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가 헬스장 회원 김모(30)씨는 최근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주사기 몇 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사용이 이렇게 만연한 줄 몰랐다”고 했다. 
23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실엔 “주사기 사용 적발 시 퇴출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인터넷 헬스 동호인 게시판엔 주사기가 잔뜩 쌓인 화장실 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인천의 한 헬스장 관장은 지난달 “주사기를 제발 변기에 버리지 말아달라. 수리비만 50만원 나왔다”는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다.

 

 


<인천 서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에 최근 “주사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며 “모르는 척하겠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왼쪽). 
헬스장 업주는 불법 약품 주사기 무단 투기로 변기 수리비가 50만원 발생, ‘피눈물’이 난다고 호소한다. 
오른쪽은 지난달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 화장실 내부에 사용 후 버려진 주사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

 

2030 세대 사이에서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이 인기를 끌면서 불법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전문 보디빌딩 업계에서 은밀하게 유통됐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이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 
서울 성동구의 헬스 트레이너 최모(26)씨는 “인스타 몸짱 인플루언서 상당수는 불법 약물 사용자”라고 했다.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을 복용한 뒤 근육을 불리고, 교감신경을 촉진하는 에페드린을 사용해 체지방을 빠르게 줄인다. 
일반적인 운동과 식단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근육량과 선명도를 얻을 수 있다.

 

 

 


본지 기자가 23일 회원 수 약 4000명의 스테로이드 정보 공유 카페에 가입하자, 판매 업자 6명이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을 안내했다. 
한 업자는 텔레그램으로 “단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다”며 제품 목록과 가격표를 건넸다. 
‘디볼(스테로이드제) 10mg 100정에 6만5000원’ ‘아나바 10mg 100정에 10만원’ 같은 식이었다. 
이 업자는 “경구용은 일반 알약처럼 먹으면 된다”며 “주삿바늘도 직경이 작아 통증이 적고 엉덩이 아무 곳에나 찌르면 된다”고 했다. 
이 업자들은 중국·동남아·인도 등에서 정체 불명의 약물을 수입해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딩 선수들은 “이 업계는 약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전국체전 보디빌딩 부문은 20여 년간 도핑으로 몸살을 앓았다. 
오는 10월 전국체전 일반부는 아예 폐지됐다. 사설 보디빌딩 대회는 약물이 없으면 아예 입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무작위 도핑 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입상자가 검사를 거부하고 종적을 감춘 일도 있었다.


문제는 취미로 보디빌딩을 하는 일반인들까지 약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원 원주시의 헬스 트레이너 A씨는 회원에게 불법 스테로이드제를 권유해 54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어깨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주입한 혐의 등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9) 대회 금지 약물 복용 적발 건수는 239건으로 집계됐다. 
10대 청소년은 42건으로 5명 중 1명 수준이었으며, 이 중엔 9세 어린이도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을 의사 처방 없이 복용·주사하는 행위는 현행 의료법·약사법 위반이다. 
약사법 개정으로 2022년 7월 이후 이런 약물을 구매한 사람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구매자를 처벌한 사례는 없다. 
텔레그램 등에서 활발히 영업 중인 판매 업자들에 대한 단속·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21년 2건, 2022년 0건, 2023년 2건, 2024년 8월 기준 3건이 전부였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도 기저 질환, 용량, 투약 중단 등에 있어 굉장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인데 이를 근육 증가, 체지방 감소 등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누적되면 심한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30~40대 젊은 보디빌더들이 세균 감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다.(240924)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라고도 불린다. 
염증 치료용으로 쓰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구분된다. 
근위축증이나 테스토스테론 결핍 환자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근육량 증가·운동 능력 향상을 노린 오남용 문제도 심각하다.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독재·불의·특권에 맞서 싸워온 ‘거리의 혁명가’ 장기표(78) 선생이 22일 오전 1시 35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영면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반려였던 아내 조무하 여사는 “살 만큼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생명을 가진 인간의 의무이자 순리. 그러니 울지 마라”는 고인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빈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장기표는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등으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다. 
90년대 사회주의 붕괴 후 제도권으로 간 재야 동지들과 달리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7번의 창당과 낙선을 거듭했고, 지난 4월 총선 때 ‘특권폐지당’을 끝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억대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한 일화가 유명하다.


서울법대 선후배로 장기표와 민주화 투쟁을 했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세상이 다 취해도 홀로 깨어 있으려는 그 지나친 순수함이 그의 병이요, 죄”라고 했다. 
전태일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는 생전에 “기표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진실하고 바르게 살려는 첫 사람이자 나에게는 영원한 스승이었다”고 했다.


유족으로 조 여사와 딸 하원, 보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으로,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다.

두 달 전 보리굴비 곁들인 소찬이 그와의 마지막 식사였다. 
담낭암 4기.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으니, 가족과 함께 손잡고 다 같이 우시라”는 선고를 받고도, 장기표는 밥 먹는 내내 나라와 지구를 걱정했다.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인데도 다들 불행하다고 한다. 과도한 욕심, 과도한 소비로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재앙이 오고. 코로나 팬데믹이 이걸 경고한 건데 우리는 다 잊고 다시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다.”

 

 


<1972년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장기표가 구형 공판을 받는 모습(왼쪽사진). 
장기표는 1970~90년대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촉구하며 인간띠로 국회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장기표는 특권폐지당을 창당해 지난 4월 총선에 도전했지만 원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이겠다며 항암 대신 숲속을 맨발로 걷겠다던 장기표의 입원 소식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월 1일 문자로 왔다. 
복수가 차올라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 조무하(73)는 “무너진 체력으로도 잘 견뎌냈는데 항암 주사 맞고 6일이 지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갔다”며, “병세가 호전되나 싶어 음식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았는데 오늘(22일) 새벽 갑자기 떠나셨다”고 했다.

 

 

 


<장기표에 추서된 국민훈장 -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기표 선생 빈소에 국민훈장이 놓여 있다. 
훈장은 이날 고인 별세 직후 추서가 결정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달했다.>

 

민주화 투쟁을 함께 한 고(故) 조영래 변호사 말대로 “창랑(滄浪)의 물처럼 살아온” 인생이었다. 터무니없는 자존심, 타협을 모르는 강직함이 그의 ‘죄’였다. 재야의 동지들조차 그를 ‘시대의 몽상가’라며 피해 다녔다. 그때마다 자신은 지독한 현실주의자라고 반박했다. 
“길을 가는데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 그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상주의자인가, 현실주의자인가?”(본지 2021년 7월 10일 자)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보고 학생운동에 뛰어든 뒤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장리쌀로 고통받는 빈농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게 국민학생 때였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1971년), 민청학련 사건(1974년), 청계 피복 노조 사건(1977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1980년), 5·3 인천 사태(1986년), 중부지역당 사건(1993년) 주요 시국 사건에 관계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장기표는 소련 붕괴 후 독자적 행보를 했다. 
제도권으로 앞다퉈 들어간 민주화 동지들과 달리 선거 때마다 정당을 새로 만들어 출마했고 낙선했다. 
김대중·이명박 정부에서 공천과 입각을 제안받았지만 이 또한 거절했다. 
“기존 정당으로는 우리나라 고질병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치권력이 된 진보 진영과 귀족화된 노동계를 ‘운동권 사쿠라’라고 질타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이 될 것”이라 했고, “민주노총은 망국의 제일 적(敵)”이라 비판했다. 
민청학련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기표는 “민청학련 사건 등은 다 실체가 있었고 당시 실정법을 위반했다. 재심 법정에서 해석을 달리해 무죄로 받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본지 2019년 6월 3일 자) 
억대에 달하는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 일갈하며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기표는 너무 맑은 일급수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으나, 정연두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이 문통과 더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약자의 편에 서는 점’으로 꼽지만 그들이 약자 편에 서는 경우는 자신들 가진 것이 침해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만 그렇다. 장기표는 다르다. 
그의 삶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지일관된 노력의 연속이었다. 
무수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소위 ‘안 되는 길’만 고집함으로써, 그동안 쌓았던 명예와 동지들을 잃었다.”


장기표의 곁을 끝까지 지킨 건 아내 조무하였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도망 다니던 1976년, 서울 왕십리 중앙시장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 두 잔 놓고 장기표와 결혼한 조무하는 논술 교사로, 교습소와 문화 센터 강사로 생계를 이으며 두 딸을 키우고 남편을 옥바라지했다. 
아이들이 아빠 얼굴 잊을까 봐 면회 갈 때마다 데려갔더니, 하루는 큰딸이 ‘엄마, 내 짝은 서울구치소를 몰라’ 하며 으쓱해하더란다. 
감옥에 있을 때 매일 밤 10시로 시간을 정해 부부가 신약성경을 함께 읽어 나갔다는 일화가 적힌 장기표의 책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날 때’는 당시 운동권 남녀들의 연애 교본이 됐다.


투사 장기표는 사상가이기도 했다. 
‘문명의 전환, 새로운 비전’ ‘행복 정치론’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경제활동이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바뀌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저서가 된 ‘위기의 한국, 추락이냐 도약이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특권폐지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것에 낙담한 뒤 두 달간 밤새워 쓴 책이다. 
장기표는 “오직 집권욕에만 사로잡힌 여야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뤄 나라와 민생을 거덜내고 있다.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고 질타했다.


장기표 부고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60년지기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부영 전 의원과 김문수 장관도 달려와 조문객을 맞았다.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한석호는 “‘장키호테’로 불린 저돌적 실천가 장기표 선생이 시대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전태일 열사, 이소선 여사와 얼싸안고 평안히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불평등 세상을 전복시키겠다던 20대의 장기표에게 “사랑이 넘칠 때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진보적”임을 일깨웠다는 전태일은, 하늘로 돌진해 온 자신의 ‘대학생 친구’에게 뭐라고 인사를 건넬지 문득 궁금해졌다.(240923)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호프집. 식사 시간임에도 25개 탁자 중 2개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20대 남녀는 술 없이 피자와 파스타만 주문했고, 30대 남녀 세 명의 탁자엔 피자 한 판뿐이었다. 
호프집 주인 박모(42)씨는 “우리는 술 장사로 먹고 사는데, 1년 전에 비해 주류 매출이 3분의 1은 줄어 올해 적자가 6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과거 주류 시장의 ‘큰손’이었던 2030세대가 술을 외면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학·직장의 회식 문화가 ‘마시고 죽자’에서 ‘적당히 즐기자’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기자들이 방문한 강남·건대·수유 등 서울 주요 유흥가에서 만난 주점 업주 수십 명은 “2030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엔 ‘소주 빼고 다 있는 술집’까지 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384만1000kL에서 작년 361만9000kL로 약 6% 줄었다. 
20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도 2015년 9.813L에서 2021년 8.071L로 18%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의 주세 수입 또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들었다.


특히 한때 ‘국민 술’로 불렸던 희석식 소주를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싼값으로 금방 취할 수 있었던 소주를 즐겨 찾았고, MT나 학과 행사 등에서 ‘사발식’ 등으로 소주를 폭음했던 문화가 코로나를 지나면서 ‘멸종’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91만5596kL였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작년 84만4250kL로 약 8% 감소했다. 
주류 업계에선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의 소주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한다.


