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이달 중 한국에 출시된다.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4월 비만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지 1년 6개월 만이다. 
제약사가 병의원과 약국에 공급하는 가격은 37만원대(4주 투약 기준)로 책정됐고, 유통 마진과 진료비 등을 포함해 환자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8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제약 업계는 위고비 출시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등 유명 인사들이 위고비로 체중을 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1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를 국내 출시하는 유통사는 15일부터 병의원과 약국 주문을 접수한다. 
실제 환자에 대한 처방은 이달 하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은 펜처럼 생긴 주사제 방식으로 주 1회 투약하며 0.25㎎, 0.5㎎, 1.0㎎, 1.7㎎, 2.4㎎ 등 용량별로 5가지 제품이 있다. 
적은 양부터 투약을 시작해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위고비의 국내 공급 가격은 37만원이고, 비만 치료제는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환자가 약가를 전액 부담한다. 
이에 따라 유통 비용과 진료비, 처방비 등을 더하면 환자들의 실제 부담 비용은 월 8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의료 기관마다 임의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어 편차가 크고, 출시 초기 수요에 따라 투약 비용이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위고비는 원한다고 모두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비만 환자’다. 
또 BMI 27㎏/㎡~30㎏/㎡ 미만 과체중이면서 한 가지 이상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다. 
앞서 2018년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도 GLP-1 계열로 분류된다. 
하지만 투약 방식이 다르다. 
매일 투약해야 하는 삭센다에 비해 위고비는 주 1회 투약으로 편리하고, 68주 투약 때 체중을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투약 비용이 월 50만원 안팎인 삭센다는 56주 투약 기준으로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인 삭센다를 위고비가 곧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흥행에 성공하면 경쟁사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위고비처럼 주 1회 주사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마운자로는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2분기 만에 판매액이 43억4300만달러(약 5조9000억원)를 넘어선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약품)’다. 임상 시험에서 평균 22%(72주간 투약 기준) 체중 감량 효과를 거뒀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위고비 출시를 계기로 비만 치료제 남용 우려도 나온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출시 이전부터 환자들의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삭센다’ 출시 당시보다 더 심한 남용이 우려된다”며 “위고비 또한 부작용이 없지 않은 의약품으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며, 투약 중단 시 다시 살이 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241002)


 

 

 

주요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상임감사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에서 온 ‘낙하산’ 인사로 집계됐다. 
권력을 잡은 측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핵심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하사품’처럼 내려보냈다는 얘기다. 
대부분 감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특별한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 총선 출마가 좌절되자 차와 기사가 제공되는 연봉 3억원의 SGI서울보증 상근감사로 재직 중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공분을 얻고 있다.

 

 




이를 계기로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준정부기관 40곳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상임감사 자리를 두고 있는 공공기관 28곳 가운데 공석인 5곳을 제외한 23곳 중 13곳(56%)에서 정치권 출신 감사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 군·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 출신 4명이 경력과는 전혀 상관 없는 에너지 공기업 상근감사로 일하고 있었다. 
23명 중 17명(73%)은 ‘범정치권’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여야를 가릴 것도 없었다. 
야당 때는 ‘낙하산 막자’를 외치다 여당이 되면 ‘낙하산 타자’로 돌변하고 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현 정권 출신 인사는 4명이 최근 임명됐고, 문재인 정권 및 민주당 출신 인사도 3명이 아직도 재직 중이었다.


이들이 받는 금액도 상당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온 정치권에서 내려간 13명의 평균 연봉은 1억9160만원, 범정치권까지 포함한 17명은 1억8127만원을 받고 있었다.


상근감사 자리를 정권이 ‘보은성 인사’로 채우는 데 대한 비판이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상황이 변하지 않고 있다. 정치 권력이 공공의 영역을 도둑질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기관장과 달리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는 2인자의 권한을 갖는 ‘꽃보직’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공기관 중 상근감사를 두고 있는 곳은 대부분 비상장사다. 
비상장사는 주주들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상근감사의 전문성이 더 요구되지만, 오히려 견제가 느슨한 점을 악용해 낙하산 인사가 꽂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지속되는 것이다.


백상원 한국남동발전 감사는 경남일보 기자, 경상남도의회 도의원(1998~2006년) 출신으로 에너지 관련 경력은 전무하지만 지난달 감사로 임명됐다. 
또 2010~2018년 충남 부여 군수가 주요 경력인 이용우 한국중부발전 상임감사도 지난달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에는 이명박 정부 경제수석실 행정관 출신인 송석훈 감사가 지난해 9월 내려왔고, 친박연대 출신인 윤상일 전 의원은 한국전력기술의 감사로 작년 2월 임명됐다.


민주당 출신으로 전 정권에서 임명돼 업무를 지속 중인 인사도 3명 있다. 
임찬기 한국가스안전공사 감사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운영지원실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허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감사는 차성수 전 금천구청장(더불어민주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전 정부 때인 2021년 12월 임명돼 임기 2년은 지났으나 아직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치권 출신 중 현 정권 인수위 또는 대통령실 출신은 4명으로, 이들은 모두 금융권 공공기관 감사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수출입은행으로 이 금융기관들의 감사 연봉은 2억원대에서 3억원대였다.


신용출 윤 대통령 인수위 위원은 연봉 3억4000만원인 한국예탁결제원 감사로 내려갔다. 
특히 공공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김대남 전 행정관이 내려간 SGI서울보증처럼 겉으로는 공기업이 아니지만 대주주가 공기업이나 정부여서 사실상 정권의 입김이 좌우되는 업체들에도 정치권 출신 낙하산이 많이 있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주기환 전 대통령실 민생특보는 연봉 3억3000만원인 연합자산관리 감사 자리를 얻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계통은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이 많고 외부 노출도 적어 정치권 인사들이 선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군·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 출신도 많았다. 
한국석유공사에는 검찰 직원 출신인 박공우 상근감사가 재직 중이다. 
박 감사는 대검찰청 사무국장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에 반대하는 글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동서발전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이철원 상임이사(전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는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공공기관 감사가 ‘보은 인사’ 자리가 된 것은, 책임은 적고 대우는 좋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기관장을 감시하는 ‘2인자’이지만 기관장보다 업무 부담도 적고, 세간의 주목도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연봉은 최소 1억원 초반대이고 3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권 상임감사 중에 연봉이 1억원이 안 되는 경우는 석탄공사(9677만원) 딱 한 곳뿐이었지만 이 역시 1억원에서 300만원 남짓 모자랄 뿐이었다. 
여기엔 판공비와 법인카드 등의 부수적인 혜택은 제외돼 있다. 
공기업별로 보면 한국가스안전공사(1억5020만원), 한국남동발전(1억4557만원), 한국가스기술공사(1억3185만원) 등이다. 
민주당 보좌관 출신인 김명수 한국남부발전 감사는 지난해 1억5486만원을 받았다.


공공기관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근감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주요 공공기관의 상임감사는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다. 
이후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질적인 경쟁 과정이 없는 형식상의 절차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비판 때문에 관련 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낙하산 방지법’은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가 ‘낙하산 금지법’을 막고 있는 셈이다.(241004)



 

 

 

올해 1~7월 5억원 이상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 집을 산 30~40대가 2021년 연간 전체의 3.7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2030세대 영끌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2021년과 달리 올해는 3040세대가 영끌 매수의 주축으로 떠올랐고, 대출 금액도 3년 전보다 급등했다. 
이들은 거액의 빚을 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같은 인기 주거지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실과 함께 올해 1~7월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3만2870건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040세대가 5억원 이상을 빌려 집을 산 거래가 총 6562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년 내내 3040세대가 5억원 이상 대출을 끼고 한 거래(1785건)보다 268% 증가한 것이다. 
3040세대의 ‘고액 영끌’이 대출을 낀 전체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1%로 2021년(4.5%)보다 급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 서울 강남권 등 ‘똘똘한 한 채’는 결국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학습 효과’가 확산한 것이 3040세대의 고액 영끌로 나타났다”고 했다.

 

 




3040세대가 영끌을 주도하면서 올해 서울 전체 주택 거래에서 대출을 낀 거래 비율은 62.2%(2만444건)에 달했고, 평균 대출 금액은 4억7000만원으로 3년 전(2억7900만원)의 1.7배로 늘었다. 
현재 집값이 6억원을 넘거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모두 포함된다.


맞벌이 직장인 김모(44)씨는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를 23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주택담보대출 11억원에 신용대출 1억3000만원, 예금담보대출과 보험약관대출을 합쳐 4억3000만원 등 빚만 16억6000만원을 냈다. 
자기자본은 서울 외곽 아파트를 판 돈과 주식 처분 대금을 합쳐 6억9000만원이 전부였다. 
김씨는 “매달 이자만 400만원이 넘어 생활이 빠듯하지만, 부부 중 한 명 월급은 없는 셈치기로 했다”며 “자녀 교육이나 미래 자산 가치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강남에 입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인기 주거지 아파트 값이 급등한 데는 김씨 같은 40대 고소득자의 ‘영끌 매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영끌 매수가 기승을 부렸던 2021년엔 대출로 서울에서 집을 산 거래 중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6.5%에 그쳤지만, 올해는 38.3%로 늘었다. 
실제로 평균 대출 금액도 40대가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았다. 
올해 1~7월 40대의 평균 대출 금액은 5억800만원으로, 3년 전(2억8800만원)과 비교해 76.4% 급증했다. 
30대가 4억62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50대(4억2900만원), 60대(4억700만원) 순이었다. 
10억원 이상 빚을 내서 서울에 집을 산 ‘초영끌 투자’ 역시 40대가 681건으로 가장 많았다. 
30대(301건)나 50대(216건)보다 배(倍) 이상 많은 것이다.

 

 




영끌 매수로 집을 사들이는 지역도 3년 전과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 20대를 포함한 젊은 층의 영끌 매수가 집중됐다. 
반면, 3040세대가 주도한 올해 영끌 매수는 고가 아파트 지역에 집중됐다. 
3040세대가 5억원 이상 대출을 내 주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지역은 강남구(734건)였고, 이어 송파구(705건), 서초구(550건), 성동구(525건), 강동구(453건)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영끌 매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15억원 넘는 고가 주택을 살 때도 대출이 가능해졌고, 올해 초부터 서울 아파트 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대출을 활용한 ‘상급 지역 갈아타기’가 활발해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2020~21년 집값 폭등과 고금리에 따른 2022~23년 급락을 겪으며 ‘똘똘한 한 채는 다시 오른다’는 것을 체험한 30~40대 실수요자가 인기 주거지로 이동하려고 ‘영끌’에 나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외곽 지역 1주택자가 대출을 활용해 마용성 지역으로 이사하고, 마용성에 살던 고소득 맞벌이 부부 등은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며 강남권에 집을 마련하는 식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무섭게 뛰는 것을 경험한 30~40대는 10억원씩 대출을 받는 것에 별로 거리낌이 없다”며 “최대한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은행을 연결해 달라는 매수자가 많았다”고 했다.


문제는 경제 활동의 중심축인 3040세대의 영끌 열풍이 향후 국내 경제 전반의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 시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영끌족이 늘면 소득 중 상당 부분이 원리금 상환에 투입될 수밖에 없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21년과 비교해 더 높다는 것도 내수 위축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040세대 영끌족이 급증하면서 향후 서울 아파트 값이 급락할 경우 중산층 가계 경제가 흔들릴 위험도 있다”고 했다.(241002)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주택 매수자가 주택을 취득할 때 사용할 자금의 출처와 조달 방법을 신고하는 서류를 뜻한다. 
주택 가액이 6억원 이상이거나, 투기과열지구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2021년에는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였고, 올해는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12억원을 넘어 대부분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재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정년 퇴직한 남성 이은선(62·경기 의정부)씨는 지난 8일부터 의정부의 한 요양보호사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20~30년은 더 살 텐데 정년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요양보호사인 처제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엔 ‘남자가 무슨 요양보호사냐’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목욕을 돕거나 때론 용변까지 처리해줘야 하는 요양보호사 일이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울산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에서 남성 요양보호사 30여 명이 ‘직무 역량 강화’ 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한 남성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후에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추가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 요양보호사가 요즘 늘고 있다”는 주변 권유에 이씨는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씨가 다니는 요양보호사학원의 남성 수강생 숫자는 전체의 20%다. 
이씨는 “중풍이 심한 90대 장모, 함께 나이 들어갈 아내를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도 내가 자격증을 공부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A 요양보호사학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한 반 교육생 25명 중 남성은 2명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6~7명 정도까지 늘었다.


