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송라·죽장면과 영덕군 남정면의 경계를 이루는 내연산(內延山·930m).

태백준령이 동해안을 타고 내려와 영일만에 이르러 똬리를 튼 모양의 명산이다.

북으로 문수봉(622m)·삼지봉(710m)·향로봉(930m)이 자리를 잡았고 남으로 우척봉(775m)·삿갓봉(716m), 매봉(816m)이 마주 보고 섰다.

그 사이로 깎아지르는 층암절벽의 틈바구니에 의연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 적송들이 인상적이다.

계곡 안으로 염주를 꿴 듯 끝없이 이어지는 12폭포의 향연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12폭포 중 연산폭포 

쌍생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시명폭포 등 14㎞의 계곡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폭포들은 하류에서 중·상류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곳곳에 풍류객이 기생과 함께 물속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오는 기화대,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일대,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라는 비하대, 신선이

타고 온 학이 깃들었다는 학소대 등이 절벽이나 폭포와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은 진경산수화의 거봉인 겸재 정선 선생도 1753년 58세의 나이로 이곳 청하현감으로 재직할 때 내연산 용추도·내연산 폭포도 등의 걸작을 남겼다.

또 조선 숙종은 내연산을 찾은 뒤 /봄잠 날 새도록 모르는데/ 곳곳에 우짖는 새소리/ 간밤에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꽃은 얼마나 저버렸는가/라는 한시를 남겼다.


이처럼 내연산은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원함뿐 아니라 산기슭에서 계곡과 폭포를 앞세우고 그 뒤로 사방에 솟은 봉우리를 치켜 보는 멋도 좋다.


협곡을 따라 오르다가 송라면 시명리에 이르러 오른쪽 활엽수가 우거진 경사면을 1시간30분가량 오르면 사방으로 탁트인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내연산의 최고봉인 향로봉이다.

청송·영덕·포항·경주의 드넓은 들판뿐 아니라 탁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장쾌하고, 한반도 최동단이자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호미곶의 ‘호랑이 꼬리’도 한 눈에 들어온다.


서북쪽 아래로는 영덕 오십천의 발원지로 길이 22㎞의 옥계계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동쪽 먼 바다를 바라보다 산기슭으로 눈을 내리깔면 천년고찰 보경사가 자애로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경사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25년 지명법사가 호국사찰로 창건했다.

원진국사비와 부도 등 2개의 보물을 비롯해 모두 6개의 문화재가 보경사 경내에 있다.

 

향로봉 남쪽으로는 총면적 3222t의 부지에 1510종 17만9300여본의 나무와 풀을 보유해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북도수목원이 숲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수목원은 해발 6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수변공간에 자라는 풍성한 수생식물은 산행에 지친 등산가들의 심신을 재충전시키기에 충분하다.

전망대에서 동쪽 바다를 바라보거나 고개를 돌려 내륙쪽 내연산의 등줄기를 훑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사이트인 ‘숲에 on(www.foreston.go.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포항|백승목기자

화왕산(756m)은 경남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는 창녕의 진산이다.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낙동강 하류 지역에 솟아있어 실제보다 매우 높게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세가 웅장하고 정상부의 바위들이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서쪽으로는 높은 산이 없어 정상에서 한번이라도 석양을 본 사람들은 그 감흥을 오랜기간 잊지 못한다.

또 남지읍 옆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직선거리가 12㎞밖에 되지 않아 산 위에서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화왕산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억새로 유명하다.

특히 가을이면 정상 부근은 6만~7만평이 ‘억새 평원’으로 변하면서 일대 장관을 이룬다.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꽃으로도 유명해 영남지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산은 과거 화산활동이 활발해 불뫼·큰불뫼로 불렸다. 화왕산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화왕산(火旺山)의 중간 글자는 언젠가부터 ‘王’자에서 ‘旺’자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 지명을 제멋대로 고치면서 ‘日’자를 붙였다는 설이 있고 홍수 피해가 많은 창녕 지역에서 물의 기운을

화왕산의 불기운으로 억제하기 위해 ‘旺’자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산 정상의 분지는 화왕산성이 에워싸고 있다.

산성 입구인 서문은 현재 흔적조차 없고 동문 부근에는 석벽 등 흔적이 남아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근거지로 삼고 왜병을 물리쳤다고 한다. 의병전승비가 자리하고 있다.