전 사회적인 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그간 경찰이 골머리를 앓던 ‘주취 소란’도 감소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만1923건이었던 ‘음주소란 통고처분’은 작년 6160건으로 약 72%가 줄어들었다. 
취객들로 몸살을 앓던 일선 지구대 경찰들도 “수년 전보다는 확실히 주폭(酒暴)들의 난동 강도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한국’에서 태어난 2030세대의 입맛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은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단 그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美食)의 차원에서 향유하고 있다”며 “전체 술 소비량 감소와 희석식 소주의 퇴조는 향후 주류 시장의 트렌드일 것”이라고 했다.(240921)


 

 

 

현대자동차는 9월 실시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에서 132개 부문에 걸쳐 지원서를 받았다. 
연구·개발(R&D) 부문만 58개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고성능차 개발, 로봇 사업 관리, 배터리 설계, 배터리 셀 개발, 배터리 제어개발 등 세세하게 분야가 나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성능차 프로젝트 관리 분야의 경우 ‘기계·자동차·산업공학 등 이공계열 전공자’ ‘고성능차 관련 기초지식 보유자’ ‘자동차·항공 공모전 활동 경험’ ‘경진대회에서 리더 역할’ 등이 있어야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현대차에 지원했던 박모(27)씨는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요즘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지만, 채용 공고에 나열된 것들은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둔 사람은 쉽게 갖출 수 없는 스펙”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는 현대차가 지난 2019년 모든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바꾼 결과다. 
신입사원의 경우 과거 상·하반기 한 번씩 선발하던 것을 이제는 1년에 4차례 뽑는다. 
구체적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잇따라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한국 사회가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로 청년들을 뽑은 뒤 자체적으로 교육해 그 회사의 ‘산업 전사’로 빠르게 키워냈다. 
하지만 요즘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채로 어디에서나 평균 이상의 능력을 내는 범용(汎用) 인재를 찾기보다 수시 채용으로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투입 가능한 스페셜리스트를 뽑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공채의 종말’이 본격화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원하는 분야의 구직 공고가 날 때까지 1년 내내 대기해야 하고, 지원 분야를 세분화하면서 채용 공고에 나오는 선발 인원은 더 줄어들었다. 
거기다 직무에 따른 구체적인 역량까지 요구하면서 경험이 많은 ‘중고 신입’만 찾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장모(27)씨는 올해 9월까지 대기업 입사지원서를 30번 냈다. 
현대차에 2번, 롯데에 2번 등 한 기업에 2~3번씩 원서를 쓰기도 했다.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이 늘면서 원서를 더 많이 쓰게 된다고 했다.


거기다 원하는 분야 공고가 나지 않을 때도 잦다. 
장씨는 경영학을 전공해 재경 부문 취업을 희망하는데, 올 초 한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띄워 들어가 봤더니 재경 부문은 아예 선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홍보, 마케팅, 영업 등 마구잡이로 원서를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나 조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올해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수시 채용의 단점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채용 규모를 줄인 곳이 늘었는데, 수시 채용으로 ‘적게 여러 번 뽑는’ 방식까지 쓰니 지원자들은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HR기업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작년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대기업의 70%는 두 자릿수 채용을 하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46.2%로 떨어졌다. 
사립대 졸업한 취업 준비생 강모(26)씨는 “기업별로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 선발 시기도 제각각이니 늘 취업 공고를 살피고 원서를 쓰면서 지낸다”며 “입사지원서를 ‘난사(亂射)’하는 시대”라고 했다.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선 이른바 ‘중고 신입’을 원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서울 사립대 4학년 김모(27)씨는 작년 A 기업 면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같이 면접을 본 6명 가운데 4명이 이미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해 1년 안팎 일하다 이 회사 신입사원으로 다시 지원한 것이다. 
결국 김씨는 그 면접에서 떨어졌고 “나도 어디라도 취업했다가 다시 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신입사원 중 중고 신입 비율은 재작년 22.1%에서 작년 25.7%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수시 채용이 장점도 있지만 공채 시대에 기업이 맡았던 청년 교육 기능이 구직자들에게 전가되면서 경력을 쌓기 위해 사교육 등 취업 준비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240921)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불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층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또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 기간은 길어졌는데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 된 고령층이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경기 부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8)씨는 “60세까지는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애들 다 키우고 나니 노후 준비가 안 돼 일을 시작했다”며 “내가 돌봄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년이 60세인 우리나라에선 정년퇴직 이후 최소 3년에 달하는 ‘소득 크레바스(공백기)’가 생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액은 월평균 65만원으로 생계비를 충당하는 데 턱없이 모자란다. 
이조차도 법적 정년(60세)을 훌쩍 넘긴 63세(1961~1964년생 기준)가 돼야 받을 수 있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기 때문에 시차가 5년으로 늘어난다. 
따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이상 5년간 ‘연봉 0원’ 상태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중장년층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다 해도, 그 액수가 적어 일을 하지 않고선 기초적 생활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노인 빈곤율이 세계적으로 높다. 
노인 빈곤율은 66세 이상 중 소득이 중위 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의 비율이다. 
한국은 2020년 이 비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최근 고령층 취업자는 청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 
그런데 60대 이상에서만 23만1000명 증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증가 폭이 둘째로 많은 30대(9만9000명 증가)의 2배 이상이다. 
20대와 40대는 오히려 각각 12만4000명, 6만8000명 감소했다.

 

 




한국의 ‘고령층 취업 열풍’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22년 들어 37.3%로 집계돼, OECD 38국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이어 아이슬란드(32.6%)와 일본(25.6%), 뉴질랜드(25.2%) 등 순이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와 실업자 수’ 비율이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이 40%까지 올라갔다. 
고령층 10명 가운데 4명이 취업했거나 취업하지 않았더라도 일하려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학 기술 발달 등으로 60·70대의 건강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려 일터로 뛰어드는 고령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사로 정년퇴직한 후 현재 다른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다시 일하고 있는 김모(63)씨는 “평생 일해오다가 갑자기 맨손으로 쉬자니 적응이 안 됐다”며 “용돈 벌이도 되고, 체력 닿을 때까지는 최대한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처럼 일하는 고령층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4.4%로, 일하지 않은 고령자(36.4%)보다 2%포인트 낮았다.


노동시장의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부의 고령층 일자리 대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뽑는 단순한 저임금 일자리는 고령층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은퇴 전까지 20~30년 이상 쌓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기업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국가가 은퇴자에게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제도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240920)


☞계속 고용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것. 
일단 퇴직한 직원과 계약을 맺고 재고용하는 방식, 정년 자체를 연장·폐지하는 방식 등이 있다. 
현재 정부는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근로자 1명당 최대 1080만원(3년간)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현진(29)씨는 지난여름 처음으로 야구장에 발을 디뎠다. 
‘이름 같은 류현진 보러 가자’는 친구 말에 무심코 따라갔다. 
이씨는 “처음 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응원가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고 축제가 따로 없더라”라면서 “그 뒤로 5번 넘게 ‘직관(경기장에서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했다. 류현진 유니폼까지 샀다. 앞으로 계속 야구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18일 경기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 삼성 경기에서 1루 홈 관중석을 꽉 채운 KT 팬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채 응원봉(비트배트) 등을 들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42년 만에 1000만 관중을 동원했다. 
17일까지 올해 1014만4279명이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이전 최다 기록(2017년 840만688명)은 이미 지난달 18일 넘어섰고 한 달 만에 1000만 고지를 돌파했다. 
10구단 중 KIA, 삼성, LG, 두산, SSG, 롯데 6구단이 시즌 100만명(홈 관중 기준)을 넘겼다.


이런 흥행 폭발을 이끈 건 경기 자체 요소로는 전례 없이 치열한 순위 경쟁. 시즌 막바지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한 덕에 각 구단 팬들은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정규 시즌 종료를 열흘 남긴 상태에서 1위 KIA 외에는 ‘가을 야구’ 진출 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로운 젊은 스타 탄생도 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며 MVP를 사실상 예약한 KIA 김도영(21),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선 김택연(18세이브) 등 “젊은 선수들이 비약적 발전을 보이면서 젊고 새로운 팬이 많이 유입된 효과(이순철 해설위원)”라는 분석이다.

 

 




경기 외적 요소로는 야구가 승부를 넘어 일종의 나들이나 오락처럼 소비되는 문화가 퍼졌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흥겨운 응원 문화는 야구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젊은 팬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관중에게 야구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으면 43.2%가 응원 문화를 꼽을 정도다. 
나팔과 북으로 똑같은 응원가를 울리는 일본, 좋아하는 선수에게만 환호성을 지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선수마다 다 다른 응원가와 구호가 있고 구단 치어리더가 나와 경기 내내 흥을 돋운다. 
‘노래는 임영웅, 야구는 김영웅’ ‘리그 1위 고산병 너무 힘들다’ 등 관객들이 재기 넘치는 응원 문구를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이 문구들이 방송을 타면서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최근 KIA 치어리더들 응원 춤인 ‘삐끼삐끼 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오르면서 ‘K응원’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여성 팬들 증가는 금상첨화 같은 효과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조사해보니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여성 비율은 48.6%. 
기존 관람객은 37.2%가 여성이었는데 올해 여성 야구팬들이 대폭 늘었다는 얘기다. 
이들 ‘신규 관람자’ 중 20대가 31.4%, 미혼이 53.2%를 차지해 젊은 싱글들이 야구장에 많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함태수 두산 홍보팀장은 “젊은 여성 팬들은 팀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이기건 지건 야구장을 꾸준히 찾는다”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열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젊은 여성 열성팬들은 “아이돌 콘서트 공연장 표는 구하기 어렵고 각종 ‘굿즈(기념 상품)’ 값은 턱없이 비싼 반면 야구 스타들은 매일 경기장 가면 볼 수 있고 표 값도 1만~2만원대로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각 구단도 이런 열성팬들 기호에 맞춰 경기 후 선수들 모습, 일상, 훈련 모습 등을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만들어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버전을 다양화한 유니폼 출시도 아이돌 문화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240919)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국내 병원 3곳이 암 분야 10위 안에 포함됐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이탈 여파에도 불구하고 한국 의료가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세계 최고 전문 병원’ 3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2계단 올라서며 ‘세계 3대 암병원’으로 꼽힌 것이다. 
1위와 2위는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가 각각 차지했다. 
이 두 병원이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임을 감안하면, 종합병원 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암 치료 역량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암 분야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외에 서울아산병원(5위), 서울대병원(8위)도 톱10에 들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단일 국가에서 10위 안에 3곳이 포함됐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진료의 질과 임상, 연구, 교육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6위), 비뇨기(9위), 내분비(14위), 신경(16위), 호흡기내과(23위), 정형외과(39위), 심장(64위) 분야에서도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8일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 병원’ 평가에서 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이 대거 상위에 올랐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양성자 치료에 앞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국내 대형 병원들은 암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서울아산병원은 내분비(3위), 소화기(4위), 비뇨기·암(5위) 등 4개 분야에서 세계 5위권 내에 들어가는 기록을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외에 4개 이상의 분야에서 5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곳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클리블랜드 클리닉·매사추세츠 종합병원·존스홉킨스 병원과 독일 샤리테 병원 등 5곳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병원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뛰어난 의료진 역량이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단일 건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병원을 열었고, 2015년에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이뤄지던 양성자 치료를 국내 민간 병원 최초로 선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2010년 국내 최초로 ‘대동맥 판막 치환술’을 시행했다.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환자에게 ‘개흉 수술’ 대신 최소 절개로 인공 판막을 넣는 방식이다. 한 해 300건 넘게 실시하고, 성공률(99%)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번 평가에서 서울대병원도 10개 분야에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암(8위)을 비롯해 비뇨기(4위), 내분비(5위), 소아(10위) 등이 상위권으로 꼽혔다. 
세브란스병원은 9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어왔다. 
정형외과(10위), 내분비(12위), 신경외과(15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한국 의료가 해외 의료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많이 개발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내분비(10위), 소화기(15위) 등을 포함해 5개 분야가 100위권에 들었다.