5060남성들이 요양보호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은퇴한 5060남성들은 그간 자영업이나 건물 관리직(경비), 택배나 택시 운전 같은 분야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현업 남성 요양보호사 수는 2020년 2만4538명에서 지난 8월 기준 4만2672명으로 73% 증가했다. 
남성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수도 2020년 17만7051명에서 지난 7월 기준 30만4724명으로 72% 증가했다.


남성 요양보호사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에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경기도에서 활동 중인 한 60대 남성 요양 보호사는 “자영업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창업 비용이 드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망하기 딱 좋다”고 했다. 
일선 요양보호사 학원 수강료는 80만~90만원 수준이고, 향후 취업하면 국가가 전액 환급해준다. 
320시간 교육을 수료하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합격률은 90%에 육박한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는 5060 남성도 적잖다. 
은퇴자 허영선(63·경기 남양주)씨는 지난해 11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허씨는 “뇌졸중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비용도 많이 들 뿐더러 남의 손에 부모님을 맡기기도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격증 취득 이후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족요양급여 제도를 통해 시급 1만1000원 하루 3시간, 한 달 27일에 대한 급여 90만원을 수령한다. 
몸이 편찮은 가족을 집에서 돌보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간 근무가 잦은 경비 업무나 사고 위험이 적잖은 택시·건설·택배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도 5060 남성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일부 5060 남성은 노인 요양원 창업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사업가 김모(66)씨는 “향후 요양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돼 내가 직접 이 업의 속성을 알아보기 위해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노인장기 요양 등급자는 올해 105만명에서 2050년 297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선 요양업계에선 5060 남성 요양보호사의 유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요양병원장은 “남성 노인들은 여성 요양보호사가 목욕을 시켜주거나 용변을 처리하는 일을 불편하게 여기곤 한다”며 “비교적 근력이 좋은 남성 요양보호사가 현장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했다. 
일선 남성 요양보호사들은 “여성 요양보호사보다 훨씬 쉽게 구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정 방문 요양을 받는 남성 노인들에게 성희롱·성추행 등을 당하는 여성 요양보호사 문제도 5060 남성 요양보호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다만 올해 8월 기준 66만8309명인 전체 요양보호사 중 남성은 아직 4만2672명(6.3%)에 불과한 실정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는 “고령화로 요양보호업 수요가 늘고 국가 재정 지원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요양보호사 처우가 과거보다 나아지면서 5060 남성들의 유입도 향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241002)



 

 

 

부산 금정구의 공설 봉안 시설인 영락공원에선 내년부터 매년 유골 1000~4000기가 ‘이사’해야 한다. 
1995년 설립돼 유골 8만4000기를 봉안할 수 있는 이 추모 공원에선 화장(火葬)한 유골을 최장 30년 동안 봉안할 수 있는데, 내년 그 만기 시한이 닥치기 때문이다. 
법률상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락공원을 비롯한 공설 추모 공원 대부분에서는 시설 포화를 막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15~45년으로 봉안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 영락공원 봉안 시설의 포화율은 현재 87.2%.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국가 유공자 등을 위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꽉 차 더 이상 일반 시민은 이용할 수 없다.

 

 


<최근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면서 수십 년 전 문을 연 전국 주요 공설 납골당들이 포화를 맞았다. 
일부 납골당은 평균 30년(통상 15~45년)인 봉안 가능 기한이 도래한 유골에 대해 보관 연장을 위한 재계약에 나서거나 유족에게 반환하고 있다. 
지난 2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 실내 봉안 시설의 한 유골함에 ‘안치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골 대이동’을 앞두고 유족들은 고민이 크다. 
비교적 저렴한 공설 봉안 시설은 포화 상태가 많고, 비용도 2~10배 비싼 사설 시설로 옮기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공설 봉안당에서 계약 기간이 끝난 부모의 유골을 돌려받은 김모(71)씨는 “(부모님 유골을) 집 마당에 묻었다는 사람도 있고, 다른 납골당에 보냈다는 사람도 봤다”며 “내가 죽으면 관리할 사람도 없어 부모님 고향 땅에 뿌리려 한다”고 했다. 
추모 공원 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봉안 문의가 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맡겨둔 유골을 찾아가지 않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봉안 10~15년만 지나도 추모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만기가 됐을 때 유골을 찾아가라고 안내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이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찾아가지 않는 유골은 절차를 거쳐 자체 처분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따로 보관해야 하고, 나중에 혹시 모를 유족 항의가 있을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전(全) 국토의 묘지화가 다시 우려되는 판”이라며 “장례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코로나 때와 같은 ‘장례 대란’이 만성화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국 유골 봉안 시설에서 고인의 유골을 맡아 보관하는 대략 30년 주기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매장(埋葬) 위주 장례 문화가 있다가 ‘전 국토의 묘지화’ 우려가 커지며 1990년대 중반부터 화장 문화가 활성화됐다. 
흔히 ‘납골당’이라는 봉안 시설 등을 갖춘 추모 공원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수십년이 지나 새로운 유골을 받기 위한 기존 유골의 봉안 만기가 닥치면서 이른바 ‘조상님들의 대이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29일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의 실내 봉안당 곳곳에는 ‘봉안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000년에 설립된 이곳은 15년 계약 후 한 차례 연장해 최장 30년까지 유골을 봉안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 영락공원은 최장 45년, 인천 부평 가족공원은 최장 30년 봉안할 수 있다.


당초 기한 없이 유골을 받아 봉안하던 전국의 추모 공원에선 수년 전부터 30년, 45년 등 최장 봉안 기간을 설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골을 받을 공간 확보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례를 치르게 된 유족들은 난감하다. 
거주지나 고인(故人)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원정 봉안’을 가기도 한다. 
3년 뒤 조부모의 유골 봉안 만기 시점이 다가온다는 최모(57)씨는 “부모님이 아신다면 속상하겠지만, 자식들에게 증조부모 유골까지 챙기게 할 수 없어 형제들과 상의해 자연에 유골을 뿌릴 예정”이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사망자 가운데 화장 비율(화장률)은 93.6%에 달해 보편적 장사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고령화 등으로 사망자도 쏟아지고 있다. 2014년 26만8000명이던 연간 사망자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2022년 37만3000명에 달했고 지난해 35만3000명, 올 들어 7월까지 20만6000명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설립된 지 수십년이 지난 전국 공설 봉안당은 상당수가 포화 상태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은 지난 2022년 코로나 때 봉안 시설의 99.6%가 차 더 이상 봉안이 불가능해졌다. 현재도 95.3%가 포화된 상태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부산추모공원도 봉안 시설 포화율이 95% 수준에 달했다.

 

 

 


추모 시설들에서 매년 만기가 도래해 재계약이 필요한 경우의 10% 정도는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미조치 유골’이 된다. 
한 봉안당 관계자는 “미처분 유골을 줄이기 위해 안내문도 붙이고 우편과 전화, 인터넷 등 여러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주인 없는 유골은 더 늘고 있다”고 했다. 
경기 이천 시립 추모의집은 무연고 유골 수를 줄이기 위해 만기 도래 1년 전부터 등기우편, 문자 등으로 유족들에게 알리고 있다.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장례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에 있는 묘지만큼은 아니지만 봉안당, 수목장 등으로 구성된 추모 공원 역시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따라서 이보다는 산이나 바다 등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장례 관련 법에는 산분장과 관련한 규정이 없었지만, 내년부터 법 개정을 통해 산분장 개념이 제도화될 예정이다. 
정부는 산분장을 장려하기 위해 구체적인 산분장 가능 구역 등을 지정할 방침이다. 
한국장례협회에서는 꽃밭 등 특정 공간에 유골을 뿌리는 것으로 장례와 추모를 대체하는 ‘들꽃장’을 장려하고 있다.


제사 등 전통 문화가 간소화되는 추세에서 후손에게 봉안된 선대의 유골 관리를 맡기기도 난감하다는 반응도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골을 특정 공간에 보관하는 이유는 유족들의 상실감을 달래고 추모하기 위함인데, 핵가족화로 추모할 가족도 많이 없는 현실”이라며 “온라인상에서 고인을 기리는 ‘디지털 추모 공간’을 활성화해 장례 문화를 아예 바꾸고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1001)

 


☞산분장(散粉葬)

화장한 유해를 산, 바다 등에 뿌리고 표지를 두지 않는 장사 방법. 
산은 장사시설 내 지정 구역이나 유족 사유지 등에, 바다는 양식장·항로가 아닌 육지로부터 5㎞ 이상 떨어진 일정 구역 등에 뿌릴 수 있다. 
강은 대부분 상수도 보호 구역이어서 권장하지 않는다.

 

 

 

A씨는 3세 아이가 달리는 버스에서 말을 듣지 않고 창문을 열려고 하자, 아이의 상의를 거칠게 뒤로 잡아당겨 앉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손가락으로 아이의 이마를 수차례 때렸다. 
초등학교 3학년 교사인 B씨는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자 “OO이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의 말을 했다. 
A씨와 B 교사 모두 재판에 넘겨져 ‘아동 학대’로 인정됐다. 
피해 아동들이 폭행으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았고, 동급생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9일 ‘가정·학교 내 아동 학대 및 훈육 판단 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밝혔다. 
아동 학대에 관한 법원의 유무죄 판례와 불송치, 불입건 등 사례 총 172건을 담아 해설했다.

 

 




C씨의 아이는 달리는 승용차에서 떼를 쓰며 창문과 차량의 문을 열려고 했다. 
어머니 C씨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아이를 떼어놓는 과정에서 얼굴 부분을 2차례 손으로 때렸다. 
검찰은 “아동을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한 정상적인 훈육 범위”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초등학교 D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 2명이 손을 들지 않고 말하거나 떠들자 “너 감금이야”라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D 교사가 미리 아이들에게 ‘떠들거나 잘못하면 교실에 남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겠다’고 했고, 교실 안에 남은 아이들의 행동을 크게 제약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고 봤다.


지침서에 따르면, 가정 내 학대는 부모가 ‘훈육 목적’임을 주장하더라도 재판부가 양형 이유로 참작할 뿐 아동에게 미친 상해나 두려움·수치심 등을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 교사의 훈육은 재판부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나 방법이 적절한지’ ‘그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는지’ 등을 근거로 판단하는 추세다. 
2014년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과 학교 등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고 처벌토록 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벌어진 2020년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만6149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8292건으로 늘었다.(240930)



 

 

 

지난 24일 오전 10시 정각, 한 공연 사이트에서 가수 나훈아씨의 11월 16일 경남 진주 콘서트 예매가 개시됐다. 5200여석 좌석이 매진되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본지 기자가 좌석을 선택하고 예매 버튼을 눌렀지만 ‘접속 대기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수천명 대기자가 있다는 상태창만 나올 뿐이었다. 
2분쯤 대기하자 ‘다른 고객님이 선택한 좌석입니다. 다른 좌석을 선택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곧 전석 매진됐다. 
불과 수 시간 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 콘서트 매물이 쏟아졌다. 
정가 16만5000원짜리 표가 40만원 넘는 가격에 나와 있었다. 
지난 21~22일 열린 아이유 콘서트 티켓도 정가 12만원짜리 표가 25만원에 거래됐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공연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2년 새 11.8배로 증가했다. 
프로스포츠 암표 신고 건수는 지난 8월 기준 5만1405건으로 2019년 6237건의 8.2배로 늘었다. 
지난 20일 기아 타이거즈 경기 표 예매 사이트에선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 25일 경기까지 매진이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1만4000원인 평일 일반석 티켓이 4만원, 4만5000원인 챔피언석은 12만원에 나와 있었다. KTX 등 열차 암표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추석 연휴 때도 서울~부산 편도 KTX 표(정가 5만9800원)를 10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중고 거래 판매자들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공연·스포츠·교통수단 등을 가리지 않고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 
암표상들은 티켓 예약 과정에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인 ‘매크로’로 티켓을 대량 확보한 뒤 웃돈을 얻어 암표를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석 선택, 보안 문자 입력, 결제 정보 입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화하려면 일반인은 몇 분이 걸리지만 전문 업체들은 단 몇 초 만에 예약을 완료한다. 
일각에선 아예 ‘티켓 대리 구매’를 내걸고 영업까지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변종 암표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기자들이 27일 한 티켓 대리 구매 업체 사이트에 접속했다. 
‘최고의 예매 전문가들이 당신의 성공적인 예약을 책임진다’는 문구가 보였다. 
나훈아씨 등 트로트 가수 콘서트부터, NCT 등 K팝 아이돌 콘서트, 외국 가수의 내한 공연까지 모두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업체에 나훈아 콘서트 대리 예매를 문의해봤다. 
“표 원가를 제외하고 1장당 R석은 15만원, S석은 10만원”이라고 했다. 사실상 티켓 가격만큼의 구매 대행 수수료를 요구하는 셈이었다.

