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십리 단풍 계곡 ‘불꽃같은 산세’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해인사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예부터 ‘조선 8경’ 중 하나로 손꼽힌 명산이다.

소백산맥 가운데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 경계에 있다.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 경계에 있는 가야산은 해인사와 13곳의 암자를 품고 있다.


가야산은 반경 1㎞ 안에 13개 암자를 거느린 해인사를 둥글게 안고 있다.

북쪽의 상왕봉과 두리봉, 서쪽의 깃대봉과 마령 그리고 남쪽의 단지봉과 남산 제일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을 친 듯 이어져 있다.

이 때문에 예부터 병란을 피할 수 있고 먹고살기에 적합한 복지로 여겨졌다. 지금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가야산의 최고봉은 해발 1430m인 상왕봉이다.

맑은 날 상왕봉에 오르면 사방 100㎞가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가야산에 대해 “뾰족한 돌이 불꽃같으며 공중에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샘물과 반석이 수 십리에 걸쳐 있다”고 표현했다.

불꽃 같은 지형은 이 일대를 구성하는 회장암과 화강암, 편마암 등이 강도에 따라 차별침식되면서 생겨났다.

반석이 수십리에 있다는 표현도 실제 기울기 5도가량으로 4500m나 뻗어 있는 홍류동 계곡을 보면 실감이 난다.

나뭇가지 모양으로 펼쳐진 수많은 계곡은 해인사 바로 아래 치인리에 모여 홍류동 계곡을 통해 흘러간다.

가을 단풍이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인다고 해서 홍류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홍류동 계곡 주변에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우거져 있어 해인사와 함께 가야산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가야산이 이름난 것은 아름다운 산세와 유명 사찰, 그리고 최치원 선생을 비롯한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이 머물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암봉을 구성하는 회장암이란 특이 지질도 한 몫을 했다.

회장암은 달의 표면을 이루는 암석으로 아폴로 15호가 채집해 온 뒤 월석으로 유명해진 돌과 성분이 거의 같다.

조선시대 최고의 탐광자이자 지질학자인 구충당 이의립 선생이 유황이나 비소와 같은 특이 광맥을 찾기 위해 맨처음 찾았던 산이기도 하다.

가야산은 4계절 관광과 휴식이 보장된다.

봄·가을에는 신록과 단풍을 찾는 인파가 줄을 잇고, 여름이면 백운동과 홍류동 계곡이 더위를 식히는 인파들로 붐빈다.

가야산의 설경 또한 빼어나다.

등산 루트는 여러 방향에서 10개가 넘는다.

가야산국립공원 측은 제한된 수의 등반로를 교대로 개방해 산림 훼손을 막고 있다.

요즘은 마애불상을 볼 수 있는 길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가야산은 해발 800m를 경계로 위쪽에는 참나무류가 많고 그 아래에는

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가 우세하다.

계곡에는 잘 뻗은 적송이 가지런하다.

해인사 대적광전 서쪽 학사대에는 최치원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전나무 한 그루가 천년의 푸름을 전하고 있다.

가야산 등산 루트는 한 바퀴를 돌아 원점에 돌아오는 형태,

일직선으로 올라갔다가 되돌아오는 형태, 말발굽 모양으로 한 지점에서 출발해 목적지에 도달한 뒤 다른 지점에 이르는 형태 등 세 가지 방식이다.

한 바퀴 도는 형태는 해인사 입구에서 약수암~지족암~해인사~홍제암~원당암~삼선암을 돌아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크게 힘들지 않지만 트인 전망은 없다.

일직선 루트로는 해인사 왼편 용탑선원을 스쳐 지나 상왕봉에 오른 뒤

되돌아온다.

말굽형은 치인리~해인사~상왕봉~서성재~백운대로 이어진다.

모두 5시간가량 걸리는 긴 코스답게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번뇌의 풍랑이 멎어 ‘고요한 바다’ 해인사

가야산은 해인사를 품고 해인사는 걸출한 인물과 각종 문물을 품고 있다.

산속에서 바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이 해인사다.

가야산이 뿜어내는 물을 실은 두 갈래의 큰 골짜기 가운데 놓인 절의 모습이 떠가는 배(행주형)처럼 보이는 데다

해인이란 이름이 풍기는 의미 때문이다.

바다 해(海)자와 도장 인(印)자를 쓰는 해인은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따왔다고 한다.

해인은 풍랑처럼 일던 번뇌가 사라진 마음처럼 고요한 바다에 만상이 비친 듯한 경지를 일컫는다고 한다.

해인사는 애장왕 3년(802)에 창건됐다. 애장왕은 귀족들이 사찰에 재산을 빼돌려 놓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 사찰을 짓지 못하고

수리만 하도록 했다.

그런 왕이 스스로 해인사를 창건했는데 그 이유는 왕비의 병을 고친 보답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조선 태조 7년(1398)에는 강화도에 있던 팔만대장경을 해인사로 옮겼다.

불법의 정수가 새겨진 대장경이 옮겨짐에 따라 법보사찰이란 명성을 얻었다.

임진왜란, 한국전쟁과 같은 병화도 피했다.

17세기 이후 7차례 화재가 있었으나 요사채 일부만 태우고 장경각 등은 피해가 없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해인사는 균여대사와 같은 학승도 배출했으나 현대에 와서는 성철스님의 흔적이 크다.

일주문 입구에 있는 성철스님의 사리탑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스님의 법어처럼 간결하다.

이 사리탑 불사를 지휘한 원택스님(백련암 감원)은 “원로들은 기품 있는 사리탑이 신라·고려 때 이후 드물어졌다며 모방에 불과한 탑을

만들지 않도록 당부했다”면서 “이에 따라 문화재계 원로인 황수영·김동현·정영호 박사 등의 조언에 따라 높지 않고, 조각 문양이 없으며,

현대적 조형미를 갖춘 사리탑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사리탑은 공모전을 거쳐 재일 여류설치작가 최재은씨가 제작했으며 연좌대를 맞붙인 모양에 진리를 상징하는 구가 얹혀 있다.

<합천 | 김한태기자 kht@kyunghyang.com>

ㆍ백두대간의 ‘단전’… 하늘 떠받친 암봉

희양산은 문경새재에서 속리산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에 우뚝 솟아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중턱에서 정상쪽으로 암벽을 두르고 솟아 있어 마치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처럼 보인다.

희양산은 백두대간의 ‘단전’ 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인지 화강암 바위들로 이뤄진 해발 999m의 암봉은 멀리서 봐도 단단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기세다.

신라 헌강왕 때 지증대사는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 못하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라며 희양산 남쪽 너른 터에 봉암사를 창건,

선풍을 크게 떨쳤다.

백두대간의 단전 부분에 거대한 바위산으로 솟아 있는 희양산. 남쪽 자락에 한국 현대불교의 ‘탯자리’로 불리는 봉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문경시청 제공


봉암사 인근 계곡은 예로부터 ‘봉암용곡(鳳巖龍谷)’이라 불려왔다.

봉황과 같은 바위산에 용과 같은 계곡이 흐른다고 해서다.

20여리에 이르는 계곡에는 맑은 물줄기가 분재 같은 노송을 벗하며 넓은 암반 위를 힘차게 흘러내린다.

지증대사는 “산이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어 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며 경탄했다.

봉암사에서 산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가슴이 확 트이는 널따란 암반이 나타난다. 백운대다.

암반 위 집채만한 바위에는 마애보살좌상이 새겨져 있고 그 앞 너럭바위 위로는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금강산 만폭동에 견줄 만하다. 좌상 앞 반석을 돌로 두드리면 목탁소리가 난다.

정상은 거대한 바윗덩이들로 이뤄졌다.

남쪽 봉암사가 자리한 봉암용곡 너머로 대야산, 속리산 줄기가 솟아 있고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연결시키는

장성봉과 악희봉, 민주지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동북쪽으로는 백화산, 운달산, 주흘산 줄기가 막힘없이 펼쳐져 있어 장쾌하다.

정상 못미쳐 해발 928m 지점에는 희양산성이 있다.

신라와 후백제가 국경을 다투던 접전지로 치열했던 역사가 배어있다.

희양산에 서린 역사와 정기는 봉암사가 대변한다.

문경쪽에 있는 봉암사는 희양산의 가장 넓고 깊은 터에 자리잡았다.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창건돼 구산선문 가운데 하나인 희양산문을 이뤘다.

근대 들어서는 저 유명한 ‘봉암 결사’가 이뤄진 한국 현대불교의 ‘탯자리’다.

해방 직후인 1947년 성철, 청담, 자운스님 등이 “부처의 법대로만 살아보자”며 용맹정진한 곳이다.

이 때부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동안 먹지도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것이 기본 수칙이 됐다.

수행자들이 밭을 일구고 지쳐 선방에서 졸기라도 할라치면 “밥값 내놔라, 이놈들아!”하는 성철스님의 호통이 희양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1982년부터는 수행에만 정진할 수 있도록 봉암사는 물론 일대 사찰림의 일반인 출입을 금했다.

일년에 딱 한 번 부처님 오신 날만 산문을 여는 ‘비밀 수도원’이 됐다.

이날도 경내만 개방될 뿐 산길을 밟지는 못한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다시피 하면서 고란초, 솔나리, 까막딱따구리, 원앙 등 온갖 희귀 동식물이 모여 사는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백두대간 일대의 산짐승들이 주변에서 총소리가 나면 희양산으로 달려온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동식물들의 낙원이다.

2002년에는 봉암사 일대 2293㏊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됐다.

봉암사는 보물 등 지정문화재만 10점에 이르는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하다.

지증대사의 일대기와 봉암사의 유래를 새긴 지증대사적조탑비(보물 제138호)는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거의 모든 글자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하다.

봉암사와 더 깊은 산골의 큰바위로 지붕을 삼은 월봉토굴, 용추토굴에서는 큰스님들이 ‘목숨을 건’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는 뭇 생명의 낙원이면서 자연과 ‘법’을 거스르면 금방이라도 죽비와 함께 “밥값 내놓아라”는 호통은 감수해야 할 듯한

추상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산. 백두대간의 단전 부분에 위치한 희양산은 그런 모습이다.



은티마을에서 출발…가파른 비탈길 조심

희양산 산행을 하려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희양산 남쪽에 자리한 봉암사를 기점으로 생각하지만 봉암사가 있는 문경쪽에서는 오를 수가 없다.

일대가 봉암사 사찰림이고 조계종 특별수도원인 데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은티마을에서 지름티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방법밖에 없다.

정상부 암봉은 우회해서 오른다.

비탈이 가파르고 험한 데다 바윗길이 이어져 있어 조심해야 한다.

정상 부근에서도 봉암사가 있는 남쪽 방향은 곳곳이 막혀 있다.

왕복 4시간50분가량 걸린다.

스님들이 막고 있는 문경쪽으로는 갈 수도 없지만 아예 갈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등산로가 없어지다시피해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새와 다람쥐는 자유로이 드나들어도 속인은 물론 일반 스님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은 절집.

일년에 딱 한 번 산문을 여는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봉암사 답사를 하는 것도 좋다.

신라 경순왕이 잠시 피난왔을 때 원당으로 사용됐던 극락전과 최치원이 지은 지증대사 비문, 대웅전 앞의 삼층석탑 등 천년이 넘게

희양산과 봉암사를 지켜온 ‘보물’이 즐비하다.

동방 제일의 수행 도량에서 희양산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희양산 주변 문경시 가은읍에는 둘러볼 거리도 많다.

가은읍 소재지 쪽에 석탄박물관과 드라마 연개소문 오픈 세트장이 있다.

문경지역의 마지막 광업소였던 은성광업소 자리에 있는 석탄박물관은 폐광을 활용, 갱도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아

당시 탄광촌의 생활상 등을 실감할 수 있다.

인근에 철로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역도 있다.

조금 떨어진 완장리에는 구한말 의병을 일으킨 도창의대장 운강 이강년 선생 기념관이, 갈전리에는 견훤의 출생 설화가 얽혀있는

금하굴이 있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속된 욕심 닦아주는 관동의 군계일학

강원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두타산(頭陀山)은 들머리부터 선계(神界)에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두타산성의 암반 틈에 뿌리를 내린 고목들이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한다. <동해시청 제공>


웅장한 산세와 골골이 들어찬 울창한 삼림이 정상을 향해 발길을 내디디는 속인들의 번잡한 마음을 압도한다.

기암괴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노송의 아름다운 자태는 탄성을 자아낸다.

연이어진 폭포의 물줄기는 벼루처럼 매끄러운 암반 사이로 거침없이 내달리며 청량감을 더한다.

한마디로 ‘금강산에 버금가는 관동의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옛 선인들의 칭송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하는 곳이다.

해발 1353m의 두타산은 각기 다른 매력을 품에 안고 있는 명산이다.

암벽과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는 중턱은 골산의 화려함을 발하고, 정상부의 완만한 능선은 육산의 푸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새치름한 새색시의 신선함과 어머니의 품 같은 넉넉함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이곳엔 연중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 정상의 풍광도 일품이다.

한 모금의 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사방으로 시선을 돌리면 청옥산(1403m), 쉰움산(683m), 덕항산(1071m)으로 내닫는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의 푸른 물결을 발아래 굽어 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과 쌍둥이처럼 마주 서 있는 두타산은 부처가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산이름을 암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범어에서 유래한 불교용어인 ‘두타(頭陀)’는 세속의 모든 욕심과 속성을 버리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기 위해 고행을 참고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지명이 말해주듯 두타산엔 삼화사(三和寺), 관음암(觀音庵) 등 명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산 아래 무릉계곡 인근에 위치한 삼화사는 선종의 종풍을 가진 유서깊은 사찰. 삼화사는 신라말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때 삼공암, 측연대, 중대사로 불리기도 했다.

                    무릉계곡 안쪽에 있는 삼화사 전경.

주변지역에 중대사지, 관음사지 등 고찰의 흔적도 많아 불교의 수행 도량이 번성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두타산은 예부터 영동 남부의 영적인 모산으로 숭상되어 왔다.

정상 동쪽 8부 능선엔 신라 파사왕 23년(102)에 처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두타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엔 임진왜란 때 왜병의 주력부대와 3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스러져간 의병들의 애잔한 항전사가 전해져 내려온다.

수많은 볼거리 중 단연 압권은 무릉계곡의 풍광이다.

계곡 초입에 위치한 ‘무릉반석’은 수백명이 쉴 수 있는 너른 암반으로

주변의 호암, 벼락·병풍바위 등 기암괴석과 어울려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상탕, 중탕, 하탕 등 삼단으로 떨어지는 용추폭포를 비롯해 쌍폭, 박달폭포, 관음폭포 등이

계곡미를 한층 더 발하게 한다.

“신선들이 노닐던 이 세상의 별천지, 물과 돌이 부둥켜서 잉태한 오묘한 대자연에서, 세속의 탐욕을 버리니 수행의 길이 열리네.

” 조선의 4대 명필로 꼽히는 양사언(1517∼84년)은 선경에 반해 무릉반석 위에 이 같은 뜻의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

(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이란 글을 새겼다.

암반엔 양사언뿐 아니라 매월당 김시습 등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글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암반 위에 앉아 옛 선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시구를 읊조리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등반에 7~8시간 넘게 걸려 일몰시각 고려해 출발해야

두타산을 등반하려면 일몰시각을 고려해야 한다.

규모에 걸맞게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7~8시간 이상 걸린다.

대표적 등반 코스는 △무릉계 삼화사~허공다리~직관암터~연칠성령~청옥산~박달재~두타산~북릉삼거리~문지방산성~허공다리~매표소(8시간55분) △매표소~산성갈림길~두타산성~주능분기점~두타산 정상~박달재~쌍폭~매표소(8시간) △내미로리~천은사~쉰움산~두타산~통골목이~명주목이~댓재(7시간) 등이다.

청옥산과 두타산을 한 번에 도는 격인 무릉계 원점 회귀코스는 용추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전망이 가장 좋은 신선봉을 오를 수 있어 많은 동호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이들 코스는 산세가 험한 곳이 많은 만큼 초심자들은 안전사고 방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행 후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동해시 천곡동의 ‘천곡동굴’을 찾으면 태고의 신비를 느끼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총길이 1400m의 석회암 수평동굴로 4억~5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내부에 종류석, 석순, 석주 등 20여종의 2차 생성물들을

간직하고 있다.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 해안에 있는 촛대바위도 꼭 한 번 둘러볼 만하다.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터라 많은 관광객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곳이다.

두타산 산행에 나서려는 수도권 주민들은 40~5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서울~동해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편하다.

부산, 대구, 울산, 포항, 경주, 춘천 등지에서도 동해행 직행버스가 다니며, 동해~무릉계곡 시내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강릉분기점~동해고속도로 동해IC~동해 방면 7번 국도~무릉계곡 방면 국도로 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동해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ㆍ가을밤 달빛에 취하고 단풍에 물들고…

전남 담양군 용면과 전북 순창군 복흥면을 걸쳐 둥지를 튼 추월산(秋月山·731m).

추월산 정상에서 바라본 담양호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전남도청 홍보실 제공>


산세가 급하고 기암괴석이 많아 언뜻 악산처럼 보인다.

등산객들은 그러나 다가가면 어느 명산 못지않게 ‘포근한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보자도 오를 수 있는 높이여서 사시사철 등산객들이 몰린다.

남쪽 담양읍에서 바라보면 스님이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아 ‘불심(佛心)’을 키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추월산은 전체가 전남도 기념물 제4호로 지정돼 있다.

추월산은 이름에서부터 가을 냄새가 잔뜩 묻어난다.

가을밤 산꼭대기에 보름달이 걸려 좀체 기울어지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 추월산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거대한 담양호가 받쳐줘 계절 분위기를 더욱 살려낸다.

낮에는 만산홍엽의 산 그림자가 호수에 빠져 물빛이 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단풍산’으로 널리 알려진 인근 내장산보다 단풍이 더 곱고 아기자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밤이면 산 능선을 비껴 떠 가는 달이 시심(詩心)을 자극한다.

초승달·보름달·그믐달과 호수가 빚어내는 정취는 압권이다.

그래서 추월산을 가을에 찾는 관광객은 ‘무박2일’의 유혹을 피할 수 없다.

관광업계에서는 해마다 주저하지 않고 ‘10월에 가고 싶은 산’으로 추월산을 꼽는다.

곳곳에 볼거리도 많다.

해발 650m 지점, 깎아지른 절벽에 제비집이 얹힌 듯 자리한 사찰 보리암(菩提庵·문화재 자료 제19호)은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곳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갖춘 가마골 용소는 4단 폭포로 영산강의 발원지다.

이 절에 얽힌 전설은 보리암이 ‘작지만 큰 절’임을 알려준다.

지눌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나무로 만든 매 3마리를 날려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호남의 대사찰인 송광사(순천)와 백양사(장성)도 인근에 있다.

보리암 아래에는 임진왜란 때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부인 흥양 이씨가 왜군에게 쫓기다 절벽에서 뛰어내려 순절(殉節)한 터가 보존돼 있다.

그를 기리는 비문이 바위에 새겨져 전해내려 온다.

동학혁명 때는 세상 바꾸기를 꿈꾸던 농민군들이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처절한 전투를

펼쳤고, 6·25 전후로는 ‘빨치산’의 활동 공간이 되기도 했다.

산림이 잘 보존돼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솟아 있는 송림·참나무·느릅나무·단풍나무가 지천이다.

등산로를 따라 이들 나무가 울창한 터널을 이뤄 여름철 등산이 한결 수월하다.

봄철 산기슭에 어우러져 활짝 핀 진달래와 벚꽃을 먼 발치에서 보면 꽃마차 행렬을

이룬 듯하다.

곳곳에 산대나무 군락을 볼 수 있고, ‘추월산란’도 자생한다.

추월산에 들어오면 영산강의 시원(始源)인 가마골 용소를 지나칠 수 없다.

