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살아 천년 죽어 천년 꿈꾸는 ‘눈꽃 주목’

태백산(太白山)은 예로부터 ‘한밝뫼’라 불렸다. ‘크게 밝은 산’이라는 뜻이다.

태고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국가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진다.

강원 태백시 문곡·소도동과 영월군 상동면, 그리고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걸쳐 있는 이 산의 높이는 1567에 달한다.

낙동정맥의 발원지이자 한반도 이남의 모태산 격인 명산으로 1989년 도립공원 지정을 받았다.

등반객들이 눈꽃이 만발한 태백산 정상을 걸으며 설경을 만끽하고 있다. 제공 | 사진작가 오세기씨


태백산은 국내 최고의 겨울 산행지로 꼽힌다.

고산준령에 세차게 휘몰아친 바람이 눈발을 날려 만들어낸 설화(雪花)가 주목군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설경을 연출한다.

성스러운 기운을 가슴에 품고 일출을 맞으려는 등산 마니아들의 발길이 연초부터 이어지는 곳이다.

천제단은 정상 부근인 망경대에 자리잡고 있다.

삼국사기에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됐다.

망경사·백단사·유일사·만덕사·청원사 등 많은 사찰이 있는데도 민속신앙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눈이 하얗게 쌓인 주목. <경향신문 자료사진>

천제단이 있는 영봉을 중심으로 장군봉(1567)·문수봉(1517)·부쇠봉(1546) 등 해발 1000가 넘는 고봉들이 거대한 능선을 이룬다.

영봉에서 북쪽으로 300 지점에 있는 장군봉은 태백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꼭대기에 자연석 규암으로 쌓은 사각형의 제단이 있다.

수두머리와 문수봉 사이에 있는 부쇠봉은 남으로 뻗어내린 소백산맥의 시초가 되는 곳으로 중국의 태산(泰山)과 높이가 같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쪽에 위치한 문수봉 위에는 자갈이 많다.

자갈로 된 돌무더기를 멀리서 보면 마치 흰 눈이 쌓여있는 듯하다 하여 태백산의 이름이 이곳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소도당골의 넓적바위를 지나 500가량 올라가면 개울가에 솟아있는 높이 50여의 거대한 기암절벽을 만나게 된다.

마치 장군이 칼을 집고 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장군바위’로 불린다. 이곳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장군이 신성한 태백산으로 악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지켰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태백산은 장엄한 풍모를 갖추고 있으나 암벽이 적고 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만하다.

4~5시간 정도면 들머리에서 천제단을 거쳐 하산할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도 적격이다.

산중에는 한국 특산종인 노랑무늬붓꽃과 모데미풀 등 40여종의 각종

고산식물이 자생하며 계절별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봄이면 산 정상을 뒤덮는 철쭉이 장관이다.

태백산의 평균 기온은 같은 위도의 산들보다 4∼5도 정도 낮아

5월말이나 6월초쯤 되어야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산중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봄 철쭉도, 가을 단풍도 무척 좋지만 태백산 풍광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겨울철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 군락의 설경이다.

태백산에서 자라는 주목은 2800여그루로 그 중 지름이 1.44에 달하고

수령이 50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정상 부근에 국내 최대 주목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에 핀 눈꽃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이 때문에 많은 산행객들이 세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주목 군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밖에 해발 1500 지점에 위치한 망경사 입구엔 한국명수 중 으뜸으로 꼽히는 용정이 있다.

용정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로 개천절에 올리는 천제의 제수(祭水)로 쓰인다.

산행 중 이곳에서 마른 목을 축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멀리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행운도 잡을 수 있다.

태백산 겨울 산행에 나서려면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한다.

적설량이 많은 데다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등산로 곳곳이 상당히 미끄럽기 때문이다.

장비를 꼼꼼히 챙기지 않은 채 섣불리 등반에 나섰다간 빙판에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

등반 시간은 계절별로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당골~반재~망경사~정상~부쇠봉 삼거리~문수봉 안부~정가바우골 아우라지~당골(3시간50분)

△당골~산제당골~문수봉~부쇠봉 삼거리~정상~유일사~유일사 매표소(4시간5분)

△백단사 매표소~정상~부쇠봉 삼거리~문수봉~지지리골~잣밭(4시간35분)

△당골~정가바우골 아우라지~반재~정상~문수봉~도장골~불무실골(4시간15분) 등이다.

등산 애호가들은 이 가운데 당골 원점 회귀 코스를 선호한다.

주변지역엔 산행 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만한 곳도 많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적당하다.

태백에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역인 추전역(해발 855)과 가장 높은 포장도로인 만항재(1340)가 있다.

또 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다.

1997년 개관한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으면 석탄산업의 역사와 채탄·가공 과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유익하다.

입소문이 퍼져 유명세를 타고 있는 ‘태백한우’를 맛보는 것도 좋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태백산을 찾으려면 중앙고속국도 제천IC를 나와 제천 방면 38번 신국도 코스를 이용하면 되고

동해안 남부지역에서는 7번 국도를 따라가다 원덕에서 416번, 427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이밖에 서울 청량리발 태백선 열차도 운행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눈꽃열차도 추가된다.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경기 가평·양평군에 걸쳐 있는 유명산은 산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두루 가지고 있다.

높이 862m. 동쪽으로 용문산(1157m)과 이웃해 있고 5㎞에 이르는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산줄기가 사방으로 이어져 있어 언뜻 보면 험한 것 같지만 능선이 완만해서 가족 산행지로도 적합하다.


기암괴석과 갖가지 나무가 우거진 숲이 조화를 이루는 유명산은 가을 단풍철에 무척 아름답다.

단풍철이 되면 푸르게 빛나는 하늘 아래 빨갛고 노랗게 울긋불긋한 ‘색의 천지’가 계곡 안에 펼쳐진다.

유명산은 여름에도 진가를 발휘한다. 푸른 빛이 감도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향긋한 나무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면 한 여름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유명산의 관광 명소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소(龍沼)와 용문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와 합쳐져 생긴

‘유명계곡’(입구지계곡)이다.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이 암반을 깎고 내려가 작은 소(沼)와 아름다운 폭포들을 빚어 놓았다.

 

유명산 계곡의 바위는 무질서하다. 각이 진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운악산 계곡 같은 정밀함이나 화야산 계곡 같은 정겨움은 없다.

하지만 시원하고 풍부한 계곡 물이 흐르는 곳곳에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산세는 유명산만의 절경이다.

 

유명산 등반의 출발지는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와 양평군 옥천면 신북리 두 곳이 있다.

가일리에서 곧바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이 대표적인 코스다.

산을 오르는 데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하산하는 데는 30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유명산 주차장을 지나 낙엽송이 우거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져 있는데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길이 잘 나 있다.

등산로 초입부터 2.7㎞의 계곡 구간은 평지나 다름 없을 정도의 완만한 코스이고 계곡이 끝나는 지점부터 정상까지 약 1.6㎞가

오르막 코스다.

그중 수백미터는 급경사의 가파른 코스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야 하지만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에 다시 경사가 완만해져

한숨을 돌리게 해준다.

 

양평군 쪽에서 오르는 코스는 광활한 초원지대의 탁 트인 시원함을 즐길 수 있어 또 다른 산행의 묘미가 느낄 만하다.

등산로는 인근 대부산과 같은 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대부산·소구니산을 연계해 능선종주 코스를 택할 수도 있다.

 

 

유명산 정상은 드넓은 평원 같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이다.

옛날에는 이곳,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산의 옛 이름은 ‘말이 뛰노는 산’이란 뜻의 마유산(馬遊山)이었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 그런 기록이 남아 있다.

지금의 이름은 1973년에 붙여졌다.

당시 국토 중앙자오선 종주 등반을 하던 한 산악회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지도에 이름이 없던 이 산을 발견하고는

등반대원 중 진유명이라는 홍일점 여성대원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유명산 산자락에는 1989년 문을 연 869ha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통나무로 지어져 가족단위로 휴양할 수 있는 ‘숲속의 집’과

야영장에 머무르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2002년 9월에 조성한 7만9200㎡의 ‘유명산자생식물원’에는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을 잘 알려주는 400여종의 다양한 자생식물이 있어 자연학습 장소로도 제격이다.

 

◇찾아가는 길: 서울~양평방향 6번 국도~옥천 입구에서 한화리조트 방향 우회전(3.2㎞ 진행)~37번 국도와 합류하며 좌회전~

한화리조트 입구에서 오른쪽 37번 국도(3.5㎞ 진행)~농다치고개~중미산 자연휴양림~유명산 자연휴양림

 
 

유명산 등산에는 3~4시간이 걸린다.

가평군 설악면쪽 주차장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후 계곡을 따라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의 특징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간직한 용소(龍沼)와 용문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와 합쳐져 생긴 ‘유명계곡’

올라갈 때는 길이 가파르고 험해서 주변 경치를 볼 여유가 없다.

오직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8부 능선에 다다르면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정상에 오르면 용문산을 마주보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좌우로 끝없이 이어진 산맥이 장관을 이룬다.

서쪽으로는 소구니산(797m)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어비산(826m)이 있으며 산줄기를

따라 봉미산(855m)과 장락산(627m)으로 이어진다.



보통 하산길에 택하는 유명계곡은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이 계곡은 유명산 입구에서 2㎞쯤 이어지는 것으로 높거나 길지는 않으면서도 ‘소금강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의 절경을 지닌 곳이다.



가평군 하면의 운악산 동편 산자락에 있는 현등사는 가평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고찰이다.

신라 법흥왕 27년(540년)에 인도에서 불법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마라하미 스님에게

법흥왕이 하사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수백년간 수차례 폐사와 재건을 반복한 불행한 전력이 있지만 경내에는

극락보전(1746년), 아미타삼존상(1759년), 범종(1619년) 등 유물이 보존돼 있어

고적답사지로 의미 있는 곳이다.

 

 



〈최인진기자〉

-눈은 바다를 좇고, 발은 ‘학의 춤’ 좇고-

경남 마산시 무학산은 오목한 항구의 뒷산과 같다. 해발 767m로, 옛 이름은 풍장산이다.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이다.

무학산 정상에서 시루봉쪽으로 이어진, 학의 다리처럼 펼쳐진 능선에 등산객이 줄을 잇고 있다.

무학(舞鶴)은 말 그대로 ‘춤추는 학’이라는 뜻.

무학산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듯한 산세를 보인다.

마산시를 서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이 산자락 아래

40여만명의 마산 시민이 산다.



마산은 본래 무학산 자락이 마산만에 빠져있었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 월영대를 지을 때 산기슭을 핥는 물결에 달이

비치는 정경을 보았을 것 같다.

산의 형세가 학의 정수리와 날개, 그리고 다리를 닮았다.

등산로에 설치된 무학산 지형 사진 위에 학의 모습을 겹친 그림을

보면 실감 난다.

 



무학산 산세는 가파르고 계곡물은 적다.

능선을 타면 마산만을 비롯, 남해안 다도해를 함께 볼 수 있다.

산행이 힘겨울 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땀이 저절로 식는다.

 



무학산 등산길은 12가닥이 있다.

그중에서 서원계곡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경관이 가장 수려해

등산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무학산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졌지만 서원계곡은 비교적 풍화에 약한 화강암맥이 뻗쳐 깊고 길게 파여있다.

서원계곡은 과거 서원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사찰이 6개나 있다.

 

 

 

 

 

서원계곡은 본래 바다까지 이어진 긴 골짜기였다.

색깔이 밝은 화강암 바위와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2㎞가량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도시가 확장되면서 해변 쪽부터 개발됐고, 최근에는 산 기슭 쪽에 유원지 시설 공사가 이뤄지며 계곡 면이 콘크리트 벽으로

평평해졌다.

이 때문에 등산객이 계곡을 따라 걷지 못하고 산 비탈면을 잘라 만든 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비탈길을 따라 40여분쯤 올라가면 중턱 절벽에 세워진 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 서면 항아리처럼 생긴 마산만과 이 만의 가장자리에 건설된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산만 입구 쪽에는 마산과 창원을 잇는 늘씬한 모습의 마창대교가

보인다.

무학산 자락에는 문신미술관, 만날고개, 서마지기, 국립 3·15 민주묘지 등이 있다.

문신미술관은 작고한 조각가 문신씨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부인 최성숙씨가 지었다.

문신씨는 프랑스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 귀국해 고향인 무학산

자락에 머물렀다.

무학산 산세가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을 잡았듯이 문신씨는 삼라만상이 지닌 대칭성을 추구한 작가로 유명하다.

만날고개는 모녀상봉에 관한 전설의 장소였으나 오늘날에는 그리운 사람이 만나는 현장이다.

서마지기는 정상 아래 넓은 평탄지로 마산시민정신을 결집하는 큰 일이 있을 때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 3·15 민주묘지는 4·19 혁명 도화선을 몸으로 태운 의사들의 묘역이다.

무학산 정상에서는 새의 신체구조를 생각하며 걸을 수 있다.

새의 다리에 해당되는 곳은 시루봉이고, 정수리에 해당되는 곳이 학봉이다.

왼쪽 날개 쪽은 봉화산이 되고 오른쪽 날개는 대곡산이다.

어느 쪽이나 오르내리는 데 3~4시간 걸린다.

이은상 시인이 고향 마산만을 그리며 쓴 시에 곡을 붙인 ‘가고파’ 가사를 떠올리며 걷고 싶다면 학봉 길이 좋다.

꿈엔들 잊지 못한다는 ‘그 잔잔한 고향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그 풍경 한가운데는 ‘돝섬’이란 작은 섬이 떠있다.

무학산은 일부 구간이 안식년을 가져야 할 정도로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있다.

‘경남생명의 숲’ 회원들이 각종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는 명패를 달아 현장학습하기도 좋다.

〈마산|김한태기자〉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사연 있는 고개가 많다.

무학산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만날고개’도 그중 하나다.

만날고개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내려온 애틋한 모녀상봉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운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전설이 쌓여가는 만날고개 기념비


고려 말엽 마산포 바닷가 마을에 살던 가난한 양반 이씨 가문의 편모 슬하 큰 딸과 친정 어머니가 전설의 주인공이다.

열일곱살 맏딸이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보살피고자 고개 너머 부잣집 윤진사댁으로 시집을 갔는데 엄한 시집살이를 겪으며

눈물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친정이 그리워도 마음대로 가볼 수 없던 그 딸이 어느날 먼 발치에서라도 친정집을 보려고 고개에 올랐는데 때마침 시집간 딸이 보고싶어

고개를 올라온 친정 어머니와 ‘이심전심’으로 만나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얘기다.

이 전설이 면면히 이어오면서 고개 이름이 만날고개로 굳어졌다.

한국전쟁 때 많은 피란민이 마산에 몰려와 연고자를 찾을 때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뒤 마산에 큰 섬유회사와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선 후에는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몰려들었다.

또 20여년 전부터는 추석 이튿날 이곳에 오면 마음에 둔 사람끼리 만날 수 있다는 새로운 전설까지 생겼다.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짝사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경남대학 정문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인 이 고개는 마산 월영동에서 내서읍 감천골로 넘어가는 언덕에 있다.

예로부터 해산물을 내륙쪽으로 팔러가던 길이기도 하다.

마산시는 1980년대 들어 만날고개 전설을 민속행사로 발전시키자는 여론에 따라 정례 행사로 만들었다.

이제는 ‘만날제’란 이름으로 매년 추석 다음날부터 3일간 신파극을 곁들인 국악뮤지컬과 전국명창대회 등을 연다.

고개에 오르는 길을 모두 포장하고 주변 공원도 조성했다.

최근에는 새해 일출 관광 명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

〈김한태기자〉

겨울철 설경이 백미인 계방산은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전망대다.

비록 인접한 오대산의 명성에 가려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등산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강원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 있는 이 산의 높이는 해발 1577m에 달한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눈꽃으로 뒤덮인 계방산 정상에 오르면 구름 사이로 인근 지역 명산들의 주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창군청 제공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지릉의 최고봉으로 ‘남한 5위봉’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다른 산에선 쉽게 맛볼 수 없는 남다른 매력도 무척 많다.

계방산은 희귀 수목군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운두령(雲頭嶺)을 품고 있다.

북쪽 산자락에는 반달곰이 서식한다는 깊은 골짜기인 을수골이 자리잡고 있다.

 

속사 3거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홍천 방면으로 가다보면 아담한 크기의 이승복기념관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대관령 옛길보다 더 구불구불한 운두령을 만나게 된다.

평창과 홍천을 잇는 해발 1089m 고지대에 위치한 운두령에 오르면 그 이름대로 항상 구름이 넘나든다.

운두령에서 계방산 정상까지의 표고차는 488m에 불과하다.

             계방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노동계곡. 

이 때문에 대다수 초보자들은 계방산 산행의 들머리로 운두령을 택한다.

장대한 규모나 높이에 걸맞지 않게 능선이 완만하고 부드러워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운두령 쉼터에서 정상을 향해 1시간30분쯤 올라가다

해발 1400m 지점에 도착하면 800m~1㎞에 이르는 ‘설화 터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이 불 때면 수목 위에 핀 눈꽃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발길을 재촉해 정상에 오르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쉼호흡을 한 후 사방을 둘러보면 설악산, 점봉산, 방태산, 오대산, 가리왕산,

태기산 등 백두대간 줄기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 따라 형성돼 있는 산죽·주목군락을 비롯, 빽빽한 원시림은 4계절 색다른

멋을 뽐내지만 겨울철엔 눈꽃과 어우러져 그 빛을 더욱 발한다.