 

 




업체는 “1열 중앙부터 뒷열 사이드 순으로 예매를 시도한다”며 “예약에 실패할 경우에는 전액 환불을 보장한다”고 했다. 
‘예약에 매크로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영업 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는 “콘서트 예매로 인해 지금까지 어떠한 사고나 문제는 일어난 적이 없다”며 “안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가수 팬은 “100% 성공률이라니 그 정도 값을 치러도 만족한다”며 “티켓 예매 전쟁을 벌이느니 차라리 속 시원하게 돈을 주는 편이 낫다”고 했다.


현행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을 보면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정부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크로 사용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암표 판매 행위 자체를 입증하기도 만만치 않다. 
주요 티켓 판매 사이트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YES24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는 현존 기술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인터파크는 “안면 인식이나 지문 등 생체 인식 정보를 활용해야 매크로 사용을 간신히 근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티켓 구매 대행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리 업체도 수년 새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문화 공연·스포츠 경기가 인기를 끌며 암표 판매를 목적으로 한 매크로 예매, 구매 대행 비중이 늘어나면서 개인이 정상적인 경로로 예매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티켓 가격만큼의 구매 대행 수수료 지불이 일상화한다면 시장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했다.(240928)




 

 

 

현대자동차가 누적 생산량 1억대를 달성했다.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라고 말하며 1967년 12월 현대차를 설립한 지 57년 만이다. 
과거 기술을 가르쳐주던 해외 업체들을 하나 둘 제치고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 미국 전기차 시장 2위 등의 성과를 내면서 1억대 생산 완성차 업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1억대 생산까지 걸린 기간도 기존 역대 최단 기간이었던 일본 도요타의 기록을 3년 앞당겼다.

 

 


<30일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센터에서 이동석(앞줄 왼쪽 둘째) 국내생산담당 사장과 구매 고객 김승현(앞줄 오른쪽 둘째)씨 등이 1억1번째 생산 차량인 아이오닉5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누적 생산 대수가 올 9월 1억대를 넘어섰다고 30일 밝혔다. 
창립 이후 57년 만, 1968년 11월 울산 조립공장에서 1호 차량 ‘코티나’를 만든 때부터 따지면 56년 만이다. 
생산 첫해인 1968년 614대에 그쳤던 생산 대수는 지난해에는 428만9776대까지 급증했다.

 

 

<고 정주영 선대 회장이 1985년 2월 포니 엑셀 신차 발표회에서 차를 살펴보는 모습.>

 


1975년 국내 최초 독자모델 ‘포니’의 양산은 현대차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디딤돌이 됐다. 
이듬해인 1976년 6월 에콰도르에 포니 6대를 수출하며 우리나라 첫 승용차 수출을 기록한 데 이어 1986년엔 ‘포니 엑셀’을 자동차 본고장인 미국에 수출하며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시장에 상륙했다. 
이 같은 수출 확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마이카’ 붐에 힘입어 현대차는 1986년 100만대 생산을 달성했고, 10년 만인 1996년에는 1000만대까지 누적 생산 규모를 불렸다.


이후엔 해외 생산 거점 확대가 빛을 발했다. 
현대차의 현지 생산 기지는 1997년 튀르키예 공장을 시작으로 인도(1998년), 미국 앨라배마(2005년), 체코(2009년), 브라질(2012년), 인도네시아(2022년) 등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2013년 5000만대로 늘어난 누적 생산량은 2019년 8000만대, 2022년 9000만대로 가파르게 늘었다. 
현재 해외 생산 규모는 연산 500만대에 달하고,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인도 푸네 공장 등이 가동에 들어가면 해외 생산능력은 연 600만대에 이르게 된다.

 

 


<2006년 3월 기아차 조지아 공장 조인식에서 정몽구(왼쪽 둘째)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기아차 사장이던 정의선(왼쪽 첫째) 현대차그룹 회장과 소니 퍼듀 당시 미국 조지아주지사가 악수하는 모습.>

 


현대차 설립 당시 합작했던 미국 포드는 1억대 달성에 74년이 걸렸고, 포니 개발 당시 현대차에 엔진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 미쓰비시는 아직 누적 생산이 1억대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196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현대차 차종은 아반떼(1537만대)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엑센트(1025만대)가 아반떼와 함께 1000만대를 웃도는 가운데 쏘나타(948만대), 투싼(936만대), 싼타페(595만대) 등이 뒤를 이었다.(241001)


 

 

 

충남 당진의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영구 임대 아파트는 전체 200가구 중 86%(172가구)가 비어 있다. 
2022년 10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첫 입주자 모집 때 단 8가구만 입주했고, 수차례 추가 모집을 해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논밭 사이에 지어진 이 단지는 주변에 생활 인프라가 전무(全無)하다시피 하고, 원룸형(전용 면적 26㎡)이다. 
열악한 입지에 들어선 소형 주택인 탓에 저렴한 가격(보증금 263만원, 월세 4만9000원)에도 수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주택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유령 아파트’처럼 비어 있는 공공 임대 단지가 늘고 있다. 
27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관리하는 전국 건설 임대주택(98만5300가구) 중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은 지난달 기준 4만9889가구에 달한다. 
2022년(2만7477가구)과 비교하면 배(倍) 가까이로 늘었다. 한 번도 입주자를 맞은 적 없는 임대주택도 전국에 9504가구나 된다.

 

 




임대주택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입지에 초소형 주택 위주의 아파트 단지를 지으니 아무리 임대료가 저렴해도 수요자가 찾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엔 1~2인 가구라도 여유 있는 생활 공간을 찾는다. 
이런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지 않게 소형 위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상당수가 공가(空家)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건설 임대 공가 중 50.1%(2만4994가구)가 전용 면적 31㎡(약 9.4평) 미만으로 나타났다.


전체 300가구 규모인 전북 완주군의 한 행복주택은 208가구가 공가인데 대부분 전용 21㎡, 26㎡다. 
수도권 남부에서 주거 수요가 많은 동탄2신도시에 있는 영구 임대 아파트(216가구)도 전용 23㎡로 구성된 탓에 아직 3분의 1 정도가 비어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임대주택 공급 기관이 물량 채우기에만 신경 쓰고 입지나 주택 크기, 평면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 상품성을 높이는 데엔 뒷전”이라고 했다.

 

 

 


빈 임대주택은 충남·경북·전북에 많지만, 수도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작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화성 신축 영구 임대 아파트는 136가구 중 60%(81가구)가 비어 있다. 
경기 파주시의 또 다른 신축 임대 단지도 공가 비율이 57%(452가구 중 258가구)에 이른다.


전국에서 공가 비율이 높은 상위 10단지는 모두 2018~2019년에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자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묻지 마’ 식으로 사업 승인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주택 공가 증가에 따른 손실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LH의 지난해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조2565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9848억원)의 2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노후 임대주택이 늘면서 수선 유지에 쓰는 비용만 연 1조원이 넘는다.


권영세 의원은 “공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수요예측 단계부터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LH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임대주택을 적정 물량 공급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240928)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으로 우리 군 병력은 2040년대 30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병력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가운데 5060 세대를 활용해 부대 경계 및 행정·취사·청소 등 전투 지원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27일 ‘5060 군 경계병 법안’을 검토 중이라며 “군에 갔다 온 5060, 혹은 40대 중 건강하고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계약직 군무원이나 민간의 아웃소싱 같은 형태로 우리 군을 백업할 수 있다. 
그리 되면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고 긍정적인 효과가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주한 미군도 외곽 경비는 민간한테 (위임)하고 있다”며 “MRO(유지·보수·운영)와 PMC(민간 군사 기업) 등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건 미군 등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에는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서 “젊은 병사들이 없다”며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5060 세대를 경계병으로 활용하고 이민자에게 군복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22년 추계에 따르면 2002년 69만명에 달했던 국군(상비군)은 올해 50만명에서 2039년 39만명대로, 2043년에는 33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장에서는 병사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과거 중대마다 3~4명씩 있던 중대 계원이 사라졌고, 육군 사단본부에는 병사가 한 명도 배정되지 않고 있다. 
전방 경계 근무를 설 인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병사(수병)가 부족해 장교·부사관으로만 수상함을 운용하는 ‘함정 간부화 시범함’ 사업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군은 병력 감소로 인해 일부 외주 작업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조리병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조리사를 고용하고 있고, 일부 병영 식당은 외부 업체에 통째로 외주를 주기도 한다. 제초 작업 등은 민간 인력에게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주한 미군도 마찬가지다. 
면적이 14.77㎢에 달하는 경기 평택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의 외곽 경계 및 외부인 출입 통제 등은 국내 민간 업체가 미국 정부와 계약해 대신하고 있다. 
이 인원 대다수는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민간 업체 소속 요원이 무장한 상태로 경계를 서다가 유사시에는 우리 군의 ‘5분 대기조’ 개념인 미군 경계 부대가 출동하는 체계라고 한다.


현직 군 관계자들은 전방에 보낼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5060 경계병을 비롯한 민간 외주 시스템 도입이 전투력 상승 및 군 복무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육군 관계자는 “전투 병력이 필요 없는 군수사령부·교육사령부 등에서 경계 외주를 주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면 ‘품귀 현상’을 보이는 병사들은 전방에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군 전문가는 “5060 경계병 등 민간 외주를 활성화할 경우 민군 협력을 통해 병력 감축에 대응하고 동시에 고용 창출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경계 근무 부담이 줄어들면서 병력들이 훈련에 보다 충실히 임해 전투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5060 세대를 활용해 주둔지 경계 작전 및 군 일부 업무를 민간에 외주를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사회적 논란이 큰 여성 징병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출범한 평균 연령 63세의 민간 군사훈련 단체 ‘시니어아미’는 이 같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최영진(63·중앙대 교수) 시니어아미 공동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후방은 물론 전방 경계 근무도 문제없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며 “나라를 지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원봉사로 경계 근무를 서겠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연말 500명 규모였던 이 단체 회원은 현재 2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PMC가 아닌데 자발적으로 군 업무를 하겠다는 ‘시니어아미’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병사 출신의 경우 40세까지를 공식 예비군으로 편성하고 있어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예비군 징집 연령을 60세까지 높인 바 있다.


비용이 문제지만 내년 병장 월급이 20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병력 감축으로 인건비가 줄어들 경우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미군과 달리 전방에 소규모 부대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형태인 우리 군은 민간 외주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민군 복합 밀리터리 타운’ 건설이 필요하다”며 “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민간 외주가 가능한 것도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 같은 정책 도입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240928)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의 해외 신혼여행 비용 수천만 원을 대신 부담하거나 1000만원어치 상품권을 제공한 제약 업체들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또 건설사가 발주처인 재건축 조합에 수십억 원을 건네고, 보험 중개 업체가 고객사 사주 가족을 ‘보험 직원’으로 등록해 수당조로 수억 원을 지급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들은 이런 뒷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건설·의료·보험 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사례를 47건 적발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리베이트란 기업이 판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가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검은 거래’다. 
이번에 적발된 리베이트 제공 업체는 업종별로 제약 업체 16곳, 건설 업체 17곳, 보험 중개 업체 14곳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제약 업체 A사는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 B씨의 ‘결혼 비용’을 사실상 책임졌다. 
고급 웨딩홀 예식비, 해외 신혼여행비 등 수천만 원을 대신 내준 것이다. 
또 다른 의사의 자택으로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소파 등 고급 가구를 배송하거나, 100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다른 제약 업체는 영업 대행 업체를 위장 설립한 뒤, 거래하는 상대방 의사의 가족들을 이 업체의 주주로 등재했다. 이들은 주주 자격으로 배당금 수십억 원을 타냈다.