용소는 마치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형상을 한 4단 폭포다.

암벽에 부딪친 물살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며 솟구치는 모습이 발길을 잡는다.

등산을 마치고 짬이 나면, 담양 읍내로 나와 대나무숲 공원인 ‘죽녹원’, 단골 영화촬영장으로 소문난 ‘메타세쿼이아길’, 그리고 성산별곡·

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 등 주옥 같은 가사문학을 꽃피워낸 정자(송강정·소쇄원·식영정 등)도 들러볼 만하다.

(관리사무소 061-380-3492)

담양에서 출발하면 편해
아침 담양호 ‘물안개 세상’


추월산 등산은 전남 담양 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산행은 담양호 호수가인 월계리 국민관광단지에서 출발한다.

제1~4 등산로가 잘 정돈돼 있다.

산 정상까지는 최장 1.4㎞를 올라야 한다. 3시간 남짓 걸린다.

널찍한 주차장은 지나 서남쪽으로 10분쯤 걸으면 만나는 삼거리에 제1등산로(오른쪽)와 제2등산로(왼쪽)가 나있다.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모두 바윗길이 많고 급해 녹록지 않다.

오르막길에 자신이 없으면 그나마 쉬운 제2등산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풍광이 좋고, 보리암이 자리한 제1등산로를 오른 뒤 제2등산로를 통해 내려오는 것이 좋다.

호수 때문에 바위에 습기가 많아 미끄러지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제1등산로를 따라 40여분 오르면 더욱 가파른 바윗길이 나타난다.

4m에 이르는 철계단 2곳을 계속 타고 치솟으면 쉼터인 사자바위와

신선대가 나온다.

신선대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곧 보리암이다.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제비집처럼 걸려있는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다시 트인 길을 300m가량 오르면 보리암 상봉(691m). 이곳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약수터가 있다.

잠시 목을 축인 뒤 30여분을 더 오르면 비로소 정상이다.

여기서부터는 사방이 모두 트여있고 능선길이어서 등산이 수월하다.

호남고속도로나 88고속도로를 타고 담양읍으로 들어온 뒤 국도 29호선을 따라 12㎞쯤 북쪽으로 달리면 추월산 자락이 나온다.

북쪽인 순창 쪽에서 오르는 등반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내장산IC를 나와 백양사 삼거리에서 직진, 복흥면 소재지를 거쳐 지방도 897호선을 타고 내려오면 산등성이 밀재가 나온다.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로 담양호쪽 등반길보다 편하다.

아침 일찍 오르면 담양호의 물안개와 동남쪽 금성산성 너머로 솟아오르는 해돋이가 인상적이다.

봄철엔 약수인 고로쇠물이 많이 나고, 겨울철엔 담양호의 빙어 맛이 일품이다.

<담양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푸른 봉우리 붉은 구름 … ‘서울 전망대’

북한산국립공원 내 동북쪽에 있는 도봉산은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는 바위산이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이나 국철 망월사역에서 가까워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쉽지 않은 등산길이 많아 등산 마니아들게도 인기다.

1973년 도봉구가 성북구에서 분리될 당시 도봉산의 이름을 따서 도봉구라 했을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 양주·의정부시에 걸쳐 있다.

서울 도봉구 도봉산의 자운봉이 신록을 과시하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도봉구청 제공>


최고봉인 739.5m의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선인봉·주봉·오봉·우이암 등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선인봉을 오르는 암벽 등반코스만 37개나 개척돼 있다.

이 봉우리들 사이로는 도봉계곡·송추계곡·오봉계곡·용어천계곡 등 수십개의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 형성돼 있다.

세종 때의 문장가이며, 한성부 판윤(지금의 서울특별시장)을 두 번이나 지낸 서거정은 만장봉 아래에서 도봉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이렇게 읊었다고 한다.

“높은 다락에서 술잔 들고 한 번 웃어 보는데/수많은 푸른 봉우리 뾰족뾰족 무더기를 이루었고/십 년 세월 하는 일 없이 귀거래시만

지었는데/백발이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하누나.”

도봉산에는 천축사·망월사·회룡사·쌍룡사 등 유명한 사찰도 많이 들어서 있다.

만장봉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천축사는 깎아지른 듯한 만장봉과 선인봉을 배경삼아 소나무·단풍나무·유목 등이 울창할 뿐 아니라

조용하고 경관이 뛰어나 참선도량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39년 해호화상(海浩和尙)이 신라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망월사 이름은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도봉산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도봉구청 제공>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도봉산에는 우리나라 중북부 지방에서 주로 자생했으나 현재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만 남아있는 산개나리가 자라고 있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인 산개나리는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의

깃대종(환경보전 정도를 나타내거나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 동식물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북한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도봉산 지역에만 일부 자생하고 있다.

이밖에도 털중나리·까치수염·노루귀·돌양지꽃 등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조류로는 북한산국립공원 깃대종의 하나인 오색딱따구리와 어치·박새

등이 서식하고 있고 너구리·족제비·청설모 등도 살고 있다.

도봉산 자락의 방학동 골짜기에는 조선 제10대 임금인 연산군의 묘역이 있다. 연산군묘는 중종반정으로 왕위를 박탈당했기에 능이 아니라 묘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연산군은 1506년 유배지 강화도 교동에서 죽었고, 사후 7년 뒤 시신이 방학동으로 이장됐다.

연산군 묘역 앞에는 수령이 870년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지정 보호수 1호인 은행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높이 25m, 둘레 10.7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해 도봉구청은 최근 주변 민가의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했다.

이밖의 명소로는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으면서 매년 향제가 열리는 도봉서원과 2002년 개장한 방학천변의 발바닥공원 등이 꼽힌다.


등반코스 다양하고 무난…자운봉은 장비·기술 필요

도봉산을 즐겨찾는 이들은 “등산코스가 다양해 매주 찾아도 지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등산 마니아뿐 아니라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찾는 도봉산에 오르는 추천 코스로는 우이암 코스, 신선대 코스, 자운봉 코스 등이 꼽힌다.

도봉산의 최고봉인 자운봉(739.5m)을 오르는 코스는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도봉서원과 도봉대피소, 만월암, 포대정상을 거치는 3.2㎞ 거리로, 1시간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자운봉은 높은 봉우리에 붉은 빛의 아름다운 구름이 걸린다는 의미로,

자운(慈雲)은 불가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뜻한다.

자운봉은 전문 등산장비와 암벽등반 기술이 없으면 오를 수 없다.

도봉역에서 출발해 무수골통제소, 원통사를 거쳐 우이암에 이르는 2.1㎞의 우이암 코스는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부담이 없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도봉서원과 보문능선을 거쳐 우이암에

이르는 도봉탐방지원센터 우이암 코스(2.6㎞)는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소의 두 귀를 닮은 형상이라고 하여 우이암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우이동도 우이암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됐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신선대 코스는 도봉서원과 천축사, 마당바위를 거쳐 신선대까지 이어진다.

3㎞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주말이면 인파가 넘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상인 신선대 근처는 급경사의 암릉으로 이뤄져 있다.

최고봉인 자운봉이 암벽타기를 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어 신선대는 도보 산행객들이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우이암통제소, 원도봉통제소, 망월사통제소에서 신선대로 오르는 코스들과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주봉, 오봉으로 오르는

코스들도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

ㆍ인걸은 간 데 없어도 의구한 山水

금오산(해발 976m)은 경상북도 구미·김천·칠곡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은 37.65㎦. 동쪽에 최고봉인 현월봉을 비롯해 약사봉(958m)·보봉(933m) 등이 솟았고 남쪽에는 남봉(873m),

서쪽에는 서봉(851m)이 자리잡았다.

금오산은 주변이 비교적 평지로 둘러싸여 험준한 산세는 아니다.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대본산(大本山)이지만 고려 때는 남숭산(南崇山)이라고 불렸다.

중국 허난성 숭산과 생김새가 비슷하며 남쪽에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 황해도 해주에 북숭산을 둬 남북으로 대칭되는 산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려 문종은 왕자를 출가시켜 이곳 남숭산에서 수도케 하고, 훗날 대각국사로 봉해 포교와 국정자문을 하도록 해

남숭산의 품격과 위상이 역사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아래에 만들어진 금오저수지를 배경으로 금오산의 완만한 산세가 펼쳐져 있다. 구미시 제공


금오산은 골짜기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빼어난 경관과 남성적인 기상이 넘쳐 소금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의 이름인 금오산(金烏山)이란 명칭은 저녁 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금오산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다 죽은 백이 숙제처럼 이 고장 출신의 고려 충신 야은(冶隱) 길재 선생의 충절을 기려

옛 선조들은 금오산을 일컬어 수양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조선 영조 44년(1768년)에는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채미정(採薇停)’이란 정자를 세웠다.

기둥만 16개로 된 벽체가 없는 특이한 양식의 정방형 정자는 금오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인생 말년을 금오산에 은거하며 스스로를 ‘금오산인’이라 불렀던 야은 선생의 시 구절이 채미정 입구 바윗돌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금오산은 인재 배출의 요람이기도 했다.

조선 성종 때의 문신 성현은 그의 저서 ‘용재총화’에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구미의 옛 이름)에 있다”고

기록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이와 같이 언급된 것은 모두 금오산의 영험한 정기가 주변에 뻗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 때 명나라 사신은 선산 뒤쪽 금오산의 맥을 끊었고, 숯불에 달군 쇠못을 박아 산의 정기를 죽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금오산의 특징은 정상 부근에 고원분지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해발 800여m 지점에는 예부터 ‘성안마을’이라는 촌락이 형성되기도 했다.

금오산 약사암이 가파른 바위 봉우리 중턱에 위치해 있다. 뒤편으로는 구미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미시 제공


성안마을에는 ‘9정7택(九井七澤)’이라 해서 금오정을 비롯한 우물과 못이 많아서 가뭄이 들 때도 산 아래 마을보다 물 걱정을

덜했다고 전해온다.

1832년 발간된 ‘청구도’에는 이 마을에 40여호가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해방을 전후해 10여호가 살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 공군 통신대와 국군이 주둔하면서 성안마을은 한때 활기가 넘쳤다.

이 마을은 1970년대 화전민 정리사업이 실시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성안마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것은 감자술이다.

성안 감자술을 맛봤던 이들은 그 감칠 맛을 잊지 못한다.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빚어지는 감자술과는 다른 독특함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감자술 복원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맛을 제대로 되살리지 못한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골 깊지만 등산로는 단순공원관리사무소 코스 좋아
금오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네 갈래가 있다.

골 깊은 산이지만 비교적 등산로는 단순한 편이다.

충분한 여유 시간을 가지고 금오산 곳곳을 음미하려면 금오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를 출발, 케이블카~금오산성~대혜폭포~정상~약사암~법성사를 돌아오는 코스가 좋다.

등산 거리는 총 6.7㎞에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다른 코스로는 공원사무소~자연환경연수원~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을 공격하는 루트가 있다. 5.3㎞ 거리에 3시간30분이 걸린다.

경사를 오르며 산 타기를 즐기려면 금오산관광호텔~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 구간 3.7㎞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짧지만 빨리 오를 수 없는 특성상 등산 시간은 3시간 남짓하다.

산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금오산을 느끼고 싶다면 대혜폭포~등산로교차점~성안~정상 구간 2.5㎞가 좋다. 1시간30분이면 금오산의 핵심을 볼 수 있다.

볼거리는 등산로 중간중간에 널려 있다.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절벽에 기대어 선 약사암, 대혜폭포 언덕바지에 우뚝 선 해운사,

산 위쪽을 우러러보는 경관과 내려다 보는 경관이 모두 빼어난 갈항사 등 천년고찰과 암자가 산재해 있다.

다양한 형상의 산봉우리와 계곡·폭포·동굴 또한 금오산의 자랑거리다.

초저녁 툇마루에 걸터 앉아 초승달이 걸려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어서 이름 붙여진 현월봉은 옛 선조들의 낭만적 시상을 떠오르게 한다.

대혜교 다리 난간에서 동전을 아래로 던져 물 속의 바위 위에 얹혀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간직한 사랑바위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라 고승 도선 선사가 득도했다는 동굴인 도선굴, 대혜골 깊숙한 계곡을 따라 높이 28m에서 천지를 진동하듯 수직으로 물이 떨어지는

대혜폭포, 대혜골의 경치에 반한 선녀들이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 역시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승목기자 smbaek@kyunghyang.com>

ㆍ알면 알수록 넓고 깊은 ‘산의 어머니’

지리산(해발 1915m)은 넓고 깊다.

전남·북과 경남 등 3개 도, 5개 시·군, 15개 면에 걸쳐 있다.

그래서 산악인들은 지리산은 하나의 산이라기보다는 산국(山國), 즉 산의 나라라고 한다.

면적은 서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84㎢(1억3000만평)다.

지리산은 고대엔 하늘에 제사를 지낸 제단이 있고, 현대에 와서는 빨치산들이 숨어들어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산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지리산 능선들과 남해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 구례군청 제공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다른 산은 봉우리 하나를 위해 산을 오르지만 지리산은 여러 봉우리를 함께 밟아보는 종주 능선 산행이 유명하다.

서쪽 최고봉 노고단(1507m)과 동쪽 최고봉인 천왕봉(1915m) 사이 100리 능선에는 주 능선인 반야봉, 토끼봉·촛대봉·제석봉 등

1000m 안팎의 준봉이 10여개에 달한다. 80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다른 산에서는 감히 느낄 수 없는 천상의 등산로가 산정에서 산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봉우리를 징검다리 삼아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옮겨다닐 수 있는 등산로는 지리산밖에 없다.

산이 깊으면 품도 넓고 깊다.

칠선계곡과 한신계곡·대성골계곡, 반야골, 뱀사골 등 수없는 계곡들이 지리산 자락에서 맑은 계곡수를 품어낸다.

시원한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며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 폭염조차 달아난다.

이뿐만 아니라 산 앞뒤에서 큰 강이 흐른다.

하나는 낙동강 지류인 남강의 상류로 경남 함양·산청을 거쳐 흐르고, 다른 하나는 전북 마이산과 봉황산으로부터 흘러온 섬진강이 흘러간다.

하여 오래전부터 지리산 예찬이 많다.

예부터 내려온 지리산 10경을 뽑아보면 노고 운해와 피아골단풍·반야낙조·벽소령명월·세석철쭉·불일폭포·연하선경·천왕일출·칠선계곡·

섬진강 맑은 물 등을 꼽는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노고단의 야생화가 압권이다.

사진작가 김인호씨(구례군청)는 “노고단 원추리가 만개해 노란 물결을 이루고, 아침이면 능선을 따라 피어난 운해는 신비롭다”고 전했다.

지리산은 예부터 영산으로 추앙받아왔다. 하여 주변에 천년 고찰이 많다.

대표적인 고찰은 화엄사와 쌍계사. 화엄종의 중심사찰로 경내에는 각황전(국보 제67호)을 비롯해 대웅전(보물 제299호)·영산전·나한전·

원통전·명부전·적조당(寂照堂)·노전(爐殿)으로 사용되는 삼전(三殿)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화엄사의 4사자석탑은 오래전 국어교과서에도 등장했다.

화엄사는 절은 크되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다.

쌍계사 역시 이름난 고찰로 주변에는 수많은 야생차밭이 펼쳐져 있다.

털진달래 등 245종의 수목류와 579종의 약초가 자라고 있다.

이 밖에도 천은사·대원사 등 많은 사찰들이 천년의 역사를 지리산 자락에서 이어오고 있다.

흔히 설악산을 미끈한 바위산이라면 지리산은 넉넉한 육산이라고 얘기한다.

지리산은 하늘을 찌르는 칼봉우리는 없지만 알면 알수록 깊은 묘한 매력을 가진 산이다.

종주코스 ‘진짜 산꾼’ 입문의 길…2박3일 인내 갖고 산행해야

지리산은 3개 권역으로도 나눌 수 있는데 동부권인 경남 진주·하동·함양과 서부권인 전남 구례, 북부권인 전북 남원 등이다.

산세가 높고 장대하기 때문에 산행코스도 20여개에 달한다.

암벽이나 벼랑지대는 거의 없지만 날씨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

진주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은 대원사·중산리·법계사 코스와 하동의 청학동·쌍계사 코스가 있다.

함양을 거쳐 가는 데는 백무동·한신계곡·하동바위·삼정리·칠선계곡 코스가 각각 있다.

서부권인 남원을 기점으로 하려면 뱀사골·백무동·바래봉 코스와 구례에서는 화엄사·주릉·종주 코스, 성삼재·피아골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산행이 지리산 종주코스이다.

종주코스는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길이 25.5㎞로, 마치 동물의 등뼈처럼 휘어져 있으며 반야봉·토끼봉·칠선봉·촛대봉·천왕봉 등 길에서 만나는 봉우리만도 16개에 달한다.

등산로 주변에 다양한 비경이 펼쳐진다.

이 길은 등정에서 하산까지 50~60㎞에 달해 2박3일 동안 20~25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는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는 ‘진짜 산꾼’의 경지에 올라서는 관문 같은 코스이다.

전문가들은 “웬만큼 산에 다닌 산악인이라도 인내를 갖고 산행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종주코스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지리산을 올라갈 때는 거의 대부분 계곡을 이용해 오른다.

중산리계곡과 칠선·백무동·뱀사골·피아골·화엄사·심원·대성골·대원사 등이 있다.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 마지막엔 험한 비탈길을 올라가야 주 능선에 닿는 것이 지리산 산행의 특징이다.

이들 계곡마다에는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치면서 물보라를 일으켜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주요 산행 구간은 칠선계곡 입구 추성리~천왕봉간 15㎞(7시간), 중산리 계곡~천왕봉 11㎞(4시간10분), 한신계곡~백무동~세석간

10㎞(4시간 50분), 거림~세석산장 8㎞(3시간40분) 등이 있다.

<구례 | 나영석기자 ysn@kyunghyang.com>

‘어머니의 품인 듯’ 마지막 남은 원시림

강원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위치한 방태산(芳台山)은 국내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다.

수령이 100년 이상된 소나무와 신갈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하늘을 향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치솟아 있다.

우거진 숲은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짙푸르다.

천수를 다한 듯 숲속에 드러누워 흙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고사목들은 왠지 모를 낯섦과 함께 덧없는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계곡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각종 음지 식물과 이름 모를 풀꽃들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태산 능선 사이에 골골이 들어찬 운해가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인제군청 제공


방태산은 기린면의 진동계곡과 함께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은 원시림지대’ 또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도 불린다.

해발 1443m로 규모 또한 웅장한 이 산은 사방으로 깨끗한 계곡과 폭포, 8~9㎞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골짜기를 살포시 감싸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푸근함을 선사한다.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방태산은 북쪽으로 설악산·점봉산, 남쪽으로 개인산과 접해 있다.

주변이 온통 백두대간의 중심을 이루는 명산들이나 생태공원에 비견될 정도의 자연미를 발하고 있어 최근 들어 등산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산 정상의 전망도 기막히게 좋다.

멀리서 보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 이름 붙여진 주걱봉에 오르면 연석산(1321m), 응복산(1156m), 가칠봉(1240m)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도 가깝게 보인다.

방태산 2단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힘차게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해 주고 있다. 사진작가 오세기씨 제공

설악산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완만한 주릉을 갖춘 속 깊은 산이어서 예부터 난리통에 숨어살기 좋은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조선 중기 이후 백성들 속에 유포된 일종의 예언서인 정감록(正鑑錄)에 방태산의 오묘한 산세가 여러 번 언급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봄이면 1200m 이상의 능선에 얼레지, 노랑제비꽃 등 각종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이면 곳곳에 산재한 이끼계곡과 폭포가 청량감을 더한다.

가을이면 비경으로 손꼽히는 적가리골과 골안골, 용늪골 등에 만발한 단풍이 유혹하고 고목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설경은 초겨울부터 4월까지 이어진다.

