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産) 와인인 ‘디아블로’는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국내 편의점에서 많이 팔려 ‘편의점 대표 와인’으로도 불린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0원대였던 2021년에 국내 마트와 편의점에서 1만2900원에 팔렸는데,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껑충 뛴 올해에도 국내 시장 가격은 오르지 않고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디아블로 수입사인 아영FBC는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인 만큼 환율이 더 오른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 가격은 가능한 한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율이 계속 요동치고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중에도 유독 같은 값을 유지하는 상품이 있다. 국내 시장에서 1만원 안팎에 유통되는 소위 ‘저가(低價) 와인’이다. 
‘가성비 와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저가 와인들은 물량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옴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과 상관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비결이 대체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①다량의 와인을 선(先)결제하는 방식을 활용해 달러 가격이 요동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②수입 국가를 다변화함으로써 달러화 외에도 유로화 등으로 결제 통화를 다양화해 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전략을 갖췄다는 점을 저가 와인 가격 유지의 핵심 비결로 꼽았다.


와인 가격을 낮추는 핵심 비결엔 ‘미리, 많이, 섞어서 사는 전략’이 있다. 
와인업체들은 보통 1~2년 전에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음으로써, 짧은 기간에 환율이 요동쳐도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비한다. 
또한 1만~2만병씩 다량의 와인을 한꺼번에 구입해 특정 상품의 재고가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이를 통해 고환율 상황이 한두 달가량 이어져도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령, 유럽과 남미 산지의 와인을 1병당 5990원과 9990원에 판매하는 이랜드는 아직 오크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 구매를 놓고 1~2년 전 미리 협상한다고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 10월 출시한 포르투갈 와인은 2023년에 이미 현지에서 계약을 마친 상품”이라고 했다. 지난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은 50원가량이나 올랐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저가 와인의 소비자 가격은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국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매장에 진열된 이랜드의 가성비 와인 '모두의 와인'>

 


와인은 여러 대륙에서 들어오는 만큼 현지 운송에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라도 한참 전에 결제를 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가격 경쟁력엔 도움이 된다. 
한 주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와인은 현지에서 운송해오는 데 보통 5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기 전에 상당수 와인은 이미 배에 실려 오는 중일 것”이라고 했다.


수입 국가를 다양하게 섞어 사는 것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를 통해 특정 상품이 기후 변화로 인해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재고가 부족해져도 대체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결제 통화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와인업체들이 미국이나 칠레, 아르헨티나산뿐 아니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조지아, 남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상품을 구입하는데, 덕분에 달러화의 변동 폭이 커도 유로화 결제 물량으로 저가 와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5% 올랐지만, 유로 대비 원화 환율은 4.5%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다.

 

 




고물가 시대에도 가격을 유지한 덕분에 저가 와인 판매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급격히 성장한 국내 와인 시장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저가 와인은 성장세다.

 

 


<소비자가 1만2900원의 가성비 와인 '디아블로' >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총 와인 수입액은 4억2317만달러(약 613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감소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저가 와인 ‘알파카 쇼비뇽 블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디아블로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와인 최초로 200만병 이상 팔렸다. 2019년 100만병을 넘은 뒤 5년 만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와인 시장이 저가 와인과 고가 와인 양극단으로 수요가 몰리는 ‘U자형’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전체 와인 시장은 줄어도 저가 와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250108)

 

 

 

다음 달 경기도 고양의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문을 닫는다. 1996년 개점 후 28년 만이다. 
한때 일산 신도시 중심에서 지역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지만, 매출 부진으로 운영을 종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도 폐점한다. 빅3 백화점인 현대백화점이 서울 점포의 문을 닫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건물 소유주인 자산운용사와 임차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했는데,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롯데백화점 마산점, NC백화점 서면점 등이 폐점한 데 이어 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의 일반화와 함께 오프라인에선 복합 쇼핑몰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쇼핑 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장기간 ‘유통업의 제왕’으로 불렸던 백화점의 입지가 좁아지며 아예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좋은 입지를 선점해 백화점을 세우면 돈을 쓸어 담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게다가 백화점 업계에서도 극심한 양극화로 지방이나 중소 점포는 겨우 숨통만 이어가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매출 상위 12개 점포의 매출이 국내 전체 백화점 매출의 50%를 넘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문을 닫고 싶어도 고용 문제와 지자체와의 협의에 가로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면서 “폐점을 적기에 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란 말도 나온다”고 했다.

 

 




작년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5대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점포 가운데 매출 최하위였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역시 매출 부진으로 영업 종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10여 개 매출 부진 점포에 대해 점포 효율화를 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이 사라지고 있는 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대표 백화점 브랜드 메이시스(Macy’s)는 지난달 11일 3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2025년 2월까지 6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작년 초 50개의 점포를 닫겠다고 발표했는데, 폐점하겠다는 매장이 15개 늘어났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261개였던 일본의 백화점은 현재 171개로 줄었다.


백화점의 몰락을 두고 쇼핑 문화의 변화를 꼽는 사람이 많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공습에 직격탄을 맞은 게 가장 큰 이유”라며 “가만히 있으면 찾아왔던 손님들이 이제는 백화점 대신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한 복합쇼핑몰을 찾으면서 백화점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고 말했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무작정 닫을 수 없는 것도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다. 
국내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장사 안 되는 점포를 닫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용된 직원들의 문제도 있고 여기에 더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지자체와 정치인들의 반대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각 백화점이 팀을 꾸려 점포 효율화 전략을 짜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폐점과 함께 찾아낸 자구책은 ‘간판 바꿔 달기’다. 
백화점 간판을 떼고 소비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재단장하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작년 8월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재탄생했다. 
현대백화점도 작년 9월 부산점을 새단장하며 ‘커넥트현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5월 수원점 이름을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바꾸고 인근 복합쇼핑몰과 경쟁을 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업태의 경계를 허무는 쇼핑몰로 전환하는 등 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대 백화점 68개 점포의 전체 거래액은 39조8002억원으로 전년(39조4281억원) 대비 0.9% 느는 데 그쳤다. 
성장세가 꺾였다고 백화점 업태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 점포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중소형 점포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작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12개 점포는 5대 백화점 68개 점포 전체 거래액의 53%를 차지했다. 
2023년 12개 점포가 전체에서 차지한 비율은 51%였는데 2%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작년 11월 28일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3조원 돌파 시점이 전년(12월 20일)에 비해 약 3주 빨라졌다. 
2023년 2조7000억원대 거래액을 올린 롯데 잠실점은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매출 하위권 점포는 매출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68개 점포 가운데 매출 기준 31위~68위 점포 중 작년에 2023년보다 매출이 증가한 점포는 7개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하는 데 백화점 기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250108)


 

 

 

로봇은 이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 수)가 가장 높은 국가인 만큼, 많은 기업들은 계속되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문제와 주 52시간 근무제의 한계를 로봇화(化)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로봇화 비율이 올라가면서 인력 채용 관행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단순 수작업보다는 기술 설계·관리·기획 분야의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로봇 대체가 가능한 기존 업무 담당자들을 다른 분야로 돌리기도 하고, 심지어 야근을 할 업무량도 로봇의 효율성으로 주간 근무시간에 대체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제조 업체 뉴서광의 공장 풍경. 
다(多)관절 로봇 여러 대가 냉장고 등 생활 가전에 붙이는 문(door)을 만들고 있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체 공정의 70%를 로봇화했다.>

 


반면 자본력이 부족해 로봇화(化)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도태되는 그늘도 엄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들은 “로봇화에 한번 뒤처지니 양극화의 간극을 따라잡기가 갈수록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생활 가전 전용문 제조업체인 뉴서광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화에 박차를 가한 경우다. 
이곳 관계자는 “2019년에 최저임금이 8000원대로 오를 때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 도입을 했고 그 결과 전체 공정의 70%가량 로봇화를 이뤘다”면서 “인력을 새로 채용할 때도 단순 작업자보단 기술 설계 및 관리, 기획 부문에서 직원을 뽑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 부품 가공 업체 화신정공은 2016년에 처음 산업용 로봇을 두 대 도입한 이후 현재 로봇 27대를 운용하는 곳이다. 전체 공정의 87%까지 로봇화를 이뤘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오르자 로봇화를 서둘렀다고 했다. 
김철우 화신정공 대표는 “우리 월평균 임금이 이젠 일본을 넘어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인건비가 오르는 것을 보고 로봇 도입에 속도를 더 냈다”고 했다. 로봇화 덕에 인력 배치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기존 5명이 작업하던 부품 가공 공정에는 로봇 2대를 비치하고 사람은 두 명만 남겼다. 나머지 3명은 새로운 신규 라인에 배치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 수는 줄었지만 생산량은 더 늘었다. 3300여㎡(1000평)가량 공장을 증축했다. 2016년 135명이던 직원은 현재는 120명 정도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한계를 로봇 도입을 통해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도금업체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직원들에게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시킬 수 없게 되면서 로봇을 전체 공정에 투입시킬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로봇 한 대를 들여놓으면 직원 10명 몫을 하니 인력을 더 뽑지 않아도 생산량을 늘릴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로봇 도입과 신기술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2023년 기준)으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이들 중 41%는 로봇 관련 연구소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고, 특히 ‘전문서비스용 로봇(66.0%)’ ‘로봇임베디드(59.6%)’ ‘개인서비스용 로봇(49.4%)’에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다.

 

 




반면 로봇화에 돈을 쓸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창원의 자동차 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하모(58)씨는 “로봇화를 위해 몇억원씩 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게 영세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곳이 먼저 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율이 낮을수록 로봇화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로봇화에 뒤처질수록 인건비에 허덕여 매출과 생산율을 올리기 쉽지 않고, 로봇 투자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작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경남 창원 산단을 중심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곳 중소제조업체의 40.7%는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정부, 지자체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경우는 25.9%, “투자 비용 대비 회수 기간이 길다”고 답한 경우는 20.4%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기술 도입률 격차도 아직 크다. 
작년 중기중앙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로봇 및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기업이 신기술을 도입한 경우는 24.5%, 중소기업(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신기술 도입률은 12.1% 정도였다.(250102)


 

 

 

“이곳에선 사람 한 명이 로봇 6대를 움직입니다. 로봇이 주요 공정의 100%를 처리하는 거죠.”


