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무대를 누빈 별 중 올 한 해 우리 곁을 떠난 선수들이 있었다. 지난 1월 축구계 ‘카이저(kaiser·‘황제’라는 뜻의 독일어)’로 통했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79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서독 대표팀 선수로 유로 1972와 1974년 월드컵 우승을 일궜다. 발롱도르도 두 차례 (1972·1976) 탔다. 수비수이면서 공을 몰고 나가거나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베로 포지션을 개척한 선수로 꼽힌다. 1990년에는 서독 대표팀 감독으로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을 제패한 세 명 중 한 명이다. 축구 행정가이자 경영자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월드컵 유치위원장으로 전 세계를 돌며 득표전을 펼쳐 2006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고, 조직위원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1994~2002년 바이에른 뮌헨 회장을 지냈고 이후 명예회장으로 활동했다.
남자 마라톤 세계기록을 세운 케냐의 켈빈 킵툼은 지난 2월 25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킵툼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km)를 2시간 35초 만에 완주해 세계 최초로 2시간 1분 벽을 깼다. 세 번째 풀코스 대회 출전이었다. 생전에 훈련을 너무 많이 한다고 코치가 염려했을 정도로 마라톤에 몰두한 킵툼은 2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뛰는 ‘서브2′ 달성 1순위 후보로 기대를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떠났다.
지난 4월엔 O J 심슨이 전립선암 투병 중 77세로 사망했다. 그는 1969년 미 프로풋볼(NFL)에 데뷔해 흑인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렸으나, 백인 전처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당한 증거가 있었으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그에게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내리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과 분열을 일으켰다.
미 프로농구(NBA) 로고 실제 인물로 알려진 제리 웨스트는 지난 6월 86세로 별세했다. 1960년부터 14년 동안 LA 레이커스에서 활약한 그는 슈팅 가드 개념을 만들어낸 선수로 꼽힌다. 1969년 만든 NBA 로고는 그가 드리블하는 모습을 본떴다고 알려져 있다. 은퇴 후에는 구단 행정가로 변신해 1995년과 2004년 NBA 올해의 경영자상을 받았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설적 외야수 윌리 메이스는 지난 6월 93세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는 195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73년까지 통산 660홈런 1909타점에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12년 연속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월드시리즈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을 ‘윌리 메이스 어워드’로 명명해 시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개인 통산 안타 1위 기록을 세운 피트 로즈는 지난 10월 8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MLB에서 24시즌을 뛰는 동안 3562경기 4256안타를 기록해 MLB 역대 최다 경기 출장과 개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1989년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자기 팀 승부에 돈을 건 사실 등이 드러나 MLB에서 영구 추방됐다.
‘나는 작은 새’라는 애칭을 얻으며 여자 배구 선수로 활약했던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은 지난 10월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배구 선수로는 작은 키(164cm)였지만 뛰어난 탄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누비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동메달을 이끌었다. 197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2년간 선수 겸 코치로 활동했다. 한국 여자 배구 선수 해외 진출 1호였다. 2010년엔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감독을 맡아 한국 프로 스포츠 첫 여성 감독 기록도 남겼다.
MLB 통산 도루 1위 기록을 세운 리키 헨더슨은 65세에 폐렴으로 지난 22일 별세했다. 1979년 MLB에 데뷔해 2003년 은퇴할 때까지 1406도루를 달성했다. 통산 도루 2위를 468개 앞선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MLB에서 유일하게 시즌 100도루를 달성한 선수다.(241228)
내년부터 ‘건강관리사’ 자격을 가진 친정어머니, 형제자매 등 산모의 가족이 산후조리를 도우면 열흘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 107만원을 받는다. 일·가정 양립을 선도한 중소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을 준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출산 가정에 ‘건강관리사’를 보내 산모의 산후조리를 돕고 신생아 양육을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친정어머니나 형제자매는 건강관리사 자격을 갖추고 가족인 산모의 산후도우미를 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지만, 내년부터는 받을 수 있다. 시어머니의 경우에는 생계를 함께 꾸리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함께 살고 있더라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동안 부정 수급 우려로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산후도우미가 민법상 가족 관계에 있더라도 정부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정부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산모가 28만6000원(내년 기준)을 내면, 파견 업체 몫을 제외하고 도우미가 106만8000원을 손에 쥐게 된다. 산모는 출산 전 산후 도우미 관리 업체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산후조리를 도우려는 가족이 해당 업체 인력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모가 출산 전 산후도우미를 신청하며 특정인(가족)을 매칭해 달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과정 없이 가족이 임의로 산후조리를 도운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우수 중소기업에는 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않아 유급 육아휴직 사용이 불가능한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다양한 고용 형태를 아우르는 육아휴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는 일하는 모든 부모를 위한 보편적인 일·가정 양립 제도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241228)
2023년 국적기로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4720만여 명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이 2419만여 명으로 대형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이용객 2300만여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국내선 여객수는 일찌감치 넘어섰지만, 난공불락 같았던 국제선 역시 LCC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자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정비사가 항공기를 결박하는 모습.>
이처럼 LCC 이용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제1 원칙’인 안전 투자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31일 본지가 국토교통부의 항공 정비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2사 소속이 전체의 7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송 여객 수가 더 많은 LCC 10사(여객·화물 항공사 포함)의 정비사 비율은 27.4%에 그쳤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해외 중고기를 도입해, 중·단거리 위주의 잦은 운항을 지속하는 LCC들이 정작 정비와 같은 안전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뜻이다. 전남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선 LCC의 안전 수준을 대대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제주항공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2025년 3월까지 운항량을 10~15% 감축하고, 정비사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국내 12개 항공사의 정비사 총 5849명(2023년말 기준) 가운데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2사 소속은 4248명이었다. 제주항공·진에어 등 LCC 10사의 정비사는 모두 1601명으로, 대형항공사의 3분의 1 수준(37.7%)에 그쳤다. 이를 각 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눠보면, 대형항공사들은 대당 16~18명 수준의 정비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LCC는 10.6명이었다.
이는 그간 수차례 지적됐던 LCC의 안전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2016년에도 국토교통부는 기내 압력 조절 실패, 출입문 고장으로 인한 회항 등 LCC들의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저비용항공사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적정 정비사부터 충원하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내세운 기준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당시 9~1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 백서에 따르면, LCC 중 가장 정비사 수가 많은 제주항공도 대당 정비사가 11.2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통계 시점인 2023년 말 이후 정비사를 충원해 현재는 정비사가 522명으로 대당 12.7명 수준으로 개선했다”며 “2025년말까지 56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LCC 측은 안전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규정된 안전 지침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B737 기종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시로 지정한 해당 기종의 정비 기준을 살펴보면 최소 중간점검 시간은 ‘28분’, 항목은 동체와 날개, 엔진, 랜딩 기어(착륙 장치), 조종석 등 20개를 적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20개 항목을 얼마나 철저히 점검할지는 정비사의 몫이다.
해당 사고기는 사고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48시간 동안 총 8개 공항을 13차례 오가는 빡빡한 비행 스케줄을 소화해, 각 공항에 머무르는 시간은 1시간 안팎에 불과했다. 승객이 내리고 탑승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항공업계에선 정비사들이 조종석에 들어가 경고등이 들어온 게 없는지 보고 기체 안팎을 육안(肉眼)으로 둘러보며 정비 시간 최소치인 28분을 간신히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법적 요건을 안 지키는 항공사는 없다”며 “다만 정비사 몇 명이서, 얼마나 여유 시간을 갖고 점검 작업을 수행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는 적고 업무량은 많다 보니, 온라인에는 “제주항공 정비에서 2년 버티면 어디서도 버틸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체 항공정비(MRO) 시설을 갖춘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들은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핵심 부품의 중정비는 해외 정비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이 올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책정한 예산도 2209억원에 그친다. 대당 53억8700만여원으로, 대한항공(127억원), 아시아나항공(138억원)의 절반 이하다.(25010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발표일이었던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20~30대 5급 사무관 5명이 합격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로스쿨 10여 곳 합격자 발표는 2월 말까지 이어진다. 공무원들은 “매년 로스쿨 합격자 발표 시즌마다 세종청사가 휘청거린다”며 “정부 중앙 부처 사무관직이 ‘명예로운 경력’에서 ‘로스쿨 스펙’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기재부에 배치된 초임 사무관 25명 중 5명이 2년 만에 공직을 떠났다. 로스쿨이나 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10명 안팎 사무관이 조만간 또 기재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20대 사무관은 “불필요한 야근이 많고 구시대적 의전 등 경직된 조직 문화를 견딜 수 없다”며 “연봉도 변호사나 대기업이 훨씬 높다”고 했다.
초임 사무관들은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정부 중앙 부처 경력을 ‘평생 공직’으로 여기기보다 ‘몸값’ 상승을 위한 ‘스펙’으로 여기는 경향도 강하다. 로스쿨 응시에 필요한 LEET(법학 적성 시험)와 과거 행정고시로 불렸던 5급 공무원 채용 시험 PSAT(공직 적격성 평가) 유형이 유사한 것도 사무관들의 ‘로스쿨 엑소더스’의 한 요인이다.
사무관들 사이에선 “일과 LEET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딱히 LEET 공부를 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스쿨 준비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세종청사뿐 아니라 서울·과천청사의 2030 사무관들 사이에서 파다하다고 한다. “입사 후 바로 육아휴직을 낸 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이른바 ‘꿀팁’도 전수되고 있다.
2020년 5급 시험에 수석 합격한 20대 사무관이 지난 1월 로스쿨 합격 후 기재부를 그만둔 일은 ‘세종 쇼크’라고 불릴 만큼 파급력이 컸다. 합격 수기에 “국민에게 봉사하는 참된 공직자가 되겠다”고 썼던 이 사무관은 불과 3년 만에 공직을 그만뒀다. 고위 공무원들마저 “수석이 이렇게 허무하게 나갈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기재부·산업부 등 주요 부처 사무관 경력은 로스쿨 입시에 상당한 가산점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입사해 금융·무역 관련 사건이나 정부 규제·국회 입법 대응 등에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사무관 출신 변호사’는 시장에서 몸값도 높다.
과거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은 판검사에 버금가는 명예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입법부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공무원으로서 보람·긍지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정감사 때마다 일부 국회 보좌관의 ‘갑질’에 가까운 자료 요구에 “내가 국회 노비나 하려고 이 시험을 봤느냐”며 회의감을 토로하는 공무원이 상당수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20년차 공무원은 “국회에서 전화 자료 요구 제출뿐 아니라 아예 여의도로 오라는 소집령도 잦다”며 “서울~세종을 거의 매일 왕복하면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다”라고 했다. 2030 사무관들은 “하루 수백 통씩 국회 보좌진, 민원인 전화에 시달리는 게 인간의 삶이냐” “세종에 1초도 머무르기 싫다” 같은 말도 한다. 60대가 훌쩍 넘은 총리·부총리·장관이 국회에 불려가 매일같이 “정신 차리라” 호통을 듣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과 떨어진 세종 생활을 강제당하는 점 역시 사기 저하 요인이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를 보면 임용 후 5년 미만 신규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6500명에서 지난해 1만3566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퇴직 공무원 중 신규 공무원 퇴직자의 비율은 17.1%에서 23.7%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퇴직 공무원 중 10년 차 이하 비율은 31.8%였는데 이는 2013년 26.2%에서 상승한 수치다. 올해 5급 공무원 시험 응시율과 경쟁률은 하락 추세지만, 로스쿨 시험 경쟁률은 상승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2011년 93.3대1에서 올해 21.8대1로 급감했다.