사계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나 방태산은 역시 여름 산행의 최적지다.

맑고 차디찬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걷다 보면 어느 새 더위가 싹 가신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는 적가리골의 풍광은 단연 압권이다.

마당바위에서 300m 정도 올라가 계곡 중간에 걸쳐 있는 2단폭포의 수려한 경관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계단폭포라고도 불리는 이곳엔 피나무·박달·소나무·참나무류 등 다양한 수종이 자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담소(潭沼)의 맑은 물속에

열목어·메기·꺽지 등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방태산 자락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개인약수와 방동약수도 빼놓을 수 없다.

주걱봉 서남쪽 아래 해발 1080m에 위치한 개인약수는 고종황제에게 진상했다가 하사품을 받을 정도로 이름난 명수이고

‘인제 8경’ 중 하나인 방동약수는 탄산 성분이 많아 톡 쏘는 맛이 일품으로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긴 후 들이켜는 한 모금의 약수는 한여름 폭염에 지쳐 있던 심신에 새 기운이 도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등반 코스별로 6 ~ 9시간…산행 뒤 내린천 래프팅 ‘제격’

방태산은 규모가 큰 만큼 등반하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코스 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6~9시간 걸린다.

대표적 등반 코스는 △대개인동~개인약수~능선 삼거리~정상~구룡덕봉~대개인동(6시간20분) △살둔~숫돌봉~개인산~구룡덕봉~정상~능선삼거리~개인약수~대개인동(9시간10분) △대개인동~개인약수~배달은석~깃대봉~매화동계곡~송어양식장~매화동(6시간20분) △방태산자연휴양림~마당바위골~구룡덕봉~정상~깃대봉~1073봉~계곡 아우라지(8시간20분) 등이다.

초심자들은 대개인동 원점회귀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가장 짧은 코스인 데다 출발·도착지인 대개인동의 미산자연휴양림이나 개인산장까지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약수까진 그리 가파르지 않으나 이후 능선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경우 경사도가 급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후 여유가 있다면 내린천에 들러 래프팅을 즐기는 것도 좋다.

내린천은 그 길이가 70㎞에 달하며 푸른 물줄기와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인제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상남까지 이어지는 52㎞의 구간이 래프팅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인제읍 합강 2리에 위치한 합강정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조선 숙종 때 금부도사를 역임한 이세억이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합강정은 소양강 상류인 내린천·인북천·북천 등이 합류하는 지점에

세워진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합강정 부근에는 번지 점프장도 있어 스릴을 만끽하려는 20, 30대 젊은층이 즐겨 찾고 있다.

이 지역에서 황태나 산채를 이용한 토속적인 음식을 맛보면 미각도 충족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방태산을 가려면 홍천을 거쳐 철정검문소에서 우회전해 상남~현리~방동 2리 코스를 택하면 된다.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현리간 버스편이 있기는 하나 운행 횟수가 적은 편이다.

<인제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고산습지보호구역 산들늪희귀 동식물 ‘생명의 보고’

재약산 산들늪은 고산지대에 있는 늪 가운데 손꼽히는 경관을 지니고 있다.

해발 700m에 위치해 구름이 늘 머물며 물기를 뿌리고, 늪 주변이 광활한 평원이다.

버들치 같은 이색적인 종도 서식하는 등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등산객들이 재약산 해발 700m에 위치한 산들늪 평원을 등반하고 있다. <밀양시 제공>


산들늪은 재약산 수미봉 아래 사자평 동남쪽에 있으며 2006년 고산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0.58㎢이고 이탄층이 발달된 습지에 진퍼리새와 오리나무 군락이 무성하다. 멸종위기 종 2급인 삵과 복주머니난, 큰방울새난 등

보호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고산습지인데도 산간계류에 사는 버들치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버들치는 깨끗한 1급수의 물에서만 사는 지표종이다.

수량이 넉넉하고 경쟁자가 없어서인지 버들치의 개체수가 많다.

재약산 사자평으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홍룡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김한태기자>

양서류로는 계곡산개구리·산개구리·무당개구리·도롱뇽 등이 서식한다.

특히 계곡산개구리는 집단으로 서식하여 늪의 중요성을 한층 더하고 있다.

파충류로는 멸종위기 보호야생동물인 까치살모사를 비롯, 대륙유혈목이·장지뱀·줄장지뱀·

쇠살모사 등이 발견됐다.

조류는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이와 제327호인 원앙을 비롯하여 물까마귀·쏙독새·어치·

멧비둘기·꿩·까마귀 등이 발견됐다.

베치레잠자리 등 200여 종류의 곤충류도 서식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남에서 열리는 람사르 총회때 산들늪 생물상이 사진으로 전시돼 외국인에게도

소개된다.

표충사 오른쪽 옥류동천 수계에 있는 층층폭포 위에 있다.

이 폭포를 돌아 올라와 옛 주민들이 살던 터에서 수미봉으로 난 임도를 500m 오르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산들늪으로 들어서게 된다.

계단식으로 조성된 묵논(묵힌 휴경지)이 있다. 늪의 모습을 회복하는 단계에 들었다.

세파 등진 ‘약산’ 찌든 마음이 싹∼

해발 1000m 이상의 준봉들로 이루어진 영남 알프스 산군 중 하나인 재약산은 경남 밀양시

단장면과 산내면 그리고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경계를 끼고 있다.

재약산에는 자연치유 이미지가 있다. 재약(載藥) 즉, ‘약을 지녔다’는 이름만으로도 그런 느낌을 준다.

신라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이곳에서 병을 고쳤다고 하고,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집도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재약산 경관을 조망할 지점은 산자락, 7부 고지, 정상 등 3곳이다.

산자락에서 위를 쳐다보면 험준한 산세가 두드러진다. 보통 산은 비탈면을 따라 점진적으로 높아지지만 이곳에서는 눈앞에 정상의 암벽이 전개된다.

재약산은 필봉, 관음봉 등 8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부채꼴처럼 펼쳐있다.

부채의 손잡이 매듭 지점이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이고 그곳에 표충사가 있다.

표충사에서 좌우를 살피면 각 봉우리 정상 부근에 높이 100m가량의 험준한 절벽이 놓여있다.

사나운 날짐승이나 기거할 만한 곳이라서인지 이름도 ‘매바위’ 등으로 지어졌다.

이 산체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그런 지질사를 모를지라도 웅대한 규모와 가파른 형세에 시선과 마음이 압도되기 십상이다.

두번째 경관은 7부 고지에서 만나는 평원. 가파른 산골짜기를 타고올라 7부 고지에 서면 뜻밖에 광활한 평지가 펼쳐진다.

면적은 4.1㎢로 오래전부터 사자평 고원이라 불린다.

워낙 높고 넓은 평원이기 때문에 백수의 왕인 사자가 뒹굴만한 곳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난리나 박해를 피하려는 가련한 사람이 주로 머물렀다.

멀리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숨어들어 도자기를 구워 생계를 이었고, 한국동란 때도 피란민이 찾아들어 땅을 개간해 연명했다.

세파가 닿지 않고, 하늘에서는 가까운 이곳이 피신처였던 것이다.

이곳에는 고사리학교라는 이름의 초등분교가 있었는데 주민 이전과 함께 1996년 폐교됐다.

사자평은 억새의 바다다.

가을 바람에 쓸리는 모습을 비롯 해가 뜨고 질 때의 광경, 눈이 덮였을 때 광경 등 사계절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 가운데 저습한 곳을 ‘산들늪’이라 이름지어 보호지구로 지정했다.

세번째 경관은 정상 수미봉(1108m)에서 보는 확 트인 광경이다.

정상에 서면 이웃한 고헌 가지산, 그리고 신불산과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000m 이상 산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1년 중 100일가량은 구름이 머물고 있다.

구름의 변화는 현란하기 짝이 없어 산정에 올라서면 구름속에 갇혔다가 풀려났다를 반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재약산 등산길은 수십 갈래지만 크게 보아 4가닥이다.

3개는 계곡을 따라 열려 있고, 나머지 하나는 능선이다.

표충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길(옥류동천)은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따라 1.5㎞가량 평탄하고 긴 숲을 거쳐 사자평에 오른다.

그 과정에 홍룡폭포와 층층폭포가 전개되는 기암을 볼 수 있다.

표충사 왼쪽으로 들어가는 길(금강서천)도 계류를 끼고 한참 걷다가 사자평에 오른다.

산내면 남명리 얼음골에서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올라 천황산을 거쳐 오는 길도 있다.

울산 쪽에서 선호하는 길은 상북면 배내골 주암마을에서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계곡 측면에 난 길을 따라 2시간 내내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등정할 수 있다.

재약산 표충사는 신라 진덕여왕 때(654년)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이름은 죽림사였다고 한다.

그 뒤 조선시대 현종 때 표충서원이란 액자를 하사받아 지금까지 이른다.

사찰과 사당과 서원을 겸비한 특이한 형식이다.

김원일의 장편소설 ‘솔아솔아 푸른솔아’의 무대로도 소개된다.

<울산|김한태기자 kht@kyunghyang.com>

ㆍ부드럽고 순한 흙…산 능선마다 ‘천상화원’

소백산은 백두대간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넓은 고산 초원에 주목, 왜솜다리 등 수많은 희귀식물을 키워내고 있는 야생화의 천국이다.

소백산 희방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계곡 쪽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영주시청 제공

소백산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의 경계를 이룬다.

동해안을 타고 남하하던 백두대간이 지리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남쪽으로 뻗어내리며 일으켜 세운 모양새다.

한반도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생태통로다.

빼어난 절경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로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주봉인 비로봉(1439m)과 국망봉(1421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등 해발 1300m 이상의 높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지만 험하거나 날카로운 기운보다는 부드럽고 순후함이 느껴지는 토산(土山)이다. 곳곳에 초원지대가 발달, 능선의 부드러움이 빼어나다.

조선 최고의 풍수학자인 남사고는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 예찬했다.

늦봄에서 초여름이면 소백산 능선에서는 연분홍색 실로 수를 놓은 듯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립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에서 정상인 비로봉을 잇는 4.4㎞ 구간은 능선 자체만으로도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이 때가 되면 능선 곳곳에 철쭉이 ‘바다’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의 철쭉은 고원지대여서 개화 시기가 늦다.

높은 고도로 일교차가 커 다른 곳과 달리 붉지 않고 연한 분홍으로 자태가

곱다.

산행객들은 탁 트인 전망,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꽃말처럼 철쭉이 주는

‘사랑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다.

소백산에는 희귀식물이 많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다.

제1연화봉과 비로봉 사이 해발 1200~1350m 지점의 북서 사면에 분포하고

있다.

200~800년 된 주목 수천그루가 자생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주목 군락지다.

비로봉 서쪽 사면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됐다.

1000여그루의 주목이 고지의 강풍과 눈 등으로 대부분 휘어져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비로봉 일대에는 모데미풀과 노랑무늬붓꽃 등 세계적인 희귀종도 많다.

모데미풀은 한라산, 금강산 등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종이다.

소백산에 가장 많이 서식, 5월 초순이면 소백의 숲속을 온통 흰빛으로 물들인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노랑무늬붓꽃도 이 시기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린다.

소백산은 너도바람꽃·노각나무·솔나리·자란초·홀아비바람꽃 등 귀한 식물들을 무수히 많이 키워내고 있다.

초원을 따라 펼쳐진 능선 길섶에 고개를 내민 형형색색의 야생화 무리는 왜 소백산을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지 실감케 한다.

소백산 비로봉 정상에서 연화봉 방면으로 나무로 만든 산책로가 우거진 수풀 사이에 등산로를 따라 놓여져 있다. |최슬기기자

겨울 설경도 빼놓을 수 없다.

소백(小白), 이름 그대로 연중 6개월은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으로 인해 ‘한국의 알프스’로도 불린다.

겨울 산행의 백미로 꼽히지만 ‘칼바람’으로도 유명해 조심해야 한다.

소백산의 능선들은 단양과 영주 쪽으로 골짜기를 파내려가면서 골마다 비경을 빚어냈다.

영주 쪽으로는 국망봉 아래 초암사에서 소수서원으로 흐르는 죽계구곡과 돼지바위·연화봉 희방폭포·죽령옛길 등을 냈다.

단양 쪽은 남천계곡, 천동계곡 등 단양팔경의 시발점이다.

계곡마다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물을 자랑, 여름철 무더위를 날리기에

더없이 좋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아름다운 산. 소백은 일출도 장관이다.

연이어지는 능선의 초원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겹겹이

둘러싸인 산줄기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가슴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주·단양 쪽에서 다양한 코스
부석사 등 문화재·명승지 많아


소백산을 오르는 길은 많다. 영주 쪽에서든 단양 쪽에서든 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오르는 길을 많이 찾는다.

영주 쪽에서는 주로 희방사~연화봉(등산 2시간20분)과 죽령~연화봉(등산 2시간30분) 등 연화봉 구간과 비로사~비로봉(등산 3시간), 초암사~국망봉(등산 3시간10분) 코스를 이용, 정상 능선에 오른다.

능선 길을 따라 봉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연화봉~비로봉 1시간45분, 비로봉~국망봉 1시간20분가량이다.

각 봉우리에 오른 뒤 어떤 코스로 하산하느냐에 따라 소요 시간은 달라진다.

영주 쪽에서 가장 많이 찾는 등·하산 코스는 희방사~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비로사 코스로 6시간20분가량 걸린다.

단양에서는 어의곡~비로봉~천동쉼터~천동안내소 코스를 많이 찾는다. 6시간가량 걸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사무소에 따르면 백두대간 종주 코스는 4개 구간으로 나눠진다.

사동~죽령(9.2㎞, 5시간), 죽령~고치령(25.5㎞, 10시간35분), 고치령~마구령(7.5㎞, 3시간30분), 마구령~늦은목이(5.7㎞, 3시간) 구간이다.

소백산은 그 자락에 많은 문화유적과 명승지를 품고 있다.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아름다운 부석사, 초암사·비로사·희방사·성혈사 등 신라 천년의 고찰과 소수서원, 금성대군 신단,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망국의 한을 안은 마의태자, 어린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스러진 금성대군, 왕건·이황 등 시대와 역사를 풍미한 선조들의 숱한 사연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한때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여서 단양 쪽에는 온달산성 등 고구려 명장 온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소수박물관·선비촌·풍기온천·옥녀봉자연휴양림·풍기인삼시장·무섬전통마을 등 체험하며 보고 즐길거리도 많다.

단양쪽 역시 구인사·다리안관광지·천동동굴·고수동굴·도담삼봉 등의 명승지가 즐비하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붉은 섬’이 연모한 영산…해돋이·해넘이 ‘황홀경’

‘붉은 섬’ 전남 신안군 홍도에 우뚝 솟아 있는 깃대봉.

367.4m로 그다지 높지 않아 ‘봉오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섬 자체가 전부 천연기념물이다.

그래선지, 보물을 깔고 앉은 기세가 당당하기만 하다.

홍도 주민들도 ‘깃대봉’을 육지의 백두산·지리산 못지않은 ‘영산(靈山)’으로 친다.

홍도 해넘이 광경. 해가 서해로 떨어지기 전 홍도 섬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이 든다.


언제부터 ‘깃대봉’으로 불리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문헌상의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깃대봉’에는 볼거리 많은 홍도를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녹아 있다는 설명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산꼭대기에 깃발까지 꽂아, 기어이 내 것으로 삼고 싶을 만큼 멋있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깃대봉이 둥지를 튼 홍도는 절구마냥 허리가 잘록하다.

먼 바다에서 보면 큰 배가 작은 배를 뒤에 달고 북동쪽으로 급히 항해하는 모양새다.

그 큰 쪽의 정상이 깃대봉이다. 아래 쪽엔 양산봉(236m)이 깃대봉을 마주보고 있다.

깃대봉 아래 펼쳐진 산자락은 온갖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오랫동안 육지와 떨어져 있어 손이 타지 않은 덕분이다.

그래서 1965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됐다.

81년엔 이마저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넣은 후 특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풀 한 포기, 돌 한 개라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해돋이·해넘이는 관광객들이 가장 다시 보고 싶어하는 장면이다.

깃대봉, 산 중턱, 바닷가 등 어디라도 상관없다.

바로 앞 바다에서 시뻘건 태양이 뜨고 질 때면 마치 몸이 태양에 끌려가는 듯한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홍도항 바로 앞 2개의 바위 덩어리, 녹도를 배경으로 가을에서 봄까지 일출이 장관이다.

해넘이는 해돋이보다 훨씬 비경으로 꼽힌다.

북서쪽 탑섬, 띠섬, 독립문 바위 등을 무대삼아 해가 넘어갈 때쯤 갈색 바위 투성이 홍도는 서쪽 전체가 붉게 변한다.

산 너머 섬 동쪽 바닷물빛까지도 똑같은 색을 띨 만큼 섬 주변이 온통 ‘붉은 나라’로 변한다.

홍도(紅島)라는 지명은 바로 이런 해넘이 풍광에서 비롯됐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기자기하게 자란 홍도풍란·무엽란·나도풍란·석곡충란은 ‘숨겨나가고 싶은 모험심’을 자극한다.

절벽의 틈새마다 노송·백동백 등이 마치 인공으로 분재를 심어놓은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후박나무·식나무·나자·피자 등 274가지 희귀 식물과 곤충류·파충류·포충류 등

230가지 동물도 볼 수 있다.

‘동북아 철새들의 쉼터’로 확인돼 2005년 7월 국립공원철새연구센터까지 세워져

7명의 학자들이 관찰·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파도가 암벽에 부딪혀 이뤄놓은 ‘해변 조각품’은 탄성을 부른다. 층층이 포개놓은 듯한 바위와 칼로 그은 듯 내리뻗은 절벽은 물론 기둥바위·

원숭이 바위·독립문 바위·슬픈 바위·꽃동굴·거북바위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북쪽 절벽엔 1933년 일제 때 만든 등대가 있어 아직도 전방 45㎞까지 불빛을

비춘다.

홍도는 남북으로 6.7㎞, 동서로 2.4㎞, 전체 면적이 6.4㎢다.

큰 동네가 쾌속선이 닿는 홍도 1구다.

이 마을 뒤편엔 길이 1200m, 폭 100m짜리 해수욕장이 있다.

경찰·초등학교·보건소·면사무소 분소·교회·성당 등이 있다.

딸린 섬 20여개 근처는 선상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민 535명이 관광 수입과 어업으로 살고 있다.


목포서 배로 2시간20분 거리…2구 등대선 무료숙박도 가능

홍도 2구 마을 뒷산에 자리한 홍도등대가 앞바다 무인도와 어울려 멋진 광경을 자아내고 있다.

홍도 길은 목포를 통해서만 갈 수 있다.

한때 전북 부안에서도 쾌속선이 다녔으나 중단됐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오전에는 7시50분, 오후에는 1시20분·2시에 들어가는 배가 있다.

나오는 배는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4시30분 각각 3차례이다. 2시간20분 거리다.

들어갈 때 3만5100원, 나올 때 3만3600원 배삯을 내야 한다.

첫 배로 들어갔다가 마지막 배를 타고 나오는 당일치기도 많다.

그러나 겨울철엔 폭풍주의보가 잦아 적어도 ‘2박3일 여정’은 각오해야 한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들 만큼 유명세를 타는 깃대봉이지만 정상까지는 오를 수 없다.

천연기념물인 섬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수년 전부터 외지인이 산에 오르는 것을

막고 있다.

그 대신 해발 300m 지점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그런 대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은 여전히 1구(죽항리)~깃대봉~큰재~2구(석촌리) 사이 2.4㎞를 오갈 수

있다.

양쪽 동네에서 산에 오르는 길이 급경사여서 산행이 쉽지 않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거리다.

이 길은 아름드리 동백나무·후박나무 등의 숲이 터널처럼 우거져 있어 매력적인 등산로로 꼽혔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늘 “길을 열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 신안군은 가이드를 붙여 등산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으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아직 반대하고 있다.

