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전남 무안군의 한 양계장. 
오전 9시인데도 기온이 33도까지 올라 얼굴이 후끈거렸다. 
1980㎡(약 600평) 크기 축사 안에 들어가니 치킨용 닭 4만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입을 계속 뻐끔뻐끔하고 있었다. “닭은 사람처럼 땀샘이 없어서 저렇게 숨을 내쉬면서 체온을 낮춰요. 얘들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 죽겠어요.” 농장 주인 김화실(59)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6일 전남 장성군 장성읍의 한우 축사. 찜통더위로부터 한우를 지키기 위해 물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와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돌리고 있다.>

 


축사 안에는 ‘쿨링패드’ 2대와 환풍기 18대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쿨링패드는 벽에 붙어 있다. 가로 25m, 세로 2m로 꽤 크다. 
물을 뿜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를 식히는 장비다. 1대당 가격이 3000만원이나 한다.


닭이 잘 자라는 온도는 23도, 습도는 50% 정도다. 
김씨는 “24시간 이렇게 용을 쓰는데도 축사 안 온도가 29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 속이 탄다”며 “무더운데 소나기까지 자주 와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충북 괴산에서 8년째 닭을 키우고 있는 주영환(69)씨는 “올여름 폭염으로 닭 2000마리가 죽었다”며 “남들은 열대야 때문에 못 잔다고 하는데 농민들은 애들 걱정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연이은 찜통더위에 축산 농가들이 ‘온도 낮추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농민들은 “축사 안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려고 매일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양식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2만4000마리다. 작년보다 17만 마리 많다. 
닭·오리가 39만3000마리, 돼지가 3만1000마리다. 더위에 약한 닭 피해가 특히 크다. 
양식장에서는 강도다리, 조피볼락(우럭), 넙치 등 43만9000마리가 죽었다.


한우 농가는 물안개를 내뿜는 ‘쿨링포그’로 버티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전남 장성군 한우 농가. 천장에 달린 쿨링포그 장비에서 물안개가 번지자 한우들이 몰려들었다. 
요즘에는 열대야 때문에 24시간 가동한다. 대형 환풍기 40여 대도 함께 튼다. 
농장 주인 심성택(58)씨는 “요새 축사 안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 한우들 살이 쑥쑥 빠진다”며 “쿨링포그를 풀가동해야 겨우 2도 낮추는 정도이지만 이마저 없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의 젖소 농장에서는 하루 두 번 젖소들에게 물을 뿌려 샤워를 시킨다. 
2시간마다 항문에 얼음을 넣기도 한다. 매일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고 햇빛을 막는 차광막도 설치했다. 
양영모(38)씨는 “이렇게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데도 우유 생산량이 15% 줄어 속상하다”고 했다.


여름 영양식을 먹이는 곳도 많다. 지난 5일 찾은 전북 임실군의 한우 농가에서는 소들이 비타민, 염분 등이 든 ‘미네랄 블록’을 핥아 먹고 있었다. 이 농장은 소에게 생옥수수도 먹이고 있다. 
농장주 김모(66)씨는 “생옥수수는 수분이 많아 여름에 꼭 챙겨 먹인다”며 “더위에 소들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사료에 스트레스 완화제도 섞는다”고 했다.


바닷물 온도도 상승해 전국 앞바다 곳곳에 고수온특보가 내려졌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산소량이 줄어 어패류가 폐사한다. 
지난 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은 햇빛을 막는 차광막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산소발생기도 준비했다. 이곳에서는 조피볼락과 참돔 등 40만 마리를 키운다. 어민 김수환(42)씨는 “올해 폭염이 심해 작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완도군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복 굶기기’에 나섰다. 전복이 먹고 남은 먹이가 썩으면 물속 산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아예 덜 먹이는 것이다. 
주영철 완도군 어패류팀장은 “전복이 살이 빠져 상품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살리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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