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바위산 눈물도 지우다

 

주왕산(해발 721m)은 설악산·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꼽힌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부동면과 영덕군 달산면 등 2개 군(郡) 5개 읍·면 17개리에 걸쳐 있다.

1976년 3월 국내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총 107㎢에 이른다.
 
 


주왕산이란 명칭은 신라 무열왕 16대손인 김주원이 왕으로 추대됐지만 왕위에 등극하지 못하고 이곳에 은거한 데서 유래됐다.

주왕산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석병산으로도 불렸고,

예로부터 난리가 날 때마다 많은 백성들이 숨어 지낸 곳으로 대둔산으로도 불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태행산(933m)·가메봉(882m) 등 봉우리가 모두 10개다.

기암(旗岩)·급수대·시루봉·학소대 등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기암괴석이 볼거리다.

주방·절골·월외계곡 등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4곳과 주왕·연화굴 등 천연 동굴이 3곳, 주산지와 내기사저수지 등 연못 2곳의 주변 풍광은

절경이다.

 

이들 경관에는 저마다 애틋한 사연과 전설이 얽혀있다.

주왕이 신라 관군과 싸우다 화살을 맞고 계곡으로 흘러내린 선혈을 따라 피어난 수달래 전설은 탐방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산 입구에 웅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 기암(旗岩)은 주왕이 신라군과 전쟁을 벌일 때 이 바위에 이엉을 두르고 쌀뜨물을 흘려

병사가 많은 것처럼 위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관음보살을 닮은 관음봉, 연꽃 모습을 한 연화봉, 왼손으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얹히면 득남한다는 아들바위 등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바위산이지만 주왕산이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산을 감싸고 도는 풍부한 물 때문이다.

선녀들이 몸을 씻었다는 제1폭포(선녀폭포), 그리고 바로 위에 자리잡은 선녀탕과 구룡소는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산 속 깊이 들어가면 마치 호박 모양으로 파인 곳에 폭포수가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2단 형상의 제2폭포가

그 신비를 뽐낸다.

 

뿐만 아니다.

주왕산에서 제일 대범해 보인다는 제3폭포, 항상 물보라가 안개처럼 주위를 감싸고 도는 월외폭포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주왕산은 온갖 식물과 동물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망개나무·소나무·둥근잎꿩의비름 등 888종의 식물이 산 능선과 기슭에서 자란다.

또 수리부엉이·수달·하늘다람쥐를 비롯한 902종의 동물과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주왕산은 불과 40여년전까지만해도 수난의 연속이었다.

일제는 제1폭포 주변에 채탄과 제탄 전수소 설치를 위해 차도를 내면서 태고의 신비를 훼손했고, 목탄 생산용 참나무를 마구잡이로 잘라냈다.

해방 이후에는 나무를 팔아 생계를 잇는 서민들의 소나무 벌채가

이어졌다.

 

주방계곡 위쪽에 위치해 ‘하늘아래 첫 동네’ ‘전기없는 달빛마을’로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누렸던 내원마을은 최근 사라졌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 때 피란처로 생기기 시작해 2000년초까지 9가구가 거주했다.

주왕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2001년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내원마을

철거키로 하고 올해 11월 건축물을 모두 없앴다.

 

〈청송|백승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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