‘해상관광’을 통해서도 깃대봉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유람선으로 해안 20㎞를 돌아오는 데 2시간30분 걸린다.

배삯은 1만9000원. 홍도엔 여관 20군데, 민박 50군데가 있어 하루 3000명의 관광객을 받을 수 있다.

2구의 풍광 좋은 등대에선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

다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 홍도관리사무소(061)246-3700

<홍도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골짝에 들면 禪界 능선 오르면 仙界

전북 고창군에 자리잡은 선운산은 높이 336m이다. 1979년 12월27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운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임을 의미한다.

선운산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비경은 수많은 산행인들을 불러 모은다.

한쪽으로는 선운계곡과 도솔계곡 등 골짜기의 신비를 탐닉하면서 고개를 돌리면 서해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도솔산의 정상부가 펑퍼짐한 테라스 형태를 뽐내고 있다. 산 위엔 송림이 울창하고 전망대에서 보는 정취가 일품이다.


선운산에 가려면 입구에서 선운사를 만나기 때문에 고찰을 둘러보고 산행을 즐기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돼서 관광단지내에 주차장이 넓고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도 많다.

산이 높지 않고 볼거리가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적당하다.

산에 오르면 진흥굴·도솔암·내원궁·용문굴·마애불·낙조대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특히 산 아래 고찰 선운사는 봄의 동백과 벚꽃, 등산로에 피는 늦여름의 상사화가 일품이다.

늦가을 단풍도 절색이다. 천연기념물 제367호인 송악과 354호인 장사동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선운산은 대표적으로 도솔산을 가리키지만 선운산 도립공원 안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지칭한다고 봐야 한다.

이 산은 높이에 관계없이 굴곡이 무척 심하다.

군데군데 위험한 암릉도 적지 않다.

산기슭에는 우리의 정겨운 문화유산이 널려 있다.

등산을 하며 문화적 향취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산이다.

선운산 산행의 특징은 능선을 따라 양편에 전개되는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선운산 일대에서 경수산만이 444m일 뿐 도솔산(336m), 개이빨산(345m), 청룡산(314m), 비학산 (307m) 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키재기를 하며 봉우리를 이룬다.

이름은 모두 산이지만 각각의 산과 봉우리를 하나의 산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아 염주 꿰듯 한꺼번에 올라야 진정한

선운산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수산에서 시작해 삼인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종주산행은 U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으로

산과 봉우리만 15개 정도에 이른다.

이 코스는 하루 꼬박 걸리는 10시간 이상 계획을 잡아야 구경도 하면서 종주할 수 있는 긴 거리이다.

선운사는 봄에는 동백과 벚꽃, 늦여름에는 등산로에 피는 상사화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도솔계곡의 산자락과 골짜기에는 유서깊은 불교의 도량인 선운사, 참당암, 사자암, 동윤암 등이 골골마다 자리잡고 있다.

선운사는 도솔산에서 동남쪽으로 보인다.

도솔산은 봉우리라기보다 정상부분이 펑퍼짐한 테라스를 이룬 산이다. 산 위엔 송림이 울창하지만 동과 서 양쪽으로 전망대가 나 있는 단애위는 전망을 방해할 만한 장애물이 없다.

선운산이라면 이 도솔산을 지칭한다.

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들 중 그 기묘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마치 거대한 버섯이 하늘을 향해 솟아난 듯 보이는 배맨바위와 수직으로 곤두선 거대한 모루 모양의 천마봉이다.

도솔산에서 조망이 좋은 계곡을 내려다 보며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참당암길이 된다.

이곳을 빠져나오면 곧 산죽이 거대하게 자란 산죽밭이 나타난다.

산죽림속으로 난 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가는 맛 또한 각별하다.

여기서부터 선운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경관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의 암릉과 암곡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화적인 경관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거대한 바위가 각각의 능선에서 마지막으로 서서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협곡이 전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동백·벚꽃·단풍 그리고 눈꽃…선운사 진입로 사시사철 운치

선운산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는 게 가장 용이하다.

선운산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면 이정표가 길 안내를 편히 해 준다.

호남고속도로는 정읍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22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공원이 나오면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등산 코스는 2개로 나뉜다. 제1코스는 주차장-경수산-마이재-도솔산(선운산)-국사봉-천마봉-낙조대-배맨바위-청룡산-사자바위암릉-투구봉-도솔계곡 코스다. 7~8시간 소요된다.

제2코스는 선운사 직전 우측계곡-마이재-도솔산-국사봉-낙조대-마애불-도솔암-도솔계곡-선운사 코스로 4~5시간가량 걸린다.

선운산 아래에 있는 선운사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이 사찰은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선운사의 대웅보전 뒤에 큰 동백군락이 있다.

매년 초봄이면 빨간 동백꽃들이 피어났다가 툭툭 떨어져 땅을 붉게 물들인다.

동백 외에도 볼거리는 많다. 상가단지서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진입로는 가로수가 정갈하다.

동백이 질 때면 벚꽃이 피어나고 단풍나무도 곱다. 사찰 입구에는 계곡과 고목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진입로 중간에 있는 선운사 부도밭은 전나무숲속에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어 우리나라 최고 부도밭이라는 평을 얻었다.

경내로 들어서면 만세루와 대웅보전, 그 옆으로 영산전과 명부전 등의 건물이 보인다.

일주문 부근에서 갈라지는 산길을 따라 도솔암까지 올라가 보는 일도 흥미롭다.

이 산길에는 늦여름 꽃무릇이라는 예쁜 꽃이 피고 가을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선운사에는 대웅보전이 보물 290호로, 금동보살좌상이 279호로 지정돼 있다.

<고창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ㆍ암릉·암벽의 향연설악이 부럽잖네

충북 영동군 양산면과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걸쳐 있는 천태산(天台山)은 ‘충북의 설악산’이라 불린다.

암릉과 각종 수목이 계곡의 청류와 어우러진 경치와 산세가 ‘설악산’ 못지않게 수려해서다.

기암괴석과 암릉이 빚어낸 절경은 등산 애호가뿐 아니라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아마추어 산악인들에게는 최고의 암릉 산행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주변에 영국사(寧國寺)를 비롯한 양산팔경, 한천팔경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 능선을 따라 동쪽은 영동군, 서쪽은 금산면이고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북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는 섬진강을 만든다.

‘충북의 설악산’이라 불리는 천태산은 경치와 산세가 수려해 가족 산행지로 적격이다. 사진은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영국사 전경.
| 영동군청 제공


해발 715m인 천태산은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쉬워서 아무나 오르내릴 수 있는 산도 아니다.

암릉이 가진 묘한 매력 때문에 한번이라도 이곳을 거쳐간 등산 애호가들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느낀다고 한다.

천태산 산행은 ‘하늘에 잇닿아 있는 곳, 신성이 사는 곳’이라는 뜻의 ‘천태동천’(天台洞天)에서 시작된다.

이 계곡에서 진주폭포·삼단폭포 등을 만나게 되는데 미끄러져 내려오는 듯한 물의 흐름은 폭포의 웅장함을 뛰어넘는 매력을 담고 있다.

수령이 10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앞에 보이면 그곳이 바로 양산팔경의 제1경인 영국사다.

신라 때 창건된 영국사는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대각국사(大覺國師)가 크게 중창한 뒤 국청사(國淸寺)라 불렀다.

이후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이 피란와서 ‘나라가 평안해지라’고 기도를 한 후 지금의 영국사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앞에 서 있는 3층탑(보물 제533호)도 대웅전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서 옮겨졌다.

이외에도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535호인 망탑 등 볼거리가 많다.


등산 코스는 영국사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으로부터 A·B·C·D 4개의 코스가 있다.

‘미륵길’이라 불리는 A코스는 최북단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최단 코스다.

‘관음길’이라 불리는 B코스는 영국사로 직접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인데

2005년 4월 발생한 산불로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원각국사길’이라 불리는 C코스는 영국사 남쪽 원각국사비에서 구멍바위를 지나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남고갯길’로 불리는 D코스는 남고개로 이어지는 길로

하산할 때 많이 이용한다.

능선을 타고 30분쯤 걷다보면 왼쪽으로 급경사 암릉이 나타난다.

이곳에 75m에 달하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바위를 오르며 주변의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암벽타기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오른쪽 우회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 암릉에 올라선 뒤 또 한번의 암벽을 지나면 주능선에 닿는다.

정상은 주능선 갈림길에서 북서쪽으로 200m쯤 떨어져 있다. 영국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서대산, 남쪽으로 성주산이 보이고 멀리 덕유산·계룡산·속리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남쪽 주능선을 따라 남고개를 향해 내려온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암릉 구간이고 왼쪽은 우회 등산로이다.

천태산을 얘기할 때 인근 금호약방을 운영하는 배상우씨를 빼놓을 수 없다.

양산면 ‘토박이’인 배씨는 오늘날의 천태산을 있게 한 주인공이다.

그는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었다면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았을 절벽인 암릉길에 사비를 들여 로프를 설치했고, 안내 팻말을 세우는 등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또 천태산의 네 갈래 등산로를 발품팔아 찾아낸 뒤 사람들이 다닐 만한 길로 다져놓기도 했다.

고려 망탑 벗삼아 하산금강변 드라이브도 ‘환상’
천태산 산행은 영국사에서 첫발을 내디딘다.

천태산 등산로는 A·B·C·D 네갈래 길이 있는데 영국사 은행나무 앞에서 A코스와 B·C·D코스로 갈린다.

천태산 정상까지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길은 A코스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등산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등산로다.

영국사 대웅전 오른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A코스 초입이 나타난다.

B·C·D코스로 가려면 영국사 왼쪽의 원각국사비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주능선인 D코스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C코스는 약간 어려운 암릉지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는 부담스럽다.

B코스는 영국사에서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계곡을 거치게 돼 있어 폐쇄됐다.

C코스, D코스 모두 정상에서 영국사까지 하산하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영국사에서 하산로는 망탑길로 한다.

표지 리본을 매단 길을 지나 간이매점이 선 고갯마루에서 오른쪽으로 망탑길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보물 제535호인 망탑은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처럼 자연석을 깎아 기단을 삼은 고려시대 석탑이다.

탑 구경 후에는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봉우리 남쪽의 가파른 벼랑을 내려선 직후 곧장 표지 리본을 따라 직진하지 말고 왼쪽으로 90도 꺾어 계곡길로 들어서면

진주폭포 삼거리에 다다른다.

서울 쪽에서 승용차 편으로 찾아가는 산행객은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으로 나간 뒤 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진행하다 이원면에서

우회전해 501번 지방도로로 누교리까지 15㎞를 가면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부산 방면에서는 황간 나들목으로 빠져나가 4번 국도와 영동읍·양산면·누교리를 거치면 된다.

천태산 입구인 누교리를 벗어나 남쪽으로 4㎞ 달리면 바로 금강 물줄기를 만난다.

긴 호탄교를 건너 금강 남안을 따라 달리는 68번 지방도로로 접어들면 환상적인 강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영동 |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ㆍ암봉들 소양호에 발을 담그고…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에 걸쳐 있는 오봉산(五峰山)은 암봉 타기의 묘미와 호수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 몇 안되는 호반 산행지이다.

해발 779m인 이 산은 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소양호’에 발을 담근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양호의 전망대’라 불리기도 한다.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힘찬 물줄기를 쏟아낸다는 오봉산의 구성폭포. 왼쪽 작은 사진은 청평사 안에 있는 ‘공주와 상사뱀’ 조형물. 춘천시 제공

인접한 백두대간의 고산준령에 비해 산세는 그리 크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하지만 거대한 암봉과 노송, 푸른 호수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만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아름다운 계곡미를 갖추고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여서 등산 동호인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는 산이다.

다섯개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는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산은 예전에 경운산(慶雲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배후령에서 주능선을 따라 이어진 나한봉·관음봉·문수봉·보현봉·비로봉이 바로 ‘5봉’이다.

수직 절벽 위 암릉길 곳곳에 어렵사리 버티고 서 있는 노송들은 마치 신선이 한 폭의 동양화 속을 노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은 제4봉인 보현봉 주변이다.

이곳에 오르면 사명산을 비롯해 가리산·병풍산·대룡산·금병산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화천 오음리 분지의 모습은 평온함을 되찾게 한다. 그리고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아름다운 자태는 탄성을

자아낸다.

보현봉에서 잠시 휴식한 뒤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정상인 비로봉이 나타난다.

숲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정상에서 남쪽 청평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암릉길 코스의

풍광은 단연 압권이다.

절벽이 많고 경사 또한 만만치 않아 긴장감을 더하나 비경을 간직한 선동계곡과 구멍바위, 망부석바위 등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오봉산 산행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하산길 내내 청량감을 더하는 소양호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산행 말미에는 오봉산을 병풍삼아 소양호 변에 살포시 자리잡고 있는 ‘청평사’ 관람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고려 광종 24년(973) 영현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인 청평사에는 보물 제164호인 회전문(廻轉門)과 오봉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영지(影池), 삼층석탑(강원문화재자료 8호), 수령 800년 된 주목, 공주굴, 공주탕 등 볼거리가 많다.

회전(廻轉)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줄임말로, 중생들에게 윤회의 이치를 깨우치기 위해 회전문을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문화유산 해설사가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공주와 상사뱀’ 설화는 이 절에 대한 흥미를 한층 더해준다.

“옛날 중국에서 공주를 사랑하다 왕에게 발각돼 처형된 평민이 ‘상사뱀’으로 환생, 공주의 몸을 감싸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청평사를 찾은 공주가 기도를 올리자 회전문을 통과하던 뱀은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떠내려가 죽고 말았고

그 공주가 부처님 은공에 감사드리기 위해 삼층석탑을 세웠다.”

이후 공주가 노숙했던 동굴은 ‘공주굴’로, 목욕을 했던 웅덩이는 ‘공주탕’, 삼층석탑은 ‘공주탑’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 수직절벽 가운데로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힘찬 물줄기를 쏟아낸다는 청평사 오름길의 구성폭포는 산행후 피로를 말끔이 씻어준다.

청평사 산행은 귀갓길에 유람선을 타고 나오며 소양호의 경치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깎아지른 절벽 많아 주의…하산후 닭갈비 투어는 ‘덤’

오봉산은 결코 얕잡아볼 산이 아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많은 데다 굴곡도 심해 등반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60도 정도 급경사 절벽을 기어 올라야 하는 구간도 있다.

위험 구간에 철주와 쇠줄이 설치돼 있긴 하나 발 디딜 곳을 신중히 찾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매우 미끄러우니 가급적 산행을 피하는 게 좋다.

등반 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3시간20분~5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배후령~서남릉 삼거리~정상~688봉 남쪽 능선삼거리~청평사(4시간15분) △청평산장~청평사~쇠줄지역~688봉~정상~서남릉 삼거리~배후령(4시간35분) △배후령~서남릉 삼거리~정상~백치고개~부용산~부용산 남릉 안부~하늘소 민박(5시간10분) △백치고개~거북바위~선동계곡~청평사~청평산장(3시간20분) 등이다.

대다수 초심자들은 이 중 배후령을 들머리로 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표고차가 크지 않아 비교적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후령~청평사 구간은 도로포장이 돼 있어 차량을 두고 이동하기 편한 장점도 있다.

오봉산 주변에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소양호 한가운데에 있는 소양예술농원을 비롯해 추곡약수, 춘천·의암·소양댐, 집다리골자연휴양림, 막국수체험박물관, 인형·애니메이션박물관, 고슴도치섬 등이다.

귀갓길에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을 찾으면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생닭을 저며 양념에 재웠다가 야채를 넣고 함께 철판에 볶아내는 닭갈비 맛이 일품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오봉산을 가려면 경춘국도를 이용, 청평~강촌~춘천역~소양2교~양구방면 우회전~천전리~배후령~간척사거리 우회전~청평사 유원지 코스를 따라 진입하면 된다.

영남 지방에서는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춘천으로 오면 되고, 호남·충청지역에서는 중부고속도로 하남분기점~팔당대교~경춘국도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최승현기자

<춘천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옥수계곡…기암괴석…점입가경

백운산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 해발 904m.

강원도 북부 지방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광주산맥의 줄기로 뻗은 능선상의

한 봉우리다.

국망봉·박달봉·도마치봉·개이빨산 등과 같은 높은 봉우리가 멋지게 무리를

이루고 있다.

크고 작은 연봉들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가운데 깊은 계곡으로 맑은 물이

흘러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사계절 내내 독특한 비경을 간직한 이 산은 겨울철 설경이 아름답기로도

소문났다.

그래서 겨울 산행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흙산으로 수림이 울창해 계곡이 발달했지만 곳곳에 하얀 화강암 바위들과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가 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화강암 계곡 특유의 둥근 바위가 개울안에 그득하고 맑은 계곡물이 곳곳에

소(沼)를 이루고 있다.

여기저기 너럭바위와 그 곁에 늘어선 늙은 소나무들, 물가까지 이어진

낭떠러지가 운치를 더해준다.

남북으로 쭉 뻗은 주능선의 서쪽으로는 지능선이 완만하게 뻗어 있고, 산 속에서 나오는 풍부한 물이 암반을 노출시켜 자연스레

계곡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산행은 일명 ‘캐러멜 고개’라고 불리는 광덕고개 마루턱에서 시작한다.

캐러멜 고개라는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험하고 구불구불한 이 고개를 넘던 미군 지프 운전병이 피로에 지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상관이 운전병에게 캐러멜을 건네줬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광덕고개는 지금도 길이 험해 운전이 쉽지 않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변 경치가 빼어나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브 코스로 택하고 있다.

고개 정상에는 각종 약재와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모여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고개 정상 철계단으로부터 산행을 시작해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쉬엄쉬엄 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지리산에만 있다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가 자연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난다.

꽃이 피는 4월쯤에 오르면, 흔히 보기 어려운 히어리꽃을 감상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봉우리를 두어개 넘고 싸리나무가 있는 길을 지나 다시 두 개의 봉우리를 넘고 보면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는 광덕산이, 남쪽으로는 국망봉이, 동쪽으로는 명지산과 화악산이 장수처럼 버티고 선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흥룡사를 지나 백운계곡 안으로 들어가다 오른쪽 지능선길로 올라가면 가파른 코스로 삼각봉에 이른 다음 도마치봉을 거쳐

백운산에 오르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는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대신 그윽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삼각봉으로 오르는 길은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급경사길로 소나무 가지 사이로 광덕산에서 무학봉으로 뻗는 능선이 조망되기도 한다.

이 봉우리를 오르면 왼쪽으로 멋진 암릉이 있어 백운계곡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암릉은 계곡 쪽으로 뻗어있는 노송과 더불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겨울철에는 도마치봉·국망봉·강씨봉·청계산·운악산으로 이어지는 설능종주 코스가 등산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있다.

하산은 정상에서 서쪽으로 뚫린 능선길을 따라간다.

오른쪽으로는 흥룡봉을 바라보며 참나무, 소나무 숲을 지나면 광덕고개와 백운계곡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흥룡사를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오면 약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10km 걸친 수려한 백운계곡 여름엔 호젓한 산행 뒤 물놀이
백운산은 경치가 수려한 백운계곡으로 유명하다.

인근 광덕산(1046m)에서 발원해 박달계곡을 거쳐 흘러내린 물과 백운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린 물이 모여 발달한 계곡이

10㎞쯤 이어진다.

입구는 일부 훼손됐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윽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백운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능선 코스에 비해 대체로 조용한데다 청류옥계라 불릴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해 산행의 운치를 충분히 느낄 만하다.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산사면엔 바위와 어울리는 소나무가 늘어서 있어서 운치가 뛰어나다.

산의 높이에 비해 상당히 긴 계곡은 정상 부근까지 깊게 파여 있다.

계곡이 길기도 하지만, 계곡의 좌우를 따라 뻗은 능선은 야트막하면서 아름답고 수목이 울창한 것도 장점이다.

