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 요금은 일본, 미국 등 해외 주요국보다 매우 저렴하다. 
해외에선 전기 요금을 꾸준히 현실화해 소비자들의 절약을 유도하는데, 한국전력은 전기를 너무 싼 값에 판매해 방만한 전기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72.4원으로 148국 중 77위였다. 
이탈리아(1kWh당 604.6원), 독일(532.3원), 영국(528.1원), 일본(284.4원), 미국(213.2원) 등 해외 주요국이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전기 요금이 비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에선 다섯째로 저렴했다. 캐나다(81위), 헝가리(91위), 멕시코(92위), 튀르키예(122위)만 주택용 전기 요금이 한국보다 쌌다. 
이 외에도 우리보다 전기 요금이 싼 나라 중엔 아랍에미리트(103위), 러시아(113위), 사우디아라비아(123위) 같은 에너지 부국이 많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닥치기 전과 비교해 네덜란드는 120%, 독일은 73%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등 주요국이 요금을 대폭 올렸지만,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2021년 대비 37.2% 오르는 데 그쳤다.

 

 




해외 주요국은 에너지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책을 만들면서도 전기 요금을 꾸준히 올려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에너지 비용 급증에 대한 유럽 주요국의 정책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는 “유럽의 지원책들은 대부분 전기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행됐다”며 “지원책 역시 에너지 바우처 지급처럼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면서 시장에 왜곡을 초래하지 않고, 전기 요금이 가격 신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소득 수준이 비슷한 일본도 우리나라보다 전기 요금이 훨씬 비싸다”며 “주요국보다 턱없이 싼 전기 요금을 유지하며 제대로 된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하다 보니, 한전은 파산할 지경이고 소비자들 사이에는 방만하게 전기를 쓰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240822)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에 ‘난자 냉동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4층 건물 전면을 채운 분홍색 대형 현수막엔 ‘지금저장소’라고 적혀 있었다. 
난임 치료로 유명한 서울의 한 병원이 난자 냉동 판촉 목적으로 지난 8일에 문을 연 이 점포엔 20일까지 1만명 넘는 여성이 방문했다. 
매장 곳곳에서 20대 남녀 직원들이 방문객 여성들에게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며 난자 냉동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날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여성들은 “난자 냉동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는데 상담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안전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은 ‘자궁내막증이 있어도 시술이 가능할까?’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데 난자 냉동 시술이 가능할까’ ‘부작용은 없을까’ 같은 질문을 연발했고, 직원들은 “냉동 난자라도 수정(受精)·출산엔 지장이 없다”고 안내했다. 
난자 채취 비용은 300만원 선, 난자 은행 보관 비용은 1년 20만~30만원 선이다.

 

 




과거 불치병 진단 등 극단적 상황을 앞두고 선택했던 난자 냉동이 2030 여성들의 ‘결혼 전 필수 옵션’으로 대중화하고 있다. 
전국 의료 기관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 개수는 2020년 4만개가량에서 지난해 10만개가량으로 늘어났다. 
결혼·취업·출산 등 인생 관문 연령이 전반적으로 늦춰지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보존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3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가장 높은 연령을 기록했다.


이날 ‘지금저장소’를 찾아 난자 냉동을 결심했다는 직장인 주모(30)씨는 “입시·취업 관문을 거치는 데 너무도 많은 에너지를 썼기에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다”며 “하지만 40대가 넘어서도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고 싶을 수도 있기에 난자 냉동은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했다. 
난자 냉동 전문 마리아병원 주창우 부원장은 “냉동 난자로 출산한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며 “냉동 난자로 첫째·둘째 아이를 낳은 여성들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가임 능력이 나이와 밀접하다고 말한다. 
초혼 여성 평균 연령이 31.5세가 됐고, 40세 안팎 노산(老産)도 드물지 않아진 상황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난자는 자궁보다 훨씬 빨리 노화한다”며 “가임력이 유지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난자를 채취해 보존하는 것이 향후 늦은 결혼을 생각했을 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쓸 수 있는 난자 개수는 100만~200만개.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소가 노화해 인공수정을 위한 난자 채취가 어려워지기에 미리 난자를 냉동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난자보다 세포 구조가 단순한 정자를 냉동 보존하는 방안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결혼 연령도 높아지면서, 난임의 원인을 남성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상당해지고 있다. 
한 난임 클리닉 전문의는 “요즘 난임의 원인은 과로·음주·흡연 등으로 쇠약해진 남성에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난임 원인의 절반 이상이 남성에게 있는데 남성 대상 클리닉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들도 난자·정자 냉동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관내 6개월 이상 거주한 20~49세 여성 650명을 대상으로 난자 동결 검사 시술비를 1회에 한해 최대 200만원 지원한다. 
경기도는 도내 20~49세 600명을 대상으로 난자 동결에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다. 남성 정자 채취 시술비도 최대 30만원 지원한다.(240822)

 

 

 

북한에서 당·정·군 간부, 외교관, 해외 주재원 등은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엘리트 계층이다. 
이들이 동요한다는 것은 북한 정권이 가장 깊숙한 곳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일이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엘리트층의 탈북이 이전 김정일 집권 시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본지가 21일 통일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단독 보호’ 대상으로 분류한 엘리트 탈북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집계를 시작한 1997년 7월 이후 현재까지 188명이다. 
김정일 사망 시점(2011년 12월)까지 54명,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현재까지는 134명이다. 
‘국정원 단독 보호’ 탈북민은 북한 이탈 주민 관련법에 따른 ‘국가 안전 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국정원장이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주로 북한 외무성, 군, 정보기관, 체제 보위 기관 출신 엘리트다. 김정일 시대 14년보다 김정은 시대 13년에 엘리트 탈북이 집중돼 있다.

 

 




엘리트들의 동요는 전체 탈북민 숫자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김정일 시대 전체 탈북민 2만3027명 중 엘리트 비율은 0.23%인 반면, 김정은 시대 탈북민 1만985명 중 엘리트 비율은 1.22%로 5.3배에 달했다.

 

 




본지가 인터뷰한 엘리트 탈북민 6인은 “이미 핵심 계층 구성원들 사이에서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김정은 체제는 미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김씨 왕조를 모두 겪었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4~2020년 탈북했다. 

외교관 출신 인사는 “자식만큼은 나와 부모님처럼 살게 하기 싫었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리일규 참사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먼저 탈북한 선배 외교관 고영환·태영호의 한국 정착 생활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자유세계를 동경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제2, 제3 리일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240822)

 

 

 

국내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인 주요 대기업이 고령화되고 있다. 
최근 3년간 20대 이하 직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의 비중은 계속 늘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한 데 더해, 기업 채용 방식이 대규모 신입 공채에서 경력직 수시 채용 위주로 바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최근 3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회사 123개사의 임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해당 기업군의 전체 임직원 141만7401명 중 20대 이하 직원은 30만6731명으로 2021년에 비해 1만5844명 줄었다. 
전체 임직원 수는 3만8000명 늘었는데 20대 이하 직원만 급감한 것이다. 
이에 2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도 21.6%로 2021년(23.4%) 대비 1.8%포인트 줄었다.

 

 




특히 IT·전기전자 업종 등 기존에 20대 직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업종과 유통·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서 20대 이하 직원이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의 20대 이하 직원 비율은 2021년 34.2%에서 지난해 28.9%로 하락한 반면, 50세 이상은 16.6%에서 19.8%로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대 이하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의 20대 이하 직원은 지난해 7만2525명으로 2년 전보다 1만7372명(19%) 줄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3.7%에서 27.1%로 6.6%포인트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20대 이하 직원이 3만4929명에서 2만8493명으로 18% 줄었다.


이차전지 업종에서도 20대 이하 직원이 2021년 40.0%에서 지난해 34.2%로 5.8%포인트 줄었다. 반면 50대 이상 비율은 6%에서 7%로 늘었다. 
유통업에서도 30대 미만 비율이 2021년 15.1%에서 지난해 12.5%로 줄었고, 같은 기간 통신업에서는 50세 이상 비율이 8.2%에서 11%로 늘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대기업들이 20대 신입 직원을 많이 뽑던 공채에서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100개 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정기 공채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3년 35.8%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시 채용 비율은 45.6%에서 48.3%로 늘었다. 
또 채용 인원 중 고졸·대졸 등 신입 직원 비율은 2019년 47%에서 지난해 40.3%로 급감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4대 그룹은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반대로 중후장대(重厚長大) 제조 업종에서는 50세 이상 비율이 줄고 20대 비중이 늘어났다. 
해당 업종들은 타 업종보다 50세 이상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신사업과 연구·개발(R&D) 등을 중심으로 젊은 인력을 수혈하면서 연령 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지난해 20대 이하 직원 수가 2021년보다 1만명쯤 늘었다. 전체에서의 비율도 18.7%에서 21.2%로 올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생산직 등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대거 은퇴한 반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미래차 개발 등 신사업 분야에 젊은 인재 채용이 늘었다”고 했다.


조선·기계설비업은 같은 기간 전체 직원이 약 1만명 늘어 8만9566명을 기록했는데, 20대 이하 직원이 3500명 늘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수주 호황으로 R&D, 제조, 사무 등에서 젊은 인력을 대거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부진한 철강업은 전체 직원이 2021년 3만1970명에서 지난해 2만8730명으로 줄었는데, 20대 이하는 4731명에서 4884명으로 소폭 증가해 비율도 14.8%에서 17%로 늘었다. 
건설업도 지난해 전체 직원 수가 3만1239명으로 2년 새 2400명 늘어나는 동안 20대 이하는 795명 증가했다.(240821)


 

 

 

일본 아이돌 그룹들이 내한 공연을 펼치는 J팝 음악 축제가 국내 최초로 오는 11월 8일부터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 아타라시각코! 등 17팀이 내한한다. 
지난달 30일 일부 출연진만 공개된 상황에서 발매된 예매 티켓은 5분 만에 매진됐다.

 

 

<K팝 뉴진스, 도쿄돔 이틀 공연에 9만명 몰려 -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지난 6월 26일 일본 도쿄돔 공연에서 1980년대 일본 인기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부르고 있다. 이틀간 열린 뉴진스 공연은 9만여 명 관객이 관람했다.>

 



K팝이 일본을 석권한 데 이어 J팝이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두 나라 사이 ‘문화 국경’은 이미 무너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상대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문화적 관심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거리낄 일이 아니다. 
최근 일본 도쿄돔에선 한국의 걸그룹 ‘뉴진스’가 이틀 공연으로 9만여 관객을 모았다. 이제는 J팝도 한국 음악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두 나라 젊은이들은 과거의 역사에 사로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일 간 문화 교류에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치기 힘든 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자니즈(현 스타토엔터) 출신 7인조 보이그룹 나니와단시는 내년 1월 11·1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08년 보이그룹 ‘아라시’가 이틀간 4회 공연으로 세운 J팝 역대 최대 공연 동원 인원 3만명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그동안 ‘J팝의 금역(禁域)’으로 통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 개방 조치를 천명한 후, 2004년 전면 개방됐지만 국내 방송에서 일본 음악을 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유튜브, OTT, 음악 플랫폼 등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골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자생적인 팬덤이 생겨났다. 