뉴스위크는 이번 평가를 위해 독일 글로벌 마케팅 조사 업체인 ‘스태티스타’에 의뢰해 세계 30국 의료진 수만 명을 설문 조사했다. 
주요국 의료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의료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국내 병원들은 지난 6월 뉴스위크가 아시아·태평양 전문 병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평가 순위에서도 전체 9개 분야 중 암·호흡기·심장내과·내분비·호흡기·정형외과·소아과 등 6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의료가 뛰어난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인정받으면서 외국인 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60만5768명으로, 처음 60만명을 넘어섰다. 
대형 병원에서는 중증·고위험 외국인 환자들도 치료를 받고 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지난해에만 120국, 1만9000여 명의 외국인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았다”며 “해외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의사들도 암, 장기 이식 등 중증 질환 치료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240919)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약 5000여 대 규모 주차장 네 곳이 전부 꽉 차 있었다. 
차들이 빈자리를 찾아 뺑뺑 돌았다. 청사 안은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정현(45)씨 가족은 “요즘은 김포공항 대신 청주공항을 항상 이용한다”며 “차도 안 막히고 김포공항보다 탈 수 있는 노선도 많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국제공항 1층 대합실의 모습. 전국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지방 공항은 손님이 없어 ‘활주로 위에서 고추를 말린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최근 지방 공항인 청주공항에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1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69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8월까지 314만7000명으로, 400만명을 넘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 대구공항을 앞질렀고 올해는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 중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 2일 100만명을 넘었다. 
올해 100만명을 넘어선 지방 공항은 ‘빅3′인 제주·김포·김해 공항 말고는 청주공항뿐이다.


청사 안 편의점과 식당에는 대기 줄까지 생겼다. 
편의점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뿐이었는데 요즘은 성수기·비수기 가릴 것 없이 매일 제주나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청주공항을 찾는 승객 4명 중 1명(26.2%)은 서울 등 수도권 주민이었다. 
대구, 경북 등 영남권에서 온 승객도 10.5%였다.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에서 여행객이 몰린다는 뜻이다.


이날 만난 수도권 여행객들은 청주공항이 김포공항보다 가깝고 교통 체증도 덜해 편리하다고 했다. 
경기 평택에서 왔다는 오정현(38)씨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교통 체증 때문에 주말에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청주공항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을 생각하고 공항에 일찍 왔는데 발권 절차를 마치고도 탑승까지 2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 신도시가 잇따라 생기면서 수도권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청주공항 관계자는 “국토의 중앙에 있다 보니 전북, 경북에서 오는 사람도 많다”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로케이도 공격적으로 국제 노선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탈 수 있는 항공편이 많다. 국제선 노선 수를 비교하면 청주공항(10)이 김포공항(7)보다 많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오카와 베트남 다낭 등 노선은 김포공항에는 없는 노선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이 노선을 이용하려면 인천공항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청주공항이 가까울 수 있다. 
청주공항도 취항 노선을 늘리기 위해 항공사가 새로 취항하거나 항공편을 늘릴 경우 공항 착륙료를 2년간 면제해 준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는 “제주도를 갈 때 김포공항 출발은 거의 자리가 없는데 청주공항 출발은 여유가 있다”는 말도 있다.


일본 도쿄나 후쿠오카 노선 등은 인천공항에서 탈 때보다 요금도 10만~15만원 정도 싼 편이다. 비행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이라 주차 요금도 싸다. 김포공항은 30분에 1000원, 하루 주차비는 2만원이다. 반면에 청주공항은 1시간 1000원, 하루 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청주공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 등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이용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활주로를 신설하고 좁은 청사와 주차장 시설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240913)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소프라노의 ‘무대 난입’ 사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 때 3막 테너의 앙코르에 무대에 들어와 “나를 존중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던 루마니아 출신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소속사를 통해 장문의 반박 성명을 냈다. 
공연 주최 측인 세종문화회관도 즉시 재반박에 나섰다. 국내 오페라 공연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적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오페라 ‘토스카’ 공연 당시 테너 김재형(왼쪽)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 마지막 8일 공연 당시 테너 아리아의 앙코르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오르기우의 소속사인 인터무지카는 “오페라 공연 도중 어떤 연주자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지휘자와 제작진과 합의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 게오르기우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오페라 전문지 ‘오페라 와이어’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이 공연 직후인 지난 8일 게오르기우 측에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Tosca)'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속사 인터무지카는 성명서에서 “이런 합의에도 불구하고 2막 직전에 지휘자는 소프라노 아리아의 앙코르를 제안했지만 게오르기우는 공연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막 테너의 아리아에서는 이런 결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게오르기우는 개인적 모욕(personal affront)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12일 재반박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소프라노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자신을 포함해 전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본인의 앙코르 이외에 다른 성악가들의 앙코르에 대한 결정권까지 소프라노가 가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안의 본질은 게오르기우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왼쪽 아래 빨간옷)가 커튼콜 중 인사하기 위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 곳곳에서 야유가 빗발쳤다. 
그러자 게오르기우는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퇴장하고 있다.>

 


앙코르란 ‘다시 한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기악 연주자의 리사이틀이나 성악가의 독창회,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앙코르는 청중의 박수 갈채에 대한 따뜻한 답례가 된다. 
하지만 오페라 공연 중에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는 앙코르 관습에 대해서는 지휘자나 성악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게오르기우는 오페라 도중의 앙코르 관행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다. 
2016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도 공교롭게 같은 오페라 ‘토스카’에서 같은 아리아인 ‘별은 빛나건만’을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로 거듭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퇴장해 한동안 공연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게오르기우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토스카’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같은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자 무대에 등장해서 “이것은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소리쳤다. 
또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관객 야유에 무대 인사를 마치지 않은 채 퇴장했다. 당시 연주는 부천 필하모닉(지휘 지중배)이 맡았다.(240913)


 

 

 

‘폭염 한가위’가 예고됐다. 
기상청은 추석 연휴 기간(14~18일) 최고 기온이 33~35도 수준으로 매우 덥고 습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추수 전 곡식을 미리 걷어 차례를 지내며 풍년을 기원한다는 추석(秋夕)의 의미는 퇴색했다. 
적잖은 시민이 추석 더위를 피해 ‘늦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부산역에서 귀성한 가족들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를 향해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고 있다.>

 


직장인 문모(28)씨는 올 추석 귀성 대신 가족들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기로 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더워 호텔 수영장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주부 김한나(41)씨는 날씨가 선선한 강원 홍천으로 가족 여행을 간다. 
김씨는 “수타사 앞 계곡이 시원하다고 해서 수영복을 챙겨 간다”고 했다.


제주도 해수욕장 12곳엔 ‘늦여름 피서객’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 도내 해수욕장을 공식 폐장했지만 이달 15일까지 안전관리 요원 40여 명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제주 해경과 소방 등에는 해수욕장 폐장 이후에도 각종 수난 사고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추석 연휴 때 해수욕장과 포구 등에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 사고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추석 연휴 해외 출국자 숫자는 역대 최다를 경신할 전망이다. 
9월에도 폭염이 가라앉지 않자 아예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13~18일까지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11.6% 늘어난 20만1000명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7년(18만7623명)보다 7%가량 높은 수치로 역대 최다 규모다. 
출발 여객은 14일(12만1000명), 도착 여객은 18일(11만7000명)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추석 폭염은 명절 밥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석 특산품인 송이버섯을 재배하는 경북 농가는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여름 덥고 습한 날씨와 태풍으로 송이버섯의 재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송이버섯을 판매하는 공판 자체가 없다. 
해마다 9월 초 공판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첫 공판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울진산림조합 관계자는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포자(胞子)도 형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북 봉화에서 송이버섯을 키우는 이모(53)씨는 “4000만~5000만원을 주고 송이 산을 임차한 농민들은 앉아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고 했다. 
꿀 사과로 유명한 경북 영천시도 더운 날씨로 사과가 튼실하게 자라지 않아 당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사과는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서 재배하기 적합한 과일이다.


단감 농가도 울상이다. 단감이 일소(日燒·과일 화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경남농협 관계자는 “경남 진주의 한 농가는 재배 면적의 20%가 일소 피해를 입었고, 창원·김해 지역에서는 평균 5~10%의 면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단감이나 사과 등 기존 특산물의 재배에 어려움을 겪자, 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제주 애플망고 등 열대 과일이 추석 특산품으로 인기를 끈다고 한다.


상당수 가정은 “날씨도 더운데 전을 왜 부치냐”며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있다. 
주부 임모(51)씨는 “시부모가 이번 추석에는 날씨도 더우니 전 같은 요리를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온에서 장시간 보관하는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시민도 많다. 
권모(56)씨는 “남편이 최근 전을 먹고 장염에 걸렸다”며 “이번 추석 때는 차례상에 과일과 한과, 술 정도만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추석 빔을 제작하던 한복 업체들도 폭염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생 권모(22)씨는 “반바지·반팔 차림으로 고향에 내려가려고 하는데 한복이 웬말이냐”고 했다. 
서울 광장시장의 한 한복 상인은 “명절마다 어린이·아기 한복 주문이 제법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워낙 더워 명절 한복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에어컨 트는 추석은 처음이다” “미리 사둔 추석 빔은 설날에나 입어야 하나”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240914)

 

 

 

서울대 교수 노조가 전체 교수 2300여 명 중 1200여 명을 노조원으로 확보, 가입률 50%를 넘기는 ‘과반수 노조’가 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연세대·고려대엔 교수 노조가 아예 없고, 국공립대 교수 노조원도 수십 명에 그치는 현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대학가에서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은 노조 가입 이유로 “월급이 너무 적다” “과거 공무원 때보다 신분이 불안하다” 같은 불만을 제기한다.


서울대 교수 노조는 2019년 4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노조원이 5년 새 30배가량인 12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학가 교수 노조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국내 최초로 원광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고 같은 해 11월 서울대에도 ‘교권 확보’와 ‘임금·근로 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고 두 번째 교수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국공립대와 일부 사립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지만 서울대처럼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은 거의 없다.

 

 




서울대 교수들은 사립대에 비해 적은 연봉이 노조 가입의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1억2173만원으로 연세대(1억8470만원), 고려대(1억5831만원), 성균관대(1억9027만원), 포스텍(1억6409만원) 등 주요 사립대보다 낮다. 
최근엔 신임 교수가 임용 직후 노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새내기 교수들은 일한 만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과거엔 월급이 조금 적어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로 보상받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요즘 젊은 교수들은 다르다”고 했다.


수년 전 임용된 한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마흔이 넘어 겨우 교수가 됐다”며 “공부하느라 모아둔 재산도 없는데, 서울에 자가 아파트까지 마련한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을 보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했다. 
‘내 집’이 없는 서울대 교수들은 대개 서울대 관악캠퍼스 낙성대 자락에 있는 교수 아파트로 들어간다. 
5년간 월세 50만~60만원에 살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월세가 차츰 오른다. 
공대 A 교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나들고 전셋값도 수억 원 대인데 매매는커녕 셋집 구하기도 엄두가 안 난다”며 “그냥 교수 아파트에 눌러앉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자연대 B 교수는 “미국 유학 마치고 서울대 교수를 하려고 온 후배가 서울 집값과 서울대 연봉을 보고 놀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박사급 인재의 초봉이 최소 2억인데 서울대 교수 초봉은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되면서 공무원 연금·대출 같은 혜택이 사라졌다. 
정교수가 되면 종전처럼 65세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정년 이후 받게 될 사학 연금의 재정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서울대 교수들의 불안 요소라고 한다. 
서울대 당국이 최근 추진하는 교수 성과 연봉제 때문에 불이익을 겪을까 봐 노조 가입률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서울대에서 신청한 성과 연봉제 예산 중 60% 수준인 139억원가량만 승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서울대는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노조 관계자는 “교수들도 근로자로서 성과 연봉제 등에 대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240912)


 

 

 

과거 ‘편파 방송’ ‘정치 방송’ 논란에 휩싸였던 TBS(서울교통방송)가 결국 민영 방송이 됐다. 
행정안전부는 “11일부터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한다”고 10일 밝혔다.