여름철에는 산행후 시원한 물놀이도 즐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피서지가 된다.

겨울에는 ‘동장군축제’가 열린다. 백운계곡 국민관광지 일대가 주 무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눈동산 토끼몰이’다.

눈동산에 만들어진 미로를 통과하면서 토끼를 몰아 잡는 형식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이어 부모와 함께 즐기는 ‘썰매타기’ ‘모닥불 체험’ ‘송어얼음낚시 체험’ 등 갖가지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인근에는 영평8경 중의 하나인 선유담을 비롯해 광암정·학소대·금병암·옥류대·취선대·금광폭포 등의 명소가 있다. 계곡 입구에는 세종의 친필이 보관되어 있는 흥룡사가 있다.

또 포천 지역에 이동갈비, 일동 온천, 산정호수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많아 산행후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나서기도 수월하다.



<포천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

ㆍ발아래 그림같은 ‘동양의 나폴리’

산에 절을 짓는 불교 전통 때문일까. 전국의 크고 작은 산 중에는 유달리 ‘미륵산’(彌勒山)이 많다.

그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미륵산은 세 곳이다.

미륵산성이 있는 전북 익산의 미륵산과 울릉도의 미륵산, 그리고 경남 통영의 수호산으로 불리는 미륵산이다.

미륵산 정상 인근 케이블카 승강장에 서면 미륵산 자락과 통영시내 강구안, 남망산 공원,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를 통영8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는다. 도남동~미륵산 정상 부근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지난달 개통됐으나 최근 잦은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통영시 산양읍에 자리한 미륵산은 현재는 육지와 연결된 미륵도의 중앙에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불교와 연관이 깊다.

예로부터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내려오는 곳으로 알려진 산이다.

이 때문에 크지 않은 산인데도 유명한 산사가 여러 곳이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용화사, 고려 태조 때 도솔선사가 창건한 도솔암, 조선 영조 때 창건된 관음사, 50여년 전 지은 미래사 등이다.

가장 유서 깊은 절은 용화사다.

용화사는 본래 정수사였는데 폭풍과 화재로 소실되는 등 재난이 끊이지 않다가 380년 전 벽담 선사가 폐허가 된 절을 다시 짓고

용화사로 이름을 바꿨다.

벽담 선사가 미륵산 정상에서 7일 밤낮을 기도했는데 신인(神人)이 나타나 지금의 자리에 가람을 지어 용화사라 하고

미륵불을 모시도록 계시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미륵산은 용화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용화사는 절이지만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해군본부에 해당하는 수군통제영 역할을 수행했다.

용화사 승려들이 부처를 모시면서 수군의 의무를 겸하고 절간을 수군 막사로 사용했다.

산 정상에는 옛날 통제영 봉수대터가 있고 산 아래 계곡에는 통영시 상수도 제1수원지가 있다.

석축 흔적만 남아있는 봉수대 뒤편 평지에는 건물터가 있는데 기와 조각이 계속 출토되고 있다.

조선시대 것뿐 아니라 통일신라시대 도장무늬토기 조각도 함께 나온다.

향토사학자들은 이곳이 조선 초기보다 훨씬 앞선 통일신라 때에도 제사를 위한 장소로 이용된 명당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륵산은 높이 461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명산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갖가지 기암괴석과 바위굴, 고찰이 산재해 있다.

봄 진달래와 가을 단풍 역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희귀식물도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통영병꽃나무, 고란초, 춘란, 석곡, 풍란 등이 자생하고 있다.

통영병꽃나무는 미륵산에서만 사는 식물로 6월이면 꽃을 피운다.

또 미래사 부근에 가면 빽빽하게 들어찬 편백나무에 압도당하고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에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특히 미륵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바다 위에 점점이 뿌려진 듯 떠 있는 수 많은 섬은 어떤 높은 산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이름을 갖지 못한 작은 바위섬부터 저도·추도·송도·학림도·만지도·연대도·오곡도, 그리고 멀리 욕지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을 때는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다도해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감상하는 순간이다.

지도를 보면서 실제 섬과 이름을 짝지어 보는 것도 재미다.

이 때문에 미륵산은 남해의 금산, 거제도 노자산, 고흥의 팔영산, 장흥의 천관산과 함께 남녘 바다의 전망이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산을 오르면서 통영항을 바라보면 왜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르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도시가 한 폭의 그림같이 느껴진다.

또 산을 내려 온 뒤 미륵도의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해안 경치를 즐기며 달리다 섬 남단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1시간 반이면 정상까지 넉넉…케이블카는 당분간 운행 중단

통영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용화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미륵산의 기점인 관음사 주차장이다.

용화사에 오르는 길과 관음사·도솔암으로 오르는 길 등 두 갈래로 나뉜다.

해저터널 건너 오른쪽으로 이어진 관음사길이 산행하기에 쉽고 빠르다. 험한 산이 아니라서 무조건 위로 올라가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주차장에서 산능선 네거리까지 30분 정도 걸리며 넉넉잡아 1시간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는 길을 남쪽 도남관광단지 쪽이나 서쪽 금평마을 방향을 택한다.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통영시 원문검문소를 지나 시내로 들어간 뒤

충무교와 통영대교를 지나 봉평동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용화사 광장이 나온다.

미륵산은 케이블카로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통영과 미륵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자 통영관광공사는 통영 도남동~미륵산 정상 부근(1975m)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의 관광 케이블카를 개통했다.

사업비만 175억원이 들었다. 2002년 착공했으나 환경단체와 불교계 등의 반발로 공사가 늦어졌다.

5년 만에 공사를 끝내고 지난달 18일 개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분간은 케이블카를 탈 수 없다.

잦은 고장으로 운행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 중이기 때문이다.

개통 한 달도 안돼 3차례나 고장이 나자 통영시가 지난 10일부터 운행을 중단시켰다.

통영시는 안전성을 확보한 뒤 운행할 계획이지만 운행재개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통영 |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ㆍ맑고 시린 계곡따라 ‘학들의 쉼터’

황악산(黃岳山)은 백두대간 줄기가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솟구치기 시작한 곳에 자리잡은 능선이 길고 우람한 산이다.

경북 김천시 대항면과 충북 영동군 매곡면·상촌면의 경계에 있다.

서남쪽에 연봉을 이룬 삼도봉과 추풍령 사이를 지나는 백두대간의 중간에 솟아 있다.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黃鶴山)으로도 불렸다.

김천 시내에서 서쪽으로 12㎞쯤 떨어진 곳에 있다.

직지사 서쪽 200m 지점의 천룡대부터 펼쳐지는 능여계곡은 황악산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울창한 숲과 폭포에서 맑고 시린 물이 쏟아져내리며 빚어내는 풍경이 일품이다.


주봉인 비로봉(1111m)을 중심으로 운수봉(740m)·백운봉(770m)과 형제봉(1035m)·신선봉(944m) 등이 양쪽으로 말발굽처럼 이어져 있다. 능선이 완만하고 산괴(山塊)가 커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산세는 완만해 암봉이나 절벽이 없고 수목으로 울창하다.

해발 1100m가 넘는 산 답게 동쪽으로 능여계곡 등 깊은 골짜기를 파놓아 계곡마다 비경을 감추고 있다.

봄에는 정상의 백두대간 길에 터널을 이루고 있는 철쭉 등 야생화가 등산객의 발길을 끈다.

여름에는 능여계곡의 울창한 숲과 폭포에서 쏟아져내리는 맑고 시린 물이 일품이다.

가을에는 능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밭과 계곡의 단풍이, 겨울에는 우람한 산괴에 덮인 설경이 장관을 이뤄 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

정상 능선길에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산악인들의 행렬이 연중 이어진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봉우리들이 ㄷ자 형태로 연이어 있고 ㄷ자의 열린 곳인 동쪽 산자락에 고찰 직지사가 있다.

정상에서 보면 학의 날개처럼 펼쳐진 봉우리들이 동쪽으로 뻗어가면서 협곡을 이룬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직지란 이름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마음을 직관함으로써 부처의 깨달음에 이른다)’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됐다. 창건주 아도화상이 손가락으로 절터를 가리켜 절을 짓게 했다,

또는 고려 때 능여대사가 절을 확장하면서 손으로 측량했다는 이야기에서 절 이름이 유래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직지사

고려 태조 왕건이 대구 팔공산 전투에서 견훤에게 패해 이곳으로 피신했고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출가, 주지를 지내기도 하는 등 깊은 유래만큼 역사적 사연도 많다.

비로전에 있는 1000개의 불상은 표정이 모두 다르다.

이 가운데 알몸의 동자상이 하나 있는데 참배자가 첫 눈에 발견하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재미있는 속설도 전해온다.

경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제319호) 등 여러 점의 보물이 있다.

직지사가 운수봉·백운봉·비로봉·형제봉·신선봉 5개의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나로 모인 계곡 옆에 자리하고 있어 황악산의 등산로는 이를 기점으로 발달해 있다.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능선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능선에 오르면 백두대간 길이다.

추풍령을 넘어온 백두대간이 궤방령(혹은 괘방령), 여시골산을 거쳐 운수봉, 백운봉, 비로봉, 형제봉, 바람재를 지나 삼도봉 쪽으로 이어진다. 정상인 비로봉 주변과 바람재 일대는 초원지대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민주지산, 남쪽으로 수도산과 가야산, 동쪽으로 금오산, 북쪽으로 포성봉이 보인다.

산 아래로는 동쪽으로 직지사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 저수지가 보인다.

영화 ‘집으로…’의 세트장이 있는 충북 영동군 상촌면 지통마 마을이다.

능여계곡 등 정상에서 깊게 패 내려간 계곡은 골마다 맑고 시린 물이 폭포와 소(沼)를 이룬다.

봄에는 진달래·벚꽃·산목련, 가을에는 곱게 물든 단풍으로 치장돼 산행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다래순·두릅·취나물 등 산나물이 많아 산행 중 이를 뜯어 쌈장에 찍어 먹는 맛은 황악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산행의 시작과 끝 직지사…산문앞 문화공원 볼거리

황악산 산행의 처음과 끝은 직지사다.

직지사를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 산행이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궤방령이나 바람재 쪽에서 산행을 시작, 백두대간만 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출발 때든, 하산할 때든 적어도 한 번은 직지사를 거쳐야 한다.

대다수 산행객은 직지사 매표소에서 시작, 운수암~운수봉삼거리~백운봉~비로봉~형제봉~신선봉~능여계곡~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택한다.

운수암까지는 포장도로가 나 있다. 4시간 정도 걸린다.

옛 한양 가던 길인 궤방령에서 출발, 백두대간을 타고 여시골산·운수봉을 거쳐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하면 매표소까지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매표소에서 출발, 비로봉을 거쳐 형제봉에서 신선봉 쪽으로 가지 않고 백두대간 길을 따라 바람재를 돌아 내려오는 코스도 많이 찾는다.

3시간 정도 걸린다. 거꾸로 바람재에서 산행을 시작, 직지사로 내려오기도 한다.

직지사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산문 앞에는 직지문화공원이 잘 가꿔져 있다.

아파트 7층 높이의 대형 장승 2기와 함께 전통미를 재현한 성곽과 전통 담장이 세워져 있고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 50여점과 한국의 애송시가 새겨진 자연석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직지사 경내의 맑은 물이 공원 안으로 흐르고 대형 음악분수와 야외공연장, 대형 2단폭포, 어린이 종합놀이시설,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어 김천 시민들의 문화·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공원 위쪽 세계도자기박물관에는 우리 전통 자기와 유럽 자기 등 1063점의 도자기가 전시돼 있어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끈다.

공원 아래 식당가는 산채한정식으로 유명하다.

더덕·두릅·능이버섯·취나물 등 황악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는 산나물과 다양한 소채류로 음식을 만드는 산채음식 전문점 30여곳이 모여 있다. 지역 전통주인 과하주도 맛볼 수 있다.

<김천 |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ㆍ사뿐사뿐 오르면 ‘섬들의 천국’이 한눈에

육지 최남단 전남 해남에 둥지를 튼 도립공원 두륜산(頭輪山).

정상에 서면 ‘섬들의 천국’이라는 서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가장 멀리,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구름에 뒤덮인 두륜산. 멀리 가련봉을 이루는 3개 산봉우리가 보인다.ⓒ천기철


해남군 삼산면과 북일면 등의 경계에 자리한 이 산의 높이는 해발 703m.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호남정맥이 서남쪽으로 줄달음치던 중 잠시 숨을 고르다 봉긋 솟아올랐다.

동쪽은 급경사, 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산꼭대기가 바퀴처럼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두륜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남지역이나 등산인들은 백두산(白頭山)과 중국 곤륜산((昆崙山)에서 한 자씩을 따서 ‘두륜산’(頭崙山)이 됐다는 주장을

강력히 펴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오고 가기에 조금 벅찬 산이지만, 일단 다가서면 그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륜산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오르는 산이 아니라는 점이 맘을 놓게 한다.

서로 얘기 꽃을 피우며 사뿐히 다가설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두륜산에서는 어린이나 어른들의 발길이 유난히 눈에 띈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다.

이른 봄에는 지천으로 핀 동백, 여름에는 울창한 수림과 맑은 계곡물, 가을에는 찬란한 단풍이 길손을 맞는다.

두륜산 등산의 묘미를 더해주는 관리사무소에서 대흥사로 가는 2km 숲길. ⓒ천기철


두륜산은 초입부터 감탄사를 토해내게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대사찰 대흥사에 이르는 골짜기 장춘동 2㎞ 길은 장관이다.

아름드리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미끈하게 뻗어 ‘숲 터널’을 이룬다.

속세의 떠들썩함이나 시름을 부려놓고 홀가분하게 산행을 준비하도록

분위기를 잡아준다. 걸어서 40분 거리.

두륜산은 8개 봉우리로 이뤄진다.

정상인 가련봉(703m)을 비롯해 두륜봉(630m), 연화봉(613m), 고계봉(638), 노승봉(능허대·685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의 능선이 둥근 원형으로 이어져 분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기온이 따뜻하다.

때문에 동백나무, 비자나무, 후박나무, 붉은가시나무, 차나무, 보리장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며 무성히 크고 있다.

무려 840가지 나무가 자라 ‘식물의 보고’로 손색이 없다.

두륜산은 불교계에서 영산으로 친다. 산 이름에 ‘윤회’(輪廻)를 암시하는 ‘바퀴 륜’(輪) 자가 들어 있어 더욱 그렇다.

고려 때까지 100개가 넘는 사찰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흥사, 관음암, 청신암 등이 남아 있다.

신라 때 아도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지는 대흥사는 손꼽히는 대가람이다.

서산대사도 이곳에 머무르며 법력을 과시했다.

초의선사는 40여년간 도를 닦으며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어울렸다.

최초의 다서(茶書)인 ‘동다송’(東茶頌)은 바로 이곳 대흥사에서 저술했다.

5월 초에 이를 기리는 ‘초의 문화제’와 ‘서산대제’가 잇따라 열린다.

가을철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능허대~두륜봉’ 사이 풍광은 두륜산의 ‘제1경’으로 꼽힌다.

두륜봉은 길이 50m가량의 타원형 반석으로 이뤄져 있어 쉼터이자 전망대로 이름 높다.

최고봉인 가련봉은 3개의 바위 봉우리로 돼 있다.

바위 사이는 로프로 이어져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들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동·남·서 세 방향에서 눈에 들어오는 다도해의 모습도 아기자기하다.

남쪽 멀리 한라산이 자주 보인다. 만일재와 오심재에 펼쳐진 억새밭은 가을 볼거리다.

대흥사서 출발이 편해…초의선사 ‘일지암’ 유명

두륜산 산행은 대흥사 입구에서 시작하는 게 편하다.

해남읍 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가 있다.

승용차로는 해남읍에서 완도 방면 13번 국도를 따라가다 806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대흥사 주차장이 나온다.


산행 코스는 대부분 대흥사에서 출발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가장 알려진 길은 대흥사~북암~만일암터~헬기장~두륜봉~진불암~대흥사 코스. 7㎞로 3시간쯤 걸린다. 제1봉인 가련봉을 다녀오는 대흥사~만일암터~두륜봉~가련봉~노송봉~북암~대흥사 코스(10㎞, 4~5시간)도 있다.

암벽이 많은 두륜봉~노승봉 구간이 초보자에겐 힘들다.

산을 오르다 잇따라 만나는 암자는 ‘잠깐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일지암은 초의선사가 기거한 곳으로 유명하고, 북암에는 높이 4.2m의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만일암터에서는 바위 틈에서 흘러나오는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만일암터를 지나 잡목숲지대를 지나면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20분 더 오르면 두륜산 최고 명물 구름다리도 만날 수 있다.

장춘동~오도치~혈망봉~연화봉~두륜봉~가련봉~노승봉~고계봉~장춘동 코스는 12㎞. 수목이 울창하고 지세도 험해 10여시간이 걸린다. 가련봉에 오르면 ‘흔들바위’도 밀어볼 일이다.

케이블카로도 두륜산의 진풍경을 일부 감상할 수 있다.

대흥사 입구 주차장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

넓은 들판과 오염원 하나 없는 앞바다를 끼고 있어 먹거리가 풍성하다.

대흥사 쪽에 20여곳의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있다. 두륜산 공원관리사무소(061)530-5549

<해남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ㆍ산·들·바다 ‘비경 풀코스’

전라북도에 위치한 변산은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공원이다.

산이지만 바다와 산을 동시에 품고 있다.

산을 낀 곳을 내변산이라 하고 해안쪽은 외변산으로 부르며 이를 통칭해 변산반도라 일컫는다.

변산반도는 부안군의 보안면, 상서면, 진서면, 변산면, 하서면 등 5개면이 연접되어 있는 서해바다쪽으로 돌출된 반도다.

직소폭포


변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의 길이가 98㎞에 이른다.

산과 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명소로 전북의 대표 관광지다.

1987년까지는 도립공원으로 부안군에서 관리하였으나, 88년에 우리나라의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호남정맥에서 나뉘어 온 하나의 산줄기가 서해로 튕겨나온 듯한 변산반도 내변산에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와 그 사이

직소폭포·봉래구곡·낙조대 등 절경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유천도요지·구암 지석묘군·호벌치·우금산성 등의 역사 유적지와 내소사와 월명암이라는 역사깊은 사찰이 있다

반도의 중앙에 쌍선봉(459m), 동쪽은 내소사 뒷봉오리 세봉(능가산), 북쪽은 최고봉인 의상봉(508m), 남서쪽에 갑남산이 자리잡는다.

이 외에도 변산에는 깃대봉·낙조대·북재·망포대 등 아기자기한 낮은 산들이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져 있다.

내소사 전나무길

대부분의 봉우리들이 바위로 이루어져 기묘함을 더하고 그 사이의 계곡에는

폭포·소·담·여울이 어울려 아름다움을 보태준다.

95년 내변산에 부안댐이 완공되어 물이 차면서 중계계곡이 호수로 변해, 천연적인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내변산의 직소폭포는 30m 높이에서 힘찬 물줄기가 쏟아진다.

폭포 아래에는 푸른 옥녀담이 출렁대며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봉래구곡이라 부른다.

곳곳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들은 백천내로 변산댐에 이르면서 곳곳에

시원한 경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외변산은 변산의 바깥쪽인 해안방향을 말한다.

주로 암석해안의 단층들이 볼거리다. 외변산에는 5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내변산이 산이 있어 운치가 있다면, 외변산에는 바다가 있어 낭만이 있다.

죽막, 궁항, 상록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 등 크고 작은 모래사장들이 있으며

수심이 낮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최적지이다.

                        개암사

변산에 갈 기회가 있을 때 변산팔경을 꼭 염두해 두고 여행길에 오르면 더 즐겁다.

제1경은 곰소 앞의 웅연강에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의 풍치를 일컬었다.

제2경은 직소폭포로 내변산의 옥녀담 계곡에 있는 폭포다.