임희윤 평론가는 “과거에는 한국에서 일본 음악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었다면, 최근엔 틱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악의 국경이 급격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음 달 21~22일 500석 규모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공연하는 도미오카 아이처럼 일본 내에선 유명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도미오카의 노래 ‘굿 바이바이’가 흥행했다. 
OTT에서 흥행한 애니메이션 작품 주제가를 부른 오피셜히게단디즘, 요아소비, 아도 등 J팝 가수들의 내한이 줄을 잇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 음원 시장에도 J팝 인기가 반영되고 있다. 
국내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에서 이용자들의 J팝 재생 수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93%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요를 비롯해 10개 음악 장르별 감상 비율에선 J팝이 1.2%로 재즈(0.6%)와 클래식(0.7%)을 제쳤다. 2018년 J팝은 0.4%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역시 “지난 7월 한국 이용자들 사이 J팝 월간 재생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J팝을 좋아한다고 밝힌 박모(29)씨는 “2~3년 전만 해도 일본 음악을 듣고 있으면 ‘오타쿠’라고 놀림당했는데 이젠 거리에서 J팝 노래가 나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국내 공연 기획사들도 J팝의 한국 상륙을 반기고 있다. 
한 대형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밴드는 영미권 밴드보다 이동 거리가 짧아 초청 비용이 적게 들고, 500~1만을 동원하는 다양한 체급의 팀이 풍성하다”며 “칼군무와 노래가 완벽한 한국 아이돌과 달리 일본 아이돌은 친근하고 예능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인다. 색다른 매력이 마니아층을 결집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J팝도 한국을 세계 진출에 앞서 거쳐야 할 곳으로 보고 있다. 
황선업 평론가는 “그동안 일본은 내수 시장만으로도 수익을 내기 충분했기에 한국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면서 “한국에서 공연하면 인기가 대단한 그룹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 J팝 내한 공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240821)


 

 

 

정치권과 노동계는 2019년 택시 기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를 법제화했다. 
기존 사납금제가 택시 기사들을 과로로 내몰리게 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납금제는 택시 기사가 회사에 하루 13만~15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를 갖는 방식이다. 
또 택시 기사를 위해 우버 등 해외에서는 일반화된 모빌리티 서비스의 진출도 법으로 막았다.

 

 

<논란이 많은 택시월급제 시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택시 회사 차고지에 택시들이 주차 되어 있다.>

 


월급제는 법인택시 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200만원 이상 고정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법인택시 기사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월급제 도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택시업계 노사(勞使)는 여야가 월급제 전국 시행 여부를 논의한 19일 “현실을 모르는 황당한 규제 때문에 택시 산업 전체가 공멸할 위기에 놓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경영난이 심각한데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급을 주면 도산하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월급 206만원을 주려면 택시 한 대당 월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보험료, 가스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법인택시의 월평균 매출이 500만원을 넘은 지역은 서울(509만원)이 유일했다.


택시 기사들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내가 열심히 뛰어서 더 벌 수 있는데 굳이 월급제를 시행해야 하느냐” “모두 적당히 일하고 월급을 받으면 성실한 기사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60대 택시 기사 A씨는 “젊은 기사들은 요즘 잘나가는 배달업계로 빠져 나가고 현장에는 노인이나 ‘투잡’으로 잠깐씩 뛰는 기사들이 많다”며 “주 40시간 이상 일하라고 하면 다른 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시가 2022년 법인택시 기사 7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4%는 기존 사납금제를 선호했다. 
월급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8.7%에 불과했다.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민주노총 전국민주택시노조도 지난 6월 “월급제는 실현 불가능한 제도”라는 입장을 냈다.


교통 전문가들은 “택시 기사를 보호하려는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더 약화시켰고 코로나까지 겹치며 이제는 택시 회사와 기사의 생존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우버나 타다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할 때마다 택시 기사 보호를 명분으로 신규 서비스를 금지하는 규제를 단행했지만 택시 업계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택시 기사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택시업계의 위기 상황은 수치로 나타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전국 법인택시 대수는 7만9291대에서 6만3562대로 1만5729대(20%) 감소했다. 
택시기사 수는 같은 기간 10만2320명에서 7만679명으로 3만1641명(31%) 줄었다. 
5년간 법인택시 기사 3명 중 1명이 업계를 떠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법인택시 가동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택시 10대 중 7대가 회사 차고에서 그냥 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개인택시 대수는 16만4000여 대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 도입이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민주노총이 택시기사들을 위한다며 월급제 전면 도입을 추진하자 노조 눈치를 본 정치권이 면밀한 검토 없이 법제화했다가 막상 시행할 때가 되니 ‘2년 유예’라는 어정쩡한 타협안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 택시회사 관계자는 “법제화를 추진할 당시에도 ‘현실을 모르는 입법’이라고 반대를 했지만 정치권은 귓등으로 들었다. 
유예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세계적으로 택시의 경영과 임금 구조를 이렇게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택배나 배달 등으로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파트타임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지자체들이 지하철·버스 할인 정책을 펴 택시업계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월급제를 시행하기 앞서 택시 회사를 통폐합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240820)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 19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 내 기상 관측기(높이 1.5m)가 잰 기온은 36.5도였다. 
같은 시각 기상청 직원이 아기 유모차쯤 되는 높이 75㎝에서 온도를 쟀더니 40도 가까이 올라갔다. 
햇볕이 지표면에 반사되면서 나오는 복사열 때문에 아스팔트 바닥과 가까운 곳이 훨씬 더 뜨거웠던 것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지표면 -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광장에 설치된 햇빛 가리개(사진 위쪽 삼각형 모양) 아래 그늘(초록색 동그라미 모양)이 주변 노면의 높은 온도(빨간색)에 비해 낮은 온도를 뜻하는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기준 올해 누적 온열 질환자는 2814명으로, 이 중 24명이 사망했다. 
무더위를 일으키는 원인은 강한 햇볕, 뜨거운 열풍, 높은 습도다. 그러나 같은 폭염이라고 해도 ‘체감 더위’는 크게 차이 난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더위는 복사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표면과 떨어진 높이가 체감 더위와 밀접한 것이다. 
특히 지표면에서 50㎝까지 구간은 복사열 강도가 지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뜨겁다. 
경우에 따라 지표면에서 1m까지도 40도 가깝게 기온이 올라 폭염 시 피해야 하는 ‘공포의 높이’에 해당한다.


19일 기상청이 이동식 관측 차량으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2~4시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노면(0㎝)과 높이 150㎝ 지점 기온을 각각 측정했다. 
노면 온도는 최고 58.6도, 150㎝는 36.5도로 기온 차가 22.1도였다. 
기상청이 매일 예보하는 기온은 전국 기상 관측기의 온도계가 설치된 높이 1.5m 부근을 기준으로 한다.

 

 




기상청 실측 값을 토대로 이날 높이별 최고 체감 기온을 산출해보니 밭일을 하려 몸을 웅크린 노인(노면에서 약 50㎝)은 47.8도, 유모차에 탄 아기(75㎝)는 42.4도까지 온도가 오른 공기를 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m 높이에서 실제 예보하는 기온보다 ‘1m 아래’에선 체감상 40도에 육박하는 더 독한 더위를 경험하는 셈이다.


올해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 대부분은 폭염에 밭일을 나간 노인들이다. 
모자를 쓰거나 팔 토시를 착용해도 내리쬐는 햇볕이 체온을 높인 데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까지 몸으로 그대로 받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경남 밀양시에서 밭일을 하다 사망한 60대 여성은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체온이 41.1도에 달했다. 
지난 4일과 8일 각각 광주광역시와 전북 진안군에서 밭일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사망한 80대·90대 여성도 체온이 41~42도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땀샘 감소로 땀 배출이 적고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폭염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모차에 앉으면 지표면과 가까운 데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유모차 내부에 갇혀 더 뜨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은데, 땀으로 체열을 내보내는 능력은 낮다. 
작은 체구로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오래 받으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올여름은 한낮뿐 아니라 오전에도 온열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간대별 온열 질환 사고를 보면 오후 2~3시(10.7%), 오후 3~4시(10.5%), 오전 6~10시(10.6%)에 많았다. 
밤에도 더위가 기승을 부려 밤사이 기온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가 뜨면 곧바로 기온이 치솟는 경향을 보인 탓이다. 
복사열 강도도 오전부터 강하다. 
19일 오전 11시 기준 최고 체감 기온은 경기 화성 36.8도, 인천 33.8도, 서울 33.1도 등으로 오전부터 이미 30도를 훌쩍 넘겼다. 
한낮뿐 아니라 아침에도 온열 질환에 걸릴 수 있으니 안심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온열 질환을 피하려면 하루 중 가장 더운 낮(오후 12시~5시)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야 한다. 
열사병 등 온열 질환은 상태가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열이 쌓이지 않도록 외출을 하더라도 햇볕 쬐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미리 물을 자주 마셔 탈수에도 대비해야 한다.(240820)



 

 

 

“저는 특별했어요. 요즘 배우는 상상도 못 하겠지. 내가 살았던 것과 비슷한 삶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은퇴하는데 전혀 후회가 없어요.”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잘생겼던 것 같아요. 여자들은 내게 사로잡혔어요. 내가 열여덟 살 때부터 쉰 살 때까지.” 
알랭 들롱은 지난 2017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의 직설 화법은 은퇴한 적이 없다.


‘프랑스 영화의 수수께끼 같은 천사’로 불렸던 세기의 미남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이 18일 프랑스 두시(Douchy)에서 89세로 별세했다. 
그의 세 자녀는 이날 “알랭 들롱이 나빠진 건강과 사투를 벌이다 자택에서 가족과 루보(반려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알랭 들롱이 1960년 주연 리플리 역을 맡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 
친구 필립을 죽이고 요트를 몰아 항구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들롱은 이 영화로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다.>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황금기를 이끈 대중 스타로 ‘태양은 가득히’ ‘암흑가의 두 사람’ ‘한밤의 암살자’ ‘볼사리노’ 등 영화 90편에 출연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영화학자 데이비드 톰슨은 알랭 들롱을 두고 “프랑스 영화의 수수께끼 같은 천사, 1967년에 겨우 서른두 살이었고, 어쩌면 여성적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이거나 강력하다고 생각할 만큼 진지하고 깨끗했다. 들롱은 훌륭한 배우라기보다 ‘놀라운 존재감’ 그 자체”라고 했다.


1935년 알랭 파비앵 모리스 마르셀 들롱(본명)으로 태어난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파리 외곽 소(Sceaux)에서 태어났으나 부모 이혼으로 네 살 때부터 위탁 가정에서 자라다 재혼한 어머니와도 살았다. 
가출, 7번의 퇴학, 정육점 직원 등을 거쳐 17세에 입대, 베트남 사이공 해군 기지에서 복무하다 군 차량을 훔친 죄로 불명예 제대했다. 
전역 후에는 파리의 도매시장인 레 알(Les Halles)에서 잡부로 일했고, 카페 종업원, 비서 등 다양한 삶을 살았다. 프랑스 여배우와 만나며 칸 영화제를 방문했다가 할리우드의 가장 유명한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의 눈에 들었다. 
제작자가 영어를 배우라고 했지만, 그는 계약을 파기하고 프랑스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영화에 그다지 많이 출연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다.


1957년 데뷔작 ‘여자가 다가올 때’ 이후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 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관객들에게 이 미남 배우는 ‘톰 리플리’의 현실판처럼 인식됐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가 원작인 ‘태양은 가득히’는 부자 청년 디키 그린리프를 살해한 리플리의 이야기다. 
거짓을 사실로 믿고 싶어하는 ‘리플리 증후군’의 그 리플리를 충실히 연기했다. 
관객은 거짓말하는 살인자에게서 슬픔을 봤다. 방탕하고 천진난만한 부자를 경멸하며 동시에 동경하는 가난한 자의 슬픔. 
작가 필리프 라브로는 들롱을 두고 “그는 기쁨보다 슬픔에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감독은 들롱에게 디키 역할을 제안했지만, 그는 리플리를 고집했다.


