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은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등 3도에 걸쳐 있다.

삼국시대 때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뤘던 산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가 주산으로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만도 8㎞가 넘는 산세가 큰 산이다.


이 산이 왜 민주지산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내력이 없다.

다만 충청도쪽에서 바라봤을 때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 불렸고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사 한자인 민주지산(岷周之山)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사실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1176m), 석기봉(1200m), 삼도봉(1176m)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 볼 수 있다.

 

민주지산은 한반도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분기하여 남서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기세를 일으키면서

추풍령 남서쪽 약 25㎞ 지점에 형성됐다.

영동지방의 명소인 ‘물한계곡’을 끼고 있어 그 위세가 더하다.

물한계곡은 네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합쳐져 수량이 풍부하고 경관이 수려하다.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고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손꼽히는 생태관광지다.

황룡사에서부터 용소(일명 무지개소)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물한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장군바위 등 폭포와 소(沼), 숲이 어우러져 있어

등산객과 피서객이 사계절 붐비는 곳이다.

 

민주지산은 또 진달래 명산이다.

진달래가 북으론 각호산, 남동쪽으론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며 주능선을 그리고 있다.

삼도봉과 석기봉을 잇는 능선은 산죽과 진달래 길이다.

다른 산엔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지만 이곳의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도봉은 남한의 작은 백두산으로 불릴 만큼 사계절 변화무쌍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 단풍이 절경이며 산을 오를 때 바닥에 밟히는 오래된 낙엽과 썩은 나무 둥치는 이 산이 아직 때묻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희귀한 고산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의 연구 현장이기도 하다.

한 줄기는 대덕산으로, 다른 한 줄기는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맥을 이어준다.

삼도봉에는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탑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10일 3도민이 모여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를 갖는다.

 

삼도봉에서 북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우뚝 솟은 석기봉은 민주지산의

주능중에서 가장 빼어난 산이다.

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기묘한 모습의 이 바위산은 주위 전망도 일품이다.

황학산이 북동으로 보이고 동남으로는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서서남으로는 마이산의 뾰족한 두 귀가 선명하다.

 

각호산은 충북의 최남단인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간오지에 있어 그만큼 찾는 사람이 드물다.

각호산 정상은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M자형을 이루고 있다.

이중 서쪽 암봉이 각호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남쪽 약 3㎞ 지점에 민주지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충북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면서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 나간다.

성벽같이 이어진 산맥을 보노라면 종주하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난다.

 


 
 

민주지산은 국내 최대의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을 끼고 있다.

덕분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사계절 끊임없이 이어진다.

산행은 충북 영동 물한리와 용화 조동리, 전북 무주 대불리, 경북 김천 해인리 등 4곳에서 시작하는 게 보편적이다.

영동 쪽의 산세가 완만해 물한리를 찾는 등산객들이 많다.

이곳에서는 민주산·각호봉·석기봉·삼도봉을 모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지산만 오르기는 단조로워 ▲민주지산~석기봉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 ▲쪽새골~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을 종주하면 좋다.

물한리에서 등산할 경우에는 물한리 버스 종점에서 숲이 우거진 산판도로를 따라 옥소를 지나면 삼도봉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의용골 폭포쪽으로 가 음주암 골짜기를 따라 석기봉과 삼도봉 사이의 능선 안부에 오르게 된다.

안부를 지나 충북과 전북, 경북의 3도를 가르는 삼도봉에 올랐다가 울창한 수목으로 짜임새 있고 50m 높이 암벽에 마애불상이 조각된 석기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된다.

정상 초지에 정상을 알리는 표적이 있고 황학산에서 덕유산으로 뻗어 나간 소백산맥의 준령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행시간은 ▲주차장에서 민주지산 1시간30분 ▲민주지산에서 석기봉 1시간30분 ▲삼도봉에서 물한계곡 주차장까지 1시간30분 걸린다.

하산은 쪽새골을 올라 삼도봉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라갈 때 쪽새골의 등산로는 가파른 반면 삼도봉은 완만해 내려올 때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라도 쪽에서는 대불리의 내북동을 통해 석기봉, 삼도봉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대불리로 하산하는 게 좋다.

내북동에서 민주지산이나 석기봉까지는 2시간30분, 석기봉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30분 소요.

경상도에서 오르려면 김천 부항면의 등산로를 따라 해인동 산불감시초소를 통해 정상으로 가는 것이 좋다.

주변에 난계 박연(朴堧) 선생의 신주를 모신 난계사(충북기념물 제8호), 양산8경의 하나인 영국사가 있다.

영동지방 특산물인 호도·포도·곶감 등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는 길은 영동역이나 황간에서 물한리행 버스를 타거나 무주에서 설천면 대불리행 버스를 타고 내북동 입구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영동에서도 설천행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황간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매곡, 상촌면 소재지를 거쳐 물한계곡을 가거나 영동인터체인지에서

영동읍을 거쳐 무주 설천으로 갈 수 있다.

〈김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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