TBS는 서울시의 자금 지원을 받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이었는데 이제 출연기관 지위를 잃고 독자 경영을 해야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TBS에 세금을 지원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앞서 서울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이어 서울시는 지난 6월 행안부에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연 400억원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에 의존해왔던 TBS는 자구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TBS는 현재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본사도 서울시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시 지원금은 지난 6월 완전히 끊겼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고 법적으로도 남남이 되면서 TBS는 이제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그동안 방송 본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정치 방송, 편파 방송에 몰두해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TBS는 1990년 서울시 교통방송으로 개국했다. 당시에는 서울시의 사업소 중 하나였다. 
TBS를 바꾼 건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2020년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키우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내세워 작가, PD 등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시민들에게 교통 정보를 전달하던 TBS는 이후 ‘정치 방송’ ‘편파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표적이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편파 발언을 한 진행자를 계속 출연시킨 TBS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음모론이 전파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TBS 라디오 진행자인 신장식 변호사는 2022년 대선 전날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덮었다는 것이다. 이 뉴스는 나중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방심위 제재가 이어졌지만 TBS는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진행자를 바꾸지 않았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1건,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3건 방심위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022년 7월 의회가 열리자마자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후 김어준씨 방송을 옹호했던 TBS 직원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노조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은 이강택 대표가 물러났다. 이어 12월 김어준씨도 방송에서 하차했다.


TBS는 작년 9월 경영난을 불러온 김어준씨와 이강택 전 대표에게 총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성구 TBS 대표대행은 지난달 기자설명회 자리에서 “TBS가 김어준이 만든 불행한 유산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홀로 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TBS 관계자는 “현재 재단 잔고가 바닥나 9월부터 임금 체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TBS에 따르면, 지난해 380여 명이었던 TBS 임직원 수는 희망퇴직 등을 거쳐 240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시가 작년 말부터 TBS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지만 번번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도 TBS의 방만한 경영 상황, 정규직 위주의 인력 구조 등을 보고 등을 돌렸다”고 했다.


TBS는 올 연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재허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심의를 통과해야 방송사의 핵심 자산인 라디오 주파수를 계속 쓸 수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재허가를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금 조달 능력”이라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TBS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TBS 측은 “독립 경영을 위해 민간 투자자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240911)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플라스틱 빨대를 볼 수 없었다. 
이 카페는 ‘환경 보호’를 위해 종이 빨대만 제공하는 매장이다. 
손님들은 빨대를 아예 쓰지 않거나 종이 빨대를 썼다. 
다 쓴 빨대는 ‘일반 쓰레기’라 적힌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컵에 그대로 꽂아둔 채 떠났다. 
반면 이 카페 바로 맞은편에 있는 포장 전용 간이 카페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를 쌓아 놓고 쓰고 있었다.


환경부가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고 업체 자율에 맡기기로 한 지 열 달이 지났다. 
많은 카페에서 가격이 더 저렴한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지만, 일부 카페는 ‘친환경’을 앞세워 종이 빨대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부 용역 보고서가 올해 3월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종이 빨대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성화, 담수 생태 독성, 인간 독성, 부영양화 항목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빨대도 결국 쓰레기로 배출되기 때문에 대체품을 찾기보다는 아예 빨대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PP) 빨대와 종이 빨대를 각각 생산해 사용하고 폐기하는 순간까지 전과정평가(LCA·제품의 전 과정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물질량을 정량화하는 환경 영향 평가 방법)한 결과 종이 빨대가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상 의원은 “전 정부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도록 유도했던 것은 전형적인 ‘그린 워싱’ 정책”이라며 “플라스틱 빨대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반적으로 빨대 자체의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선 지구온난화의 척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 쓴 빨대를 매립하건 소각하건 둘 다 종이 빨대가 더 배출량이 많았다. 
미국의 일일 빨대 소비량이라고 알려진 5억개를 매립할 때를 기준으로, 종이 빨대는 258만㎏의 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 탄소 배출량(56만6000㎏)의 4.6배에 달했다. 
매립 대신 소각했을 때도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의 1.9배였다. 
이 밖에 물이나 토양을 산성으로 바꾸는 산성화는 종이 빨대가 2배, 강·호수 등 담수(淡水) 생태에 미치는 독성은 7배, 인간에 미치는 독성은 4.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양화(강·바다·호수 등에서 영양 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 물질은 종이 빨대를 매립했을 때가 플라스틱 빨대를 매립했을 때보다 4만4000배 이상 많이 배출됐다.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환경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항목은 오존 고갈, 토양 독성, 자원 고갈 정도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2021년 환경부가 빨대 규제를 추진했을 때와는 정반대다. 
당시 환경부는 2019년 실시한 연구 용역을 토대로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의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평균 72.9% 낮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 용역에서는 사용한 빨대의 폐기 단계는 빼고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의 환경 영향만 비교했다. 
이후 환경부는 1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낮았다”는 이유를 들며 빨대 규제를 무기한 유예했다.

 

 




종이 빨대가 생각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유는 100% 종이거나 생분해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이 빨대를 포함한 종이 일회용품은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을 하는데, 코팅된 부분이 매립, 소각되는 과정에서 환경과 인체에 안 좋은 물질이 배출된다. 
종이 빨대가 물에 녹거나 땅에 묻혀도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돼 해양 생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종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탄소와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여기에 플라스틱 코팅을 하면서 이중으로 탄소가 배출된다.


결국 종이 빨대도 쓰레기이기 때문에 빨대 사용 자체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구팀은 “종이 빨대보다 일부 항목에서 환경적 영향이 적다고 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빨대 없이 뚜껑에 입을 대고 마시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240904)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엘리베이터 설치·수리공.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꼽은 미국에서 올해 평균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인 고소득 블루칼라(생산·기능직 노동자) 직종이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관련 자격증·면허만 있다면 미국 직장인 평균 연봉(5만3490달러)의 두 배 가까이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이런 고임금의 생산·기능직군에 화이트칼라(사무·전문직)를 선호하던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 
스스로를 고소득 현장직으로서 ‘공구 벨트(Tool Belt)’ 세대라고 부를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는 더 많은 배관공이 필요하고, Z세대(1990년대 출생 세대)가 그 수요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블루칼라 직종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배경에는 임금이 있다. 
미국 급여 정보 관리업체 AD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건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임금)은 4만8089달러(약 6500만원)로 전문 서비스 분야 신규 채용자의 중간 임금(3만9520달러)보다 1만달러 가까이 높다. 
건설 직군 신입이 회계사나 IT 산업 신입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이다. 
ADP는 이런 임금 역전이 4년 전부터 벌어진 현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를 계기로 화이트 칼라 직종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한 반면, 블루칼라 업종은 수요가 꾸준하다는 해석이다.


발전소와 엘리베이터 관리 외에도 고압 케이블 설치·철거나 배관 정비 등 각종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는 인공지능(AI)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은퇴 숙련공은 계속 증가하고 젊은 인력의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은 점점 희소해지는 데다,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육체노동에 대한 보상은 더 좋아지고 있다”며 “블루칼라 노다지가 터졌다(Bonanza)”라고 평가했다.


블루칼라 직군의 인기는 미국 교육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전문 직업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2년제 전문대(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의 전체 등록률은 감소 추세다. 
미국 전국대학생정보연구센터(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 따르면, 직업 교육 중심 전문대 등록 학생 수는 지난해 16% 증가했다. 
이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고치다. 같은 기간 건설 관련 학과 학생 수는 23% 늘었고, 난방·환기·공조(HVAC)와 차량 정비 프로그램 등록 학생 수도 7% 증가했다.

 

 




세계 최대 검색 포털인 구글에선 ‘블루칼라 일자리’ 키워드 검색량이 최근 3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최근 몇 년간 줄곧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포브스는 “진입 장벽은 낮고 대학 학위를 따기 위해 필요한 학자금 대출까지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칼라 직업은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빅테크 등 화이트칼라 직군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구조조정 역시 블루칼라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키운 요인이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는 2022년 3월부터 1년간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화이트칼라 실업자가 15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IT 업종에서도 인력 감축은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사라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정리 해고를 단행한 뒤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20년 4월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건설·제조·운송 및 창고 산업은 450만개의 일자리를 추가했지만, 전문 서비스 및 정보 부문 일자리는 410만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엘리스 굴드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수석 경제학자는 “1979년부터 2019년까지 블루칼라 그룹의 실질 임금은 거의 성장하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은 달랐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240911)


 

 

 

수원에서 배관 용접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에는 최근 20대 학생의 등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30대가 가장 어린 학생에 꼽혔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 학생이 20대일 정도다. 
과거에는 현장 기술직이 장시간·저임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년이 없다는 장점과 함께 사무직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20대 학생들이 학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원장은 “배관 용접은 3개월 교육을 받고, 기술이 좋으면 한 달에 500만원도 벌 수 있다”며 “업무 특성상 일과 휴식 시간이 분명히 나눠지는 만큼 ‘워라밸’이 높은 것도 20대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이유”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블루칼라 직업군(생산·기능직 노동자)이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숙련공이 부족해지자 임금이 크게 올랐고, 사무직을 선호하던 20~30대 역시 현장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배관공(왼쪽)과 국내 한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숙련공(오른쪽)의 모습.>

 


한국에서도 기술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직장을 찾는 20대부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40~50대까지 현장 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문인식기 등 전자제품을 개발하던 김모(49)씨는 8년 전부터 에어컨 전문 청소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반 중소기업에서는 승진 적체로 50대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데 현장 기술직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이 일을 선택했다”면서 “최근 3년 사이에 관심이 급증하면서 곳곳에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술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데는 임금이 큰 요인이다.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지난해 평균 노임을 집계한 결과 특고압 케이블을 작업하는 기술직의 하루 8시간 평균 노임은 42만1236원으로 한 달 평균 약 840만원 이상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서 높은 곳에 임시 가설물을 설치하는 비계공은 28만1721원, 용접공 26만2551원, 미장공 25만6225원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는 특근과 야근 등이 많기 때문에 실제는 평균 노임보다 50%는 더 번다”고 했다.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기술만 있으면 언제나 일감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전봇대에 올라 2만2900볼트의 특고압 케이블 설치·수리·철거 작업을 하는 업체인 ‘파워케이블공사’ 관계자는 “넉넉한 임금에다 회사에 지원만 하면 회삿돈으로 배전전공 자격증 교육까지 다 시켜서 숙련공으로 만들어주지만 여전히 일손이 모자란다”며 “대표까지 현장에 나가 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년 전부터 백화점, 아웃렛 등에서 전기 배선 설비 공사를 하는 최모(37)씨도 “여기저기서 현장에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금은 오히려 쉬는 날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정도”라며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기술직의 구인·구직을 돕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포항공대 출신들이 창업한 HR 스타트업 ‘디플에이치알’은 생산·기술직 채용 공고만 다루는 전문 채용 플랫폼 ‘고초대졸닷컴’을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생산·기술직은 전체 채용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지만, 이 분야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고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고초대졸닷컴의 20대 지원자 비율은 71.5%이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젊은 기술공 양성을 위한 기업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기능직 인력 양성을 위해 도장 교육이나 용접 실습 등을 위한 ‘뿌리아카데미관’의 문을 열었다. 
국내 대표 전동공구 기업인 계양전기도 지난달 전문 숙련공을 꿈꾸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소속 학교와 개인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각종 공구를 무상 지원하는 ‘네오블루’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과 독일 등을 중심으로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기술직 근로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환 계양전기 대표는 “전문성을 갖춘 숙련공은 사회적으로도 귀중한 인재”라며 “프로젝트를 더욱 확대해 취업 연계 및 장학금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240911)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3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 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대2(3-0 1-0 0-2 1-0)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호원의 우승으로 한국 보치아는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까지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금메달을 따낸 정호원(가운데)이 대표팀 임광택(오른쪽) 감독, 김승겸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정호원은 안경을 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파트너로 곁에 있던 김승겸 코치는 정호원을 꼭 껴안았다.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임광택 보치아 대표팀 감독은 속이 후련한 듯 연신 숨을 내쉬면서 크게 웃었다. 
정호원이 태극기를 두르고 세리머니를 마치자 그를 휠체어에서 들어 올려 김 코치와 함께 헹가래 쳤다. 
헹가래 후 임 감독과 김 코치는 정호원을 안고 옆으로 뒹굴었고, 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아이들처럼 기뻐했다.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결승 경기 중인 정호원.>

 


정호원은 생후 100일 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다. 
지하철 대성리역에서 매점을 하던 엄마 홍현주(64)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풍파는 계속됐다. 정호원이 여덟 살이던 해 집에 불이 났다. 정호원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안은 홍씨와 형 정상원씨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 
엄마와 형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수학교에서 보치아를 처음 접한 정호원은 그때부터 엄마와 형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열여섯 살 때인 2002년 국가대표가 됐고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처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한 번도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메달 7개(금4, 은2, 동1)를 따냈다.