특히 주목군락 주변 설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겨울철 계방산에는 영동지방의 바닷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부딪치면서 많은 눈이 쏟아진다.

 

적설량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환상적인 설경은 보통 3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주말이면 설경을 만끽하려는 탐방객들이 북적거린다.

계방산 자락에서 진부 방향으로 이어지는 평창군 용평면 노동계곡의 물은 맑고 차가운 것으로 유명하다.

골이 깊은 이곳엔 1급수에서만 산다는 ‘금강모치’뿐 아니라 다른 계곡에서는 보기 드문 ‘옆새우’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곡 안쪽 평지에는 억새밭이 있어 가족과 함께 산행을 마친 후 가볍게 거닐며 몸을 풀기에 좋다.

 

이밖에 계방산은 심마니들의 산으로도 불린다.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각종 희귀수목과 야생화 등이 많이 자생할 뿐 아니라 질 좋은 산삼과 약초가 많이 나 심마니들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 산에 칡이 드물게 자생하는 것과 관련된 이색적인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용마를 타고 달리던 중 칡넝쿨에 걸려 넘어진 산신령이 화가 나 부적을 써서 이 산에 던진 이후 칡이 없어졌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겨울철 계방산 산행에 나설 경우 먼저 적설 유무에 따라 등반 소요시간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보통 4~6시간 소요되나 눈이 많이 내리면 2배 이상 걸리는 때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운두령~1492봉(헬기장)~정상~1276봉~아랫삼거리(4시간) ▲운두령~정상~운두령(3시간30분) ▲운두령~1492봉~정상~동쪽 능선~방아다리 약수터(6시간) ▲아랫삼거리(또는 방아다리 약수)~이승복 생가터~주목군락지~정상~아랫삼거리(5시간) 등 4개 정도다.

일반 등산 동호인들은 부담을 덜기 위해 주로 운두령~정상

왕복 코스를 선호한다.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자녀를 동반 했다면 계방산 자락인 평창군 용평면에 위치한

‘버드하우스’를 찾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앵무새쇼를 해 이색적인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진부면 척천리 방아다리약수 입구에 있는 200m가량의 울창한 전나무 숲은 드라마나 광고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하다.

가볍게 몸을 풀며 전나무 숲길을 산책한 뒤 한 모금 마시는

약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방아다리 약수에서 3㎞ 떨어져 있는 신약수의 성분이나 물맛도 큰 차이는 없다.

귀갓길에 진부면의 산채백반 전문점에 들러 토속적 향취가 물씬 나는 각종 산나물 요리를 맛보는 것도 좋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계방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속사IC~31번 국도~이승복기념관~운두령 고개 정상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최승현기자〉

경기 남양주시 한가운데에 위치한 천마산(天摩山)은 해발 812m로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천마산 등산로는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는 데다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 시민들로부터 인기 등산코스로 꼽히고 있다. 

산세가 마치 달마대사가 어깨를 쫙 펴고 앉아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웅장하고 차분한 인상마저 준다.

잣나무, 일본 잎갈나무 등 690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어 사시사철

울창하다.

특히 정상 서쪽의 큰골과 천마산 계곡은 ‘야생화 천국’이라 불릴 만큼 봄이면 온갖 야생화가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마산은 수도권에 위치하면서도 산세가 높고 험해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천마산이란 이름은 고려말 이성계에 의해 지어졌다.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나왔다가 높고 매우 험준한 산세를 보고 난 뒤

“인간이 가는 곳마다 청산은 수없이 있지만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관직에 있는 사람이 임금을 만날 때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고 한 데서 천마산(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산세가 험하고 봉우리가 높아 조선시대에는 임꺽정이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꺽정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남아있다.

 

70~8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산이었다.

통기타를 메고 경춘선 마석역에 내린 행락객 대부분은 천마산을 찾는 인파였다.

이 때문에 철도산행의 원조라는 이름도 붙었다.

 

 

 

 


이후 천마산은 도심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각종 개발의 물결에 휩싸이게 된다.

천마산은 주봉을 중심으로 해 북동쪽은 비교적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한데 산기슭에는 천마산 심신수련장과 상명대학교 수련관 등

각종 연수원과 수련장이 들어서 있다.

남쪽 기슭에 있는 천마산 스키장은 서울 근교 레저시설로 인기가 높다.

 

천마산은 가평군 운악산(936m)에서 시작되는 한북정맥과 연결되어 있다.

한반도를 이루는 13개의 산줄기 중 하나인 한북정맥은 축령산·철마산·운길산·예봉산으로 이어진 뒤 팔당호까지 닿아 있다.

 

천마산은 숲이 좋고 물맛 좋은 약수터가 많아 하루 산행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정산 서남쪽 인근에는 높은 절벽바위가 있는데 1년 365일 샘물이 끊이지 않고 솟아올라와 ‘약물바위샘’이라고도 한다.

 

산 정상까지는 2시간남짓 걸려 하루 산행 코스로 인기다.

정상에 서면 남쪽 아래로는 천마산 스키장과 마치고개가 경춘국도와 함께 내려다보인다.

정면으로는 백봉이 마주 보이고 서울 방면인 서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가물거린다.

 

동쪽 기슭에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는데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다.

1851년 창건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대웅전과 요사채 2동이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명성황후의 묘가 있는 홍릉(사적 207호)을 비롯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묘, 기념관이 있는 다산유적지가 있다.

83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수동유원지도 가볼 만하다.

맑은 물이 많이 흘러 ‘물골안’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서리산·주금산·천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최상류 비금리의 비금계곡, 하류의 검단이계곡·물골안계곡 등이 울창한 숲과

어울려 계곡미가 수려하다.

 


 

천마산은 예전부터 수도권 근교 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경춘국도가 4차선으로 넓어지고 나서는 서울에서 시내버스도 다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봄철이면 야생화 탐방에 나서는 등산객들이 많다.


지금 산기슭은 개발 압력에 밀려 도시화됐지만 산속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서울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산이 남아있을까 싶을 만큼

산세가 아름답다.

천마산은 호평동에서 상명대 생활관이 있는 큰골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천마산 심신수련장~남동릉을 타고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2시간가량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행을 한다면 호평동 큰골 코스가 편하다.

호평동에서 오르는 큰골 코스는 천마산 수련장에서 오르는 남동릉보다 경사가 약해 부담감도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버스편도 많기 때문이다.

경춘국도 호평동 사거리 호평동사무소에서 도로를 따라 20분 들어서면 호만마을 천마마트 앞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은 큰골, 오른쪽은 우묵골이다.

큰골로 해서 매표소와 상명대 생활관 앞을 지나 안경다리·나무다리·약수터·천마의집 등을 거쳐 천마산 정상에 오르면

365일 항상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이밖에 천마산 관리소~야영장~깔딱고개~뾰족봉~천마산(2시간 소요)이나 가곡리 버스종점~넘어골~천마산(2시간30분 소요) 코스도 있다.

야생화 탐방이 주목적이라면 호평동 큰골을 타고 천마의 집~돌핀샘을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꺽정바위~큰골 길로 하산하거나 또는 돌핀샘에서 천마산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것도 좋다.

천마산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무너진 콘크리트 교각이 보이는 지점에서 계류를 건너서면 절골을 거슬러 능선 너머의 큰골로 돌아올 수 있다.

〈남양주|최인진기자〉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속세를 떠난다’는 의미다.

신라 선덕왕 5년(784년) 진표(眞表)율사가 이곳에 이르자 밭갈이를 하던 소들이 무릎을 꿇어 율사를 맞이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라 입산수도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속리산은 우리나라 8경 가운데 하나다. 해발 1058m로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나온 소백산맥 줄기 한가운데 솟아 있다.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해 변성퇴적암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패고,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올라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다.

 

속리산에는 산이름과 석문(石門)·대(臺)·봉(峰)이 각각 8개씩이다.

산이름은 속리산과 광명·지명·구봉·미지·형제·소금강·자하산 등이, 석문은 내석·외석·상환석·상고내석·상고외석·비로석·금강석·추래석문

등이다.

대는 문장·경업·배석·학소·은선·봉황·산호대 등이, 봉은 최고봉인 천왕봉을 비롯해 비로·길상·문수·보현·관음·묘·수정봉 등이다.

 

복천암, 상환암 등 크고 작은 암자도 8개다.

다리도 8개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수정·태평교 등 3개만 남아 있다.

 

문장대는 상주 쪽에, 이를 제외한 봉과 대는 보은 쪽에 위치하고 있다.

상주 쪽에는 용유동계곡, 쌍룡폭포, 오송폭포, 장각폭포, 옥량폭포, 용화온천 등도 있다.

 

속리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법주사, 문장대, 정2품송이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법주사 경내에는 국보인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련지, 사천왕석등, 마애여래의상 등 문화재가 많다.

 

문장대는 해발 1033m로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위가 높이 치솟아 흰 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운장대(雲藏臺)라고도 한다.

문장대 안내판에는 문장대를 세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정2품송은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수령 600여년의 소나무.

세조대왕(1464년)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대왕이 탄 연이 이 소나무에

걸릴 것을 염려해 ‘연 걸린다’고 소리치자 소나무 가지가 번쩍 들려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와 ‘연걸이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세조에게서 정2품송이란 벼슬을 하사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강풍에 우산 모양의 아래 양쪽 가지가 부러져 나가 예전만큼의

우아한 자태를 찾아볼 수 없다.

 

 

속리산은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무성한 녹음, 가을에는 만상홍엽의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설경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하는 등 4계절 경관이 수려하다.

심산유곡과 망개나무(천연기념물 제207호) 등 627종의 식물과 큰잣새, 붉은가슴잣새, 딱따구리, 사향노루 등 344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84년엔 속리산 줄기인 화양동도립공원과 쌍곡계곡 일대가 편입돼 확장됐다.

화양동계곡에는 조선후기 학자 송시열 선생이 은거하며 필적을 남긴

화양구곡과 이황(퇴계)이 찾아왔다가 도취되어 노닐었다는 선유동구곡이 있다.


 

속리산은 경사가 완만해 산행이 어렵지 않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와 부담없이 산을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속리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는 법주사 쪽과 화북 쪽을 이용할 수 있다.

해발 1033m에 위치한 거대한 암석 ‘문장대’


속리산관광호텔을 지나 우거진 숲이 오리나 된다는 오리숲을 통과해 법주사 입구에서 산속 도로인 임도(林道)를 따라 1시간쯤 가면

세심정 휴게소에 닿는다.

이곳부터는 속세를 떠난 듯 조용한 돌계단길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문장대는 왼쪽으로, 천왕봉·경업대는 오른쪽 계곡을 들어서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문장대는 해발 1033m에 위치한 큰 암석이다.

50여명이 올라가 앉아 쉴 수 있는데 봉우리에서 사방에 전개된 산야를 굽어보면 그 절경에 압도된다.

문장대는 2개의 암석이 아래 위로 있어 올라갈 수 없었으나 철사다리를 놓아 자유로이 올라갈 수 있게 됐다.

경업대는 임경업 장군이 스승인 독보대사를 모시고 심신단련을 연마하던 곳. 이곳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신선대다.

이 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문장대, 우측으로 가면 입석대를 지나 천왕봉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입석대는 임경업 장군이 속리산에서 7년 수도 끝에 신통력을 얻어 세웠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입석대에서 2시간 정도를 더 산행하면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058m)에 오르게 된다.

산 정상에서는 세줄기 계곡의 물을 볼 수 있다.

동류는 낙동강, 서류는 한강, 남류는 금강의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어 속리산의 웅장함을 더해준다.

화북 쪽 등산로도 인기다.

법주사 쪽을 이용하는 것보다 비교적 순탄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입장료만 내고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은군은 관광객들이 평평한 오리숲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지루함을 덜어 주기 위해 이곳에 모노레일을 설치키로 했다.

또 최근엔 청원~보은~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속리산 접근이 한결 쉬워졌다.

〈보은|김영이기자〉

강원 평창군과 홍천·강릉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오대산.

예부터 삼신산(금강·지리·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명산으로 손꼽힌 오대산은 1975년 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는 11번째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비롯해 적멸보궁, 상원사 동종 등 다양한 불교 유적이 많아 불교성지로도 유명하다.

전체 면적이 303.929㎢에 이르고 최고봉인 비로봉의 높이는 해발 1563m다.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오대산이란 명칭은 연꽃 모양으로 둘러선 5개의 봉우리가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는 데서 유래됐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장쾌하게 솟아 있는 상왕봉(1493m)·호령봉(1561m)·두로봉(1421m)·동대산(1433m) 등이

바로 연꽃잎으로 비유되는 고봉들이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산맥을 기준으로 월정사 지역과 소금강 지역으로 구분된다.

계곡을 품고 있는 소금강 지역은 화려함을, 완만한 능선의 월정사 지역은 부드러운 곡선 미를 자랑한다.

 

월정사 지역은 편한 마음으로 산행을 즐기며 문화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연간 90만~100만명가량의 탐방객이 이 코스를 찾는다.

 

월정사 앞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아름드리 전나무숲이 반긴다.

팔각구층석탑에서 상원사까지는 계곡과 각종 수목군락,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능선이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상원사는 1300여년 동안 문수보살이 1만 권속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진 유서깊은 사찰이다.

 

경내에는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들어진 동종(국보 제36호)과 보물 제140호인 오대산상원사중창권선문(五臺山上院寺重創勸善文) 등이

보존돼 있다.

상원사 동종은 경주의 봉덕사 에밀레종과 함께 2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신라의 범종이다.

 

 

                   오대산 입구 전나무숲. 

이곳에서 산릉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적멸보궁이 나온다.

적멸보궁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하던 중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었다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다.

 

 

비로·상왕봉의 설경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로봉과 두로봉 사이에 있는 상왕봉에 오르면 설악산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1970년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된 소금강 지구는 계곡산행의 명소다. 급경사의 험준한 산세속엔 만물상, 식당암 등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해발 360m 지점에 위치한 구룡폭포엔 신비감이 감돈다.

구룡연 상단으로부터 물줄기가 떨어지며 아홉 개의 폭포와 못을

이룬다.

계곡에는 신라 때 창건된 금강사가 자리잡고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은 ‘유청학산기’를 통해 기암괴석과 못, 폭포 등이

금강산과 견줄 만한 절경이라 해 이곳을 소금강이라 칭했다.

 

 

박달나무, 마가목 등이 자생하는 계곡 정상부의 노인봉(1338m)은 조망권이 압권이다.

등산로가 양지쪽으로 나 있어 겨울에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일출 광경이 볼 만하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24개나 있는 오대산은 각각 색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등반 코스가 있다.

일반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등반 코스는 반나절, 하루 코스로 크게 나뉜다.

왕복 3시간과 15시간가량 소요된다. 반나절 코스로는 동피골~동대산·상원사~중대사~적멸보궁~비로봉 등이 대표적이다.

적멸보궁에서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까지는 40분가량 소요된다.

비로봉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대 미륵암을 품고 있는

상왕봉까지 오르면 불교 문화 유적의 보고인 오대산의 반은

둘러본 셈이다.

비로봉~상왕봉 구간 2㎞는 등산로가 편해 상왕봉까지 오르는 탐방객이 많다.

하루 코스로는 동피골~동대산~두루봉~상왕봉~비로봉~상원사, 무릉계~십자소~연화담~식당암~구룡폭포~만물상~백운대~낙영폭포~노인봉~진고개, 상원사~비로봉~상왕봉~두로령~북대사~상원사 구간.

이밖에 상원사~비로봉~상왕봉~두로봉~동대산~진고개 산장 등의 코스도 있으나 동대산~진고개에 이르는 구간은 희귀 식물자원 보호를 위해 지난해부터 통제되고 있다.

방아다리 약수터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평창군 진부면 척천리에 위치한 방아다리 약수는 탄산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엔 빼곡한 침엽수 사이로 난 산책 코스도 있어 지친 몸을 풀 수 있다.

또 오대산 국립공원 입구쪽에 위치한 한국자생식물원이나 대관령의 풍력단지, 양떼목장 등도 찾을 만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오대산 월정사지구를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진부IC~6번 국도~446번 지방도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소금강 지구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진부IC~6번 국도~진고개~강릉 방면을 택하면 된다.

월정사·소금강 지구 일대엔 숙박시설도 많고 산채 관련 음식도 일품이다.

〈최승현기자〉

눈, 바위산 눈물도 지우다

 

주왕산(해발 721m)은 설악산·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힌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부동면과 영덕군 달산면 등 2개 군(郡) 5개 읍·면 17개리에 걸쳐 있다.

1976년 3월 국내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총 107㎢에 이른다.
 
 


주왕산이란 명칭은 신라 무열왕 16대손인 김주원이 왕으로 추대됐지만 왕위에 등극하지 못하고 이곳에 은거한 데서 유래됐다.

주왕산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석병산으로도 불렸고,

예로부터 난리가 날 때마다 많은 백성들이 숨어 지낸 곳으로 대둔산으로도 불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태행산(933m)·가메봉(882m) 등 봉우리가 모두 10개다.

기암(旗岩)·급수대·시루봉·학소대 등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볼거리다.

주방·절골·월외계곡 등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4곳과 주왕·연화굴 등 천연 동굴이 3곳, 주산지와 내기사저수지 등 연못 2곳의 주변 풍광은

절경이다.

 

이들 경관에는 저마다 애틋한 사연과 전설이 얽혀있다.