 

동문에서 남문터로 내려가는 길 잡초더미 사이에는 분화구 3개가 있다.

‘삼지(三池)’ 또는 ‘용지(龍池)’라고 불린다. 창녕 조(曺)씨 시조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왕산 일대에는 볼거리가 많다.

화왕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 남동쪽으로 향하면 관룡산 정상(739m)으로 이어진다.

관룡산 서남쪽에 위치한 관룡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로 약사전·약사전 3층석탑·석조 석가여래좌상·석조여래좌상 등 보물급 유적이 산재해 있다.

 

고려 공민왕 때 개혁정치를 주도한 신돈이 출가했던 옥천사지도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대흥사지에는 탑신과 옥개석이 흩어져 있고 주변의 깊은 계곡에는 여름철이면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들이

줄을 잇는다.

화왕산 서쪽에는 보존상태가 양호한 목마산성이 있고 서쪽 사면 말흘리에서는 진흥왕 척경비가 있다.

 

이밖에 드라마 ‘허준’의 세트장도 그대로 남아있다. 작은 초가집에서 허준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대장금’ ‘왕초’ ‘상도’ ‘영웅시대’ ‘주몽’ 등도 화왕산 일대에서 촬영했다.

 

주변 관광지로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이 있다.

태고의 원형을 유지한 국내 최대의 늪이다.

면적이 70만평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다.

남지읍에 조성한 6만여평의 유채꽃밭은 낙동강을 따라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부곡온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다.

 


화왕산에는 두가지 축제가 있다.

10월 첫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화왕산 갈대제’는 통일과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제다.

한해 농사에 대한 감사와 통일을 기원한다.

등산객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祭)도 빠뜨리지 않는다.

해가 지면 횃불을 들고 산정을 한바퀴 도는 통일 횃불 행진은 화왕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의병추모제와 캠프파이어·연날리기 행사도 열린다.

 

정월 대보름에는 산정에서 ‘억새 태우기 축제’가 펼쳐진다.

산불 위험 때문에 매년 열리지 못하고 격년제로 또는 3년에 1번 열린다.

화왕산의 불기운을 잠재우고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로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참가한다.

연날리기·사진촬영대회·산상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곁들여진다.

 

등산코스로 봄에는 진달래를 볼 수 있는 옥천리길을, 가을에는 억새를 볼 수 있는 자하곡(골)길을 많이 이용한다.

자하곡을 통해 가는 길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창녕읍~자하곡~산림욕장~정상, 자하곡~도성암~정상, 자하곡~산림욕장~전망대~장군바위계곡~정상 등이다.

어느 길이든 산행은 왕복 5시간가량 소요된다.

 

등산 코스 입구에서는 양파, 마늘, 단감, 오이, 고추, 파프리카 등 지역특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서울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녕행 버스가 하루 5차례 출발한다.

숙박은 온천 관광지인 부곡에서 온천을 하면서 피로를 푸는 것이 좋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나들목으로 들어와 좌회전한 뒤 시내를 거쳐 자하곡 매표소로 갈 수 있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산나들목으로 들어와 좌회전한 뒤 국도 5호선을 타고 계성방면으로 10분가량 달리면 옥천매표소가 나온다.

 

〈권기정기자〉

충북 제천시 금수산(錦繡山·1016m)은 숲과 어우러진 기암절벽이 절경이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엔 단풍, 겨울철에는 설경 등 사계절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때문에 금수산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등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금수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었다. 그런데 조선조 중엽 단양군수였던 퇴계 이황(1501~1570)이 단풍 든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고

감탄하며 산 이름이 금수산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수산 정상의 원경은 다양한 형태로 등산객을 유혹한다.

길게 누운 임산부의 모습인가 싶더니 사자의 머리형상 같기도 하고, 남쪽 능선에서는 뾰족봉으로 보이는 등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금수산은 북쪽으로는 제천시내까지, 남쪽으로는 단양군 적성면 말목산(720m)까지

뻗어내린 제법 긴 산 줄기의 주봉이다.

 

주 능선에는 적성산(848m)·동산(896m)·말목산 등 700~800m의 산들이 여럿 있다.

중간마다 서쪽으로 뻗은 지릉에도 중봉(885m)·신선봉(845m)·저승봉(596m)·망덕봉(926m) 등 크고 수려한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금수산에는 주봉인 망덕봉이 위용을 뽐낸다.