지난달 중순 광주광역시 광산구 뉴서광 공장. 
이곳에서 일하는 김형진 연구소장이 공장 안쪽을 가리키며 들려준 말이었다. 
뉴서광은 냉장고와 같은 생활가전 전용문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다. 
전체 공정의 70%를 다(多)관절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했다. 
특히 주요 공정으로 꼽히는 철판 부품 삽입 및 조립과 문(door)을 프레스 공정을 거쳐 모양을 잡고 완성하는 과정에선 제어·관리하는 사람 한 명에 로봇 8대가 움직인다. 
김 연구소장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 공장을 가봐도 주요 공정은 사람 한 명에 로봇 여러 대가 붙어 처리한다”며 “로봇과의 협업은 이젠 일상”이라고 했다.

 

 

<기아 전기차 전용 공장 - 로봇만 움직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전기 차량의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자, 로봇이 밑에서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며 합체시키고 있다. 
이곳 공장엔 수십 대의 완전 자동화 로봇이 매일 가동된다. 사람(관리자) 한 명에 로봇 수십 대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0~1960년대만 해도 노동집약 산업의 대표격인 봉제나 가발 같은 경공업에서 출발, 1970년대 중공업화를 추진할 때도 조선, 자동차 등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현장은 이제 로봇이 좌지우지한다. 
2025년 한국 산업 현장의 주역이 로봇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는 직원 1만명당 로봇 1012대를 쓰는 나라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수) 전 세계 1위 국가인 것이다. 
싱가포르와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1만명당 162대)의 6배가 넘는 수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현장에서도 로봇은 이제 각종 공정을 해결하는 ‘필요 조건’이다. 
일부 주요 공정에선 ‘1직원 1로봇’을 훌쩍 넘어 ‘1직원 N로봇’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현장을 보는 것이 갈수록 흔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가파른 경제성장 이후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에서 ‘로봇’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산업 현장을 살펴봤다.

 

 



로봇 밀도는 그 나라의 제조업이 얼마나 자동화됐는지 평가하는 기본 지표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 1위 나라일 뿐 아니라, 지난 2018년 이후로 매년 5%씩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국제로봇연맹 다카유키 이토 회장은 “강력한 자동차 산업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제품 부문을 보유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이곳에서도 전기차 조립은 로봇이 담당한다. 사람은 한두 명이 완전 자동화 로봇 수십 대를 작동·관리하고, 주요 공정의 일부분은 로봇이 처리한다. 
대표적인 과정이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전기차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면 매일 수십 대의 로봇이 그 밑에서 배터리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고 합체한다. 
기아 관계자는 “나사를 조이는 압력과 각도의 수치를 매번 균일하게 작업하기 위해 100% 로봇을 사용한다”면서 “이를 통해 압력을 너무 주거나 혹은 덜 줘서 생기는 각종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서비스업 현장에서도 로봇 활용도 100%를 달성한 곳은 적지 않다.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용인 스마트센터에서는 직원은 35명이 일하고 로봇만 수백 대가 움직인다. 
이들 직원 중 지게차 운전 및 상하차 인력을 뺀 순수 센터 내 작업자는 25명 정도다. 
이곳에선 230여 대의 고정노선운송로봇(AGV·Automatic Guided Vehicle)와 미니 AGV가 같이 움직인다. 
또한 상품 피킹부터 검수, 포장, 출고까지 로봇이 모두 관여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제조·물류 과정에서도 ‘로봇 100%’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38년 된 자동차 조향 장치 부품 기업인 태림산업. 
이곳은 전체 공정의 50%를 로봇화했고, 주요 공정은 100% 로봇화를 달성했다. 
입고부터 출하까지 모든 물건을 사람이 실어나르던 풍경은 이제 볼 수 없다. 
물류공정 및 후공정은 모두 양팔 로봇 3~4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해결한다.


국내 제조업 현장에선 로봇화는 인력 충원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에까지 인력을 더 투입하는 대신 로봇DX(Digital Transformation)를 추진하는 것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중소기업 ㈜제일참은 물티슈 및 위생용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티슈를 포장하고 싣는 모든 과정은 이제 다관절 로봇 5대가 해결한다. 
이곳 관계자는 “로봇 자동화를 통해 생산량은 로봇을 들이기 이전보다 38% 올라갔고 원가도 45%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직원들은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대신, 작업 효율화를 진행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로봇을 쓰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소규모 도서물류 업체 관계자는 “물류 현장에서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허리나 허벅지에 차면 근력을 올려주는 웨어러블 로봇 7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까지 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으로 지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2024년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증가율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250101)

 

 

 

자동차 업체들이 유리를 없애며 디자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가 IT(정보 기술)와 접목돼 마치 ‘움직이는 스마트폰’처럼 달라지면서, 운전할 때 유리의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뒷유리를 없애고, 사이드 미러나 백미러 대신 디지털 카메라를 단 차량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차에서 유리를 없애면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실내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뒷유리를 없애 차의 윗면과 뒷면을 같은 소재로 매끄럽게 연결하고, 사이드 미러 대신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달아 공기와 닿는 면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가령 사이드 미러를 없애면, 차의 공기 저항이 최고 7% 안팎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 8월 폴스타가 출시한 쿠페형 전기차 ‘폴스타4′가 대표적이다. 
차량 뒷유리를 없앤 대신 2열 좌석을 뒤쪽에 가깝게 배치해 다리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 
보통 쿠페형 자동차에선 뒷좌석에 사람이 탈 경우 후방 시야가 제한되는데, 121도 시야각을 지닌 후방 카메라를 탑재해 이런 단점도 보완했다.

 

 




지난 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술 박람회 ‘마이애미 아트위크’. 
처음 실물이 공개된 영국 재규어의 콘셉트카 ‘타입00′은 일반적 자동차 외관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과감히 생략됐다. 
뒷유리는 없고 그 자리에 테일게이트(트렁크 문)가 달렸다. 사이드 미러도 없었다. 대신 후방과 양옆을 찍는 작은 카메라가 달렸다. 
재규어는 2026년부터 ‘타입00′에 기반한 전기차를 생산, 오직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변화 배경으로는 최근 운전에서 유리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카메라로 차량 주변을 살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등이 신차에 탑재되고, 주차를 돕는 기능 등이 확대되면서 유리로 바깥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늘었다. 
외부에 달린 유리 부품을 줄일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것도 유리를 없애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뒷유리가 없으면 차체 윗부분과 뒷면의 단차(段差)가 사라지면서, 공기가 매끄럽게 뒤로 흘러간다. 그 덕에 공기 저항이 줄어 연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향후 미래차 기술이 발전되면 유리를 넘어 다른 부품도 사라지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테슬라가 지난 10월 공개한 로보 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콘셉트카 ‘사이버캡’에는 운전대·페달·뒷유리·사이드미러가 없다.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운전하기 때문에 이런 부품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 차를 2026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유리의 기능을 전장 부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 후방을 백미러가 아닌 카메라로 보게 하는 ‘디지털 센터 미러’를 2022년 ‘팰리세이드’에 처음 도입해, 현재 10여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021년 ‘아이오닉 5′부터 탑재, 곧 출시될 ‘아이오닉 9′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아 실내 화면으로 양옆을 볼 수 있게 한 장치다. 
일반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는 뒤쪽으로 최대 18도까지만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9도까지 볼 수 있다. 사각지대를 줄여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업체들은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야간이나 우천 주행, 그리고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을 경우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이용하면 백미러보다 선명하게 후방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소비자 사이에는 사이드 미러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도 아직 많다. 
현대차 차량 구매자 중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옵션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20% 정도다.(241230)


 

 

 

한국과 ‘북한 형제국’ 쿠바가 수교한 지 11개월 만에 쿠바 현지에 한국 대사관이 개설됐다. 
양국은 지난해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외교부는 17일 “쿠바 수도 아바나 리라마르에 있는 주쿠바 한국 대사관에서 개관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사관 개관식엔 한국 정부 대표로 이주일 중남미국장이 참석했고, 쿠바 정부에선 카를로스 페레이라 외교부 양자 총국장이 참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쿠바 대사관 개관을 통해 쿠바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위해) 방문하는 국민들에게 영사 서비스, 재외 국민 보호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쿠바 대사관 개관은) 중남미에 새로운 외교 거점을 마련한다는 외교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주쿠바 한국 대사 지명자는 최근 쿠바 정부에서 아그레망(외교 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부는 “대사 지명자는 최종 외교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서반구 유일 공산 국가인 쿠바는 그간 북한과 함께 반미(反美) 기치를 내걸고 ‘형제 국가’로 지내왔다. 
그러나 북한 김씨 일가와 가까웠던 카스트로 형제 통치가 종식된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2000년부터 쿠바와의 수교를 물밑에서 추진해 왔다. 
북한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가 영사 관계 수립 정도의 제안을 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정식 수교 의지를 쿠바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결국 양국은 서울과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각각 상주 공관을 개설하기로 하고 실무 작업을 이어왔다. 
당초 우리 정부는 작년 연말 대사관을 개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잦은 정전과 연료 부족 등으로 물자 조달에 차질이 생겨 개관 일자를 한 달 미뤘다.

 

 




한편 쿠바의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40) 대사도 이달 초 부임해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주한 쿠바 공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개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250118)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올해 50세인 우수 교수를 대상으로 앞으로 20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70세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작한다. 
기존에는 연구 성과가 우수한 교수더라도 60세가 넘어야 정년 연장을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중견 교수 시기부터 정년 연장을 약속해 안정적인 연구 여건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가에도 미국처럼 우수 교수의 정년을 없애고 늘리는 등 교수 정년 연장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말엔 국내 대학 최초로 ‘종신 교수’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65세로 정년이 되는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은 태양전지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정년이 아예 없는 종신 교수가 됐다.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박 교수는 “앞으로도 태양전지 효율성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우수 교수들이라도 정년이 도래하면 모두 학교를 떠나야 하는 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건강 수명 연장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20~30년 전과 크게 달라졌는데, 연륜을 바탕으로 계속 성과를 낼 수 있는 우수한 60대 교수가 짐을 싸야 하는 건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학 교수 정년은 65세이지만, 주요 대학들은 별도 정관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우수 교수들에게 정년을 연장해주고 있다.