주왕이 신라 관군과 싸우다 화살을 맞고 계곡으로 흘러내린 선혈을 따라 피어난 수달래 전설은 탐방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산 입구에 웅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 기암(旗岩)은 주왕이 신라군과 전쟁을 벌일 때 이 바위에 이엉을 두르고 쌀뜨물을 흘려

병사가 많은 것처럼 위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관음보살을 닮은 관음봉, 연꽃 모습을 한 연화봉, 왼손으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얹히면 득남한다는 아들바위 등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바위산이지만 주왕산이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산을 감싸고 도는 풍부한 물 때문이다.

선녀들이 몸을 씻었다는 제1폭포(선녀폭포), 그리고 바로 위에 자리잡은 선녀탕과 구룡소는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산 속 깊이 들어가면 마치 호박 모양으로 파인 곳에 폭포수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2단 형상의 제2폭포가

그 신비를 뽐낸다.

 

뿐만 아니다.

주왕산에서 제일 대범해 보인다는 제3폭포, 항상 물보라가 안개처럼 주위를 감싸고 도는 월외폭포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주왕산은 온갖 식물과 동물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망개나무·소나무·둥근잎꿩의비름 등 888종의 식물이 산 능선과 기슭에서 자란다.

또 수리부엉이·수달·하늘다람쥐를 비롯한 902종의 동물과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주왕산은 불과 40여년전까지만해도 수난의 연속이었다.

일제는 제1폭포 주변에 채탄과 제탄 전수소 설치를 위해 차도를 내면서 태고의 신비를 훼손했고, 목탄 생산용 참나무를 마구잡이로 잘라냈다.

해방 이후에는 나무를 팔아 생계를 잇는 서민들의 소나무 벌채가

이어졌다.

 

주방계곡 위쪽에 위치해 ‘하늘아래 첫 동네’ ‘전기없는 달빛마을’로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누렸던 내원마을은 최근 사라졌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 때 피란처로 생기기 시작해 2000년초까지 9가구가 거주했다.

주왕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2001년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내원마을

철거키로 하고 올해 11월 건축물을 모두 없앴다.

 

〈청송|백승목기자
 
 

-바위는 우뚝 골은 깊어 그 품이 좋구나-


관악산은 바위봉우리가 많고 계곡이 깊어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도심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연평균 500여만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남부(관악구·금천구)와 경기도(과천시·안양시)에 걸쳐 있다.


정상인 연주대(戀主臺)의 높이는 629m로 고려가 망하자 충신들이 숨어 살면서 송도(개성)를 바라보며 통곡을 했다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넓은 의미로는 관악 서남쪽의 삼성산과 장군봉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보통 관악산이라 하면 연주대와 연주암이 있는 관악산을 말한다.

 

관악산은 능선마다 암봉이 줄을 이어 나타나고 계곡이 깊어 변화가 다양한 산이다.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산세는 험난하지만 그리 높지 않고 누구나 하루 일정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수도권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바위 능선에서 시원한 조망을 맛볼 수 있어 산을 사랑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상을 안겨 주는 마음이 넓은 산이다.

 

관악산의 유래는 꼭대기가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듯한 모습으로 보여 ‘갓 모양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산을 ‘관악’이라 표기한 옛 지도도 많다.

 

조선 태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할 때 관악산에 화산(火山)의 기가 있다고 해 무학대사가 궁궐의 방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광화문 옆 양쪽에 해태(화재나 재앙을 물리친다는 상상의 동물)상을 세우고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숭례문(남대문)을

세운 것이 모두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한 풍수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관악산은 예부터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도 오악으로 불렸고 철따라 변하는 모습이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서금강(西金剛)’으로 불리기도 했다.

별명처럼 봄에는 입구 쪽에 벚꽃이 만발하고 철쭉제가 열린다.

여름의 녹음과 가을 단풍, 겨울의 설경이 제각각의 풍광을 느끼게 해준다.

 

골짜기가 깊고 숲이 무성한 관악산에는 많은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솔개·말똥가리·청딱따구리·어치·휘파람새·때까치 등 41종이 관찰됐다.

족제비와 두더지 등 중·소형의 포유류도 서식하고 있다.

안양천과 양재천의 발원지가 있으며 버들치·피라미·붕어·미꾸라지 등 11종의 어류가 확인됐다.

정상부의 바위산에는 소나무, 철쭉이 자생하고 있고 중·하부에는 신갈나무·상수리나무·물푸레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1968년에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고 행락철에는 하루에만도 10만~15만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많은 등산객으로 인한 쓰레기와 간이음식점들로 몸살을 앓아 관악구가 90년대 중반부터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입구에 휴게소를 세워 상인들을 입주시키고 등산로에 목재데크와 로프펜스를 설치했다.

입구쪽에 만들어진 맨발공원에서는 등산으로 지친 발을 마사지할 수 있다.

 

관악산의 많은 등산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등산로는 서울대 정문 오른쪽의 관악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안양유원지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다.

이밖에 낙성대역·사당역·과천역·관악역 등 관악산을 끼고 지나가는 지하철 1·2·4호선의 여러 역을 기점으로 산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관악산은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 위치한 관계로 무려 7개에 달하는 사찰이

들어서는 등 문화 유적지가 많다.



관악산의 정상인 연주봉 기암절벽 위에 세워진 연주대(戀主臺)는 연주암과 함께 관악산의 명소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수행을 하기 위해 의상대를 세웠다가 후에

이성계가 무악대사의 권유로 석축을 쌓고 그 위에다 암자를 지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은 경기도 지방기념물 20호로 서울 근교에서 보기 드물 정도의 절경을 자랑한다.



연주대에서 남쪽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연주암(戀主庵) 역시

의상대사가 창건한 관악사가 조선시대 때 이름을 바꾼 사찰이다.



연주암과 함께 삼막사·염불사가 관악산 3대 사찰로 손꼽힌다.

삼막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의상 두 고승이 수행처를 마련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삼막사에서 서북쪽 700m 거리에 위치한 칠성전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인 마애삼존불상이 모셔져 있다.

또 칠성전 서북편에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어 출산을 비는

민간 신앙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관악산에는 이밖에도 관음사·자운암·호압사·약수암 등이 있는데,

특히 호압사는 조선시대 태종이 한양과 과천에 호랑이로 인한 재난이

많다는 말을 듣고 호랑이의 살기를 누르기 위해 절을 짓게 됐다고 전해진다.

 



 

관악산 북쪽 기슭의 낙성대(落星臺)는 고려시대 명장인 강감찬이 태어난 곳이다.

낙성대라는 이름은 장군이 태어나던 날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1964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고 공원으로 조성됐다.

매년 10월마다 낙성대 내 안국사에서 강감찬 장군을 기리는 낙성대

인헌제가 열린다.

관악산은 등산로마다 기암괴석들이 등산객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 등산로를 따라 제2광장에서 서울대 등산로를 올라가다 보면

열녀암을 만날 수 있고 바로 위에는 바둑이바위가 있다.

성주암 바로 앞의 돼지바위, 연주암 오른쪽의 해태바위, 연주암 쪽의

목탁바위 등도 등산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김기범기자〉

-공룡의 산책로 따라 연꽃처럼 솟다-

경남 고성군 개천·영현·대가·마암면에 걸쳐 뻗어있는 연화산. 정상이 528m로 비교적 아담한 산이다.

연화산은 조선 인조 때 승려 학명이 쓴 고기(古記)에 ‘높이 선 산세에 연꽃이 핀 듯하다’라고 기록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연화산 일대는 198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연결되며 진주에서 32㎞, 마산에서 46㎞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자락에 흩어져 있는 화강암 덩어리를 뒤로 연화산 정상이 보인다.

옥녀봉·선도봉·망선봉 등 세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산세는 험하지 않지만 울창한 숲과 계곡 등 자연경관이 수려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연화산에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져 오는 ‘옥천사’라는

고찰이 있다.

이 절의 대웅전 뒤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샘이 있어 ‘옥천’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 100대 명수(名水) 중 하나로 꼽힌다.

백련암과 청련암·연대암 등의 사찰도 자리하고 있다.

고성군 일대는 대부분 시루떡을 쌓은 듯한 퇴적암인 데 반해

유독 이곳은 화강암이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공룡발자국 화석바위’라는 안내표지만을

만난다.

표지판에는 ‘중생대 백악기 때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렸던

공룡의 발자국’이라고 설명돼 있다.



연화산 동쪽 능선에 오르면 당항포의 쪽빛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남해지방의 습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은 숲의 생태는

매우 다양하다.

옥천사 뒤편의 가문비나무와 편백 숲은 일품이다.

사찰 뒤편 산중턱에는 대 숲이 우거져 있고 적송 숲도 이 산의 자랑거리다.

복분자 딸기와 송이버섯도 유명하다.



자연과 문화재를 탐색하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등산로는 3개 있다.

출발점은 모두 도립공원 주차장 옆에 있는 공룡화석지이다. 각 코스는 모두 3시간 안팎이다.

공룡화석지에서 출발해 연화1봉~황새고개~연화산~남산~옥천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연화산 인근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공룡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2006년 공룡 엑스포가 열렸을 만큼 많은 볼거리와 체험학습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또 전국 무형문화재 탈과 민속품이 한꺼번에 전시돼 있는 갈촌탈 박물관과 장승학교도 있다.

장승학교에서는 서예와 서각·장승·그림·조각 등의 이론과 실기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고성에서 옥천사 아래 개천면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두 시간 간격으로 있다.

진주에서 옥천사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승용차로는 대전~통영고속국도 옥천사 IC~영오방면 지방도~영오면~개천 방면 1007 지방도~개천면~옥천사로 향하면 된다.

숙박 시설은 고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당포항에 많다.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이곳에 몰려 있다.

 

-연화산보다 더 유명한 ‘옥천사’-

옥천사는 연화산보다 더 유명하다.

조계종 쌍계사의 말사로 신라 문무왕 10년(서기 670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의상대사는 통일된 신라를 위협하는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호국사찰을 지었는데 옥천사도 그중 하나다.

해안에서 침공하는 왜구와 백제의 발흥을 겨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진 것을 인조 17년(1639년) 새로 지었다.

        옥천사 안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1.5㎡짜리 전각인 ‘산령 각(사진 맨오른쪽)’

이곳에는 승군의 회합 장소인 자방루가 큰 성채처럼 버티고 있다.

300년 된 건물로 경남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또 보물 제495호인 임자명반자(구리로 만든 불교 의식용 악기)와 경남도 유형문화재인 옥천사 대종과 향로 등이 남아 있다.

또 조선 영조 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심장보살도·지장보사도·시황도 등도 전해진다.

절 이름은 대웅전 뒤 암벽에 있는 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은 사철 마르지 않고 위장병과 피부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큼직한 가람의 지붕이 연꽃무늬처럼 배열돼 있고 사찰 외곽은 긴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람의 배치는 네모난 마당을 가운데 두고 17개의 전각이 보존돼 있다.

옥천사 입구 산기슭에는 400년 된 방생장(放生場)이란 표석이 있는데, 물고기를 방생하고 산짐승을 위한 먹이를 놓아둔 곳이다.

〈김한태기자〉

-이곳을 모르고 선비라 할 수 없다-

낙동강 상류에 솟아 있는 청량산. 산세가 수려해 작은 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위치해 있다.

산세는 재산면과 안동 도산·예안면까지 뻗어 있다.

정상 장인봉의 높이는 해발 870m. 병풍처럼 펼쳐진 12개 봉우리는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산, 지리산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산행기를 낳았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청량산록(遊淸량山錄)’을 쓴 이래 조선조 청량산을 주제로 한 선현들의 기행문이 100편이 넘고

시(詩)는 1000여수에 이른다.


주세붕은 ‘규모는 작으나 선경(仙境)의 명산’이라 했고, 퇴계 이황은 “청량산을 가보지 않고서는 선비노릇을 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청량산을 아꼈다.

강을 건너 산문에 들어서면 진입로변에 ‘청량산인’을 자처했던 퇴계의 시비가 있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날 속이랴 못 믿을 손 도화로다. 도화야 물따라 가지 마라 어자(漁子) 알까 하노라’

청량산은 ‘육육봉(6·6)’이라 불리는 12개의 빼어난 바위 봉우리가 주축을 이뤄 주왕산·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기악으로도 불린다.

1982년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집단시설지구에서 재산면·영양군으로 넘어가는 청량골을 사이에 두고 축융봉(845m)과 다른 11개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다.

축융봉에서 건너다 보면 천년고찰 청량사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서부터 장인봉·선학봉·자란봉·향로봉·연화봉·연적봉·탁필봉·자소봉·

금탑봉·경일봉이 휘둘러보인다.

이곳에서 보이진 않지만 경일봉 오른쪽으로는 탁립봉이 있다.

봉우리마다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아찔한 수직의 높이가 장쾌함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으로는 열두 봉우리가 꽃잎이 돼 한 가운데 들어앉은 청량사를 꽃술삼아 감싸안은 연꽃 형상이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이름 그대로 산 전체에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절집 풍경 소리도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가을에는 입석에서 청량사 가는 등산로변 생강나무군락지의

진노란 단풍이, 봄에는 연적봉에서 뒷실고개 사이 철쭉군락지가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산행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곳곳에 전망좋은 대(臺)가 있고 응진전, 청량정사, 김생굴, 공민왕당,

청량산성, 밀성대 등 선현들의 숨결이 밴 문화유적지와 동굴·샘 등이

연이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퇴계와 최치원·김생·원효·공민왕·노국공주와 관련한 역사와 얘깃거리도 많이 깃들어 있다.

청량산은 숨이 턱에 차도록 뻐근하게 오르는 산이 아니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비경을 감상하고 유적을 답사하며

편하게 오르는 산이다.

 

 


 

-퇴계 숨결 간직 ‘청량정사’ 공민왕 친필 현판 ‘청량사’-

청량산 산행은 산문 입구에서 2.8㎞가량 떨어진 입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운치 있고 등산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많이 찾는 등산로는 입석~응진전~금탑봉~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뒷실고개~청량사~선학정 코스다.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금탑봉에서 경일봉을 거쳐 자소·탁필·연적·자란·선학·장인봉까지

돌아본 뒤 청량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는 6시간 정도 걸린다.

어떤 봉우리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코스는 다양하며 어떤 코스를 택하든 산행 시간은 3~6시간이다.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모두 도는 종주 등산로는 아직 닦여있지 않다.

이 때문에 맞은편 축융봉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청량골로 내려와

입석에서 200여m 위쪽에 있는 산성 입구에서 다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에는 90m짜리 현수교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양 봉우리 가운데 한곳에 오른 뒤 내려가서 다시 옆 봉우리로 오르지

않고도 바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지난 8월 착공, 내년 4월 완공된다.

15일부터 내년 5월15일까지는 산불 예방을 위해 주 등산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등산로는 출입이 통제된다.

청량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량사다.

바위 봉우리 아래 가파른 비탈에 터를 잡았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고,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는 고찰이다.

중심전각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의 현판은 공민왕 친필로 알려져 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선학정에서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로 소문났지만 해마다 가을 밤이면 전국에서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다.

반딧불이와 별빛이 어우러진 산사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퇴계가 학문을 닦던 청량정사와 아홉가지 약초를 넣은 구정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산꾼의 집도 인근에 있다.

〈최슬기기자〉

                              -깊은 골 메아리치는 전설-

인근 구룡사 자리에 살던 9마리의 용 가운데 마지막 용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치악산 구룡폭포. <원주시 제공>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비경인 강원 원주시 치악산.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은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진 차령산맥 줄기에 솟아 있는 명산이다.

 

치악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그 모양이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해 ‘시루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로봉의 높이는 해발 1288m.

정상에 오르면 원주의 한 주민이 치악산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쌓았다는 신선탑·용왕탑·칠성탑 등 3개의 미륵불탑이 지친 몸을 반긴다.

 

정상에서는 원주·횡성뿐 아니라 영월 지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향로봉·매화산·삼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거대한 능선을 이룬다.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지는 압도적인 산세 속엔 구룡사 큰골, 부곡분지, 상원골 등의 깊은 구렁이 형성돼 있다.

 

북쪽·서쪽 능선은 가파른 편이나 남동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원주의 진산인 치악산엔 골짜기마다 전설이 살아 있다.

치악산은 예부터 산세가 뛰어나고 험할 뿐 아니라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동악명산(東岳名山) 또는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렸다.

 

이후 치악산 남대봉 아래 자리잡고 있는 상원사에 전해 내려오는 ‘은혜를 갚은 꿩’의 설화 때문에 꿩 치(雉)자를 써 치악산으로 불리게 됐다. 자신을 구해준 한 선비를 살리기 위해 상원사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세번 울린 후 죽어간 꿩의 보은설화는 산신각의 벽화로도 남아있다.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 너머로 원주 시가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상원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로 대웅전 앞

쌍탑은 고려 석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지방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돼 있다.

상원골 입구 성남리에는 천연기념물 제93호인 성황림이 있다.

 

치악산에는 한때 70여개의 사찰이 있었으나 지금은 구룡사·상원사·국향사·보문사·입석사 등 몇 곳만 남아 있다.

구룡사는 신라말기 도선국사, 고려말 무학대사, 조선 중엽

사명대사 등 고승들의 수도처로 지방문화재 제145호인 보광루를

비롯, 범종각·삼성각·사천왕문·원통문 등 많은 건축물이 남아있다.