이 산 남쪽 기슭 백운동에는 높이 30m의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있다.

용담폭포는 여자의 음부와 같이 움푹 파여 자연의 신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에는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았다.

주왕은 폭포의 모습에 반해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 오라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선녀탕과 용담폭포였다고 한다.

 

상탕·중탕·하탕으로 불리는 선녀탕에는 금수산을 지키는 청룡이 살았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주나라 신하가 금수산이 명산임을 알고 산꼭대기에 묘를 쓰자 청룡이 크게 노해 바위를 박차고 하늘로 승천했다고 한다.

 

금수산 심곡의 한양지(寒陽地·얼음골) 유곡 양쪽에는 기암괴석과 청산이 있다.

금수산 7부 능선에 있는 이 얼음골은 돌무더기를 30~40㎝가량 들추면 밤톨만한 크기의 얼음덩어리를 사계절 볼 수 있다.

청솔로 우거진 숲 사이 십리계곡에는 차고 맑은 계류가 굽이치고 돌아 흐르면서 천하 절경의 9곡을 이루고 있다. 이 계곡이 능강구곡이다.


능강구곡은 쌍벽담·몽유담·와룡담·관주폭·춘주폭·금병당·연자탑·탈당암·취적대로 이뤄져 있다.

금수산은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단양 상학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제천 백운동에서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가 예사로운 풍경이 아니다.

 

청풍호반을 끼고 들어서는 백운동 마을은 봄철 산수유로도 유명하다.

늙은 산수유 나무가 빼곡한 백운동 마을에서 올려다 보는 금수산은 북쪽의 망덕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져 능선 끝 지점에

머리를 치켜 든 사자처럼 뾰족하게 치솟았다.

 

망덕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암릉 여기저기에는 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단풍이 들면 그 이름처럼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경치가 펼쳐진다.

 


 

금수산 산행코스는 단양 상학마을에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천 청풍의 능강리·상천리·하천리에서 오르는 코스도 경치가 좋다.

상천리 백운동 버스정류장에서 표지판을 따라 10여분을 오르면 용담폭포가 나온다.

넓은 암반 위로 30m의 물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져 금수산 산행의 백미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한다.

계속해서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르면 용담폭포를 굽어 볼 수 있는 전망대 바위가 나온다.

급경사 구간에는 로프가 매여 있고 가파른 암릉 곳곳에는 청풍호반과 월악산을 조망할 수 있다.

바위 주변엔 노송들이 많아 운치를 더해 준다.

암릉 길이 끝나면 울창한 떡갈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 오솔길을 따르면 망덕봉 정상에 다다른다.

이 정상은 넓은 공터지만 주변에 떡갈나무가 울창해 조망은 그리 신통치 않다.

망덕봉에서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걷기 좋은 오솔길. 10분 정도 더 가면 얼음골재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가파르다. 철계단이 있는 암봉을 넘어가면 상학마을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살바위고개가 나온다.

이 고개를 지나면 정상까지 날카로운 암봉을 넘어야 한다.

금수산 정상은 비좁은 암봉으로 쇠난간으로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철계단을 따라 조금 내려서면 평평한 너럭바위가 숲 사이에 있어 쉬어 가거나 점심식사 자리로는 안성맞춤이다.

산행시간은 4시간20분 정도.

하산하는 길에 82번 (지방)도로를 따라 금월봉·태조왕건 드라마 촬영지·청풍랜드·청풍문화재단지를 둘러 볼 수 있다.

청풍호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월악산·충주댐·단양 등지를 뱃길 유람 할 수도 있다.

〈김영이기자〉


경기 남양주 축령산(해발 879m). 우뚝 올라서 준걸하고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답다.

바위와 암봉이 많아 천혜의 전망대가 여러 개 있는 수도권 명산이다.

 

축령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에 사냥 왔다가 짐승을 한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해 산 정상에서 제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해 축령산(祝靈山)이라 불리고 있다. 원이름은 ‘비령산’이다.

‘빌 축’자가 새김으로 읽는 이두(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로 적는 표기법)였는데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를 모르고 축령산으로 써왔다.

 

축령산은 국도에서 보이지 않고 교통도 불편해 오래도록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축령산 정상에 서면 화창한 날에는 멀리 수락산과 서울 시내가 다 보일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남이장군 전설이 깃들어 있는 남이바위와 독수리 형상을 한 수리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다보면 산들바람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축령산과 서리산(825m) 정상 사이에 있는 철쭉동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생 철쭉 군락지다.

