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엔 불필요한 서류가 한가득, 옷장 속엔 철 지난 옷들이 산더미, 스마트폰엔 사용하지 않는 어플이 주루룩….

맘먹고 치워도 며칠 만에 도루묵이 되는 상황에 진력이 났다면, 이 책을 한번 살펴보자.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가 한 번 정리하면 두 번 다시 어지르지 않는 정리법을 알려준다.
유치원 때부터 정리에 푹 빠졌고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정리법을 찾았다는 그의 비법은 얼핏 평범해 보인다.
'정리는 단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라.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남긴 물건은 반드시 제 위치를 정해둘 것'.

 


각론이 재미있다.
흔히 말하는 '정리=수납'이 아니라, '정리=버리기'다.
사람들이 정리를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에 감정을 이입해 잘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리자.
①만졌을 때 설레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고

②'장소별'이 아닌 '물건별'로 버릴지 남길지를 결정하며(방부터 정리하고 거실을 치우면 같은 물건을 계속 반복해서 정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③추억의 물건은 가장 나중에 버린다. 희소성 낮은 물건에서 추억의 물건 순으로, 즉 의류→책→서류→소품→사진·편지 순으로 버려야 한다.

④버릴 물건은 절대 가족에게 보이지 마라.
20대 고객 M씨의 집에서 일어난 일.(66쪽) 옷·책·헝겊인형 등 쓰레기봉투 15장 분량이 모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M씨의 어머니가 등장했다.
"어머, 너 이거 버릴 거니?" 쓰레기봉투 위에 세워둔 핑크색 요가 매트에 그녀의 시선이 꽂힌다. "버릴 거면 엄마가 써야겠다.
이것도…." 이 경우, 아깝다는 죄책감에 불필요한 물건을 떠맡게 될 뿐 나중에라도 어머니가 딸의 물건을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⑤친정집을 추억의 물건 피난처로 삼지 마라. 친정에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두 번 다시 그 박스가 열리는 일은 없다.

 


먼저 옷 정리 방법. 집안 곳곳에 있는 자기 옷을 전부 꺼낸 후 한 곳에 쌓아놓고 '철 지난 옷'부터 정리한다.
설레는 느낌을 가장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철 옷은 '설레진 않지만 어제 입었다'거나 '당장 입을 옷이 없어서 곤란해'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설렘 지수' 판단이 어려워진다.

 

 


옷은 포개지 말고 책꽂이에 책을 꽂듯이 '세워서' 수납해야 한다. 옷장에 거는 것도 요령이 있다.
선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듯 '상승' 방향으로 거는 것이다.
왼쪽에는 길고 무거운 옷, 오른쪽에는 짧고 가벼운 옷을 걸어라.
스타킹과 양말은 절대 묶지 말고 김밥 모양으로 말아서 보관하자. 숫자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주름도 생기지 않는다.

 


책을 정리할 때도 일단 책장에서 책을 전부 꺼내야 한다.
책장에 꽂혀 있는 상태로는 설렘의 정도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잠에서 깨우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일반 서적(소설 등)→실용서(참고서, 요리 레시피 책 등)→감상용 서적(사진집 등)→잡지의 순으로, 만졌을 때 '설레는가'만으로 판단해라.
언젠가 읽으려는 책은 과감히 버려라.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마지막은 최고의 난이도, 사진이다.
사진은 추억의 물건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몰아서 정리해야 한다.
다른 물건을 정리하다 곳곳에서 불쑥 출몰하는 사진 때문에 정리 작업이 지체되기 때문. 역시 설레는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자.
"물건 하나하나와 마주해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거쳐 존재하는 지금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156쪽)

 


저자는 "이렇게 정리했더니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지더라"고 말한다.
IT기업에 근무하던 고객은 정리를 통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다.
정리를 끝냈더니 책장에 사회복지 관련서가 유독 많이 꽂혀 있더라는 것.
마음속에 품은 정열을 깨달은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베이비시터 사업을 시작했다.

 


물건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설레는지, 남길지 버릴지 판단하는 것을 수백·수천번 반복함으로써 판단력이 높아지고 더불어 자신감도 상승했다.
심지어 정리를 했더니 살이 빠지고, 물건을 버리니까 피부가 깨끗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번쯤 써먹어 봄 직한 '정리의 마법'이다. (120414)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곤도 마리에 지음|홍성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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