건설사 C사는 용역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수십억 원 조성한 뒤, 이 돈을 발주처인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또 원래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분양 대행 수수료를 대납하며 시행사에도 ‘상납금’을 바쳤다. 
해외 시공 시설의 하자를 보수한다는 명목으로 외화를 나라 밖으로 빼돌려 해외 거래처에게도 뒷돈을 건넸다.


신종 유형인 ‘최고경영자(CEO) 보험’을 이용한 리베이트 관행도 적발됐다. 
CEO 보험이란 가입 회사의 경영진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이 10억원대 이상으로 비교적 크고, 그에 따라 납입 보험료도 월 1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다.

 

 




보험 중개 업체 D사는 중소기업 E사 사주에게 이 보험을 가입하게 하면서, 그 대가로 E사 사주의 자녀 4명을 D사의 보험 설계사로 허위 등록했다. 
이후 실제 일하지도 않는 이 자녀들에게 각각 수억 원의 모집 수당을 줬다. 
보험료는 회삿돈으로 냈으니, 사주 가족은 앉아서 10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리베이트 제공 업체들은 이렇게 뒷돈을 건네면서도, 각종 허위 사유를 만들어 이 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예컨대 위장 업체와 가짜 경영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수십억 원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지급한다고 꾸민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은 실제론 리베이트로 제공된다. 있지도 않은 비용 처리가 이뤄진 셈으로, 법인세를 탈루하는 것이다.


반대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건설 발주 업체 관계자, CEO 보험 가입사 사주 측에선 가외의 소득을 올렸지만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만 수백 명으로 파악된다”며 “불법 소득을 올린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내 정당한 세금을 물리고 탈세 금액이 클 경우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의 영업 담당자들은 국세청 조사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준 상대방(의사)이 누군지 밝히느니, 차라리 그들의 세금까지 부담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만큼 업계에서 의사와 제약사 간에 절대적인 ‘갑을 관계’가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산업계의 리베이트 수수 행태는 공정 경쟁을 훼손하고, 국민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으로만 집중시키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며 “탈세자들을 추적해 불공정의 고리를 끊겠다”고 말했다.(240926)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중 37.8%는 홀로 사는 1인 가구로 파악됐다. 
독신 고령자의 20%는 교류하는 사람조차 없다고 응답해, 홀로 사는 고령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통계청의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총 565만5000가구로, 그중 213만8000가구(37.8%)가 1인 가구였다. 
현행 인구 조사 방식을 도입한 2015년에는 독신 고령자 비율이 32.9%였는데, 8년 만에 5%포인트가량 늘어났다.

 

 

<지난 6월 정읍시 보건소 직원이 경로당을 방문해 폭염 피해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독신 고령자 가운데 자녀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비율은 49.4%로 절반 가까이 됐다. 
독신 고령자의 17.5%는 자녀나 친척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다. 
나머지 33.2%는 정부와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홀로 사는 고령자 중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율 역시 2015년(41.6%)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독신 고령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상태였다. 
집안일을 도움 받거나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34.8%, 71%였다. 
우울할 때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독신 고령자도 32.6%였다. 이러한 도움들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는 비율도 18.7%였다.


게다가 가족이나 친척과 교류가 없다고 한 비율이 26.6%였고, 친구 등과도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19.5%에 달했다. 
2년 전인 2021년에는 이 비율이 21.6%였던 것에서 개선됐지만, 여전히 독신 고령자 5명 중 1명은 외톨이 상태인 것이다. 
실제 독신 고령자 중 41.9%는 필요한 사회적 지원으로 돌봄 활동을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요양 보호 서비스를 꼽았다.


독신 고령자 가운데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2%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후를 챙긴 독신 고령자 가운데 절반(50%)은 국민연금을 노후 준비 방법으로 꼽았고, 예금과 적금 등 저축해둔 돈으로 노후를 버티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4%였다.(240927)



 

 

 

지난해에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작년말 전망했던 세입예산(367조3000억원)에 비해 29조6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경기 부진의 여파가 올해 세수 펑크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2년만에 적자를 보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영향으로 법인세가 예산에 비해 14조5000억원 줄어든 63조2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계됐다. 
자영업자들이 작년 실적에 대해 올해 내는 종합소득세 전망치도 예산보다 4조1000억원 줄어든 19조원에 그쳤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 세수도 16조6000억원으로 예산보다 5조8000억원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21~2022년에는 50조~60조원대의 세금이 더 걷힌 반면, 작년과 올해에는 대규모로 세금이 적게 걷히는 등 4년 연속 세수 오차가 발생하자 정부의 세수 전망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세수추계 모든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법인세 쇼크’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법인세 세수가 1년 전에 비해 15조원 넘게 줄어든 33조원에 그쳤다. 
올 한해 걷기로 한 법인세 목표액(77조7000억원)의 42.5%밖에 걷히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법인세 중간 예납’ 기간인 8월에 올해분 법인세 일부를 미리 내달라고 독려했다. 
법인세 중간 예납은 ‘전년 법인세 납부액 절반’이나 ‘올해 상반기(1~6월) 가결산 세금’ 중 작은 금액을 8월에 미리 내는 제도다. 
올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기업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의 중간 예납에 기대를 건 것이다.


하지만 올 8월 중간 예납액은 20조1000억원에 그쳤다. 
세수 결손이 올해보다 심각했던 작년 8월(22조원)보다도 1조9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작년에 손실을 봤다가 올 상반기에 16조원대 이익을 낸 삼성전자와 올 들어 6조원대 흑자로 전환한 SK하이닉스 등은 적지 않은 법인세를 예납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작년 손실로 올 3월 정기 납부 기간 때 ‘0원’을 낸 기업들은 상반기 가결산분 법인세를 의무적으로 8월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조금이라도 흑자를 냈던 대부분 기업들은 법인세 쇼크가 심각했던 작년치 법인세의 절반을 8월에 납부하는데 그쳤다. 
이에 정부가 기대했던 법인세 중간 예납 증가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외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4조1000억원 덜 걷히는 등 주요 세목(稅目) 가운데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당초 목표보다 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재부는 전망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한 데다 주택 거래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1가구 1주택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양도소득세 세수도 예산에 비해 6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했다.


대규모 세수 오차가 4년 연속 현실화되면서 나라 살림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내국세 세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세수 결손 여파로 12조원가량 줄어들어 전국 17개 지자체들이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9월 그해 세수를 다시 전망하고 세수 추계 모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복되는 세수 오차 문제를 해결할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기치 않은 세수 오차는 늘 있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원칙없이 기금을 갖다쓰는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라며 “돈이 적게 들어온 만큼 정식으로 세입 경정 추경안을 내고 국회에서 지출을 어떻게 할지 재논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맞는다”고 했다. 
382조4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우 교수는 주장했다. 
올해 예산에 비해서는 15조1000억원 늘어난 규모지만, 이날 다시 추계된 세수 전망치와 비교하면 세수가 44조원 넘게 더 걷혀야 하는 금액이다.


한편 2년 연속 법인세 쇼크가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세수가 법인세와 비슷해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날 전망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는 62조1000억원으로 법인세(80조4000억원)의 77.2%였다. 
하지만 이날 정부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근로소득세 세수 전망치는 61조7000억원으로 법인세(63조2000억원)의 97.6%에 육박했다.


다만 세금이 덜 걷힌 만큼 국채를 발행해 메꾸거나 나랏돈 씀씀이를 줄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은 없다고 기획재정부는 못박았다. 
국가 채무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당초 계획보다 더 늘리는 것보다는 각종 정부 기금의 여윳돈을 동원하거나 올해 안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일부 재정 사업 예산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240927)



 

 

 

‘투수-타자 겸업’을 하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올해 타격에 전념하면서 더욱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시즌 들어 그의 타구 440개 평균 속도는 시속 95.4마일(약 153.5km)로, 2018년 MLB(미 프로야구) 데뷔 이후 가장 빠르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기도 하다. 통산 홈런이 310개인 거포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타구 속도가 96마일(약 154.5km)로 현재 1위다.


오타니는 전체 타구 중 속도가 95마일이 넘는 ‘하드 히트(Hard hit)’의 비율도 59.3%로 높였다. 
개인 통산 최고이자, 2024시즌 리그 전체에선 저지(60.8%) 다음이다. 더 빠르고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고교 입학 당시 186cm에 70kg 못 미치는 왜소한 체격(왼쪽)이었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86kg, 지금은 100kg대 근육질 체형(오른쪽)으로 변모했다.>



단계적인 ‘신체 개조’와 타격 폼 수정에 비결이 있다. 
오타니는 선수로서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성취해 팬들의 경외심을 자아낸다. 
그가 일본 동북 지역인 이와테현의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에 입학했을 때 몸무게는 65kg였다. 
당시 키(186cm)에 비해 너무 말라 젓가락 같았다고 한다. 운동으로 몸을 키워나간 끝에 고3때 체중을 86kg까지 불렸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시절엔 식품 회사와 계약을 맺고 영양학적인 지원을 받았다. 
20대 남성의 하루 권장 열량의 2배 가량인 4500kcal를 음식과 단백질 제품(프로틴)을 통해 섭취했다. 
강도 높은 근력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그의 현 프로필상 체형(193cm·95kg)이 이 무렵 만들어졌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 통산 403경기에서 홈런 48개(2-3루타 74개)를 친 중장거리형 타자였다. 
2018년 미국으로 건너와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뒤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기 위해 타격 자세를 바꿨다. 
좌타자인 그는 시범 경기 후반부터 오른발을 들었다가 내딛으면서 공을 때리는 레그킥(leg kick)을 버렸다. 
‘외다리 타법’을 포기하는 대신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올렸다가 내리면서 타이밍을 잡는 방식으로 폼을 바꿔 나갔다.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찍는 듯한 토탭(toe tap)의 경우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반면 타구에 힘을 싣기엔 불리하다는 약점이 있다.
2018년 데뷔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까지 3년간 오타니의 총 홈런은 47개(254경기)였다.


오타니는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몸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경기력 향상과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 혈액 검사 등을 했다. 
평소 좋아했던 계란이 몸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자 아침 메뉴로 즐겨 먹었던 오믈렛을 끊었다고 한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벌크업(bulk up)에 나선 오타니의 몸은 엄청난 근육질로 바뀌었다. 그의 실제 몸무게는 102~105kg 정도로 보인다.


오타니는 타구의 발사각도를 높여 장타를 더 생산할 수 있도록 스윙 궤적에도 변화를 줬다. 
하체를 견고하게 고정한 상태에서 강력한 코어(허리·골반·엉덩이) 근육을 이용해 몸통 회전을 하면서 공을 때린다. 이때 어퍼 스윙을 한 손은 끝까지 배트를 놓지 않는다. 
준비 동작은 고요한데, 공을 때리는 순간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은 빠르고 호쾌하다. 
개량을 거듭한 몸 덕분에 이런 만화같은 타격이 가능해졌다.


오타니는 2021년부터 3년간 홈런 124개를 터뜨리는 거포로 거듭났다. 
투수로 뛰지 않는 이번 시즌엔 남아도는 힘을 타격과 주루 플레이에 쏟아부었다. 
공을 배트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맞히는 비율(37.5%) 역시 올해 최고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홈런을 돌파(51개)했다. 
‘괴물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240921)


 

 

 

열악한 잔디 상태로 도마에 오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최근 3년간 대관 수입으로 19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면서도 잔디 관리에는 7억원밖에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잔디 관리에 충분한 예산을 쓰지 않은 채 외부 행사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축구 국가대표 경기와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경기, 콘서트 등 문화 행사 대관 수입으로 2022년 41억282만원, 지난해 67억4212만원, 올해는 8월까지 82억550만원 등 190억5044만원을 벌었다. 
하루 사용료와 더불어 행사 성격에 따라 관중 입장 수입 일정 비율을 받는다. 
축구 경기와 콘서트는 8%, 일반 행사는 15%다. 
올해만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가수 임영웅 콘서트로 24억1657만원을 벌었고, 지난 21~22일 아이유 콘서트 수입이 들어오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반면 공단이 잔디 관리를 위해서 쓴 돈은 3년간 7억3247만원이었다. 
2022년 2억3962만원, 2023년엔 2억3958만원, 올해는 8월까지 2억5327만원을 지출했다. 수입 대비 잔디 관리 지출 비율은 3.8%다.

