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대는 2학기부터 여학생이 생리 공결을 사용할 때 소변검사로 ‘생리 중’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강의에 불참해도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일선 학교에 도입됐다.
생리 공결에 소변검사 결과를 요구한 대학은 전국에서 서울예대가 처음이다.
2018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서울예대는 일부 여학생이 실제 생리 중이 아닌데도 제도를 부정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생리 공결 인정 기준 강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81건이었던 생리 공결 건수가 지난해 2773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1학기 전체 출석 인정 건수 53.5%가 생리 공결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학은 최근 학내 공지에서 “일부 학생은 생리통과 무관하게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생리 공결을 활용해 부정 사용 예방 방안을 모색했다”며 “반드시 병원에서 ‘소변검사’ 실시 후 발급되는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첨부해야만 출석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인근 특정 협력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난 8일 서울예대가 발표한 생리 공결 개편안>
서울예대는 현재까지 진단서·진료 확인서만 제출해도 생리 공결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이 결과도 신뢰할 수 없으므로 생리를 할 때 호르몬 변동으로 인한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소변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일부 교수는 여학생들이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생리 공결을 신청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주말을 끼고 쉬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반발한다. 재학생 김모(21)씨는 “한 학기 세 번 생리 공결은 학칙에 규정된 권리”라며 “지금까지도 진단서·진료 확인서를 제출했는데 소변검사까지 받으라는 건 과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 여학생은 “피 묻은 생리대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 항의 집회를 하겠다”고도 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 기준 재학생 3153명 가운데 여학생이 1963명(62%)인 여초(女超) 대학이어서 반발 여론은 확산 중이다.
대학 생리 공결제는 각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거점 국립대 10곳 중에선 서울대·경상국립대·제주대·전남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연세대·고려대·성신여대·중앙대 등 사립대도 생리 공결제를 받아들였다.
한 달에 한 번 별도 서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학(중앙대)부터 교수 재량에 맡긴 대학(고려대)까지 인정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상당수 여학생은 증빙 서류 제출 등이 부담스러워 생리통을 참으면서 출석할 때도 많다.
한 여학생은 “남성 교수·의사에게 생리 공결을 신청하거나 진단서를 발급받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여학생들은 “강의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면 이미 강의 불출석만으로도 시험이나 과제에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며 “진단서도 모자라 소변검사까지 받아오라는 건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소변검사로 100% 생리 여부를 판별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예대는 “여러 지적이 있어 이번 조치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내에선 “생리 공결 건수 증가를 제도 활성화로 볼 수도 있는데 왜 부정 사용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외대는 2018년 생리 공결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여학생들에게 생리 주기를 전산망에 입력하라고 했다가 “대학이 여성의 몸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엔 조선대의 한 교수가 “여학생들이 생리 공결을 쓰면 태도 점수를 깎겠다”며 “신고할 거면 신고해라. 난 국가의 부름(예비군)이나 3촌 이내 사망만 공결을 인정한다”고 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여성학자들은 “생리는 여성의 고유한 신체 경험으로 증상도 개인마다 다르다”며 “남성 보직 교수들이 주류인 대학 사회에서 이 신체 경험까지 일률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은 문제”라고 했다.
일부 남학생은 “우리는 예비군 훈련 공결도 인정 못 받을 때도 많고 아프면 그냥 결석을 하는데 왜 생리만 예외냐”며 “생리 공결제는 불공정한 제도”라고 한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학생 생리 공결 사용을 제한하기보단 남학생 병가를 일정 부분 보장하는 식의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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