제3경은 내소사의 은은한 저녁 종소리와 어우러지는 울창한 전나무숲의 경치를 말한다.

4경은 쌍선봉 중턱의 월명암에서 내려다보이는 안개 낀 아침 바다의 신비로움을 담고 있다.

5경은 채석강에 있는 층암절벽의 장관과 그 아래의 푸른 바다에 돛단배를 띄우고 노니는 선유를 일컫는 말이다.

6경은 지지포에서 쌍선봉까지 산봉우리의 진경을 말한다.

7경은 개암사와 우금산성·묘암골의 유서깊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경치를 뜻하며, 마지막 8경은 월명암 뒤의 낙조대에서 황해 바다로

해가 지는 장엄한 낙조를 의미하고 있다.

내소사~월명암 코스 산행후 채석강 보면 ‘변산 완전정복’

변산으로 오는 길은 정주에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내려서서 부안으로 오는 방법과 천안~공주~부여~금강하구둑~김제~부안의 순서로 부안에 도착한 뒤 다시 격포로 가는 길인 30번 도로를 이용해 내소사로 오면 된다.

변산을 보려면 내소사에서 관음봉으로 올라간 뒤 암릉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 선 다음 봉래구곡으로 들어서서 직소폭포를 보고 직소폭포 아래 옥녀담·선녀탕·저수지를 지나 봉래구곡광장에 이른 뒤 월명암~낙조대~쌍선봉을 올라야 한다.

쌍선봉에서 지서리로 내려서든지 우회해서 망포대~신선대를 거쳐 다시 석포리 원암 내소사로 내려서는 방법도 있다.

내소사~직소폭포~월명암 축이 변산산행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변산은 바깥으로 산이 둘러쳐지고 안으로 계곡이 오밀조밀하게 형성돼 있다.

개울의 수량은 많고 개울 자체의 길이도 예상 외로 길다.

그러나 내소사~관음봉~직소폭포~월명암축에 변산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물상들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변산에 와서 이곳을 산행하고 채석강을 보았다면 자연경관은 둘러본 셈이 된다.

여기에 내소사나 개암사와 같은 단아하고 짜임새있는 절을 관람하고 절의 유래와 절이라는 형식의 온갖 문화유산들을

하나씩 살피고 간다면 변산산행은 충실한 것일 수 있다.

상서면 감교리에 있는 개암사는 고려 숙종때 창건한 절이다.

이 사찰에는 조선 초기에 건립된 개암사대웅전(보물 292) 등이 있다.

변산면 석포리에 있는 내소사는 신라때 창건한 고찰로 대웅보전(보물 291), 고려동종(보물 277), 법화경절본사본(보물 278),

내소사삼층석탑(지방유형문화재 124)등을 소장하고 있다.

< 부안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ㆍ산세에 반해 동강은 몸을 꼬고…

강원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에 걸쳐 있는 백운산(白雲山)은 ‘동강의 전망대’로 불린다.

해발 882.4m인 이 산은 댐 건설 논란 이후 천혜의 비경이 세간에 알려지며 국민의 강으로 사랑받고 있는 동강의 한 가운데에

살포시 자리잡고 있다.


마치 뱀이 똬리를 틀듯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를 품에 안은 형상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강쪽의 칼로 깎아 세운 듯한 단애(斷崖·낭떠러지) 너머로 유장하게 펼쳐진 산세는 수호지의 철옹성인 양산박을 연상케 한다.

석회암 돌산이라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백두대간 고산준령에 비견할 만한 웅장한 풍모도 갖췄다.

한마디로 강변 정취와 때묻지 않은 산중 비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산이다.

전문 산악인들이 같은 이름을 쓰는 전국의 수십개 산 가운데 ‘동강 백운산’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흰구름이 늘 끼어 있는 데서 그 지명이 유래한 이 산의 정상에 오르면 완택산·함백산·계봉 등 주변 명산이 연출해 내는 절경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

게다가 동강의 아름다운 자태도 한눈에 들어와 청량감을 더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기묘한 형태로 늘어선 능선들을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 중 동강변 제장마을과 문희마을을 이어주는 칠족령(漆足嶺) 능선의 풍광이 단연 압권이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등 식생이 뛰어날 뿐 아니라 능선 위 전망대 아래 경치도 좋아 ‘동강 12경’으로 손꼽힌다.

최적의 트레킹 코스로 여겨지는 이 곳에는 그 옛날 산 아랫마을에 살았다는 이 진사와 개에 얽힌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이 진사가 기르던 개가 어느 날 옻나무액을 담아둔 통을 엎고 사라졌는데 발자국을 따라 쫓아 올라가 보니 금강산에 버금가는

황홀경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옻 칠(漆), 발 족(足) 자를 써서 칠족령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백운산 산기슭 절벽 아래에는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白龍洞窟)이 있다.

동강의 수면으로부터 약 15m 위에 위치해 홍수가 날 경우 물이 흘러드는 특이한 구조의 석회암 동굴이다.

그 내부에는 달걀 프라이 형태의 석순과 종유석, 석화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간직돼 있고 반도굴아기거미와 붉은박쥐 등

35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10월에 생태학습형 체험동굴로 개방되면 산행의 묘미가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2009년까지 마하리 문희마을에 동굴생태관이 건립되고 백룡동굴과 동강을 잇는 4㎞ 구간에 모노레일도 설치될 예정이어서

가족단위 산행지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백룡동굴 입구의 좌우는 모두 절벽이어서 아직까진 배를 타고 가야 접근이 가능하다.

산행 전후 래프팅·패러글라이딩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곳만의 장점이다.

최근 들어 잦아지는 세인들의 발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과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채 첩첩산중을 말없이 돌아

물 흐름을 재촉하고 있는 동강. 정선 가수리에서 영월에 이르는 51㎞의 동강 물줄기를 타고 래프팅을 즐기며

강변에 솟아오른 기암절벽을 감상하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용가능선~칠곡령 등산로 난코스지만 전망은 으뜸

백운산의 등반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 높진 않으나 강변에 위치한 돌산의 특성상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등반로가 많아 초보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바위가 미끄럽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게 좋고

‘나홀로 등산’도 삼가야 한다.

등반 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3시간20~6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점재마을~용가능선 안부~정상~칠족령~제장마을(5시간) △문희마을~칠족령~정상~955봉~푯대봉~955봉~서남릉~문희마을(6시간40분) △점재마을~계곡길~정상~구름재골~문희마을(3시간20분) △제장마을~칠족령~정상~계곡길~점재마을(4시간30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이 중 용가능선~칠족령 능선 코스를 선호한다.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줄곧 비탈과 암릉이 이어지는 난코스이나 전망이 워낙 좋아 피로감을 덜 느낀다.

백운산 주변에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인접한 정선군 신동읍 고성2리 고방부락 북서쪽 해발 425m의 산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산성’

(강원도 기념물 68호)이 있다.

그 곳에 서면 백운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강 상류인 거운리에 위치한 ‘어라연계곡’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소(沼)의 푸른 물빛과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비운의 왕인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로 자리를 옮겨 장릉과 관풍헌, 청령포 등 그의 애환이 서린 유적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남부지방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백운산으로 가려면 중부내륙고속국도 제천IC~영월 방면 38번국도~정선 신동읍 코스를 택하고,

다른 지역의 경우 일단 정선군을 찾은 다음 원주방향 42번국도~광하교앞 6번군도(가수리 방향)~운치리 백운산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 정선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분단의 아픔 서린 경기 제일봉

화악산 일대에서는 촛대봉(燭臺峰·1167m)이 유명하다.

촛대봉은 화악산 동남쪽 홍적고개로 이어지는 줄기 위에 솟아있다.

정상 부분이 봉우리 세 개로 되어 있고 끝이 뾰족한 데서 유래하였으며 ‘촉대봉(燭臺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화악산 큰골 계곡


우뚝 솟은 거대한 20여m 너비의 바위는 다른 넓은 바위와 함께 하면서 더욱 우람한 모습이다.

바위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화악산이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딱 버티고 서있는 형상이라면, 촛대봉은 화악산 왼쪽 어깨에 해당하는 ‘옆지기’다.

몽덕산·가덕산·북배산을 지나 춘천의 삼악산까지 이어진 웅장한 능선의 첫머리에 있는 봉우리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촛대봉으로 향한다면 몽덕산의 홍적고개에서 오를 수 있고, 화악리 화악분교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홍적고개에서 오른다면 왕복 5시간쯤 걸리고 화악분교에서 오른다면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어느 쪽으로 오르든 산이 높고 험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일찍 서둘러야 한다.

산행 시간이 길어 아이들이나 등산 초보자에게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이 밖에도 화악산에는 경치가 수려한 삼일계곡, 용담계곡, 법장사 등이 있다.

또 조선 현종때의 성리학자인 곡운 김수증이 벼슬을 그만두고 정사(精舍)를 지어 후학을 가르치며 은둔하던

화천 화음동 정사지(華陰洞精舍址)도 있다.


-산세 험해 초보자 힘들어…용담계곡·법장사 등 볼만-

화악산(해발 1468m)은 경기 가평군 북면과 강원 화천군 사내면 경계에 있다.

산세가 중후하고 험하며 산 중턱에는 잣나무 숲이 울창하다.

경기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산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산의 서·남쪽 사면에서 각각 발원하는 물은 화악천을 이루는데 이는 가평천의 주천(主川)이 되어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와 있는 ‘경기 5악’(화악산·운악산·송악산·관악산·감악산) 중에서도 으뜸가는 산으로 좌우로 뻗은 골과 능선이 웅장해 사시사철 산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화악산은 38선이 정상을 가르고 있다.

6·25때 격전지로 비극적인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은 군사시설이라 출입이 금지돼 오를 수 없다.

가까운 곳에서 정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서남쪽 1㎞거리에 있는 제2봉인 중봉(1468m)이 산 정상을 대신하고

있다.

중봉 정상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인다.

발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세상 시름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가평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명지산도 마주 보인다.

화악산 정상은 신선봉이라 한다. 동쪽의 매봉(1436m)과 서쪽의 중봉(1447m)을 합쳐 삼형제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화악산 정상을 가리켜 설봉(雪峰)이라고도 하는데, 봄날 중턱에는 울긋불긋 꽃이 피었음에도 정상은 하얗게 눈이 쌓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고 위엄 있는 자태를 품고 있어 옛날부터 영산(靈山)으로 여겨져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지금도 많은 산악인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화악산 서쪽으로는 석룡산과 도마치고개, 남서쪽으로는 촛대봉과 홍적고개로 이어진다.

이렇게 타고 내린 능선은 몽덕산(690m), 가덕산(858.1m), 북배산(867m)을 거쳐 계관산(735.7m), 보납산(329.5m)에 이르러

북한강에 잠기면서 긴 여정을 끝낸다.

화악산 남쪽으로는 애기봉(1055.5m)과 수덕산(794.2m)이 이어지다 북면 제령리에 이르러 끝이 난다.

화악산은 높은 만큼 오르는 길도 다양하다. 산행은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왕복 5~7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 산행이라면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북면 적목리 석룡산에서 조무락골을 통해 오를 수도 있고 ‘약속의 섬’ 건너편에서 중봉을 향해 바로 오를 수도 있다.

화악리 버스종점 왕소나무에서 화악천을 건너 천도교 화악산수도원을 지나 중봉으로 오를 수 있고 제령리에서 수덕산과 애기봉을 거쳐

중봉으로 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은 10㎞에 가까워 일찍 서둘러야만 하루 산행이 가능하다.

중봉을 지나 애기봉을 거쳐 수덕산까지 약 10㎞의 능선이 이어지는 코스가 산행에 이용되고 있다.

주능선에 오르면 춘천호를 굽어 볼 수 있어 산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

중봉 정상에서는 남쪽으로는 애기봉과 수덕산, 남서쪽으로는 명지산을 볼 수도 있다.

화악산은 겨울 설경과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산이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월동장비가 필요하지만 힘들게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산에 오른 수고를 보상받기에 충분하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건 나무가 다양하고 숲이 우거져 있기 때문이다.

〈 가평 | 최인진기자 ijchoi@kyunghyang.com

골마다 비경 품고 비상하는 ‘매봉’

강원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에 걸쳐 있는 응봉산(鷹峰山)은 국내 최고의 계곡 산행지다. 해발 999m.

응봉산 덕풍계곡에 위치한 제1용소. <삼척시청 제공>


기암괴석을 끼고 돌아 거센 물줄기를 토해내는 수많은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암반 사이를 미끄러지듯 내달리던 계곡수를 잠시 머금고 있는 소(沼)는 그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퍼렇다.

하지만 빼곡히 들어찬 원시림과 험준한 협곡은 뭇사람들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때묻지 않은 비경과 태고의 신비함을 오롯이 간직한 응봉산은 주로 전문 산악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울진 방면에서 보면 산세가 비상하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예부터 응봉산으로 불렸다.

이 같은 이유로 지역민들은 이 산을 ‘매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1759년에 제작된 지도인 여지도서(與地圖書)에 가곡산(可谷山)으로 표기돼 있는 등 또다른 이름도 상당수다.

낙동정맥의 한 지류에 우뚝 솟아 있는 이 산의 정상에 서면 백암산·통고산·함백산·태백산 삿갓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돌려 백두대간 고산준령의 웅장한 풍모를 감상한 뒤 암반 절벽에 어렵사리 뿌리를 박은 채 기묘한 모양으로 자라 있는

노송을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응봉산에서 동해 바다를 향해 골골이 뻗어있는 계곡의 풍광은 이처럼 뛰어난 정상의 조망을 압도할 정도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 사이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계곡수와 하얀 포말을 뿜어내는 폭포의 아름다운 자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덕풍계곡과 덕구계곡이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한 덕풍계곡은 ‘용소골’ ‘문지골’ ‘굉이골’ 등 크고 작은 물줄기를 품에 안고 있다.

특히 응봉산을 오르는 길목인 ‘용소골’은 덕풍계곡의 제일 절경이다.

지리산 칠선골, 내설악 백담·수렴·구곡담 계곡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곳에는 ‘나무기러기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신라 진덕왕 때 의상조사(義相祖使)가 세 마리의 나무기러기를 만들어 풍곡리 소라곡(召羅谷)에서 날렸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용소골에

떨어지는 순간 숨어있던 용이 하늘로 올라가며 순식간에 절벽 사이에 3개의 용소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높이 10m 이상인 폭포를 가진 제2용소를 지나면 임진왜란 때 피란민을 지켜주다 돌이 되었다는 매바위가 나타난다.

이밖에 풍곡지역에서 생산되는 적송은 경복궁 재건 당시에 대들보로 사용될 정도로 재질이 뛰어나 일제 강점기에 수탈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픈 과거사를 대변하듯 이곳엔 아직까지도 궤도차를 이용해 목재를 실어 나르던 철로의 터가 곳곳에 남아 있다.

용소골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과 수달뿐 아니라 1급수에 서식하는 버들치가 많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울진군 북면을 가로지르며 펼쳐져 있는 덕구계곡 중간에는 선녀탕·옥류대·형제폭포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계곡 주변으로 울창한 원시수림대가 우거져 있어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덕구온천의 온천수는 중탄산 나트륨이 주성분인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병·신경통·위장장애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행을 마친 대부분의 등반객들도 이곳을 빼놓지 않고 들러 온천욕을 즐기며 피로를 풀곤 한다.

산세 험한 ‘악산’… 불영사 등 명소 많아

응봉산은 산세가 험한 악산(惡山)으로 아직까지 등산로가 많이 개발되지 않아 초보 산행객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등반시간은 기상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5~9시간30분 정도로 본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덕구온천~원탕~정상~덕구온천(5시간) △덕풍마을~용소골~작은당귀골~정상~덕구온천(9시간30분) △사곡분교~재량박골~응봉지 남릉~응봉산 서북릉~정상~덕구온천(6시간10분) △보리교~보리골~862봉~응봉산 서북릉~정상~덕구온천(6시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들은 이 중 덕구온천 원점회귀 코스를 가장 선호한다.

용소골 코스를 택해 정상으로 향하면 7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 암벽이 많아 각종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개설된 곳이 많은 만큼 장마철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가급적 산행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응봉산 주변에는 산행후 둘러볼 만한 명소도 많다.

경북 울진군 서면 불영계곡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불영사를 찾으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보통 사찰은 산을 등지고 강이나 계곡을 앞에 두고 있으나 불영사는 계곡을 등지고 산을 바라보고 있어 이색적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울진 성류굴 또는 삼척의 환선·대금굴을 찾는 것도 좋다.

동해안의 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초곡~장호항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권할 만하다.

이밖에 귀갓길에 짬을 내 울진 북단에 위치한 죽변항에 들르면 대게와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남부지방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응봉산으로 가려면 봉화 방면 36번 국도~울진~7번 국도~917번 지방도~덕구온천 코스를 택하고,

중부지방에서는 영동고속도로~삼척 원덕을 거쳐 416번 지방도를 타고 풍곡으로 들어서면 된다.

〈 삼척·울진 |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ㆍ한해 500만명을 품어주는 ‘五岳’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산(北漢山·836)은 연간 등산객이 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예로부터 금강산·지리산·묘향산·백두산과 함께 ‘오악’에 드는 명산으로 꼽혔다.

북한산의 주봉은 백운대로 양 옆에 만경대와 인수봉을 거느리고 있다.

옛사람들은 세 봉우리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하여 북한산을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렀다.

강북구청은 북한산이 일제 강점기 때 붙여진 이름이라며 삼각산으로 부르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예로부터 백운대·만경대와 함께 삼각산으로 불려온 인수봉(804) 주위에 운무가 짙게 깔려 있다. 화강암 암벽이 노출된 인수봉은 한국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명소로 꼽힌다.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북한산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의 북한산 지역과 북쪽의 도봉산 지역으로 구분된다.

많은 시민이 북한산을 찾는 주된 이유는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등산로 입구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탐방객으로 인해 자연 훼손이 심해지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등산로 별로 휴식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공단은 토·일요일 오전 10시~낮 12시에는 극도로 혼잡하므로 탐방을 피해달라고 요청한다.

북한산의 문화·유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진흥왕순수비는 국보 3호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져 있다.

진흥왕순수비는 한강 유역을 점령한 신라 진흥왕이 북한산에 세운 비석으로 오랫동안 잊혀져 있다가 19세기 초 추사 김정희가 발견했다.

순수비가 있던 자리인 진흥왕순수비유지는 사적 228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도 북한산에는 보물 215호인 높이 5.94의 마애석가여래좌상, 보물 657호인 삼천사마애여래입상과 사적 162호인 북한산성,

유형문화재 33호인 탕춘대성 등의 유적이 있다.

120칸 규모의 북한산성의 행궁은 훼손돼 터만 남아 있다.

북한산에는 조선의 무학대사와 신라 말의 도선대사에 얽힌 전설이 남아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조선 태조가 무학에게 새로운 도읍을 찾아보도록 하자 무학은 북한산에 올라 비봉 능선으로 들어섰다.

문득 비석이 있어 읽어보니 ‘무학오심도차(無學誤尋到此)’, 즉 ‘무학이 맥을 잘못 짚어 여기에 온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그 비석은 도선이 세운 것이었다.

무학이 놀라 형제봉 능선을 타고 북악산에 이르게 된다.

이후에 궁궐터를 잡을 때도 무학은 도선에게 수모를 당한다.

오늘날의 왕십리 부근에 이르러 지세를 살피는데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원, 너 미련하기가 마치 무학 같구나 어째서 바른 곳을 버리고

굽은 쪽으로만 가느냐”라며 소를 꾸짖는다.

무학이 농부에게 도읍할 곳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자 농부가 “여기서 10리만 더 가 보시오”라고 답했다.

그곳에서 10리를 더 간 곳이 지금의 경복궁 자리다.