높이 2~3m 되는 철쭉이 어른이 지나갈 만큼 커다란 연분홍색 꽃터널을 만들어낸다.

철쭉은 매년 5월 중순쯤 만개해 절정을 이룬다. ‘축령산 철쭉제’도 이맘때 열린다.

 

축령산은 야생화 군락지이기도 하다.

계곡과 산길에 온갖 꽃들이 무더기로 자생하는 ‘자연 화원’. 수려한 기암들이 많아 산행도 지루하지 않다. 청설모나 다람쥐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15㎞의 삼림욕장도 있다.

잣나무·단풍나무·고로쇠나무·물푸레나무 등 수령이 50~60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다.

일반 활엽수로 이뤄진 숲보다 열배 이상 많은 음이온을 쏟아낸다.

 

맑은 공기도 공기지만 숲이 주는 신비감과 분위기 때문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제격이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보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축령산과 서리산 중간 분지 779ha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휴양림에는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과 ‘산림 휴양관’이 있어 숲속에서의 하룻밤을 계획하는 것도 괜찮다.

 

숲속의 집은 주방을 겸한 거실과 침실 등 원룸식이고, 산림휴양관은 콘도식이다.

밤이면 수없이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낭만이 있다.

 

‘야영 데크’에서 야영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 목재로 만든 평상 위에 텐트를 치거나 취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설로

휴양림 제1주차장에 50여개가 마련돼 있다.

 

주변에는 다산유적지·마석 조각공원·몽골문화촌 등이 있어 예술·문화적인 볼거리도 쏠쏠하다.

홍릉·유릉, 묘적사 팔각 7층석탑 등 역사 속의 나들이도 겸할 수 있다.

 

인근 산촌마을에서 나오는 고로쇠 약수와 새송이와 표고버섯, 산나물이 가득 차려진 맛깔스러운 밥상은 축령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사이트인 ‘숲에 on(www.foreston.go.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축령산은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등산로의 느낌도 제각각 다른 점이 특징이다.

축령산과 서리산 모두를 돌 수 있는 일주코스는 왕복 4~5시간 거리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상 도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숲 속에 난 산책로는 고즈넉한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오솔길은 건강을 돕는 ‘웰빙 코스’로 충분하다.

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코스가 있는 이유는 마석이 지척이라

교통이 편하고 이채로운 암릉지대가 이 쪽에 치우쳐 있는 데다

산행거리가 반대편에 비해 짧아서다.

150ha나 되는 울창한 잣나무숲 축령백림(祝靈柏林)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행현리로 입산을 한다.

산행은 주로 관리사무소 취사장과 통나무집 사잇길로 시작한다.

오르막 중간의 쉼터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샘터에서 물을 담은 뒤

600m 고도에 이르면 장관의 수리바위가 나타난다.

비상하는 독수리를 닮은 30m 높이의 바위다.

사람 한 명 들어앉기 좋게 파인 남이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오른쪽(동남쪽)이 벼랑인 암릉 구간이다.

철주를 박고 줄을 쳐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이 끝나면 정상이다.

등산코스별 소요시간은 주차장~남이바위~철쭉단지~축령산(5.7㎞·3시간 소요), 주차장~주임도~전망대~서리산 철쭉단지~화채봉(6㎞·3시간), 주차장~남이바위~철쭉단지~축령산~서리산 철쭉단지~화채봉(9㎞·5시간)

가는 길은 서울~태릉~구리 46번 경춘국도(가평 방향)~남양주시청~8㎞~마석삼거리(좌회전)~362번 지방도~10.5㎞~(우회전)~4㎞~축령산, 올림픽대로~팔당대교~양수리~45번 국도~새터 삼거리(좌회전)~6㎞~마석삼거리(우회전)~축령산 등이 있다.

〈최인진기자〉

수도권 등산 마니아들이 하루 산행코스로 즐겨찾는 삼악산(三嶽山). 한때 학생들의 수련모임(MT) 장소로 인기가 높았던

‘강촌마을’ 맞은편에 솟아 있는 산이 바로 삼악산이다.

삼악산 정상 뒤편으로 북한강 물줄기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사진작가 오세기씨 제공 


 

강원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에 위치한 삼악산의 높이는 해발 654m.