세종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각 국·실에서 ‘기둥’ 역할을 하던 10년 차 안팎 후배들이 나가고 있다”며 “신참들을 교육하고 ‘롤 모델’이 돼야 할 허리가 사라지니 정부 조직의 연속성이 도미노처럼 붕괴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우수한 공무원 조직이 무너진다면 국력의 쇠락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241228)
우리나라 국민 중 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거나 치료 중인 암 유병자가 25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20명당 1명꼴이다.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8.1%에 달했다. ‘암의 일상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계속 높아져, 최근 5년간은 72.9%에 달했다. 상대 생존율은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과 비교한 암 환자의 생존 확률이다. 이 기간 갑상선암의 상대 생존율은 100.1%였다.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에 비해 갑상선암 환자의 5년간 생존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암은 수술·치료 후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국 단위 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2022년까지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2023년 1월 1일 기준으로 생존이 확인된 ‘암 유병자’는 전체 인구 대비 5%인 258만8079명이었다. 이 가운데 61.3%인 158만7013명은 5년 이상 삶을 이어갔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고, 새로운 수술 기법의 개발 등으로 치료 수준도 올라갔다”고 했다.
암 진단 활성화에 따라 2022년 신규 암 환자를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만2696명(8.8%) 늘었다. 2022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고 이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순이었다. 남성은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이 많았고, 여성은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순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폐암과 대장암, 위암이 많았고, 15~64세에서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4세 이하는 백혈병과 뇌·중추신경계 관련 암이 많았다.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82.7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8.1%였다. 평생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암 환자의 생존율은 지난 30년 새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3~199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42.9%였다. 이후 2018~2022년에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2.9%까지 올라갔다. 발병 초기 암 진단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18~2022년 신규 암 환자 가운데 50.9%는 암 진단 시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기 진단된 환자들의 생존율은 92.1%로, 암이 다른 장기까지 퍼진 후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27.1%)보다 크게 올라갔다.
암종별 상대 생존율은 갑상선암, 전립선암(96.4%), 유방암(94.3%)이 높았다. 간암(39.4%)과 폐암(40.6%)은 낮은 편이었다. 다만 간암과 폐암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표적 치료제 등 각종 신약의 개발로 3~4기 환자들의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졌다”고 했다.
국내 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병원’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3위)·서울아산병원(5위)·서울대병원(8위) 등 세 곳이 암 치료 분야 ‘톱10′에 들었다.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이 더해져 성과를 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6대 암 검진 사업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국가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241227)
내년 3월부터 서울 광화문광장과 한강공원, 서울숲 등에서 비둘기, 까치에게 먹이를 주다가 적발되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러한 내용의 ‘유해 야생동물 먹이 주기 금지 구역’ 지정을 검토 중이다. 내년 2월까지 금지 구역을 확정해 3월부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내 한강공원 11곳, 종로구 광화문광장, 성동구 서울숲, 마포구 월드컵공원 등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앞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 아래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처음 적발되면 20만원, 두 번째 적발되면 50만원, 세 번째부터는 100만원씩을 부과할 계획이다.
과태료 부과 대상인 유해 야생동물은 야생 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규정된 비둘기, 까치, 까마귀, 참새, 꿩, 민물가마우지,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히 비둘기는 분변, 깃털로 건물이나 문화재를 훼손·부식시키고 시민 건강과 생활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까치와 까마귀는 전신주 등 시설과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유해 야생동물로 포함됐다.
서울시가 과태료까지 부과하려는 것은 시민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접수된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20년 667건에서 지난해 1432건으로 3년 새 2배가 됐다. 서울뿐아니라 부산, 울산 등도 과태료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비둘기 등에게 먹이를 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나라가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본 도쿄 오타구는 비둘기,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면 5000엔(약 4만6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500싱가포르달러(약 53만원)를 부과한다.
이탈리아나 영국은 주요 관광지를 찍어서 규제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은 500유로(약 75만원), 영국 런던 트래펄가광장은 50파운드(약 9만원)를 부과한다.(241223)
현재 지류(종이)형과 카드형, 모바일 등 3종류로 나뉘어 있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조폐공사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통합 작업이 늦어지면서 기존 업체가 상품권을 계속 발행하게 됐는데, 통합을 맡은 소진공과 조폐공사는 이 비용을 제대로 보전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기존 업체의 영업 기밀인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약속도 미루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표시 금액보다 5~10% 저렴하게 구매해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 등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다. 그동안 종이형은 조폐공사, 카드형은 KT, 모바일은 비즈플레이라는 업체가 발행해 왔다.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는 조폐공사가 카드형과 모바일까지 통합해 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통합 시점이 3월 1일로 두 달 연기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을 기존 업체들에 떠넘겼다는 것이 갑질 논란의 핵심이다. 업계 안팎에선 “공공기관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대외적인 신인도나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들어줄 수밖에 없는 민간 업체의 처지를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진공과 조폐공사는 지난 11월 말에 온누리상품권 통합 발행 시기를 내년 3월 1일로 두 달 늦추기로 합의했다. 내년 2월까지는 기존 업체들이 그대로 발행을 맡게 된 것이다. 기존 업체들과 합의도 마쳤다는 게 두 기관의 입장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이번 달 대형 소비 행사인 동행축제와 다음 달 설 명절 등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활발한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며 “합의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의 요구 사항도 충분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 발행이 늦어진 것은 조폐공사의 준비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조폐공사가 구축하고 있는 플랫폼 데이터베이스(DB)에 문제가 있고,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위해 필요한 카드사와의 연동 작업도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며 “두 달간 발행 업무를 떠안으면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인건비와 데이터 관리 비용 등만 3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비즈플레이 측은 소진공과 조폐공사의 합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온누리상품권 발행이 끊기면 안 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며 “혹시 비즈플레이가 협조하지 않아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조폐공사가 비즈플레이 측에 ‘플랫폼 설계도(ERD)’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RD는 도형을 활용해 플랫폼 안에서 데이터가 어떤 흐름을 거쳐 처리되는지를 나타낸 도표다. IT 기업들의 핵심 기술 자료로, 외부로 유출될 경우 큰 타격을 받는다.
비즈플레이는 지난 11월 중순쯤 조폐공사로부터 ERD를 공유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보내주는 대신 다른 업체와 공유하거나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 외에 다른 사업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 보안 확약서 작성을 요청했다. 조폐공사는 답을 미루다가 한 달쯤 후인 지난 19일 뒤늦게 비즈플레이가 아니라 소진공에 확약서를 보냈다. 조폐공사측은 “상품권 사업을 총괄하는 소진공도 ERD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소진공을 통해 ERD를 공유받았고 기술 탈취 방지도 소진공에 약속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확약서에는 기술 보안에 대해 소진공과 의논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비즈플레이가 기술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졌다. 기술이 유출돼도 비즈플레이는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확약서 수정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조영상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ERD는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며 “만약 ERD를 요청한다면 정보 보안 확약서를 제출하는 등의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241224)
☞온누리상품권 통합 발행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상품권이다. 지류(종이)형과 카드형, 모바일 등 세 가지다. 지류형은 조폐공사, 카드형과 모바일은 각각 KT와 비즈플레이가 발행해왔는데, 내년부터 조폐공사가 카드형과 모바일까지 통합해 발행하기로 했다.
“반세기 만에 미국이 해상에서 패배(defeat at sea)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해군력이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는 중국 해군이 현재 세계 최대 규모 함정을 보유하고 있고, 2030년엔 보유량이 더 늘어 미국과의 격차가 커진다고 예상했다. 2020년 양(量, 함정 수)에서 미국을 처음 추월한 중국 해군은 이제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등 첨단 군함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질(質)의 차이도 좁혀질 전망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협력 희망 분야로 지목한 배경엔 이대로라면 중국에 해군력을 추월당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100년 전 해군력이 쇠약해지며 몰락의 길을 걸었던 ‘영국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해군 항모 랴오닝호와 산둥호가 지난 10월말 남중국해에서 처음으로 쌍항모 훈련을 벌이는 모습.>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해군 규모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팽창했다. 1999년 이후 증강된 중국 해군력의 70% 이상이 시진핑 1·2기(2012~2022년) 때 누적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해군 강화, 해외 군사기지 확보를 목표로 하는 ‘해양 강국’ 건설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 2017년 19차 당대회 때 시진핑이 해군 증강을 ‘중국몽 실현의 필연적 선택’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중국 해군 전략은 ‘방어’에서 ‘확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제1도련선’ 안에서 적을 방어하는 ‘근해(近海) 방어 전략’이 그 너머로 해군력을 확장하는 ‘원해(遠海) 호위 전략’으로 진화했다. 도련선(島鏈線)은 중국이 설정한 가상의 대미(對美) 방위선이다. 제1도련선은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제2도련선은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다. 중국 해군이 ‘제1도련선’ 밖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을 장악해온 미 해군에 정면으로 맞서며, 남중국해부터 서태평양까지 진출하겠다는 의미다. 2차 대전 이후 압도적 해군력을 유지하며 세계 패권을 놓치지 않았던 미국 입장에선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의 해군력에 가장 눈에 띄게 따라붙는 분야는 함정 숫자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가별 함정 수는 2000년까지만 해도 미국이 318척, 중국이 110척으로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2020년엔 미국 293척, 중국 350척으로 중국이 앞질렀고 올해는 미국 297척, 중국 370척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큰 변수가 없다면 2030년엔 중국 함정 수가 435척으로 미국(304척)을 크게 앞서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중국 해군은 미 해군의 ‘기술의 벽’은 넘지 못했다. 대양 해군의 상징인 항공모함 전단(戰團)의 규모와 작전 능력은 중국이 미국에 매우 뒤처진다. 2030년까지 중국의 항모는 미국(11척)의 절반인 6척에 불과할 전망이다. 배수량이 큰 구축함이나 순양함 등 위력적인 전투함의 보유량도 미 해군이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중국의 조선(造船) 능력이 미국을 압도적으로 앞서, 미국이 현상 유지에만 머물 경우 중국이 양과 질 모두에서 미국을 앞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선소는 현재 일곱 곳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수십 곳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유출된 미 해군정보국이 평가한 미·중 조선업 역량을 보면, 중국의 연간 선박 생산 역량이 2325만GT(총톤수)로 미국의 최소 232배라고 평가됐다. 실제로 해군 작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구축함의 경우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23척, 미국은 11척을 진수했다. 장거리 항해 능력을 갖추고 있는 순양함의 경우 중국은 2017년 이후 8척을 진수했지만 미국은 한 척도 만들지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중국이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뛰어난 신형 핵추진 잠수함 제조에 나섰다는 사실도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중국군은 한 척 건조에 최소 2조원 정도가 들어가는 핵잠 개발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중국의 해군력이 빠르게 따라붙는 가운데 미국과 인도 등 급히 건조(建造)가 필요한 국가가 믿고 협력할 나라로는 한국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인 상황이다. 세계 조선 시장에선 중국·한국·일본이 1~3위를 각각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은 미국과 경제 안보 분야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중국에 의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일본은 한국·중국 조선업에 차례로 추격당하며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해 현재 세계 점유율이 4%까지 쪼그라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특히 불황기에 조선업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줄여 생산 규모 감소뿐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기술력과 제조 시설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고 미국·일본과 우방국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 공급망 생태계가 넓고 튼튼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울산·거제를 중심으로 형성된 협력사 생태계는 선박 엔진, 부품 등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컨테이너선·LNG 운반선 등 상선뿐 아니라 수상함·잠수함 등 군함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241226)
☞도련선(島鏈線)
’중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청 제독이 1982년 덩샤오핑의 지시를 받아 설정한 대미(對美) 해상 방위선. ‘섬(島)을 사슬(鏈)처럼 연결한 선(線)’이라는 뜻이다. 제1도련선은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제2도련선은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 로고와 모양이 닮아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가 공기 정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년부터 자생식물 32종을 대상으로 실내 공기질 영향을 연구한 결과, 호랑가시나무 등 15종에서 미세 먼지(PM10), 초미세 먼지(PM2.5),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등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호랑가시나무의 열매.>
자원관은 자생식물을 실험용 특수 밀폐 유리 안에 넣고, 미세 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주입한 후 시간별 오염물질의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기 정화 식물로 인정한 ‘스킨답서스(Scindapsus)’와 비교해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15종의 자생식물이 공기 정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사랑의 열매’로 널리 알려진 호랑가시나무는 스킨답서스보다 시간당 미세 먼지 제거량은 1.4배, 초미세 먼지 제거량은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의 열매’ 로고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970년 초부터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며 상징으로 사용해왔다.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는 산열매를 형상화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호랑가시나무와 모습이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원관은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세뿔석위’ ‘큰봉의꼬리’ ‘알록큰봉의꼬리’ ‘반들대사초’ ‘섬기린초’ ‘후추등’ ‘산수국’ 등 8종이 미세 먼지 제거에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섬초롱꽃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제거 능력이 스킨답서스보다 1.4배 이상 우수했다. ‘줄고사리’ ‘미역고사리’ ‘실고사리’ ‘술패랭이꽃’ ‘꿀풀’ ‘하늘타리’도 섬초롱꽃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이들 식물은 자생이어서 키우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이다. 자원관 측은 오는 성탄절에 맞춰 호랑가시나무부터 순차적으로 이들 식물의 관리법을 국가야생생물소재은행 홈페이지에 소개한다는 계획이다.(241223)
전국 시·군·구 가운데 흡연율(일반 담배)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 정선군, 가장 낮은 곳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율은 서울 중랑구, 비만율은 충북 단양군이 가장 높았고, 걷기 실천율은 서울 용산구가 1위였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지역사회 건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7월 전국 보건소 258곳을 통해 성인 약 23만명을 조사한 결과다.