세계적 흥행은 한국도 비켜 가지 않았다. 
영어권 제목인 ‘보랏빛 오후(Purple Noon)’ 대신 프랑스 제목을 충실히 의역한 ‘태양은 가득히(太陽がいっぱい)’를 그대로 쓴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미남 배우에게 ‘한국의 아랑 드롱’이라는 수식을 바치는 것도 이때 생긴 전통이다. 첫 영광은 당연히 배우 신성일이 가져갔다.


1967년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한밤의 암살자(Le Samourai)’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사고하는 범죄자’로 선풍을 일으켰다. 
그가 가장 사랑한 장르는 ‘필름 누아르(범죄 영화)’. 
1973년 작 ‘암흑가의 두 사람’은 결국 교수형당하는 범죄자 알랭 들롱과 그를 감싸는 보호감찰관 장 가뱅의 연기 호흡이 호평을 받았다. 들롱은 장 가뱅과 연기할 때 가장 빛났다.


“범죄자들, 배우가 되기 전부터 내 친구였다”실제로 범죄자와의 친분도 감추지 않았다. 
그의 과거 보디가드가 총을 맞은 채 가방에 담겨 쓰레기장에서 발견되며 프랑스 사회는 알랭 들롱이 조연으로 나오는 ‘현실 범죄 드라마’를 보게 됐다. 
들롱의 친구가 살인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내가 아는 갱스터 대부분은 배우가 되기 전부터 내 친구였다. 그들이 뭘하건 신경쓰지 않는다. 각자 자기 행동에 책임지면 된다.”


우익 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과 오랜 친구로 진보 노선을 거침없이 비판해 왔다. 
특히 사형제 폐지와 동성 결혼 허용을 비판했다. 
2019년 칸 영화제가 그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을 준다고 하자, 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세기의 미남’도 자연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스위스에서 요양을 해왔다. 
그의 아들은 “스위스에 거주하는 아버지는 상황이 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안락사를 택할 것”이라 말했다.


수많은 여성과 결혼하거나 동거했지만, 그가 가장 사랑한 여성은 영화 ‘크리스틴’(1958)에 함께 출연한 독일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1938~1982)였다. 
잡지 기자와 인터뷰하며 자살로 사망한 그녀를 떠올리면서 과거의 편지 문장을 꺼냈다. 
“비스콘티 감독은 우리가 서로 닮았다고 했었어. 분노, 두려움, 불안의 순간에 둘 다 미간에 V 자가 그려진다나. 렘브란트 자화상에 그려진 ‘렘브란트의 V’라고 하네. 하지만 지금 잠든 당신을 보면, ‘렘브란트의 V’는 사라졌어.” 이제는 그의 얼굴에서도 ‘렘브란트의 V’가 지워지고, 편안한 얼굴일 것이다.(240819)


 

 

 

지난 5월 음주 뺑소니를 일으켜 구속 기소된 가수 김호중(33)씨 사건 이후 국회에선 이른바 ‘술 타기’(음주 운전 사고 후 또 술 마시기)나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자 김씨의 극성 팬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낙선 운동, 탄핵을 하겠다” “당신들은 악마 같다”며 전화·문자 폭탄 등을 날리고 있다. 
의원과 보좌진은 “팬덤에 한번 좌표가 찍혀버리니 정상적 의정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최근 술 타기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일명 ‘김호중 방지법’을 발의했다. 
음주 운전으로 세 차례 적발되면 면허를 영구 박탈하거나, 술 타기를 아예 방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민주당 서영교,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도 최근 취지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자 김호중씨 팬들은 이런 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은 물론이고 지역 사무실에도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사무실 앞으로 달려가 시위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화도 걸려온다.


박성훈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음주 뺑소니 혐의를 피하고자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김씨 범행 수법이 상세히 알려져 모방 범죄도 속출했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낸 법률이지 특정인을 비난하겠다는 취지가 아닌데 이런 반응은 당혹스럽다”고 했다. 
신영대·박성훈 의원이 낸 법률안 원문을 보면 김호중씨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된 술 타기 등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법률안에 사건 가해자·피해자 등 특정 인물 이름을 따 ‘○○○법’ 같은 별칭을 붙이는 것은 정치권에서 흔한 관례다. 
그런데도 김호중씨 팬들은 “법이 통과되면 낙선 운동에 나서겠다”며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1만 건 넘는 반대 글을 쏟아냈다. 
“반성하고 있는 젊은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법이다” “왜 사람을 평생 죄인으로 만드냐” 같은 의견도 있었다. 18일 밤까지 박성훈 의원 법안에 6200여 개 반대 의견을 비롯, 서영교(4500여 개), 신영대(1300여 개) 의원도 ‘반대 폭탄’의 표적이 됐다.


전문가들은 극렬 팬덤 문화가 전화·문자 폭탄으로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여야의 주류 정치인 팬덤이 비주류 의원들을 압박·제거하고자 이런 일을 했는데, 이제는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 교수는 “자기편이라면 불법·부도덕도 일단 옹호하고 보자는 그릇된 군중심리가 정치권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며 “각종 비리 정치인들이 ‘나는 무죄’ ‘마녀사냥’ ‘정치 탄압’이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모습을 가수 팬클럽이 본받은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팬덤이 국회의 입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법안의 핵심인 모방 범죄 반복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댓글 테러로 입법 기관을 부당하게 압박하는 현상만 남았다”고 했다.


한편 일선 경찰은 음주 음전 혐의를 피하고자 ‘김호중 따라 하기’ 행태를 보이는 운전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장은 “음주 운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 ‘방금 술을 마셨다’며 다 마신 술병을 흔드는 피의자가 많아졌다”고 했다. 
음주 의심 차량이 경찰 추격을 피하다 인명 사고를 내거나, 고위 공직자까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버티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240819)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둔 뒤 틈나는 대로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포장하거나 분류하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이씨의 주요 수입원이고, 강아지 산책시키기와 고양이 돌봐주기 등 간단히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까지 합하면 일주일에 30시간가량 일한다고 한다. 
그는 “풀타임 알바를 하기엔 장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부담이 컸다”며 “일단 필요할 때마다 생활비를 벌면서 나만의 운동복 브랜드를 만들려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도로변에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취업자 4명중 1명꼴로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였다. 
주 36시간은 일반적으로 근로 조건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단시간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기업이 필요한 시간만큼만 사람을 고용하고, 근로자는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가 확산하고 있다. 
주 5일 40시간씩 회사에 붙어 있는 정규 근로자보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가 빠르게 느는 것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주당 36시간보다 적게 일한 단시간 근로자는 680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7000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전체 근로자 가운데 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3.6%까지 뛰었다. 
국내에서 일하는 사람 4명 중 1명은 단시간 근로자인 셈이다. 
일주일에 1~17시간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로 범위를 좁혀도 255만7000명이나 됐는데,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는 ‘긱 워커(gig worker)’ 증가세는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15~29세와 30대 단시간 근로자는 1년 전보다 각각 5만5000명, 7만명 늘었다. 
30대 이하만 12만5000명 늘어난 것이다. 60대 이상도 13만2000명 증가했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 졸업반 김모(26)씨는 평일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주말 이틀간은 편의점에서 14시간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김씨는 “취업하려면 2~3년은 준비해야 하는데, 이 기간에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그때까지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 긱 워커의 증가는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과 관련 있다. 
기업들이 신입 사원 공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면서 양질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목표하는 직장에 취업할 때까지 생활비라도 벌고자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1년 전(10.4개월)보다 한 달가량 늘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50%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며 “결국 일해야 할 청년 절반 정도는 사회생활의 시작부터 저숙련 단기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층과 더불어 긱 이코노미를 이끄는 주축인 고령층은 이미 대다수가 단시간 근로자다. 
지난달 기준 70세 이상 가운데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135만6000명이었던 반면, 36시간 이상은 71만8000명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확대해 온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하루에 3~4시간 일하는 데다, 고령층이 많이 진출하는 요양 보호사도 보통 하루에 한 집당 3시간씩 방문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는 청년층 긱 워커와 달리, 고령층 사이에선 “일자리 정보가 부족해 원하는 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기 부천시의 한 학원에서 주 6일 아침 3시간씩 청소하는 김모(72)씨는 “낮에도 일자리만 있으면 일하고 싶지만 정보가 없다”며 “학원 청소 자리도 아는 사람을 통해 연결받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 능력이 없는 고령층은 빨리 은퇴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를 탄탄히 해주고, 근로 능력과 의욕이 있으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820)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 등이 정규직을 쓰는 대신 필요에 따라 단기 임시·계약직을 주로 고용하는 방식의 경제 형태. 
1920년대 미국의 재즈 공연장에서 즉석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긱(gig)’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 
과거 배달, 대리운전 등에서 최근 컨설팅·전문직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직장인 최모(56)씨는 지난 10일 경기도 가평군으로 반려견을 포함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한 닭볶음탕 전문점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식당에 갔더니 “강아지는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짖어서 시끄럽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군청에 민원이 들어가면 과태료를 문다는 게 이유였다. 
최씨는 차 안에서 인근 식당 4곳에 전화를 돌리고 나서야 “야외 좌석만 가능하다”는 식당을 찾았다. 
그는 “온라인에 있는 후기에는 반려동물 동반이 된다고 한 식당도 정작 가보면 안 된다는 곳이 많다”며 “어느 식당은 야외만 되고, 어느 식당은 반드시 안고 있어야 된다고 하고 규정도 다 달라 전화를 꼭 해봐야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 손님들의 항의와 민원도 잦아졌다. 
사진은 16일 경기도 양평의 한 카페에 반려동물 동반 손님들을 위한 안내 사항이 입간판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습. 이 카페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예스 펫 존(Yes pet zone)’과 동반이 불가능한 ‘노 펫 존(No pet zone)’으로 운영된다.>

 


휴가철 해외여행이 힘든 ‘펫캉스족’이 교외나 국내 휴양지로 몰리면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업장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펫캉스족이 해마다 크게 늘며 일반 손님들의 불편함도 더 커졌고, 반려동물이 출입 가능한 공간이 야외 등으로 제한된 곳이 많아 펫캉스족은 여러 식당과 카페를 전전하고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 동반’ 업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사실상 불법이라, 업주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휴가철 ‘펫캉스족’이 해마다 늘며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 손님들의 항의와 민원도 잦아졌다. 
강원도 홍천의 한 카페 사장은 “반려동물 동반 카페인 것을 알고 온 손님이라도 워낙 카페 내에 개가 많고, 한번 짖기 시작하면 개들이 다 같이 짖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성수기엔 사람도 많아 더 혼란스럽다”고 했다.