정호원은 “어머니께서 ‘이제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며 “큰 부담감에 시달렸는데 후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는 원하는 성과가 안 나오면서 ‘이제 보치아를 좀 내려놔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옆에서 코치님이 이것저것 실험도 하고, (보치아 홈통을) 개발도 하면서 노력해줬다. 
덕분에 경기력이 점점 올라왔고 올해 초부터 다시 ‘보치아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장애에 맞춰 장비를 만들어 쓸 수 있다. 
공도 둘레와 무게 기준만 있어, 선수 손에 맞춰 갈아내기도 하고 딱딱하게 만들기도 한다. 
BC3 선수들이 공을 잘 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기구인 홈통도 최대 크기 규정만 있다. 
선수가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김 코치의 후방 지원이 선수 역량에 날개를 달아준 셈. 
또 정호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조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격 선수용 안경까지 쓰면서 연습에 몰두했다. 
이번 대회 2관왕이 목표인 정호원은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보치아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도입됐다. 
2006년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이 창립됐고 오텍그룹 등에서 보치아 선수들 후원과 지원을 꾸준히 이어오며 10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할 수 있었다.


보치아는 뇌병변·중증 장애인 선수들이 참가하며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3는 혼자 공을 처리할 수 없는 사지 마비 선수로, 투구를 도울 코치(보조 선수)가 필요하다. 
공의 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코치와의 호흡과 협업이 중요하다. 
코치는 경기 상황을 볼 수 없도록 코트를 등지고 앉는다. 
선수가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코치에게 지시해 홈통 높이와 방향, 공 발사 각도 등을 조절한다. 
이후 선수는 막대기를 입에 물거나 머리에 매달아 공을 밀어 굴린다.

☞보치아(Boccia)

올림픽 종목에서 유래하지 않은 독자 종목 중 하나로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됐다. 
‘땅 위의 컬링’이라 불린다.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한 팀은 적색구, 다른 팀은 청색구를 6개씩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한다. 
장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뉜다. BC3는 혼자 공을 처리할 수 없는 선수가 출전하며 투구를 도울 코치(보조 선수)가 필요하다. 
선수가 코치에게 홈통 높이와 방향, 공 발사 각도 등을 알려준 다음 막대기를 입에 물거나 머리에 매달아 공을 밀어 굴린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40회 신한동해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신한동해오픈 대회 준비팀과 경기가 펼쳐진 인천 클럽72 관계자들은 악전고투를 벌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비롯해 국내외 여러 대회를 개최한 클럽72 오션 코스는 한지(寒地)형 잔디. 티잉 구역과 러프 지역은 켄터키 블루 그래스, 그린과 페어웨이는 벤트 그래스다. 
한지형 잔디는 손상 후 회복이 빠르고 늦은 겨울까지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적 생장 온도가 섭씨 25도 안팎이라 30도가 넘어갈 경우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특징을 지닌다. 
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타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처럼 고온 다습한 기후에선 관리가 어렵다.

 

 

<신한동해오픈을 앞두고 열대야가 지속되자 그린 위에 얼음을 뿌려 식히고 있다.>

 


처음 코스 상태에 적색 경보가 켜진 건 지난 7월 말. 
7월 초만 해도 지난해보다 코스 상태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잔디가 타들어가는 잔디 마름병도 도지기 시작했다. 
비상 대응에 나선 클럽72는 인근 소래포구에서 공수한 얼음을 그린 위에 뿌리는 등 대책에 나섰다. 
지난달 16일엔 코스 전문가 박형식 대표를 클럽72 공동 대표에 선임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무더위는 197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열대야 일수가 두 자릿수(11.3일)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 8월 21일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현장 답사를 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경기 위원들은 “대회장을 옮기거나 대회 기간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대회 조직위에 권고했다. 
그러자 대회 관계자들은 다음 날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대회 코스를 1주일간 휴장하고 비상 조치를 마련했다. 
그린 통풍을 위해 18개 전 홀에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페어웨이에는 고온에 버틸 수 있는 UV(자외선) 차단제를 뿌렸다. 
잔디가 잘 자라지 않는 곳에는 그늘막을 설치했다. 
한동안 뿌리던 얼음은 그린을 축축한 상태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비상한 노력에도 잔디는 생각만큼 잘 자라지 않았다. 
대회 기간 그린스피드 3.0~3.1m, 러프 70㎜ 이상으로 유지했지만,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을 옮겨 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퍼드 라이는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경우 볼을 닦아 한 클럽 이내에서 다시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로컬 룰이다. 
진흙과 과도한 습지, 불량한 코스 상태로 인해 정상 진행이 어려울 때 코스를 보호하고 원활한 경기를 위해 시행한다. 상당수 대회가 이렇게 진행됐다.


일단 올해 대회는 무사히 치렀지만 장기적으로 무더위에 강한 잔디로 교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박형식 클럽72 공동 대표는 “단기적으로 9월 초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씨를 예상하고 잔디 갱신 작업과 통풍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240911)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이앤이’ 연탄 공장. 
직원들이 서울의 마지막 연탄 공장인 이 공장을 철거하고 있었다. 
1968년 이후 56년 동안 쉴 새 없이 연탄을 만들던 생산 라인이 하나둘 뜯겨나갔다. 
굴착기가 연탄을 찍어내던 ‘쌍탄기’를 눌러 부수자 공장 직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에 연탄 2장을 찍어낼 수 있어서 ‘쌍탄기’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의 모습.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직원들이 뜯겨나간 생산 라인을 올려다보고 있다. 공장 바닥은 56년간 쌓인 석탄 가루가 화석처럼 남아 있다.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인 이곳이 폐업한 자리에는 반도체, IT(정보통신) 등 첨단 산업 기업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저걸로 밤새 연탄을 찍어낼 땐 힘들었지만 신이 났었어요. 우리 공장의 자랑이었는데….”

이 공장에서 45년 일한 김두용(75)씨 말이다.

공장 바닥은 석탄가루가 쌓여 새카맸다. 반백 년 켜켜이 쌓인 석탄가루가 단단하게 굳어 화석을 보는 것 같았다.

1970~1980년대에는 집집마다 연탄을 때 겨울을 났다. 
서울 시민들은 많을 땐 하루에 1000만장씩 연탄을 썼다. 
당시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연탄 200만장을 찍어냈다. 1987년 서울에만 크고 작은 연탄 공장이 18곳 있었다.

이후 아파트가 늘어나고 가스보일러가 보편화하면서 연탄을 찾는 이가 줄었다. 
2000년대 들어 경영난에 빠진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2020년 서울 금천구에 있던 연탄 공장이 문을 닫자 이 동대문구 공장이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이 됐다.

연탄은 석탄 값, 인건비 등 원가가 판매가보다 높다.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구조다.

하지만 손님이 너무 줄어 공장을 돌리는 최소한의 비용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기름 값이 오를 때마다 반짝 손님이 늘기도 했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공장은 2020년부터 내리 4년간 적자를 냈다. 은행 빚을 내고 직원들 임금을 4년 연속 동결했다. 
업체 관계자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도 넘겼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더라”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동대문구가 공장 매각을 제안했고 회사는 3990㎡(약 1200평) 공장을 230억원에 팔았다. 
동대문구는 “연탄 가루 때문에 문을 못 열고 살겠다”는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예산을 들여 직접 공장을 사들였다.

동대문구는 연탄 공장이 떠난 부지에 반도체, IT(정보 통신) 등 첨단 산업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주민 여론조사도 실시한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연탄 공장이 이제 기회의 땅이 된다”고 했다.

공장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직원 20명 중 9명은 퇴직했다. 
2명은 수도권 마지막 연탄 공장인 경기 동두천 연탄 공장으로 이직했다.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이다. 나머지 9명은 철거 작업을 돕고 있다.

 

 


<1998년 서울 동대문구 삼천리 연탄 공장 모습.>

 

서울 곳곳에 연탄을 실어 나르던 배달원들은 택시 운전이나 공사 일 등을 하러 떠났다.

이들은 지난 7월 공장 가동을 중단한 날 마지막 회식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제 할 만큼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산업화에 한 역할 했잖아요” 소주 한잔 하며 서로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서울에서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은 1800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올겨울이 걱정이다. 노원구 상계동 덕릉로 일대는 아직 늦여름인데도 집집마다 연탄을 100~200장씩 쌓아두고 있었다. 
주민 강월선(70)씨는 “연탄 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미리 올겨울을 버틸 연탄을 쟁여놨다”고 했다.

앞으로 주민들은 동두천 연탄 공장에서 만든 연탄을 주문해 써야 한다. 
사회복지법인 연탄은행의 허기복 대표는 “배달 비용이 늘어나 한 장에 900원인 연탄 값이 1000원 이상으로 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문동 주민들은 막상 공장이 떠난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박승구(61) 주민자치회장은 “목에 낀 연탄 가루를 없앤다고 삼겹살을 참 많이 먹었는데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240905)





 

 

 

경마장(競馬場)을 찾는 2030세대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한국마사회가 SKT 위치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부산경남·제주 전국 경마장 세 곳을 찾은 2030 세대 비율은 2019년 10.8%(전체 표본 928명 조사)에서 2022년 22.1%(26만7500여 명), 지난해 24.4%(35만9900여 명)로 늘었다. 
젊은이들은 이용 가격이 싸고 경기가 쉽고 단순하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하거나, 전 재산도 모자라 대출까지 일으켜 베팅을 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취업난 등 답답한 현실을 경마로 해소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마 경기를 보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20·30대였다.>

 



실제 본지 기자가 최근 방문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 이곳저곳에선 2030세대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주말마다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는다. 
그는 “하루 입장료 2000원으로 실제 달리는 말을 보며 박진감도 느끼고, 소액 베팅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대학 동아리 회원들과 경마장을 찾았다는 김모(24)씨도 “경마는 어르신들의 취미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또래도 많고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도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간호사 최모(27)씨도 “데이트 장소로 경마장을 자주 찾는다”며 “가성비가 좋고 경기도 어렵지 않아 야구보다 훨씬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한다. 
한국마사회 규정에 따르면 마권(馬券) 1회 구매 상한액은 10만원이지만 경마장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경우도 적잖다. 
교차 베팅을 하면 수십만원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2030 세대에겐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중독 상담 단체엔 “20대인데 빚이 1500만원이다. 부모님이 1000만원은 해결해주셨는데 또 빚졌다”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잃었는데 멈출 수가 없다” 같은 상담 요청이 수백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경마’를 검색하면 ‘고배당’, ‘다적중’ 등 용어가 포함된 불법 사설 경마 중계·분석방이 다수 나온다. 
경마에 중독됐다는 한 20대 대학생은 “돈을 더 쓰면 한 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불법 사설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경마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숏폼(10초 내외 짧은 동영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경마는 경기가 짧고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숏폼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몰입해 빠져들기 쉽다”고 했다. 
임충훈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젊은 세대들이 도박·경마 등 사행성 취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마는 비교적 제도권 영역에 있기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교육과 예방책 등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차원에서 중독 상담과 불법 도박 신고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고 전자카드를 활용해 도박 고위험군을 파악하고 구매 한도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240910)


 

 

 

스물여덟 살 김모씨는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다. 
2017년 무작정 서울로 온 그에게 저축은행은 연 10%대 금리로 400만원을 빌려줬다. 
그는 “몇 달 치 생활비를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카드사, 인터넷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쓰던 그의 빚은 결국 2850만원까지 불었다. 
김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 조정을 받은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국비 지원으로 영상 편집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여전히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대부분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김씨와 같은 20대 신용유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에 따르면, 올 7월 말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5만2580명)보다 25.3% 급증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빚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유의자는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못 내는 등의 이유로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이를 말한다.


