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은 용의 몸통… 단풍은 용의 문신

                                          경기 양평군 용문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모습.


경기 양평군 용문산(龍門山·해발 1157m).

용문산은 비산비야의 용문면 북쪽 끝에 병풍처럼 솟아있어 위용이 쉽게 잡힌다.

화악산과 명지산에 이어 경기도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용문산은 이름처럼 거대한 용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푸른 나무는 용의 비늘이고, 굽이굽이 꺾어지는 계곡은 꿈틀거리는 용의 몸통이다.

용문산은 물이 많아 한 번도 계곡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산 입구부터 노송으로 우거진 숲길과 풍부한 계곡 때문에 산 중턱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산행도 적당한 경사로 숨가쁨 없이 주위의 경치를 즐기며 오를 수 있다.

중간 중간 기이하게 생긴 암석과 바위절벽도 빼먹지 말아야 할 볼거리 중 하나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가다보면 용문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여기서 은행나무 숲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돌계단을 만난다.

이곳이 용문사 입구다. 절 왼쪽에 1100년된 웅장한 이 은행나무는 보호 철망으로 만져볼 순 없다.

본격적인 산길은 이곳 용문사를 지나면서부터다.

산 정상은 군사시설로 입산통제를 하기 때문에 우회하는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용문사 왼쪽으로는 상원사 가는 길과 능선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오른쪽 계곡 쪽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등산로는 울창한 숲과 계곡으로 이어진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이곳은 나무그늘과 산바람, 계곡을 타고 부는 바람으로 시원하다.

그렇게 해서 정상 가까이 9부능선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남한강 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있고 그 뒤로는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청계산과 유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용문산에는 관광객을 위한 야영장도 조성돼 있어 산속에서 밤을 지내며 맑은 공기와 물소리에 취해 볼 수 있다.

회전목마·바이킹 등 놀이기구도 마련돼 있다. 더덕 등 산나물도 유명하다.

물과 흙이 좋아 나물 향과 맛이 여느 산나물과는 다르다.

용문산 주변에는 이런 산나물을 재료로 한 웰빙 식당이 즐비하다.

주요 문화재로는 천년 고찰 용문사를 비롯해 ‘정지국사부도’ 및 비(碑·보물 531호)·용문산지구전투전적비·상원사와 함왕성지 등의

유적지가 있다.

그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던 용문산 정상도 다음달부터 완전 개방된다.

지난 40년간 산 정상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인 데다 방송사 중계 기지국과 군청·경찰서·소방서 등의 무선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출입이 통제돼 왔다.

현재 산 정상에는 철조망 철거 작업 및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공사와 전망대 설치 작업 등이 한창이다.

 

가을이면 황금 기둥 변신

  한 해에 은행을 16가마나 수확하는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산에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천년고찰 ‘용문사’가 있다.

특히 사찰에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지30호)는 용문산의 자랑거리다.

가을에는 황금빛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수령이 1100년 정도되며 높이가 60m에 몸둘레는 14m가 넘는 거목이다.

조선 세종 때 ‘정삼품’ 벼슬을 하사받았고, 거듭되는 풍파를 견뎌내 ‘천왕목’이라 불리기도 한다.

용문사 관계자는 이 은행나무는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우우”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고 했다.

임진왜란 때와 한일합방·한국전쟁 때에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 은행나무에서는 해마다 16가마의 은행을 수확한다.

나무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통일신라가 망했을 때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이곳에 들러 고향을 돌아보고 눈물을 흘리며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불법의 위대함을 보이기 위해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이처럼 장대하게 자랐다는 두가지 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용문산의 등산코스는 용문사에서 북서쪽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에 이르는 코스와 용문사 북서쪽 산능을 넘어 상원사를 거쳐 장군봉에 이르는 코스가 전부다.

굳이 정상 가까이 오르려면 정상 동북쪽 1127m 지점인 석문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다.

이 코스는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내린 양릉을 따라 오르게 돼 있는데

석문에 올라서면 발아래 시원한 조망이 펼쳐져 정상에 설 수 있는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최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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