 

보광루의 짚으로 만든 멍석은 세 사람이 3개월에 걸쳐 완성했다는 국내 최대의 멍석이다.

이밖에 구룡사 방면에는 구룡폭포를 비롯, 거북바위·범바위·용바위 등 명소가 많다.

사찰 부근엔 조선조 때 궁궐을 짓는 데 쓰였던 노송들이 군락을 이뤄 벌목을 금하던 황장금표(黃腸禁標)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진 이곳의 단풍길은 압권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남대봉 서쪽 기슭에 위치한 영원산성과 해미산성·금두산성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유적들이다.

 

영원산성은 신라 문무왕 또는 신문왕 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며 임진왜란 때 원주목사 김제갑이 왜적을 맞아 싸웠던 유서깊은 곳이다.

이 곳에선 최근 당시 군사들이 쓰던 솥이나 숟가락 등의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초겨울 치악산 정상 일대는 설화(雪花)와 나무에 내린 서리가 얼어붙어 빛을 발하는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다.

일부 산악인들이 겨울에 꼭 찾아야 할 산으로 치악산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가족과 함께 1일 탐방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능선을 이루고 있는 치악산은 등반코스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상원사

등반코스는 반나절, 하루, 그리고 종주코스로 크게 나뉜다.

반나절 코스는 금대탐방지원센터~남대봉(왕복 5시간), 구룡탐방지원센터~세렴폭포(2시간40분),

성남탐방지원센터~남대봉(4시간30분),

행구탐방지원센터~향로봉(2시간30분),

황골탐방지원센터~비로봉(5시간) 등 5개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구룡탐방지원센터~세렴폭포 코스는 치악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부담없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경사가 완만해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코스다. 특히 구룡지구에는 900대가량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기 편하다.



하루 코스로는 구룡탐방지원센터~비로봉(왕복 6시간30분)이며,

종주코스로는 구룡탐방지원센터~성남탐방지원센터 코스(왕복 10시간)가 꼽힌다. 종주코스는 23.8㎞에 달한다.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세렴폭포까지는 경사가 완만하지만 세렴폭포~비로봉 구간은 경사가 급하고 산세가 험해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코스다.

비로봉에서 남대봉(약 13.7㎞) 구간은 병풍처럼 이어진 능선 곳곳에 형성된 기암절벽과 소나무·물푸레나무·잣나무·억새 군락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등반 후 인근에 위치한 치악산자연휴양림·

간현유원지·횡성숯마을·횡성강원민속촌을 찾아 볼 만하다.

원주시 판부면 서곡4리에 있는 용수골이나 소설속의 배경을

재현해 놓은 원주 단관택지내 토지문학공원도 인기코스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치악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원주 방면 42번 국도~학곡리~구룡사 입구를 이용하면 된다.

〈최승현기자〉

赤裳, 다홍치마 입은 너 물색 곱구나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자리한 적상산은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제격인 산이다.

사방이 험한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단풍이 붉게 물들면 마치 계단 위에 단풍나무를 치장한 듯 장관을 이룬다.

절벽 주변에 유난히도 빨간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철이면 마치 온 산이 빨간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해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진/ 무주군 제공>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하며 한국 100경 중 하나로 꼽힌다.

850~1000m 높이의 봉우리들이 마주하고 있지만 무주군 지역이 고원지대여서 실제로는 높은 느낌이 아니다.

도보뿐만 아니라 차량으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 일대는 흙으로 덮인 토산(土山)이라서 나무숲이 매우 울창하다.

동쪽과 서쪽·북쪽에서 금강 지류인 무주남대천의 첫 물줄기가 시작된다.

 

적상산에는 단풍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도 많아 주위의 바위와 잘 어울린다.

인근에는 어디에나 감나무가 많아 가을 정취를 돋운다.

적상산은 단풍명산과 더불어 역사적으로는 군사상 천혜요새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 오름이 평탄한 반면 산허리가 절벽으로 둘러싸여 산세가 험준한데다 물이 풍부해 방어상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에 오르면 사적 146호로 지정된 적상산성을 구경할 수 있다.

석축 둘레는 1만6920자(5127m), 높이는 7자(2.1m)에 달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폐허가 되고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축조를 건의했다고 전해지나 조선시대의 여지승람 기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이 기록에 따르면 조선 세종때 체찰사(體察使) 최윤덕이 이곳을 답사하고 반드시 산성을 쌓고 보존해야 할 곳이라고 건의했으며

인조때 산성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는 산성 안에 국내 5대 사고(史庫·나라의 역사기록과 문서를 보관하는 곳)의 하나인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가 세워졌다.

성내에는 또 안국사와 호국사도 있다.

이 사찰들은 나라의 안위를 빌기 위해 건립되었으며, 특히 호국사는 1614년부터 건립된 적상산사고를 지키기 위해 세워졌다.

 

1627년의 정묘호란(丁卯胡亂) 때에는 사고에 있던 서책들을 산 정상부의 안렴대(鞍簾臺) 아래 험준한 절벽 밑 굴에 숨겨두기도 했다.

상원사와 중원사 등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무예승을 양성했다.

지금은 울창한 숲 사이로 흔적만 남아 있다.

요충지였던 탓에 적상산은 신라와 백제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적상산성이 축조되기 전인 고려시대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인근 수십군현의 백성들이 살해당했지만 이곳 사람들만은 안전했다고 전해진다.

 

볼거리도 많다.

최영 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 길이 막히자 긴칼로 내리쳐 길을 내고

올라갔다는 장도바위를 비롯해 장군바위·처마바위·천일폭포·송대폭포 등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의 정상 남쪽 층암절벽 위에 위치한 안렴대는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로 내려다 보여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한다.

안렴대란 명칭은 거란 침입이 있었을 때 삼도 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와 진을 치고 난을 피한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

 

평지같은 산 정상에서 산정호수도 볼 수 있다.

적상산 분지(해발 800m)에 위치한 인공호수로 양수 발전소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 만든 댐인데 ‘적상호’라 불린다.

무주읍에서 산정호수까지는 포장도로가 뚫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인근에 무주리조트와 무주구천동이 자리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적상산에 오르는 길은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안시내에서 출발해 학송대~안렴대~송신중계탑를 거쳐 적상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다.

두번째는 서창마을에서 장도바위를 거쳐 적상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로 모두 2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세번째 코스는 안국사에서 시작해 계단~송신중계탑~적상산 정상에 이르는 길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에 가깝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방법은 왔던 길을 되돌아 안국사로 하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에서 그대로 직진하는 등반로는 암벽 때문에 위험해 폐쇄됐다.

산행중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이 안국사다.

특히 안국사로 올라가는 길은 송림이 우거져 있어서 솔향내를 마음껏

맡을 수 있다.

또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굽이굽이 돌아서 산을 오르는 길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적상산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찰(古刹)인 안국사는 고려 충렬왕 3년(1277)에 월인화상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광해군 6년(1614) 적상산성 내에 사각이 설치되고, 인조 19년(1641)에

선운각이 설치돼 적상산사고로 조선왕조실록과 왕의 족보인 선원록이

봉안됐다.

이때 사고를 지키기 위해 호국사를 지었다.

안국사는 그 전부터 있던 절이었으나 호국사와 더불어 이 사각을 지키기위한 승병들의 숙소로 사용돼 안국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적상산 양수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이 사찰은 호국사지의 위치로 옮겨져 복원됐다.

특히 안국사의 성보박물관은 독보적이다.

다른 박물관이 인근 불교유물만을 모아 놓은 것이라면 성보박물관은 세계 각국의 불상 등을 수집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문화재는 보물 제1267호 영산회상괘불과 유형문화재 제42호 극락전, 제85호 호국사비 등이 있다.

〈박용근기자〉

-타고 넘고 돌고 ‘산 타는 멋’-

산을 아는 사람들은 서대산을 ‘숨겨진 보물’에 비유한다.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서대산은 ‘바위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반(岩盤)이 장관을 이룬다.

서대산은 또 충남 금산, 충북 옥천뿐 아니라 대전 일대까지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는 충남의 최고봉이다. 계룡산보다 높다.

서대산에서 눈을 돌리면 멀리 민주지산·덕유산·대둔산·계룡산의 모습이 들어온다.

                           갈색으로 변해가는 억새풀 뒤로 서대산의 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충남 금산군 군북면과 추부면 경계에 있는 이 산의 높이는 904m다. 남북으로 길고 동서로는 가늘게 이어진 모습이다.

동쪽으로는 장룡산·매봉·대성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도덕봉·지봉산·만인산 등이 있다.

우람한 서대산은 충남 남동부의 금강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금산고원에 속해 있으며 노령산맥을 이루는 중심이다.

특히 인근의 다른 산에 비해 홀로 우뚝 솟아 있다.

산이 있는 금산고원이 주로 침식으로 형성된 데 반해 서대산은 침식에 강한 석영반암(石英斑岩)계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변지역보다 풍화와 침식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주변에 비해 높은 산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비교적 급경사도 많다.

         서대산 명소 중 한 곳인 개덕폭포.

그러나 남쪽으로 갈수록 산세가 점차 완만해진다.

동쪽·서쪽 사면에는 각각 높이 100~400m 지점에 넓은 완사면이 나타난다.

완만한 곳은 금산인삼 재배에 이용된다.

땅속에서 그대로 솟아 오른 것처럼 보이는 서대산은 워낙 우람해 주위의 산들을 압도한다. 산맥으로 이어지지 않고 따로 떨어진 ‘독립된 산’이라고 보면 된다.

북쪽으로는 잿말재, 남쪽으로는 비들목재, 남서쪽으로 민재를 통해 산줄기가 이어진다.

산세는 원추형으로 곳곳에 기암괴봉과 깎아지른 낭떠러지 암반들이 많다.

그래서 경관이 좋다.

산 곳곳에는 바위봉우리가 널려 있다.

용바위·신선바위·장군바위·마당바위·노적봉 등 서로 다른 이름을 하나씩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대산을 ‘암봉전시장’ 같다고도 한다.

이밖에도 선바위·살바위·남근바위·구름다리·사자굴·개덕사·개덕폭포 등 산행 중 볼거리가

풍성하다.

서대산의 산길은 가파른 곳이 많지만 산길을 타고 넘고 돌아오르는 맛이 아기자기하다.

산행 중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경관이 좋고 아름다워 산타는 멋에 흠뻑 빠져든다고 한다.

협곡을 가로질러 높게 설치된 50m 길이의 구름다리 일대는 신선바위·벼슬바위 등

기암 절벽들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는 성당2리 서대산레저타운이 있는 곳에서 구름다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목의 산행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만추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가을의 서대산을 가리켜 ‘중부의 금강’이라고도 한다.



산행코스로는 개덕사~드림리조트 코스, 드림리조트~원흥사 코스, 장룡산자연휴양림~서대산청소년수련원 코스, 서대산청소년수련원~안보광리 코스 등이 있다.

암산(岩山)인 관계로 암벽등반객도 꽤 많이 찾는다.

서대산의 서쪽 기슭인 추부면 요광리에는 천연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된 행정은행나무가 있다.

서대산 정상 아래에는 옥녀탄금대라는 샘이 있는데 이곳에서 7번 이상 물을 마시면 혼인길이 열리고 첫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서쪽 경사면 중턱에는 원흥사·개덕사 등이 있으며 서쪽산 기슭에는 신라때 창건하였다는 서대사가 있었다고 한다.

서대산이 있는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 인삼의 80%가 여기서 거래된다.

금산 읍내에 있는 인삼·약초시장에는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의

인삼과 약초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산의 대표브랜드는 뭐니뭐니 해도 매년 개최되는 ‘금산인삼축제’다.

금산인삼축제는 단순한 민속축제를 뛰어넘는다. 금산의 전통문화에다가 인삼·약초를 결합시켜 국내외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제는 ‘명품 축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인삼캐기체험’ 등 다양한 체험코너와 인삼의 신비가 서려 있는

진악산산신제, 개삼제 등이 볼거리다.

올해의 인삼축제는 지난 9월에 끝났지만,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금산인삼축제를 기다려볼 만하다.

주변에는 칠백의총·대둔산도립공원·적벽강 등의 명소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서대산을 찾는다면 가는 길에 ‘칠백의총’을 들러볼 것을 권한다.

칠백의총의 역사적 배경은 이곳에서 1592년(선조25년) 8월18일 일어난 전투다.

의병장 조헌이 이끄는 의병 700명과 왜군과의 전투는 그야말로 처절했다고 전해진다.

조헌과 그의 군사는 “딱 한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라며 전투에 임해 장렬하게 전사했다.

선조때 세워진 순의비는 일제 때 파괴됐지만 1968년 재건됐다.

금산지역의 대표적 별미 중 하나인 인삼어죽을 먹어보는 것은 서대산 등산의 또다른 묘미다.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 특히 좋다.

금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 잡은 쏘가리·메기·잉어·붕어·빠가사리 등에 인삼을 넣고 푹 고아, 수제비·국수 등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다.

서대산에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빠져나와 금산방면 37번 국도를 타고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또 대전 남쪽의 마전에서 옥천쪽인 성당리 서대산 입구로 가는 방법도 있다.

〈윤희일기자〉

                               계곡은 용의 몸통… 단풍은 용의 문신

                                          경기 양평군 용문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


경기 양평군 용문산(龍門山·해발 1157m).

용문산은 비산비야의 용문면 북쪽 끝에 병풍처럼 솟아있어 위용이 쉽게 잡힌다.

화악산과 명지산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용문산은 이름처럼 거대한 용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푸른 나무는 용의 비늘이고, 굽이굽이 꺾어지는 계곡은 꿈틀거리는 용의 몸통이다.

용문산은 물이 많아 한 번도 계곡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산 입구부터 노송으로 우거진 숲길과 풍부한 계곡 때문에 산 중턱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산행도 적당한 경사로 숨가쁨 없이 주위의 경치를 즐기며 오를 수 있다.

중간 중간 기이하게 생긴 암석과 바위절벽도 빼먹지 말아야 할 볼거리 중 하나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가다보면 용문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여기서 은행나무 숲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돌계단을 만난다.

이곳이 용문사 입구다. 절 왼쪽에 1100년된 웅장한 이 은행나무는 보호 철망으로 만져볼 순 없다.

본격적인 산길은 이곳 용문사를 지나면서부터다.

산 정상은 군사시설로 입산통제를 하기 때문에 우회하는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용문사 왼쪽으로는 상원사 가는 길과 능선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오른쪽 계곡 쪽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등산로는 울창한 숲과 계곡으로 이어진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곳은 나무그늘과 산바람, 계곡을 타고 부는 바람으로 시원하다.

그렇게 해서 정상 가까이 9부능선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남한강 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고 그 뒤로는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청계산과 유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용문산에는 관광객을 위한 야영장도 조성돼 있어 산속에서 밤을 지내며 맑은 공기와 물소리에 취해 볼 수 있다.

회전목마·바이킹 등 놀이기구도 마련돼 있다. 더덕 등 산나물도 유명하다.

물과 흙이 좋아 나물 향과 맛이 여느 산나물과는 다르다.

용문산 주변에는 이런 산나물을 재료로 한 웰빙 식당이 즐비하다.

주요 문화재로는 천년 고찰 용문사를 비롯해 ‘정지국사부도’ 및 비(碑·보물 531호)·용문산지구전투전적비·상원사와 함왕성지 등의

유적지가 있다.

그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던 용문산 정상도 다음달부터 완전 개방된다.

지난 40년간 산 정상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데다 방송사 중계 기지국과 군청·경찰서·소방서 등의 무선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출입이 통제돼 왔다.

현재 산 정상에는 철조망 철거 작업 및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공사와 전망대 설치 작업 등이 한창이다.

 

가을이면 황금 기둥 변신

  한 해에 은행을 16가마나 수확하는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산에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천년고찰 ‘용문사’가 있다.

특히 사찰에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지30호)는 용문산의 자랑거리다.

가을에는 황금빛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수령이 1100년 정도되며 높이가 60m에 몸둘레는 14m가 넘는 거목이다.

조선 세종 때 ‘정삼품’ 벼슬을 하사받았고, 거듭되는 풍파를 견뎌내 ‘천왕목’이라 불리기도 한다.

용문사 관계자는 이 은행나무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우우”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고 했다.

임진왜란 때와 한일합방·한국전쟁 때에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 은행나무에서는 해마다 16가마의 은행을 수확한다.

나무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통일신라가 망했을 때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이곳에 들러 고향을 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불법의 위대함을 보이기 위해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이처럼 장대하게 자랐다는 두가지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용문산의 등산코스는 용문사에서 북서쪽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에 이르는 코스와 용문사 북서쪽 산능을 넘어 상원사를 거쳐 장군봉에 이르는 코스가 전부다.

굳이 정상 가까이 오르려면 정상 동북쪽 1127m 지점인 석문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다.

이 코스는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양릉을 따라 오르게 돼 있는데

석문에 올라서면 발아래 시원한 조망이 펼쳐져 정상에 설 수 있는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최인진기자〉

                               -천상의 비경-


강원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에 걸쳐 있는 해발 1424m의 점봉산(點鳳山).

일부 산등성이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북동쪽에 설악산 대청봉이, 북서·남서쪽엔 가리봉(1519m)과 가칠봉(1165m)이 솟아 있다.

양양 방면은 기암괴석과 암반위를 흐르는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인제 쪽은 산 중턱부터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점봉산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보존돼 생태계 보고이기도 하다.