 

 




절대적인 금액은 적진 않다. 
국내 경기장 중 잔디가 좋기로 손꼽히는 DGB대구은행파크는 잔디 관리 예산이 연 1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잦은 행사로 잔디 손상이 심하다는 점. 
복구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예산을 더 들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시 도시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축구 경기 외에 다른 행사를 개최하지 않아 잔디 손상이 적다”고 말했다. 
한 프로축구 경기장 담당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버는 돈을 생각하면 잔디 관리에 쓰는 돈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최근 잔디 논란에 대해 폭염·폭우 등 올여름 날씨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수년간 열악한 잔디 상태가 선수들 경기력을 저하시킨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서울시는 내년부터 문화 행사 대관 시 그라운드 위에는 관중석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15일 예정된 이라크와의 월드컵 3차 예선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문제는 축구 팬들과 인기 가수 팬들 갈등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아이유 콘서트를 앞두고 한 축구 팬이 잔디 관리를 위해 콘서트를 취소해 달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넣자 아이유 팬 커뮤니티는 지난 13일 “경기장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이라며 “무능력한 서울시 행정력을 규탄한다”고 입장문까지 냈다.


잔디 문제는 국내 다른 경기장들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프로 선수들은 광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잔디 질이 좋지 않다면서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다.(240926)



 

 

지난 7월 결혼이 1년 전보다 30% 넘게 늘어나 7월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7월 시청이나 구청 등에 접수된 혼인신고 건수는 1만8811건으로 작년 7월보다 32.9% 불었다. 
1996년 1월(50.6%) 이후 28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7월만 놓고 보면 혼인 건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대 폭이다.


저출생과 비혼(非婚)주의 확산으로 2012년부터 11년 연속 줄었던 혼인 건수는 코로나로 미룬 결혼을 뒤늦게 하는 ‘엔데믹(풍토병화) 결혼’ 열풍으로 지난해 1%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4~5월 결혼이 전년 대비 20% 넘게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이어오다 결혼 비수기인 7월에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결혼식 장면>

 


혼인이 늘어난 것은 결혼하는 자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 확대와 지방자치단체의 결혼 장려금 지원 같은 정책 인센티브 덕분으로 분석된다. 
또 7월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특별 공급에 청약하려는 예비 부부들이 혼인신고를 앞당겨 한 것도 혼인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신혼부부에게 최대 50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급하는 대전의 혼인 건수 증가율이 50.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북(42.9%), 광주광역시(42.5%)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감소했던 출생아 수도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출생아 수는 2만601명으로 작년 7월보다 7.9% 늘었다. 
7월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엔데믹 결혼으로 가정을 꾸린 부부들이 본격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한 가운데, 신생아 특별 공급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인신고를 접수하는 구청이나 시청 창구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오랜 비혼주의를 접고 전통적인 가정을 꾸리려는 20~30대 남녀가 늘어난 가운데 신혼부부 대상 전세 자금 대출 혜택 확대, 일부 지자체의 결혼 장려금 도입 같은 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결혼은 올 들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결혼 성수기인 4월과 5월에 혼인 건수가 각각 1년 전보다 24.6%, 21.6% 늘어난 데 이어 비수기인 7월에도 증가율이 30%를 넘은 것이다. 
특히 7월 결혼 급증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 특별 공급 혜택과 관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7월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곳곳에서 진행된 아파트 신혼부부 특별 공급의 문을 두드리려고 혼인신고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 7월 29~30일 신혼부부 특별 공급 대상인 전용면적 65·84㎡ 아파트 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무순위 청약은 당초 분양 당시 당첨된 사람이 자금 사정이나 자격 미달 등 이유로 계약을 포기한 물량이다. 
84㎡형 기준으로 요즘 시세는 14억원이 넘는데 7년 전 분양 당시 시세인 4억7200만원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어 ‘로또 특공’이라고 불린다. 
약 1만명이 2가구를 따려고 몰려든 가운데, 일부는 자격을 갖추려고 실제 결혼식을 올리기에 앞서 혼인신고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자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혼 부부 특별 공급을 받기 위한 자격은 무주택자로서 화성시에 주소를 둔 신혼부부다. 
화성시에 따르면, 동탄역 부근 신도시 출장소에 접수된 혼인신고 건수는 올해 7월 282건으로 작년의 2.1배로 늘었다. 
화성시 전체 혼인신고 건수도 491건으로 1년 전에 비해 66.4%로, 전국 평균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다.

 

 




세종 산울마을 6·7단지도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7월에 진행돼, 2가구 청약에 1300명 이상이 몰렸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줍줍과 일반 신혼부부 특별 공급 등 인기 대장주 아파트 일정이 7월 들어 몰렸다”고 했다. 
7월에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도 37가구에 무려 1만1999명이 몰렸다.


시세 6억원대 49㎡ 전세 아파트를 3억원대에 들어갈 수 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임대주택 모집도 7월 말에 진행돼, 무주택 신혼부부들이 대거 몰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한 49㎡ 150가구 경쟁률이 80대1로 유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한 59㎡의 2배에 달했다”며 “막 결혼했거나 곧 결혼한 분들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사실혼 상태로 함께 살던 남녀가 신혼부부 특별 공급이나 정부 차원의 혼인 세제 인센티브를 받으려 미뤘던 혼인신고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느는 추세라고 일선 지자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에 접수된 혼인신고 건수는 314건으로 1년 전보다 44%나 불었다. 
구청 관계자는 “정부의 신혼부부 특례 전세 자금 대출 요건이 완화되는 등 혜택이 늘어나는 점도 혼인신고가 증가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연 1~2%대 이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의 신혼부부 연소득 요건은 내년부터 부부 합산 7500만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다. 혜택을 받기 위해 연말까지 혼인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구청 직원들은 전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사실혼 상태였다가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봄·가을 등 전통적인 결혼 성수기 개념이 희미해진 것도 7월 결혼 건수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점도 혼인 증가세가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사와 육아 문제를 남녀가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이 늘어난 데다 육아휴직이 보편화되면서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제때 제 짝을 찾자”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결혼 정보 업체 가연 관계자는 “40살을 넘기기 전에 결혼하려는 남녀들의 주선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240926)



 

 

 

지난 22일 새벽 광주광역시에서 ‘음주 운전 추적’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던 30대 남성 운전자가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운전자는 유튜버 A씨 등이 탄 차량 3대와 약 1.9㎞ 추격전을 벌인 끝에 숨졌다. 
이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돼 400여 명이 지켜봤지만 유튜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위험천만한 방송을 방치한 유튜브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버 A씨는 밤 거리에 잠복해 있다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운전자를 추적·응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버다. 
스스로를 ‘광주 보안관’이라고 부른다. 온라인에서는 ‘음주 운전 헌터(사냥꾼)’라고도 불린다.

 

 

<지난 22일 오전 3시 48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월동의 한 도로에서 추돌사고 뒤 사망한 운전자의 차량. 
사고 당시 이른바 '음주운전 헌터'라 불리는 유튜버가 이 차량을 뒤쫓았었다.>

 


A씨는 지난 1월 생중계 도중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자와 실랑이가 붙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는 유튜브 생중계를 계속했고 결국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7만명이 넘는다. 영상은 800개가 넘는다.


경찰 대신 민간인이 하는 이른바 ‘사적제재(私的制裁)’는 위법이다. 
A씨의 행위는 사적제재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에 ‘사적제재’ ‘사적보복’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며 “조회 수가 곧 수익이다 보니 자극적인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음주 운전이 불법이긴 하지만 경찰도 아닌 유튜버가 이른바 ‘사적제재’를 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전 3시 5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월동의 한 교차로에서 B(35)씨가 몰던 BMW 차량이 갓길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MW 차량은 완전히 불탔고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 전 유튜버 A씨는 광산구 월계동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B씨의 차량에 다가가 “술을 마셨느냐” “음주 운전 신고를 했다”면서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이 모습은 A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후 B씨는 A씨의 추격을 피해 약 1.9㎞를 달아나다 추돌 사고를 냈다고 한다.

 

 




당시 방범카메라 영상에는 차량 3대가 B씨를 뒤쫓는 모습이 담겨 있다. 
A씨 외에도 A씨 영상을 즐겨 보는 이른바 ‘추종자’들이 모는 차량 2대가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음주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사고와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사망한 운전자 유족들은 “아무리 음주 운전이 중죄(重罪)라도 경찰도 아닌 유튜버가 이렇게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 유족은 “B씨가 4년 전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고 A씨 영상을 자주 봤다고 한다”며 “A씨의 추격에 심한 압박감을 느껴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동안 A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는 운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폭언을 주고받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지난 3월 영상에서 A씨는 차량을 주차한 뒤 집에 들어가려는 운전자를 붙잡고 “음주했잖아요” “동영상 다 찍어”라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또 다른 영상에는 음주 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뒤쫓아가 경찰에 신고한 뒤 “또 잡았다” “이렇게 또 1승을 땄네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를 뒤쫓는 과정에서 B씨가 위협을 느낄 만한 행위를 했는지, 그 행위를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사적제재’ ‘사적보복’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하면서 조회 수를 올리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한 유튜버가 60대 경비원을 폭행한 10대 남학생을 붙잡아 무릎 꿇게 한 뒤 욕설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유튜버는 “할아버지 폭행범을 잡아 참교육했다”고 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가 34만회에 달했다. 
“경찰 대신 시민들이 범죄자를 잡아 통쾌하다”는 댓글도 여럿이다.


조회 수가 곧 돈이다 보니 ‘정의 구현’ 콘텐츠의 수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부산지법 인근에서 50대 유튜버가 다른 유튜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당시 피습 장면과 피해자의 비명 등이 여과 없이 유튜브를 탔다.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유튜버는 마약 사범들을 경찰에 제보하는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영상을 찍기 위해 위험천만한 도심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실시간 생중계 영상에는 시민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


유튜버가 불확실한 제보를 근거로 개인 신상을 무단 공개해 제3자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폭로하던 한 유튜버는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의 여자 친구로 지목해 논란이 일었다. 
가해자의 여자 친구로 지목된 여성은 온라인에서 ‘마녀사냥’을 당했고 이 유튜버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민간인인 유튜버가 범죄 의심자를 뒤쫓아 처벌하는 ‘사적제재’ 영상은 사람들의 복수심과 분노를 조장하고 공권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은 어떤 개인에게도 다른 사람을 제재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며 “‘정의 구현’이라는 가치가 유튜브 조회 수를 올리는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240925)



 

 

 

서울에 사는 중학생 A군은 얼마 전 선배 형들한테 카카오톡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빼앗겼다. 
‘카카오톡 빼앗기’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는 신종 학교 폭력이다. 
피해 학생에게 “카톡 ID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겁박한 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톡 계정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업자에게 당사자 동의 없이 팔아넘긴다.


초등학교 5학년인 B양은 한 달 전 ‘전동킥보드 셔틀’을 당했다. 
중학생 언니들이 B양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가져간 후 인적 사항을 캐물었는데, 며칠 뒤 가입하지도 않은 킥보드 대여 앱에서 B양 휴대전화로 요금이 청구됐다. 
가해 학생들이 B양 명의로 킥보드를 빌려 요금을 떠넘긴 것이다.

 

 




값비싼 신발이나 가방을 중고 물품 거래 앱에 강제로 올리게 한 다음 팔리면 그 돈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 
빼앗고 싶은 물건을 중고 거래 앱에 올리게 한 다음 돈은 안 주고 물건을 빼앗는 사례도 있다. 
갈취가 아니라, 중고 거래 앱을 이용한 합법적 거래인 듯 포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교 폭력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셜미디어나 중고 거래 플랫폼 등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괴롭힘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괴롭힘들은 ‘사이버 폭력’ 특성상 장소 상관없이 24시간 이뤄져 학생들의 고통이 크다고 한다.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지난해 5만9000명에서 올해 6만8000명으로, 1년 사이 15% 이상 증가했다. 
교육부는 매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체 학생(올해 398만명)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피해 여부를 조사한다.