휴가철 펫캉스족도 불편함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손님들의 항의에다 지자체 위생 단속 등으로 식당 규정이 자주 바뀌고, 반려동물 동반 입장의 규정도 업장마다 제각각이라 ‘식당 찾아 삼만 리’를 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윤모(29)씨는 “대부분 테라스 자리에만 반려견을 받는데, 요즘 같은 땡볕에 야외에 앉을 수는 없다”며 “실내 반려견 출입이 되는 곳을 찾아 소셜미디어를 열심히 뒤져본다”고 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동반 출입 업장 자체가 사실상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동물 출입이 되는 경우 영업 공간과 동물이 머무는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손님이 반려동물을 동반한 경우,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거나 매장 바깥에 반려동물을 묶어두어야 한다. 
흔히 무릎에 개를 올려놓고 식사가 가능한 대부분의 ‘반려동물 동반’ 업장은 불법인 것이다. 
야외인 테라스 역시 영업장 면적에 해당되는 경우 반려동물 출입이 안 된다. 
불법 영업이 적발되면 업소는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손님을 받다가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한동안 받지 않다가 다시 허용하는 업장도 있고, 손님이 적은 평일에만 반려동물을 허용하기도 한다. 
또 불법 영업인 것을 알지 못하고 반려동물을 받는 업장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 등의 주인과 반려인들은 정부가 나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여 반려동물 동반 가능 음식점의 시범 운영을 2년간 한시 승인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공개했는데, 시범 사업 대상 업장이 아니더라도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불법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품이 진열되거나 제공될 때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덮개를 사용하고, 반려동물이 매장 내를 돌아다닐 때는 반드시 목줄을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규칙을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업소는 ’규제 정보 포털’ 웹사이트에서 ‘규제 샌드박스 현황’ → ‘반려동물 동반’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240817)


 

 

 

인체의 노화가 44세와 60세에 집중적으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별·인종과 관계없이 해당 시기에 노화를 유발하는 생체 분자가 급격하게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은 인체의 단백질과 대사산물, 미생물 등 수천 가지 생체 분자와 미생물군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밝혔다. 
연구진은 심혈관, 근골격계 질환 등이 특정 연령대에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해 생물학적 노화에 대한 대규모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25~75세 참가자 108명을 대상으로 혈액과 대변, 피부, 구강과 비강 등에서 총 13만5289종의 생체 분자 샘플을 수집한 후 평균 1.8년(최장 6.8년)간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노화와 관련된 생체 분자들이 특정 시기에 급격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노화 관련 분자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40대 중반과 60대 초반에 급격한 노화를 이끈다는 것이다. 
특히 44세와 60세에 노화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 초기에는 40대 중반의 급격한 변화가 여성들이 겪는 조기 폐경의 영향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성별과 인종을 구분해 분석해도 40대 중반과 60대 초반에 노화가 집중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40대 중반에는 심혈관 질환과 카페인 및 알코올 관련 대사 능력이 저하되고, 60대 초반에는 면역력과 신장 기능이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와 근육 노화는 40대 중반과 60대 초반 모두 급격하게 발생했다.


다만 연구진은 44세와 60세에 노화 관련 생체 분자가 집중적으로 활성화되는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다. 
연구진은 노화의 일부 원인이 생활 습관 등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40대와 60대에 건강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근육 손실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운동을 늘리는 것과 같은 생활 방식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240816)


 

 

 

2014년 처음으로 유통되기 시작해 불과 8년 만인 2022년 국내 포도 시장 1위(재배 비율 41.4%)를 차지한 샤인머스캣 열풍이 주춤해지고 있다. 
1위로 올라선 지 불과 2년 만인 올해 재배 비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 사이 물러나 있던 캠벨얼리와 거봉은 반격에 나섰다. 
샤인머스캣은 기존 포도의 3~4배 가격을 받으면서도 달달한 맛을 무기로 입소문이 퍼졌지만, 많은 농가가 재배에 뛰어들자 가격이 하락했다. 
농가들은 떨어진 단가를 보완하려 한정된 농지에 과도하게 많은 묘목을 심으면서 당도와 품질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캠벨얼리와 거봉의 재배 비율은 샤인머스캣 등장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샤인머스캣의 전성기가 ‘2년 천하로 끝나는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1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샤인머스캣 포도. 몇 년 전만 해도 ‘명품 포도’ 취급을 받던 샤인머스캣은 국내에서 재배 농가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내리고, 소비자 선호도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처음으로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샤인머스캣은 ‘포도계의 에르메스’ ‘망고맛 포도’라는 별칭을 얻으며 여름철 고급 과일로 성장해왔다. 
샤인머스캣 인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빙수, 음료, 과자뿐 아니라 화장품에까지 활용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주로 팔리던 품종인 캠벨얼리, 거봉보다 2배 가까이 가격이 높아 귀농(歸農)한 많은 농사꾼들이 재배에 뛰어들었다.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치솟자 내리막길을 걷던 포도 농가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줄곧 줄어왔던 포도 재배 면적은 샤인머스캣의 인기로 2019년 1만2676ha(헥타르)로 반등했다. 
이후 2023년 재배 면적은 1만4706ha로 나타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고 있다. 
전국 포도 재배 면적의 큰 비율은 샤인머스캣이 차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전체 포도 중 샤인머스캣 비율이 4%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3.9%로 급증했다.


너도나도 샤인머스캣 재배에 뛰어들자, 가격도 낮아지고 품질 논란도 벌어졌다. 
샤인머스캣이 채 성숙하기 전에 수확을 하거나, 한정된 농지에 과밀하게 묘목을 심는 등 농가가 이익만 과도하게 추구했기 때문이다. 
포도 유명 산지인 김천시의 농가 사이에선 샤인머스캣의 적정 밭 용량으로 1980㎡(약 600평) 9000송이 정도가 권고된다. 
하지만 농가들은 많이 심을수록 당장의 이익이 많이 나는 탓에, 1980㎡에 1만5000송이까지 심기도 했다. 
땅의 영양분이 과일로 잘 전달되지 않아 당도도 떨어지고 크기도 작아지게 된다.

 

 




이 탓에 한때 한 송이에 2만원이 넘던 샤인머스캣은 2023년 기준 5000원까지 거래됐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하면 2kg당 2만4442원으로 거봉(2만3600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갈수록 샤인머스캣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자, 포도 농가에서는 “샤인머스캣이 예전만큼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오가기도 한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 샤인머스캣 재배 비율이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전체 포도 중 샤인머스캣의 비율은 2021년 31.6%, 2022년 41.4%, 2023년 43.9%로 해마다 늘었지만, 2024년에는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여 42.6%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캠벨얼리와 거봉은 그 빈틈을 노리고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였던 두 품종은 2024년 다시 반등해 캠벨얼리가 29.4%, 거봉이 17.8%로 전망됐다.


유통업계에서도 캠벨얼리와 거봉에 다시금 눈을 돌리고 있다. 
이마트는 여름 과일 기획전을 열어 캠벨얼리(1.5kg)와 거봉(1.4kg)을 모두 19900원에 판매 중이다. 
쿠팡은 이번 달 초 포도 농가에서 직접 포도 28톤을 매입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샤인머스캣 600g은 9990원, 캠벨얼리 1kg은 1만1990원, 거봉 600g은 9230원에 살 수 있다.(240812)



 

 

 

서울예대는 2학기부터 여학생이 생리 공결을 사용할 때 소변검사로 ‘생리 중’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강의에 불참해도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일선 학교에 도입됐다. 
생리 공결에 소변검사 결과를 요구한 대학은 전국에서 서울예대가 처음이다.

 

 




2018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서울예대는 일부 여학생이 실제 생리 중이 아닌데도 제도를 부정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생리 공결 인정 기준 강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81건이었던 생리 공결 건수가 지난해 2773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1학기 전체 출석 인정 건수 53.5%가 생리 공결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학은 최근 학내 공지에서 “일부 학생은 생리통과 무관하게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생리 공결을 활용해 부정 사용 예방 방안을 모색했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소변검사’ 실시 후 발급되는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첨부해야만 출석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인근 특정 협력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난 8일 서울예대가 발표한 생리 공결 개편안>

 


서울예대는 현재까지 진단서·진료 확인서만 제출해도 생리 공결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이 결과도 신뢰할 수 없으므로 생리를 할 때 호르몬 변동으로 인한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소변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일부 교수는 여학생들이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생리 공결을 신청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주말을 끼고 쉬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반발한다. 재학생 김모(21)씨는 “한 학기 세 번 생리 공결은 학칙에 규정된 권리”라며 “지금까지도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제출했는데 소변검사까지 받으라는 건 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여학생은 “피 묻은 생리대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 항의 집회를 하겠다”고도 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 기준 재학생 3153명 가운데 여학생이 1963명(62%)인 여초(女超) 대학이어서 반발 여론은 확산 중이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각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 중에선 서울대·경상국립대·제주대·전남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고려대·성신여대·중앙대 등 사립대도 생리 공결제를 받아들였다. 
한 달에 한 번 별도 서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학(중앙대)부터 교수 재량에 맡긴 대학(고려대)까지 인정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상당수 여학생은 증빙 서류 제출 등이 부담스러워 생리통을 참으면서 출석할 때도 많다. 
한 여학생은 “남성 교수·의사에게 생리 공결을 신청하거나 진단서를 발급받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강의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면 이미 강의 불출석만으로도 시험이나 과제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며 “진단서도 모자라 소변검사까지 받아오라는 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소변검사로 100% 생리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예대는 “여러 지적이 있어 이번 조치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내에선 “생리 공결 건수 증가를 제도 활성화로 볼 수도 있는데 왜 부정 사용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외대는 2018년 생리 공결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에게 생리 주기를 전산망에 입력하라고 했다가 “대학이 여성의 몸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엔 조선대의 한 교수가 “여학생들이 생리 공결을 쓰면 태도 점수를 깎겠다”며 “신고할 거면 신고해라. 난 국가의 부름(예비군)이나 3촌 이내 사망만 공결을 인정한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성학자들은 “생리는 여성의 고유한 신체 경험으로 증상도 개인마다 다르다”며 “남성 보직 교수들이 주류인 대학 사회에서 이 신체 경험까지 일률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은 문제”라고 했다. 
일부 남학생은 “우리는 예비군 훈련 공결도 인정 못 받을 때도 많고 아프면 그냥 결석을 하는데 왜 생리만 예외냐”며 “생리 공결제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한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학생 생리 공결 사용을 제한하기보단 남학생 병가를 일정 부분 보장하는 식의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240817)


 

 

 

15일(현지 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광장. 
이날 오후 2시쯤 광장에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군을 사열하며 ‘국군의 날’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30여 분가량 진행된 이날 군사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는 행사 시작 20여 분 뒤 펼쳐진 폴란드군이 자랑하는 주요 무기 7종을 선보인 행진이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군을 사열하는 모습. 
두다 대통령 차량의 바로 뒤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수출한 K9 자주포(맨 오른쪽)가 뒤따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난해 퍼레이드에서는 선보이지 않고 올해 첫 등장한 다연장로켓(MLRS) ‘호마르K’였다. 
이는 K방산의 대표 주자인 천무를 폴란드 정부의 요구 사항에 맞게 개조해 지난해 납품한 ‘폴란드 버전’의 무기다. 
이번 퍼레이드에서는 미국에서 만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보다 앞서 소개되며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5분 뒤에는 또 다른 한국산 무기인 K2 전차가 등장했다. 
독일의 레오파드2,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와 함께 등장한 K2는 폴란드군이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차세대 기갑부대의 주력이다. 
그로부터 3분 뒤에는 지난해 행사에도 동원됐던 K9 자주포가 또다시 등장했다. 
또한 이날 K9 자주포에 이어 등장한 폴란드형 자주포 ‘크라프(KRAB)’가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는데, 크라프의 차체는 한국산 K9 차체를 사용했다.

 

 




폴란드 정부와 현지 매체 디펜스24 등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군은 병력 2500명과 전차, 자주포, 미사일 발사대, 방공 시스템, 220여 대의 군용 차량 등을 동원했다. 
주요 무기 7종을 선보였는데, 이 가운데 한국산이 3종을 차지하며 최근 폴란드 국방력에서 커진 한국산 비중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퍼레이드가 ‘K방산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한국에서 수입한 최신 무기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기존에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생산된 무기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 방산 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무기를 생산·납품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에 더해 현지에 기술 이전과 비교적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도 어필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022년 천무 288대, K9 자주포 672문, 현대로템과 K2 전차 1000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기본 계약을 발표하고 순차적으로 한국산 무기 체계를 들여오고 있다. 
이 같은 기본 계약을 토대로 폴란드 정부는 천무와 관련해 2022년 218대에 대한 1차 실행 계획을, 올해 72대에 대한 2차 실행 계획을 각각 체결해 최종 도입 규모를 290대로 정했다. 
K2 전차는 2022년 1차 계약을 통해 180대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K9 자주포는 2022년 218문에 대한 실행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12월 금융 계약 체결 등을 조건으로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에 서명한 상태다.


