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송라·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의 경계를 이루는 내연산(內延山·930m).
태백준령이 동해안을 타고 내려와 영일만에 이르러 똬리를 튼 모양의 명산이다.
북으로 문수봉(622m)·삼지봉(710m)·향로봉(930m)이 자리를 잡았고 남으로 우척봉(775m)·삿갓봉(716m), 매봉(816m)이 마주 보고 섰다.
그 사이로 깎아지르는 층암절벽의 틈바구니에 의연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 적송들이 인상적이다.
계곡 안으로 염주를 꿴 듯 끝없이 이어지는 12폭포의 향연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12폭포 중 연산폭포 |
쌍생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시명폭포 등 14㎞의 계곡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폭포들은 하류에서 중·상류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곳곳에 풍류객이 기생과 함께 물속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오는 기화대,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일대,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비하대, 신선이
타고 온 학이 깃들었다는 학소대 등이 절벽이나 폭포와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진경산수화의 거봉인 겸재 정선 선생도 1753년 58세의 나이로 이곳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때 내연산 용추도·내연산 폭포도 등의 걸작을 남겼다.
또 조선 숙종은 내연산을 찾은 뒤 /봄잠 날 새도록 모르는데/ 곳곳에 우짖는 새소리/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꽃은 얼마나 저버렸는가/라는 한시를 남겼다.
이처럼 내연산은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원함뿐 아니라 산기슭에서 계곡과 폭포를 앞세우고 그 뒤로 사방에 솟은 봉우리를 치켜 보는 멋도 좋다.
협곡을 따라 오르다가 송라면 시명리에 이르러 오른쪽 활엽수가 우거진 경사면을 1시간30분가량 오르면 사방으로 탁트인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내연산의 최고봉인 향로봉이다.
청송·영덕·포항·경주의 드넓은 들판뿐 아니라 탁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장쾌하고, 한반도 최동단이자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호미곶의 ‘호랑이 꼬리’도 한 눈에 들어온다.
서북쪽 아래로는 영덕 오십천의 발원지로 길이 22㎞의 옥계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동쪽 먼 바다를 바라보다 산기슭으로 눈을 내리깔면 천년고찰 보경사가 자애로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경사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25년 지명법사가 호국사찰로 창건했다.
원진국사비와 부도 등 2개의 보물을 비롯해 모두 6개의 문화재가 보경사 경내에 있다.
향로봉 남쪽으로는 총면적 3222t의 부지에 1510종 17만9300여본의 나무와 풀을 보유해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북도수목원이 숲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수목원은 해발 6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수변공간에 자라는 풍성한 수생식물은 산행에 지친 등산가들의 심신을 재충전시키기에 충분하다.
전망대에서 동쪽 바다를 바라보거나 고개를 돌려 내륙쪽 내연산의 등줄기를 훑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사이트인 ‘숲에 on(www.foreston.go.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포항|백승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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