있냐~~~>

 

 

죽을때 세번 "껄껄껄"

 

 

사람은 죽을 때, '껄, 껄, 껄'하며 죽는다고 한다.

호탕하게 웃으며 죽는다는 뜻이 아니다 .

세가지 아주 치명적인 실수를 후회하며

'~했었으면 좋았을 껄' 하면서 죽는다는 것이다.

 

 첫번째 '껄'은 ' 보다 베풀고 살껄!'이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죽은 다음 재산을

정리해 보면 약간의 돈은 나온다.

그돈을 두고 가는것이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이렇게 다 놓고 갈껄 왜 그토록 인색하게

살았던가 하는 것이다.'

 

두번째 '껄'은 ' 보다 용서하고 살껄!'이다.

죽을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사랑한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르지만, 미워하고

증오했던 이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아, 이렇게 끝날것을 왜 그토록 미워했던가!

이게 마지막인데,

다신볼수 없는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화해할 시간도 없는것이다..

 

 세번째 '껄" 이 가장 중요하다.

'아. 보다 재미있게 살껄!'이란다.

"어차피 이렇게 죽을껄, 왜 그토록 재미없게,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하며 살았던가!"

한다는 것이다.

죽을때가 되니 비로소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제대로 보게 된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다.

 

'왜 그토록 내가 이미 소유한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이토록 재미없이 살다가 가야 하는가'

 

삶이 재미있으면 저절로 베풀게 된다.

삶이 재미있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관대해진다.

억지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것은 더 재미 있으려 노력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재미는 자신이 유괘해지는 상황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것에서 시작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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