이 가운데 사이버 폭력 피해 학생은 7.4%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비율은 언어 폭력(39.4%), 신체 폭력(15.5%), 집단 따돌림(15.5%) 다음이지만, ‘신종 학폭’은 대부분 사이버 폭력 형태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사이버 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생(6.3%), 중학생(9.2%), 고등학생(10.4%) 등 연령이 높을수록 높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신체 폭력이나 왕따 괴롭힘 등은 학교 공간만 벗어나면 피해가 덜하지만 사이버 폭력은 공간과 상관없이 학생들이 ‘24시간 감옥’에 갇힌 듯 고통을 겪는다”면서 “차라리 한 대 맞으면 남들한테 억울하다고 하소연이라도 할 텐데 사이버 폭력은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청소년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고 했다.

 

 




신종 사이버 폭력은 성인들의 범죄와 연루되기도 한다. 
예컨대, 가해 학생들은 친구의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아 1개당 10만원 정도에 판다. 
이렇게 넘겨진 개인 정보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대포폰(다른 사람 명의 휴대전화)처럼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광고, 협박·사기 등 범죄에 이용된다. 
일부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부모나 친구의 개인 정보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탄 음료를 건네 마시게 한 후 부모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한 범죄자들도 학생들에게 캐낸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부모에게 연락했다.


게임을 강요해 불법 도박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2학년인 C군은 지난 5월 수학여행을 갔다가 동급생의 강요로 온라인 ‘사다리 타기’ 게임에 동참했다. 처음엔 소액이라도 무조건 돈을 걸어야 하고 안 하면 따돌림 당할까봐 억지로 했지만 이내 재미를 붙였다. 
이후 선배가 카톡으로 보내준 온라인 도박 ‘바카라’ 사이트에 접속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친구들한테 빌린 돈만 100만원 가까이 된다.(240926)



 

 

 

서울의 한 대학가 헬스장 회원 김모(30)씨는 최근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주사기 몇 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사용이 이렇게 만연한 줄 몰랐다”고 했다. 
23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실엔 “주사기 사용 적발 시 퇴출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인터넷 헬스 동호인 게시판엔 주사기가 잔뜩 쌓인 화장실 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인천의 한 헬스장 관장은 지난달 “주사기를 제발 변기에 버리지 말아달라. 수리비만 50만원 나왔다”는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에 최근 “주사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며 “모르는 척하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왼쪽). 
헬스장 업주는 불법 약품 주사기 무단 투기로 변기 수리비가 50만원 발생, ‘피눈물’이 난다고 호소한다. 
오른쪽은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내부에 사용 후 버려진 주사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2030 세대 사이에서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이 인기를 끌면서 불법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전문 보디빌딩 업계에서 은밀하게 유통됐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이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 
서울 성동구의 헬스 트레이너 최모(26)씨는 “인스타 몸짱 인플루언서 상당수는 불법 약물 사용자”라고 했다.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을 복용한 뒤 근육을 불리고, 교감신경을 촉진하는 에페드린을 사용해 체지방을 빠르게 줄인다. 
일반적인 운동과 식단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근육량과 선명도를 얻을 수 있다.

 

 

 


본지 기자가 23일 회원 수 약 4000명의 스테로이드 정보 공유 카페에 가입하자, 판매 업자 6명이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을 안내했다. 
한 업자는 텔레그램으로 “단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다”며 제품 목록과 가격표를 건넸다. 
‘디볼(스테로이드제) 10mg 100정에 6만5000원’ ‘아나바 10mg 100정에 10만원’ 같은 식이었다. 
이 업자는 “경구용은 일반 알약처럼 먹으면 된다”며 “주삿바늘도 직경이 작아 통증이 적고 엉덩이 아무 곳에나 찌르면 된다”고 했다. 
이 업자들은 중국·동남아·인도 등에서 정체 불명의 약물을 수입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딩 선수들은 “이 업계는 약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전국체전 보디빌딩 부문은 20여 년간 도핑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는 10월 전국체전 일반부는 아예 폐지됐다. 사설 보디빌딩 대회는 약물이 없으면 아예 입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무작위 도핑 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입상자가 검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춘 일도 있었다.


문제는 취미로 보디빌딩을 하는 일반인들까지 약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원 원주시의 헬스 트레이너 A씨는 회원에게 불법 스테로이드제를 권유해 54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어깨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주입한 혐의 등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9) 대회 금지 약물 복용 적발 건수는 239건으로 집계됐다. 
10대 청소년은 42건으로 5명 중 1명 수준이었으며, 이 중엔 9세 어린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을 의사 처방 없이 복용·주사하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약사법 위반이다. 
약사법 개정으로 2022년 7월 이후 이런 약물을 구매한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구매자를 처벌한 사례는 없다. 
텔레그램 등에서 활발히 영업 중인 판매 업자들에 대한 단속·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21년 2건, 2022년 0건, 2023년 2건, 2024년 8월 기준 3건이 전부였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도 기저 질환, 용량, 투약 중단 등에 있어 굉장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인데 이를 근육 증가, 체지방 감소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누적되면 심한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30~40대 젊은 보디빌더들이 세균 감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240924)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라고도 불린다. 
염증 치료용으로 쓰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구분된다. 
근위축증이나 테스토스테론 결핍 환자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근육량 증가·운동 능력 향상을 노린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독재·불의·특권에 맞서 싸워온 ‘거리의 혁명가’ 장기표(78) 선생이 22일 오전 1시 35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영면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반려였던 아내 조무하 여사는 “살 만큼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생명을 가진 인간의 의무이자 순리. 그러니 울지 마라”는 고인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장기표는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으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90년대 사회주의 붕괴 후 제도권으로 간 재야 동지들과 달리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7번의 창당과 낙선을 거듭했고, 지난 4월 총선 때 ‘특권폐지당’을 끝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억대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한 일화가 유명하다.


서울법대 선후배로 장기표와 민주화 투쟁을 했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이 다 취해도 홀로 깨어 있으려는 그 지나친 순수함이 그의 병이요, 죄”라고 했다. 
전태일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는 생전에 “기표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진실하고 바르게 살려는 첫 사람이자 나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었다”고 했다.


유족으로 조 여사와 딸 하원, 보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으로,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다.

두 달 전 보리굴비 곁들인 소찬이 그와의 마지막 식사였다. 
담낭암 4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으니, 가족과 함께 손잡고 다 같이 우시라”는 선고를 받고도, 장기표는 밥 먹는 내내 나라와 지구를 걱정했다.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인데도 다들 불행하다고 한다. 과도한 욕심, 과도한 소비로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재앙이 오고. 코로나 팬데믹이 이걸 경고한 건데 우리는 다 잊고 다시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다.”

 

 


<1972년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장기표가 구형 공판을 받는 모습(왼쪽사진). 
장기표는 1970~90년대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촉구하며 인간띠로 국회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장기표는 특권폐지당을 창당해 지난 4월 총선에 도전했지만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겠다며 항암 대신 숲속을 맨발로 걷겠다던 장기표의 입원 소식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1일 문자로 왔다. 
복수가 차올라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 조무하(73)는 “무너진 체력으로도 잘 견뎌냈는데 항암 주사 맞고 6일이 지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갔다”며, “병세가 호전되나 싶어 음식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는데 오늘(22일) 새벽 갑자기 떠나셨다”고 했다.

 

 

 


<장기표에 추서된 국민훈장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선생 빈소에 국민훈장이 놓여 있다. 
훈장은 이날 고인 별세 직후 추서가 결정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달했다.>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한 고(故) 조영래 변호사 말대로 “창랑(滄浪)의 물처럼 살아온” 인생이었다. 터무니없는 자존심, 타협을 모르는 강직함이 그의 ‘죄’였다. 재야의 동지들조차 그를 ‘시대의 몽상가’라며 피해 다녔다. 그때마다 자신은 지독한 현실주의자라고 반박했다. 
“길을 가는데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그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상주의자인가, 현실주의자인가?”(본지 2021년 7월 10일 자)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보고 학생운동에 뛰어든 뒤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장리쌀로 고통받는 빈농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게 국민학생 때였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1971년), 민청학련 사건(1974년), 청계 피복 노조 사건(1977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1980년), 5·3 인천 사태(1986년), 중부지역당 사건(1993년)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장기표는 소련 붕괴 후 독자적 행보를 했다. 
제도권으로 앞다퉈 들어간 민주화 동지들과 달리 선거 때마다 정당을 새로 만들어 출마했고 낙선했다. 
김대중·이명박 정부에서 공천과 입각을 제안받았지만 이 또한 거절했다. 
“기존 정당으로는 우리나라 고질병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치권력이 된 진보 진영과 귀족화된 노동계를 ‘운동권 사쿠라’라고 질타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이 될 것”이라 했고, “민주노총은 망국의 제일 적(敵)”이라 비판했다. 
민청학련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기표는 “민청학련 사건 등은 다 실체가 있었고 당시 실정법을 위반했다. 재심 법정에서 해석을 달리해 무죄로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본지 2019년 6월 3일 자) 
억대에 달하는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 일갈하며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기표는 너무 맑은 일급수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으나, 정연두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이 문통과 더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약자의 편에 서는 점’으로 꼽지만 그들이 약자 편에 서는 경우는 자신들 가진 것이 침해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만 그렇다. 장기표는 다르다. 
그의 삶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지일관된 노력의 연속이었다. 
무수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소위 ‘안 되는 길’만 고집함으로써, 그동안 쌓았던 명예와 동지들을 잃었다.”


장기표의 곁을 끝까지 지킨 건 아내 조무하였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도망 다니던 1976년, 서울 왕십리 중앙시장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 두 잔 놓고 장기표와 결혼한 조무하는 논술 교사로, 교습소와 문화 센터 강사로 생계를 이으며 두 딸을 키우고 남편을 옥바라지했다. 
아이들이 아빠 얼굴 잊을까 봐 면회 갈 때마다 데려갔더니, 하루는 큰딸이 ‘엄마, 내 짝은 서울구치소를 몰라’ 하며 으쓱해하더란다.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밤 10시로 시간을 정해 부부가 신약성경을 함께 읽어 나갔다는 일화가 적힌 장기표의 책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는 당시 운동권 남녀들의 연애 교본이 됐다.


투사 장기표는 사상가이기도 했다. 
‘문명의 전환, 새로운 비전’ ‘행복 정치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경제활동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바뀌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저서가 된 ‘위기의 한국, 추락이냐 도약이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특권폐지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것에 낙담한 뒤 두 달간 밤새워 쓴 책이다. 
장기표는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뤄 나라와 민생을 거덜내고 있다.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질타했다.


장기표 부고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60년지기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부영 전 의원과 김문수 장관도 달려와 조문객을 맞았다.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한석호는 “‘장키호테’로 불린 저돌적 실천가 장기표 선생이 시대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전태일 열사, 이소선 여사와 얼싸안고 평안히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불평등 세상을 전복시키겠다던 20대의 장기표에게 “사랑이 넘칠 때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진보적”임을 일깨웠다는 전태일은, 하늘로 돌진해 온 자신의 ‘대학생 친구’에게 뭐라고 인사를 건넬지 문득 궁금해졌다.(240923)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호프집. 식사 시간임에도 25개 탁자 중 2개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20대 남녀는 술 없이 피자와 파스타만 주문했고, 30대 남녀 세 명의 탁자엔 피자 한 판뿐이었다. 
호프집 주인 박모(42)씨는 “우리는 술 장사로 먹고 사는데, 1년 전에 비해 주류 매출이 3분의 1은 줄어 올해 적자가 6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과거 주류 시장의 ‘큰손’이었던 2030세대가 술을 외면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학·직장의 회식 문화가 ‘마시고 죽자’에서 ‘적당히 즐기자’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기자들이 방문한 강남·건대·수유 등 서울 주요 유흥가에서 만난 주점 업주 수십 명은 “2030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엔 ‘소주 빼고 다 있는 술집’까지 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384만1000kL에서 작년 361만9000kL로 약 6% 줄었다. 
20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도 2015년 9.813L에서 2021년 8.071L로 18%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의 주세 수입 또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들었다.


특히 한때 ‘국민 술’로 불렸던 희석식 소주를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싼값으로 금방 취할 수 있었던 소주를 즐겨 찾았고, MT나 학과 행사 등에서 ‘사발식’ 등으로 소주를 폭음했던 문화가 코로나를 지나면서 ‘멸종’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91만5596kL였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작년 84만4250kL로 약 8% 감소했다. 
주류 업계에선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의 소주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한다.