전체 담배(일반+전자) 사용률은 22.6%로 작년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남성(39.7%)이 0.2%포인트 줄었고, 여성(5.2%)은 0.3%포인트 늘었다. 일반 담배 흡연율(18.9%)은 1.4%포인트 줄었지만, 전자 담배(8.7%)가 0.6%포인트 늘었다. 일반 담배 흡연율을 시·군·구별로 보면, 가장 높은 강원 정선군(34.9%)이 가장 낮은 용인시 수지구(9.1%)의 약 4배였다. 전자 담배 사용률은 경북 울릉군(14.0%), 인천 옹진군(13.8%) 등 섬 지역이 높았다.
코로나 유행으로 한때 감소했던 월간 음주율(58.3%)은 작년 대비 0.3%포인트 올라 3년 연속 상승했다. 이는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술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서울 중랑구(67.1%)·울산 남구(66.9%)·경기 수원 영통구(66.6%) 등 수도권 도심지나 대기업이 있는 도시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남 의령군(44.1%), 충남 금산군(44.6%) 등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한 번의 술자리에서 일정 기준(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신 ‘고위험 음주율’은 인천 옹진군(23.4%)과 강원 횡성군(22.9%) 등이 경기 과천시(5.2%) 등 도시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흡연율이 낮은 세종·과천은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데다 공무원이 많아 교육 수준과 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일정하다”며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 옹진군 등은 인구가 적고 고연령자가 많으면서도 보건 관련 사업·홍보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이라고 했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비만율(자가보고)도 전국 평균 34.4%로 작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은 비만이란 얘기다. 대구 수성구(22.5%)와 대전 서구(22.5%)가 가장 양호했다. 충북 단양군(48.4%), 전남 완도군(45.1%) 등의 절반이 채 안 됐다.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30분 이상, 최소 주 5일간 걸은 사람의 비율인 ‘걷기 실천율’은 서울 용산구(80.3%)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경남 합천군(24.1%)의 3배가 넘는다. 서울 용산구에는 용산공원, 용산가족공원, 이촌한강공원 등이 있다. 시도별로도 서울(68.0%)이 강원(39.6%)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효영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경우, (걸음 수 등에 따라 현금처럼 포인트를 주는) ‘손목닥터 9988′을 비롯해 각종 건강 관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걷기를 늘려주는) 대중교통과의 연계성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인 ‘스트레스 인지율’은 대전 대덕구가 40.9%로 좋지 않았던 반면, 경남 거제시(13.3%), 경남 함안군(13.9%) 등은 양호했다. ‘우울감 경험률’은 대기업 등이 있는 충남 서산시(11.4%)와 서울 금천구(11.2%)가 높았고, 전남 곡성군(1.0%)이 가장 낮았다.
이밖에 고혈압 진단 경험률(30세 이상)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 삼척시(29.5%), 당뇨병 진단 경험률(30세 이상)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 순창군(15.0%)이었다. 모두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들이다. 반면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경기 과천시는 고혈압 진단 경험률이 15.5%,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당뇨병 진단 경험률이 5.0%로 가장 양호했다.
전국적으로 ‘중강도 이상 신체 활동 실천율’은 작년(25.1%)보다 1.5%포인트 오른 26.6%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제주(33.0%)가 1위였다. 아침 식사 실천율은 부산(49.5%)이 가장 높았다.(241223)
지난 3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한 소형 SUV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다가 보행 신호를 지키지 않고 무단 횡단하던 자율 주행 로봇과 충돌했다. 언뜻 보면 단순 대물 접촉 사고지만, 차량 운전자는 이후 사고 처리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율 주행 로봇은 보행자로 인식되기에 운전자 과실도 있다고 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험 처리 과정에서 운전자 과실 이야기가 나온 것은 자율 주행 로봇의 법적 지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로봇은 국내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개발한 실외 배달 업무용 자율 주행 로봇 ‘뉴비’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AI)이 탑재돼 있어,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하며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정해진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뉴빌리티는 올해 1월 보도 주행을 위한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 이 인증은 작년 11월 발효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에 따른 것으로, 이 법과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율 주행 로봇에 법적으로 보행자 지위를 부여한다.
<자율주행 로봇, 송도서 SUV와 충돌 -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사거리에서 정차 후 우회전하던 소형 SUV가 빨간 신호등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배송용 자율주행 로봇과 충돌한 모습.>
현행 도로교통법은 무단 횡단에 대한 주의 의무를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부여하고 있다. 무단 횡단 보행자와 사고가 났다 해도 운전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 운전자가 사고 직전 횡단보도 정지선을 한참 넘어와 정차하다 보니 바로 옆에 있는 미취학 아동 크기의 로봇(높이 약 130cm)을 발견 못 한 것 같다”며 “무단 횡단을 했다고 해도 운전자 과실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인증을 받은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의 객체가 되는 건 맞다”면서도 “실제 사고가 났을 때는 사람이 아닌 만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해당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뉴빌리티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이다. 거듭 정지선을 넘어온 차량들 때문에 자율 주행 로봇의 시야가 가려져 신호등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탓에 로봇이 멈추고, 관제 센터 직원이 로봇 통제권을 넘겨받아 조종하게 됐다. 이 직원은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로 무단 횡단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녹색 신호등이 켜진 줄 착각해 원격으로 로봇을 이동시켰고, 그러다 사고가 났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현재는 SUV 운전자와 모든 합의를 마쳤다”며 “전례 없는 사고인 만큼 유관 부서에 보고하고, 개선·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배송 로봇뿐 아니라 집안일을 대행하는 집사 로봇, 친구 역할을 하는 반려 로봇 등 일상 영역에 들어오는 서비스용 로봇이 많아지는 만큼 관련 사건·사고는 더 빈번해질 전망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3년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용 로봇 매출은 1조4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늘며 제조업용 로봇(0.5%)보다 성장 폭이 훨씬 컸다.
가령 뉴빌리티와 함께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취득한 또 다른 로봇 전문 기업 ‘로보티즈’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 주행 로봇을 활용한 세대 앞 배송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율 주행 로봇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한 것이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자율 주행 로봇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관련 법과 제도에는 허점이 많다”고 했다.
해외에선 로봇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로봇 배달 서비스가 상용화된 미국에선 2016년 실외 자율 주행 로봇 운영을 위한 개인 배달 장치법(PDDA·Personal Delivery Device Act)을 제정하며 보도와 횡단보도를 다닐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유럽의회는 더 나아가 2017년 인공지능 로봇에 ‘전자 인간’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인간형 로봇 ‘소피아’에 시민권을 부여해 주목받았다.(241223)
서울 최초의 ‘차 없는 거리’인 신촌 연세로가 자가용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로 바뀐다. 지난 2년간 실험한 결과, 차량 통행 제한을 풀어도 교통 체증은 심하지 않은 반면 주변 가게의 매출은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9일 “지난 2년간 조사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1월 1일부터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 지구’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왼쪽). ‘대중교통 전용지구’라 버스만 가끔 다니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오른쪽 사진처럼 자가용과 택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 오른쪽 사진은 작년 1월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잠깐 해제했을 때 찍은 것이다.>
연세로는 서대문구 연세대 앞과 신촌로터리를 잇는 길이 550m 도로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4년 이곳을 ‘대중교통 전용 지구’로 지정했다.
일부 버스 노선만 다니게 하고 자가용은 막았다. 주말에는 버스 운행도 금지해 ‘보행자 전용’ 도로로 운영했다. 당시 서울시는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하고 교통 체증도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차로를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는 대신 보도 폭을 3~4m에서 7~8m로 넓혔다. 보도 곳곳에 있던 노점상과 분전함도 철거했다.
덕분에 걷기 편한 길이 됐지만 연세로 일대 상인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 없는 도로가 상권을 망친다”는 원성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 이후 신촌 상권이 침체하며 폐지 요구가 일었다. 상인들은 “요즘에는 차를 갖고 오는 손님이 많은데 들어올 수가 없으니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 주민들은 “자가용이 주변 골목길로 우회해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2022년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차 없는 거리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뒤 논의에 불이 붙었다. 연세로 일대 상인과 주민 2000여 명이 구청에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서울시가 그해 11월 연 공청회는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인·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학생·시민 단체가 맞섰다. 학생들은 “연세로 상권이 죽은 것은 차 없는 거리 탓이 아니라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교통 정체만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작년 1~9월 9개월간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 제한을 풀고 시뮬레이션(모의 실험)을 실시했다.
연세로 일대 점포 700여 곳의 신한카드 사용액을 비교해 보니, 통행 제한을 푼 작년 2~4월 사용액이 올 2~4월 사용액보다 6.3% 많았다. 서대문구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통행 제한을 푼 기간 점포당 하루 평균 매출액이 23%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가용 손님이 유입된 효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차량 통행 속도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서울시는 판단했다. 통행 제한을 풀자 신촌로터리 방향은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18.8㎞에서 15.8㎞로 떨어졌으나 연세대 방향은 시속 9㎞에서 10.9㎞로 상승했다. 이진구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지난 10년간 몸에 밴 통행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연세대 방향으로 차량이 다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연세대 앞의 좌회전 신호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연세로가 열리자 신촌 일대 골목길로 우회하는 차량 수는 줄었다. 창서초등학교 앞 골목길은 지나가는 차량이 하루 2088대에서 1877대로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통행 제한을 풀더라도 보도 폭은 유지한다. 서울시는 차량 통행에 대비해 차로와 보도 사이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서대문구는 “매주 일요일에는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해 길에서 콘서트 등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의 대중교통 전용 지구는 서울 연세로, 대구 중앙로, 부산 동천로 등 3곳이다. 대구 중앙로는 작년 11월 1050m 구간 중 450m 구간을 해제했고 부산 동천로는 2022년부터 단속을 유예하고 있다.(241220)
서울 용산구가 전국 1등의 부자 동네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의 1인당 평균 종합소득액 규모가 서울 강남구를 앞선 것이다. 강남 도곡·대치동 등에 사는 이른바 ‘강남 부자’보다 한남·동부이촌동 등에 사는 ‘용산 부자’가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다. 용산 지역에 기업 오너나 금융계 큰손 등 이른바 ‘찐 부자’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세청은 작년 귀속 종합소득금액 신고 현황을 발표했다. 종합소득세를 매기는 근거가 되는 소득 자료다. 이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서울 용산구의 1인당 평균 종합소득금액이 1억2996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2등인 서울 강남구(1억1682만원)를 1314만원(11%) 차이로 앞섰다. 국세청이 지역별 종합소득액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바라본 고급 주택단지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종합소득이란 근로·사업·이자·배당소득 등 각종 소득을 합한 금액이다. 일터에서 번 월급, 자영업으로 번 돈, 부동산 임대료, 예·적금 이자나 주식 배당으로 탄 돈 등을 모두 모은 것이다. 다만 부동산이나 주식 거래로 번 양도소득은 제외한다.