20대 신용유의자의 증가 속도는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빠르다. 
전체 신용유의자는 2021년 54만8730명에서 올 7월 59만2567명으로 약 8% 늘었다. 
20대 신용유의자 증가율(25.3%)이 전체 평균(8%)의 3배를 웃돈다.

 

 




청년들이 어마어마한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유의자까지는 아니지만 1개월 이상 빚을 연체한 청년 연체자 대다수는 수백만 원 정도의 대출을 갚지 못한 소액 연체자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 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7만3379명이다. 
이 중 연체 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6만4624명으로 전체 연체자의 88%에 달했다. 
20대 연체자 10명 중 9명은 소액 채무자라는 뜻이다.


직업이나 자산이 부족한 20대는 은행 등 1금융권에서 빚을 내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지만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사 등 2금융권에 발을 들였다가, 연체로 신음하는 잠재적 신용불량자가 되기 쉽다.

 

 




9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연령대별 카드사 리볼빙 잔액·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에서 리볼빙을 이용한 회원 중 29세 이하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보다 연체율이 높은 연령대는 60대 이상(2.6%)밖에 없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최소 10%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카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일단은 당장 연체를 막기 위한 용도로 쓴다.


빚더미에 눌린 20대가 법원에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도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 20대가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한 개인 회생 사건은 3278건으로 2022년(2255건)보다 45% 증가했다. 
2021년(1787건)과 비교하면 83% 늘었다.


전체 회생 신청자 중 20대 비율은 2021년 상반기 10.3%였던 것이, 작년 말에는 17%로 올랐다. 
회생법원은 “최근 가상 화폐·주식 투자 등으로 20대의 경제활동 영역이 확대된 결과”로 보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최근 고물가와 구직난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20대 청년층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20대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생활고에 빚을 지게 된 청년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복지재단 청년동행센터(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 중 처음 빚을 지게 된 원인으로 ‘생활비 마련 때문’이라는 응답이 59%로 과반을 넘었다. 
‘주거비’(18%)나 ‘사기 피해’(12%), ‘학자금’(10%)으로 빚을 지게 됐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시절에 신용 점수가 낮아져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진다면 결국 개인과 사회 모두에 악순환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나,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등이 사회에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240910)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순환로 내리막길에서 01B번 순환 버스가 전복했다. 
다행히 버스 안에 승객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를 버스를 몰았던 35년 차 버스 기사 A씨는 “원래도 길이 가파른데 소나기가 한차례 쏟아진 뒤라 더 미끄러워서 시속 20km 미만으로 천천히 내려왔는데도 차가 밀렸다”며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는데도 제동이 걸리지 않아 스케이트 타듯이 미끄러지더니 차가 뒤집혔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중구 남산 둘레길에서 순환버스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져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이 타고 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버스가 전복된 곳은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운전자들에게는 ‘명소’로 꼽히는 ‘남산 둘레길’이다. 
서울 국립극장부터 이어지는 소월길과 함께 운전자들에겐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이지만, 다른 도로들보다 사고 위험이 커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경사도 경사지만 길 양쪽 숲이 우거져 있고, 보행자가 많이 없어 운전자들은 이곳을 지날 때 무심코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산에서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모(38)씨는 “업힐(오르막길) 중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고, 밤에 내려오면 한적해서 속도를 즐기기가 좋다”고 했다. 
자전거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라이딩하기 좋은 코스’ 5순위 내에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을 오가는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 남산 둘레길은 ‘공포의 도로’로 불린다. 
경사가 최고 15.3도에 달하고, 일방통행인 1차로와 인도가 구분 없이 붙어 있어 폭이 1.2~2.1m밖에 되지 않는다. 180도를 틀어야 하는 급커브 구간도 있어 서행을 해도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2022년 이 길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빨간 도료로 코팅을 했는데, 오히려 더 미끄럽다는 말도 나온다.


순환 버스 운전기사 A씨는 “내리막길은 진짜 위험하다”며 “나무와 식물이 우거져 있어서 겨울엔 눈이 잘 녹지 않고,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버스 운전기사 B씨도 “한번 미끄러지면 그대로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 도로가 꺾여 있어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보조 브레이크까지 밟아도 둘 다 제동이 안 걸려 차가 미끄러져 당황한 적이 여러 번”이라고 했다. 
버스 기사들은 경찰과 관할 구청에 “미끄러워 위험하니 도로를 개선해달라”는 민원도 여러 번 넣었다고 한다.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지난 5월 20대 남성이 오후 11시쯤 이 도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자동차를 피하려다 자전거에서 튕겨 나가 목숨을 잃었다. 
작년 8월에는 30대 남성이 오후 10시쯤 자전거를 타고 남산 둘레길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이 길을 내려오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서 운전자가 골절상을 입은 일도 있었다.


2022년에도 자전거를 타던 한 남성이 이 길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경찰이 당시 자전거에 부착돼 있던 속도계를 확인한 결과, 시속 20km로 달리던 자전거가 시속 40~50km로 갑자기 속력이 붙으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자전거 동호회 회원은 “1년에 2~3차례 정도 남산 자전거 사고를 목격한다. 그중 90%가 남산 둘레길 내리막 사고”라고 했다.


경찰은 “남산 둘레길 내리막은 속도가 시속 20km로 제한돼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단속을 자주 하는 수밖에 없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본지 기자가 지난달 27일 직접 남산 둘레길 내리막길을 찾았을 때도 제한 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급커브 한 구간에만 차량 속도를 측정해 운전자에게 과속 경고를 하는 안내판이 3개 설치돼 있는데, 이날 오후 2시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삐익’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빈번한 사고 때문에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남산 둘레길은 자전거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2년 남산 둘레길 사고로 사망한 남성과 같이 자전거를 탔었다는 한 동호회원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곳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며 “남산 둘레길에 아예 자전거 출입을 금지해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제한 속도를 현재 시속 20km에서 10km 정도로 낮춰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내리막길은 물론이고 커브길의 경우 제동 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전거나 버스 등 차량이 넘어지거나 전복될 가능성 크다”며 “사고를 예방하려면 커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커브를 돌아야 한다”고 했다.(240903)


 

 

 

“여러분,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서 이길 것 같나요? 아니면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이 새 대통령이 될 것 같나요?”


지난 학기 서울 성균관대의 한 인문학 강의를 온라인 수업으로 들은 20학번 A(23)씨는 “처음엔 화면 속 교수님이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2년 전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다” “미 주가가 올해 3월 대폭락했다”는 등의 내용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올해가 아닌 2020년 미국 대선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했다. 
A씨는 “강의를 들으며 한숨이 나왔다”며 “강의 질이 안 좋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이 대선을 다시 치를 때까지 영상을 재탕했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코로나 때 온라인으로 했던 대학 강의가 대부분 오프라인(대면) 강의로 바뀐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몇몇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에서 코로나 당시 녹화해 둔 동영상 강의를 ‘재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각 대학의 강좌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24학년도 2학기 기준 온라인 강좌를 가장 많이 개설한 곳은 성균관대였다. 
성균관대는 총 1082개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는데, 이는 전체 강좌의 37.9%다. 
연세대는 460여 개(전체의 약 15%) 강의를, 중앙대는 229개(약 5%)를 온라인으로 개설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는 실제로 듣는 것에 비해 집중도가 훨씬 떨어지는데다, 다시 찍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하는 교수님들이 많아 솔직히 듣기 싫다”고 했다.


지난 1학기에 온라인으로 3과목을 신청했다는 연세대 경제학과 B(24)씨는 “한 강의는 교수님이 예전에 녹화했던 강의를 다시 썼는데, 동영상의 화질이나 음질이 현저히 떨어져 강의 내용을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며 “교양 과목으로 신청했던 ‘수리통계학’ 과목도 온라인이었는데, 동영상을 통해서는 도무지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중간에 철회했다”고 했다. B
씨가 수강한 전공 과목을 담당한 교수는 “관련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중에는 연평균 등록금이 1000만원에 가까운 대학도 있다. 
온라인 강좌 개설 비율이 가장 높은 성균관대의 경우 2024년 9월 기준 1년 평균 등록금이 845만원이었고, 둘째로 온라인 비율이 높은 연세대는 919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한 대학 생명과학대에 다니는 C씨는 “내가 다니는 학과는 1년 등록금이 1300만원인데 전공 과목을 돌연 온라인으로 들으라고 하더니 거의 10년 전 강의를 재활용하더라”며 “등록금은 대체 어디다 쓰는지, 교수님들은 왜 업데이트를 안 해주시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한 사립대 교수는 “학문의 내용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학 입문’ 같은 학부 기본 과목은 과거에 촬영한 것을 다시 써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선호, 강의실 부족 등의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늘렸다고 설명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새내기인 24학번들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온라인 수업을 들었던 세대라 온라인 강의를 더 편하게 여긴다”고 했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부족한 것도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는 이유다. 
성균관대는 “캠퍼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분위기”라고 온라인 강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를 남용하고 강의의 재활용이 잦아지면 학생들의 배울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결석하는 경우, 수강 희망 인원이 많은 경우 등엔 온라인 강의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또한 오프라인 수업처럼 잘 전달되도록 화질과 음향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학문 내용이나 사회 현상이 변화하고, 시류 변화가 중요한 강의들은 재빨리 업데이트해야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240904)




 

 

 

 

 

휴가철이던 지난달 14일 오후 5시쯤 제주시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제주 동문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중국어로 호객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상점 앞에서 큰 소리로 중국어로 손님을 불러 모으던 여직원은 중국인 부부 관광객이 가게 앞에 멈춰 서서 제주도 감귤 초콜릿, 우도 땅콩 샌드 등을 구경하자 시식을 부추기며 중국어로 상품 설명을 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제주 특산품을 팔고 있다는 박모(42)씨는 “체감상 중국인 관광객이 배로 늘어서 지난 2월 중국인 직원을 고용했다”며 “전통시장에도 중국인 손님이 90%라 하루 종일 한국말 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기자가 이날 동문시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내내 중국어가 끊임없이 들렸다.