그다지 큰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서면 의암호와 호반의 도시 춘천시내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고 있다.

 

북서쪽으로는 화악산, 그 옆으로 북배산과 계관산의 능선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뒤로 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무릉도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삼악산을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들을 얘기한다.

수령이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들이 바위 위로 굵은 뿌리를 드러내고 있지만 푸른빛은 건재해 신비함마저 느끼게 한다.

등산로 곳곳에 갖가지 모양을 한 크고 작은 바위들도 기이하다.

산세는 작지만 단조롭지 않아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으로는 제격이다.

 

삼악산의 또다른 비경은 폭포다.

빙하시대 형성된 협곡은 명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깊이 패어 마치 동굴 속에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한다.

 

협곡 사이로 흘러 내리는 6개의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등선·비선·승학·백련·비룡·가폭포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협곡 사이에 자리한 선녀탕은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곳이기도 하다.

강촌 유원지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는 삼악산.


이런 이유에서일까.

삼악산은 금강산 또는 설악산의 축소판이란 평도 듣는다.

계절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명산들처럼 삼악산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드러낸다.

 

봄철이면 초입새 강변 산자락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진달래·산수유·목련 등이 등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여름이면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해 준다.

 

가을엔 기암 절벽 사이로 곱게 물든 단풍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겨울엔 암벽 곳곳에 얼음이 얼어 빙벽을 오르는 듯한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삼악산에는 금선·신흥·상원·흥국사와 대원암 등 고찰을 비롯해 삼악산성(三嶽山城), 삼악사터 등 유서깊은 명소가 많아

가족들과 함께 등반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춘천과 서울 간의 역로였던 석파령이 내려다 보이는 삼악산성은 천혜의 지형을 이용해 부분 축조된 것으로 폭 1.3m 길이 1.5㎞의 성지로

이어져 있었으나 현재에는 470m 정도만 남아 있다.

삼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 시가지 전경. 


강원도 지정문화재 자료 제50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이곳은 고대 부족국가인 맥(貊)국의 전설과 후삼국 시대 궁예의 피난처였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삼악산이 1000여년 전부터 전략의 요충지로도 중시됐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근처에는 청평댐 건설로 형성된 남이섬 유원지가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삼악산을 비롯한 국내 유명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 사이트인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삼악산 등반은 왕복 3시간가량 걸린다.

코스별 산행 시간은 별 차이가 없지만 어느 곳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흥은 제각각이다.

삼악산의 대표적인 등산로는 삼악산매표소~등선폭포~비선식당~흥국사~정상~상원사~의암댐매표소와 의암댐매표소~상원사~정상~흥국사~비선식당~등선폭포~삼악산매표소 코스다.

초보자들은 비교적 부담이 덜한 삼악산매표소~등선폭포~비선식당~흥국사~비선식당~등선폭포~삼악산매표소와 삼악산매표소~등선폭포~흥국사~정상~흥국사~등선폭포~삼악산매표소 코스를 많이 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권하는 코스는 의암댐매표소에서 출발하는 코스.

삼악산매표소에서 협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데 비해 의암댐매표소에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출발할 때 힘들더라도 내려올 때 쉬운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의암댐매표소를 지나 삼악산장~상원사~깔딱고개를 거쳐 삼악산 정상 부근의 암봉(해발 640m)에 서면 의암댐 붕어섬을 비롯, 춘천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아래 펼쳐진 풍광은 그야말로 일품이어서 정상은 꼭 들러야 한다.

산행을 마친 뒤 시간이 남으면 강촌을 찾아 하이킹을 즐기며 다리를 푸는 것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자녀와 함께라면 삼악산에서 2~3㎞가량 떨어져 있는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묘역이나 애니메이션박물관·고슴도치섬·춘천 인형극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춘천댐 아래 매운탕골이나 명동 닭갈비골목 등을 찾아 미각을 충족시키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최승현기자〉

칠갑산은 충남 청양군 대치면 대치리와 정산면 마치리에 걸쳐있는 지역 대표 명산이다.

열악한 교통여건과 고원지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때 ‘오지’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 보존된 자연환경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칠갑산의 높이는 해발 561m.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이 어우러진 주변 경치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뛰어나다.

“콩밭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로 시작되는 가수 주병선의 ‘칠갑산’이 유행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의 면적은 32.542㎢로 인근 정산·대치면 등 4개면에 걸쳐 산세가 이어진다.