또 근로소득자 중에도 월급 외에 사업이나 재테크로 금융·사업소득을 어느 정도 올리는 사람들의 소득도 종합소득에 포함된다. 오로지 근로소득만 있으면 종합소득 집계 대상에서 빠진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은 2000만원을 초과해야 종합소득으로 계산된다.
용산·강남에 이어 전국 3등인 서울 서초구(1억865만원)까지 평균 종합소득이 1억원을 넘었다. 이어 경기 과천시(6441만원), 서울 종로구(6084만원), 대구 수성구(6056만원) 등 순이었다. 강남·서초와 함께 ‘강남 3구’로 묶이는 서울 송파구는 평균 5320만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별로 보면, 1등인 서울(4565만원)에 이어 울산(3609만원), 세종(3575만원), 대구(3468만원)의 종합소득이 높았다.
용산이 강남을 뛰어넘는 부자 동네가 된 것은, 최근 용산 지역이 각종 호재로 고소득자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은 서울의 중심지로 교통이나 교육·의료 등 생활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대표적인 대기업 오너들의 자택이 이 지역에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표적인 대기업 오너들이 모두 용산구에 거주하고 있다. 용산은 지난 2018~2020년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불리며 집 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실이 들어서고 주변의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한남뉴타운 개발 등이 속도를 내며 더욱더 부(富)의 집중이 이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용산 한남동 일대는 원래도 일부 대기업 오너들과 외국인 부유층들이 사는 부촌이었는데, 여기에 새로운 고소득층까지 유입되며 명실상부한 서울의 대표적 부자 지역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1인당 평균 종합소득액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은 경기 동두천시(2005만원)로 집계됐다. 가장 부자 동네인 용산구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어 인천 동구(2019만원), 전북 장수군(2029만원), 서울 강북구(2030만원), 인천 미추홀구(2071만원) 등 순으로 종합소득액이 낮았다.
한편 국민 개개인의 평균적인 연 소득을 뜻하는 1인당 개인소득은 서울이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8년 연속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 통계(GRDP)’에 따르면, 작년 전국의 개인소득(명목)은 1321조원으로 전년보다 30조원 증가했다. 인구 1인당 개인소득은 2554만원으로 1년 전보다 56만원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1인당 개인소득이 1년새 4.2% 증가한 2937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서울은 2016년 울산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까지 1위를 유지했다. 이어 울산(2810만원), 대전(2649만원), 세종(2600만원) 순이었다.(241221)
☞종합소득
근로·사업·이자·배당소득 등 각종 소득을 합한 금액이다. 다만 오직 근로소득만 있는 월급쟁이는 종합소득 집계 대상에서 빠진다.
스테픈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NBA(미프로농구) 패러다임을 바꾼 선수로 통한다. 3점슛을 공포의 무기로 앞세우며 리그를 지배했다. 커리가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홈구장 체이스 센터는 엄청난 환호성이 물결친다. 커리는 2015-2016시즌 402개 3점슛을 성공시키며 자신 종전 최다 기록(286개)을 넘어섰다. 워리어스는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34·현 댈러스 매버릭스), 이른바 ‘스플래시 브러더스’를 중심으로 3점슛 폭격을 상대에 퍼부으며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워리어스가 3점슛을 중심에 두고 전술을 짜 성공을 거두자 다른 팀들도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림 근처에서 공방을 다투다 몸싸움을 벌여 점수를 따내기보단 먼 거리 3점슛으로 점수를 쉽게 따려는 흐름이 나타났다. 3점슛은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한 번 성공하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상대 수비를 골밑에서 외곽으로 끌고 나올 수 있게 되면서 다른 경로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
NBA 리그 3점슛 시도는 커리가 본격 활약하기 직전인 2012-13시즌 경기당 20개였지만 ‘커리 혁명’ 이후엔 2018-19시즌 32개로 늘었다. 이번 시즌엔 37.5개까지 상승했다. NBA 대표 스타 중 하나인 케빈 듀랜트(36·피닉스 선스)는 경기당 3점슛 시도를 2008~2013년 평균 4.4개에서 2013~2018년 5.9개까지 늘렸다. 르브론 제임스(40·LA 레이커스)도 같은 기간 3.8개에서 4.4개로 3점슛을 많이 던졌다. 듀랜트와 르브론처럼 장신에 전투적인 포워드 선수들까지 3점슛 비율을 늘리자 센터 칼앤서니 타운스(29·뉴욕 닉스)도 이젠 경기당 평균 4.4개 3점슛을 쏜다. 코트 위 모든 선수들에게 3점슛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데이미언 릴러드(34·밀워키 벅스), 트레이 영(26·애틀랜타 호크스)처럼 뛰어난 3점슛 능력을 장착한 선수들도 더 많은 3점슛과 더 먼 거리에서 3점슛을 시도했다. 이런 3점슛 중심 농구를 ‘양궁 농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곽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듯 공을 던지고, 그 슛이 림을 가르는 모습이 양궁과도 비슷하단 의미다.
그런데 반작용도 생긴다. 지난 16일 워리어스와 매버릭스는 도합 48개 3점슛을 성공시켰다. NBA 역사상 한 경기 최다 3점슛 성공 기록. 워리어스는 54번 3점슛을 시도(27개 성공)했고, 매버릭스 역시 41번(21개 성공) 3점슛을 던졌다. 하지만 이런 기록과 별도로 불만도 적지 않았다. 경기 내내 3점슛을 던지다 말다 단조로운 공격 유형만 반복됐고, 5명 선수들이 코트 전역을 누비는 다채로운 공수 대결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NBA 대선배 샤킬 오닐(52·은퇴)은 최근 “모든 팀이 똑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제 농구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잃었다. 모두가 3점슛 라인 뒤에서 드리블하고 스텝백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농구가 보여준 중장거리 슛과 포스트 플레이 등이 안 보인단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NBA 시청률은 지난 22일까지 지난해 대비 28% 감소했으며 2012년과 비교하면 4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3점슛만 쏘는 경기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팬들 흥미를 잃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농구의 매력 중 하나였던 아기자기한 팀 플레이와 전술적인 득점 방식은 사라지고, 3점슛만 난무하는 경기 흐름이 긴장감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칼(73) 전 NBA 감독은 “NBA는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3점슛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면 큰 감동을 주지만, 현재 선수들은 1쿼터부터 마치 3점슛 콘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난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긴장감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기 하락 요인은 사실 더 있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와 미국 대선이라는 대규모 이벤트와 경쟁해야 했다”고 했다. 지나치게 많은 경기 수(팀당 82경기)도 지목된다. 체력 관리나 부상 등 문제가 많아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물급 스타들 노쇠화도 걸림돌이다. NBA는 르브론과 커리 이후 인기를 끌 새로운 스타를 찾지 못했다. 니콜라 요키치(29·너기츠), 루카 돈치치(25·매버릭스), 자 머랜트(25·멤피스 그리즐리스), 빅토르 웸바냐마(20·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지만, 리그 전체를 이끌 만한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241219)
작년 한 해 1억원을 넘는 연봉을 받은 억대 연봉자가 14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차장·부장급 이상 정규직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임금 수준이 올라간 결과다.
19일 국세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국세 통계’에 따르면, 작년 귀속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인원은 2085만명으로 전년(2053만명) 대비 1.5% 증가했다. 2085만명의 평균 연봉(총급여액)은 4332만원으로 전년(4213만원) 대비 2.8% 늘었다.
연봉 수준은 3000만원 이하가 945만2000명(45.3%)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 수준이 낮은 데다 각종 공제 혜택을 받아 연말정산 결과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 689만명(전체 직장인의 33%)이 포함된 수치다. 면세자 비율은 1년 전(33.6%)에 비해 소폭 줄었다. 연봉이 3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540만3000명(25.9%)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460만4000명·22.1%), 1억원 초과(139만명·6.7%) 등의 순이었다. 억대 연봉자는 2022년만 해도 전체 직장인의 6.4%인 132만명이었는데, 작년 들어 직장인 15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본사 소재지 기준 평균 연봉은 세계 1위 조선사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 본사 소재지인 울산(4960만원)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4797만원), 기획재정부 등 주요 정부 부처들 모인 세종(4566만원) 등의 순이었다. 시군구 단위로 보면, 현대제철·동국제강 등이 있는 인천 동구(7014만원)가 가장 높았고, 이어 현대차 울산공장 협력업체들이 많은 울산 북구(6458만원),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6324만원) 순이었다.
작년분 연말정산을 위해 근로소득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는 6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1% 늘었다. 세금 신고를 한 외국인 근로자는 2022년(54만4000명)부터 2년 연속 증가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19만명(31.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베트남(5만2000명, 8.5%), 네팔(4만5000명, 7.4%)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낸 세금은 모두 합쳐 1조1657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191만원이다.
한편, 부동산 거래 감소로 작년 양도소득세 신고 건수는 65만2000건으로 전년(66만4000건) 대비 1.8% 감소했다. 작년 세무조사 건수는 1만3973건으로 전년(1만4174건) 대비 1.4% 줄었다. 세무조사 횟수는 줄었지만, 세무조사에 따라 기업들이 물게 된 세금은 작년 5조8000억원으로 1년 전(5조3000억원)보다 9.4% 늘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규모는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내외 경제 상황, 조사 인력·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241220)
필사를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글멍’이 유행이다. 펜으로 잠언이나 명구를 베껴 쓰는 필사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불을 바라보며 명상과 같은 효과를 노리는 이른바 ‘불멍’이라는 말을 차용한 것이다. 글멍을 위해 종교나 명상 서적을 필사 교본으로 삼는 경우도 많아졌다.
불교 경전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 필사공책’(정토출판), 성경 속 솔로몬의 가르침을 읽고 쓰는 ‘잠언 읽고 잠언 쓰자’(마음의숲) 등 실제 ‘명상’의 효과를 내세운 필사책들이 인기다.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한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해리 포터’ 작가 조앤롤링의 “두려웠던 실패가 현실이 되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언들을 필사할 수 있는 ‘명언 필사’(토트)도 나왔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필사책 판매량은 올해 들어 전년의 약 2.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경 작가의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위즈덤하우스)는 지난 5월부터 31주간 꾸준히 종합 10위권 이내에 머물렀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책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 윤동주의 시 ‘소년’, 장자의 ‘제물론’ 등 소설가, 시인, 철학자들의 작품을 읽고 따라 쓸 수 있다. 올해 전체 판매 순위를 매긴 ‘2024년 종합베스트셀러’에선 1~3위를 모두 차지한 한강 작가의 작품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노벨문학상으로 인한 ‘한강 신드롬’만 없었다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지난 10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글을 베껴 쓸 수 있는 ‘한강 스페셜 에디션’도 나왔다.
예스24 김민희 홍보 담당은 “올해는 ‘필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필사책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대두되면서 특히 학부모와 청년들이 필사책을 많이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선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10~100명 단위 필사 모임을 만들어 읽은 책을 서평하고 손글씨를 공유하는 등 ‘필사 챌린지’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필사’ 관련 게시물만 100만건을 훌쩍 넘는다.(241219)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는 연방 정부가 마비되는 ‘셧다운’을 사흘 앞둔 18일, 내년 3월 14일까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임시예산안(CR) 처리에 합의했다. 그런데 여기에 내년도 의원 연봉을 올해보다 3.8% 인상하는 내용이 들어가 양당에서 이를 문제 삼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까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셧다운을 불과 사흘 앞두고 예산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특히 경합 선거구 의원들이 급여 인상에 따른 유권자 반발을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미 하원에서 의원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 의원의 연봉은 상·하원 모두 17만4000달러(약 2억5000만원)로 같다. 여기에 사무실 운영비, 지역구와 워싱턴DC를 오가는 데 필요한 교통비, 직원 급여, 건강 보험 등 부가 지원을 받는다.