 

 

<지난달 15일 오후 5시쯤 방문한 제주시의 한 약국 앞(왼쪽사진). 
간판도 중국어로 되어 있고, 고객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가게 내부는 "니하오" 등 중국어로 소통이 대부분 이뤄지고 있었고, 종업원들도 한국어에는 서툰 모습이었다. 제주시의 한 베이커리 메뉴판의 모습(오른쪽 사진).>

 


제주도의 ‘중국화(化)’가 가속화하고 있다.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고, ‘바가지 해산물’ ‘비계 삼겹살’ 등 각종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내국인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작년 한 해 1266만여 명의 한국인이 제주도를 찾았는데, 이는 전년도에 비해 8.3%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엔 여기서도 약 8% 줄어든 592만여 명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반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6월까지 68만8095명으로 작년 동기(7만9409명) 대비 766.5%가 늘었다. 
올해 상반기 관광객만도 코로나 전인 2018년(66만6120명)의 관광객 수를 뛰어넘었고, 이런 추세로는 2019년 관광객 수(107만9133명)도 넘을 전망이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제주도 골목마다 중국어만 적힌 간판이 늘어섰고, 상점과 식당 등에도 앞다투어 중국어로 된 메뉴판과 중국식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섬 전체가 중국인과 중국 자본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튿날인 지난달 15일 정오쯤 방문한 제주시 연동의 한 뼈해장국 전문점엔 손님 24명이 9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점심으로 뼈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 식당뿐만 아니라 이 골목 뼈해장국 전문점 두어 군데를 더 살펴봤지만 식당마다 중국인들이 빼곡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주모(46)씨는 “우리 가게 매출의 80%가 중국인 손님일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며 “원래 주변에 뼈해장국 가게가 우리 식당을 포함해 2개뿐이었는데, 중국인들이 워낙 좋아하는 메뉴이다 보니 올해 들어 근방에 5곳 정도가 더 생겼다”고 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동네엔 ‘뼈해장국 골목’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주씨는 중국인 관광객과의 소통을 위해 올해 초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만석인 가게에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들어오자 주씨는 능숙한 중국어로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중국인 입맛을 맞추지 못한 식당은 문을 닫기도 한다. 
전국에 총 9개의 카이센동(일본식 회덮밥) 전문점 ‘오복수산’을 운영하는 임동훈(45)씨는 작년 7월에 제주시 애월읍에 새로 열었던 지점을 약 1년 만인 지난 6월 말 폐업했다고 했다. 
임씨는 “제주도는 지금 내국인 관광 경기가 안 좋고 중국인들이 관광 수요를 떠받치는 추세인데, 카이센동의 주재료인 회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문을 닫게 됐다”고 했다. 
내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회와 초밥 등을 내놓는 오마카세(맡김 상차림) 위주의 식당들도 다수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주중 저녁 예약도 꽉 찼는데 요즘은 중국인을 못 잡으면 장사가 아예 안 되니 마라 소스를 첨가하거나 튀김류를 늘리는 식으로 메뉴를 조금씩 변형했다”며 “특히 날것은 중국인들이 먹지 않는다고 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전통시장이나 요식업뿐만 아니라 제주도 관광과 관련한 대부분의 산업에 중국인의 경제력이 뻗쳐 있는 모습이었다. 
제주도에서 29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임모(67)씨는 “제주도 기사들 중 중국인 대상 장거리 운행만 받는 사람들이 있어 간혹 내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제주도는 택시가 없나’라는 민원을 듣기도 한다”며 “야간에 중국에서 입국하는 공항 손님만 받아도 연봉 6000만~7000만원은 벌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고 했다.


최근엔 중국에서 주로 쓰이는 전자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등도 제주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제주 동문재래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내 ‘알리페이 플러스’의 결제 금액이 지난 3월 약 1700만원이었으나, 지난 5월에는 15배 정도 증가한 약 2억5000만원이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가맹점도 제주도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한국 공식 대행사 ICB KS 가입센터를 운영하는 이공세(51)씨는 “제주도 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가맹점은 작년에 비해 70~80% 정도 늘었고, 중국인이 많이 가는 제주시 연동 등에는 가맹 업체가 전체의 50~60%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면세점과 호텔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식품점이 다수 몰려 있는데, 이 중엔 가격이 중국 화폐 위안화로 표기된 곳도 있었다. 
이 상점의 중국인 직원과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조차 어려워 번역기를 통해 대화할 수 있었는데, 이 직원은 “위안화로 가격이 쓰여 있긴 하지만, 한국 화폐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는 제주도 특산품뿐만 아니라 마파두부 소스, 고량주 등 중국 식료품도 다수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유독 제주도를 찾는 이유에 대해 김의근 제주국제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가깝다”며 “중국은 남쪽과 동쪽 등 해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내륙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중국인들에게 여행지로서 매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관련 범죄나 각종 문제도 늘었다. 
지난 6월에는 제주의 한 대로변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바지를 내리고 용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인 범죄 중 피의자가 중국인인 경우가 매년 60% 내외다. 

특히 작년에는 중국인 강도 범죄가 16건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치(8건)의 2배다.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빠져나가면 서울 명동의 경우처럼 섬 전체에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현재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혹여 중국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 제주도 경제 자체가 휘청할 위험이 있다”며 “과거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만을 겨냥해 영업했던 명동 상권이 국경이 닫혔던 코로나 때 완전히 무너졌던 것처럼 제주도도 텅 빈 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240902)



 

 

 

구독자 2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연예 가십 유튜브 채널은 작년 5월 한 여자 아이돌 A씨가 다른 남자 아이돌 B씨와 사귄다는 3분짜리 허위 영상을 올렸다. 
영상 게시 후 1년 3개월간 9만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과 영상이 등장하고, 인공지능(AI) 음성이 허위 내용을 읽어준다. 역시 불법 콘텐츠다. 
한 유튜브 PD는 “이렇게 영상을 짜깁기하고, 음성을 입히는 데 AI 프로그램으로 30분도 안 걸린다”고 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들은 “범죄·불법 콘텐츠라는 게 명확히 확인이 되면, 삭제 조치나 계정 정지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특히 가짜뉴스의 경우엔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이라는 판결을 받기 전에는 삭제가 어렵다”며 “법원 판결을 받았을 때는 이미 콘텐츠가 다 돌 만큼 돈 이후가 된다”고 했다. 
이렇게 제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불법·가짜 콘텐츠를 대거 만들어 올리고, 여기서 나오는 광고 수익은 제작자와 플랫폼이 나눈다. 
한 법조 관계자는 “플랫폼과 불법 제작자들이 공생하며 ‘수익형 불법·가짜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공생 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불법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공생법은 교묘하다. 
최근 검거된 명문대생 마약 동아리 사건의 경우, 학생들은 유튜브 등에서 마약 콘텐츠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본 동영상은 특정 문양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사람을 몽롱하게 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이런 영상은 ‘마약 체험’이라는 단어로 검색된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가 201만회에 이른다. 
일부 영상은 ‘마약 체험 게임’이라는 제목도 붙어 있다. 검색어와 실제 유통되는 목적으로 보면 마약과 연관돼 있으나, ‘게임’이나 ‘체험’ 등의 이름으로 불법성을 피해 가는 것이다.

 

 




영상 추천 알고리즘(자동 추천 기능)도 플랫폼에서 불법·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부추긴다. 
유튜브에서 ‘베트남’을 검색하면 ‘베트남 유흥’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뜨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성매매를 암시하는 콘텐츠들이 셀 수 없이 이어진다. 
정확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통상 사람들이 최근에 많이 본 영상들이 우선순위로 올라온다. 이런 것들은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영상이 우선 추천돼 클릭이 많이 되고, 그렇게 발생한 광고 수익을 제작자와 플랫폼이 나눈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의 공생이 더 강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랫폼에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10대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중 단 한 군데도 성인 인증이나 연령 인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 시 출생 연도를 요구하긴 하지만, 실제 태어난 해를 기입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하다.


구글,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바이트댄스(틱톡) 등은 마약이나 폭력,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계정 정지나 수익화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에선 불법 행위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유해 콘텐츠로 클릭 수를 늘리고 있다.

 

 




‘수익형 불법·가짜 콘텐츠 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이를 규제·처벌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가짜뉴스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한 유명 아이돌 가수의 경우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와 허위 비방으로 시달렸지만 구글코리아에서 수사 협조를 해주지 않아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의 법원을 통해 가짜뉴스 제작자의 신원을 밝힐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불법 콘텐츠 유통과 관련해 플랫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지난 6월 유튜브, 네이버와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유통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에 유통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 플랫폼도 책임을 져야 하며,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역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240903)


 

 

 

“전문 기술 없어도 바로 창업 됩니다. 오늘 계약하면 가맹비 500만원 할인 혜택 드려요.”


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에서 열린 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사업설명회. 
한 달에 3회씩 수시로 본사 직원이 예비 창업자들을 모아두고 창업 비용과 수익, 입지에 대한 설명을 1시간가량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해당 직원은 “전국 곳곳에 우리 매장 90여 곳이 있는데, 한 달 매출 평균은 3900만원이고, 마진율만 따지면 업계 최대 수준”이라며 창업을 유도했다. 
또 직원은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외식업 경력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카페를 여는 데 드는 창업 비용은 50㎡(약 15평) 기준 7750만원이었다. 
가맹비와 점주 교육비, 설계비, 인테리어 시공비, 가구와 간판 등이 포함돼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실제 창업 비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임대료, 시설 설치비, 주방기기 비용 등은 별도였다. 
한 예비 창업자가 “모든 가게가 일률적으로 같은 비용이 드는 것이냐”라고 묻자, 직원은 “우리가 안내해 준 좋은 입지에 가게를 열수록 가격은 싸진다. 허름한 곳 가면 인테리어 비용이 더 들지 않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직원은 “오늘 바로 계약을 하면 한시적 할인으로 가맹비 500만원을 깎아 주겠다”고도 했다. 
타 업체와 비교하며 창업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 직원은 “저가 커피로 유명한 A업체는 창업 비용만 2억5000만원 이상인데,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우리만큼 수익 못 가져간다”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공격적인 예비 창업주 모집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작년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 속 은퇴 후 전문 기술 없이 자영업을 시작한 영세 창업주들을 노리는 이른바 ‘꾼’들도 넘쳐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정 프랜차이즈 본부는 오픈 직후 내부 직원을 동원해 가맹 점포를 수십 개 확장하는 전략을 쓴다고 한다. 
소위 ‘잘나가는 업체’처럼 보이게 한 뒤, 실제 점주들이 가게를 열면 가맹비만 받고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 가맹점주를 유인해 프랜차이즈 본부에 소개하며 중개 수수료만 취하는 부동산 컨설팅 업체나 창업 컨설팅 업체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과장된 정보로 예비 점주들을 낚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도 많았다. 
네이버 포털 상단에 노출된 프랜차이즈 점주 모집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버거 월 매출 5000만원에 순수익 1800만원, 창업 비용 11개월이면 회수 가능’ ‘라면만 끓일 줄 알면 OK’ ‘업계 최다 마진율’ 등의 문구로 예비 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또 매출 중 일정 지분을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나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을 선착순으로 면제해준다며 점주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창업 컨설팅 업체는 허위로 창업 비용과 매출을 꾸며내는 식으로 점주들을 속이고 있다. 
한 창업 컨설팅 홈페이지에 올라온 호프집 프랜차이즈의 경우, 예상 연매출은 10억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된 전국 평균 연매출은 4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또 이들은 돈가스 프랜차이즈의 연매출을 7억8000만원이라고 홍보했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4억7700만원에 그쳤다.


또 컨설팅 비용으로 수백만원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B씨가 올린 글을 보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창업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고 300만원을 입금했는데, 업체가 상권 분석해준 내용이나 광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지만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렵다며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240902)


 

 

 

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가 수강 신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일 조선대 수강 신청 홈페이지에선 다른 학생 학번을 입력하고 일부러 비밀번호를 5회 이상 틀려 수강 신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수강 신청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자행한 범죄로 추정된다”며 “범인을 추적해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대는 ‘일단 고발을 하면 취소가 불가하니 지금이라도 자수하라’는 전체 문자도 발송한 상태다.