한반도 식물 남북방 서식지의 한계선이 맞닿아 있어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54종이 자생해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존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산림청도 점봉산 일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역에서 철저한 입산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학술 연구 목적의 입산은 사전허가를 거쳐 일부 허용되고 있으나 산악·동호회 등을 통한 단체 등반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점봉산 산행의 즐거움은 ‘주전골’과 ‘곰배령’에 있다.

양양군 서면에 위치한 주전골은 점봉산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빚어 놓은 곳으로 남설악 지구에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선녀탕·용소폭포·만물상·여심바위·12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이뤄낸 비경을 품고 있어 4계절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전골 성국사 터엔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 3층 석탑도 남아 있다.

이곳의 가을 단풍은 단연 압권이다.

     점봉산 등산 코스의 들머리에 위치한 용소폭포. 

계곡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주전골은 옛날에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이곳에서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주전골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주전골 아래의 오색약수와 오색온천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인제 방면 점봉산 산행의 백미는 ‘곰배령’이다.

 

곰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듯한 형세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인

곰배령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의 원시림과 귀목골 등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다

만날 수 있는 아늑한 휴식처 같은 곳이다.

곰배령은 16만여㎡(5만여평)의 평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곳엔 얼레지·동자꽃·노루오줌·마타리·둥근이질풀·물봉선·쑥부쟁이·용담·투구·

노란 패랭이꽃 등 각종 야생화가 군락을 이뤄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바람결에 흔들리는 야생화 사이로 설악산 능선도 한눈에 보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곰배령은 ‘고산 화원’ 또는 ‘천상의 화원’으로도 불린다.

할머니들이 콩자루를 이고 장보러 넘어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사 또한

완만해 트레킹에 가까운 느낌이 들게 한다.

여름에 온산을 뒤덮은 야생화와 청량감을 더하는 크고 작은 계곡. 그리고 가을에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과 이국적인 겨울 설경. 점봉산은 한마디로 4계절 매력 포인트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산이다.

 


 
 

 

 

 

 

 

 

 

 

 

 

 

 

점봉산의 대표적 산행 코스는 9곳이다.

그러나 학술 연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없다.

다만 2004년 20년 만에 휴식년제가 해제된 흘림골 구간(오색약수~용소폭포~주전골~십이폭포~흘림골)으로만 등반이 가능하다.

이 역시 수해복구 공사 등으로 주전골까지만 갈 수 있다.


 

산림청의 허가를 받고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오색~홍포수막터,

한계령~망대암산, 오색초교~단목령, 진동리~단목령,

가는골~홍포수막터, 강선리~곰배령, 귀둔리~곰배령, 귀둔리~용수골~점봉산, 주전골 코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전문 산악인들이 추천하는 코스는 오색매표소~용소폭포 갈림길~십이폭포~능선삼거리~망대암산~정상~홍포수막터~삼거리~오색 민박촌으로 이어지는 ‘오색 원점 회귀 코스’.

총 8시간가량이 걸린다.

산행 후 오색온천에 들러 피로를 풀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점봉산 인근엔 둘러볼 곳도 많다.

인제 쪽은 래프팅의 명소인 내린천을 비롯해 필례약수·진동계곡·

방태산 휴양림 등이 찾을 만한 명소다.

여유있는 산행을 위해서는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일정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점봉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양양 부근에도 낙산· 하조대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출입이 가능한 오색~주전골 코스를 찾으려면 영동고속국도를 이용, 강릉을 지나 현남IC로 빠져나와 양양 방면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양양 초입 3거리에서 오색방면 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최승현기자
 
 

   영·호남의 관문 역할을 한 육십령을 감시할 수 있는 황석산성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황석산(1190m)은 경남 함양군 서하면과 안의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내린 기백·금원·거망·황석 가운데 끝자락에 솟구친 이 산의 정상은 2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삼각뿔 형태의 이들 암봉은 수십개의 바위들이 서로 물고물린 듯 쌓여있다.

이들 암봉이 바로 이 산의 묘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암봉 가운데 이처럼 위태로우면서도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얼핏 보면 피라미드를 연상케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장관이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의 덕유산이 보이며, 동남쪽으로는 감악산, 남동쪽으로는 황매산, 남쪽으로는 지리산 등이 보인다.

금원산과 기백산 사이에는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다.

 

6·25 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이 바로 이웃하고 있는 거망산이다.

가을철에는 거망에서 황석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펼쳐진 광활한 억세밭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황석산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지이기도 하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함양 안의면 사람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은 지금껏 피바위로 불린다.

 

주 능선에서 용추계곡 쪽으로는 4개의 등산로가, 화림동 계곡 쪽으로는 2곳의 등산로가 나 있다.

화림동 계곡 쪽은 전북 남원으로 넘어가는 육십령으로 연결된다.

이 구간 계곡에는 농월·거연·동호·군자란 이름을 가진 정자도 유명하다.

          황석산 자락에 있는 용추폭포.

황석산은 황색과 석산의 거친 이미지가 겹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산은 그런 이미지와 다르다.

황석산을 이루는 모암의 색깔은 우윳빛이다.

특히 여러 계곡의 암석들은 희고 부드럽다.

돌의 무늬도 나뭇잎을 겹겹이 쌓은 듯 가지런하다. 이 산은 전체가 화강암질이다.

여러 암석이 뒤섞인 여느 산과 달리 골짜기나 정상이나 모두 동일한 암질이다.

황석산 정상이 단순한 형태미를 보이는 것도 모암의 균질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거진 숲도 이 산의 자랑거리다. 최정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부식토가 두껍게 쌓여 있다. 특이하게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마사와 부식된 낙엽이 뒤섞인 토양이 많다.

 

용추계곡에서 출발해 탁현마을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30년생 안팎의 낙우송이 많다.

또 3부능선쯤에 있는 영암사에서 중턱까지는 통통하고 곧게 뻗은 낙우송 숲이다.

 

등산로는 6개가 있다. 등산로마다 계곡이 있다.

오르내리는 데 가장 짧은 코스가 3시간30분이고 7시간이 걸리는 코스도 있다.

지장골과 용추계곡으로 연결된 등산로는 비가 많이 온 뒤에는 피해야 한다.

7번 정도 계곡을 건너야 하므로 위험하고 우회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산은 동쪽 능선을 타고 연촌을 지나 유동마을로 하는 것이 좋다.


 

 

 

 

 

▲영호남 관문 천년 군사 요충

황석산성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대치했고, 정유재란 때는 조선과 왜군이 접전한 곳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있는 이 산성이 1000년을 두고 군사요충이 된 것은 영·호남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산성은 황석산 정상 아래에 있다.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는 육십령이다.

삼국시대에는 가야를 병합한 신라가 이 고개를 두고 백제와

다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유재란의 상황은 좀더 구체적이다.

유성룡이 쓴 ‘징비록’을 보면 왜군이 진주성을 공략한 뒤 전주 방면으로 진출하려하자 민·관·군이 황석산성에서 막아섰다.

이 전투에서 무관 출신 김해부사 백사림은 첫날 접전 뒤 퇴각해 버렸고, 문관인 안음현감 곽준이 절명시를 남기고 아들 2명과 싸우다 전사했다.

 

이 성의 기초는 삼국시대에 축조됐다. 험한 산세를 이용한 이 성은 둘레가 2.5㎞이고 높이가 3m이다.

성안에는 시냇물이 흘렀고 군사용 창고 흔적이 있다.

정유재란 때 2박3일 동안 전투에서 민·관·군 353명이 전사한 곳으로 밝혀져 1987년 국가문화재 사적지로 지정됐다.

 

〈김한태기자
 
 

골마다 숨겨진 폭포… 굽이마다 반기는 숲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에서 바라 본 운무에 둘러싸여 있는 주흘산.


문경새재. 얼마나 넘기 힘들었으면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진도아리랑·문경새재아리랑)고 했을까.

새도 날아넘기 힘들다는 고개. 부산과 한양길을 오가던 선비와 장사꾼들의 꿈과 눈물, 땀이 밴 고개.

경북 문경시 주흘산(主屹山)은 이 문경새재를 지키고 있는 수문장이다.

마주 보고 있는 조령산과 함께 문경새재를 품고 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문경읍 시가지를 발 아래 두고 기세 당당하게 버티고 선 산이 주흘산이다. 양쪽 귀를 추켜세우고 선 기세가 주변을 압도한다. 주흘산의 높이는 해발 1106m.

문경읍에 속해 있으며 상초·하초·상리 등 6개 큰 마을이 골짜기마다 들어서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영봉이지만 산세를 대표하는 봉우리는 주봉(1075m)이다.

이외 관봉(1039m)과 6개의 암봉으로 된 부봉을 거느리고 있다.

                   여궁 폭포

백두대간이 문경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월악산을, 남쪽으로 주흘산을 솟게 했다.

주흘산이 솟아오를 때 산 밑에 도읍을 정하리라 생각했는데 삼각산이 먼저 솟아 있어서 삼각산을

등지고 앉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산들이 서울 쪽을 보고 있는 산세지만 주흘산만 유독 남쪽을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는 구전도 있다.

흔히 주흘산은 백두대간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산세라고 한다. 주흘산은 백두대간이 아니다.

살짝 비켜서 있다. 백두대간은 소백산(1439m)을 거쳐 죽령(689m)을 만들고 도솔봉(1314m)·황장산(1077m)·문수봉(1162m)·대미산(1115m)을 거쳐 주흘산과 마주 보는 조령산(1026m)을 지나는 지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흘산은 전체적으로 학이 날개를 펼치며 날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봉에 세워진 표지석 자리가 머리에 해당한다.

골마다 한 굽이 오를 때마다 크고 작은 하천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고 수백길 암벽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맑고 찬 물이 장쾌하게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난 산길은 오래된 소나무·갈참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 등과 함께 울창한 모습이다.

천혜의 요새답게 주흘산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 더 많다.

곳곳에 벼랑으로 병풍을 쳐 병풍 너머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가장 높은 영봉조차 산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최명길과 얽힌 전설이 깃든 성황당,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여궁폭포,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다는 혜국사와 대궐터,

정상능선의 대문 같은 암벽인 전좌문, 박달나무 군락지 등이 곳곳에 감춰져 있는 보배이다.

정상에서는 월악산과 소백산은 물론 속리산도 보인다.

주흘산은 사계절 어느 때고 멋진 산행지다.

봄에는 괭이눈·너도바람꽃·복수초 등이 지천에 피고, 여름에는 차고 풍부한 계곡물과 함께 울창한

수목이 초입부터 정상까지 그늘을 이룬다.

가을에는 유난히 고운 단풍 숲길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겨울에는 눈덮인 백두대간을 감상할 수 있다.

주흘산 산행의 묘미

조곡관에서 주흘산 등산로 4km지점에 위치한 ‘꽃밭서덜’ 은 진달래꽃과 물박달나무의 군락지이다. 등산객들이 소원을 빌며 세워놓은 수백개의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주흘산은 철따라 펼쳐지는 비경을 즐기며 문경새재 일대의 문화유적까지 답사할수 있는 산행지다.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문경새재 주흘관(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전좌문~주봉~꽃밭서덜~조곡관(제2관문)~주흘관(제1관문) 코스. 5시간가량 걸린다.

1관문에서 출발, 주봉과 영봉을 거쳐 부봉을 돌아 2관문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8시간 정도 걸린다.

뻐근한 산행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등산객들이 많이 택하는 코스다.

종주코스는 주흘관에서 성벽을 따라 관봉으로 오른 뒤 주봉과 영봉, 부봉을 차례로 도는 코스로 10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공원관리사무소 뒷길에서 관봉으로 난 등산로는 폐쇄됐다.

어떤 등산로를 택하든 새재 고갯길로 내려오게 된다.

주흘관에서 조곡관을 거쳐 조령관(제3관문)까지 이어지는 6.5㎞의 아름다운

길이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쉬지 않고 걸어도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주변 명소를 돌아보며 걷노라면 3시간은 훌쩍 넘는다.

하산길에 밟게 되는 새재에는 수많은 비경과 유적지가 있다.

조선시대 길손들의 객사였던 조령원터,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귀정, 신립 장군이 진을 쳤던 이진터, 문경새재아리랑비 등이 과거로의

여행으로 이끈다.

특히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새재계곡의 용추. 용추는 계곡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최후를 촬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는 궁예의 마지막 독백 대사가 입간판으로 서 있다.

4~10월이면 문경시는 보름과 가까운 토요일에 1관문~2관문(왕복 6㎞)을 걷는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행사를 갖는다.

가까운 곳에 문경온천이 있으며, 새재동동주·묵조밥·문경약돌돼지 등이 유명하다.

새재 입구 새재산장가든에 가면 산행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경|최슬기기자〉

전남 고흥반도. 소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고흥반도 동쪽으로는 여덟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산마루에 공룡알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봉우리들의 그림자가 전국에 드리울 정도로 넓다고 해서 팔영산(八影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흥읍에서 25㎞ 거리. 높이 608.6m.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 국립공원 섬들과의 어울림이 장관이다.


 

        등반객들이 팔영산의 2봉인 해발 538m의 성주봉을 오르고 있다.

맑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 제주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여덟개 봉우리를 북쪽부터 아래쪽으로 1봉·2봉 순으로 불렀다. 그러나 1998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고흥군은 문헌을 뒤져 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이란 옛 이름을 되찾았다.

최정상은 적취봉에서 30분가량 오르면 도착하는 ‘깃대봉’이란

곳이다.

 

팔영산은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주 등산로에 있는 사찰 능가사.

원래 이 절은 신라 눌지왕 때(419년) 아도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송광사·화엄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한 전라도 대사찰 중 한 곳이다.

보현사로 불려오다 임시왜란 때 모두 불에 타, 인조 때(1644년) 다시 지은 후 ‘능가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문화재인 능가사 범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헌병이 탐을 내어 고흥읍내 헌병대로 가져갔다가 되돌려놨다는 기록이 있다.

 

 

 

 

 

 

 

 

 

 

 

 

 


사하촌 아래 내려오는 전설은 팔영산의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초나라 위왕이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 그림자를 보고 감탄해 그 산을 찾으라고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수 십년 걸려 찾았다는 산이 바로 팔영산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대부분 숲터널로 이뤄져 햇빛이 따가운 여름에도 등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대나무·측백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고로쇠나무 등이 천연림 상태로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노루·멧돼지·오소리·다람쥐·청설모·꿩 등 여러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북동쪽 곡강마을에 있는 ‘강산 폭포’는 일품이다.

곧이어 바윗돌이 벽돌처럼 포개진 신선대가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조화가 새삼 신비롭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여덟개 바위 봉우리로 이뤄진 팔영산 전경.


이어 그림같은 동쪽 여수바다가 발길을 잡는다.

두류·칠성봉으로 가는 길에 버티고 있는 ‘통천문’은 압권이다.

등산객들은 누구나 여기서 잠시 산행을 멈춘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양쪽에 거대한 암반 버팀목이 있고 그 위에 바윗돌 하나가 엇비슷하게 얹어져 있다.

딱딱한 바위만 타다 흙과 낙엽이 쌓인 마지막 코스인 깃대봉으로 가는 길은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동쪽 산기슭엔 안양동 계곡을 끼고 187ha의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주로 참나무 숲이다.

 

모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숲속의 집’ 4동과 60여개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 물놀이터, 체육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서쪽 등산로 초입에 팔영산장이 있어 밤을 보낼 수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변화무쌍해 산행의 맛이 남다르다.

위험한 곳엔 철계단과 쇠줄이 설치돼 있어 어린이나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주로 활용되는 등산로는 3곳. 왕복 4~5시간이 걸린다.


 

종주를 하려면 산 서쪽 자락 능가사 입구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절 왼쪽의 대나무숲~야영장~팔영산장을 거쳐 30분 걸으면

흔들바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1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1봉이 나온다.

8봉까지는 2시간가량.

봉우리 아래에 우회로가 나 있으므로 굳이 바위봉우리를 탈

필요는 없다.

정상인 깃대봉을 내려온 후 남쪽 상사리 중앙초등학교로 내려오는 길이 종주 코스다.

그리고 깃대봉을 오른 후 다시 서쪽 산 중턱인 탑재를 거쳐

능가사로 되돌아오는 길과 동쪽 휴양림에서 1~2봉 사이로 올라 8봉과 깃대봉을 오른 후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주(一周) 코스.

 

 

 

 

 

 

 


승용차로 보성 벌교까지 온 후 고흥 방면으로 ‘공용국도’를 타고 1.5㎞ 정도 내려가면 855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능가사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광주나 순천에서 떠나는 버스를 탄 후 과역에서 내리면 능가사로 가는 버스가 있다.

15분 거리로 하루 8회 다닌다.

 

산 남쪽 상사리에 자리한 남포미술관은 명소다.

전국 유명화가들의 전시회가 연중 열리고, 음악회·연극 등의 공연도 잦다.

청정 바닷가에 생굴·매생이·미역 등 해산물이 풍성하다.

특히 산후조리에 좋다는 빨간 빛깔의 피문어가 많이 난다.

 

휴양림 아래 우천리 해안은 용바위·촛대바위·거북바위 등 볼거리가 많은 천연해수욕장이다.

주변이 온통 낚시터다.

이웃한 하얀 모래밭의 남열해수욕장에서는 소에 쟁기를 달고 밭 갈듯 참조개(백합)를 캐는 이색풍경도 만날 수 있다.