전 사회적인 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그간 경찰이 골머리를 앓던 ‘주취 소란’도 감소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만1923건이었던 ‘음주소란 통고처분’은 작년 6160건으로 약 72%가 줄어들었다. 
취객들로 몸살을 앓던 일선 지구대 경찰들도 “수년 전보다는 확실히 주폭(酒暴)들의 난동 강도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한국’에서 태어난 2030세대의 입맛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은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단 그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美食)의 차원에서 향유하고 있다”며 “전체 술 소비량 감소와 희석식 소주의 퇴조는 향후 주류 시장의 트렌드일 것”이라고 했다.(240921)


 

 

 

현대자동차는 9월 실시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에서 132개 부문에 걸쳐 지원서를 받았다. 
연구·개발(R&D) 부문만 58개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고성능차 개발, 로봇 사업 관리, 배터리 설계, 배터리 셀 개발, 배터리 제어개발 등 세세하게 분야가 나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분야의 경우 ‘기계·자동차·산업공학 등 이공계열 전공자’ ‘고성능차 관련 기초지식 보유자’ ‘자동차·항공 공모전 활동 경험’ ‘경진대회에서 리더 역할’ 등이 있어야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현대차에 지원했던 박모(27)씨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요즘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지만, 채용 공고에 나열된 것들은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둔 사람은 쉽게 갖출 수 없는 스펙”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는 현대차가 지난 2019년 모든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바꾼 결과다. 
신입사원의 경우 과거 상·하반기 한 번씩 선발하던 것을 이제는 1년에 4차례 뽑는다.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한국 사회가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로 청년들을 뽑은 뒤 자체적으로 교육해 그 회사의 ‘산업 전사’로 빠르게 키워냈다. 
하지만 요즘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채로 어디에서나 평균 이상의 능력을 내는 범용(汎用) 인재를 찾기보다 수시 채용으로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 가능한 스페셜리스트를 뽑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공채의 종말’이 본격화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원하는 분야의 구직 공고가 날 때까지 1년 내내 대기해야 하고, 지원 분야를 세분화하면서 채용 공고에 나오는 선발 인원은 더 줄어들었다. 
거기다 직무에 따른 구체적인 역량까지 요구하면서 경험이 많은 ‘중고 신입’만 찾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장모(27)씨는 올해 9월까지 대기업 입사지원서를 30번 냈다. 
현대차에 2번, 롯데에 2번 등 한 기업에 2~3번씩 원서를 쓰기도 했다.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늘면서 원서를 더 많이 쓰게 된다고 했다.


거기다 원하는 분야 공고가 나지 않을 때도 잦다. 
장씨는 경영학을 전공해 재경 부문 취업을 희망하는데, 올 초 한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띄워 들어가 봤더니 재경 부문은 아예 선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홍보, 마케팅, 영업 등 마구잡이로 원서를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올해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수시 채용의 단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채용 규모를 줄인 곳이 늘었는데, 수시 채용으로 ‘적게 여러 번 뽑는’ 방식까지 쓰니 지원자들은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HR기업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작년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대기업의 70%는 두 자릿수 채용을 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46.2%로 떨어졌다. 
사립대 졸업한 취업 준비생 강모(26)씨는 “기업별로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선발 시기도 제각각이니 늘 취업 공고를 살피고 원서를 쓰면서 지낸다”며 “입사지원서를 ‘난사(亂射)’하는 시대”라고 했다.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이른바 ‘중고 신입’을 원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서울 사립대 4학년 김모(27)씨는 작년 A 기업 면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같이 면접을 본 6명 가운데 4명이 이미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해 1년 안팎 일하다 이 회사 신입사원으로 다시 지원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그 면접에서 떨어졌고 “나도 어디라도 취업했다가 다시 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신입사원 중 중고 신입 비율은 재작년 22.1%에서 작년 25.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수시 채용이 장점도 있지만 공채 시대에 기업이 맡았던 청년 교육 기능이 구직자들에게 전가되면서 경력을 쌓기 위해 사교육 등 취업 준비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240921)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불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층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또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 기간은 길어졌는데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 된 고령층이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경기 부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8)씨는 “60세까지는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애들 다 키우고 나니 노후 준비가 안 돼 일을 시작했다”며 “내가 돌봄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년이 60세인 우리나라에선 정년퇴직 이후 최소 3년에 달하는 ‘소득 크레바스(공백기)’가 생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65만원으로 생계비를 충당하는 데 턱없이 모자란다. 
이조차도 법적 정년(60세)을 훌쩍 넘긴 63세(1961~1964년생 기준)가 돼야 받을 수 있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기 때문에 시차가 5년으로 늘어난다. 
따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이상 5년간 ‘연봉 0원’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중장년층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다 해도, 그 액수가 적어 일을 하지 않고선 기초적 생활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노인 빈곤율이 세계적으로 높다. 
노인 빈곤율은 66세 이상 중 소득이 중위 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의 비율이다. 
한국은 2020년 이 비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최근 고령층 취업자는 청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 
그런데 60대 이상에서만 23만1000명 증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증가 폭이 둘째로 많은 30대(9만9000명 증가)의 2배 이상이다. 
20대와 40대는 오히려 각각 12만4000명, 6만8000명 감소했다.

 

 




한국의 ‘고령층 취업 열풍’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22년 들어 37.3%로 집계돼, OECD 38국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이어 아이슬란드(32.6%)와 일본(25.6%), 뉴질랜드(25.2%) 등 순이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 비율이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이 40%까지 올라갔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4명이 취업했거나 취업하지 않았더라도 일하려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학 기술 발달 등으로 60·70대의 건강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려 일터로 뛰어드는 고령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사로 정년퇴직한 후 현재 다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다시 일하고 있는 김모(63)씨는 “평생 일해오다가 갑자기 맨손으로 쉬자니 적응이 안 됐다”며 “용돈 벌이도 되고, 체력 닿을 때까지는 최대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처럼 일하는 고령층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4.4%로, 일하지 않은 고령자(36.4%)보다 2%포인트 낮았다.


노동시장의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부의 고령층 일자리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뽑는 단순한 저임금 일자리는 고령층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은퇴 전까지 20~30년 이상 쌓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기업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국가가 은퇴자에게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제도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240920)


☞계속 고용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것. 
일단 퇴직한 직원과 계약을 맺고 재고용하는 방식, 정년 자체를 연장·폐지하는 방식 등이 있다. 
현재 정부는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근로자 1명당 최대 1080만원(3년간)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현진(29)씨는 지난여름 처음으로 야구장에 발을 디뎠다. 
‘이름 같은 류현진 보러 가자’는 친구 말에 무심코 따라갔다. 
이씨는 “처음 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응원가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고 축제가 따로 없더라”라면서 “그 뒤로 5번 넘게 ‘직관(경기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했다. 류현진 유니폼까지 샀다. 앞으로 계속 야구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18일 경기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 경기에서 1루 홈 관중석을 꽉 채운 KT 팬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채 응원봉(비트배트) 등을 들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42년 만에 1000만 관중을 동원했다. 
17일까지 올해 1014만4279명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이전 최다 기록(2017년 840만688명)은 이미 지난달 18일 넘어섰고 한 달 만에 1000만 고지를 돌파했다. 
10구단 중 KIA, 삼성, LG, 두산, SSG, 롯데 6구단이 시즌 100만명(홈 관중 기준)을 넘겼다.


이런 흥행 폭발을 이끈 건 경기 자체 요소로는 전례 없이 치열한 순위 경쟁. 시즌 막바지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한 덕에 각 구단 팬들은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정규 시즌 종료를 열흘 남긴 상태에서 1위 KIA 외에는 ‘가을 야구’ 진출 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로운 젊은 스타 탄생도 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며 MVP를 사실상 예약한 KIA 김도영(21),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선 김택연(18세이브) 등 “젊은 선수들이 비약적 발전을 보이면서 젊고 새로운 팬이 많이 유입된 효과(이순철 해설위원)”라는 분석이다.

 

 




경기 외적 요소로는 야구가 승부를 넘어 일종의 나들이나 오락처럼 소비되는 문화가 퍼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흥겨운 응원 문화는 야구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젊은 팬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관중에게 야구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으면 43.2%가 응원 문화를 꼽을 정도다. 
나팔과 북으로 똑같은 응원가를 울리는 일본, 좋아하는 선수에게만 환호성을 지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선수마다 다 다른 응원가와 구호가 있고 구단 치어리더가 나와 경기 내내 흥을 돋운다. 
‘노래는 임영웅, 야구는 김영웅’ ‘리그 1위 고산병 너무 힘들다’ 등 관객들이 재기 넘치는 응원 문구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이 문구들이 방송을 타면서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최근 KIA 치어리더들 응원 춤인 ‘삐끼삐끼 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르면서 ‘K응원’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여성 팬들 증가는 금상첨화 같은 효과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조사해보니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은 48.6%. 
기존 관람객은 37.2%가 여성이었는데 올해 여성 야구팬들이 대폭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 ‘신규 관람자’ 중 20대가 31.4%, 미혼이 53.2%를 차지해 젊은 싱글들이 야구장에 많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태수 두산 홍보팀장은 “젊은 여성 팬들은 팀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이기건 지건 야구장을 꾸준히 찾는다”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젊은 여성 열성팬들은 “아이돌 콘서트 공연장 표는 구하기 어렵고 각종 ‘굿즈(기념 상품)’ 값은 턱없이 비싼 반면 야구 스타들은 매일 경기장 가면 볼 수 있고 표 값도 1만~2만원대로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각 구단도 이런 열성팬들 기호에 맞춰 경기 후 선수들 모습, 일상, 훈련 모습 등을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만들어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버전을 다양화한 유니폼 출시도 아이돌 문화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240919)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국내 병원 3곳이 암 분야 10위 안에 포함됐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이탈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가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세계 최고 전문 병원’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2계단 올라서며 ‘세계 3대 암병원’으로 꼽힌 것이다. 
1위와 2위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가 각각 차지했다. 
이 두 병원이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임을 감안하면, 종합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암 치료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암 분야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외에 서울아산병원(5위), 서울대병원(8위)도 톱10에 들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단일 국가에서 10위 안에 3곳이 포함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진료의 질과 임상, 연구, 교육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6위), 비뇨기(9위), 내분비(14위), 신경(16위), 호흡기내과(23위), 정형외과(39위), 심장(64위) 분야에서도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이 대거 상위에 올랐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양성자 치료에 앞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국내 대형 병원들은 암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분비(3위), 소화기(4위), 비뇨기·암(5위) 등 4개 분야에서 세계 5위권 내에 들어가는 기록을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외에 4개 이상의 분야에서 5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곳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클리블랜드 클리닉·매사추세츠 종합병원·존스홉킨스 병원과 독일 샤리테 병원 등 5곳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병원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뛰어난 의료진 역량이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단일 건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병원을 열었고, 2015년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이뤄지던 양성자 치료를 국내 민간 병원 최초로 선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했다.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환자에게 ‘개흉 수술’ 대신 최소 절개로 인공 판막을 넣는 방식이다. 한 해 300건 넘게 실시하고, 성공률(99%)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번 평가에서 서울대병원도 10개 분야에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암(8위)을 비롯해 비뇨기(4위), 내분비(5위), 소아(10위) 등이 상위권으로 꼽혔다. 
세브란스병원은 9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어왔다. 
정형외과(10위), 내분비(12위), 신경외과(15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한국 의료가 해외 의료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많이 개발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내분비(10위), 소화기(15위) 등을 포함해 5개 분야가 100위권에 들었다.


뉴스위크는 이번 평가를 위해 독일 글로벌 마케팅 조사 업체인 ‘스태티스타’에 의뢰해 세계 30국 의료진 수만 명을 설문 조사했다. 
주요국 의료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의료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국내 병원들은 지난 6월 뉴스위크가 아시아·태평양 전문 병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평가 순위에서도 전체 9개 분야 중 암·호흡기·심장내과·내분비·호흡기·정형외과·소아과 등 6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의료가 뛰어난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인정받으면서 외국인 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60만5768명으로, 처음 60만명을 넘어섰다. 
대형 병원에서는 중증·고위험 외국인 환자들도 치료를 받고 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지난해에만 120국, 1만9000여 명의 외국인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았다”며 “해외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의사들도 암, 장기 이식 등 중증 질환 치료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240919)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약 5000여 대 규모 주차장 네 곳이 전부 꽉 차 있었다. 
차들이 빈자리를 찾아 뺑뺑 돌았다. 청사 안은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정현(45)씨 가족은 “요즘은 김포공항 대신 청주공항을 항상 이용한다”며 “차도 안 막히고 김포공항보다 탈 수 있는 노선도 많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의 모습.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지방 공항은 손님이 없어 ‘활주로 위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최근 지방 공항인 청주공항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1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8월까지 314만7000명으로, 400만명을 넘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공항을 앞질렀고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 중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 2일 100만명을 넘었다.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 지방 공항은 ‘빅3′인 제주·김포·김해 공항 말고는 청주공항뿐이다.