대학가 수강 신청 대란 10여 년 넘은 고질적 문제다. 
만성 취업난이나 로스쿨 등 진학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학점을 받기 쉬운 인기 과목 등에 몰려 수강 신청 서버가 다운되는 일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강 신청 경쟁이 단순 과열을 넘어 범죄로까지 비화하고 있는데도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학과 교수들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강권 사고 팔기’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최근 2학기 수강 신청 기간이었던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죽음의 과학적 이해’ 과목을 20만원에, 5개년 ‘족보’(시험 기출 문제)까지 묶어서 22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개설한 이 강의는 과제가 없고 시험이 한 번뿐이라 인기가 높다. 이번 학기 경쟁률은 5.77대1이었다.


고려대에선 수강 신청 종료 1시간 전부터 강의 거래 ‘경매장’이 열린다. 
수강 취소를 한 뒤 30분~1시간가량 시간이 지나야 다른 강의를 신청할 수 있는 ‘수강 신청 지연제’가 이때부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감 직전 긴급한 사정 등으로 강의를 변경해야 하는 학생을 위한 선의(善意)로 마련한 시간이지만 고려대 학생들은 “강의를 사고팔 마지막 기회”라며 온갖 익명 카톡·텔레그램 대화방 등으로 몰려든다.

 

 




강의를 사고자 하는 학생은 이 카톡방에 들어가 판매자와 강의 취소 시간을 조율한 뒤 돈을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익명 송금이나 네이버페이, 문화상품권 번호를 활용한다. 
강의를 구매하는 사람이 신고를 해도 판매자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강의 판매 경험이 있는 이모(22)씨는 “판매금이 10만원이면 먼저 7만원을 받고 수강 신청이 성공하면 남은 3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최근엔 아예 수강 신청 대행 전문 업체까지 등장했다. 
한 업체는 “업계 최고의 성공률과 서비스로 고객님들의 성공적인 신청을 책임진다”며 “후회 없는 선택, 완벽한 결과를 보장한다”고 했다. 
“매번 떨리는 대학교 수강 신청, 수년에 걸쳐 쌓아놓은 저희만의 노하우로 수강 신청을 대신해드린다”고 했다. 각종 콘서트 예매나 골프장·결혼식장·부동산 청약 등 모든 선착순 예매를 대행해준다는 이들 업체는 매크로(반복 입력 프로그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업무 방해 목적이 없다면 이런 매크로나 대행 업체 사용이 불법은 아니다.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의 한 학년 정원은 130명이지만, 전공 필수 수업 정원은 60~100명에 불과하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전공 필수 과목의 경쟁률은 2.35대1이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림동 PC방으로 달려가 마우스에 안마기를 올려놓고 ‘자동 클릭’으로 수강 신청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인 김한들(21)씨는 “최근 취업난으로 인문·사회대생들도 코딩 등 컴퓨터공학 강의를 들으려고 몰려든다”며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강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은 수강 신청 홈페이지 해킹을 시도하다가 적발됐다. 
해킹이 이뤄지기 전 학교 전산실에서 이를 감지해 사전 차단했다. 
이들은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 인원을 늘리려 했다”며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들에게 유기 정학 1년을 내렸다.


서울대 유성호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20만원에 거래되는 현상과 관련, “다수 학생들이 수강을 원하는 과목은 수백 명이 들을 수 있는 ‘초대형 강의’로 개편하고, 등급별 학점 대신 합격·불합격 평가만 내리는 강의를 늘려 불필요한 수강 신청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240831)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가계약한 정모(34)씨 부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부동산 전자계약을 통해 우대 금리를 받으려 했다. 
정씨 부부는 4억원을 30년간 빌리려고 하는데, 전자계약 우대 금리 0.2%포인트를 받으면 대출 기간 이자를 총 17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전자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고, 매도인도 연로해 그냥 서면 계약하길 원한다”면서 이를 거절했다. 
정씨는 “가산 금리가 갑자기 크게 올라 우대 금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이 됐지만,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 계약서 없이 온라인 전자 방식으로 계약하는 전자거래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16년 도입됐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고 IT 기술에 익숙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고 인센티브도 없어 여전히 전자계약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실수요자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욱 편리하게 개선하고, 공인중개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전자계약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중개 거래 전자계약 체결 건수는 2만732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973건)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93%에 그쳤다. 
전자계약을 하면 주택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0.1~0.2%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확정일자가 부여되고, 매매 계약은 실거래가 신고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전자계약 활용률은 2021년(3.16%)이 돼서야 3%를 넘었고, 여전히 5%를 밑돌고 있다. 
복잡한 절차 탓에 공인중개사들이 전자계약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김정재 의원실(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등록 공인중개사(11만6083명) 중 전자계약을 활용한 중개사는 6%(6997명)에 그쳤다.


공인중개사가 전자계약 시스템 이용을 위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직접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찾아가거나, 우편(4~5일 소요)으로 인가 코드를 우선 받아야 한다. 
이를 국토부 전자계약 인증센터에 입력해야 인증서가 발급되고, 1년마다 갱신도 해야 한다. 
갱신 기한을 놓치면 인가 코드를 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자계약 시스템 자체도 번거로운 부분이 많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실거래 신고가 끝난 뒤 잔금일이나 매수인의 주소·전화번호 등 계약서 기재 사항이 바뀔 경우 정정 기능이 없어 계약을 해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면적 소수점 한 자릿수가 틀려 수정이 필요했는데 정정 기능이 없어 결국 계약을 해제하고 매도인에게 양해를 구해 전자계약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며 “한번 해보니 너무 번거로워 웬만하면 전자계약은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규제 지역 주택이거나 거래가액이 6억원 이상인 주택을 매매할 때 작성해야 하는 자금조달계획서는 전자계약시스템이 아닌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면 계약을 하면 매수인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아 중개사가 등록하면 되는데, 전자계약은 반드시 매수인이 직접 제출하도록 돼 있어 설명하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고 했다.

 

 




전자계약이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많고 안전한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시스템을 개선해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와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나 인센티브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40829)


☞부동산 전자계약

부동산 매매·전월세 등 계약 시 종이 계약서를 쓰는 대신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http://irts.molit.go.kr)’에 접속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제도다. 
시·군·구청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만 사용할 수 있어 무자격·무등록자에 의한 불법 중개 행위를 막을 수 있고, 계약서 위·변조나 허위 신고를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앞바다의 수온이 급상승해 양식장 피해가 커지면서 높은 수온에도 잘 버틸 수 있는 ‘수퍼 어종’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0여 년 전부터 해수 온도 상승에도 잘 버틸 수 있는 어종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차가운 우리나라 바다를 견딜 수 있는 어종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2021년 동남아산 대왕바리(자이언트그루퍼)와 ‘다금바리’로 불리는 제주 자바리를 교잡해 ‘대왕자바리’를 개발했다. 
하지만 치어 한 마리 가격이 약 3000원으로 우럭(120원)의 20배가 넘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양식어민이 망연자실한 채 죽은 우럭들이 담긴 통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전날까지 태안에서는 우럭 55만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여름철 제주도와 추자도 근처에서 잡히는 난류성 어종인 벤자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벤자리는 농어목으로 40㎝ 정도까지 자란다. 여름철 회로 먹으면 기름지고 쫀득해 맛이 좋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보혜 박사는 “벤자리는 28~30도 높은 수온에도 서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겨울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시험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산과학원은 이르면 내년에 벤자리 치어를 양식용으로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벤자리 외에 제주도 인근 바다에 사는 잿방어, 긴꼬리벵에돔 등도 시험 후보군이다.


우선 대체하려는 어종은 우럭(조피볼락)이다. 
우럭은 우리나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국민 횟감’으로 양식장에서 많이 기르는 어종이다. 
생산성이 높아 어민들도 선호한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참돔이나 감성돔보다 2배가량 많다고 한다. 
출하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2년 정도로 짧다.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난태성 어종이라 치어 생존율이 높고 키우기 쉽다.


그러나 우럭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에 사는 한대성 어종이다. 요즘 같은 뜨거운 여름철을 버티기 어렵다. 
우럭이 서식할 수 있는 수온은 7~26도로 수온이 28도 이상이면 숨을 쉬지 못하고 폐사한다. 
이 때문에 올여름 해수 온도 상승으로 가장 많이 죽은 어종이 우럭이다. 폐사한 물고기 10마리 중 7마리가 우럭이다.(240831)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30일 오전 8시 40분쯤 도로 침하가 발견돼 교통이 통제됐다. 
전날 싱크홀(땅 꺼짐) 발생으로 운전자 2명이 중상을 입었던 지점에서 약 30m 떨어진 곳이다. 
서울시가 29일부터 이곳 일대를 점검한 결과 사고 지점 건너편 도로 지하에 공동(空洞)으로 의심되는 곳도 추가로 발견됐다. 
서울 도심에서 연일 도로가 내려앉는 상황에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연희동에서 만난 시민 김모(52)씨는 “자동차가 완전히 추락해버린 모습에 많이 놀랐는데, 이젠 운전하기도 겁난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가 깊이를 측정하고 있다. 
땅 꺼짐 크기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로 측정됐다. 
이 사고로 도로를 달리던 SUV가 통째로 빠져 운전자 등 2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매년 100개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한다. 
2021년엔 142개, 2022년엔 177개, 작년엔 161개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은 957개로 매월 16개씩 발생한 꼴이다. 싱크홀 면적을 합치면 약 2.9㎢다. 
그간 여의도 면적만큼 땅이 내려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2명이 죽고 49명이 다쳤다. 차량도 81대 파손됐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그간 수차례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여름철 폭우 등으로 향후 싱크홀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중 절반 이상(57.4%)이 상하수관 손상 등으로 발생했다. 
주로 낡은 파이프에서 물이 새면서 토사가 유실, 도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상하수관은 총 40만㎞ 정도다. 이 중 노후관은 약 7만2500㎞로 전체의 18%가량이다.

 

 




서울시는 시내 노후 상하수관 교체·세척에 3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상하수관은 도시 인프라의 핵심”이라며 “향후 싱크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연이은 싱크홀 사고에 서울시는 올해부터 지하 공동 탐사 횟수와 구간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레이더 성능 등 한계로 이번 연희동 싱크홀 같은 사건을 모두 예측하긴 어렵다. 
지하 2m까지 탐지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싱크홀 사건은 2.5m 깊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6~7m까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연희동 인근에서 하고 있던 빗물 펌프장 공사가 싱크홀 사고 원인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이 공사로 지하수의 흐름이 불안정해져 사고 지점의 토사가 유실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건축·토목 공사가 잦은 서울의 지하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공사할 때는 수시로 지하의 빈 공간을 메워줘야 한다”고 했다.


정밀한 지하 지도를 만들어 도심 지하에 설비와 배관 등이 어떻게 얼마나 들어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하에 시설물을 매립하면 상세 내용을 구청에 보고하게 돼 있으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등이 관리하는 ‘지하 공간 통합 지도’ 역시 형식적으로 작성돼 사고 예방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240831)


 

 

 

20~49세 남녀 약 43%가 ‘출산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설문 결과가 나왔다. 
단, 이들 가운데 44%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대폭 늘면 출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최근 리서치 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 20~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층 인식 조사를 해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설문 결과 미혼 남녀(1164명)의 절반(53%)은 ‘결혼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27%, ‘잘 모르겠다’는 19%였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여성(35%)이 남성(22%)보다 높았다.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서’(20%),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18%)를 들었다.


‘출산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43%에 달했다. 여성(53%)이 남성(33%)보다 많았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4%)와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3%),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11%) 순으로 답했다. 
남성은 ‘고용 상태·직업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서’(18%),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6%),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1%)였다.

 

 




다만 결혼·출산에 뜻이 없더라도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 등 여건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응답이 상당했다. 
결혼 생각이 없는 미혼 남녀 중 39%, 출산에 뜻이 없다는 응답자 중 44%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크게 늘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유동층이었다.(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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