포스텍은 교수 정년을 65세에서 70세까지 연장해주는 제도를 2009년부터 운영해왔다. 
60세가 넘은 교수들 중 연구 성과가 탁월한 교수를 선정해 5년 더 학교에 머물며 연구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정된 교수는 6명에 그쳤다.


포스텍은 작년부터 정년 연장 대상 교수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심사 대상자의 연령을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낮춰, 더 많은 교수에게 정년 연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오는 9월 10여 명의 교수에게 70세 정년을 보장하는 걸 검토 중이다. 
현재 50세 교수에게 앞으로 20년 추가 근무가 확정되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포스텍으로 갈 수 있느냐”며 문의하는 수도권 대학 교수들도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A교수는 올해 2월 정년이 도래한다. 원래대로라면 학교를 떠나야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학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년 후 교수’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는 61~65세 교수 중 심사를 거쳐 정년 이후에도 계속 연구와 교육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카이스트는 ‘70세까지’로 정했던 정년 후 교수 관련 규정을 재작년부터는 아예 삭제했다. 
지금은 68세가 최고령 정년 후 교수이지만, 앞으로는 70대 교수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정년 연장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건 교수들의 연구 여건을 보장해 우수 교원을 유치하고, 학문 성과를 내게 하기 위해서다. 
포스텍 관계자는 “10년이 넘는 긴 호흡을 갖고 과학기술 연구를 하고 싶은 과학자들이 많다”며 “연구를 보장하는 건 우수 교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사회 전반에서 노인 연령 상향 및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 역시 교수 정년 연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교육계는 분석한다.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 노동조합은 최근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학계 정년 연장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 이공계 대학 관계자는 “교수라고 무작정 정년을 보장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위해 오랜 연구가 필요한 우수 교수에게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했다.(250118)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은행 노조들이 잇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은행 이익이 늘어난 만큼 연봉을 올려 달라는 요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노조가 집단 이익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1600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02명이 투표에 참여해 9274명(9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1인당 2000만원가량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가 올해 2.8% 임금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250만원가량 연봉이 오르게 돼 있는데, 더 달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직원 수가 약 1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총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21만원으로, 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노조의 인상 요구에 경영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 은행(판매액 약 8조1900억원)이다. 
이로 인해 약 84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고객들에게 물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은행 사측은 “ELS 보상 문제 등으로 회사가 어렵다. 노조의 요구는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직원들이 ELS를 판매하면서 고생을 했다”며 성과급과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노조가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벌였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정부의 통제를 받다 보니 평균 연봉이 8528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1억1600만원)보다 낮다. 
대신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등 고용의 안정성은 높다. 
노조는 “시중은행과 하는 일이 같은데, 연봉이 30% 이상 적어 차별을 겪고 있다. 연봉을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한국은행 노조도 “정부로부터 급여 예산 통제를 받는 모든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적정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 모두가 함께 질식하고 있다”며 기업은행 노조와 연대를 선언했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2년 넘게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가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살아날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노조가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인수금액 산정을 위한 실사 작업을 막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회사 여건을 고려하면 MG손보 직원 580여 명 가운데 일부의 고용만 승계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끝내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매각 작업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MG손보를 청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가 파업을 들고 나온 데는 지난해 이자 장사로 거둔 역대급 실적이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 넘게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1~3분기에 2조61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은행 수익의 원천인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41%포인트로,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여건이 조성됐지만,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 당국이 금리 인하 자제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일부 금융권 노조는 지나치게 정치화돼 과한 요구를 하는데, 자칫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250117)


 

 

 

바다와 육지의 일부 장소에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골분)를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오는 24일부터 합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화장한 유골을 분쇄한 뼛가루를 산 등에 뿌리는 산분장은 그동안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였다. 
1961년 제정된 장사법엔 매장·화장만 규정돼 있다가 2008년 수목장 등 자연장(自然葬)이 추가됐다. 
여기에 더해 24일부터 산분장이 새롭게 포함된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산분장이 가능한 바다는 ‘육지의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양’이다. 
상수원 보호 등의 문제로 강에서는 산분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다여도 해양 보호 구역이나 어로 행위, 수산물 양식에 방해되는 지역 등에서는 산분장을 할 수 없다. 
또 선박 통행로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바다를 오가는 여객선에서도 골분을 뿌리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해상 산분장이 가능한 설비가 설치된 선박을 보유한 해양장(海洋葬) 업체나 장례 지도선 등의 이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인 선박이나 어선을 보유한 경우에도 ‘해안가에서 5㎞ 이상’ 등 원칙만 지키면 개별 산분장이 가능하다.

 

 




바다 산분장은 뼛가루가 흩날리지 않도록 수면 가까이에 뿌려야 한다. 또 조화나 유골함, 유품 등은 안 되고, 생화(生花)만 함께 뿌릴 수 있다.


육지의 경우에도 뼛가루를 뿌릴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마련된 묘지, 화장·봉안 시설, 자연 장지 등에서 산분장이 가능하다. 
화장장이나 사설·공공 묘역 등에 산분장을 위한 시설이 설치돼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 발표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년)’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묘지공원 우드랜드 내 ‘회상의 숲’을 산분장의 모델로 제시했다. 
소나무 숲의 일부를 산분 장소로 사용하고, 헌화 장소 등 추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별도 시설을 갖추지 않더라도, 개인 묘지나 문중 묘지 등 묘지 용도로 허가받은 장소에서 개별 산분도 가능하다. 
시행령은 이 경우 뼛가루를 뿌린 후 잔디로 덮거나, 뼛가루를 깨끗한 흙과 함께 섞어 뿌린 후 지면에 흡수될 수 있도록 충분한 물을 줘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수목장 등 자연장의 경우 지면 아래 30cm 이상 깊이에 생분해 골분함을 묻을 수 있지만, 산분장은 골분함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타인이나 국가 소유 임의의 산이나 임야 등에서는 산분장을 할 수 없다.


정부는 전국 장사 시설에 산분장을 위한 시설을 갖춰달라는 공문을 조만간 발송할 계획이다. 
현재도 일부 국내 화장장에 장지(葬地)가 없는 고인을 위한 ‘유택동산’ 등 산분이 가능한 시설이 있는데, ‘전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산분장 장사 방식을 크게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250115)

 


☞산분장(散粉葬)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바다 또는 묘지 내 지정 장소 등에 뿌려 장사 지내는 것. 
바다와 육지 일부 장소에서 합법화되며, 강에서는 금지된다.

 

 

 

밤새 내린 눈비가 도로 위에 얼어붙으면서 14일 아침 수도권 곳곳에서 차량 추돌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아침에만 사고 12건이 발생해 차량 166대가 추돌하고 22명이 다쳤다. 
50대 운전자 1명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출근길 사고로 수도권 일대에는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뒤엉킨 사고 차량 - 14일 오전 5시 16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인근에서 발생한 44중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차량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도로 표면의 얇은 얼음층인 ‘블랙 아이스’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으로 ‘블랙 아이스(Black Ice)’를 지목했다. 
블랙 아이스는 도로 표면에 생기는 매우 얇은 얼음층이다. 살얼음보다 얇아 아스팔트의 검은색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눈길과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도로 위의 암살자’라고 불린다.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6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인근 도로에서 차량 44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차량 44대가 뒤엉키며 교통 정체가 10㎞까지 이어졌다.


이어 5시 50분쯤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는 43중 추돌 사고가 나 13명이 다쳤다. 
이 고속도로에서는 50분쯤 뒤 덕양구 도내동 구간에서도 18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쳤다.

 

 




오전 8시 5분쯤 화성시 오산동에서는 차량 10대가 연쇄 추돌했고, 안산시와 김포시에서도 각각 7중 추돌 사고가 났다.


서울에서도 연쇄 추돌 사고가 4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7분쯤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에서 18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은평구 진관동에서는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다른 버스 3대를 덮쳤다.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는 1t 트럭이 차량 2대를 추돌한 뒤 인근 상가 1층을 들이받았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 교차로에서는 오전 8시 20분쯤 화물차가 미끄러져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2대를 들이받았다.


사망자도 나왔다. 이날 오전 7시 49분쯤 김포시 월곶면 도로에서 5t 트럭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넘어져 50대 운전자가 숨졌다.


수도권에는 이날 아침까지 눈비가 내렸다. 적설량은 1㎝ 안팎으로 많지 않았다. 아침 기온은 영하 3~4도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밤에 내린 눈비가 새벽에 살짝 얼면서 도로를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층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블랙 아이스가 생기기 좋은 조건이었다”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13일 밤 12시부터 두 차례 제설제 790t을 뿌렸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블랙 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블랙 아이스, 살얼음 등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944건이었다. 
이 사고로 95명이 사망하고 6589명이 다쳤다. 역대 최대 차량 연쇄 추돌 사고인 ‘2015년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도 블랙 아이스가 원인이었다.


블랙 아이스 등 겨울철 빙판길 교통사고는 출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겨울철 빙판길 교통사고의 34.9%가 오전 6~10시에 발생했다.