미국의 대다수 공무원은 연방정부가 의무화한 ‘생활비 조정제도(COLA)’에 따라 매년 급여가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인상된다. 그런데 의회는 지난 15년 동안 ‘의원 급여는 COLA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동결한다’는 내용을 예산 지출 법안에 포함시켜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미국 경제를 강타한 2009년 성난 유권자 민심을 달래고 고통 분담을 하는 차원에서 연봉 동결을 결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날 합의한 임시 예산안에 급여 동결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상당수 의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제라드 골든 민주당 하원의원은 “의원들은 미국인의 90%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며 “동료 의원 중 이 수입으로 생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역구 주민들이 요술 지팡이를 휘둘러 스스로 월급을 올릴 수 없듯, 의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부분의 유권자가 우리 업무 수행 능력이 좋지 않다고 말할 때 더욱 자제해야 한다”며 “나는 임시 예산안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팻 라이언 하원의원도 “이 예산안이 통과되면 의원 연봉이 6600달러(약 950만원) 오른다”며 “유권자들이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나 자신에 돈을 더 주자는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 의회는 우리 자신의 급여 인상이 아닌 국민들의 비용 절감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애당초 정부 지출을 늘리는 데 부정적인 공화당에서도 “월급 인상에 반대한다” “이건 오물로 만든 샌드위치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트럼프도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이 법안은 많은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에 연봉 인상을 제공한다”며 “지금은 인상할 시기가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 때 연봉을 올려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에도 골든을 비롯한 양당 의원들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2025 회계연도 지출 법안에서 의원 연봉을 조정하지 말아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의회에서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건 봉사의 문제지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초당파적 방식으로 미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올리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선 2009년 이후 15년간 동결된 급여를 이제는 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장기간 동결된 연봉 때문에 인재들이 정치권 진출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봉 인상을 지속 주장해 온 22선의 스테니 호이어(85) 민주당 연방 하원 의원은 이날 “이번 인상 폭은 사소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하원 세출 위원회에선 “15년 전 의회 인근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 렌트 가격이 1100달러였는데 이제는 두 배가 넘는 2300달러나 된다”며 “부자들만이 의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자존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의회조사국(CRS)은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매년 연봉 인상이 이뤄졌을 경우 올해 의원 연봉은 24만3300달러(약 3억5000만원)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의원들과 달리 의회 직원들은 매년 월급이 오르다 보니, 지난해 보좌관 10명 중 1명은 의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는 의원직을 던지고 두세 배 넘는 연봉을 보장하는 벤처캐피털이나 비영리단체 등 민간 분야로 이직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22년 의원들이 지역구가 아닌 워싱턴 DC에서 공식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용한 숙박·식사 비용을 상환받을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미 의회의 15년간의 연봉 동결은 해마다 꾸준히 자신들의 연봉을 올려온 한국 국회와 크게 대비된다.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올해 1억5690만원으로 지난 2009년(1억1300만원) 대비 38.9% 인상됐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연봉도 1억5996만원으로 올해보다 1.9% 인상된다. 선거 때마다 의원 연봉 삭감안이 단골로 등장하지만, 해마다 여야 합의로 인상되고 있다.(241220)
중증 질환이나 치매, 알코올중독 등이 있는 조부모나 부모, 형제자매를 돌보는 13~34세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청년)’가 전국적으로 15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 케어러의 60% 이상은 본인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영 케어러는 15만3044명(2020년 기준)으로 추산됐다. 13~34세 전체 인구(약 1177만명)의 1.3% 수준이다. 국내 전체 영 케어러 숫자가 추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인구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가구 내 돌봄이 필요한 가족원이 있을 것’ ‘이를 돌볼 수 있는 다른 중장년 가족원이 없을 것’ ‘타인의 돌봄을 받지 않는 13~34세 청년일 것’ 등의 조건을 걸어 영 케어러 숫자를 계산했다.
영 케어러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25~34세가 8만4347명(55%)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 19~24세(4만4244명·29%), 13~18세(2만4453명·16%) 순으로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8만명으로 여성(7만3044명)보다 많았다.
‘영 케어러가 누구를 돌보는지’를 분석한 결과, 홀어머니를 돌보는 경우가 약 34%로 가장 많았다. 아버지·어머니가 모두 있지만 영 케어러가 부모 간병이나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25%로 뒤를 이었다. 이어 홀아버지를 돌보는 경우는 11%,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한조부모)를 돌보는 경우는 10% 정도로 집계됐다.
영 케어러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34세 영 케어러의 ‘미취업자 비율’은 29.3%로, 영 케어러가 아닌 같은 나이대 청년(25%)보다 4.3%포인트 높았다. 한창 취업해야 할 나이인데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 케어러 상당수는 정신 건강에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영 케어러의 61.5%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족을 돌보는 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 경우엔 우울증 비율이 68.9%까지 높았다. 또 영 케어러의 22.1%가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 가구의 특성과 미혼 남녀의 인구 추세 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노인 가구는 자기 소유의 집(74.9%)에 사는 경우가 많으며 30년 이상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35.4%)이 높았다. 또 2020년 기준으로 40대 인구 중 미혼자의 비율은 남성 23.6%, 여성 11.9%를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 비율의 각각 6.7배, 5.7배에 해당하는 것이다.(241220)
화려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올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이영상 수상자는 타릭 스쿠발(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과 크리스 세일(35·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모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 경험자다. 강속구를 넘어 광(光)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이다 보니 팔에 무리가 와 수술대에 올랐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류현진(37·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였다.
18일(한국 시각) MLB 사무국이 펴낸 투수들 부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MLB 투수는 2010년 21명, 2011년 15명 등에서 지난해 46명, 올해 41명 등 10여 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마이너리그 투수들은 더 심해 2010년 83명에서 올해는 240명이 돼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는 구속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MLB 분석이다. ‘더 빠르게’ 던지다 보면 팔에 더 많은 부담을 준다. 부상 위험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투수들은 이런 유혹에 쉽게 몸을 맡긴다. 다치더라도 ‘수술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은근히 깔려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딱 1번(한화 문동주) 나온 100마일(약 161㎞) 속구는 MLB에서 흔해빠졌다. 올해에만 3319번 나왔다.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2000년대 초중반)에는 100마일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08년엔 100마일 이상 공은 214개. 16년 만에 1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훈련 방식이 발달하고 투구 수 한계를 정해놓고 전력 투구를 하도록 유도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왔다. MLB 선수 대부분이 겨울에 드라이브 라인 등 유명 사설 야구 교습 기관에서 따로 ‘과외’까지 받는다. MLB에서 투수들의 올해 속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4.3마일(151.7㎞)로 2008년 91.9마일(약 147.8㎞)보다 4㎞가량 빨라졌다. 변화구인 체인지업은 이 기간 6㎞ 빨라졌다.
벤 조이스(24·LA 에인절스)는 아예 속구 평균 구속이 100마일을 넘는다. 올해 105.5마일(169.8㎞)짜리 광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총알 투구를 보는 팬들은 즐겁지만 선수들 속내는 간단하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MLB 투수들이 시즌 중 부상자 명단에 오른 기간은 2005년에 비해 올해 2.5배 증가했다. 봄 훈련 시간과 시즌 초반 3~4월에 부상이 집중됐다. 투수들이 이때 구속 증가 등을 위해 사설 기관에서 강훈을 받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일반 야구공보다 무거운 웨이티드 볼로 던지기 연습을 하다가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고교 선수들이 MLB 스카우트들 앞에서 기량을 선보이는 ‘퍼펙트게임 쇼케이스’에서 95마일(약 153㎞) 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2014년 5명에서 올해 36명이 돼 10년 사이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어렸을 때부터 빠른 공을 던지려 애를 쓴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히 부상을 낳는다. MLB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 중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이들은 20년 사이 7배 이상 늘었다.
토미 존 수술은 양날의 검이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수술 부위는 완벽하게 재건하고, 1년가량 재활 기간에 충분한 휴식과 훈련을 하면서 오히려 구속과 구위가 올라가는 일도 있지만 부작용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수술에 따른 구속 상승 등 효과도 통계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스포츠 의학 전문의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투구 구속을 올리려면 신체 관절을 세게 꺾는 등 투구 메커니즘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다들 빠른 공을 기대하고 메커니즘을 바꾸니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너무 많이 경기에 나서지 않게 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규칙 보완 등 새로운 흐름이 필요한 때라는 게 MLB 사무국 조언이다.(241219)
☞토미 존 수술
파열 등 손상된 팔꿈치 인대를 정상적인 팔꿈치에 있는 힘줄로 교체하는 수술. 국내에서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로, 북미권에선 약어인 TJS라고 불린다. 이 수술을 처음 받게 된 메이저리그 좌완 투수 토미 존에서 명칭이 유래했다.
산업 현장과 식당, 농촌 등에서 외국인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외국인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일을 하진 않지만 한국에 주로 사는 재외 동포와 유학생, 결혼 이민자 등을 합친 국내 상주 외국인도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에 91일 이상 상주한 15세 이상 외국인 취업자는 101만명으로 1년 전보다 8만7000명(9.4%)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국내 취업자(2891만5000명)의 3.5% 수준이다.
‘고용허가제’로 불리는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취업자가 30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000명(12.6%) 늘었다. 비전문 취업 비자는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이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과 농·축산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으로 한정돼 있고, 매년 정부가 업계 수요를 고려해 인원 쿼터를 결정한다. 이 비자로 취업한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 공장과 조선소, 농촌 등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곳에서 외국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운동선수나 어학원 교사 등 ‘전문 인력(E-1~7)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취업자도 올해 6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39.9%) 늘었다.
통계청은 “지역 중소기업 등 빈 일자리를 채우려는 기업들이 외국 인력을 꾸준히 원하면서 입국 목적부터 ‘근로’인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업종별로도 외국인 취업자 증가 폭은 농림어업(37%)과 광업·제조업(11.9%), 도소매·숙박·음식점업(12.4%) 등 숙련도가 낮아도 당장 일손이 필요한 업종에서 높았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식당 등 4명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가 9.6% 늘었고, 중간 규모 공장처럼 50~299명이 일하는 사업장의 외국인 취업자도 46% 증가했다.
외국인 취업자 임금 근로자는 95만6000명(95%)으로, 월평균 급여가 200만~300만원이 48만9000명(51.2%)이었다. 300만원 이상 받는 35만4000명(37.1%)을 합치면 월급 200만원 이상이 88.3%였다.
재외 동포와 결혼 이민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국내 상주 인구는 지난 5월 기준 156만1000명으로 작년(143만명)에 비해 9.2% 늘었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50만명을 넘었다. 특히 한국 영주권이 있는 중국, 베트남 등 외국 국적자들이 14만1000명으로 1년 새 7.6%나 불었다.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2년에는 6만5000명에 그쳤는데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의 62.1%는 향후 한국 국적을 정식으로 취득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응답은 2년 전(60%)보다 2.1%포인트 늘었다. 조선족과 고려인 등 재외 동포 체류 자격을 갖춘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주로 머문 경우가 40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유학생도 작년에 비해 6.4% 불어난 2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 이민자도 12만2000명으로 1년 새 1.7% 늘었다. 재외 동포와 영주권자, 유학생, 결혼 이민자 모두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장기화로 국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국 인력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고령층 일자리까지 잠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인력이 늘어날수록 청년층은 외국인이 많은 사업장은 기피하고, 고령층 일자리는 외국인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빈 일자리로 외국 인력을 적극 유도하되, 단순 서비스업 등 고령층이 일할 수 있는 업종은 보호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 인력을 ‘저임금·저숙련’ 일자리에만 머물게 할 게 아니라, 전문적인 인력으로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을 계속 저임금 상태로만 고용하면 국내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 수준이 떨어지면서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로 새로 유입되는 외국 인력은 국내 인력을 보완할 저임금 일자리로 배치하면서도, 오래 일하며 숙련도가 쌓이면 임금 수준과 대우가 높아지는 자연스러운 구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241218)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 빨간색 줄무늬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중년 남성이 커다란 빨간 주머니에서 ‘양말’을 꺼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유명한 숨은그림찾기 책 주인공 ‘월리’로 분장한 사람은 입학처장 조윌렴 물리학과 교수. 이날 이대는 수시 최초 합격자 약 800명을 모아 학교 홍보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조 처장이 ‘깜짝 이벤트’로 학생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준 것이다. 이대는 이날 4시간 동안 학교 소개부터 선배와의 만남 주선, 현악 7중주 공연 등을 열고 대학을 홍보했다. 이대 관계자는 “더 많은 우수 학생에게 캠퍼스의 매력을 알려줘서 우리 학교에 등록시키기 위해 매년 ‘수시 최초 합격자’ 행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가 아직 정식 등록도 안 한 ‘합격자’를 대상으로 이런 행사를 연 건 우수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수험생들은 수시 모집에서 6곳에 지원할 수 있고, 여러 군데 합격해도 한 곳만 등록해야 한다. 최초 합격자들이 다른 대학에 가버리면 대학은 ‘추가 합격자’를 선발한다. 대학 입장에선 ‘최초 합격자’를 잡는 게 인재 확보에 중요해진 것이다. 올해는 계속되는 인구 감소 여파에다 의대 정원이 1500명 가까이 늘어나 상위권 대학들 사이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대학들은 지난 13일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를 끝냈고, 이들의 등록 마감 기한은 18일까지였다. 이들을 붙잡기 위해 그 사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됐다.
