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모르고 선비라 할 수 없다-
낙동강 상류에 솟아 있는 청량산. 산세가 수려해 작은 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위치해 있다.
산세는 재산면과 안동 도산·예안면까지 뻗어 있다.
정상 장인봉의 높이는 해발 870m. 병풍처럼 펼쳐진 12개 봉우리는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산, 지리산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산행기를 낳았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청량산록(遊淸량山錄)’을 쓴 이래 조선조 청량산을 주제로 한 선현들의 기행문이 100편이 넘고
시(詩)는 1000여수에 이른다.
주세붕은 ‘규모는 작으나 선경(仙境)의 명산’이라 했고, 퇴계 이황은 “청량산을 가보지 않고서는 선비노릇을 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청량산을 아꼈다.
강을 건너 산문에 들어서면 진입로변에 ‘청량산인’을 자처했던 퇴계의 시비가 있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날 속이랴 못 믿을 손 도화로다. 도화야 물따라 가지 마라 어자(漁子) 알까 하노라’
청량산은 ‘육육봉(6·6)’이라 불리는 12개의 빼어난 바위 봉우리가 주축을 이뤄 주왕산·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기악으로도 불린다.
1982년 경북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집단시설지구에서 재산면·영양군으로 넘어가는 청량골을 사이에 두고 축융봉(845m)과 다른 11개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다.
축융봉에서 건너다 보면 천년고찰 청량사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서부터 장인봉·선학봉·자란봉·향로봉·연화봉·연적봉·탁필봉·자소봉·
금탑봉·경일봉이 휘둘러보인다.
이곳에서 보이진 않지만 경일봉 오른쪽으로는 탁립봉이 있다.
봉우리마다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아찔한 수직의 높이가 장쾌함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으로는 열두 봉우리가 꽃잎이 돼 한 가운데 들어앉은 청량사를 꽃술삼아 감싸안은 연꽃 형상이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이름 그대로 산 전체에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절집 풍경 소리도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가을에는 입석에서 청량사 가는 등산로변 생강나무군락지의
진노란 단풍이, 봄에는 연적봉에서 뒷실고개 사이 철쭉군락지가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산행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곳곳에 전망좋은 대(臺)가 있고 응진전, 청량정사, 김생굴, 공민왕당,
청량산성, 밀성대 등 선현들의 숨결이 밴 문화유적지와 동굴·샘 등이
연이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퇴계와 최치원·김생·원효·공민왕·노국공주와 관련한 역사와 얘깃거리도 많이 깃들어 있다.
청량산은 숨이 턱에 차도록 뻐근하게 오르는 산이 아니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비경을 감상하고 유적을 답사하며
편하게 오르는 산이다.
-퇴계 숨결 간직 ‘청량정사’ 공민왕 친필 현판 ‘청량사’-
청량산 산행은 산문 입구에서 2.8㎞가량 떨어진 입석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운치 있고 등산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많이 찾는 등산로는 입석~응진전~금탑봉~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뒷실고개~청량사~선학정 코스다.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금탑봉에서 경일봉을 거쳐 자소·탁필·연적·자란·선학·장인봉까지
돌아본 뒤 청량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는 6시간 정도 걸린다.
어떤 봉우리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코스는 다양하며 어떤 코스를 택하든 산행 시간은 3~6시간이다.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모두 도는 종주 등산로는 아직 닦여있지 않다.
이 때문에 맞은편 축융봉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청량골로 내려와
입석에서 200여m 위쪽에 있는 산성 입구에서 다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에는 90m짜리 현수교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양 봉우리 가운데 한곳에 오른 뒤 내려가서 다시 옆 봉우리로 오르지
않고도 바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지난 8월 착공, 내년 4월 완공된다.
15일부터 내년 5월15일까지는 산불 예방을 위해 주 등산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등산로는 출입이 통제된다.
청량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량사다.
바위 봉우리 아래 가파른 비탈에 터를 잡았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고,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는 고찰이다.
중심전각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의 현판은 공민왕 친필로 알려져 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선학정에서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로 소문났지만 해마다 가을 밤이면 전국에서 수천명의 인파가 몰린다.
반딧불이와 별빛이 어우러진 산사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퇴계가 학문을 닦던 청량정사와 아홉가지 약초를 넣은 구정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산꾼의 집도 인근에 있다.
〈최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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