기상청은 15일 출근길도 블랙 아이스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15일 전국의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눈비가 내려 축축해진 중부 지방 도로에 또다시 살얼음이 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250115)


 

 

 

‘오겡끼데스까’의 순정이 30년이 지나서도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1995년 제작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영화 ‘러브레터’(감독 이와이 슌지)가 지난 1일 재개봉해 열흘 만에 6만 관객을 넘어섰다. 
13일까지 관객은 6만7665명(오후 10시 현재). 
개봉 첫날인 1일엔 좌석판매율(확보한 좌석 대비 실제 관객 비율)이 전체 영화 중 1위(42%)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러브레터’ 재개봉은 이번이 9번째인 데다 멀티플렉스 중 메가박스에서만 단독으로 개봉했다는 점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이다. 
배급사 워터홀컴퍼니의 주현(43) 대표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3만명만 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배 이상 관객이 몰려 저희도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도입부에서 약혼자 후지이 이쓰키의 추모식에 찾아온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설원에서 눈을 감고 흩날리는 눈발을 느끼는 모습. 
가장 유명한 '러브레터' 이미지 중 하나다.>

 


‘러브레터’의 일본 개봉은 1995년이나 국내 첫 개봉은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이후인 1999년 11월이었다. 
정식 개봉 전에도 이미 ‘불법 비디오 300만장’ 설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승호(49) 워터홀컴퍼니 이사는 90년대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다 “이 테이프 좀 복사해 달라”며 손님이 건넨 ‘러브레터’ 비디오를 보고 단박에 빠져들었다. 
최 이사는 “그 무렵엔 대학가 동아리실, 분식집과 카레집에서도 ‘러브레터’ 상영회가 열렸다”며 “일본 영화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대여점에서도 내내 틀어놓고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1999년 11월 21일 일요일에 관람한 ‘러브레터’ 티켓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첫 개봉 시기는 현재의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이 구축되기 전이었다. 
정확한 관객 집계는 어렵지만, 서울 115만명, 전국 300만명쯤으로 추산된다. 
영화 ‘타이타닉’(1998)이 약 197만명(서울 기준)으로 최고 흥행작에 꼽히던 시절에 로맨스 영화가 불러들인 관객으로는 놀랄 만한 성적이었다.

 

 

<‘러브레터’ 주요 촬영지는 오타루. 하지만 주인공 히로코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뒷모습은 이와이 순지가 별도로 찾아낸 나가노의 야쓰가타케산 근처에서 찍었다. 배우도 촬영 스태프다.>

 


올해 재개봉 흥행의 가장 큰 힘은 비디오테이프 세대와 유튜브 세대를 모두 빠져들게 하는 작품성이다. 
특히 ‘오겡끼데스까’를 쇼츠나 밈으로만 알고 있는 1020 세대가 온전한 작품으로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많이 찾는다. 
메가박스 관객 데이터에 따르면, 최다 관람층은 20대(36%)로, ‘러브레터’ 세대인 40대(17%)의 두 배가 넘는다. 1020 세대가 46%로 절반에 가깝다. 
지난달 숨진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를 추억하는 팬들도 많다. 
메가박스 측은 “추모 분위기도 재개봉 인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굿즈 수집에 열성인 팬층에 맞춤한 배급사와 메가박스 콘텐츠팀의 기획력도 한몫했다. 
흰 커튼 뒤에서 책을 읽는 소년 이쓰키의 모습이 담긴 도서 카드, 자전거를 타고 따라와 소녀 이쓰키에게 봉투를 씌워주고 달아나던 소년의 모습이 새겨진 배지 등 특별 제작한 굿즈 10종으로 관객을 끌었다. 
배급사의 소셜미디어에는 “이름만 알다가 이제 봤는데 감명 깊었다” “이 겨울에 감동이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준다”는 관객평이 올라왔다.


이번 30주년판은 첫 개봉 때처럼 세로 자막을 넣고 일부 오역도 바로잡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쓰키의 대사 중 ‘가슴이 아파서’로 오역됐던 ‘てれくさくて’를 정확한 뜻인 ‘부끄러워서’로 고쳤다. 
주 대표는 “기존 자막이 오역이라 해도 가슴 아픈 멜로의 결말로 느껴져 선호한다는 분도 있었다”며 “그래도 원작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것이 좋은 자막이라는 생각에 정확한 번역을 살렸다”고 말했다.(250114)



[’러브레터’ 뒷얘기]

―엔딩의 도서 카드에 그려진 소녀 이쓰키의 얼굴은 감독 이와이 순지가 직접 그렸다.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히로코의 뒷모습은 나카야마 미호가 아니라 촬영 스태프다.

―제니바코역 인근의 이쓰키 집은 2007년 화재로 전소돼 대문과 담장만 남아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새콤달콤 캐치! 티니핑’에서도 눈꽃핑을 찾는 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를 패러디했다.


☞러브레터

일본 감독 이와이 순지(62)가 본인의 동명 소설(1994)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해 1995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지난해 12월 사망한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쓰키의 1인 2역을 맡았다.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작품으로, 뮤지컬(2014)로도 만들어졌다.

 

 

 

오는 15일 민간 우주 기업이 만든 2대의 무인 달 착륙선이 동시에 우주로 발사된다. 
지난해 2월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민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지 약 1년 만이다. 
오디세우스는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지듯 기울어져 태양광 충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열흘을 버티지 못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오디세우스에 이어 이번에 미국과 일본 기업이 쏘아 올리는 달 착륙선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세계 최대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탑재돼 우주로 향한다. 
달 탐사의 모든 과정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 기업 파이어플라이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와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레질리언스’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블루 고스트는 달까지 약 45일간 이동해 3월 초 달 앞면 북동부에 위치한 ‘위난의 바다(Mare Crisium)’에 착륙할 계획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有人) 탐사에 앞서 NASA의 과학 조사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달 반지름(1737㎞)의 약 60%에 해당하는 1100㎞ 깊이까지 달 내부를 탐사하는 계측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반사경 등이 탑재됐다. 
또 달의 일몰 이미지를 촬영하고, 달의 황혼 동안 달 표면이 어떻게 태양의 영향을 받는지 등을 관찰한다. 
블루 고스트는 높이 2m, 폭 3.5m의 달 탐사선으로, 약 14일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본의 레질리언스는 블루 고스트와 함께 발사되지만 5~6월은 돼야 달에 착륙할 전망이다. 
연료 절감을 위해 지구에서 약 100만㎞ 지점까지 나아간 뒤, 지구 중력으로 가속해 달까지 날아가는 우회 경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착륙 예정지는 달 앞면 북극 인근의 ‘추위의 바다(Mare Frigoris)’다. 임무에 성공할 경우 달 탐사선 중 가장 북쪽에 착륙하게 된다. 
레질리언스는 달 토양을 채취하기 위해 높이 26㎝의 초소형 달 탐사차 ‘티네이셔스’를 탑재하고 있다. 
티네이셔스는 전방에 장착된 HD 카메라로 달 표면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삽으로 달 샘플을 수집한다.

 

 




이번 달 탐사 임무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과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이다. 
NASA는 CLPS를 통해 여러 민간 기업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배분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파이어플라이를 비롯해 14개 기업이 달 탐사선 임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계약액은 26억달러(약 3조8300억원)에 달한다.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비영리기관 ‘드레이퍼’와 함께 CLPS에 참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 개발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IL이 개발한 달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4월 달 착륙 중에 표면에 충돌해 폭발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가 2023년 4월, 미국 애스트로보틱이 지난해 1월 잇따라 달 탐사선을 보냈지만 실패했다. 
이후 달 탐사선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2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착륙에 성공하면서 민간 달 탐사 계획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NASA는 “달 기지는 인류가 화성을 비롯해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NASA는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달을 탐사할 것”이라고 했다.(250113)


 

 

 

“서울역까지 한 번에, 22분이면 갑니다. 출퇴근은 물론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윤모(41)씨는 작년까지 출근하는 날이면 매일 3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했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전철역(야당역)까지 자동차로 10분이었고, 경의중앙선을 타고 44분을 가야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약 1시간 20분이 걸렸다. 
버스를 타면 한 번에 닿는 광역 버스가 없어 걸리는 시간이 1시간30분을 넘었다.

 

 

<파주행 GTX에 몰린 서울역 퇴근길 - 13일 오후 GTX-A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의 서울역 승강장에서 이용객들이 파주 운정중앙역행(行)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이 노선 덕에 파주 운정중앙역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서울역까지 22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파주와 서울역을 잇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노선이 개통하면서 새해부터 윤씨의 출퇴근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됐다. 
집에서 운정중앙역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 GTX를 타면 22분 후 서울역에 도착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서 사무실 책상 앞까지 50분이면 충분했다. 
윤씨는 “출퇴근 시간이 절반 정도로 줄고, 주말이면 서울에서 쇼핑하고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너무 편해졌다”며 “운정신도시 주민 사이에선 ‘GTX 개통은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GTX 개통으로 파주 운정이 입주 15년 만에 비로소 수도권 신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28만여 명인 운정신도시는 2003년 수도권 2기 신도시로 계획돼 2011년 입주가 시작됐다.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하려고 조성됐지만,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이 ‘낙제점’이었다. 
일자리는 서울에 있는데 변변찮은 철도망 하나 없는 베드타운을 수요자들은 외면했다. 
서울로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부실하니 입주민들은 교육·쇼핑·문화생활 같은 생활 인프라에 부족함을 느꼈다. 
아파트 값은 제자리걸음이었고, 미분양 단지도 많았다.