특히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봄에는 산철쭉과 벚꽃이 만개한 ‘꽃대궐’을, 여름에는 울창한 천연림이 ‘하늘 그늘막’을 자랑한다.

가을에는 아흔아홉골에 단풍이 지면서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산이 일품이고 겨울에는 마치 천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설경이 기막히다.

진달래와 철쭉·야생 벚나무가 만발하는 봄철이 가장 화려하다.

주요 명소로는 아흔아홉골·칠갑산장·장승공원·산정호수인 천장호·장곡사·정혜사·자연휴양림·도림사지·냉천골 등이 있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장곡사(長谷寺)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850년(통일신라 문성왕 12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후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증건·보수돼 지금에 이르렀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대웅전을 2개 갖고 있는 유일한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칠갑산자연휴양림은 70ha의 울창한 천연림과 청정산림욕장이 으뜸이다.

90년 조성된 후 통나무집 7동, 원두막 4동, 야영장 2개소, 전망대 1동, 산책로·체력단련시설·물놀이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산 북동쪽에 자리해 계곡이 깊고 물이 얼음같이 찬 냉천골은 여름철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칠갑산은 백제의 얼이 감긴 천년사적지로 불릴 만큼 문화재가 많고 그 유래가 깊다.

사적지를 찾아 이를 감상하는 기쁨은 산행에서 오는 즐거움 못지 않다.

산 끝자락이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 그리고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는 것도 이채롭다.

옛 문헌에 따르면 백제는 이 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여겨 항상 이 곳에서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물생성의 7대 근원 ‘칠(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자를 써 생명의 발원지 칠갑산이라 경칭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어 칠갑산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칠갑산의 명칭은 원래 칠악산(七岳山)이었다고 한다.

설악·관악·월악산 등 우리나라의 명산 대부분이 이름에 ‘악(岳)’자가 들어 있다.

삼국시대 시가(詩歌) 중 최초의 정형시로 알려진 신라 유리왕의 도솔가에 나오는 ‘칠악’이 바로 칠갑산이다.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 사이트인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혁수기자〉

구름의 문, 운문산(雲門山). 이름대로 구름이 많은 산이다.

수시로 낮고 짙게 깔리는 구름은 숲속 생명체들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듯하다.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대가람 운문사가 이 산에 있고, 삼국을 통일한 화랑정신도 여기서 발원했다.

청두 지룡산성쪽에서 본 운문산.


해발 1188m의 운문산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계에 있다.

태백산맥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하하다 ‘영남알프스’를 형성한 높이 1000m급의 7개 산 가운데 하나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은 유럽의 알프스처럼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해서 붙여졌다.

운문산은 이들 산 가운데에서도 자연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운문산은 고승대덕의 정신과 손길이 밴 천년 가람(伽藍) 운문사와 화랑의 세속오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운문사 북쪽의 북대암.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쪽에 있는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다.

고려 충렬왕 때에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선사가 주지를 맡기도 했다.

1958년에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260여명의 비구니들이 수학하는 국내 최대의 승가대학으로 유명하다.

30여채의 건물과 금당 앞 석등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뜰에는 수령 500년쯤 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현세의 업보를 놓으려는 듯 가지를 모두 내린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다.

500여m에 이르는 울창한 솔숲길을 지나 운문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운문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신라 진평왕 때에는 이 일대에서 원광국사가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렸다. 화랑의 수련장도 들어섰다.

운문산은 신라가 국력이 강해 낙동강 유역으로 진격할 땐 전초기지였고,

물러설 땐 천혜의 요새였다.

화랑들은 운문산하를 내달리며 세속오계를 가슴에 새겼을 것이다.

 

운문산은 전체적으로 듬직하고 중후한 모습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천황산 억새밭이 물결치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용틀임한다.

석골·선녀·학소대폭포와 정구지·치마바위 등이 절경을 이룬다.

정상 아래 상운암의 지도바위는 마치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겨 눈길을 끈다.

 

산세는 정상 남쪽(밀양쪽)으로 급하고 능선이 짧은 반면 북쪽(청도쪽)으로는

능선이 길고 완만하다.

정상에서 청도 천문지골로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과 8㎞에 이르는 계곡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다.