폴란드 진출은 K방산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일 뿐만 아니라 동유럽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앞다퉈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도 한국산 무기 도입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정부가 최근 수년간 K방산 무기 체계를 대규모로 도입한 것은 군 현대화와 최신 무기 도입 필요성이 커져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가 기존에 보유하던 소련 및 러시아산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폴란드 정부는 군 현대화와 함께 미국, 영국 등 나토(NATO)와의 결속 강화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나토의 신속 대응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토는 집단 방위 조약에 따라 회원국이 공격당하면 함께 방어에 나서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 긴급 상황에서 모든 회원국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폴란드는 자국의 위치가 러시아와의 최전선에 가까워, 신속한 군사적 대응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 수입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240819)



 

 

 

열대과일의 본고장 동남아시아가 한국 과일에 빠졌다. 
베트남 제사상에 배와 사과가 오르고, 인도네시아는 한국 딸기 수입국 1위가 됐다. 
동남아 현지에 진출한 대형마트에서 한국 과일을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을 경험한 동남아 사람이 많아지고,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과일 화채를 먹거나 아이브 장원영이 딸기를 먹는 장면이 전파되는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과일이 고급 과일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류의 영향으로 열대 과일의 본고장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과일이 고급 과일 대우를 받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베트남 하노이센터점 입구에서 보이는 ‘과일 특화존’.>

 



이달 초 롯데마트는 베트남 하노이센터 지점을 리뉴얼하면서 ‘과일 특화존’을 열었다. 
마트 전면에 배치된 과일 판매대에서 한국 제철에 맞게 딸기·배·샤인머스켓이 팔리고 있다. 
유교 문화권 베트남은 고급 과일을 제사상에 올리는 관습이 있는데, 한국 배·사과가 오르기도 한다. 
명절 ‘뗏(Tet)’ 기간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 상품 총괄 박동환 디렉터는 “제수 음식이 정형화된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선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과일이 고급으로 인식돼 부유층 자제들은 제사상에 한국 과일을 올린다”고 했다.


현지 과일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구매 열기가 높다. 
현지에서 재배한 딸기는 롯데마트 하노이센터점 기준으로 12만9000동(한화 7000원)인데, 한국 수입 딸기는 18만9000동(1만원)으로 50% 가깝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베트남산 배는 1개에 4.5만동(2400원)에 팔리는데, 한국산 배는 9만동(4900원)에 팔린다.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의 신선과일 매대.>

 


베트남 현지 이마트에서도 한국산 배·사과·딸기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초 사과·배는 국내에서도 물량이 적어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베트남 전역에서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딸기의 경우 현지 이마트에서 설향 품종을 항공 직송으로 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판매율이 2022년 15%, 2023년 30%, 24년 상반기 30%가량 신장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딸기는 1팩(330g)에 30만동(1만6500원) 수준이다. 
온도에 민감한 딸기 특성상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항공으로 상품을 받고 냉장 차량을 사용하는 등 물류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젊은 층 사이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일반 소주보다 과일 소주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이트진로는 ‘자몽에 이슬’을 비롯한 과일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하이트진로 과일 소주 가격은 6만5000동(3500원)으로 하이네켄 맥주 캔 2만500동(1100원)의 3배가 넘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거리 주점 78곳 가운데 64곳에서 과일 소주와 참이슬 후레쉬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의 과일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도 동남아에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해외 판매 실적을 보면 미국과 중국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각각 45%와 49%이지만, 동남아 시장인 베트남은 102%, 필리핀은 271%를 기록했다. 
무학 역시 동남아 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주류 기업으로서 처음으로 2017년 6월 같은 업종의 해외 업체인 베트남 ‘빅토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주력 소주 제품인 ‘딱 좋은데이’, 과일 리큐르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탄산주 ‘톡소다’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한국 과일들은 신선도와 판매처를 표기하는 등 신뢰성을 내세워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롯데마트 동남아 법인은 국내 지자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사과·배·복숭아 등을 주력으로 수입한다. 
복숭아의 경우 딸기와 마찬가지로 항공으로 운송해 출하한 지 48시간 이내에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는 경상북도 지역 농가와 과일 수출업체의 신선 과일에 대해 홍콩 당일 배송을 지원한다. 
올해 6월부터 신선 과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인천에서 홍콩으로 주 4회 과일을 운반한다. 
온도에 민감한 과일의 품질 유지를 위해 페덱스 인천 물류센터의 120㎡ 규모 콜드체인 시설에 보관된다.(240722)



 

 

 

120년 전통 서울 종로 광장시장이 새판을 짠다. 
‘먹방 투어’의 성지로 손님을 끌어 모았지만, 특정 구역에만 몰리거나 시장 건물 2층과 3층에는 빈 점포가 많아 실속 없는 유명세라는 분석도 있었다. 
게다가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값 바가지 논란까지 거세게 일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이 모여 1905년 설립한 광장주식회사는 현재까지 시장 건물의 관리와 운영을 도맡고 있는데, 이 광장주식회사가 최근 카페 스타벅스, 영화 스타워즈 팬덤 등과 손잡으며 대규모 혁신을 준비 중이다. 
이곳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오래 머무르는 곳, 볼거리가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광장시장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빈대떡 골목, 육회 거리와 같이 식당 위주로 들어선 시장의 한가운데 건물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것이다. 
예정 부지는 시장 만남의 광장과 인접한 한복 별관 건물 2층이다. 
원래 이곳은 시장이 들어선 1900년대부터 영업을 이어오던 한복, 원단 가게들이 있었다. 
점차 손님이 줄고 영업이 부진하자 가게들이 떠나고 공실로 남아 있었다. 
광장주식회사와 서울시는 이곳의 활성화를 위해 ‘핫 플레이스’의 지표라고도 불리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로 했다. 
스타벅스에 건물 소유주인 ‘광장주식회사’가 임대하는 방식이다.

 

 

 

 

같은 건물 3층에는 오타쿠(마니아)들을 위한 ‘덕질 발효 창고’가 들어선다. 
집에 두면 짐이 되는 오래된 피규어, 장난감을 한 데 모아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쓰지 않던 낡은 장소가 ‘레트로 감성’을 입고 오타쿠들의 성지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종로구가 기획하고, 덕질을 좋아하는 동호회 ‘뉴팬덤’이 소속 회원을 모아 전시를 꾸려나간다. 
전시관은 ‘추억 보관 창고’ ‘창의력 보관 창고’ ‘애착 보관 창고’ 등 3개 콘셉트로 구성된다. 
이달 초부터 시범 운영 중이며 주요 물품은 스타워즈, 마블 피규어와 같은 장난감 등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1호 기증자로 나섰다. 
지난 1일 스타워즈 팬덤, 광장시장 관계자와의 업무 협약식 자리에서 정 구청장은 1호 보관 물품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선물한 스타워즈 광선검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광장주식회사 관계자는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 같지만 1층과 식당 점포에만 몰리고 그 이외의 구역에는 공실이 많았다”며 “먹거리 시장이라는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략적으로 다양한 손님을 맞을 수 있도록 꾸미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광장시장의 또 다른 전략은 오랜 전통이 있는 가게와 한 달마다 바뀌는 가게를 공존시키는 것이다. 
청계천 마전교와 인접한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365일장’이라는 소품숍이 나온다. 
이곳은 평소에는 소품과 광장시장 먹거리를 재구성한 식품을 팔지만, 기업과 협업해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기도 한다. 
최근 2년간 주류회사 제주맥주, 홍수골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요리주점 용용선생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재는 와인 유튜버 ‘와인킹’과 와인과 식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365일장을 운영하는 추상미(46) 대표는 “부모님이 평생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해오셨는데, 나는 시장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 성별의 손님이 오는 만큼, 같은 가게만 운영하지 않고 팝업스토어 형태로 여러 가게의 콘셉트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시장 안에는 MZ 세대의 필수 코스라 불리는 놀거리들이 한데 모였다. 
전생 테스트를 하고 왕·성균관 유생·황진이·주모·돌쇠 등 콘셉트로 네컷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생 사진관, 소쿠리에 담긴 수박 미니어쳐 등 아기자기한 물건을 파는 소품숍, 아코디언 모양 가방으로 유명한 플리츠마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 사례다. 
또 시장 바깥까지 줄이 이어지는 찹쌀 꽈배기 외에도 광장 라테로 유명한 커피 바(bar) ‘일호상회’, 튀르키예 간식 카이막을 파는 ‘미크플로’ 카페도 방문객들이 몰리고 있다.


작년 말 바가지 논란으로 반성 대회까지 열었던 광장시장의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시 ‘정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또 바가지를 씌우거나 강매를 할 경우 영업정지 조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당한 것 같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준 종로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회장은 “겉모습만 바뀌는 게 아니라 상인들도 모두 바뀔 필요가 있다. 내부 자정 노력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240722)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은 금 40개(은 27개·동 24개)로 종합 2위, 일본은 금 20개(은 12개·동 13개)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이 금 13개(은 9개·동 10개)로 8위를 하면서 ‘아시아 빅 3′가 종합 10위 안에 들었다. 
2020 도쿄에서 16위로 밀렸던 한국이 스포츠 강국 위상을 되찾았다. 
다만 한국은 양궁이 5개 전 종목 금메달을 따내고 사격에서 깜짝 금메달 3개를 따낸 덕이 컸다. 
저변이 광범위하고 탄탄한 중국·일본과 다소 차이가 있다.

 

 

<(왼쪽) 파리 올림픽 다이빙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 금메달을 따낸 중국 취안훙찬-천위시. (가운데) 레슬링 여자 자유형 76㎏급 금메달을 딴 일본 유카 가가미. (오른쪽) 양궁 3관왕을 달성한 한국 임시현.>

 


중국은 미국(금 40개·은 44개·동 42개)과 끝까지 1위 경쟁을 했다. 
미국이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67대66, 1점 차로 누르고 올림픽 8연패(連覇)를 달성하면서 중국에 역전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08 베이징 1위 이후 가장 많은 금메달을 파리에서 거둬들였다. 
전통적인 메달 밭 다이빙(금 8개)과 탁구(금 5개)에선 전 종목을 석권했다. 
다이빙이나 탁구는 축적된 경험에 1세대 스타들이 코치나 감독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물려주는, 이른바 ‘성공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망주를 일찍 발굴하고, 앞선 ‘성공 세대’들 노하우를 접목해 엘리트 선수를 키워내는 프로그램은 독보적이다.


사격과 역도에서도 각각 금메달 5개를 차지했다. 아티스틱 스위밍에 걸린 금 2개를 다 땄다. 
이 종목 최강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올림픽 출전 금지를 당한 영향이 있었다. 
중국 금메달 종목은 13개(메달 종목 21개). 특히 판잔러(20)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46초40)한 장면이 백미였다. 
남자 자유형 단거리는 아시아 선수가 정복할 수 없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판잔러는 지상 훈련을 할 때 외국인 트레이너 도움을 받고, 수중 카메라를 동원해 프레임 단위로 영법을 분석한 다음 교정하는 과학적 지원을 마음껏 받았다. 
정친원(22)은 남녀 통틀어 아시아 국가 선수로는 첫 올림픽 테니스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일본은 2020 도쿄에 이어 연속 3위를 차지했다. 전체 16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효자 종목인 유도(금 3·은2·동3)가 예상 밖으로 ‘부진’했지만 레슬링에서 금메달 8개(남녀 각각 4개)를 쓸어담았다. 지난 도쿄 대회(금 5개)보다 더 성과가 좋았다. 
일본은 여자 레슬링(자유형만 진행)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부터 유망주 발굴에 힘썼다. 
20여 년 전인 1980년대 중반부터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클럽을 만들며 저변을 넓혀왔다. 
4회 연속 올림픽을 제패한 이초 가오리, 일본 레슬링 영웅 요시다 사오리는 이때 발굴한 1세대 레슬러다. 
2016 리우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 4개, 은 3개를 획득한 일본은 도쿄에서 10개를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투자 결실은 이번 파리에서 나왔다.