 

 




운정신도시의 가장 큰 단점이던 대중교통 문제를 GTX가 해결하면서 신도시 본연의 기능이 살아나고, 입주민들의 생활 범위가 서울로까지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A 노선이 서울역부터 삼성역을 거쳐 수서까지 이어져 완전히 개통하는 2028년이면 수도권 인구 분산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파주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잇는 GTX-A 구간은 총 32.3㎞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등 다섯 역에 정차한다. 
최고 시속 180㎞로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22분에 주파한다. 이 구간 요금은 4450원이다. 
개통 직후부터 파주·고양 지역 주민들이 활발히 이용해 빈 좌석을 찾기 어렵다. 개통 후 16일간 누적 이용객이 58만7094명이다. 
작년 3월 먼저 개통한 GTX-A 남부 노선(수서역~동탄역)이 첫 16일 동안 15만447명이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많다. 휴일에도 서울로 오가는 이용객이 많다. 
지난 12일 4·6세 두 자녀와 명동에 놀러가려고 GTX를 탔다는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 임정은(35)씨는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생활권 자체가 서울까지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정신도시는 GTX-A 개통 전까진 양주신도시 등과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동탄 등 다른 2기 신도시가 서울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이 계속 확충된 것과 달리 강북 지역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GTX-A 개통 직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운정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11~12월까지는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문의도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20통 넘게 전화가 온다”며 “아직 이 지역 집값이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 장이 좋아지면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일 GTX-A를 타고 운정중앙역과 킨텍스역 근처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다는 직장인 김지원(30)씨는 “6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찾고 있는데, GTX를 타면 서울 출퇴근도 할 만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운정 전셋값이 서울 외곽 신축의 절반 정도라고 해 예비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역까지만 연결되는 노선이 2028년 전 구간 개통돼 삼성역으로 이어지면 운정신도시를 찾는 수요는 지금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운정중앙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다만 GTX-A 노선 하나만으론 서울로 쏠리는 주택 수요를 완전히 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도 대다수 수도권 신도시가 서울과 먼 거리에서 교통망이 단절된 채 방치돼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적으로 GTX-B·C 같은 다른 광역 교통망까지 갖춰져 수도권 어디서든 서울 시내로 30분 안팎에 진입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이 단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250114)



 

 

 

8일 낮 12시 일본 도쿄의 헌책방 거리 진보초에 있는 라멘(일본식 라면)집 후쿠마스. 
점심시간인데도 대기 줄이 없었다. 가게 안에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입간판 메뉴엔 800엔(약 7350원)이었던 라멘 가격 위에 스티커로 ‘900엔’을 덧붙였다. 
가게 입구에 큰 글씨로 “라멘 주문한 분은 생맥주·하이볼·레몬사와(레몬 소주) 한 잔 300엔, 이 지역 최저가”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시각 길 건너 라멘집 뉴토모친에는 10여 명이 늘어섰다. 비결은 라멘 가격이 750엔이고 밥이 공짜라는 점이었다. 150엔 차이가 두 가게의 희비를 가른 것이다. 
뉴토모친은 손님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선 채로 음식을 먹는 다치구이(立食) 방식이다.

 

 

<8일 낮 12시, 한 손님이 도쿄 진보쵸의 라멘집 후쿠마스에 들어가고 있다. 
입구에는 '라멘을 주문한 분은 주류 전품 300엔. 생맥주는 이 지역의 최저가.'라는 간판을 걸어놨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일본에서 ‘라멘 위기설(說)’이 나오고 있다. 
‘1000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라멘집이 속출하는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멘은 ‘한 그릇 1000엔 이하’라는 불문율이 있다. 
실제로 도쿄 통계연감에 따르면 라멘 평균 가격은 2000년 548엔에서 2023년 567엔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물가는 오르는데 음식 값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는 라멘집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진보쵸에 있는 라멘집 뉴토모친의 입간판 메뉴표. 밥은 공짜라는 글귀와 함께 가장 싼 라멘이 750엔이다. 
하지만 뉴토모친은 '다치구이' 방식으로, 손님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선채로 식사를 해야한다.>

 


7일 시장조사 업체 제국 데이터 뱅크는 지난해 도산한 기업형 라멘 체인이 72곳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53건이었던 전년보다 약 30% 급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의 기업형 라멘 체인은 500~1000곳 정도로 추정된다. 라멘 체인 열 곳 중 한두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이 통계에는 자영업자의 동네 라멘집 폐점은 잡히지 않아, 실제로는 훨씬 많은 라멘집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사 업체가 기업형 라멘 체인 350곳의 실적(2023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적자’가 33.8%, ‘이익 감소’가 27.7%를 기록해 61.5%가 경영 악화 상태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81%)에 이어 역대 둘째로 어려운 상황이다.


라멘의 위기는 일본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2%대 물가 인상률 탓이 크다. 
라멘 재료 원가는 최근 2년 사이 10~15% 정도 올랐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한때 전년보다 40% 급등하기도 했다. 최저임금도 지난해 10월부터 시간당 1163엔(도쿄 기준)으로 전년보다 약 4.5% 올랐다. 
600~800엔의 라멘 가격을 고수하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1000엔 이상으로 올렸다간 “라멘마저”라는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일본 라멘 시장에선 100엔만 값을 올려도 옆집에 손님을 뺏길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진보초 사거리 반경 20m 안에만 라멘집이 6~7곳 있다.


일부 인기 라멘집이 1000엔의 벽을 깨는 사례도 등장했다. 
도쿄 간다에 있는 산마로 도쿄점은 소금 라멘이 1300엔, 인기 프랜차이즈 하카타 라멘은 1100엔이다. 
후지타의 쓰케멘(국물에 찍어먹는 라멘)도 1100엔이다. 
한 시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인기 라멘집 라멘재지비트는 500엔짜리 ‘퍼스트 패스’를 판매한다.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입장하는 데 추가로 500엔을 내라는 것이다.


동네 라멘집엔 꿈같은 이야기다. 
제국 데이터 뱅크는 “라멘은 가격을 1000엔 이상으로 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올해는 중소 라멘집을 중심으로 도산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라멘 한 그릇 마음 놓고 사 먹기 어려운 상황이다. 
라멘뿐 아니라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올라 식비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3인 가족 식비는 지난해 8월 평균 9만3130엔을 기록해 3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식비 지출이 늘어나는 12월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감자(53%), 오이(39%), 상추(34%) 등 대부분 식재료가 10% 이상 올랐다. 
생계비 중 식료품 지출 비율을 뜻하는 엥겔 지수는 30.4%로 42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의 엥겔 지수는 12.8%(2021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가구당 소고기 구매량(2024년 8월)은 전년보다 6%, 돼지고기는 2% 감소할 정도로 소비자들은 절약하고 있다”며 “이렇게 높은 엥겔 지수가 지속되면 오락이나 내구재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경제 여러 분야에 악순환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라멘의 위기는 라멘집만의 위기가 아니라 취약해진 일본 가계 전체의 위기라는 것이다.(250109)


 

 

 

사고 등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을 잃었을 때, 사망자의 지인에게 부고를 알리고 싶어도 연락처를 알지 못해 속을 태우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스마트폰 암호는 본인이 아니면 풀 수 없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이를 알려주지 못한다. 소셜미디어(SNS)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카카오톡 등에 있는 연락처를 공개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과 협의했으나, 개인 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회원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계정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족 요구가 커졌고, 결국 지난 9일 삼성전자·애플·카카오는 정부와 법령 검토 끝에 ‘이름을 뺀 전화번호’만 유족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사망자가 생전에 동의한 경우, 스마트폰 속 연락처나 소셜미디어의 기록 등 ‘디지털 유산’을 유족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생전에 특정한 사람들이 연락처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고인이 남긴 기록을 ‘디지털 유산’으로 지정해 상속 가능하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 제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4년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고 관리 권한을 신탁할 수 있는 법이 제정돼 48주에서 시행 중이다. 독일 연방 대법원은 2018년 미성년 자녀를 사고로 잃은 부모에게 자녀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플랫폼 기업들도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 나라 법률에 따라 고인 계정 접근 권한을 준다. 
구글은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아직 없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 때마다 디지털 유산 도입 필요성이 나오고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망한 사람의 데이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제주항공 유족에게 전화번호를 넘기는 것도 일회성 조치다. 
카카오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법제화하거나 관련 판례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 유산 관련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카카오는 유족의 요청이 있으면 고인의 계정을 삭제하거나, 추모용 계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런 법적 문제와 별개로 생전 동의를 통해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속 데이터를 상속하는 기능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달 말 출시하는 갤럭시S25에 우선 이 기능을 탑재하고 점차 다른 갤럭시 스마트폰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인이 생전 작성한 생각들, 연락처, 음성 파일들이 저장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가 잠겨 이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용자는 상속받을 ‘유산 관리자’를 스마트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 중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직계 가족뿐 아니라, 연락처만 있다면 누구나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지정된 유산 관리자는 28자로 구성된 등록 코드를 받는다. 
추후 스마트폰 주인이 사망하면, 인증 절차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다.


애플도 비슷한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을 하고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맥(PC)·아이패드(태블릿) 속 데이터도 가능하다. 다만 모든 데이터가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연락처·통화 기록·음성 녹음 같은 자료는 상속이 가능토록 허용했지만 신용카드 등 결제 정보·게임 아이템·비밀번호(이하 애플), 사진·영상·결제 정보·건강 정보(이하 삼성) 같은 데이터는 지정된 상속인이라도 열어볼 수 없도록 했다.(250111)



☞디지털 유산

고인이 생전에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스마트폰 속 연락처와 사진, 주고받은 이메일, 소셜미디어 댓글, 게임 속 아이템 같은 자료가 해당된다.


 

 

 

“이 추운 날에 나와서 운동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게 진짜 복지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노인 복지관 ‘내곡 느티나무 쉼터’. 
영하 5도 날씨인데 복지관 안은 할머니·할아버지들로 북적였다. 
“딱!” “딱!” 곳곳에서 공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이 하는 건 ‘스크린 파크골프’. 
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를 실내로 들여온 것이다. 
서초구가 지난달 복지관 지하에 있던 사우나를 철거하고 개장했다. 3억8000만원을 들였다. 
심동연 서초구 어르신정책팀장은 “코로나 이후 사우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서 고민이었는데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내곡 느티나무 쉼터’ 노인 복지관의 스크린 파크골프장. 
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자투리땅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타석은 4개, 타석 1개당 요금은 2시간에 1만2000원이다. 노인 4명이 2시간 동안 날씨 상관없이 파크골프를 할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한다.


파크골프는 보통 골프와 달리 채 1개와 주먹만 한 공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대한 파크골프 협회에 따르면, 2020년 약 4만5000명이었던 전국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은 작년 말 기준 약 18만4000명으로 4배가 됐다.


박하늘나라 느티나무 쉼터 관장은 “강의도 개설했는데 30명 모집에 140명이 몰렸다”며 “다른 구에 사는 친구들과도 치고 싶다는 민원이 많아 오는 20일부터는 다른 구민에게도 개방한다. 예약 전쟁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자투리땅을 활용해 잇따라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고 있다. 
복지관은 물론이고 주민센터, 경로당, 전통시장에도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면 보통 9000㎡ 크기 땅이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며 “반대 민원도 많아서 공원이나 강변에 짓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란 얘기다.