청도군이 1991년부터 운문사를 중심으로 이 일대 10.30㎢에 대해 2008년까지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 덕에 투명한 계곡물과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만 자라는 털말발도리와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이 곳곳에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가 됐다. 운문산을 비롯해 산과 등산 코스 등에 관한 정보는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 사이트인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최슬기기자
 
 

경상남도 합천군 대병·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황매산(1108m)은 전국적으로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기암괴석과 소나무·철쭉·활엽수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남지역 산악인들에게는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얼마전 막을 내린 TV드라마 ‘주몽’에서 해모수가 장렬하게 최후를 마치는 곳이 황매산 정상이란 것을 떠올리면

황매산을 모르는 사람도 친숙함이 느껴질 것이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의미하고 ‘매(梅)’는 ‘귀(貴)’를 의미한다.

풍요로운 산이란 뜻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풍광이 활짝 핀 매화잎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할미산’이었다고 말한다.

또 누구라도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뜻하는 일이 반드시 이뤄진다고 해서 예로부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황매산은 ‘효의 산’ 또는 ‘삼무(三無)의 산’으로도 불린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황매산에서 수련을 할 때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면서 칡덩굴과 땅가시에 발등을 긁혀 상처가 나고 뱀에 놀라는 것을 보고 지극정성으로 산신령에게 기도를 했더니 이후 뱀·땅가시·칡덩굴 등이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황매산에는 등산로가 많지만 합천군에서 올라가는 길과 산청군에서 접근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합천에서 오르는 길은 산 중턱의 목장을 위한 도로나 임로가 나 있어 자동차를 이용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산청 쪽은 걸어 올라 가면서

각종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와 지리·덕유·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합천호는 가깝다 못해 물결의 흐름까지 느껴질 정도다.

호숫가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과 한가롭게 호수 주위를 돌고 있는 자동차는 각박한 도시사람들에게 여유를 찾아 준다.

 

박쥐골, 노루바위, 국사봉, 효렴봉과 흔들·장군·촛대·거북·신선·망건바위 등은 등산객들을 자연의 신비 속으로 끌어들인다.

 

황매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산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이면 갈대가 온 산을 감싸고, 겨울이면 새하얀 눈과 매서운 바람으로 겨울산의 맛을 드러낸다.

특히 5월에 산 정상 일대 수십만평의 고원 위로 펼쳐지는 선홍빛의 철쭉꽃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소백산, 바래봉에 이어 철쭉 3대 명산으로 불릴 만큼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이 때문인지 황매산이 최근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영화 ‘단적비연수’와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주몽’과 ‘서울 1945’는 황매산 일대에서 촬영했다.

산청군은 차황면에 영화 ‘단적비연수’를 촬영할 때 사용한 억새집과 통나무집 30여채를 복원하고 10여개의 풍차와 은행나무·고목·대장간 등 영화 속의 주요 자료를 모아 영화주제공원을 조성했다.

 

또 주변에 ‘지리산빨치산 토벌전시관’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합천군도 10년 전부터 가회면 일대에서 철쭉제를 개최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매산을 비롯해 산과 등산 코스 등에 관한 정보는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 사이트인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아이 품은듯 어머니의 山-

지난해 봄 모악산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완주군이 마련한 ‘기(氣)찬 아이 낳기 등산대회’.

“똑똑하고 건강한 아기를 갖도록 ‘어머니 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가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렸다.

예비·신혼부부와 불임부부, 늦둥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행사는 호응을 얻었다.


많고 많은 명산 중에 왜 모악산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을까.

전북 김제·전주시와 완주군에 위치한 모악산은 높고 큰 산을 뜻하는 ‘엄뫼’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순수한 우리말이던 산 이름은 한자가 들어오면서 바뀌었다.

금산사지(金山寺誌)에는 ‘엄뫼’를 어머니 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적었다고 했다.

 

모악산 꼭대기에 흡사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 모습 같은 큰 바위가 있어 모악산이라 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어떤 이는 모악산이 한반도의 자궁 자리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모악산은 북한 김일성의 시조묘 논란으로도 화제가 됐다.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가 모악산 명당 터에 묘를 썼기에 김일성의 운(運)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악산은 기(氣)가 세고 영험(靈驗)이 크다는 게 속설이다.

 

그래서인가. 모악산은 전북권의 유수한 산행길 중 백미로 꼽힌다.

기(氣)를 품고 있으면서도 험하지도 그렇다고 만만치도 않다.