육상 여자 창던지기 기타구치 하루카는 이 종목 첫 일본 올림픽 사상 첫 육상(트랙·필드)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기타구치는 2019년부터 체코 등 이 종목 선진국인 유럽에서 집중 훈련을 하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1~2년 사이 급성장했다.


일본은 젊고, 역동적인 신생 스포츠에도 강하다. 
스케이트 보드에서 금 2개(은 2개)를 따 이 종목이 처음 치러진 도쿄 대회(금 3·은1·동1)의 선전을 이어갔다. 
여자 스트리트 우승자인 고코 요시자와는 다음 달에 만 15세가 되는 어린 선수다.


일본은 올림픽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2010년 ‘스포츠 입국 전략’이란 활성화 정책을 세우고 이듬해 스포츠 기본법을 만들어 5년 단위 계획을 통해 경기력 강화에 나섰다. 
2015년엔 스포츠·청소년국을 스포츠청으로 격상시켜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투자했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에서 한국에 뒤졌던 일본은 2016 리우부터 추월에 성공했다.(240813)



 

 

 

서울대 기부금을 모으는 서울대발전재단이 최근 ‘서울대 학부모’임을 나타내는 차량 스티커를 홍보물로 발급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나 백화점·면세점 VIP 스티커 같은 ‘과시용 상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2100명이 ‘서울대 자식 자랑 스티커’를 발부받은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날 “자녀 학적 인증을 거쳐 무료로 학부모들에게 스티커를 발급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서울대 로고와 함께 ‘프라우드 페어런트(Proud Parent·자랑스러운 부모)’ ‘아임 맘(I’m Mom)’ ‘아임 대드(I’m Dad)’라는 문구가 영어로 표기됐다. 
발급 비용은 무료다. 학부모 연락처 등 정보를 수집, 서울대 기부금 모금을 위한 판촉물이라고 서울대는 설명했다.

 

 

<서울대발전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2000부 이상 찍어낸 차량용 스티커. 
서울대 로고와 함께 ‘프라우드 패밀리’ ‘프라우드 페어런트’ ‘아임 맘’ ‘아임 대드’ 등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서울대 학부모임을 나타내는 일종의 ‘자랑 스티커’다.>

 


서울대 안팎에선 “학벌주의에 편승한 천박한 구별 짓기 아니냐” 같은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재학생 김모(24)씨는 “재학생 의견도 듣지 않고 만든 스티커”라며 “‘서울대생은 선민의식이 있다’는 식의 괜한 선입견만 고착시킬까 우려된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23)씨도 “유명 대학이나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점퍼는 소속감 고취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쳐도, ‘우리 애 서울대 다녀’ 스티커는 좀 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스티커를 발부받아 차량에 부착했다는 한 50대 전문의(서울 강남 거주)는 “자식 자랑이 불법도 아닌데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백화점 명품관 스티커보다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역시 서울대 재학생 딸을 둔 윤모(55)씨는 “국회의원 배지, 대기업 사원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징”이라며 “부모가 자기만족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자녀 키워서 서울대 보내느라 고생하셨고, 또 감사하다’는 뜻이 담긴 기념품”이라며 “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유명 대학에서도 이 같은 스티커를 만든다”고 했다. 
실제 유학파 학부모 사이에선 ‘우리도 미국처럼 이런 걸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학부모 인증 기념품은 과시 욕구가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는 “사업 중단 계획은 없다”고 했다.(240815)




 

 

 

서울 광진구에서 자폐를 가진 초4 아들을 키우는 임모씨는 매주 월요일 오전 특수학교 수십 곳에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자리가 났는지 묻기 위해서다. 
임씨 아들은 3~4세 수준 지능으로 말은 알아듣지만 일반 학교 수업은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식사나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 
그런데 집 근처 특수학교는 정원이 꽉 차 일반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을 다니고 있다. 
임씨는 “3년째 전화를 돌리고 있지만 ‘입학 희망자가 너무 많다’ ‘정원 초과’라는 말뿐”이라며 “학교에 앉아만 있다 오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학령인구는 줄고 있지만 임씨 아들처럼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들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4년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수교육 대상자는 11만5610명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교육청이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학생이다. 
2019년 대비 전체 유·초·중·고 학생 수는 5.7%(2023년 기준) 줄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특수교육 대상자가 늘어나는 건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며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엔 자녀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단조차 안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엔 일찍부터 검사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흥행해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된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건수는 2013년 2만1789명에서 2022년 18만1219명으로 약 8배 늘었다.


여러 장애 중에서도 최근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학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자폐성 장애 학생은 2020년 1만3917명에서 올해 2만2194명으로 4년 만에 59% 늘었고, 지적장애 학생은 같은 기간 5만693명에서 5만7883명으로 14% 증가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70%가 자폐성·지적장애다.

 

 

<지난 12일 공립 특수학교인 동진학교가 들어설 서울 중랑구 부지 인근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제는 이들이 다닐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국 특수학교는 195개. 10년 전보다 29개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여러 교육청들이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하지만 주민 반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예컨대, 서울교육청은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는 중랑구에 특수학교(동진학교)를 짓는 계획을 2012년 세웠지만 12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부지를 정했다가 주민이 “집값 떨어진다”고 반발해서 바꾸는 등 지금까지 8번이나 설립 계획을 바꿨다. 
2020년 개교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에야 계획 발표 6년 만에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특수학교 대신 일반 학교에 가는 장애 학생도 많다. 
특수학교는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학생들만 입학하는 ‘중증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25년 차 특수교사 A씨는 “장애 학생 수준에 맞춘 개별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중증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교육은커녕 기본 생활을 봐주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도 여전히 부족하다. 특수교사 1명이 맡는 학생 수는 2021년 4.17명에서 올해 4.28명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교사 1명당 학생 4명이 기준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매년 교사 수를 늘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학생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 특수교사는 “6명 정원인 학급에 7~8명 받는 경우도 많다”면서 “3~4개 학년을 동시에 가르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권택환 대구교대 특수통합교육과 교수는 “최소한 법으로 정해진 학급 정원은 지킬 수 있도록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40815)


 

 

 

굳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좋다. 
지금 우리 극장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은 미국의 ‘공연계 오스카’ 토니상 수상 대작 뮤지컬들로 북적인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우리 창작진과 배우들이 빚어낸 화려한 무대는 덤이다. 
13일 현재 우리 극장에 공연 중인 주요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받은 토니상 숫자는 총 18개. 
토니 8관왕 ‘하데스타운’, 6관왕 ‘시카고’, 4관왕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이 맞붙고 있다. 
내달 7일엔 토니 6관왕 ‘킹키부츠’도 초호화 캐스팅 10주년 기념 공연을 개막한다. 
‘토니상 뮤지컬 대전’이라 할 만하다.


공연계에선 지난해 티켓 매출만 5000억원에 육박한 한국 뮤지컬 시장을 미국과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큰 시장으로 본다. 
시장이 크고 관객이 열정적인 만큼 뮤지컬 본산인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인정받은 대작 뮤지컬들도 해외 투어나 라이선스 공연 때 늘 우선순위에 놓고 한국 시장 문을 노크한다. 
영국 로런스올리비에상을 7개, 미국 토니상을 5개 받은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뮤지컬 ‘마틸다’나 토니상 10관왕 ‘물랑루즈!’처럼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최초로 현지 언어 라이선스 공연을 하는 경우도 이젠 낯설지 않다.

 

 




‘넌 또 출근해, 또 출근해, 퇴근은 없어….’ 
마녀들이 부르는 이 복장 터지게 애절한 노래 속에, 지옥의 왕 하데스가 지배하는 하데스타운의 사람들은 고향도 잊고 이름도 잊은 채 고된 노동의 춤을 춘다.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토니상 수상 뮤지컬은 21세기의 새로운 고전이 될 ‘하데스타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뉴올리언스풍의 재즈와 포크 록에 실어 대공황기를 연상시키는 스팀펑크 분위기의 현대적 서사로 재해석했다. 
초연부터 “완벽하게 천국 같은 작품”(버라이어티)이자 “현대의 우화가 된 그리스 신화”(가디언)로 극찬받았고, 브로드웨이에서 벌써 1억8900만달러(약 26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선 코로나 팬데믹 와중이던 2021년 초연에 이어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라이선스 재연이 진행 중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4년 공연.>

 


관객을 사로잡는 힘의 요체는 신화를 지금 우리 이야기로 다시 풀어낸 동시대성일 것이다. 
예술가 오르페우스(조형균·박강현·김민석)는 가혹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불러올 노래를 완성하려 발버둥치느라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연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는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하데스가 내민 ‘노예 계약서’에 서명한다. 
젊은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이 황량하고 신산한 것은 신화 속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https://youtu.be/Pfwt09WDFAs?si=XsPY0omD5Tqp8jyj




고된 불황기를 연상시키는 지상 세계는 자유로운 대신 춥고 배고프고, 하데스타운에선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하데스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인간들이 녹슨 기계를 돌리며 장벽을 쌓아 올린다. 
이 설정은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쌓았던 트럼프 시대의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뮤지컬은 배우·음악·무대장치 등 무대 위 모든 것이 우아하게 세공된 톱니바퀴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며, 그 전체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이룬다. 
비록 끝이 정해져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꿈과 사랑,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지옥 끝까지라도 가보는 것이 젊음. 신화의 결말을 알면서도 무대 위 젊은이들은 다시 처음부터 노래를 시작한다. 
여배우 최정원이 최재림, 강홍석과 함께 극의 안내자인 헤르메스 역을 맡아 성별 벽을 허문 캐스팅도 화제다. 
10월 6일까지, 8만~17만원.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다이스퀴스 역 배우 정상훈의 지난달 9일 언론 시연회 공연 장면.>

 


하데스타운이 본격 문학이라면,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은 부담없이 깔깔 웃으며 볼 수 있는 주말 심야 코미디 영화 같다. 
20세기 초 영국 런던,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송원근·김범·손우현)는 어머니의 죽음 뒤 자신이 고귀한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백작 작위와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을 꼬집는 블랙 유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구성으로 코믹하게 그려나간다.


이 뮤지컬의 진짜 볼거리는 몬티 나바로의 살인 행각에 차례로 우스꽝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귀족 가문의 후계자들을 포함해 1인9역을 연기하는 ‘다이스퀴스’(정상훈·정문성·이규형·안세하)의 대활약이다. 
성직자, 동성애자, 은행장, 백작 등 남자뿐 아니라 중년 여성들까지, 수십 초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분장을 고치곤 다시 무대에 올라 온몸을 내던지며 관객을 웃긴다. 
다이스퀴스 역에 캐스팅된 정상훈은 국내 OTT의 코미디 시리즈 ‘SNL’로 이름을 알린 희극 배우. 
그는 언론 공개 시연회에서 “이 작품엔 어디 견줘도 손색없는 음악이 있고, 다른 작품에 없는 코미디가 있다. 파격적인 소재에도 극본이 아름답고 군더더기가 없는, 총천연색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뮤지컬”이라고 했다.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0월 20일까지, 6만~15만원.