<지난 16일 오후 캐릭터 '월리'로 분장한 이화여대 입학처장 조윌렴 물리학과 교수가 수시 최초 합격자들에게 학교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
‘예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날짜를 앞당기는 게 대표적이다. 경희대는 ‘예비 대학’을 원래 2월에 열다가 작년부터 12월로 당겼다. 올해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 다음 날인 14일 바로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에선 “수험생들의 노고를 위로하겠다”며 각종 축하 공연과 특강을 진행했다. 태권도학과 재학생들이 ‘송판 격파’ 시범을 보였고, 경희대 ‘스타 교수’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가 ‘알아두면 쓸데 있는 대학생활 잡학 사전’을 주제로 강연도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수시 최초 합격자 이탈을 막으려고 애교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면서 “대학 선택에 학부모들 의사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부모도 많이 참석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행사의 전체 참석자 850여 명 중 480명 정도가 학부모였다.
광주 조선대도 원래 1월에 열던 신입생 OT를 올해 12월로 당겼다. 수시 최초 등록 마지막 날이었던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다. 수시 합격생들에게 장학금, 어학연수 등 다양한 기회를 알리는 2시간짜리 프로그램인데, 사흘간 21회나 반복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편한 시간에 와서 언제든지 OT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행사엔 관심 있는 고등학교 1·2학년생도 갈 수 있다.
‘수시 최초 합격자’가 실제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한양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 최초 합격자가 입학하면 4년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학과를 기존 7개에서 올해부터 15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이 밖에도 수시 최초 합격자들에게 100만원 이상 일시금 장학금을 주거나, 기숙사 선발 등 혜택을 주는 대학도 늘고 있다.
최초 합격자를 붙잡기 어려운 건 최상위권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작년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에서 대기업 입사 혜택을 주는 ‘대기업 계약학과’들의 수시 최초 합격자 215명 가운데 등록 포기자가 199명에 달했다. 이들은 계약학과 대신 서울대나 다른 대학 메디컬 계열(의대·약대 등)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올해는 의대가 1500명 가까이 증원된 영향이 타 학교, 학과로 연쇄적으로 이어져 ‘똑똑한 학생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대학들의 절박함도 커졌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중위권 대학의 경우에는 최초 합격자와 추가 합격자의 수능 등급이 2~3등급까지 벌어진다”며 “대학들이 이제 가만히 앉아서 좋은 학생이 오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241219)
많은 국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빨간 우체통’이 40년 만에 바뀐다. 손편지가 사라지는 시대에 발맞춰, 소형 소포도 받고 커피 캡슐과 폐의약품까지 회수하는 ‘다목적통’으로 변신해 명맥 유지에 나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소포 접수’와 ‘폐물품 회수’를 모두 담당하는 새로운 형태의 ‘ECO(에코) 우체통'을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새 우체통에는 각기 다른 용도의 투입구 두 개가 달려있다. 한쪽은 일반·등기 우편과 작은 소포를 받고, 다른 한쪽은 폐의약품과 폐커피캡슐을 수거하는 용도다. 기존에도 입구가 둘 달린 우체통이 있었지만, ‘관내’ ‘관외’ 혹은 ‘보통우편’ ‘빠른우편’ 등 우편물 구분용이었다. 새 우체통에선 본래 기능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1984년 처음 ‘빨간 우체통’이 등장한 이후, 이처럼 우체통의 기능과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은 처음이다. 플라스틱이었던 우체통 재질도 외부 충격에 강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철제 강판(鋼板)으로 바뀐다. 우정사업본부는 올 연말까지 서울 종로구, 강남구 전역과 서울 시내 총괄우체국(지역 거점 우체국) 22곳 등에 90여 개의 새 우체통을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체통의 변신은 ‘편지 수거’라는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메일 등 디지털 의사소통 수단이 확산하며 개인 간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크게 줄었다. 또 온라인 쇼핑과 중고 거래 활성화 등 소포를 주고받는 일은 많아졌는데, 정작 우체통은 투입구가 작아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대비 2024년(추정)의 일반 우편물은 34억통에서 21억통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우체통을 통한 것은 190만여 통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소포는 1억7000만건에서 3억건으로 늘었다.
우체통은 한때 ‘생활 필수 설비’로 통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언론사 투고란에 ‘우체통이 멀어서 불편하다’ ‘우체통이 모자란다’는 의견이 종종 접수될 정도였다. PC통신 시대였던 1993년 전국 우체통은 5만7599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우체통 활용도 크게 줄어 현재는 8066개만 남아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제로 집배원들이 우체통을 열어보면 손편지는 손에 꼽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그래도 우편은 국민 보편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메일 등을 못하는 분들이 소수라도 존재하는 한 우체통은 없앨 수 없다”고 했다.
궁여지책으로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폐의약품을 우체통으로 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올 10월부터는 일회용 커피캡슐 수거까지 도맡았다. 집배원이 편지 대신 이를 수거해다가 지자체 혹은 재활용 업체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러자 올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6만5000개가 넘는 폐의약품이 수거되는 등 ‘본업(本業)’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또 폐물품 때문에 우편물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아예 입구를 크게 키우고 회수함을 별도로 분리한 새 우체통을 만든 것이다.
새 우체통은 기존 일반 우편뿐 아니라 등기 우편과 작은 소포(27×18×15cm 이내, 우체국 2호 상자 크기)까지 받을 수 있도록 용도가 확장됐다. 우체국 홈페이지나 앱에서 미리 요금을 결제하고, 16자리의 ‘사전 접수번호’를 소포나 등기 우편에 기재한 다음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폐의약품(물약은 제외)은 일반 봉투에 넣은 후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어서 ‘ECO 함'에 투입하면 된다. 커피캡슐은 원두 찌꺼기를 제거한 뒤,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봉투에 담아 투입하면 된다. 전용 봉투는 동서식품 카누 홈페이지 혹은 총괄우체국 창구를 통해 받을 수 있다.(241217)
지난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받은 수술은 백내장 수술로 나타났다. 백내장 수술은 최근 실손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로 지난해보다는 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수술 빈도 1위였다.
16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3년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34개 주요 수술 건수는 199만6000건, 수술 환자는 165만9000명이었다. 2022년과 비교해 환자 수는 0.8%, 수술 건수는 3.5% 각각 줄었다.
<2022년 6월 15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이 백내장 시야 체험을 위한 특수 안경을 착용해본 뒤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최다 빈도 수술은 63만7879건을 기록한 백내장이었다.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백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최근 5년간 줄곧 수술 빈도 1위를 지켰다. 다만 2021년 78만122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감소 추세다. 지난해 백내장 수술은 2022년(73만5693건) 대비 13.3% 줄었다.
다음으로는 일반 척추 수술이 2위로 20만6785건, 3위는 치핵 수술로 15만1899건이었다. 이어 제왕절개 수술(14만7121건), 담낭절제술(9만6975건)이 많았다.
전체 수술 건수는 줄었지만, 주요 수술 진료비는 늘어났다. 지난해 34개 주요 수술 관련 진료비는 8조4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수술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백내장 수술 등이 줄고, 일반 척추 수술 등 비싼 수술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일반 척추 수술 관련 진료비가 총 1조15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위는 인공 무릎 관절(슬관절) 치환술 8397억원이었다. 이어 백내장 수술(8234억원),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피부를 통한 스텐트 삽입술·8116억원), 내시경 및 경피적 담도 수술(6280억원) 등 순이었다.
한편 1건당 진료비가 높은 수술은 심장 수술(3683만원), 관상 동맥 우회 수술(3525만원), 줄기세포 이식술(2323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건당 진료비가 낮은 수술은 치핵 수술(119만원), 백내장 수술(129만원), 정맥류 결찰 및 제거 수술(145만원) 등이다.(241217)
서울 지하철역에 PT(개인 트레이닝)장이 생긴다. 출퇴근길에 개찰구 바로 옆에 있는 PT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16일 성동구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 ‘핏 스테이션(fit station)’을 연다고 밝혔다. 피트니스를 할 수 있는 역이란 뜻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을 건강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지하철 혁신 사업인 ‘펀(fun) 스테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앞서 지난 5월 영등포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는 빈 역무실을 개조해 달리기 애호가들을 위한 ‘러너(runner) 스테이션’을 개장했다.
<16일에 개관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핏 스테이션'의 모습.>
핏 스테이션은 뚝섬역 안 펜싱 훈련장 자리에 만든다. 개찰구 바로 옆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원래 공사 펜싱팀이 훈련장으로 썼는데 2022년 팀이 해체된 이후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핏 스테이션은 307㎡(약 93평) 크기다. 한 번에 최대 36명이 운동할 수 있다.
PT 전문 업체인 ‘좋은습관PT스튜디오’가 5년간 운영한다. 서울시가 임차료를 깎아주는 대신 업체는 시민들을 위해 주말마다 무료 특강을 열기로 했다. 오는 22일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김동석 좋은습관PT스튜디오 공동대표가 척추·관절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운동법을 알려준다. 다음 달 4일에는 아시안게임 가라테 메달리스트들이 무도(武道) 수업을 연다.
임종현 서울시 도시활력담당관은 “뚝섬역 주변에는 한강뿐아니라 서울숲과 중랑천 등 뛰기 좋은 곳도 많다”며 “지하철역 PT장을 중심으로 달리기 커뮤니티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수동 뚝섬역 일대에는 최근 스타트업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20·30대 직장인이 몰리고 있다. 박창환 좋은습관PT스튜디오 공동대표는 “처음에는 지하철역에 어떻게 PT장을 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요즘은 새로운 운동 트렌드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며 “직장인들이 운동하고 바로 출퇴근할 수 있게 샤워실과 사물함을 넉넉하게 마련했다”고 했다.
