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의 꿈

 

 

 

 

 

                                    내나이 예순이 넘어 은퇴하게 되면

네바다 사막길옆 라스베가스 변두리에

조그만 오두막집 한 채 얻어 호젓이 살아볼란다. 

 

아침에는 아무때나 깨어나는 대로 일어나

참기름친 야채에 생두부만으로 삼빡히 식사한 후

트로피카나 길을 따라 천천히 조깅을 하고 

 

낮에는 책이니 웹서핑이니 읽기를 즐기다가

졸음이 오면 그냥 그대로 실컷 낮잠자고 일어난 후

전날 사둔 기름살 잘 퍼진 앵거스 스테이크 고기를

후라이판에 올려 지글지글 맛있게 구어 먹을란다.  

 

여태까지는 주는대로 무작정 먹어왔지만

은퇴하고나면 조금은 절제하여

누구처럼 전분과 설탕을 뺀 신선한 야채와 고기만으로

손수 직접 조리하여 묵어볼란다.

 

그간에 오랫동안 너무 게으르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음식만 마이 묵었다 아이가.

 

 

해거름지는 저녁이 되면 백불 현금 꺼내 주머니에 넣고

불야성 이루는 카지노 도박장으로 설금설금 걸어갈란다.

 

마음이 요상히 꼴리는 노름판에 슬며시 웃으며 끼여 앉아

 

잃으면 자리에서 훌훌털고 일어서 미련없이 걸어나오고

돈을 따면 체력 닿는한 끝없이 죽치고 앉아 계속 따볼란다.

 

 

있는 자는 지은 죄도 돈으로 면하고

없는 놈은 남의 죄도 대신 덮어쓰는

 

있는 자의 속없는 망말은 정의가 되고

없는 놈의 바른 말은 개소리가 되는

 

돈놓고 돈먹는, 돈으로 재단하는 이 따분한 세상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급낮은 저질 노름판에서

세상모르고 살아왔네라.

 

 

죽기 전에 그 축소판에서나마

마음껏 제대로 한 번 판을 휘둘러 볼란다.

 

각종 회의와 전람회 참석차 세계 각처에서 모여드는

다양한 사람들과 재미난 이바구도 나누고

 

휘황한 불빛과 호화찬란한 쇼, 잘생긴 남자들 구경하러  

세계 여러 나라들로부터 모여드는

몸매 좋은 미녀들에게도 미친척 다가가서 꼬셔볼란다.

 

뭐하시는 분이요? 하고 누군가 물으면

내이름 석자 옆에 노름꾼(Gambler)이라 깨끗이 새긴

산뜻한 명함을 건네줄란다.

 

아내와 친구들은 그라모 사람들이 이상케 여긴다고

한사코 기를 쓰고 말릴테니

아이들 결혼시킬 때까지는 어디다 숨겨둘란다.

 

언젠가 사돈될 사람에게만 안비주모 문제댈끼 하나도 엄따.

일단 혼사만 끝내고나면 사돈에게도 뭉터기로 명함을 건네줄란다.

 

 

은퇴 후에는 혀빠진 노동아닌,

점잖게 노름하여 딴 돈으로


마누라 굵은 다이아반지도 하나 마련해 주고, 손자손녀 용돈도 주고

어려운 사람들 십시일반 보태고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 간혹 술도 사고 웃방아가도 넣어주면서

 

험악한  근본주의 돈세상에서

주어진 판 억부로 깨트리지 않고 쉬이 도태되지 않고

그 순리대로 힘써 금력을 적극 추구하며 

끝까지 열심히 잘 살아 내었노라고 힘주어 말 할란다.

 

 

 

 

                 

 

만약에 돈을 전부 일어뿌모 우짤끼고? 하고 누군가 물어오면

 

“딸 때까지 늙어죽지 않고 끝까지 살아볼란다” 라고

히히거리며 대답할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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