예매 사이트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열면 가장 먼저 ‘티켓 판매 사기 주의’ 공지가 뜬다. 
돈이 있어도 표를 구할 수 없을 지경인 이 뮤지컬의 놀라운 인기의 방증. 
‘시카고’ 역시 1997년 토니상 6관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초연 이후 이번 17번째 시즌까지 누적 공연 1500회, 관객 154만명을 넘어섰다. 
미워할 수 없는 두 여주인공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 역에 각각 최정원·윤공주·정선아와 아이비·티파니·민경아가, 변호사 ‘빌리 플린’ 역에 박건형·최재림이 열연 중이다. 
디큐브링크아트센터에서 9월 29일까지, 8만~16만원.


이 밖에도 토니상 뮤지컬은 한 해 내내 우리 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봄엔 토니 3관왕 ‘넥스트 투 노멀’, 2관왕 ‘그레이트 코멧’, 5관왕 ‘디어 에반 핸슨’이 공연을 마쳤다.(240814)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2일 당산동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한 80대 여성 사망 사고가 버스 기사의 과실로 일어났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해당 기사를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피해자 A씨는 12일 오전 10시 46분쯤 문래역 인근 정류장에 멈춘 지선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가 피해자가 완전히 하차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연 채 급출발하자, 피해자는 버스 계단에서 추락해 뒷바퀴에 치여 숨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확보한 감시 카메라 화면엔 피해자가 버스가 완전히 멈춘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를 시작했지만 버스는 그가 두 발을 땅에 완전히 딛기도 전에 출발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버스 뒷바퀴에 깔렸고, 승객들이 “멈춰요, 멈춰” “사람이 떨어져 깔렸다”고 소리를 지른 뒤에야 버스 기사가 상황을 인지하고 정차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본지 통화에서 “몇 달 전에도 어머니가 버스 급정거로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며 “그때 ‘버스가 정차하면 일어나시라’고 당부를 드렸는데, 원칙대로 행동하셔서 변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귀중한 인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가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니 말이 되느냐”며 “어머니의 죽음이 너무도 허망해 화가 난다”고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보면, 버스·택시 등 여객운수업 종사자는 승객 승하차 시 전후방을 살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을 완전히 닫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출발시키거나 운행하는 행위’ ‘여객이 승하차하기 전에 자동차를 출발시키는 행위’는 모두 금지돼 있다. 
특히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로 분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된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버스에서 내리던 8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스 기사는 승객이 내리는 중인데도 문을 연 채 버스를 급출발했고, 완전히 내리지 못한 승객은 계단에서 추락해 뒷바퀴에 치여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시내의 한 버스 공영 차고지의 모습.>

 



그러나 이날 오전 서울 도심 곳곳의 정류장에서 승하차가 끝나자마자 문도 닫지 않고 출발하는 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은 일상이었다. 
한 30대 승객은 “문 열리기 전에 다 의자에서 일어나 대기한다”며 “승객도 바쁘고 기사도 바쁘니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던 70대 승객은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리면 이미 출발해 버리니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2년 12월 광주광역시에선 한 어린이 통학 버스 기사가 11세 아동이 땅에 두 발을 모두 딛기도 전에 출발해 전치 11주의 부상을 입혔다. 
2020년엔 서울 중구에서 버스 급제동으로 70대 노인이 사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2023년 5년간 접수한 버스 난폭 운전 관련 민원은 428건. 이 중 절반 이상인 219건(51%)이 60대 이상 고령자 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끄러짐·넘어짐’이 282건(65.9%), ‘부딪힘’이 61건(14.3%), ‘눌림·끼임’이 58건(13.6%) 이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민원 게시판에는 올해 2월부터 ‘난폭 운전’ 키워드로만 “급출발 덕에 다칠 뻔했다” “난폭 운전으로 관절 나간다” 등 민원 2650건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11개 노선 23대와 마을버스 14개 노선 28대를 조사한 결과, 주행거리 100㎞당 62.6회꼴로 급출발·급정지 등 위험 운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선 버스 기사들은 “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우리도 억지로 난폭 운전의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고 했다. 
교통 체증·사고 등으로 배차 시간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데 회사에서 심하면 징계까지 준다고 한다. 
승객 승하차 안전 교육을 일선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고, 이번 사고 버스 기사도 수시로 교육을 받았지만 형식에 그친다고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능한 기사는 무조건 시간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승차 승객이 완전히 차내에 자리를 잡고 하차 승객이 정류장에 내려 안전을 확보한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버스·택시 등이 출발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다.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후진적인 ‘빨리빨리’ 대중교통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며 “배차 시간 준수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임을 전체 사회 구성원이 인지하게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240814)



 

 

 

‘시청역 역주행 참사’ 등으로 고령 운전자 사고의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가 만 75세 이상 고령자의 ‘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등 택시 면허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 택시 기사’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 안전사고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달 중 ‘택시 운송 사업 발전 계획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택시발전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야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계획안을 통해 국토부에 건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시내 택시 기사 6만8989명 중 75세 이상은 5263명으로 약 7.6% 정도다. 
서울시는 이 숫자를 점차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개인택시 기사가 되려면, 다른 개인택시 기사의 영업 면허를 양수(讓受)해야 한다. 이른바 ‘번호판 구매’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서 75세 이상 운전자가 앞으로 번호판을 살 수 없게 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75세를 넘긴 개인택시 기사는 어쩔 수 없지만, 신규 진입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 운전자의 고령화도 문제지만, 택시 운전사의 고령화는 승객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법인택시의 경우 면허를 가진 택시회사가 기사를 고용해 운전을 맡기는 형태인데, 65세 이상의 경우 촉탁직으로 단기간만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연령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도심에 빈 택시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서울시는 75세 이상 택시 기사가 면허를 시(市)에 반납할 경우 ‘감차 지원금’을 대폭 올려주는 방안도 내놨다. 

감차 지원금은 일종의 ‘보상금’ 제도다. 지원금 총액은 법인 2300만원, 개인 2800만원 수준인데, 시중의 거래 시세보다 턱없이 적어 2016년 이후 지급된 적이 없다.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 면허는 8500만~1억2000만원, 법인은 3000만~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원금을 총 4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 경우 개인택시엔 별 효과가 없을 수 있지만 법인택시엔 효과적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75세 이상 택시 기사의 은퇴를 유도하는 ‘당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면허 자격 유지 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 도로 찾기, 표지판 인식 등 검사에 ‘야간 시력 검사’ ‘브레이크 압력 검사’ 등 세부 항목을 추가해 검사의 문턱을 높이자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총 3만9614건이었다. 
200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등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지난달 1일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낸 운전자도 68세로,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0일 인천 남동구에선 70대 화물차 운전자가 사고를 내 가로수를 정비 중이던 작업자 2명이 숨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고령 운전자’ 기준을 75세 이상으로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고 보고 택시 운전자부터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다만 택시 업계 등에선 “신체 능력이 각자 다른데 나이로 일률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240813)


 

 

 

검찰·경찰이 한국 남성을 비하한다는 논란을 부른 손동작인 ‘집게손’ 표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넥슨이 제작한 게임 ‘메이플스토리’에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것으로 허위 지목된 여성 작가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 네티즌들을 재수사하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여성계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7일 번복했다. 
“수사가 미흡했다”며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집게손은 무언가를 집으려고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동작을 가리킨다. 
2030 남성들은 극단적인 여성주의 진영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性器)가 작다’고 조롱하는 표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 동작을 한 캐릭터를 본 남성들은 이를 ‘남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영상 제작에 참여한 여성 A씨가 과거 여성주의 성향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집게손을 그린 주동자로 지목하고 그의 신상 정보를 유포하고 모욕성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집게손을 그린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 6월 서울 서초서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네티즌 35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과거 여성주의에 동조하는 듯한 소셜미디어 글을 게시했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피의자들이 A씨 관련 글과 댓글을 올린 행위를 처벌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여성계는 “여성주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혐오 대상이 됐는데도 경찰이 직무를 유기했다” “피해자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송치한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전형적인 논리”라며 반발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도 항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번복 결정과 검찰의 사실상 재수사 지휘는 이례적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한 점을 고려할 때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집게손은 성별 대결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표현인데 경찰의 수사와 입장 표명에 미흡한 측면이 있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집게손은 2021년 GS25 편의점 행사 포스터에서 소시지를 이 동작으로 집는 모양이 묘사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안내 포스터, 르노코리아 사내 홍보 채널 등에서 집게손이 등장했다며 남녀가 갈등했다. 
이후 GS리테일 계열사 홍보물에서만 집게손 관련 논란이 15건이 넘었고, SK하이닉스·LG전자·현대건설·농심·무신사·이마트 등 민간 업체 홍보물 20여 건, 국방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 홍보물 20여 건 등에서 집게손이 문제가 됐다. 
외신도 이 논란에 주목, “한국에선 남녀의 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진다”고 했다.


일부 남성은 ‘집게손’을 “묵과할 수 없는 남성 혐오 표현으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임모(20)씨는 “일베의 ㅇㅂ 손동작이나 나치의 철십자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박지연(27)씨는 “어쩌다가 쓸 수 있는 표현을 모조리 남혐으로 몰아가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 민승진(28)씨는 “이런 식의 남녀 대결이 소모적이고 피로하다”며 “생각이 다른 타인을 비난하고 파멸시키는 데 전심전력을 쏟는 사회가 된 듯하다”고 했다.(240812)


 

 

 

광복회와 야권이 실체가 없는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으며 초유의 광복절 경축식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추진을 언급한 적이 없고, 12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도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광복회와 야당은 “’뉴라이트’인 김 관장 임명부터가 문제”라며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광복회가 김 관장의 사상과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는 것은 표면적 이유이고, 실제로는 자신들이 독립기념관장으로 밀던 인사가 탈락하자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광복절에 정부의 공식 경축식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 등의 별도 행사는 서울 효창공원에서 두 쪽이 나 열리게 된다.

 

 

<기자회견하는 독립기념관장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회와 야당 등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2일 광복회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현 상태에선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 회장에게 ‘건국절 추진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회장은 “정부가 그런 생각이라면 (독립기념관장) 인사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식적인 행동이 있어야 우리가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발단은 독립기념관장 선출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독립 유공자 후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인사 철회라는 공식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장 선정 과정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도 했다. 
광복회는 독립기념관장으로 백범 김구의 장손자인 김진(75) 광복회 부회장을 지지했다. 
이 회장은 후보로 올라온 김 부회장 심사 과정에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제척됐는데 이것이 불법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1위 후보(김 관장)가 임명됐다”며 “광복회가 독립기념관장 자리는 독립운동가의 유족만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다만 우 의장에게는 “국회의장은 삼부 요인이자 입법부의 수장인데 자칫 국가 행사에 나가지 않으면 정당인으로 취급받으며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와 야당에서 ‘친일파’ ‘뉴라이트’라고 공격받고 있는 김 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논란에 반박했다. 
그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반대한다”며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해방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며 “(광복회와 야권이) 여론 몰이로 마녀사냥식 인민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일본 신민’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에 강제 편입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기정이) 일본 국적이 돼 올림픽에 일본 대표로 참가했고 당시 우리 국민이 일본 여권으로 세계를 여행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부정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며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나라를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는 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연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퇴 의사는 없다며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다 소명됐다고 본다”며 “이를 토대로 광복회에 참석을 재차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240813)

 



☞건국절 논란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을 기념하자는 차원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가의 기본 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날 건국됐다고 보고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것이다. 
2차 대전 종전으로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광복절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면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을 추진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2학년 김은지(가명·9)양은 군것질을 입에 달고 산다. 
아빠는 돈벌이를 하느라 바쁘고, 베트남 출신 엄마는 우리말이 서툴러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김양 몸무게는 92㎏(키 142㎝). 당뇨 전 단계에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있지만 편의점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어른들 몰래 숨어서 먹는다. 
얼마 전부턴 생리를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김양을 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비만으로 성조숙증이 발생한 것”이라며 “먹는 것과 운동량 등이 조절 안 돼 살이 찐, 어린이 비만에서 볼 수 있는 최악의 경우”라고 했다.