천년 고도 전주와 호남평야를 품에 안고 있다.

 

마름모꼴로 물·불·바람 등 삼재(三災)를 막아주는 형세다.

연중 이곳을 다녀가는 등산객은 100만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북 도민의 절반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주 이용층인 전주 시민은 전체가 연중 두번쯤은 찾았다는 얘기다.

         모악산 대원사 


모악산은 노령산맥의 중봉이다.

금만평야의 동쪽에 우뚝 솟아 평야와 산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금만평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대로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곡창지대다.

이처럼 넓은 들 한쪽에 해발 793m로 우뚝 솟았으니 일대에서는 대산일 수밖에 없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관개시설의 대명사로 꼽혀 온 벽골제의

물도 그 근원을 모악산에 두고 있다.

너른 곡창을 일컫는 ‘징게맹경’의 젖줄은 시발이 모악산인 셈이다.

 

모악산을 중심으로 불교의 미륵사상이 개화한 것도 주목된다.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도 금산사에 유폐된 견훤을 빌미로

후백제를 점령했다.

 

동학혁명의 기치를 든 전봉준 역시 모악산이 길러낸 인물이다.

모악산 일대를 신흥종교의 메카로 만든 강증산(姜甑山)은 이산 저산 헤매다가 모악산에 이르러 천지의 대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모악산에는 증산교 본부 등 각종 신흥종교들이 집산해 현존하는 대원·귀신·수왕사 등 사찰 외에도 한 때 8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

산 아래 금산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예 모악산의 원래 이름은 금산이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엄뫼’는 ‘큰 뫼’라고도 불렸는데 큼을 음역하고, 뫼를 의역해서 금산(金山)이라고 칭했다고도 전해진다.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이제 ‘산’이고 ‘숲’이다. 숲을 질러 산에 오르는 묘미. 등산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5일은 식목일. 경향신문은 국민 최대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은 등산문화 정착에 일조하기 위해
산림청과 공동으로 ‘한국의 명산’ 시리즈를 매주 목요일 싣는다.

 

‘달 뜨는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월출산은 그 이름처럼 달이 뜨는 모습이 아름답다.

때문에 예부터 이 산에는 늘 ‘월(月)’자가 붙어다녔다.

백제·신라 때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
구림마을 쪽에서 바라보는 월출 장면은 그야말로 비경이다.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 사이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바다 쪽으로 흘러내려 가다 평지에 돌출된 모양을 하고 있다.
최고봉인 천황봉의 높이는 809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산 전체가 ‘바위전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천황봉 정상에 오르면 300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지만
천황사는 경사가 가파르다.

천황·향로·양자·시루·문필봉 등 정상은 모두 바위로 형성돼 있다.
월출산의 주인공은 바위인 셈이다.
이 바위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고 무엇인가와 닮아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음굴·남근바위·통천문 등 다양한 이름을 지어줬다.

구름다리를 걷는 재미는 월출산 산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120m 높이에 건설된 길이 54m, 폭 1m의 구름다리는 공중에 걸쳐놓은
다리 중 한국에서 가장 길다. 봄은 월출산의 계절이다.
만발한 진달래는 월출산의 달빛마저 주눅들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무리진 진달래를 찾기는 어렵지만, 산길 곳곳에는 붉은 꽃길이 이어진다.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안개는 월출산의 여름을 한 폭의 산수화로 만든다.
사자봉 왼쪽 산 중턱 계곡에서는 폭포 물이 무려 일곱번이나 떨어지는
‘칠치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도갑사와 무위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펼쳐진 미왕재의 억새밭은 사람들을
가을 월출산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월출산의 산줄기 위로 펼쳐지는 일출과 진홍빛으로 서해를 물들이는 일몰을
일컬어 산 마니아들은 ‘호남 제일의 장관(壯觀)’이라고도 평가한다.

백제의 왕인(王仁)박사와 신라말 도선(道詵)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한 월출산에는 문화재들이 많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 서쪽에는 도갑사가 있는데 도갑사의 해탈문, 무위사의 극락전, 마애여래좌상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잘 보존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천황사 입구, 도갑사 뒤편 등산로 입구, 무위사 뒤편 숲에는 각각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어 탐방객들은 자연스럽게

월출산의 자연생태계와 문화자원을 학습할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의 전문가가 이끌어가는 해설프로그램도 곁들여져 다양한 형태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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