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의 관문 역할을 한 육십령을 감시할 수 있는 황석산성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황석산(1190m)은 경남 함양군 서하면과 안의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 줄기에서 뻗어내린 기백·금원·거망·황석 가운데 끝자락에 솟구친 이 산의 정상은 2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삼각뿔 형태의 이들 암봉은 수십개의 바위들이 서로 물고물린 듯 쌓여있다.

이들 암봉이 바로 이 산의 묘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암봉 가운데 이처럼 위태로우면서도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얼핏 보면 피라미드를 연상케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장관이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의 덕유산이 보이며, 동남쪽으로는 감악산, 남동쪽으로는 황매산, 남쪽으로는 지리산 등이 보인다.

금원산과 기백산 사이에는 유명한 용추계곡이 있다.

 

6·25 때 빨치산 여장군 정순덕이 활약했던 곳이 바로 이웃하고 있는 거망산이다.

가을철에는 거망에서 황석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펼쳐진 광활한 억세밭 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황석산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지이기도 하다.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함양 안의면 사람들이 성이 무너지자 죽음을 당하고,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는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은 지금껏 피바위로 불린다.

 

주 능선에서 용추계곡 쪽으로는 4개의 등산로가, 화림동 계곡 쪽으로는 2곳의 등산로가 나 있다.

화림동 계곡 쪽은 전북 남원으로 넘어가는 육십령으로 연결된다.

이 구간 계곡에는 농월·거연·동호·군자란 이름을 가진 정자도 유명하다.

          황석산 자락에 있는 용추폭포.

황석산은 황색과 석산의 거친 이미지가 겹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산은 그런 이미지와 다르다.

황석산을 이루는 모암의 색깔은 우윳빛이다.

특히 여러 계곡의 암석들은 희고 부드럽다.

돌의 무늬도 나뭇잎을 겹겹이 쌓은 듯 가지런하다. 이 산은 전체가 화강암질이다.

여러 암석이 뒤섞인 여느 산과 달리 골짜기나 정상이나 모두 동일한 암질이다.

황석산 정상이 단순한 형태미를 보이는 것도 모암의 균질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거진 숲도 이 산의 자랑거리다. 최정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부식토가 두껍게 쌓여 있다. 특이하게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마사와 부식된 낙엽이 뒤섞인 토양이 많다.

 

용추계곡에서 출발해 탁현마을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30년생 안팎의 낙우송이 많다.

또 3부능선쯤에 있는 영암사에서 중턱까지는 통통하고 곧게 뻗은 낙우송 숲이다.

 

등산로는 6개가 있다. 등산로마다 계곡이 있다.

오르내리는 데 가장 짧은 코스가 3시간30분이고 7시간이 걸리는 코스도 있다.

지장골과 용추계곡으로 연결된 등산로는 비가 많이 온 뒤에는 피해야 한다.

7번 정도 계곡을 건너야 하므로 위험하고 우회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산은 동쪽 능선을 타고 연촌을 지나 유동마을로 하는 것이 좋다.


 

 

 

 

 

▲영호남 관문 천년 군사 요충

황석산성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대치했고, 정유재란 때는 조선과 왜군이 접전한 곳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 있는 이 산성이 1000년을 두고 군사요충이 된 것은 영·호남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산성은 황석산 정상 아래에 있다.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는 육십령이다.

삼국시대에는 가야를 병합한 신라가 이 고개를 두고 백제와

다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유재란의 상황은 좀더 구체적이다.

유성룡이 쓴 ‘징비록’을 보면 왜군이 진주성을 공략한 뒤 전주 방면으로 진출하려하자 민·관·군이 황석산성에서 막아섰다.

이 전투에서 무관 출신 김해부사 백사림은 첫날 접전 뒤 퇴각해 버렸고, 문관인 안음현감 곽준이 절명시를 남기고 아들 2명과 싸우다 전사했다.

 

이 성의 기초는 삼국시대에 축조됐다. 험한 산세를 이용한 이 성은 둘레가 2.5㎞이고 높이가 3m이다.

성안에는 시냇물이 흘렀고 군사용 창고 흔적이 있다.

정유재란 때 2박3일 동안 전투에서 민·관·군 353명이 전사한 곳으로 밝혀져 1987년 국가문화재 사적지로 지정됐다.

 

〈김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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