10여분 거리인 상사리~남열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자운영이 뒤덮은 봄 들판은 융단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광주|배명재기자

-수억년 세월 품은 동굴·기암의 신비-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와 한내리에 걸쳐 있는 해발 1071m의 덕항산((德項山). 백두대간의 축인 두타산과 매봉산 사이에 위치해 태백시와 경계를 이룬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병풍암이 동남으로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수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동굴이 산재해 있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덕항산은 199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인 노랑무늬붓꽃과 개병풍, 동강할미꽃이 자생하는 등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을 뿐 아니라 산 주변에 화전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너와·굴피집 등 민속유물도 많다.

 

이곳 주민들은 ‘가파른 산을 넘으면 화전을 일구기 좋은 편평한 땅이 있어 덕을

봤다’고 해 덕메기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골말을 들머리로 삼아 낙엽송 숲길인 자암목이능선을 타고 산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솟아 있는 촛대·설패바위와 미륵봉 등 기이한 돌을 만나게 된다.

독특한 멋을 뽐내는 각 봉우리와 아늑한 산세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사면이고 서쪽은 고위평탄면을 이룬다.

 

석회암 사면은 지하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동양 최대의 석회암 동굴인 환선굴을 비롯해 관음·큰재세굴 등 6개의 동굴을 품고 있다.

 

덕항산의 백미는 바로 이들 동굴이다.

동굴 내부는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도 10~15도를 유지해 산행의 피로를 풀기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덕항산을 찾으면 마루금의 빼어난 조망과 기암괴석의 아름다움, 환선굴 등 천연동굴의 신비함에 3번 감탄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78호인 환선굴은 97년 10월15일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현재까지 7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곳으로 ‘동굴의 도시’ 삼척을 대표하기도 한다.

 

동굴 입구의 크기는 폭 14.2m 높이 10m이며 총 연장은 8㎞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연장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동굴 안에는 여러 개의 작은 폭포와 기형휴석(옥좌대), 종유관 동굴진주, 동굴산호 등 아름다운 동굴 생성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동굴에는 또 환선장님딱정벌레 등 47종의 동굴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환선굴에는 많은 전설과 설화도 전해진다.

옛날 촛대바위 근처의 폭포수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멱을 감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쫓아가자 지금의 환선굴 근처에서 자취를 감추고

바위 더미를 쏟아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여인을 선녀가 환생한 것으로 보고 바위가 쏟아져나온 곳을 환선굴이라 부른 뒤 제를 올리며 평안을 기원하게 됐다고 한다.

 

최근엔 환선굴 인근에 위치한 대금굴도 개방됐다.

대금굴은 다른 동굴에서 보기 드문 황금색 커튼형 종유석뿐 아니라 5m 높이의 비룡폭포도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을 관람할 수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덕항산은 일대에 천연동굴이 많아 등반시 생태환경을 염두에 두고 산행을 즐겨야 한다.

등반 코스는 4곳. 코스별로 왕복 3시간20분~5시간가량 소요된다.

                                          환선굴

코스는 골말~전망바위~사거리 안부~정상~사거리 안부~환선봉~자암재~환선굴 입구~골말(5시간)을 비롯해 골말~자암골~자암재~환선봉~사거리 안부~정상~사거리 안부~외나무골~점촌(4시간10분),

점촌~외나무골~구부시령~정상~사거리 안부~1048봉~큰가래골~무사동(3시간20분),

골말~자암목이능선~전망바위~사거리 안부~정상~구부시령~외나무골~점촌(3시간30분) 등이다.

이중 덕항산의 묘미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골말에서 전망바위로 이어지는 코스다.

기암괴석의 비경을 감상한 후 하산이 거의 끝날 즈음 환선굴을 탐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암재~환선굴 구간은 경사가 심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반 후 인근 오십천 최상류에 있는 50m 높이의 미인폭포나

공양왕릉·황영조의 고향인 초곡마을 궁촌해수욕장,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이자 목조(穆祖)의 아버지인 고려 이양무 장군의 묘소인 준경묘를

볼 수 있다.

특히 덕항산과 두타산 사이인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에 있는 준경묘는 그 일대에 운치있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어 시민단체가 2005년에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덕항산이 위치한 삼척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와 덕풍계곡·신흥사 등 관광명소가 많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덕항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국도~삼척~태백방면 38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영남지역에서 올 때는 7번국도를 이용해 북쪽으로 올라오다 원덕(호산)에서 416번 지방도를 타고 태백으로 들어가 38번이나 35번 국도를

타면 된다.

〈최승현기자〉

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은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등 3도에 걸쳐 있다.

삼국시대 때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뤘던 산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가 주산으로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만도 8㎞가 넘는 산세가 큰 산이다.


이 산이 왜 민주지산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내력이 없다.

다만 충청도쪽에서 바라봤을 때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 불렸고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사 한자인 민주지산(岷周之山)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사실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1176m), 석기봉(1200m), 삼도봉(1176m)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 볼 수 있다.

 

민주지산은 한반도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분기하여 남서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기세를 일으키면서

추풍령 남서쪽 약 25㎞ 지점에 형성됐다.

영동지방의 명소인 ‘물한계곡’을 끼고 있어 그 위세가 더하다.

물한계곡은 네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합쳐져 수량이 풍부하고 경관이 수려하다.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고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손꼽히는 생태관광지다.

황룡사에서부터 용소(일명 무지개소)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물한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장군바위 등 폭포와 소(沼), 숲이 어우러져 있어

등산객과 피서객이 사계절 붐비는 곳이다.

 

민주지산은 또 진달래 명산이다.

진달래가 북으론 각호산, 남동쪽으론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며 주능선을 그리고 있다.

삼도봉과 석기봉을 잇는 능선은 산죽과 진달래 길이다.

다른 산엔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지만 이곳의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도봉은 남한의 작은 백두산으로 불릴 만큼 사계절 변화무쌍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 단풍이 절경이며 산을 오를 때 바닥에 밟히는 오래된 낙엽과 썩은 나무 둥치는 이 산이 아직 때묻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희귀한 고산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의 연구 현장이기도 하다.

한 줄기는 대덕산으로, 다른 한 줄기는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맥을 이어준다.

삼도봉에는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탑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10일 3도민이 모여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를 갖는다.

 

삼도봉에서 북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우뚝 솟은 석기봉은 민주지산의

주능중에서 가장 빼어난 산이다.

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기묘한 모습의 이 바위산은 주위 전망도 일품이다.

황학산이 북동으로 보이고 동남으로는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서서남으로는 마이산의 뾰족한 두 귀가 선명하다.

 

각호산은 충북의 최남단인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간오지에 있어 그만큼 찾는 사람이 드물다.

각호산 정상은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M자형을 이루고 있다.

이중 서쪽 암봉이 각호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남쪽 약 3㎞ 지점에 민주지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충북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면서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 나간다.

성벽같이 이어진 산맥을 보노라면 종주하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난다.

 


 
 

민주지산은 국내 최대의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을 끼고 있다.

덕분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사계절 끊임없이 이어진다.

산행은 충북 영동 물한리와 용화 조동리, 전북 무주 대불리, 경북 김천 해인리 등 4곳에서 시작하는 게 보편적이다.

영동 쪽의 산세가 완만해 물한리를 찾는 등산객들이 많다.

이곳에서는 민주산·각호봉·석기봉·삼도봉을 모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지산만 오르기는 단조로워 ▲민주지산~석기봉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 ▲쪽새골~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을 종주하면 좋다.

물한리에서 등산할 경우에는 물한리 버스 종점에서 숲이 우거진 산판도로를 따라 옥소를 지나면 삼도봉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의용골 폭포쪽으로 가 음주암 골짜기를 따라 석기봉과 삼도봉 사이의 능선 안부에 오르게 된다.

안부를 지나 충북과 전북, 경북의 3도를 가르는 삼도봉에 올랐다가 울창한 수목으로 짜임새 있고 50m 높이 암벽에 마애불상이 조각된 석기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된다.

정상 초지에 정상을 알리는 표적이 있고 황학산에서 덕유산으로 뻗어 나간 소백산맥의 준령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행시간은 ▲주차장에서 민주지산 1시간30분 ▲민주지산에서 석기봉 1시간30분 ▲삼도봉에서 물한계곡 주차장까지 1시간30분 걸린다.

하산은 쪽새골을 올라 삼도봉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라갈 때 쪽새골의 등산로는 가파른 반면 삼도봉은 완만해 내려올 때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라도 쪽에서는 대불리의 내북동을 통해 석기봉, 삼도봉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대불리로 하산하는 게 좋다.

내북동에서 민주지산이나 석기봉까지는 2시간30분, 석기봉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30분 소요.

경상도에서 오르려면 김천 부항면의 등산로를 따라 해인동 산불감시초소를 통해 정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

주변에 난계 박연(朴堧) 선생의 신주를 모신 난계사(충북기념물 제8호), 양산8경의 하나인 영국사가 있다.

영동지방 특산물인 호도·포도·곶감 등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는 길은 영동역이나 황간에서 물한리행 버스를 타거나 무주에서 설천면 대불리행 버스를 타고 내북동 입구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영동에서도 설천행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황간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매곡, 상촌면 소재지를 거쳐 물한계곡을 가거나 영동인터체인지에서

영동읍을 거쳐 무주 설천으로 갈 수 있다.

〈김영이기자〉

-근육질 산세 기운 넘치는 민족 영산-

하늘에서 본 마니산 전경. 근육질의 바위가 용이 승천하듯 꾸불꾸불 이어져 있다.


강화도 마니산은 단군왕검이 정상에 참성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민족의 영산(靈山) 가운데 한 곳이다.

마니산은 한반도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정상에 오르면 짙푸른 바다와 수도 서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화섬 위 하늘을 혼자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가 의젓하다 해서 으뜸가는 머리(옛말 마리·摩利)산으로 불리는 마니산.

강화 주민들은 그런 이유로 지금도 이 산을 마리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단군왕검 재위 51년(BC 2283년) 운사(雲師) 배달신이 단군왕검의 명을 받아 쌓은 것으로 전해오는 참성단은 매년 전국체전 때

성화가 채화되는 성지다.

참성단 축조에는 선조들의 천지관(天地觀) 사상이 반영돼 있다.

조선 영조 때 학자 이종휘가 지은 ‘수산집’에는 참성단의 높이가 5m에 상방하원형(上方下圓形)으로 기록돼 있으나 수차례의 개축으로

이젠 본래의 모습은 찾기가 힘들다.

참성단은 현재 보호를 위해 철책이 둘러쳐 있다.

참성단을 지나면 곧 산불 감시 초소가 나타나면서 암릉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마니산행의 백미인 이 구간에서 조망을 만끽하는 것도 포인트다.

마니산은 조화롭게 다져진 근육질의 너럭바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상에서 정수사 하행길까지 이어져 마치 천산을 향하는 길처럼

영산의 묘미를 더한다.

고인돌처럼 부드러운 곡선미를 보이다가도 칼로 베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의 바위가 불쑥 나타난다.

암릉이 한참 이어지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숲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외관은 근육질이나 산세는 미소년처럼 아름다우면서도 기개가 넘친다.

이 천산의 길은 서해 바다를 배경으로 용이 승천하듯 구불구불한 선으로 이어진다.

마니산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계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수많은 물줄기가 모세혈관처럼 달라붙어 있어 드넓은 갯벌이 도화지에 짙은 회색의 물감을 뿌려놓은 듯 펼쳐져 있다.

 

명산의 조건인 ‘큰 바다를 끼고 있을 것’을 갖춰 전망을 따를 데가 없다.

석모도와의 사이 강 같은 바다, 장봉도와의 사이 호수 같은 바다, 서쪽의 망망대해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신라 성덕여왕 8년에 희정선사가 창건한 정수사 등이 산자락에

있어 문화유적 답사지로도 찾을 만하다.

해안의 진·보·돈대 등 호국문화재도 둘러볼 수 있다.

마니산을 오르는 코스는 대표적으로 3개가 있다.

1코스는 매표소~참성단~단군로로 왕복 4.8㎞에 1시간40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매표소~참성단~정수사~함허동천으로 왕복 10.2㎞에 3시간이 걸린다.

함허동천야영장에 도착하면 족구와 야영을 즐길 수 있다.

3코스는 매표소~함허동천~참성단~선수횟집촌으로 왕복 17㎞로 8시간이 필요하다.

서해 낙조 등 멋진 풍경 감상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랑성·정수사·전등사… 문화유산이 산길 동행-

 

 

 강화 마니산은 유적지가 많아 산행과 더불어 또 다른 맛을 더해 준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정수사가 산 동쪽에 자리하고 있고, 북동쪽 기슭에는 단군의 세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사적 130호)이 있다.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회정선사가 창건했으나 조선 세종 8년(1426년) 함허대사가 수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절의 법당은 조선 초기의 주심포식 건물로 정면 3칸·측면 4칸의 단층 맞배집이며, 정면 툇마루 부분은 후대에 건축됐다.

이 법당의 문짝은 통나무 판을 이용해 조각된 연꽃무늬를 하고 있어 다른 곳에서는 가질 수 없는 느낌을 준다.

법당은 보물 161호로 지정돼 있다.

또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아도화상이 처음 창건하고 진종사(眞宗寺)라 이름지었으나 그후 고려 충렬왕비 정화공주가

이 절에 귀한 옥등을 시주했다 해서 전등사(傳登寺)로 개명됐다.

삼낭성 안에 있으며, 이 성의 동문을 정문으로 삼고 있다. 전등사 대웅전은 보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대웅전 안에는

1544년 정수사에서 판각돼 옮겨진 법화경 목판 104장이 보존돼 있다.

또 정화공주의 시주물로 전해오는 청동수조와 옥등도 남아 있다.

명부전 맞은편 왼쪽 언덕을 약 100m 오르면 조선 왕실의 실록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터도 볼 수 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승군 50명이 전투에 참가하기도 한 호국불교의 사찰로서 당시 수비대장이던 양헌수 장군 승전비가

전등사 동문 입구에 세워져 있다.

이밖에도 보물 179호인 전등사 약사전, 보물 393호인 전등사 범종 등 문화재가 풍부하다.

삼랑성의 길이는 2300m에 달하며 자연활석을 이용해 축조된 성이다.

이 성에는 동서남북에 4대 문이 있다.

〈인천|유성보기자〉

-호남정맥 끝자락 ‘식물의 보고’-

 

남한에서 ‘백운(白雲)’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산은 50여곳에 이른다.

그 중 전남 광양 백운산(1217m)은 높이에서 가장 어른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얀 구름이 빚어내는 풍광은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 풍수의 아버지’ 도선국사가 이 곳에서 35년간 도를 닦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산줄기. 남해 앞바다쪽으로 능선이 곧게 펼쳐져 있다. /광양시 제공 


백운산은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쳐나온 호남정맥의 끝자락이다.

흔히 정맥은 사납게 꿈틀거리다가도 바다나 강을 보면 그만 맥을 못추고 슬며시 꼬리를 내리기 일쑤다.

하지만 백운산은 그렇지 않다.

섬진강과 남해로 떨어지기 직전에 오히려 기세 좋게 우뚝 솟구쳐 있다.

호박이 넝쿨 끝에 열리는 것처럼 땅기운이 정맥 끝에 몰려 산 하나가 일어난 것이다.

정상 동북쪽에서 멀리 보이는 지리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당당하다.

 

백운산은 전남·북권뿐 아니라, 부산·경남권 주민들도 즐겨 찾는 산이다.

오르는 고단함에 비해 얻어가는 충만감이 너무 많은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조망이 압권이다.

800~1000m 능선만 오르면 굴곡없는 평원이 펼쳐진다.

노랭이봉·노랭이재·신선대·한재·억불봉·매봉 등 어디서나 그림 같은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성급히 휘돌지도, 여울져 흐르지도 않은 섬진강. 봄에 산수유꽃·진달래꽃·벚꽃·매화꽃이 수놓는 화려한 ‘꽃띠’를

산정에서 바라보면 황홀경에 빠진다.

                    구시폭포

한려수도 뱃길이 펼쳐진 남해 앞바다도 등산의 맛을 더해준다.

백운산은 ‘식물의 보고(寶庫)’라는 매력을 갖고 있다.

전남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 차가운 북풍을 막는 병풍이 되고, 따뜻한 남쪽 볕을 받고 있어 산자락엔 온대에서 한대 식물까지 자란다.

 

백운란·히어리·흰참꽃 같은 희귀식물과 세계적으로 이 곳에서만 자란다는

나도승마 등 무려 1080여종이 분포하고 있다.

식물상태가 좋고 풍부해 일제강점기 때 경성제국대학이 이곳에 연습림을 두고

연구했다.

1993년 국가가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백운산은 ‘역사가 흐르는 산’이기도 하다.

옥룡면 추산리 산기슭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설을 완성한

옥룡사 터가 남아 있다.

도선국사가 108개 암자를 짓고 수백명의 제자를 길러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유서깊은 곳.

주변에는 그 때 조성한 7000여그루 동백림이 우거져 있다.

 

임진란 등의 수난으로 여러 차례 불에 타고, 그 자리에 최근 지은 조그만 절집이 하나 있다.

바로 옆에는 1200ha 규모의 자연휴양림이 2000년 6월 문을 열었다.

산막 14동, 캠프장 19곳, 황토 건강길(1.3㎞) 등 산책로 3곳, 계곡 물놀이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백운산은 구한말엔 호남 의병의 활동무대가 됐으며, 해방 후엔 빨치산이 전남도당본부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울창한 원시림을 끼고 있는 성불·동곡·어치·금천계곡은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계곡물이 맑고 차 산을 내려오면서 잠시 몸을 담그면 더위는 눈녹듯 사라진다.