무학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그 농부가 산다는 암자로 찾아가보니 농부는 간 데 없고 도선의 화상만 모셔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후 농부를 처음 만났던 곳의 지명이 ‘10리를 더 가라”라는 뜻의 ‘왕십리’(往十里)가 됐다.

북한산의 여러 계곡 가운데 북한산성 계곡과 우이동 계곡은 넓고 수량이 풍부한 데다 경치가 좋아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맑은 물줄기와 시원한 흐름이 산을 올라갈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산 곳곳에는 비봉능선의 사모바위 등 기암괴석이 숱하게 널려 있어 등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고, 산은 올라야 맛이다.

박창규씨는 자신이 쓴 책 ‘북한산 가는 길’에서 “(우이동 계곡, 북한산성 계곡 등) 산 초입의 유원지에 주저앉아 니나노나 부르고

고스톱을 치든가 하다가 그냥 돌아와 버리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며 “맑은 물과 바위와 산이 참으로 아깝다”고 지적했다.


곳곳에 맑은물과 기암괴석…어느길이나 ‘반나절의 행복’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인 북한산에는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북한산성 매표소를 통해 백운대로 가는 북한산성 코스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려 10분 정도 올라가면 산성 매표소가 나온다.

길이 험하지 않아 북한산을 처음 찾는 등산객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오르내리는 데 각 3시간씩 걸린다.

구기동 기점에서 시작하는 대남문 코스는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212번 버스를 타고 이북5도청 앞에서 내리면 가깝다.

예전부터 많은 등산객들이 지나다닌 코스로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갈 경우 알맞은 등산로다.

등산을 많이 다니는 이들에게는 지루한 길이 될 수도 있다.

비봉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비봉 코스는 작고 아담한 오솔길인 데다 좌우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혼자 등산길에 나선 이들에게 적합하다.

매표소를 출발해 400 정도 올라가면 왼편에 금선사가 보인다.

금선사를 지나 나오는 양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향로봉에 갈 수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비봉을 만난다.

비봉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진흥왕순수비유지를 만날 수 있다.

평창동에서 오를 수 있는 일선사 코스는 유원지 분위기가 없어 조용한 산길을 즐길 수 있다.

평창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다 보면 신라 말 도선 국사가 창선했다는 일선사를 만난다.

일선사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산길은 북한산의 등산로 가운데도 손꼽히는 코스로 길은 평탄하고 곱게 펼쳐진 정릉 계곡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수유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진달래능선과 칼바위능선을 들 수 있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거나 우이동행 버스를 타고 4·19국립묘지 사거리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수유리 종점에서 화계사 매표소를 지나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길은 거리가 적당하고, 옹달샘 물로 갈증을 풀 수 있어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손꼽힌다.

〈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

ㆍ‘신들의 꽃밭’ 4월은 벚꽃천지  

계룡산은 사시사철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만큼 산세가 수려하고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주능선인 자연성릉의 층암절벽과 동학사·갑사의 울창한 숲이 연출하는 풍경이 장관이다.

산줄기 곳곳의 암봉·기암절벽과 숲속 사찰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지리적으로 접근이 편하고 삼불봉의 겨울 설경도 아름다워 사계절 두루 가볼 만하지만 단풍이 절정인 10월과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

가장 많은 산행객이 몰려든다.

저 멀리 계룡산행의 대표적인 코스인 관음봉~삼불봉 구간을 잇는 자연성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두대간 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해발 845.1의 주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관음봉·연천봉·삼불봉 등 28개 봉우리와

동학사 계곡, 갑사 계곡 등 7개의 계곡으로 이뤄져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공주시에 위치하면서 대전·논산·계룡 등 3개 시에도 자락을 걸치고 있다.

계룡산(鷄龍山)이라는 이름은 천황봉에서 쌀개봉·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흡사 닭벼슬을 한 용의 형상과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

조선초 태조가 신도안(계룡시 남선면 일대)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했을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세를 보고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금닭이 알을 품는 형세)’이자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세)’이라 일컬었는데

거기서 두 주체인 ‘계(鷄)’와 ‘용(龍)’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1968년 12월31일 지리산에 이어 두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올해로 국립공원 지정 40주년을 맞는다.

동학사 가는 길. 왼쪽 정자를 지나면 동학사가 나온다.

삼국시대에는 백제를 대표하는 산으로 꼽혀 ‘계룡’ 또는 ‘계람산’ ‘옹산’ ‘중악’ 이라는

이름으로 바다 건너 당나라까지 알려졌다.

신라 통일 후에는 오악(五嶽) 중 서악(西嶽)으로, 조선시대에는 삼악(三嶽) 중 중악(中嶽)으로 봉해진 명산이다.

특히 조선 중기 ‘정감록’(鄭鑑錄)’에서는 계룡산을 가리켜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인 십승지지(十勝之地)라 했다.

또 도참사상이 성행하면서 이 일대에 신흥 종교 및 유사 종교가 난립하기도 했으나

종교 정화 운동을 통해 84년 이후 모두 정리됐다.

계룡산은 흔히 ‘봄 동학사, 가을 갑사’로 불린다.

대전 쪽 동학사, 공주 쪽 갑사 등 유서깊은 두 사찰과 그 사이를 잇는 계곡·능선의

아름다움은 소문나 있다.

7개의 계곡과 3개의 폭포는 그 운치를 더한다.

천황봉 일출·삼불봉 설화(雪花)·연천봉 낙조·관음봉 한운(閑雲)·동학사 계곡 숲·

갑사 계곡 단풍·은선폭포·남매탑 명월(明月) 등이 ‘계룡8경’으로 꼽힌다.

계룡산에는 또 좀닭의장풀·개맥문동·금관초·벌개미취·골잎원추리·산바랭이 등

6종의 한국 특산종 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밖에도 황매화·팽나무·느티나무 등 식물 611종과 노루·너구리 등 산짐승 23종을

포함해 총 116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계룡8경’ 가운데 하나인 계룡4경, 관음봉의 ‘한운(閑雲)’.

갑사 철당간 및 지주(보물 256호), 갑사 부도(보물 257호) 등 보물 6점을 포함해 지정문화재 15점, 비지정문화재 13점이 보존돼 있어 학술적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



국립공원 계룡산사무소 최봉석 소장은 “계룡산은 우리나라 생태계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국내 고유 동식물들의 마지막 보루이자 자연생태계의 핵심 지역”이라며 “계룡산 보전에 힘쓰면서 이 곳을 찾는 많은 등산객들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길이나 ‘아기자기’ 한나절…연인·가족 봄나들이 안성맞춤

계룡산은 가족·연인에게 안성맞춤인 산이다.

산행 중 곳곳에서 명소를 접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 코스도 험하지

않아 아기자기한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의 출발점은 동쪽의 동학사, 서북쪽의 갑사, 서남쪽의 신원사 등

3곳이다.

어느 곳에서 오르더라도 5~6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주변 경관을 감상하려면 동학사에서 출발해 주능선인 자연성릉을 타는 게 좋다.

동학사~은선폭포~주능선~관음봉~삼불봉~금잔디고개를 거쳐 갑사로 내려선다.

승용차를 갖고가 출발점으로 돌아오려면 위 코스 가운데 삼불봉에서

금잔디고개로 내려오는 대신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로 하산하면 된다.

은선폭포에서 주능선으로 오르는 코스가 상대적으로 힘들지만 초보자도 무난히 갈 만하다.

조용한 산행을 원한다면 신원사 코스를 권한다.

이 코스는 동학사·갑사 쪽보다 산행객이 적어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주변 풍경도 단아하고 품위가 있다.

신원사 계곡 뒤로 해서 연천봉·문필봉·관음봉을 거쳐 자연암릉을 타고 삼불봉·남매탑을 돌아 동학사로 내려오는데 5~6시간 걸린다.

신원사 코스를 택한다면, 먼저 계룡산 서쪽에 자리잡은 갑사를 돌아본 뒤 차편을 이용해 상월면 신원사로 이동해 등산길에 오르면 된다.

자연암릉은 경관이 뛰어난 대신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다소 힘이 부칠 때는 관음봉 전망대에서 곧바로 은선폭포를 거쳐 동학사로 빠져

내려가는 게 좋다. 이때 산행시간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가벼운 관광 등산 코스로는 갑사계곡과 동학사계곡을 잇는 산행이 인기다.

동학사와 갑사를 잇는 일명 ‘관광등산 코스’는 산길폭이 1.5~2에 이르는 편안한 등산로로 이어진다.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금잔디고개를 넘어서면 용문폭포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따라 갑사에 이른다.

갑사에서 동학사로 하산해 인근 유성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계룡산 산행에서 맛볼 수 있는 또다른 묘미다.

〈 공주 |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ㆍ바위병풍 위로 와 ~ 와 ~ 붉게 타는 참꽃

비슬산은 계절별로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면서 등산객들의 발길을 당긴다.

봄이면 정상 부근에 들어선 참꽃 군락지에서 일제히 붉은 빛을 뿜어내고 여름에는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이면 억새 군락이 장관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얼음 동산이 눈길을 끈다.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있는 비슬산은 정상인 대견봉(1084)을 중심으로 청룡산(794.1)과 산성산(653)을 거느리며

대구 앞산(660.3)까지 뻗친다.

계절별로 독특한 색상을 자랑하는 데다 곳곳에 관광명소와 문화유적이 산재해 사계절 관광명소로 꼽히고 있다.


산행은 주로 달성 현풍과 청도 등 두 곳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계곡과 능선으로 뻗은 다양한 등산로 덕분에 여러 갈래의 등산이 가능하다.

인근에 구마·88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의 관광객들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들고 있다.

매년 4월 하순이면 대견사터 북쪽 30여만평에 진달래가 일제히 붉은색을 뿜어낸다.

주봉인 대견봉 주변의 참꽃 군락지에는 봄철 진달래의 붉은빛이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달성군은 참꽃 만개에 맞추어 매년 4월 하순에 참꽃축제를 개최한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숲속 음악회, 참꽃 시 낭송회, 사진전시회, 백일장 등의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자연휴양림 일대에 들어선 얼음 동산도 겨울철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얼음벽(높이 10~15, 길이 150)을 비롯해 얼음 동굴과 에스키모집 등 볼 만한 시설이 꾸며져 있다.

또 고드름집을 비롯해 9개의 얼음기둥도 자태를 뽐내면서 겨울철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비슬산은 곳곳에 크고작은 사찰과 문화유적도 품고 있다.

신라 사찰(827년·흥덕왕 2년)인 유가사를 비롯해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재사·도성암·대견사터 등이 비슬의 장구한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자연 속에 파묻혀 평온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가사 주변 오솔길은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유가사 뒤로는 여러 봉우리가 돌병풍을 이루고 있으며 산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수도암 도성암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사찰인 대견사도 지금은 주춧돌과 석탑 1기만 남아있지만 주변 흔적을 볼 때 당시의 규모와 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대견사터 주위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스님 바위, 코끼리 바위, 형제 바위 등이 눈길을 당기고 있다.

또 대견사터 동쪽에 솟은 조화봉 아래 능선에는 칼바위와 톱니바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슬산 암괴류는 2003년 천연기념물(435호)로 지정될 정도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암석덩어리들이 골짜기에 흘러내리면서 쌓인 암괴류(길이 2㎞·폭 80)는 지름이 1~2에 이르는 화강암의 거석들로

특이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비슬산은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고 있다.

희귀 초화류인 솔나리가 자생하고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를 비롯하여 오색딱따구리·박새 등이 서식하고 있다.

봄이면 양지꽃·금낭화·은방울꽃이 고개를 내밀고 여름에는 나리원추리, 가을에는 두메부추·쑥부쟁이·산구절초 등이 형형색색 꽃을 피워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태고의 자연을 간직하면서 세월에 무게가 쌓인 유적을 보듬고 있는 비슬산은 생태계의 보고이자 역사·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위·나무·계곡 절묘한 조화…유가사 등산로 상춘객 유혹

비슬산에 오르는 길은 유가사 기점 코스를 비롯해 자연휴양림·용연사·

가창정대 코스 등으로 다양하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등산로가 유가사 코스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수려한 경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사 주차장~유가사~도성암~대견봉~대견사지를 거쳐 되돌아오는

코스로 4시간50분 정도 걸린다.

주차장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500여 오르면 오른쪽에 신라 사찰 유가사가 나타난다.

사찰 경내를 둘러본 뒤 사천왕문 임도 위쪽을 따르면서 숲속 터널의

등산로가 이어진다.

유가사를 지나 가파른 등산로를 걷다보면 어느새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러나 간간이 주변을 훑어보면 바위와 나무,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등산객을 반긴다.

유가사에서 도성암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된다.

도성암 후문을 지나 5분쯤 더 지나면 오른쪽으로 도통바위가 보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이 바위에 서면 비슬산 서쪽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통바위를 지나 북서쪽 등날을 거쳐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20여분 다리품을 팔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길은 조화봉으로 뻗은 주능선길이다.

4월 하순이면 정상에서 조화봉(1058)으로 뻗은 주능선을 거닐며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정상 주변 능선길은 시원한 바람 속에 참꽃이 춤을 추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하산길에 대견봉 근처 참꽃군락지를 관람하고 자연휴양림 쪽으로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2㎞에 걸쳐 밀집돼 있는

암괴류를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대견사지~유가사로 이어지는 코스와 헐티재·북동릉을 거치는 코스도 비슬산의 신비와 오묘함을

간직하고 있다.

〈 대구 | 박태우기자 taewoo@kyunghyang.com

ㆍ진달래 필 때면 백두대간도 ‘기웃’

가리산은 봄철 산행의 최적지다.

강원 도내 이름난 산 가운데 봄의 전령사인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더 큰 아름다움을 발하는 꽃이 바로 진달래다.


가리산 산중을 뒤덮는 진달래는 울창한 참나무숲, 부드러운 산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 때문에 매년 4~5월 봄꽃의 향연을 즐기려는 등산 마니아들이 줄을 잇는다.

강원 홍천군 두촌면·화촌면, 춘천시 북산면·동면에 걸쳐 있는 이 산의 높이는 해발 1051에 달한다.

산세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와 닮았다고 해서 가리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산의 정상부는 거대한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거대한 암봉 주변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미끄럼 사고의 위험이 있어 자녀를 데리고 갔을 때는 우회하는 게 좋다.

홍천 북동편 27㎞ 지점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이 산의 정상에 서면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돌리면 향로봉~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고산 준령의

웅장한 풍모를 쉽게 감상할 수 있다.

가리산 정상 50여 아래 위치한 기묘한 형상의 ‘거북등바위’를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처럼 뛰어난 조망권을 갖춰 ‘강원 영서 제1의 전망대’로 불리는

가리산은 ‘홍천 9경(景)’ 중 제2경으로 꼽힌다.

산중과 계곡 부근에는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하층에는 두릅나무·

산초나무 등 관목류와 애기똥풀·양지꽃 등 수많은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어 자연학습 관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남쪽 정상 아래 바위 벽면 사이에서는 400리 홍천강으로 발원하는

석간수(石間水)가 사시사철 흘러나온다.

이 석간수는 우거진 숲을 헤치고 힘겹게 정상에 올랐던 등산객들이

하산길에 바짝 마른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곳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무쇠말재’와 ‘가삽고개’가 나타난다.

무쇠말재에는 옛날 큰 홍수 때 무쇠로 배터를 만들어 배를 붙들어 놓아 송씨 오누이만 살아 남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가삽고개는 계단식 분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국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다.

소양호 방면을 택해 하산하면 배를 타고 청정 호수에 갇힌 내륙의 섬을 바라보며 물살을 가르는 이색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산자락 밑에 위치한 용소간 폭포는 작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여름철에도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워 청량감을 더해준다.

들머리격인 두촌면 천현리 일대에는 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다.

홍천군이 1998년 7월 개장한 ‘가리산 자연휴양림’은 노송·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는 데다 다목적광장·민속놀이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사계절 가족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통나무집뿐 아니라 피톤치드 성분을 발산하는 산림욕장, 산책로 등이 잘 조성돼 있어 심신의 피로를 달래려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고 있다.

305㏊에 달하는 휴양림에는 ‘작은 장구실’ ‘큰 장구실’ 골짜기가 있어

여름철 물놀이도 가능하다.

입장료가 어른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 등으로

싼 편이고 단체 할인도 된다.

한편 가리산 정상에서 마주보이는 샘재마을은 그곳 출신 인사가 2003년 4월 국내 로또 사상 최고액인 407억원에 당첨되면서부터 ‘명당 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리산 산행의 출발 지점은 강원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자연휴양림과 반대편인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등 2곳이다.

그러나 춘천 쪽은 교통이 불편해 홍천 자연휴양림관리소 왼쪽 임도를 따라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등반 시간은 계절별로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3시간30분~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 코스는 △가리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삼거리~가삽고개 7북동능선~가리산 정상~무쇠말재~삼거리~휴양림 주차장(3시간35분) △가리산 자연휴양림~가삽고개~정상~석간수 샘터~소양호 물로리(4시간30분) △가리산 자연휴양림~가삽고개~정상~석간수 샘터~철정리(4시간30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가운데 가리산 자연휴양림 회귀 코스를

선호한다.

가리산 주변 지역에는 산행 후 둘러볼 곳도 많다.

홍천읍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홍천온천의 온천수는 강알칼리성으로

피부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유가 있으면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가 소장돼 있는 홍천군 동면 덕치리 ‘수타사 성보박물관’을 찾아 희귀 문화재를 관람한 뒤

주변 계곡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는 사찰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좋다.

귀갓길에 독특한 맛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홍천 ‘양지말 화로숯불구이 먹거리촌’을 찾으면 미각도 충족시킬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자가용을 이용해 가리산을 가려면 홍천 44번 국도 또는 중앙고속국도 홍천IC~홍천 인제 방면~철정 검문소~인제 방향~역내리 삼거리~

가리산자연휴양림 코스를 택하면 된다. 문의는 가리산 휴양림사무소(033-435-6034)로 하면 된다.

〈 홍천 | 최승현기자 〉

ㆍ천년 고찰 품은 ‘湖西의 금강산’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자리잡고 있는 덕숭산(德崇山)은 찾아가는 길부터 색다르다.

험한 산골을 넘거나 넓고 깊은 강을 건너지 않아도 된다.

온천으로 유명한 덕산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가로지르는 지방도를 따라 들어가면 쉽게 다다를 수 있다.

가족 관광객과 나들이 산행객이 즐겨 찾는 이유다.


덕숭산은 차령산맥이 서해로 달려가다 마지막쯤에 기운을 모아 힘껏 솟구친 산이다.

해발 495로 작고 아담하지만 두루뭉술한 인근 산과는 달리 힘찬 산세를 지니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와 서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울창한 숲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호서(湖西)의 금강산’이라 불렸다.

한반도 13정맥의 하나인 금북정맥의 등줄기인 덕숭산의 고개는 낮은 편이라 내포지방과 서해 바닷가 사람들의 주요 내왕로 역할을 했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가장 살기좋고 인구밀도가 높았던 지역들이 덕숭산을 중심으로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은 “산이 높다고 다가 아니요, 선풍(仙風)이 있어야 명산”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덕숭산은 명산이다. 이웃의 가야산(678)보다 낮은데도 수덕사라는 천년고찰의 본산이 됐기 때문이다.

덕숭산은 동쪽의 수암산부터 시작해 용봉산·홍동산·삼준산·연암산·뒷산·가야산에 이르기까지 260~678 높이의 크고 작은 산들로

빙 둘러싸인 가운데 오롯한 바위산으로 솟아 한 송이 꽃의 형상을 하고 있다.

덕숭산의 자랑거리는 산의 남쪽에 자리잡은 수덕사(修德寺)다.

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에는 우리나라 불교계 4대 총림중 하나인 덕숭총림이 자리하고 있다.

수덕사는 1308년 창건됐다.

고려말 공민왕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로

손꼽힌다.