여의나루역에 개장한 러너 스테이션은 근처 여의도한강공원을 달리는 러너들의 명소가 됐다. 러닝크루(달리기 동호회)의 집합 장소로도 쓰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장 4개월 만에 3만3000명이 방문했다”며 “최근에는 퇴근길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한강을 달리는 직장인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러너 스테이션은 사물함 58개와 탈의실, 파우더룸 등을 갖추고 있다. 러닝머신과 운동화 살균 소독기, 체중·근육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도 있다. 달리기 동호회 ‘러빗’의 회장인 김근아(25)씨는 “여의도를 한 바퀴 달린 뒤 러너 스테이션에서 운동화도 소독하고 건강 상태도 체크할 수 있어 뛰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에 2·6호선 신당역, 8호선 문정역, 7호선 먹골역에 펀 스테이션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문정역에는 3번 출구 앞 빈 땅에 풋살장과 배드민턴장, 피클볼장 등을 만든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에 젊은 직장인이 많고 주말엔 아파트 단지 가족 승객들이 많이 오가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신당역에는 실내 클라이밍(암벽 등반)장을 만든다. 신당역에는 지하철 10호선 환승 통로가 있는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때 10호선 건설 사업이 무산된 이후 방치돼 있다. 폭 20m, 길이 150m 지하 공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통 지하철역은 층고가 3m 정도인데 이 환승 통로는 4.5m로 높게 만들었다”며 “세계 최초로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지하철역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 이 통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행사를 열었는데 이틀간 9500명이 찾았다. 먹골역은 사업 계획을 짜는 단계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간인데 상권도 죽고 유휴 공간도 많다”며 “여기에 건강과 재미를 넣으면 상권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241216)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채용 중개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 사무실. 한국 기업에 취업한 일본인들의 친목 교류 행사에 일본인 70여 명이 몰렸다. 다카하시 아카리(31)씨는 지난해 한국 마케팅 회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해외 근무를 해보고 싶던 차에 한국은 ‘원픽(첫 선택)’이었다. 다카하시씨는 “소녀시대 팬이라 틈틈이 익혀온 한국어를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국내 광고 회사에서 광고 기획자로 일하는 히무라 하나(31)씨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는 “한국어 하는 일본 친구 중에 한국 취업을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다. 나도 트와이스, 블랙핑크 팬 활동을 하면서 배웠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선진국인 일본에 취업하러 떠나는 한국인은 많았어도, 직장을 구하려 한국에 오는 일본인은 적었다. 법무부 비자 발급 통계를 보면, 2014년 10월에 한국에서 구직과 관광취업(워킹홀리데이), 전문 인력 관련 취업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모두 합쳐 1228명에 불과했다. 2024년 10월 현재 한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은 일본인은 2196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지사 관계자는 “어렸을 때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한국어를 배운 이들이 직장에 다닐 나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취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높아진 한국의 임금 수준, 오히려 떨어진 엔화 가치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한국 취업은 일본인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에 취업하는 일본인들의 이력도 달라졌다. 예전엔 한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출신이 많았다. 요즘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직장까지 다니다가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키나락스에서 사업 개발 매니저로 일하는 나가이 고시로(34)씨는 명문 와세다대학을 나와 일본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 생활 5년째인 그는 “과거엔 한국에 취업한다고 하면 다들 ‘왜?’라고 물었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특히 IT 업종은 기술 수준이나 연구개발 투자가 일본보다 한국이 나은 점이 많다”고 했다.
임금도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임금은 399만원으로 일본(379만원)을 처음 추월했다. 20년 전인 2002년만 해도 한국 직장인 월평균 임금은 179만원으로 같은 해 일본 월평균 임금(385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몇 년째 계속되는 엔저 현상까지 감안하면 한국 임금이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일본인의 한국 취업 걸림돌은 다른 곳에 있다. 한국의 비자 제도다. 일본인들이 한국 기업에 정식 취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특정활동 비자(E7)’는 직무와 관련된 학력(전공)이나 경력을 요구한다. 국내 일자리 보호 차원이다.
국내 화장품 제조 기업에서 판매 담당자로 일하는 고나가와 다이세이(25)씨는 “보통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에 들어와서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다가 취업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전공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친구들이 많다”며 “일본의 외국인 취업 비자 제도와 비교해도 한국이 훨씬 엄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취업을 위해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다카미쓰 하루카(24)씨는 “무신사 같은 한국 패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서울대 의류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인재 유치를 위해 외국인들의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계속 완화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2019년 한국의 E7 비자와 유사한 특정기능1·2호 비자를 도입하며 학력이나 경력이 없어도 기능 시험과 일본어능력시험 등 일정 시험만 통과하면 취업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241216)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친야·친여 진영의 화환(花環)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비롯,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전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등에 대통령 탄핵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화환 배달이 폭주하는 상황이다. 최근 ‘화환 시위’ 정착으로 조금씩 활로를 찾아가던 화훼 농가들은 국가적 위기 국면에 찾아온 뜻밖 호황에 “매출이 는 것은 좋은데 나라가 걱정된다”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찰이 1차 압수 수색을 시도한 지난 11일 이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서문(西門) 앞 거리와 한남동 관저 인근엔 노란 백합, 빨간색·분홍색 거베라 등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화환 수백 개가 길게 늘어서 있다. 화환 리본엔 “계엄령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내란죄는 민주당 패거리들” “윤석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당신 뒤에는 국민이 있습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탄핵 24번이 내란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잃으면 대한민국도 사라진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힘든 여정 국민이 함께한다. 윤석열 대통령님 여사님 건강 지키시고 힘내세요” 등도 있었다.
<비상계엄 사태가 만든 ‘화환 물결’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찬반 의견을 표시하는 화환이 여야 당사, 국회의원 사무실 앞 등에 쏟아지고 있다. 왼쪽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원 화환이 늘어서 있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사무실 앞에 놓인 국민의힘 규탄 화환.>
하지만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상반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은 최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장례식’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을 규탄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국민의힘 마크가 중앙에 박힌 영정 사진을 든 채 국화꽃 한 무더기를 당사 앞에 놓았다. 이들은 ‘내란공범 국힘해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탄핵 찬성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곳에도 이틀 전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적힌 근조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 지역구 사무실도 ‘조화 폭탄’의 공격 대상이다. 서울 용산구 권영세 의원(용산) 지역구 사무실 앞엔 “영세야, 용산에는 조폭이 없대. 니들이 하도 해처먹어서” 등 문구가 쓰인 화환들이 배달됐다. 민주당 지지자 20여 명은 최근 ‘계엄 해제 탄핵 표결 불참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사퇴하라’ ‘내란 행위 즉각 수사’ 등의 피켓을 들고 “내란죄 윤석열 탄핵” “권영세는 사퇴하라” 등 구호를 외쳐댔다. 서울 송파구 배현진 의원(송파을) 지역구 사무실 앞에도 ‘동료의 배신자, 송파을의 배신자, 국민의 배신자’ ‘죽었을 테니 보냅니다’ 등 문구가 적힌 조화가 배달됐다.
경북 포항 남구에 있는 이상휘 의원(포항 남구·울릉) 사무실에도 ‘엄마 거 봐 내가 찍지 말라고 했잖아. 내란 동조 하지 마십시오. 탄핵 표결 참석!’ ‘국민에게 총 겨눈 자 용서 없다. 탄핵 찬성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들이 놓였다. 반면 전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김상욱 의원(울산 남구갑)의 지역구 사무실엔 ‘용기를 응원한다’ ‘소신 있는 결단에 감사드린다’ 등 응원 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전국에서 화환 배달이 폭주하자 ‘여기가 결혼식·장례식장이냐’며 항의하는 상인·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친다.
일부 용산구 상인은 ‘대통령실 화환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경찰에 항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처리할 계획은 없다”고, 용산구청은 “사비로 설치한 화환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기 과천에서 화환 공장을 운영하는 강모(62)씨는 “계엄 사태가 터진 후 전국 각지 국민의힘 사무소에 하루에 1~2개꼴로 근조 화환이 나가고 있다”며 “특히 용산 대통령실 인근엔 최근 며칠간 ‘윤 대통령 응원 화환’ 주문이 폭주 중인데, 한 번에 10개 이상 주문할 때도 있다”고 했다.
과천의 또 다른 화원 업주도 “연말 승진 인사 등 주문보다 계엄 사태 관련 화환 주문이 몇 배는 많은 상황”이라며 “매출은 훨씬 늘어서 기분이 좋지만, 국가적 위기에 주문이 폭주한다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241214)
11일 찾은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앞. 오래된 시장이 있던 자리에 10층 높이의 동작구청 신청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건물 1층엔 여느 청사와는 달리 조그만 점포 자리 수십 곳이 공사 중이었다. 대형 쇼핑몰 1층 공사 현장을 보는 듯했다.
내년 4월 문을 열 동작구 신청사는 국내 최초의 ‘관상(官商) 복합’ 청사다. 한 건물에 구청 사무실과 점포 60곳이 모두 들어간다.
<북한산 조망을 해치지 않기 위해 ‘U’자 모양으로 디자인한 서울 강북구청 신청사 조감도.(위 사진) 1층에는 기둥만 세우고 광장을 넣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꼭대기 층에서는 주변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게 구름다리를 만들었다. 아래는 왼쪽부터 서울 동작구청, 종로구청, 강원도청 신청사의 조감도.>
원래 이 자리엔 1968년 문을 연 전통시장인 영도시장이 있었다. 2021년까지 영업은 했지만 시설이 너무 낡아 공실률이 70%에 달했다. 동작구는 1981년 지은 노량진 청사 자리를 LH에 넘겨주기로 한 대신, 이 자리에 새 청사를 지어달라고 했다. 끝까지 시장에서 장사하던 상인 50여 명은 신청사 상업 시설로 들어오게 했다. 임대료도 주변 상가보다 절반 이상 싸게 해줄 계획이다.
30년 넘은 노후 청사를 쓰던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신청사를 짓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마음껏 이용하고, 관광객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랜드마크’를 짓는 게 목표다. 보건소·키즈카페 등 시설을 집어넣어 주민 복지를 확대하는 경우도 많다.
디자인부터 차별화된다. 네모반듯한 ‘성냥갑’ 모양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강북구는 국제 설계 공모 끝에 지난 8월 ‘강북삼경(江北三景)’이라는 이름의 신청사 조감도를 공개했다. 1층은 기둥만 세우고 사무실은 넣지 않는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광장으로 활용한다. 건물은 북한산 조망을 해치지 않기 위해 ‘U’자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17층 꼭대기 양쪽 끝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전망대로 활용한다. 예산은 3470억원.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북구 관계자는 “구청사가 아니라 관광 명소로 만들어 주변 상권도 살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짓는 종로구청 신청사는 도시의 핵심 기능이 모두 들어가는 ‘복합 청사’다. 종로소방서, 소방재난본부, 보건소, 구의회가 모두 신청사에 모인다. 7층에는 개방형 수장고와 야외 미술품 전시 공간을 만든다. 개방형 수장고에선 종로구가 보관 중인 박노수·김창열 화백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광화문 광장과 지하로 연결되는 것도 특징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서도 바로 구청까지 갈 수 있게 된다. 종로구 관계자는 “도심 관광객들이 꼭 한 번씩 들르는 체코 프라하의 시청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서도 신청사 건축이 활발하다. 준공한 지 67년 된 강원도청사는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에서 목조 건축을 접목한 건물로 다시 태어난다. ‘하나의 돌’이라는 뜻의 ‘모노리스’라는 이름도 붙었다. 세 개의 건물이 하나의 지붕으로 이어진 구조다. 기둥엔 철골과 콘크리트를 넣되, 나무 소재로 건물을 감싸 따듯한 느낌을 더한다. 경기 평택시는 고덕 국제 신도시에 5층 규모 신청사를 짓는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큰 지붕이 특징이다. 신도시의 높은 빌딩 숲 사이에 나뭇잎 한 장이 놓이는 모양이다.
‘신청사 바람’이 무조건 환영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비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해 ‘세금 낭비’ 지적도 적잖다. 강원도 신청사는 사업비가 약 4995억원, 종로구 신청사도 약 5900억원이다. 지난 2일 강원도의회에선 “재정 자립도가 낮은데 신청사 건축 비용을 조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예산 문제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는 양재역 사거리에 34층짜리 청사를 재건축하려 했으나, 공사비·인건비 급증으로 사업을 포기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청사는 직원이 아닌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만 ‘세금 낭비’ ‘호화 청사’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개방된 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241213)
최근 찾은 서울 은평구 소재 3층짜리 건물 지하 1층의 한 창고. 200㎡(약 60평) 공간 곳곳에는 중고 카드 단말기, 금전함(돈 통), 키오스크, 케이블 선 등이 쌓여 있었다. 이곳은 카드 단말기 등을 월 4만~5만원쯤 받고 식당 등 가게 사장들에게 빌려주는 회사의 창고인데, 가게로 나가는 단말기보다 되돌아오는 단말기가 훨씬 많다고 한다. 20년 넘게 이 회사를 운영해 온 김종현(49)씨는 “장사가 안돼 가게 문을 닫았다며 단말기를 반납하러 오는 사장님들이 하루에 최소 5명은 된다”며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통상 3년인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단말기나 돈 통을 반납하러 오는 사장님들에게 장비 구입 비용을 보전할 위약금을 제대로 받을 수도 없어 골치라고 김씨는 말했다. 중고로 팔면 될 것 같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단말기나 금전함에 개업의 부푼 꿈을 담기 때문에 사장님들이 중고를 찾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7만~8만원쯤 하는 금전함을 고물상에 100개당 2만~3만원에 고철처럼 내다 팔고 있다고 했다. 개당 200~300원 꼴이다.