〈배명재기자
 
 

.백운산 등산로는 비교적 순탄해 여성이나 어린이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광양시외버스터미널이나 남해고속도로 광양 인터체인지(IC)에서 나와 옥룡면 골짜기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광양제철 수련관이 자리한 동곡마을, 그 위쪽 선동마을, 묵방·진틀·논실마을에서 각각 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즐겨 찾는 등산로는 백운사~정상(왕복 4시간)과 진틀~병암~신선대~정상~백운사~선동(5시간) 등 두 코스다.

자신이 붙으면 정상에서 남동쪽 길인 억새평원을 거쳐 억불봉에 올랐다가 노랭이재를 거쳐 동곡마을로 내려오면 6~7시간 걸린다.

여름엔 초원,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인 능선이다.

봄철 산불단속 기간엔 논실~한재~신선대~정상(편도 3시간), 동곡마을 광양제철 수련관~노랭이재~억새능선~억불봉(편도 1시간30분) 등 2개로만 열린다.

두 곳 모두 바위지대가 있지만 철계단이나 철다리가 놓여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또 옥곡IC나 진월IC를 나와 진상면 어치리로 들어가 산을 타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억불봉~억새평원~정상 구간을 타면

5시간 걸린다.

수어댐 상류인 이 곳 어치계곡은 삼나무와 편백 숲이 우거지고,

곳곳에 있는 수량 많은 폭포수가 눈요깃거리다.

 

백운산 등반은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봄엔 고로쇠 물이 일미다.

‘뼈에 이롭다’해서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리는 이 물은 관절염·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산에서 내려 오면서 섬진강 변에 들리면, 은어·누치·참게·재첩·민물장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공장이 없는 섬진강은 전국에서 가장 수질이 깨끗한 강이다.

 

9월엔 망덕포구에서 ‘전어 축제’가, 10월엔 광양시내에서 ‘숯불구이 축제’가 열린다.

섬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화개장터와 쌍계사 그리고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뜰, 명당 집 ‘운조루’도 들러볼 만하다.

 

〈배명재기자

-천년 신라의 혼 ‘노천 박물관’-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주 남산 전경.


경주 남산은 옛 신라의 숨결을 머금은 거대한 문화재다.

남산만큼 자연과 문화유산이 조화를 잘 이룬 곳도 드물다.

신라인들은 천년을 두고 남산을 보듬고 아꼈다.

왕과 귀족이 불국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 백성들은 남산을 올랐다.

그런 만큼 남산은 우리 조상들에겐 마음의 휴식처이자 성지였다.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담겨 있고, 종교가 숨쉬고, 선조들의 문화예술이 깃들어 있다.

삼국유사는 경주를 가리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이라고 묘사했다.

그 중심에 남산이 있다.

신라인들은 남산을 불국토 수미산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는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도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남산은 경주의 남쪽에 있다.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그 땅이 서라벌로 불리던 그 이전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남산은 돌산이다. 동서로 4㎞, 남북으로 8㎞로 뻗은 이 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오롯이 마주보고 서 있다.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다.

‘고위’는 주변 봉우리보다 높다고 해서, ‘금오’는 황금빛 거북 모양의 봉우리라 해서 붙여졌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역시 금오봉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다.

금오봉 남쪽 중턱에 있던 용장사에서 김시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역작을 남겼다.

남산은 용장·천룡·백운·부처·탑골 등 골짜기는 무려 40여곳이나 된다.

각 골짜기는 변화무쌍해 늘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여기에다 명주실처럼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펼쳐지는 끝없는 유적과 유물 등 천년 신라의 신비에 사람들은 남산을 예찬한다.

남산은 7세기부터 10세기까지 400여년에 걸쳐 신라의 백성들이 정성을 드린 곳이다.

단단한 화강암을 쪼아 부처를 새겼고, 평평한 둔덕마다 불탑을 세웠다.

금오봉 서쪽 중턱에 우뚝 선 용장사곡 삼층석탑(보물 제 186호), 용장사곡 석불좌상(보물 제187호)


용장사곡 삼층석탑과 석불좌상,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칠불암 마애석불을 비롯해 절터와 불상·석등·왕릉 등 문화재가 686점이나 된다.

보물과 사적으로 지정된 것만 26점이다.

신라 전성기에는 사찰이 800개가 넘었다고 전해온다.

이들 문화재는 대부분 이름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다.

이 때문에 남산에는 석굴암처럼 완벽하고 잘 생긴 석불은 그리 많지 않다.

만들다만듯한 미완의 작품들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하고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이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는 게 남산연구가들의 분석이다.

신라인들은 남산 그 자체를 신성시했고, 어느 곳에서든 부처가 바위에서 튀어나와 자신 앞에 있음을 느끼면서 이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을 것이다.

유네스코가 2000년 남산지구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를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노천 박물관’이라는 명성이 경주 남산의 역사성을 대변하고 있다.

고위봉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보물 제 199호), 고위봉 칠불암 마애석불(보물 제200호).


-끝없이 펼쳐지는 유적… 매달 달빛기행도 매력-

남산은 유적지인 만큼 산길을 탐방로라고 부른다.

잘 생긴 부처상이 있는 칠불암과 신선암, 탑이 아름다운 용장사지, 아름다운 숲이 있는 삼릉 주변 등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마애불(바위에 새긴 부처)을 보고 싶다면 냉골을 추천한다.

남산을 두루 살펴보려면 동남산~서남산 횡단 코스를 권장한다.

서출지~남산동 쌍탑~칠불암~용장사지~삼릉계~석조여래좌상~선각여래좌상~마애관음보살입상~배리삼존불 구간(10시간)을

돌아보는 것이다.

군데 군데 삼륜대좌불·마애여래좌상·삼층 석탑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또 통일전~서출지~칠불암~신선암~백운암~천룡사지~와룡사~용장리 구간을 돌아보는 4시간짜리 코스도 좋다.

신라 마애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칠불암 마애불상군 등

통일신라 전성기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다.

서남산만 돌아보는 코스는 삼릉~용장리(6시간), 서남산 삼릉계 왕복

(3시간), 포석정~금오정 전망대(4시간) 등이 있다.

삼릉~용장리 구간은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신라불상을,

서남산 왕복코스에서는 신라 석불을 제작 시기별로 감상할 수 있다.

포석정~금오정 구간에서는 남산에서 조성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인 마애삼존불(835년)을 볼 수 있다.

부처골~탑골~보리사~헌강왕릉~통일전~서출지~염불사지를 돌아보는 3시간짜리 동남산 산책 코스도 인기가 많다.

삼국시대에서 통일 신라의 전성기까지의 불교미술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남산 탐방의 또다른 매력은 ‘달빛 기행’이다. 경주남산연구소는 매월

보름을 전후한 주말에 선착순 50명을 모집, 무료 달빛기행 행사를

갖는다.

오후 7시~7시30분 사이에 출발해 4시간가량 산행을 한다.

자전거를 이용한 남산 기슭 탐방도 좋다.

오릉~나정~포석정~지마왕릉~삼릉~경애왕릉~천관사지 등 서남산 기슭과, 인용사지~부처골 감실불상~탑골 마애조상군~통일전~서출지 등 동남산 기슭이 자전거 투어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주|백승목기자〉

한려수도를 한눈에-

                        경남 남해군의 금산은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경남 남해군에는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알려진 금산(710m)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짙푸른 남해 바다를 향해 솟아있는 금산은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동굴을 답사하고 다도해를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산이다.

특히 문장암·대장암·태조기단·백명굴 등 ‘금산 38경’은 등산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때 보광사를 창건하면서 이름이 지어졌다.

 

금산(錦山)이란 이름은 이성계가 지었다.

조선 건국 직전 이성계가 개국을 앞두고 보광산에서 100일 기도를 올리며 ‘훗날 임금이 되면 그 보답으로 산 전체를 온통 비단으로

덮겠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이성계는 임금이 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짜 비단 대신 ‘비단 금(錦)’자를 사용해 금산이란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보광사는 1600년 조선 현종이 왕실의 원당으로 삼으면서 보리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리암은 우리나라 3대 기도처 중 하나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암절벽에 세워진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보석처럼 눈 부시게 아름답다.

 

남해안에는 일출이 빼어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 중 으뜸으로 금산을 꼽는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 빛에 붉게 물든 산사와 바위, 넓게 펼쳐진 바다….

 

금산은 남해 최고의 일출전망대다.

여름철에는 안개도 많아 일출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러나 다도해와 어우러진 안개도 멋진 풍광 중의 하나다.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지나 남해읍 우회도로까지 가다가 삼거리에서 금산 방향으로 20㎞가량 달리면 상주해수욕장에 조금 못미쳐

금산에 다다른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있어 사천시를 통과해 갈 수 있으나 해안절경을 즐기려면 남해대교 방면을 이용하는 게 훨씬 좋다.

최근에는 산 중턱까지 도로가 생겨 금산은 등산을 하기 위한 산이라기보다는 가벼운 산행으로 안성맞춤인 산이 됐다.

등산로는 사방으로 여러 길이 있다.

이 가운데 상주면에서 등산로를 이용하면 온갖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금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정문은 쌍홍문이다.

두 개의 큰 굴이 웅장한 바위에 뚫려있다.

이 문을 들어서면 바로 바위전시장이다.

굴 속은 여름에도 시원하다.

동굴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려수도의 풍광을 즐긴 뒤 용굴·음성굴을 둘러보고 보리암으로 올라가는게 주요 등산로다.

 

상주면 매표소는 상주해수욕장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다.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등산로는 잘 다듬어져 있다.

1시간3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산은 상주면 매표소로 내려오거나 보리암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편도 1000원으로 복곡저수지 주차장까지 운행한다.

 

여름철에는 상주해수욕장과 서포 김만중이 유배됐던 노도가 주요 관광코스다.

 

또 인근 송정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바다와 숲이 절경을 이룬다.

인근 미조항에서는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고 남해군의 해안도로는 일출공원이 있어 드라이브를 하며 일출을 즐길 수 있는 환상의 코스다.

 


 
 

금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산 38경’ 하나 하나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금산 정상에는 우리 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그 중 제일이 주봉인 망대다. 해발 710m로 금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인데 이 곳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여 금산과 남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금산의 38경과 만경창파를 굽어볼 수 있다.

망대 아래에 있는 삼사기단은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가 기단을 쌓고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바위에는 삼사가 앉았던 자리가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기암절벽으로는 망대 아래 동쪽에 있는 두꺼비 모양의 천마암을 비롯해 화엄봉·문장암·만장대·저두암·일월봉·대장봉·촉대봉·흔들바위·형리암·향로봉·부소암·사자암·쌍홍문·사선대·팔선대·천구암·상사암 등이 있다.

부소암은 진시왕의 아들 부소가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갔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다.

또 금산 정상에 오르기 전 암벽에 두 개의 큰 구멍이 난 돌문이 쌍홍문이다.

속이 비어있고 천장 구멍이 뚫려 있어 하늘이 잡힐 듯하다. 이곳에서는 일출 장면이 일품이다.

음성굴은 만장대 바로 북쪽에 있는 조그만 굴로 바닥을 두드리면 장구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음성굴이라 불린다.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용굴은 50m의 길고 넓은 굴로 옛날 용이 살다가 하늘에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또 정유재란 때 사람 100명이 피란한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백명굴이 있다.

이 밖에도 보리암 3층석탑과 조선태조기단, 남산의 일출, 상주해수욕장에서 40㎞ 떨어진 해상동굴 세존도도 금산38경의 하나다.

〈남해|권기정기자〉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 지역에 걸쳐 있기도 한 가지산은 해발 1240m로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산악군 가운데 가장 높다.

가지산 정상 <사진작가 이백호씨>


7개 준봉으로 이뤄진 영남 알프스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져 있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탄생된 화성암체이지만 가지산이 유독 높다.

마그마가 가장 많이 분출됐거나 아니면 풍화에 강한 암석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지산의 여름은 녹색의 숲과 흰 구름의 향연이다.

구름이 산등성을 휘감고 날씨에 따라 온갖 형상을 빚어낸다.

해안에서 몰려오거나 내륙에서 흘러온 구름이 이 산골짜기에서 만나 머문다.

공룡뼈처럼 늘어선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골이 깊어 계곡물도 청정하다.

큰 계곡은 세 줄기다.

석남사를 중심으로 좌우로 각각 한 곳씩 있고, 석남 터널 밀양쪽 끝 부근에 한 곳이 더 있다.

석남사 좌우로 하산하는 두 개의 등산로에 나타나는 계류는 맑고 세차다. 태화강 발원지 가운데 하나다.

정상 인근에 있는 쌀바위에서 운문령 샛길은 5부 능선쯤에서 암석질이 바뀐다.

위쪽은 화산이 폭발할 때 뿜어나온 검은 회색의 안산암이다.

위쪽은 참나무와 철쭉이 우세하지만 아래쪽은 소나무들이 우람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산을 조금 더 내려오면 화강암이 벌어진 계곡이 나타난다.

지난해 태풍 때 집중호우로 만들어진 새로운 폭포다.

길이가 110m가량으로 부근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가지산은 사실 겨울에 더 빛을 발한다. 뜨는 해를 정면에서 받아 다양한 색조를 연출한다.

이 때문에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 즉 상고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가지산 설경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계절 눈 구경이 쉽지 않은 울산·부산권 주민들은 겨울철이면 이 산을 찾아 눈구경을 한다.

울산 도심에서 30분이면 산기슭을 밟을 수 있다.

주로 석남사 옆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이 길로 오르면 정상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서둘러 눈을 밟고 싶은 사람은 경북 청도로 넘어가는 운문재에서 깔딱고개로 향하면 된다.

또는 밀양으로 넘어가는 석남 터널에 차량을 주차한 뒤 중턱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이 두 출발점은 해발 600m쯤으로 정상까지 가려면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가지산의 봄은 철쭉으로 대표된다. 8부능선에서 정상까지 펼쳐진 철쭉은 수령이 오래되고 우거져 있다.

한 식물학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철쭉 가운데 가장 크고 많은 서식상태를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군집지역은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영남 알프스라는 큰 산지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목축이 성해 불고기 맛이 유별나다.

쇠고기를 잘게 다져 석쇠에 구운 맛은 일품이다. 서부리 일대에서 10여집이 성업 중이다.

천연기념물 제462호인 가지산 철쭉 군락지는 경북 청도군 지역 일부를 포함해 정상 부근 98만㎡에 펼쳐져 있다.

철쭉나무는 관목층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나 가지산의 철쭉나무 군락지에는 수고가 3.5~6.5m, 수관폭이 6~10m로 교목형태를 이룬다.

추정 수령이 100~450년에 이르는 것도 40여그루다.

잘 자란 철쭉은 21만9000여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술 및 경관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까막딱따구리·검독수리·붉은배새매·수리부엉이·원앙·하늘다람쥐·수달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한다.

산기슭에 있는 석남사는 통도사의 말사이며 비구니의 수련도량이다.

서기 824년(헌덕왕 16년)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했다.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1959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때부터 비구니들의 수련도량으로 그 면모를 갖췄다.

보물 369호인 도의국사의 사리탑이 있으며, 821년에 도의국사가 세운 석남사 3층석탑(울산유형문화재 22호)이 있다.

큰 수목이 도열한 긴 진입로가 아름답고 계곡을 건너는 청운교가 운치있다.

화강암 아치교인 청운교의 석재는 바로 다리 아래 계곡에서 떼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떼어낸 흔적에서 화강암의 수직·수평절리가 정교하게 남아있다.

가지산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생산한다.

상북면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축제를 겸한 판매행사가 올해로 6회째다. 상북면 배내골과 덕현리, 고헌산 자락의 석리, 소호리 등 주변지역에

고루 분포돼 있는 고로쇠 수액의 생산량은 연간 20만ℓ가량이다.

찾아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톨게이트에서 언양읍을 거쳐 석남사로 가는 울산~밀양 간 국도를 타면 된다.

〈김한태기자〉

-계곡·동굴, 시원함 쏟아내다-

전북 순창군과 전남 담양군 경계에 있는 강천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깊은 계곡과 맑은 물, 기암괴석과 절벽이 일품이다.

게다가 해발 583.7m로 그다지 높지 않아 사시사철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원래 강천산은 생김새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 해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렸으나, 조선중기 학자 송익필(1534~1599) 선생의 ‘숙(宿) 강천사’라는 시가 널리 알려지면서 강천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노령산맥에 속하며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이다.

광덕산(廣德山 565m)·산성산(山城山 60m)과 능선으로 이어진다.

1981년 1월7일 한국 최초의 순창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아담한 산이지만 병풍바위·용바위·비룡폭포·금강문 등 이름난 곳이 많다. 또 광덕산·산성산에 이르기까지 선녀계곡·원등골·분통골·지적골·황우제골 등 이름난 계곡만도 10여개나 된다.

여기에 용바위·호두암·투구봉의 바위들과 금강굴·수좌굴·형제굴 등

신비로운 동굴들이 어우러져 있다.

정상 근처에는 길이 50m에 이르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최고명물인 현수교는 군지역 가운데는 국내 최초로 세워진 구름다리다. 숲에 휩싸여 하늘에 걸린 듯한 현수교를 중간쯤 걸을 때면 그 출렁거림에 오금이 저려온다.