청사 안 편의점과 식당에는 대기 줄까지 생겼다. 
편의점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이었는데 요즘은 성수기·비수기 가릴 것 없이 매일 제주나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을 찾는 승객 4명 중 1명(26.2%)은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이었다. 
대구, 경북 등 영남권에서 온 승객도 10.5%였다.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여행객이 몰린다는 뜻이다.


이날 만난 수도권 여행객들은 청주공항이 김포공항보다 가깝고 교통 체증도 덜해 편리하다고 했다. 
경기 평택에서 왔다는 오정현(38)씨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교통 체증 때문에 주말에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청주공항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을 생각하고 공항에 일찍 왔는데 발권 절차를 마치고도 탑승까지 2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 신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수도권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국토의 중앙에 있다 보니 전북, 경북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공격적으로 국제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탈 수 있는 항공편이 많다. 국제선 노선 수를 비교하면 청주공항(10)이 김포공항(7)보다 많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오카와 베트남 다낭 등 노선은 김포공항에는 없는 노선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이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청주공항이 가까울 수 있다. 
청주공항도 취항 노선을 늘리기 위해 항공사가 새로 취항하거나 항공편을 늘릴 경우 공항 착륙료를 2년간 면제해 준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제주도를 갈 때 김포공항 출발은 거의 자리가 없는데 청주공항 출발은 여유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일본 도쿄나 후쿠오카 노선 등은 인천공항에서 탈 때보다 요금도 10만~15만원 정도 싼 편이다. 비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이라 주차 요금도 싸다. 김포공항은 30분에 1000원, 하루 주차비는 2만원이다. 반면에 청주공항은 1시간 1000원, 하루 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청주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 등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이용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활주로를 신설하고 좁은 청사와 주차장 시설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240913)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소프라노의 ‘무대 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 때 3막 테너의 앙코르에 무대에 들어와 “나를 존중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던 루마니아 출신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소속사를 통해 장문의 반박 성명을 냈다. 
공연 주최 측인 세종문화회관도 즉시 재반박에 나섰다. 국내 오페라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테너 김재형(왼쪽)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 마지막 8일 공연 당시 테너 아리아의 앙코르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오르기우의 소속사인 인터무지카는 “오페라 공연 도중 어떤 연주자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지휘자와 제작진과 합의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 게오르기우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오페라 전문지 ‘오페라 와이어’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이 공연 직후인 지난 8일 게오르기우 측에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Tosca)'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속사 인터무지카는 성명서에서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2막 직전에 지휘자는 소프라노 아리아의 앙코르를 제안했지만 게오르기우는 공연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막 테너의 아리아에서는 이런 결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게오르기우는 개인적 모욕(personal affront)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12일 재반박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소프라노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자신을 포함해 전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본인의 앙코르 이외에 다른 성악가들의 앙코르에 대한 결정권까지 소프라노가 가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안의 본질은 게오르기우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왼쪽 아래 빨간옷)가 커튼콜 중 인사하기 위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 곳곳에서 야유가 빗발쳤다. 
그러자 게오르기우는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앙코르란 ‘다시 한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기악 연주자의 리사이틀이나 성악가의 독창회,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앙코르는 청중의 박수 갈채에 대한 따뜻한 답례가 된다. 
하지만 오페라 공연 중에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는 앙코르 관습에 대해서는 지휘자나 성악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게오르기우는 오페라 도중의 앙코르 관행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다. 
2016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도 공교롭게 같은 오페라 ‘토스카’에서 같은 아리아인 ‘별은 빛나건만’을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로 거듭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퇴장해 한동안 공연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게오르기우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같은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자 무대에 등장해서 “이것은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소리쳤다. 
또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관객 야유에 무대 인사를 마치지 않은 채 퇴장했다. 당시 연주는 부천 필하모닉(지휘 지중배)이 맡았다.(240913)


 

 

 

‘폭염 한가위’가 예고됐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 기간(14~18일) 최고 기온이 33~35도 수준으로 매우 덥고 습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추수 전 곡식을 미리 걷어 차례를 지내며 풍년을 기원한다는 추석(秋夕)의 의미는 퇴색했다. 
적잖은 시민이 추석 더위를 피해 ‘늦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부산역에서 귀성한 가족들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를 향해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고 있다.>

 


직장인 문모(28)씨는 올 추석 귀성 대신 가족들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기로 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더워 호텔 수영장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주부 김한나(41)씨는 날씨가 선선한 강원 홍천으로 가족 여행을 간다. 
김씨는 “수타사 앞 계곡이 시원하다고 해서 수영복을 챙겨 간다”고 했다.


제주도 해수욕장 12곳엔 ‘늦여름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 도내 해수욕장을 공식 폐장했지만 이달 15일까지 안전관리 요원 40여 명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해경과 소방 등에는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각종 수난 사고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추석 연휴 때 해수욕장과 포구 등에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 사고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추석 연휴 해외 출국자 숫자는 역대 최다를 경신할 전망이다. 
9월에도 폭염이 가라앉지 않자 아예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13~18일까지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11.6% 늘어난 20만1000명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7년(18만7623명)보다 7%가량 높은 수치로 역대 최다 규모다. 
출발 여객은 14일(12만1000명), 도착 여객은 18일(11만7000명)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추석 폭염은 명절 밥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석 특산품인 송이버섯을 재배하는 경북 농가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여름 덥고 습한 날씨와 태풍으로 송이버섯의 재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송이버섯을 판매하는 공판 자체가 없다. 
해마다 9월 초 공판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첫 공판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울진산림조합 관계자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포자(胞子)도 형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에서 송이버섯을 키우는 이모(53)씨는 “4000만~5000만원을 주고 송이 산을 임차한 농민들은 앉아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고 했다. 
꿀 사과로 유명한 경북 영천시도 더운 날씨로 사과가 튼실하게 자라지 않아 당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사과는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과일이다.


단감 농가도 울상이다. 단감이 일소(日燒·과일 화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경남농협 관계자는 “경남 진주의 한 농가는 재배 면적의 20%가 일소 피해를 입었고, 창원·김해 지역에서는 평균 5~10%의 면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단감이나 사과 등 기존 특산물의 재배에 어려움을 겪자, 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제주 애플망고 등 열대 과일이 추석 특산품으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상당수 가정은 “날씨도 더운데 전을 왜 부치냐”며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있다. 
주부 임모(51)씨는 “시부모가 이번 추석에는 날씨도 더우니 전 같은 요리를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온에서 장시간 보관하는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시민도 많다. 
권모(56)씨는 “남편이 최근 전을 먹고 장염에 걸렸다”며 “이번 추석 때는 차례상에 과일과 한과, 술 정도만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추석 빔을 제작하던 한복 업체들도 폭염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생 권모(22)씨는 “반바지·반팔 차림으로 고향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한복이 웬말이냐”고 했다. 
서울 광장시장의 한 한복 상인은 “명절마다 어린이·아기 한복 주문이 제법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워낙 더워 명절 한복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에어컨 트는 추석은 처음이다” “미리 사둔 추석 빔은 설날에나 입어야 하나”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240914)

 

 

 

서울대 교수 노조가 전체 교수 2300여 명 중 1200여 명을 노조원으로 확보, 가입률 50%를 넘기는 ‘과반수 노조’가 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연세대·고려대엔 교수 노조가 아예 없고, 국공립대 교수 노조원도 수십 명에 그치는 현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대학가에서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은 노조 가입 이유로 “월급이 너무 적다” “과거 공무원 때보다 신분이 불안하다” 같은 불만을 제기한다.


서울대 교수 노조는 2019년 4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노조원이 5년 새 30배가량인 12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학가 교수 노조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국내 최초로 원광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고 같은 해 11월 서울대에도 ‘교권 확보’와 ‘임금·근로 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고 두 번째 교수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국공립대와 일부 사립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지만 서울대처럼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은 거의 없다.

 

 




서울대 교수들은 사립대에 비해 적은 연봉이 노조 가입의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1억2173만원으로 연세대(1억8470만원), 고려대(1억5831만원), 성균관대(1억9027만원), 포스텍(1억6409만원) 등 주요 사립대보다 낮다. 
최근엔 신임 교수가 임용 직후 노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새내기 교수들은 일한 만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과거엔 월급이 조금 적어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로 보상받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요즘 젊은 교수들은 다르다”고 했다.


수년 전 임용된 한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마흔이 넘어 겨우 교수가 됐다”며 “공부하느라 모아둔 재산도 없는데, 서울에 자가 아파트까지 마련한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을 보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했다. 
‘내 집’이 없는 서울대 교수들은 대개 서울대 관악캠퍼스 낙성대 자락에 있는 교수 아파트로 들어간다. 
5년간 월세 50만~60만원에 살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월세가 차츰 오른다. 
공대 A 교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나들고 전셋값도 수억 원 대인데 매매는커녕 셋집 구하기도 엄두가 안 난다”며 “그냥 교수 아파트에 눌러앉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자연대 B 교수는 “미국 유학 마치고 서울대 교수를 하려고 온 후배가 서울 집값과 서울대 연봉을 보고 놀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박사급 인재의 초봉이 최소 2억인데 서울대 교수 초봉은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되면서 공무원 연금·대출 같은 혜택이 사라졌다. 
정교수가 되면 종전처럼 65세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정년 이후 받게 될 사학 연금의 재정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서울대 교수들의 불안 요소라고 한다. 
서울대 당국이 최근 추진하는 교수 성과 연봉제 때문에 불이익을 겪을까 봐 노조 가입률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서울대에서 신청한 성과 연봉제 예산 중 60% 수준인 139억원가량만 승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서울대는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노조 관계자는 “교수들도 근로자로서 성과 연봉제 등에 대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240912)


 

 

 

과거 ‘편파 방송’ ‘정치 방송’ 논란에 휩싸였던 TBS(서울교통방송)가 결국 민영 방송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11일부터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한다”고 10일 밝혔다.


TBS는 서울시의 자금 지원을 받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이었는데 이제 출연기관 지위를 잃고 독자 경영을 해야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TBS에 세금을 지원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서울시는 지난 6월 행안부에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연 400억원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존해왔던 TBS는 자구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TBS는 현재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본사도 서울시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시 지원금은 지난 6월 완전히 끊겼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고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면서 TBS는 이제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방송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정치 방송, 편파 방송에 몰두해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TBS는 1990년 서울시 교통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에는 서울시의 사업소 중 하나였다. 
TBS를 바꾼 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2020년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키우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내세워 작가, PD 등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에게 교통 정보를 전달하던 TBS는 이후 ‘정치 방송’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편파 발언을 한 진행자를 계속 출연시킨 TBS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음모론이 전파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는 2022년 대선 전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나중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방심위 제재가 이어졌지만 TBS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1건,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3건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022년 7월 의회가 열리자마자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후 김어준씨 방송을 옹호했던 TBS 직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노조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은 이강택 대표가 물러났다. 이어 12월 김어준씨도 방송에서 하차했다.


TBS는 작년 9월 경영난을 불러온 김어준씨와 이강택 전 대표에게 총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성구 TBS 대표대행은 지난달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TBS가 김어준이 만든 불행한 유산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홀로 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TBS 관계자는 “현재 재단 잔고가 바닥나 9월부터 임금 체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TBS에 따르면, 지난해 380여 명이었던 TBS 임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을 거쳐 24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시가 작년 말부터 TBS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지만 번번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도 TBS의 방만한 경영 상황, 정규직 위주의 인력 구조 등을 보고 등을 돌렸다”고 했다.


TBS는 올 연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재허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심의를 통과해야 방송사의 핵심 자산인 라디오 주파수를 계속 쓸 수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재허가를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금 조달 능력”이라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TBS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TBS 측은 “독립 경영을 위해 민간 투자자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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