건립 연대가 뚜렷해 고건축의 기준이 되기도 하며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

스님들의 참선 도량인 정혜사. 앞마당에 서면 용봉산과 수암산 그리고 멀리 해미읍내가 손에 잡힐 듯하다.

수덕사 부근 계곡을 따라가면 소림초당·향운각·금선대·견성암·전월사·

선수암·망월대·금강암·계루암·정혜사 등 수많은 불교 유적을 만날 수

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와지붕과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수덕사 뒤쪽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정혜사와 견성암 등 암자가 보이는데, 옛날 경허와 만공 등 고승들이 수도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수덕사는 ‘3덕(德)’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산 이름 ‘덕숭’(德崇)과 절 이름 ‘수덕’(修德), 마을 이름 ‘덕산’(德山)에 ‘덕’이 들어있다.

그래서 ‘덕을 숭상한다’는 산의 의미가 절로 느껴진다.

덕숭산 정상 부근에 있는 능인선원은 100여년전 만공 스님이 금선대라는 초가를 지은 게 시초가 됐다.

능인선원은 근대 선의 등불을 밝힌 ‘한국불교의 태산’ 경허·만공 선사와 선농일여(仙農一如)를 실천한 벽초의 선맥을 잇는 ‘선지종찰’의 대표적인 선원이다.

덕숭산은 조선시대 사실상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선(禪)을 되살려

근현대 한국불교를 개창한 경허 선사의 가르침을 잇는 곳이다.

수덕사의 산내 말사인 정혜사에는 경허의 제자인 혜월·만공 선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수많은 비구·비구니들이 몰려 들기도 했다.

산의 북쪽 능선은 가야산으로 이어진다.

두 산은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어

1973년 3월6일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덕산온천과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 천주교 성지인 해미읍성,

추사 김정희 선생 고택 등이 가까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덕숭산 산행은 수덕사에서 시작된다.

수덕사 주차장을 지나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일주문에 들어선다.

왼편에는 수덕여관이 눈에 들어온다.

동양화가 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이 살던 곳으로 유명한 수덕여관은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 화백이 생전 직접 써서 걸어놓았다는 현판과 뜰 앞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남아있다.

일반적인 산행코스는 수덕사 대웅전 옆에서 정혜사까지 이어진 1020개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수행·정진하는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느껴볼 만하다.

처음에는 견성암을 향해 오른다.

암자의 돌담길과 헤어질 때쯤에는 오른쪽 임도로 들어선다.

그 끝에는 한적한 공터에 부도와 해태상이 서 있다.

거기서부터는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10여분쯤 오르면 만공 스님(1883~1946)이 참선을 위해 거처하던

소림초당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위로는 만공이 세웠다는 7.5의 거대한 미륵불입상이 있다.

만공탑 왼편 길을 따라 100 정도 올라가면 스님들의 참선 도량인

정혜사가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다.

정혜사 앞마당은 덕숭산 제일의 조망터로 용봉산과 수암산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해미읍내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하지만 그곳이 정상은 아니다.

정상까지는 바위와 흙으로 이뤄진 등산로가 기다리고 있다.

정혜사를 출발한 지 10여분쯤 지나면 능선 갈림길에 들어서게 된다.

오른쪽 길을 따라 5분 정도 더 올라야 정상이다.

북쪽 45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우람하게 솟은 가야산의 모습과 그 오른편으로 예당평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하산길은 완만해 어렵지 않다.

정상 표석에서 정확히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는 게 편하다.

중간중간에 빨간색으로 쓰인 ‘산불조심’ 깃발을 만나면 안심해도 된다.

ㆍ전설처럼 떠있는 바다 위 雪國

국토의 최동단 울릉도의 꼭대기가 성인봉(聖人峰·해발 984)이다.

화산 폭발로 이뤄진 한라산이나 백두산처럼 성인봉도 칼데라(다량의 마그마가 분출된 뒤 함몰돼 생긴 평탄지역)를 두고 있다.

이름하여 나리분지이다.


성인봉이 갖는 매력은 사방을 푸른 동해바다를 병풍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라산도 마찬가지만, 성인봉은 정상 바로 발 아래 넘실대는 동해바다의 파도가 몰아친다는 점이 특이하다.

울릉읍·서면·북면 등 울릉군의 3개 읍·면의 공통된 경계점이 성인봉이기도 하다.

성인봉이 주는 장엄함은 무엇보다 맑은 날 동쪽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산(山)자 모양의 돌섬인 독도가 훤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데 있다. 또 북쪽 가까운 곳에 죽암과 삼선암, 동쪽 가까운 곳에 저동항·도동항·촛대바위·코끼리 바위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성인봉이란 이름은 역사적 사료 없이 전해오는 두 개의 전설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하나는 산 모양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나물을 캐러 갔다가 길을 잃어 죽을 뻔한 소녀가 꿈에 나타난 어느 노인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주민들이

그 노인을 성인으로 일컬으며 붙여졌다는 주장도 있다.

성인봉은 화산 활동이 왕성한 신생대 3기~4기(6500만년~250만년 전)에 걸쳐 조면암과 현무암이 뒤엉키면서 생겼다.

봉우리는 화산암층에 덮여 지형이 약간 완만하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아래쪽으로는 급경사의 침식계곡이 형성돼 있다.

성인봉 북쪽에 형성된 동서 길이 1.5㎞, 남북 2㎞의 삼각형 모양의 칼데라가 ‘나리분지’이다.

울릉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평탄한 지역이다. ‘나리’는 영어로 백합류의 꽃인 ‘릴리’를 대신하는 순 우리말이다.

지천에 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구상의 다른 칼데라가 그러하듯 나리분지 주변에는 급경사의 언덕배기가 솟아있다. 성인봉 주변의 형제봉·미륵산·나리령 등이 그들이다.

성인봉 주변은 전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설국(雪國)이란 말은 겨울철 울릉도와 성인봉을 일컫는다. 올들어 2월 중순까지만 울릉도에 1가 넘는 눈이 내렸고, 나리분지에는 2에 육박하는 대설이 장관을 이뤘다.

높은 산봉우리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마찬가지여서 성인봉도 매우 신성하게 여겨졌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오랜 가뭄 때 주민들이 호미와 괭이로 성인봉 정상 주변을 파헤치면 매장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체가 나왔고, 이를 계곡 아래로 버리면 곧 폭우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신성한 곳에 더러운 시체를 함부로 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성인봉 주변은 식생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17만8000여㎡의 울창한 원시림이 천연기념물(제189호)로 지정돼 있다.

향나무·후박나무·동백 등 희귀 나무와 식물이 모두 650여종이나 된다. 대부분 성인봉의 7~8부 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재미있는 나무 하나. 이름하여 ‘나도 밤나무’다. 높이가 대략 20 안팎인 이 나무는 밤의 까칠함이 잔가지에 솟았다.

이 나무의 유명세는 경남 함양군 소재 상림원을 비롯, 육지에 보기 드물게 산재하는 ‘나도 밤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대조적인 이름이 나무를 보는 사람들마다 입에 오르내린다.

성인봉 주변에는 다양한 새들도 모여 산다. 흑비둘기를 비롯해 모두 62종의 텃새와 철새가 있다.

1991년 3차례에 걸쳐 까치 34마리가 방사됐지만, 2~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사라진 것이 안타까움으로 기억되는 울릉도의 성인봉이다.

성인봉을 오르는 길은 급경사다. 허리와 다리 품을 꽤나 팔아야 한다.

등산로의 첫 출발점이 해발 0이고, 해발 1000에서 불과 16가 모자라는 ‘높은’ 정상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육지의 등산기점(해발 200~400)과는 비교도 안된다. 하지만 그만큼 오르내리는 길의 매력도 많다.

등산길은 크게 두 갈래다. 울릉읍 도동에서 올라 울릉읍 저동으로 내려오는 길(9㎞·소요시간 4시간)과 저동~관모봉~성인봉~알봉~나리분지~북면 천부리로 이어지는 코스(길이 12㎞·5시간30분)다. 울릉군은 지난해 경사가 매우 급한 사다리골(해발 300~500여) 주변에 등산객 안전을 위해 길이 1.7㎞ 구름다리와 데크로드(목재형 도로)를 설치했다.

도동이나 저동 중 어느 쪽에서 오르든 약 2시간 동안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성인봉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해서 ‘8자 길’로 통한다. 다른 길이 없는 만큼 등산 중 길을 잃을 위험은 없다.

정상에 오른 뒤 울릉도의 비경을 보려면 성인봉에서 약 10 아래에 있는 전망대로 가면 된다. 공암·송곳바위·형제봉 등 울릉도의 절경이 대부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세찬 바람을 마주하며 아래로 내려다 보는 느낌이 사뭇 낙하산을 타고 비행을 하는 듯하다.

또 성인봉에서 북면 쪽으로 내려오면 대평원인 나리분지가 펼쳐지면서 급경사를 내려온 등산객들에게 ‘극과 극’의 느낌을 갖게 한다. 너와집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고, 옛날 주민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다.

등산에 앞서 도동이나 저동에서 반드시 물통을 채워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물샘이 거의 없다.

하산 후 오징어회와 호박엿을 맛보고 국내 유일의 독도박물관을 구경하는 일은 성인봉이 주는 ‘보너스’이다.

〈 백승목기자 〉

전북 장수는 호남권의 오지다.

지금은 대전~진주간,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뚫려 교통요지로 떠올랐지만 수년전만 해도 ‘무진장’으로 통했다.

무진장은 무주·진안·장수 등 3개 군을 말한다.

무진장 중에서도 장수군은 가장 손때가 묻지 않은 고을이다.

장안산은 장수 안에서도 인적이 뜸한 외진 곳에 솟아 있다.

장수가 고원지대라서 산이 야트막해 보이지만 실제 높이는 1237에 이른다.


장수군 장수읍과 장계·천천·계남·번암 등 5개면을 경계로 두고 있는 이 산은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내린 우리나라 8대 종산 가운데

호남 종산에 속한다.

호남과 금남 정맥의 어머니 산으로 동쪽으로 백운산, 서쪽으로 팔공산을 품으며 호남과 충청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장안산은 덕산계곡, 방화동, 지지계곡 등 크고 작은 계곡 26곳과 윗용소, 아랫용소 등 연못 7곳,

지소반석 등 14개의 기암괴석에 약수터 5곳을 안고 있다.

장안산은 갈대와 억새로 유명하다.

산 능선에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밭에 만추의 바람이 불면 온 산등성이가 하얀 억새 파도로 춤추는 장관을 연출한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느낌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장안산은 넓고 장대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능선상에 정상인 상봉을 비롯해 남쪽으로 중봉, 하봉이 솟아 산행에 변화가 있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 덕유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와 멀리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

서북쪽으로 금강, 서남쪽으로 섬진강, 동남쪽으로 낙동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백두대간 자락인 인근 영취산 정상에서 출발하는 금남과 호남 정맥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장안산의 설경.


장안산 산행의 묘미는 산을 둘러싸고 휘감는 계곡들을 함께 감상하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장수읍에서 논개사당을 지나 동촌리 밀목재를 넘어서면 용소로 유명한 장안산의 덕산계곡이 나타난다.

영화 ‘남부군’에서 이현상 휘하의 빨치산 부대가 옷을 벗고 목욕하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장안산 일대 계곡은 과거 포장도로가 나지 않아 인적이 드물었으나 근래 도로공사가 진행되면서 차량 통행이 수월해졌다.

덕산분교를 지나 차를 세워두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걷다보면 팔각정이 하나 나타난다.

이 곳에 서면 우리나라의 등줄기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에서 막 가지쳐 나온 장안산의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를 살펴볼 수 있다.

팔각정에서 다시 계곡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려가면 방화동 가족휴가촌이 나온다.

휴양단지 내에는 자동차 야영장과 물놀이장, 캠프 파이어장 등이 갖춰져 있다. 등산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이 곳에 흐르는 계곡물은 맨손으로 떠 마셔도 될 만큼 청정하다.

장수 장계쪽에서 장안산을 가는 길은 더 편하다. 함양쪽으로 가는 길 중간에 논개생가터를 찾아가면 그 곳이 장안산 밑이다.

도로가 잘 정돈돼 있어 장안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승용차로 10여분만 올라가면 된다.

장안산은 등산로가 비교적 가파르지 않고 맨흙을 밟는 기분이 들 정도로 등산로면이 좋아 가족들끼리 손을 잡고 다닐 수 있는 곳이 많다.

갈대와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 산행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무령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산행에는 왕복 4시간쯤 걸린다.

장안산에 오르는 길은 장계면 무령고개에서 정상~법연동을 잇는 무령고개 코스(3시간), 계남면 장안리 괴목 기점 코스(3시간30분),

장수읍 덕산리 법연동에서 연주동~덕산계곡을 거치는 남릉 코스(4시간30분)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무령고개 코스가 수월한 편이다.

고개에서 눈꽃을 감상한 뒤 하산길에 접어들면 골짜기 경관이 빼어나고 고즈넉한 겨울 풍경의 덕산계곡과 용소 등을 만날 수 있다.

무령고개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가족단위 등산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예전엔 장수가 교통 오지라서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거쳐 장안산을 찾아가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교통망이 좋아져 동서남북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2~3시간이면 장수군에 다다를 수 있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면 장수IC를 빠져 나온 뒤 19번 국도로 5분 정도 가서 장계우회도로를 지나 26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26번 국도에서 함양 방향으로 10분 정도 지나 보이는 논개 생가터 안내판을 따라 20분쯤 가다보면 무령고개가 나온다.

88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남장수IC에서 19번 국도를 이용해 번암면,

장수읍, 계남면, 장계면을 거쳐 무령고개로 가는 방법이 있다.

장안산을 다녀오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논개 생가터다.

임진왜란 때 왜장을 껴안고 푸른 강물에 몸을 던진 논개는 이곳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태어났다.

논개의 혼은 장안산 아래에 살아 있다.

10여년 전 논개 생가터 복원사업이 완료돼 생가와 기념관 등이 역사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장수에는 무공해 고랭지 먹거리가 풍부하다.

고소한 쌈에 싸먹는 흑돼지구이가 별미다. 장수 한우도 유명하다.

속살에 꿀이 배어있는 장수사과와 오미자도 빼놓을 수 없다.

〈 박용근기자 〉

ㆍ아기·노승·사자 … ‘바위기둥’ 기묘한 손짓

마치 디자이너의 손길이라도 미친 듯, 기기묘묘한 바위가 일정한 간격으로 보란 듯이 둥지를 틀고 있는 전남 장흥의 천관산(天冠山).

귀한 보석이 둘러싸여 박힌 천자(天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해발 723. 볼거리, 얘깃거리가 풍성한 천관산은 지리산·내장산·월출산·능가산(내소사 뒷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힌다.

1998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돼 내려오지만, 이웃한 월출산 국립공원 못지않은 유명세를 당당히 누리고 있다.


천관산은 ‘가을 억새’로 강한 인상을 심어 놓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억새지만, 이곳 정상에 펼쳐진 132만㎡(40만평)에 이르는 ‘억새 바다’의 출렁거림은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가을의 천관산은 온통 은빛이다.

바위산이긴 해도 오르막과 평탄한 숲길, 바위길이 섞여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천관산의 매력이다.

여성이나 가족단위 등반객이 즐겨 찾는 산이다.

능선을 오르면서 속속 시야에 들어오는 80여개 거대한 ‘바위 기둥’은 놀랍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돛대봉, 종을 닮은 종봉, 나이 든 스님의 모습을 한 노승봉, 하늘 기둥인 천주봉, 책을 쌓은 모습의 대장봉 등

저마다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산 타기의 힘듦과 지루함을 말끔히 덜어내는 볼거리로 그만이다.

동서남북 10여곳으로 나뉘어진 등산로 가운데 하나를 골라 1시간~1시간30분쯤 오르면 정상인 연대봉으로 통하는 능선을 만난다.

가장 인기 있는 등반길은 환희대(720)를 통과하는 코스다.

여기서부터 꼭대기인 연대봉까지 1㎞ 남짓, 무려 132만㎡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봄엔 성큼성큼 커가는 생동감으로, 여름엔 아름다운 초원으로, 9월 중순부터는 녹황색의 꽃으로, 10월엔 은빛 물결을 일구며

등반객의 맘을 사로잡는다.

‘가을 억새’를 보러온 등산인들은 누구나 키를 넘는 억새숲을 지나며 노래 한 곡을 목청껏 뽑아낸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으악새’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바로 억새를 이르는 말.

10월 한 달 동안 이 노래는 ‘천관산 찬가’가 돼 계곡과 능선에 울려퍼진다.



능선 바로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올망졸망한 섬이 쪽빛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도해가 펼쳐진다.

북으로는 월출산·제암산·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씨가 맑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훤히 볼 수 있는 기회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봄날 천관산은 ‘붉은 산’으로 물든다. 지천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퍼지면서 ‘불타는 산’으로 변하고,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동백 숲도

유난히 진한 꽃을 피워낸다.

 



 

천관산은 역사와 문향이 흐르는 산이기도 하다.

당나라 승려들까지 와서 공부했다는 천관사, 고려 인종의 비로 의종·명종·신종의 어머니인 공예태후 임씨를 모시고 있는 정안사가 있다.

임씨는 천관산 입구인 당동마을 출신이다.

또 이 산에는 고찰 87개가 있어 금강산 다음으로 많은 대사(28명)를

내면서 불력이 깊은 산으로도 통한다.

신라 김유신의 연인 천관보살과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북쪽 주 등산로 들머리에는 조선 태종 때 심었다는 20 높이의 고목 태고송이 여전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곁에 호남의 대표적인 실학자

위백규 선생이 세운 강학소 장천재(長川齋)가 있다.

인근에 그의 후손 장흥 위씨 집성촌인 방촌문화마을, 고인돌 300개로

이뤄진 선사유적지도 있다.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이곳 출신 소설가 이청준·한승원·송기숙씨 등도 천관산 주변에서 글감을 구했다.

 

천관산 산행은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등반로 주변의 볼거리와 억새 풍광 구경에 시간을 낸다면 6시간은 잡아야 넉넉하다.

장천재~금강굴~구정봉~억새 능선~연대봉~정원석~장천재 등반로가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다.

이곳은 천관사~구정봉~환희대~연대봉 등반로와 함께 봄철 ‘진달래 능선’으로 불린다. 활짝 핀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로 다도해가 보이는 남쪽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구정봉까지 와서 탑산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조금 험한 내리막길이지만 15분 정도만 고생하면 그만한 대가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1200년 전 세워진 탑산사는 법당과 요사도 볼 만하지만 입구에서 절까지 쌓아올린 돌탑으로도 유명하다.

400개가 넘는 돌탑이 아슬아슬하지만 굳건히 서 있다. 바로 아래 천관산 문학공원이 있다.

이청준·한승원·차범석·전상국씨 등 내로라하는 문인 54명의 육필 원고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산행을 마치면 싸고 푸짐한 남도음식을 맛볼 수 있다. 향긋한 매생이 요리와 통통한 자연산 굴이 겨울 제철음식이다. 키조개·낙지 등 철마다 갯벌과 청정바다에서 건져올린 해산물이 별미다.

‘정남진 마을’인 관산읍 신동리 바닷가도 들러볼 만하다.

지금 그곳에서는 바닷가 들녘을 가득 메운 보리밭과 쪽파, 도로변 종려나무 가로수,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한 매화가 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목포에서 국도 2호선을 타고 강진을 거쳐 장흥 쪽으로 들어오면서 바로 나타나는 순지 IC에서 우회전한다.

거기서 이어지는 국도 23호선을 타고 내려가다 관산읍으로 들어가지 말고, 5㎞ 아래쪽 방촌마을까지 가서 다시 우회전하면 장천재가 보인다. 광주에서는 장흥·회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천관산 입구에서 내리면 되고, 부산·순천 방면에서도 장흥으로 국도 2호선을 타고 가다

순지 IC를 통과해 내려가면 된다.

〈 배명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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