<가득 쌓인 폐업 자영업자 카드 단말기 - 지난 19일 서울 은평구의 한 사무실에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내놓은 카드 단말기, 키오스크 등이 쌓여 있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김종현씨는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자영업자들이 정말 버티기 어려워하는 게 실감 난다"고 했다.>
김씨가 겪고 있는 것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골목 경제의 핵심인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가게 문을 닫으면서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다. “코로나만 끝나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2년 전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최근 경기 부진으로 하나둘 백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월평균 자영업자 수는 566만5000명으로 직장인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2862만4000명)의 19.8%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3년 이 비율은 37.2%에 달했는데 1989년 20%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딱 20%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자영업자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처음으로 연간으로 따진 자영업자 비율이 10%대를 기록하게 된다. 비율뿐 아니라 자영업자 수도 작년(568만9000명)보다 2만4000명 줄었다. 코로나 대유행 여파가 가시기 시작한 2022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늘다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각에선 자영업자 감소를 다른 나라에서도 산업 구조 고도화 등으로 생기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의 자영업자 감소세는 내수 부진으로 켜진 ‘비상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폐업이 늘고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정부의 복지 혜택 대상이 돼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개인 사업자)의 폐업 신고 건수는 91만819건으로 전체 개인 사업자의 9.5%에 달했다. 가게 10곳 중 1곳꼴로 문을 닫는 것이다. 작년 개인 사업자 폐업 신고 건수는 1년 전보다 13.9% 늘었다.
40·50대 직장인들이 제2의 인생을 찾으려 자영업 창업 전선에 나서는 풍경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폐업하는 가게가 늘면서 다니던 직장에 남아있거나 아예 쉬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개인 사업자 신규 창업 건수는 25만5306건으로 작년 3분기보다 7.5% 감소했다. 3분기 기준 2021년부터 4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자영업 간판 업종인 외식업 폐업률은 올 들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업 폐업률(전체 외식업체 수 대비 폐업한 업체 비율)은 4.2%로 2022년(2.7%)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 폐업률이 4.5%였던 2019년 이후 가장 높다.
내수 불황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자영업자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자영업자 연체율은 0.66%로 1년 전(0.36%)의 1.8배다. 특히 숙박·음식 업종 연체율은 0.72%로 1년 전의 무려 2.4배로 불었다.(241220)
때론 일부러 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미국 프로 농구(NBA)에서 나온 얘기다. NBA는 자타 공인 세계 최고 수준 경기력을 보여주는 무대다. 그런 전장에서 일부 팀은 의도적으로 승리를 포기하는 것처럼 비치는 의아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탱킹(Tanking)’이라 부른다.
그 배경엔 NBA 신인 선발 구조, 하위권 팀들에 다음 시즌 신인 선발 상위 지명권을 주는 혜택이 깔려 있다. 순위가 낮을수록 신인 선발 우선권을 가질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다음 시즌 대상 신인 선수 중 초특급 유망주가 있을 땐 올해는 포기하고 해당 선수를 잡아 내년에 도약하자는 전략적 사고가 작동한다.
<미 프로농구(NBA) 다음 시즌 최고 신인 후보로 꼽히는 듀크대 쿠퍼 플래그(왼쪽). NBA 팀들이 ‘탱킹’을 통해 영입 경쟁을 벌이는 대표적 스타로 꼽힌다. 과거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오른쪽 위)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빅토르 웸바냐마(오른쪽 아래)도 비슷한 사례였다.>
지난 2일(한국 시각) 유타 재즈는 LA 레이커스와 벌인 경기에서 경기 종료를 9초 남기고 1점 뒤진 시점에 콜린 섹스턴이 결정적 슛을 날렸다. 그런데 재즈 윌 하디 감독이 돌연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졌으나 문제는 슛이 들어갔다는 것.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 타임아웃으로 무효가 됐다. 재즈는 결국 레이커스에 1점 차로 졌고 “일부러 지려고 그랬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쿠퍼 플래그를 잡으려고 ‘탱킹’을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쿠퍼 플래그(18)는 대학 리그 듀크대에서 활약 중인 백인 선수. 키 208cm에 공격·수비 모두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어 “케빈 듀랜트의 득점력과 래리 버드의 BQ(농구 IQ)를 겸비한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내년 열리는 신인 선발 1순위가 확실시된다. 플래그가 1순위로 뽑힌다면 미국 출신 백인 선수가 1순위로 선발되는 건 1977년 켄트 벤슨 이후 48년 만. 이 대어를 차지하려고 시즌 초반부터 ‘조기 탱킹’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받는 팀들이 속출하고 있다. 리그 전체 28위 재즈(5승 18패)를 비롯, 29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5승 20패)와 최하위 워싱턴 위저즈(3승 19패)가 ‘플래그 영입 경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탱킹은 사실상 태업에 가깝다. NBA 사무국은 경기 흥미를 떨어뜨리는 탱킹을 제어하기 위해 고심하지만 과거 여러 팀이 탱킹을 통해 수퍼스타 선수를 잡아 팀을 재정비한 뒤 우승권으로 끌어올린 ‘성공 사례’가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휴스턴 로키츠는 1984년 당시 대학 농구 최고 센터 하킴 올라주원(61·은퇴)을 신인 선발 1순위로 낚아챘다. 이를 위해 시즌 후반 일부러 연패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1997년 팀 덩컨(48·은퇴)을 노리고 20승 62패를 감수한 샌안토니오 스퍼스, 2003년 르브론 제임스(40)를 노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17승 65패)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2013~2016년 4시즌 동안 ‘더 프로세스(The Process)’로 미화한 탱킹 전략을 고수했다. 4시즌간 승률이 0.228(75승 253패). 대신 그 대가로 조엘 엠비드(30)와 벤 시먼스(28) 등 초대형 신인들을 데려와 강호로 거듭났다. 2023년 프랑스 출신 ‘외계인’ 빅토르 웸바냐마(20)를 둘러싼 경쟁에서 승리한 스퍼스(22승 60패)도 다르지 않았다.
NBA 사무국은 탱킹 방지 차원에서 2019년부터 신인 선발 체계를 손질해 무조건 최하위 팀에 우선권을 주기보단 하위권 세 팀이 나란히 14% 1순위 추첨 확률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하위권 팀들은 큰돈 안 들이고 유망 신인을 뽑을 수 있는 탱킹 전략에 매력을 느낀다. 특히 연고지 규모가 작은 이른바 ‘스몰 마켓’ 팀들에 탱킹은 생존 전략으로 치부된다. 레이커스(LA)나 셀틱스(보스턴) 같은 거대 도시 ‘빅 마켓’ 팀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싼 돈을 주고 FA(자유 계약 선수) 시장에서 빅 스타를 데려올 수 있다. 하지만 재즈(유타), 펠리컨스(뉴올리언스) 같은 스몰 마켓 팀들은 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량 신인 선발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플래그나 웸바냐마, 르브론 같은 초대형 신인이 나오는 해에 탱킹이 두드러진다는 해석이 나온다.(241211)
☞탱킹(Tanking)
사전적으로 ‘실패·패배’란 뜻. 프로스포츠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하위권 팀이 향후 신인 선발에서 상위 순번을 갖기 위해 해당 시즌 성적을 일부러 포기하는 운영 전략을 가리킨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40)씨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에서 4차례 옷을 주문했다. 이씨는 “구입할 때 어울릴지 확신이 없었는데,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주문하고, 절반은 반품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지역에서 일하는 택배 기사 A씨는 지난 9일 350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했다. 이 중 30건은 반품 택배 수거였다.
작년 우리나라 연간 택배 물량은 2020년보다 52.9% 늘어난 51억5785만개였다. 1인당 연간 100.4건의 택배를 이용한 ‘1인 100택배 시대’가 된 것이다. 1인 100택배 시대의 뒤에는 반품의 증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전체 택배 물량의 10%가 반품 택배”라고 말했다. 작년 택배 물량에 대입해보면 한 해 5억건이 넘는 반품 택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패션 업체 관계자는 “특히 연말 모임이 많은 12월은 옷을 구입한 뒤 반품하는 사람이 많은 ‘반품 성수기’”라며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반품률이 높아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반품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품 처리 전문 대행 업체, 판매자의 반품 비용을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 등 ‘반품 비즈니스’도 등장했다.
반품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달라진 건 이전에는 반품을 할 경우 왕복 택배비를 소비자가 내야 하는 등 ‘장벽’이 있었지만, 최근 업체들이 소비자를 의식해 앞다퉈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쇼핑은 배송 유형에서 ‘무료 교환 반품’을 택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 항목을 선택하자 의류, 식품, 문구용품 등 종류를 불문하고 무료 교환 반품 가능 상품이 끝도 없이 나왔다. 포기김치 상품도 “맛없으면 1회에 한해 무료 반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무료 반품 서비스를 일찌감치 도입한 홈쇼핑 업계에서는 반품률이 늘고 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의 반품률은 2020년 10.3%에서 2021년 10.7%, 2022년 13%로 늘었고, 작년에는 14%로 집계됐다. GS샵, CJ온스타일, 홈앤쇼핑 등도 2021~2023년 3년 동안 매년 반품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대한상의는 국내 택배 산업 현황 및 성장 요인 보고서에서 “반품 증가가 택배 물동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쿠팡, 네이버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 외에도 무료 반품 서비스를 시행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반품 규모도 함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무료 반품 서비스가 일반화하면서 ‘일단 주문하고 반품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며 “전체 주문량의 20~30%는 반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품 증가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6일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미국 소매시장에서 반품되는 제품이 8900억달러(약 127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상품의 17%가 반품된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반품률이 15%였고, 총액은 7430억달러(약 1064조원)였는데 모두 늘어났다. 미국 반품 관리 업체 옵토로는 “한달에 2회 이상 반품하는 소비자가 작년에는 전체의 29%였는데 올해는 46%로 늘었다”고 밝혔다.
반품이 늘면서 업체들은 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가 반품을 신청하면 업체는 회수해 검수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후 반품 물품의 상태를 등급별로 분류한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반품을 수거하고 검수하는 데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며 “배송비가 5000원이라면 반품 처리 비용은 1.5배가 든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4월 월 회원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는데, 업계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반품 비용의 증가를 꼽는다. 당시 쿠팡 측은 1인당 연간 반품 횟수가 32회, 1회당 반품 비용 5000원을 적용하면 연간 16만원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무료 반품을 지속하려면 불가피한 회비 인상 요인이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쿠팡은 내년 1월 6일부터는 오픈 마켓(판매자로 등록만 하면 제품을 팔 수 있는 플랫폼)에서 로켓 배송 시 매달 반품이 20건을 초과할 경우, 초과 물량에 대해 판매자에게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반품 시장이 커지면서 반품 비즈니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쿠팡, 11번가, 롯데홈쇼핑 등은 반품 상품을 판매하는 ‘반품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30개 점포에서 반품, 전시 제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반품 보험 서비스 ‘반품 안심 케어’를 도입했다. 판매자가 주문 건당 40~490원을 내면 반품 배송비 7000원을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2022년 5월 서비스 시작 후 반품 안심 케어가 적용된 상품의 누적 판매 건수는 1억건을 넘었다.
판매자를 대신해 반품 제품을 수거하고 검수한 뒤 폐기하거나 판매자나 중고 판매점으로 보내주는 전문 업체도 국내외에서 등장하고 있다. 코트라 미국 애틀랜타 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의 반품 관리 업체 매출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9.7% 성장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품 관리 서비스 회사 ‘해피 리턴’은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페이팔에 인수됐다, 작년에는 UPS에 재인수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업체들이 무료 반품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에 결국은 소비자가격에 반품 비용이 녹아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