작년 9월 개장한 강남구 탄천 파크골프장은 짓는 데 28억원 들었다. 
예산을 확보해도 “왜 공원에 노인들만 주로 쓰는 시설을 만드느냐”는 주민 반발이 많아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은평구는 작년 11월 8000만원을 들여 불광2동 주민센터 2층에 타석 2개짜리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벌써 1월 예약이 꽉 찼다. 
은평구 관계자는 “주민센터를 새로 지으면서 2층 한쪽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며 “파크골프장 있는 주민센터로 소문이 나면서 썰렁했던 주민센터가 동네 사랑방이 됐다”고 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도곡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경남 하동군은 작년 5월 공설 시장 안에 있던 빈 가게 4개를 합쳐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열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든 이후 공설 시장의 한 달 평균 ‘제로페이’ 결제액이 2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40% 늘어났다”고 했다. 
그릇 가게 주인 김현채(70)씨는 “동네 노인들이 시장에서 파크골프 치고 밥도 먹고 장도 본다”며 “하동군 밖에서도 손님이 와 요즘은 장사할 맛 난다”고 했다.


충북 제천시도 작년 5월 중앙시장 2층의 빈 가게 22개를 털어 10타석 규모의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 
제천시와 민간 사업자가 2억8000만원씩 부담해 조성했다.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과 시장 상인 등 하루에 1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옷 가게를 하는 성다금(57)씨는 “가게 문 열기 전에 30분씩 친다”며 “시장 상인 대부분이 노인인데 운동도 되고 소상공인 복지에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서울시도 올해 스크린 파크골프장 50곳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하철역 빈 가게 등을 활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동별로 스크린 파크골프장 1개 이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직원도 노인을 채용해 노인 일자리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250110)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5)씨는 두 달 전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7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걱정이 크다. 
올해 초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대 세 살 아이를 맡아줄 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씨는 “7개월 뒤에도 확실히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고 하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건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을 대신해 만 12세 이하 영유아를 돌봐줄 ‘아이 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해주는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180원)은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수요는 많고 인력은 적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에 따르면,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가구는 2020년 6만7794가구에서 2023년 12만2729가구가 돼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아이 돌보미 인력은 2020년 2만4469명에서 2023년 2만8071명으로 정체 상태다. 
이에 따라 서비스 평균 대기일이 2020년 8.3일에서 2023년 33일이 돼 3년 만에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렇게 대기 기간이 늘어난 건 수요만큼 인력을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 아이 돌봄 지원 센터 관계자는 “현재 돌보미 급여 수준으로는 수요만큼 채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 돌보미 시급은 1만2180원으로, 최저임금(1만3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돌보미 대기 여부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2023년 기준 돌보미 대기 일수가 가장 긴 대구는 53.5일, 가장 짧은 대전은 20.4일이었다. 
시·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종로구는 0~9세 아동 수가 6038명인데 아이 돌보미는 93명이 확보돼 돌보미 대 아동 비율이 1:65다. 
이 지역은 수요가 몰리는 등·하원 시간대에 서비스를 신청해도 대개 1~2개월 내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동작구(1:219), 서초구(1:197), 노원구(1:196) 등은 수요 대비 돌보미 인력이 부족하다. 
이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년을 기다려도 돌보미 매칭이 안 된다” “어린이집 다닐 때 신청했는데, 애가 벌써 초등학생” 같은 불만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렇게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 건 여가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자치구별로 기관을 지정해서 돌보미를 채용하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구에서 뽑은 돌보미는 그 지역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돌보미를 관리하고 부모와 매칭해주는 행정기관에 대한 지원도 열악하다는 평가다. 
한미영 동대문구 가족센터장은 “예산이 적어 센터 인력 3명이 모든 행정·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이미 행정 과부하 상태라 아이 돌보미를 늘려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하며 아이 돌봄 예산을 기존 정부 예산안 5134억원에서 384억원을 대폭 삭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족한 아이 돌보미를 늘리기 위해서는 예산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 예년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돌보미 처우 개선을 위한 수당 신설, 자치구별 지원 센터 추가 지정 등 가능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250109)

 

 

 

현직 대통령 체포에 대한 찬반 집회가 연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계속되면서 불똥이 애먼 자영업자들에게 튀고 있다. 
도로 통제에 따른 교통 체증과 집회 소음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가게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이다.


대통령 관저 부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 인근에서 양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씨는 지난 3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찬반 집회 탓에 시름이 깊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한남동 관저 일대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진행하면서 평소 60~70명가량 받던 저녁 손님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아무래도 집회 때문에 도로가 통제되고, 소음이 커지다 보니 손님들이 방문하길 꺼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인근 카페도 영업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9일 방문한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는 매장 출입문을 닫아도 내부까지 집회 소음이 선명하게 들렸다. 
한창 손님이 많아야 할 오후 1시 30분쯤이었지만, 추위를 피해 들어온 집회 참가자 3명을 제외하면, 이 가게를 찾는 일반 손님은 없었다. 
카페 주인 정모씨는 “평소보다 손님이 30%가량 줄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찾긴 하지만, 여럿이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장시간 머물다 가 영업에는 되레 방해가 된다”고 했다.


한남오거리 인근에서 2020년부터 오락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체포 영장 기한 연장으로) 집회가 이달 말까지 계속될까 걱정”이라며 “최근 매출이 계속 안 좋았는데, 집회·시위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는 정치적 이념 갈등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 비용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약 6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식당·카페·오락 시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연일 이어지는 집회 탓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 통제에 따라 가게 접근성이 크게 나빠지자 손님이 줄고 신년 모임 등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 집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국제루터교회와 북한남삼거리 구간에서, 체포 촉구 집회는 한남오거리와 일신빌딩 구간에서 지난 3일부터 열리고 있다. 
집회 규모에 따라 매일 적게는 도심 방향 1개 차선, 많게는 전 차선이 통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있었던 지난 3일에는 경찰 통제에 따라 일부 시내버스가 집회 장소를 우회해 운행하고, 지하철 6호선 열차는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한남동 가게들을 갈 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 영장 집행에 이어 주말 또는 내주 초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통령 관저 인근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지난 7일 체포 영장 시한이 3주가량 연장됐는데, 윤 대통령 체포 여부가 신속히 결론 나지 않을 경우 집회 기간도 덩달아 늘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려 온 자영업자들이 정치 갈등에 따른 손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 판매액 지수는 지난 2022년 2분기(4~6월) 이후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10분기 연속 감소해 왔다.


윤 대통령 체포 찬반 집회로 인한 인근 상권의 매출 감소는 편의점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체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에서 볼링장을 운영 중인 최모씨는 “평소 매일 50~60팀씩 손님들이 꾸준히 왔는데, 첫 체포 영장이 집행된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손님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시위대 탓에 가게 접근성이 안 좋아진 게 큰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 볼링장은 주말에 3시간 단위로 시설 대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 팀당 200만원을 받아왔는데, 집회 이후 대관 예약도 줄줄이 취소됐다고 한다. 
최씨는 “당장 이번 달 월세 낼 생각에 앞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정치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이 거세지면서 내수 부문이 직격타를 맞게 된 셈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저 인근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회·시위 자체를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며 “공수처 수사 초기, 대통령이 소환에 더 전향적으로 응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찬반 집회가 대치하는 상황을 마무리지을 사람도 결국은 대통령이란 취지다.


자영업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피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갈등에 따라 매년 평균 6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의뢰해 진행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 연구 용역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33년간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은 약 2628조200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뤄졌던 2017년(1740조6000억원)에 갈등 비용의 대부분이 집중됐는데, 올해에도 이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2628조원 중 ‘진보 대 보수’ 등 이념 갈등 비용은 1981조2500억원(75.3%)으로 집계됐는데, 33년 단순평균으로는 연 60조원쯤 되는 비용이 이념 갈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센터는 집회 등 갈등 참여자 수에 1일 법정 근로시간(8시간), 2024년 최저시급(9860원), 갈등 지속 기간을 곱해 갈등비용을 추계했다.


단국대 연구팀은 “이념 갈등은 한 번 발생하면 갈등 관리가 쉽지 않고 대부분 갈등이 심해지는 경향이 짙다”며 “정부는 국민이 지나친 이념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홍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250111)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된다. 때로 민족은 멸할 수도 있고 때로 국가는 패망할 수도 있으나 인류가 남겨놓은 문화는 결코 그 힘을 잃은 적이 없다… 이러한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은 문학이다.”


올해로 창간 70년을 맞은 월간 ‘현대문학’ 1955년 1월호(창간호)에 실린 창간사다. 
당시 유일한 종합 문예지로 출범했다. 
독립운동가 출판인 김기오(1900~1955), 조연현(1920~1981) 문학평론가, 오영수(1909~1979) 소설가가 의기투합했다. 각각 1대 사장, 주간, 편집장을 맡았다. 
결의에 찬 창간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일종의 언어예술에 그칠 수도 있으나 광의에 있어서의 문학은 철학, 정치, 경제 등 일체의 학문을 대표할 수도 있다. 이는 문학이 인생의 총체적인 한 학문인 까닭으로서 다른 어떠한 예술보다도 사상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중략) 본지의 창간을 실천한 것은 문학이 이와 같은 문화의 기본적인 핵심임을 깊이 인정한 까닭에서이다.”



 

<조연현(왼쪽) 현대문학 초대 주간(1955~1981)과 최동호 6대 주간 (1993~1995).>

 


한국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은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특대(特大)호를 1일 출간했다. 
1955년 1월 창간 이후 단 한 번의 결호도 없었다. 이번이 841호.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그림 두 점을 표지화로 정해 서로 다른 두 버전의 표지를 제작했다. 단편소설 10편, 시 20편, 중편소설 1편 등 총 456쪽에 달한다. 
통상 단편소설 5편, 시 10편을 싣는데, 이번엔 분량을 대폭 늘렸다. 두툼하고 묵직하다.