아이들이 살찌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최근 발표한 ‘2023 비만 팩트시트(2023 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19.3%)이 비만이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지역 인구 대비 환자 수 비율)이 남녀 모두 증가했다. 
남아는 2.5배(10.4% → 25.9%), 여아는 1.4배(8.8% → 12.3%)로 늘었다. 특히 학령기 아동 가운데 많다.

 

 

<비만 어린이 캠프에 참가해 안간힘을 쓰며 살빼기 운동을 하는 아이들. 
지난 2007년 8월 2일 오후 군포보건소와 군포청소년수련관에서 함께 마련한 '2007 어린이 건강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부모 학력이 낮을수록, 가구 소득이 적을수록, 농촌에 살수록 소아·청소년의 비만 확률이 높아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깊어지는 추세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연구팀이 지난 5월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매년(2006~2020년) 참여한 중·고등학생 82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 수준 지표 중 청소년 비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버지 학력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어머니 학력, 가구 소득, 거주 지역 순이었다. 
연구팀은 “소아·청소년에서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사회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추세는 심각한 문제”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건강 격차의 근본 원인인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점도 비만과 연계해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교육 기회가 적은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가 자녀에게 관심을 쏟는 정도도 낮아서 아이들이 쉽게 살찔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소년의 비만 관련 요인에 대한 다층 모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의 소득이 낮을수록, 거주 지역에 편의점이 많을수록 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경우 지자체가 주는 아동 급식 카드를 활용해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흔한데, 집 근처 편의점에서 고열량 군것질에 익숙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뚱뚱하면 성인이 됐을 때도 비만할 확률은 70~8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몸 안에 지방이 쌓이면 호르몬계가 교란돼 성호르몬이 만 8~9세 이전에 분비되고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소득 격차, 불평등은 한 줄로 묶여 있는 구조여서 따로 떼놓고 보면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가난과 비만을 함께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정책 연구 ‘소아 비만과 학업성과의 관계’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어린 시절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학교 성적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성인기에 직업 전망 및 소득 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9일 신체뿐 아니라 정신·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학교 내에 통합 지원 센터를 만드는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통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청소년(12~17세) 5명 중 1명(18%)은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240810)



 

 

 

지난 7일 오전 전남 무안군의 한 양계장. 
오전 9시인데도 기온이 33도까지 올라 얼굴이 후끈거렸다. 
1980㎡(약 600평) 크기 축사 안에 들어가니 치킨용 닭 4만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입을 계속 뻐끔뻐끔하고 있었다. “닭은 사람처럼 땀샘이 없어서 저렇게 숨을 내쉬면서 체온을 낮춰요. 얘들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 죽겠어요.” 농장 주인 김화실(59)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일 전남 장성군 장성읍의 한우 축사. 찜통더위로부터 한우를 지키기 위해 물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와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돌리고 있다.>

 


축사 안에는 ‘쿨링패드’ 2대와 환풍기 18대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쿨링패드는 벽에 붙어 있다. 가로 25m, 세로 2m로 꽤 크다. 
물을 뿜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를 식히는 장비다. 1대당 가격이 3000만원이나 한다.


닭이 잘 자라는 온도는 23도, 습도는 50% 정도다. 
김씨는 “24시간 이렇게 용을 쓰는데도 축사 안 온도가 29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 속이 탄다”며 “무더운데 소나기까지 자주 와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충북 괴산에서 8년째 닭을 키우고 있는 주영환(69)씨는 “올여름 폭염으로 닭 2000마리가 죽었다”며 “남들은 열대야 때문에 못 잔다고 하는데 농민들은 애들 걱정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연이은 찜통더위에 축산 농가들이 ‘온도 낮추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농민들은 “축사 안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려고 매일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양식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2만4000마리다. 작년보다 17만 마리 많다. 
닭·오리가 39만3000마리, 돼지가 3만1000마리다. 더위에 약한 닭 피해가 특히 크다. 
양식장에서는 강도다리, 조피볼락(우럭), 넙치 등 43만9000마리가 죽었다.


한우 농가는 물안개를 내뿜는 ‘쿨링포그’로 버티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전남 장성군 한우 농가. 천장에 달린 쿨링포그 장비에서 물안개가 번지자 한우들이 몰려들었다. 
요즘에는 열대야 때문에 24시간 가동한다. 대형 환풍기 40여 대도 함께 튼다. 
농장 주인 심성택(58)씨는 “요새 축사 안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한우들 살이 쑥쑥 빠진다”며 “쿨링포그를 풀가동해야 겨우 2도 낮추는 정도이지만 이마저 없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의 젖소 농장에서는 하루 두 번 젖소들에게 물을 뿌려 샤워를 시킨다. 
2시간마다 항문에 얼음을 넣기도 한다. 매일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고 햇빛을 막는 차광막도 설치했다. 
양영모(38)씨는 “이렇게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데도 우유 생산량이 15% 줄어 속상하다”고 했다.


여름 영양식을 먹이는 곳도 많다. 지난 5일 찾은 전북 임실군의 한우 농가에서는 소들이 비타민, 염분 등이 든 ‘미네랄 블록’을 핥아 먹고 있었다. 이 농장은 소에게 생옥수수도 먹이고 있다. 
농장주 김모(66)씨는 “생옥수수는 수분이 많아 여름에 꼭 챙겨 먹인다”며 “더위에 소들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사료에 스트레스 완화제도 섞는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도 상승해 전국 앞바다 곳곳에 고수온특보가 내려졌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산소량이 줄어 어패류가 폐사한다. 
지난 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은 햇빛을 막는 차광막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산소발생기도 준비했다. 이곳에서는 조피볼락과 참돔 등 40만 마리를 키운다. 어민 김수환(42)씨는 “올해 폭염이 심해 작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복 굶기기’에 나섰다. 전복이 먹고 남은 먹이가 썩으면 물속 산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덜 먹이는 것이다. 
주영철 완도군 어패류팀장은 “전복이 살이 빠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살리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240809)


 

 

 

국민 5명 중 3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58.2%가 이같이 답했다. 
보사연이 작년 6~8월 19~75세 국민 395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았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웨딩타운의 한 드레스샵에 웨딩드레스가 전시돼 있다.>

 


또 전체 응답자 3명 중 1명(33%)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의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 갈등도(4점 만점)는 2.93점으로 측정됐다. 
이보다 5년 전 조사(2018년·2.88점) 대비 0.05점 올랐다.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응답자들은 특히 진보·보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92.3%로, 2018년(87%)보다 5.3%포인트 높아졌다.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 대기업·중소기업 갈등(71.8%), 지역 갈등(71.5%) 순이었다. 
또 ‘주택 소유를 둘러싼 갈등’의 경우, 2018년 49.6%에서 60.9%로 올랐다. 
보사연 연구진은 “사회 갈등의 상당수는 ‘불공정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3명 중 2명(65.1%)은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이처럼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답변은 청년(62.1%), 노년(59.4%)보다 중장년(67.9%)층에서 더 높았다. 
불공정한 영역으로는 ‘기업 성과 평가와 승진 심사’(57.4%), ‘사법·행정 시스템’(56.7%) 등이 꼽혔다. 
불공정의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7.8%), ‘지나친 경쟁 시스템’(26.6%), ‘공정한 평가 체계 미비’(15%), ‘공정에 대한 낮은 인식’(13%), ‘계층 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6%) 등을 꼽았다.(240805)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 13곳 회원 수백 명이 참여한 동아리가 마약 투약·유통, 집단 성관계의 온상이었음이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에 이르는 학생 마약 사범이 5년 새 약 11배로 늘어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18년 123명이었던 학생 마약 사범 숫자는 2019년 241명, 2020년 368명, 2021년 494명, 2022년 543명으로 늘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347명으로 급증했다. 
20대 마약 사범도 작년 8368명으로 2022년(5804명)보다 44.1% 증가했다. 5년 전인 2018년(2118명)보다는 4배 가까이로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가는 물론이고 일선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마약 단속·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에서 마약 1회분이 운동화 한 켤레 정도 가격인 10만원대에 거래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학생들이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에 마약에 손을 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에 사법 처리한 동아리 회원 14명 외에도 또 다른 투약·유통 혐의자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회장 A씨를 고리로 이 동아리에 마약을 공급해 온 외부 대형 조직에 대한 조사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마약 동아리 회장으로 투약·유통에 앞장서 구속 기소된 A(31)씨는 과거 절도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2020년 서울 강남구 고급 호텔 창고에서 263만원어치 와인 등 주류 34병을 훔치거나,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에서 스피커와 유명 브랜드 여행 가방 등 금품 약 35만원어치를 절취한 혐의(절도죄)로 이듬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A씨는 또 2021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20대 여성 B씨와 다수 남성의 집단 성행위 자리를 마련해 기소되기도 했다. 
2022년 중순부터 작년 초까지 마약 동아리가 아지트로 사용한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선 고성, 소란 등을 이유로 수차례 민원이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A씨가 다녔던 카이스트는 6일 성명을 내고 “A씨는 이미 제적돼 카이스트 재학생이 아니다”라고 했다. 
카이스트는 “A씨가 해당 동아리를 결성한 2021년 이전인 2020년 카이스트에서 제적돼 사건 범행 시에는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었다”며 “카이스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의 위험성과 경각심을 고조할 수 있는 마약 예방 교육을 조속히 실시하고, 우리 학생들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240807)



 

 

 

쓰레기 분리 배출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한 해 종량제 봉투에 무단 투기되는 폐플라스틱 양이 국민 1명당 34k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mL 플라스틱 생수병(약 20g)으로 환산하면 1년에 1700여 개를 무단투기하는 셈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배달 음식 확산, 분리 배출에 대한 피로도 등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성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공단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압축한 뒤 큐브 형태로 묶은 ‘플라스틱 베일(bale·더미)’을 쌓아올리고 있다.>


7일 본지가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중 폐플라스틱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재작년 기준 우리 국민은 분리 배출(일 86.81g)보다 종량제 혼합 배출(일 93.3g)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폐플라스틱은 재질·종류·크기와 상관없이 분리 배출이 원칙이다. 
그런데 재활용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매립되는 양이 더 많았던 것이다.

 

 




혼합 배출은 크게 늘고 있다. 
플라스틱 재질의 배달 음식 용기·식기, 일회용컵 등 폐플라스틱 분리 배출량은 2021년 136만1634t에서 2022년 134만2799t으로 1% 감소했다. 
반면 혼합 배출량은 175만969t에서 216만909t으로 23% 증가했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작년과 올해엔 이런 경향이 더 강화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생활 폐기물은 가정에서 내놓는 종량제 봉투를 비롯해 소규모 카페·식당 등에서 하루 300kg 미만으로 배출하는 종량제 봉투도 포함된다. 
아파트 등 ‘보는 눈’이 많고 분리 배출을 단속하는 공동주택에선 비교적 재활용이 잘되고 있지만, 일부 단독주택이나 연립·빌라촌, 원룸촌, 먹자골목 가게 등에서 종량제 혼합 배출이 많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빨대 금지’ 등 실생활에서 피로도를 높이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거나 번복하면서 반감을 산 것도 분리 배출·재활용 등 환경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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