구장군 폭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높이 120m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는 여느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장관이다.

골짜기마다 발원해 흐르는 맑은 물이 중천으로 합류해 돌과 돌, 바위와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는 계곡을 울리며 강천호로 흘러간다.

푸른 숲 맑은 물, 아름답고 시원한 계곡, 계절마다 산의 경관이 변하고

그 경관이 한결같이 수려하다.

강천사의 봄은 고향의 봄을 연상시킨다.

시냇가에 버들개지가 피어오르고 개나리·진달래꽃이 만발할 때쯤이면 산봉우리마다 산벚꽃이 한창이다.

4월 초순에 만개하는 산벚꽃은 산 입구의 강천호 주변뿐 아니라 등산로 어디에서나 흐드러진 벚꽃물결을 즐길 수 있다.

                      강천산 정상 인근 50m 길이의 구름다리.

6~7㎞의 계곡길을 따라 자갈과 자갈 사이를 맑고 깨끗한 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린다.

강천수로 불리는 계곡수는 차고 맑아 이끼가 끼지 않는다.

한여름 수목사이 그늘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피서지가 이

계곡이기도 하다.

유달리 잡목과 단풍나무가 많은 강천산.

단풍 속에서 아기단풍과 아기다람쥐가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철의 정취를 더하게 한다.

산세가 가파르거나 위험하지 않은 여러 갈래의 소로길은 가족이나 친구·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백설이 내리는 겨울이면 한 폭의 설화를 화폭에 담으려는 화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에 오르다 보면 신라 진성여왕 당시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세운 강천사가 있다.

이 곳의 석탑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92호로 지정됐고, 절 입구의 모과나무는 전라북도기념물 97호이기도 하다.

강천산 군립공원은 지난 2005년 55만여명, 지난해 62만여명이 다녀가 입장료 수입만 연간 5억원이 넘는 산으로 지역경제의 효자노릇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황토모랫길 웰빙 산책로… 순창 장날엔 풍물체험도-

강천산에서는 볼거리·체험거리가 안팎으로 많다.

병풍폭포에서 구장군 폭포까지 이어지는 황토모랫길은 맨발 웰빙산책로다.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피부염에도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강천산 산림욕장은 면적이 9만㎡에 이른다.

500m에 걸쳐 친환경 목재데크 산책로가 병풍폭포와 우작골 주변까지 이어진다.

산림욕장 부지 내에는 목교와 사각정자·야외탁자·전망데크가 갖춰져 있다.

생태관찰로·생태관찰해설판·수목표찰 등 교육시설도 많다.

산림욕장 내에 있는 토끼장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강천산을 벗어나면 근처에는 볼거리가 적지 않다.

순창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은 전통장류산업발전을 위해 1997년 완공됐다.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장류제조업체 54가구가 입주해 마을을 형성한다.

순창에서 광주방면으로 2㎞ 지점에 위치해 있다.

매달 1일과 5일 열리는 순창 장날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래시장 풍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날에는 어릴 적 집에서 만들어

먹던 순대국과 순창고추 등 신선한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내장산 주변에 있는 산림박물관과 회문산 자연휴양림도 돌아볼 코스 중 하나다.

강천산 등산코스는 5개코스가 있다. 1코스는 매표소~병풍바위~강천사~현수교~신선봉으로 2시간30분 소요된다.

2코스는 매표소~강천사~비룡폭포입구~연대암터~북바위~운대봉~송낙바위~강천2호수로 5시간 걸린다.

3코스는 매표소~강천사~신선봉~광덕산~산성동문~연대봉~송낙바위~강천2호수로 6시간.

4코스는 매표소~병풍바위~금강교~우작골~깃대봉~왕자봉~형제봉~강천2호수로 4시간 소요된다.

5코스는 매표소~금강문~금강계곡~옥호봉으로 2시간3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박용근기자

-두번 넋을 잃는 곳-

대암산 정상 부근 


 

강원 양구군 동면·해안면과 인제군 서화면에 걸쳐 있는 대암산(大岩山).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인 데다 1973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비교적 수림이 잘 보전돼 있다.

 

대암산의 높이는 해발 1304m.

동남쪽으로 미시령·한계령 능선 등 외설악 준령이, 동북으로는 도솔산·가칠봉이, 서쪽엔 사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과거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생태식물원을 연계한 등산로 3곳이 개설됐다.

생태식물원을 들머리로 산을 오르다보면 수령이 100~200년쯤된 소나무와 갈참나무·발달나무 등이 즐비하다.

 

정상에 서면 설악산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때문에 대암산을 찾으면 마루금의 빼어난 조망과 고층습원인 ‘용늪’의 신비함에 두번 넋을 잃게 된다.

협곡이나 기암괴석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등 산세가 비교적 단조롭긴 하지만 ‘대암’이란 이름처럼 땅 속에 묻힌 암반이 거대한 산을

이뤄 장엄한 풍모를 갖췄다.

 

대암산의 백미는 역시 4500~5000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용늪이다.

해발 1180m 부근 남쪽 상봉 사면에 느린 경사를 이루며 형성돼 있는 이 늪엔 칼잎용담·끈끈이주걱·북통발 등 160여종의 식물이 분포돼 있다. 이 습원의 크기는 동서 약 150m, 남북 약 100m의 부정형이다.

 

또 참밀드리메뚜기·홍도리침노린재 등 각종 희귀 곤충이 서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돼 있다.

이 곳엔 가뭄 때 기우제를 지내던 풍습에 얽힌 갖가지 전설이 전해져와 신비함을 더해준다.

10여년 전엔 대암산 곳곳에서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개느삼 군락지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개느삼은 그동안 평안도와 함경도 등 북한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출입이 허용된 대암산 자락 주변에도 찾아볼 만한 명소가 많다.

양구군 동면 팔랑초등학교 인근 산기슭에 깊숙이 자리한 팔랑폭포는 늘 수량이 풍부하다.

폭포 옆 암벽에는 주민들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는 300년쯤 된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동면 263번 군도로부터 1.2㎞가량 떨어진 대암산 기슭에 있는 후곡약수터 샘물엔 철분과 불소가 많이 들어 있고 탄산가스가 풍부해

위장병·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늪 전경 


동면 팔랑리 대암산 아래 계곡엔 심곡사 터가 있다.

심곡사는 서기 879년 신라 헌강왕 5년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었으나 6·25 당시 모두 불에 탔다.

잿더미 속에서 발견된 나무 불상 3개는 현재 양구읍 송청리에 재건한 심곡사에 보존돼 있다.

 

이 밖에 2004년 양구군 동면 원당리 대암산 자락 18만9141㎡의 부지에 건립된 ‘양구생태식물원’을 찾으면 600여종의 북방계·온대북부식물 및 고산성 산지습지식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식물원내엔 가족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4만8043㎡ 규모의 천염림지구도 조성돼 있다.

 

-희귀식물 군락 ‘용늪’ 백미… 고목·천연기념물 잘 보전-

 

대암산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오다 군부대가 2005년 3월 양구군 동면과 남면 일원을

개방하면서 정상 서남쪽 능선 코스의 등반이 가능하게 됐다.

생태식물원~1122봉~후곡약수터로 이어지는 코스의 등반시간은 3시간가량 소요된다.

이 코스는 정상까지 다소 경사가 심한 편이나 나머지 구간은 대부분 완만해 산행에는 큰 부담이 없다.

고목과 바위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는 등 풍광도 좋아 산행을 하면서 지루하지 않다.

 

양구군과 대암산채 작목반은 매년 5월 곰취축제를 개최하면서 동면 후곡약수터~대암산~생태식물원~축제장을 잇는 9.5㎞ 구간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떠나는 생태등반’이라는 행사도 곁들여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잠깐 들러 마시는 후곡약수의 물맛도 일품이다.

가족과 함께라면 생태식물원을 찾아 여유롭게 고산성 산지습지식물을 살펴본 후 인근에 위치한 해안펀치볼·을지전망대·박수근 미술관·고대공수리 고인돌군락지·양구선사박물관·팔랑민속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특히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을지전망대는 군사분계선과 불과 1㎞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해안면 후리에 있는 양구통일관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야만 관람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서울~46번국도~남양주~가평~춘천~화천 오음리~양구(147㎞) 코스를 이용하면 대암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평화의댐 관광을 겸하려면 춘천~화천읍내~평화의댐~양구 코스를 택해도 된다.

 

〈최승현기자

-여름, 초록을 뿜다-


경기 가평군 북면과 하면을 경계로 솟아있는 해발 1267m의 명지산.

오지의 정취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으로, 청정하고 우람한 능선 속에 감추어진 비경이 많다.

수림이 울창하고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에 당일 산행지로 적당하다.

경기지역에 화악산(1468m) 다음으로 높지만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등산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화강암 바위지대인 정상은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 조망도 일품이다.

북으로는 광덕산(1046m)·백운산(904m)·강씨봉(830m) 능선이 펼쳐지고, 북동쪽으론 화악산이 잡힐듯 가깝기만 하다.

남으로는 매봉(920m)과 대금산(704m)을 이어서 뻗어내리는 능선은 ‘결사돌파대 바위’로 유명한 1199m봉에서 아재비고개에

가라 앉았다가 다시 월출산을 들어올리고 있다.

 

월출산에서 계속 남진하는 산릉은 전패고개에서 잠시 멈추다가 매봉을 빚어놓고는 계속 남으로 깃대봉·약수봉·대금산·주발봉·호명산을

솟구쳐 놓고는 북한강에 끝자락들을 담고 있다.

 

정상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친 산릉과 계곡이 제법 길고넓기 때문에 면적이 어지간한 국립공원을 능가한다.

명지산에서 호명산까지 이어지는 산릉 길이는 100㎞가 넘는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는 굴잠나무 군락과 전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익근리 계곡과 천연림의 조화가 장관이다.

 

명지산 산행의 포인트는 화채바위에서 사향봉까지의 1㎞ 구간에 펼쳐지는 진달래 터널과 아재비고개에서 귀목마을로 내려서는

능선에 피는 진달래 군락지.

아재비고개의 진달래는 1199봉에서 그 진분홍 빛을 만끽할 수 있다.

사향봉 주변의 진달래는 명지산 정상에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명지산 입구인 익근리에서 약 1㎞가량 올라가면 규모가 작은 사찰인 승천사가 있고, 2㎞가량 더 가면 등산로 왼쪽으로 높이 6m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내리는 명지폭포를 만나게 된다.

한 여름 불볕더위도 식혀 버리는 명지폭포 아래 깊은 웅덩이는 명주실

한 타래가 다 들어갈 정도로 깊다고 해서 명지폭포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명지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소나무숲 길과 단풍길을 오르다보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의 잔치에 빠져든다.

강원도 심심 산골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은 산과 울창한 숲, 쉼없이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크고 작은 바위,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맑아 산자수명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나게 한다.

 

이 계곡은 깊이 들어갈수록 크고 넓은 바위가 이어지고 그 사이로 맑은 계류가 쏟아져 초입과는 다른 정경을 보여준다.

깨끗하고 넓은 모래땅과 암반지대가 널려 있고 수영을 할 만한 커다란

웅덩이도 있다.

작은 폭포도 수 없이 이어져 경기도 제일의 계곡이라 할 만하다.

키가 큰 신갈나무에서 부터 당단풍·까치박달·초록싸리·단풍취·동자꽃 말나리·산수목·달맞이꽃 등 600 여종의 자생식물군이

층층을 이루며 울창한 식물나라를 이루고 있다.

사시사철 풍광이 아름답지만 특히 봄·여름·가을을 꼽는다.


-사계절 4색 매력… 당일 산행의 명소-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으로 유명하고, 겨울에는 고목과 기암괴석이 하얀 눈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가을이면 명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산 전체가 빨간 물감을 칠한 듯 만산홍엽을 이룬다.

가평 팔경중 4경으로 지정된 ‘명지 단풍’은 익근리계곡~승천사~명지폭포 구간이 장관이다.

산행은 계곡을 끼고 시작하는 익근리와 상판리 귀목고개 두 곳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상판리 귀목고개에서 시작하여 익근리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무난하다.

 

산행 기점인 상판리 장재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귀목고개에 오른다.

진달래 능선 길을 따라 오르다 가파른 급경사길을 오른다.

정상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이며 화악산·국망봉·운악산 등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하산은 북쪽능선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익근리 계곡이다.

교통편은 서울 상봉동이나 구이동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직행버스나 북면행 버스를 타고 가평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은 서울에서 경춘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으로 가다 가평읍에서 363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30분쯤 북상하면 익근리가 나온다.

 

등산 코스는 상판리 귀목마을~귀목고개 갈림길~1199봉~1250봉~정상~능선안부 갈림길~명지폭포~승천사~익근리(14㎞·6시간30분)

와 익근리~승천사~삼거리~정상~1250봉~삼거리~익근리(15.5㎞·5시간), 귀목리~귀목고개~1199봉~1250봉~1199봉~아재비고개~귀목리(14㎞·5시간 10분) 등이 있다.

 

〈최인진기자

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이산(馬耳山). 산이라기보다는 신기루처럼 솟아오른 말 귀 모양의 봉우리와 같다.

이때문에 국내에서도 특징있는 산을 꼽으라면 단연 마이산이 포함된다.

마이산은 높이가 인근 운장산이나 덕유산과 비교해 낮은편이지만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신비감은 오히려 앞선다.


마이산은 신라시대에는 서다산, 고려시대에는 용출산이라고도 했다.

조선시대부터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해서 마이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동쪽에 솟아있는 암봉을 수마이봉(678m)이라 하고, 바로 옆 서쪽 암봉을 암마이봉(686m)이라고도 한다.

동봉과 서봉은 약 20m 간격을 두고 있다.

산을 주로 이루고 있는 성분은 수성암이다. 산 전체가 거대한 암석산이나 정상에는 식물도 자란다.

사방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과 북쪽 사면에서는 섬진강과 금강의 지류가 각각 발원한다.

두 산봉은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어 북·서 경사면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북쪽 경사면은 식물이 자라는 데 비교적 양호한 환경이지만 남쪽 경사면은 건조해 그렇지 못하다.

그렇지만 남쪽에서는 군데군데 움푹 팬 작은 굴 모양의 타포니 지형을 만날 수 있다.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나 마이산은 바위 내부에서 시작돼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곳이다.

마이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암마이봉을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암마이봉에 대한 식생복원사업 기간으로 2014년 10월까지

등산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마이산 주변으로 여러 등산로가 나 있어 주위 경치를 보며 산에 오르는 기분은 암마이봉 정상에서의 느낌과는 색다르다.

진안 읍내 어느 방면에서나 눈에 띄는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해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으로

불린다.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도 한다.

마이산은 가을이름이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마이산의 사계를 앵글에 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산의 또 다른 압권은 ‘탑사’라는 사찰내 탑들이다.

인간이 만든 ‘걸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사찰의 탑군 모습은 신비하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마치 송곳처럼 정교하고, 태산처럼 위엄있게 도열돼 있다.

주탑인 천지탑을 정점으로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마이산 북쪽에 위치한 이 탑은 당초 120여기가 있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으나

현재는 80여기만 남아 있다.

겉으로 손끝만 대도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이지만 폭풍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가운데 천지탑은 규모가 우람하고 조형이 아름다워 단연 탑 중에 으뜸이다.

골짜기 가장 위쪽에 자리잡아 아래의 모든 탑을 호령하는 듯이 서 있다.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사이트인 ‘숲에 on(www.foreston.go.kr)’에서

한층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용근기자
 
마이산 자락에는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돌탑들이 많다.

위태로이 보이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신비함을 품고 있다. 
마이산 주변엔 볼거리가 많다. 수마이봉의 절벽 아래에는 ‘은수사’라는 사찰이 있다.

은수사 앞 터에 서면 바람이 무수한 나뭇잎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특이한 자연 현상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땅이 숨을 쉬는 듯 보인다.

이곳에서는 고드름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난다.

은수사 청실배나무 아래서다.

겨울철 정화수 그릇에 물을 떠 놓으면 가운데서 얼음기둥이 하늘로 솟아 오르는 역고드름이 나타난다.

이를 사람들은 ‘거꾸리 고드름’이라 부른다.

마이산에 심취한 사람들은 이를 심령의 발로(發露)라 일컫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뚝 솟은 암수 마이봉 사이에서 급격한 공기의 대류현상으로 공기가 위로 빨려 올라가는 효과 때문이다.

거꾸리 고드름 앞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소문에 겨울철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은수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사찰 마당에 있는 천연기념물 380호 줄사철나무와 청실배나무(제386호).

청실배나무는 키 15m에 가슴 둘레가 2.8m에 이른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지니 청실배나무의 나이는 600여년으로 추정된다.

 

마이산 석탑에서 500m쯤 내려오면 금당사에 이른다.

금당사 극락전에는 수 천년 된 은행나무를 깎아서 만든 금당사목불좌상(지방유형문화제 18호)과 가로 5m, 세로 9m 크기의

괘불탱화(보물 1266호)가 있다.

일반적인 코스로 돌탑군 주변의 마이산을 오르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차량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북부 주차장 쪽과 남부 주차장 두 곳이 있다.

북부 진입로는 전주~진안간 국도와 바로 연결됐다.

북부 마이산~천황문(화엄굴)~은수사~마이산탑과 탑돌군~금당사 순으로 총 6㎞ 구간.

소요 시간은 3시간 정도다.

진안군청(063)43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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