 

 




70년간 총 625명의 문인(文人)을 배출했다. 
황동규·정현종·오규원 등 시인 351명, 이범선·최일남·박경리·이문구·최인호·조정래 등 소설가 158명, 김윤식 등 평론가 80명, 기타 36명. 2000년대 이후 등단해 주목받는 소설가 최은미·정용준·오한기·임현·예소연, 시인 장이지·김승일·황인찬·유계영·양안다·유선혜 등도 모두 현대문학 출신 문인이다. 
한국 문학의 산실이나 다름없다. 창간 이듬해인 1956년부터 ‘현대문학상’을 만들어 신인 작가를 발굴했다. 
1978~1989년까지는 문학 단행본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상을 줬고, 1990년부터 오늘날까지는 문예지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돋보이는 단편소설·시·평론을 선정해 수여한다.


표지화(畵)로도 유명하다. 
창간호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화가’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가 그렸다. 
문학진·이중섭·변종하·천경자·장욱진·서세옥 등 한국 미술계의 거목들이 거쳐 갔다. 
박서보, 이우환, 이불, 서도호 등도 표지화를 장식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줄리언 오피, 마우리치오 카텔란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표지화로 실었다. 
현대문학 측에 따르면, 이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가장 멋진 작품을 소개해 이 시대 예술의 바탕이 되는 아름다움을 알려야 한다’는 8대 주간이자 전 사장인 양숙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왼쪽부터 영국 팝 아티스트 줄리언 오피(2009년 6월호), 프랑스 조각가이자 추상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2010년 4월호), 이탈리아 설치 미술가 마우리치 카텔란(2023년 4월호)의 표지화.>

 


유서 깊은 문학상과 수십여 년 전통의 문학잡지가 경영난에 휘청대는 시대. 
그러나 ‘현대문학’은 한국 문학의 맥(脈)을 묵묵히 잇는다. 이는 창업자 김기오의 의지가 크다. 교과서를 펴내는 ‘미래엔’ 출판사가 모기업이다. 
김영정(52) 현대문학 대표는 “창업자인 증조부께서 ‘기업이 망할 때까지도 현대문학은 계속해라’라고 말씀하셨다”며 “한 나라 문화의 축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고 잡지를 발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해야만 하는 것,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의 자긍심이기도 하고요.”


‘현대문학’의 1대 주간이었던 조연현 평론가가 1976년 5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윤재근·김윤성·신동욱·감태준·최동호·감태준(재임)·양숙진 주간이 뒤를 이었다. 지금은 김영정 대표가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과 끊임없이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이 지면을 지키고 열어 놓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학을 위해서 이 자리에서 조용히, 꾸준히, 오래 이 틀을 가져가고 싶은 마음입니다.”(250102)



 

 

 

하루 한두 잔 정도 ‘적당한 분량’의 술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음주는 용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해로울까. 
과음이 아닌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동안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는 주제였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미국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최고책임자가 “알코올 음료는 유방암을 비롯한 최소 일곱 가지 악성 종양(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날 비벡 머시 미 의무총감(‘공중보건 서비스단’ 단장)은 “알코올이 들어 있는 모든 술은 암을 유발한다. 많은 이들이 적당한 음주는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담뱃갑처럼, 술병 등에 ‘음주는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벡 머시 의무총감 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이날 발표에서 머시 의무총감은 “음주는 용량과 무관하게 유방암·대장암·식도암·간암·구강암·인두암·후두암 등 최소 일곱 가지 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매년 술로 인해 암이 약 10만건 발병하고 약 2만명이 사망한다”고 했다. 
머시의 발표는 5년 만에 한 번 이뤄지는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 개정을 앞두고 나와 더 화제다. 
2020년 나온 지침에 있는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 마셔도 된다’는 문구가 ‘(모든)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2022년 “적당량의 술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발표했었다.


머시 총감의 권고대로 알코올 음료에 ‘발암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 부착을 의무화하는 작업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미 의무총감의 발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의회 결정과 무관하게 음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술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발표 후 열린 3일 증시에서 프랑스 주류 전문기업 레미 쿠앵트로 주가는 5.0%, 샴페인 브랜드 ‘모에&샹동’ 등을 보유한 LVMH 주가가 각각 3.8% 내려가는 등 주류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250106)



☞의무총감(Surgeon General)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공중보건서비스단’의 단장. 장교 6000여 명으로 구성된 준(準)군사 조직을 이끌며 일반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미국 ‘국가 주치의’이자 공중 보건 책임자로 불린다. 
과거 흡연 위험성 경고 및 금연 캠페인(1960년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조기 성교육(1980년대) 등을 주도했다. 
지난해엔 소셜미디어 중독에 따른 청소년 정신 건강 위험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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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963년 1월,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은 시무식에서 임직원을 상대로 이렇게 말했다. 
이전까지 국내 어떤 건설사도 해본 적 없는 ‘해외 진출’에 도전한다는 뜻이었다. 
현대건설은 그해 7월 베트남 상수도 공사 입찰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2년여간 계속된 도전 끝에 1965년 11월, 현대건설은 마침내 태국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 
서독과 일본 등 경쟁사 29곳을 제치고, 길이 98㎞짜리 2차선 고속도로 공사를 522만달러에 따냈다. 
고속도로가 없는 한국의 기업, 이전에 한 번도 고속도로를 지어본 적 없는 건설사가 수주한 것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작년 말 기준 1조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첫 수주에 성공한 뒤 59년 만이다. 
우리 건설사들은 미리 정해진 공기와 예산을 지키면서 뛰어난 시공 능력으로 세계 각지에서 랜드마크를 세웠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해외 1호 수주 프로젝트인 현대건설의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현장, 동아건설산업이 1983년 첫 수주에 성공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2017년 수주해 2022년 완공한 세계 최장 현수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삼성물산이 지은 세계 최고층 빌딩 UAE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2004년 수주).>



당시 환율로 14억8000만원짜리 이 고속도로 공사는 훗날 전 세계에서 숱한 랜드마크를 지은 K건설의 초석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이 1조달러(약 1470조원)를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현대건설의 첫 수주 이후 59년 만의 성과다.


초기 해외 건설 수주의 주무대는 중동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산유국이 발주한 도로와 항만 공사 등을 따내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삼환기업이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고속도로 공사로 처음 중동에 진출했고,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 주베일 항만 공사를 9억6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주베일 수주액은 당시 우리 정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였다. 
1980년대 해외로 파견된 우리나라 근로자 중 80%는 중동 건설 현장으로 갔다.


한국 건설 기업들은 정해진 공기(工期)와 예산을 지켜 시공하는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 능력을 내세워 세계 각국의 핵심 기반 시설과 랜드마크 건축물을 지었다. 
동아건설산업이 1983년과 1989년 2차례에 걸쳐 수주한 리비아 대수로는 인간이 만든 최대 규모의 수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높이 828m의 현존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는 삼성물산이, 주탑 사이 거리가 2023m에 달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는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지었다.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등도 모두 우리 기술로 지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원전의 경쟁력에 건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단일 공사로 역대 최대 수주액(191억 달러)을 기록했다. 
오는 3월 최종 계약을 앞둔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대우건설이 시공할 예정이다.(250104)



 

 

 

정부가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 청구가 빈번한 비중증·비급여 치료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현행 20%(평균)에서 90% 이상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비중증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일일 20만원까지만 보장하게 할 방침이다.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실손·비급여 개편안’을 오는 9일 관련 공청회에서 공개한다. 
비중증 보장은 대폭 줄이고 중증 보장은 늘리는 ‘5세대 실손보험’의 골자를 발표하는 셈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관리 급여’를 신설해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고가의 과잉 비급여 치료들의 통일된 가격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도수 치료, 체외 충격파(통증 완화 시술), 증식 치료(통증 완화 주사) 등이 관리 급여 항목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낮아져 병원 입장에선 이런 치료를 권할 유인이 적어진다.


‘관리 급여’ 항목에 들어오면 정부가 중증·비급여 치료의 가격(수가)과 본인 부담률을 결정할 수 있다. 
정부는 ‘관리 급여’ 항목 내 과잉 비급여 진료의 경우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게 정하고, 실손보험도 이와 똑같이 90% 이상의 본인 부담률을 책정할 계획이다. 
현재 실손보험의 평균 본인 부담률이 20% 정도임을 감안하면 4.5배로 대폭 인상되는 셈이다.


의료계에선 그동안 대형 병원 응급실로 몰리던 경증 환자의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말 경증 환자가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대형 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경우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20%에서 90%로 올렸다. 
총진료비가 100만원이 나왔다면 본인이 9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가입한 실손보험을 통해 90만원 중 72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실제 내는 돈은 18만원(본인 부담률 20%) 정도였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 연동제’가 시행되면, 실손의 본인 부담률도 9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본인 부담금은 18만원에서 81만원으로 급증한다.


정부는 ‘병행 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급여인 물리 치료와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섞어 동시에 진료를 하면, 급여 치료인 물리 치료 비용까지 100%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미용·성형, 라섹 등의 일부 비급여 치료는 급여 치료와 병행 진료를 하면 급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가령 코막힘 치료 명목으로 비급여인 ‘비밸브 재건술’(코 내부 확장)과 급여인 ‘비중격 교정술’(코뼈 교정)을 병행 진료하면 건보 적용이 되는 ‘비중격 교정술’ 비용 총 135만원까지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도수 치료, 무릎 주사, 비타민D 주사 등 과잉 비급여 치료도 이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의료개혁특위 관계자는 “체외 충격파 같은 비중증·비급여 치료 항목들의 효과를 재평가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면 아예 그 의료 행위를 못 하도록 퇴출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비중증·비급여 질환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의 보장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또 ‘일 실손 한도’를 신설해 경증 통원 치료는 하루 20만원까지만 보장할 계획이다. 
실손 가입자들이 하루에 여러 병원을 돌며 3~4개 통증 치료 등을 받는 ‘비급여 쇼핑’을 막겠다는 취지다. 경증 입원은 1회당 보장 한도를 300만원으로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질환의 본인 부담률을 현재의 30%에서 50%로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실손 청구가 가장 많은 상위 ‘10대 비급여·비중증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 내에선 “현재로선 도수 치료, 영양 주사, 일부 척추 시술, 비급여 MRI, 증식 치료, 체외 충격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중증 질환에 대해선 실손 보장 범위를 전보다 더 넓힐 계획이다. 
과잉 비중증 보장 범위를 줄이고 그 돈을 중증 질환으로 돌리겠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신 당뇨, 사산, 전치태반(태반 위치 이상), 자궁외임신 등 기존에 실손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던 임신·출산 관련 여러 치료 항목을 신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증에 대해선 경증과 달리 질병당 실손 보상 한도(5000만원) 등 주요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실손보험 가입 연령 상한도 지금의 75세에서 90세로 확대한다. 
보험료율 갱신 기간도 5년에서 ‘5년 내’로 단축하는 내용도 개편안에 포함됐다고 한다.


그동안 비중증·비급여 치료의 실손보험 과다 청구 문제는 여러 문제를 유발했다. 
2016년 한양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손 가입자의 의료비 지출액은 미가입자보다 네 배 많았다. 
또 작년 기준, 실손 청구가 많은 정형외과 의원 수는 5년 만에 24.2% 증가했지만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는 필수 진료과인 소아과 의원은 1.8% 감소했다.(250104)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8층 상가에서 큰불이 났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건물 안에 있던 시민 310명은 전부 안전하게 대피했다. 중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1층 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불은 환기구를 타고 번져 건물 외벽을 모두 태웠다.


전문가들은 ‘닫힌 방화문’과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 ‘열린 옥상문’ 세 가지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직사각형 모양인 이 건물은 건물 가운데 홀이 있고, 그 양쪽으로 계단이 설치돼 있다. 
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층마다 방화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화문이 잘 닫힌 덕에 1층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2층이나 지하 1층으로 퍼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2층에 올라가 보니 연기가 올라온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당장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사고 때 인명 피해는 대부분 유독가스를 들이마셔서 발생한다”며 “방화문만 잘 닫아도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지하 1층 수영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강습을 받고 있었는데 강사와 함께 지하 5층으로 대피했다가 구조됐다. 
1층에 연기가 찬 상황에서 건물 관리인이 방화문과 에어커튼이 설치된 지하 5층 기계실로 안내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방화문이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2023년 12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고 때는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불은 3층에서 시작됐는데 11층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 방화문이 열려 있어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23층 꼭대기층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굴뚝 효과’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는 몇 초 사이에 고층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며 “방화문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프링클러도 정상 작동해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화재 당시 화염과 유독가스가 건물 외벽을 타고 크게 치솟았는데 정작 실내로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불이 난 1층과 2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차례로 물을 뿜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커튼처럼 ‘수막’을 만들어 화염이 안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건물 2층의 경우 불이 난 쪽 창문은 불에 타 깨졌지만 실내는 불에 타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 8월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는 호텔 안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불길이 삽시간에 커졌다. 

에어컨의 전기 합선으로 발생한 불똥이 침구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시작됐는데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불이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는데 이 호텔은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야탑동 상가는 2005년 준공됐지만 스프링클러를 잘 갖추고 있었다”며 “매년 검사 때도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당시 옥상으로 통하는 방화문은 열려 있었다.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할 만한 물건도 쌓여 있지 않았다. 덕분에 시민 150명이 옥상으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 구조대를 따라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160여 명이 사망한 1971년 서울 중구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의 경우 옥상문이 닫혀 있어 피해가 컸다. 시민 20여 명이 옥상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법은 중요한 대피 통로인 옥상문은 항상 개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야탑동 상가 건물처럼 옥상에 광장이 있다면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 규정을 지킨 것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옥상문과 방화문, 스프링클러는 모두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기본만 제대로 지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250106)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미국·영국·프랑스 등 93국에서 넷플릭스 TV쇼 부문 차트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한 가운데, 또 한번 한국의 전통놀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새로 추가된 게임만큼은 “흥미롭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시즌 1 공개 이후 드라마에 나온 달고나 뽑기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데 이어 이번엔 소셜미디어에서 ‘공기 챌린지’가 시작됐다.

 

 


<30일 호주 틱토커가 ‘오징어 게임2′에 나온 공깃돌을 3D 프린터로 구현해 공기놀이를 하는 영상을 올렸다.>

 


시즌 2의 4화 ‘여섯 개의 다리’에선 딱지치기·비석치기·공기놀이·팽이치기·제기차기 등 한국의 민속놀이가 5종 세트로 등장했다. 
특히 해병대 출신 참가자 강대호(강하늘)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공기놀이를 하는 영상은 틱톡에서 1031만회 재생되며 화제가 됐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다른 게임에 비해 규칙이 복잡한 공기놀이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게임이냐”며 해외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주간지 라디오타임스는 공기놀이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서구권 시청자에겐 가장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게임”이라며 “공기놀이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돌·자갈·주사위·구슬 등 작고 둥근 물건을 이용해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썼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참가자 강대호(강하늘·가운데)가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공기를 살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 ”한국의 공기 판매가 엄청나게 늘 것 같다“ ”아마존에서 8달러에 공기 한 세트를 샀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인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시청자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4년 전 공기놀이를 영어로 소개한 유튜브 영상 ‘공기놀이 하는 법(How to Play Gonggi)’에도 “오징어 게임을 보고 온 사람?” ”시즌 2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 등의 최신 댓글이 달렸다. 
뉴진스 등 K팝 아이돌이 공기놀이를 하는 영상도 역주행 중이다.

 


<30일 폴란드 틱토커가 주사위로 공기놀이를 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틱톡과 유튜브에는 공깃돌을 구하지 못한 해외 시청자가 돌·초콜릿·주사위 등으로 공기놀이에 도전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한 영국 남성은 “나는 오징어 게임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456′이 적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초콜릿 5개로 1단부터 5단까지 도전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또 다른 인도 유튜버는 로제의 ‘아파트’를 배경음악으로 돌멩이를 갖고 공기놀이를 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3D 프린팅 커뮤니티 ‘메이커월드(Makerworld)’에서는 드라마에 나온 동그라미·세모·네모가 그려진 공기를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둥글게 둥글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다가 호명한 숫자에 맞춰 짝을 짓는 짝짓기 게임(Mingle)도 반응이 뜨겁다. 

레딧에서는 “노래 제목을 알려 달라. 중독성이 엄청나다” ”음악이 강렬해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번 시즌 최고의 게임”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동요 ‘둥글게 둥글게’를 리믹스하거나 짝짓기 게임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구현하는 등 팬들의 2차 창작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241231)


 

 

 

지난해 서울대 학부생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 책 10선에서 ‘전공책’이 7년 만에 순위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1~8위가 모두 문학이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공 서적이 대출 상위권을 차지하던 ‘전통’이 깨져버렸다”고 했다. 
작년부터 2030세대 사이에선 이른바 ‘텍스트힙(text-hip)’ 열풍이 불었다. 
“단순히 멋져 보이려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문학의 참맛을 깨닫고 말았다”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텍스트힙이 반짝 유행이 아니라 세대 전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 작년 1월 1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학부생들의 도서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가 1위였다. 
2~4위는 소설, 5·6위는 각각 산문과 수필, 7·8위도 모두 소설이었다. 
전공 서적 등 학술 도서가 서울대 도서관 대출 순위 10위에서 사라진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불황과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소설이나 시를 읽기보단 학점을 따기 위한 전공 공부에 열중한 지는 이미 오래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과방(학과 휴게실)에서 선·후배들이 전공 서적을 돌려보는 문화가 퇴조하고 도서관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술 서적이 대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2023년엔 ‘음악의 원리’ ‘일반통계학’ ‘선형대수학’이 각각 2위, 4위, 10위였다. 
2021년엔 ‘안과학’ ‘음악의 원리’ ‘일반통계학’ ‘진화와 인간행동’이 10위 내에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대출 톱10 차트를 문학 작품이 거의 ‘올킬’해버리자 서울대 관계자는 “좀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고려대 학부생이 가장 많이 빌린 책 상위 10권 중 8권이 소설이었다. 
이화여대 역시 상위 10권 중 9권이 소설이었다. 서강대도 ‘파친코’ ‘채식주의자’ 같은 소설이 상위권에 진입했다.

 

 




학계와 출판계에선 “입시 경쟁 끝에 대학에 입학한 20대들이 텍스트힙을 계기로 ‘독서의 참맛’을 깨닫고 있는 국면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한 텍스트힙은 유행에 밝음을 뜻하는 힙(hip)과 텍스트가 결합한 신조어다. 
소셜미디어에 마음에 드는 책의 표지를 자랑하거나 인상적인 구절을 공유하는 등 독서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젊은 층이 많다. 
단순한 허영의 부산물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독서에 진지하게 입문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태어나서부터 영상 자료에 노출됐던 20대들은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 주자인 ‘활자’를 신기하고 멋진 것으로 여긴다”며 “숏츠 같은 단발성 자극에 지쳐 책을 찾게 된 것도 유행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0대 대학생들은 “처음엔 허세도 있었지만 짧은 글 위주의 소셜미디어와 달리 깊이 있는 텍스트를 음미하며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대학생 변수민(24)씨는 “처음엔 책을 읽으니 사람들이 나를 깊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게 좋았는데, 읽다 보니 사유의 폭도 넓어지고 대화 주제도 다양해져 이젠 취미가 독서”라고 했다. 
대학생 김민우(24)씨도 “친구들이 소셜 미디어에 독서 인증샷을 올리는 걸 보고, 취업 준비 시기 숨을 돌리고자 독서를 시작했다”며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내가 가진 고민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지난해 MZ세대의 문학 작품 소비를 늘린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취업 준비생 이희원(25)씨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걸 보고 문학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중학생 때 읽었던 ‘채식주의자’도 다시 읽고 오랜만에 서점에도 가며 문학에 빠져 살고 있다”고 했다.


젊은 층의 순수문학 작품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 구매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1.8%였다. 
2023년 25.8%에서 6%p 증가한 값이다. 
또 지난해(1월~9월) 세계문학 시리즈를 구매한 20대는 전체 연령 중 14.3%로, 2019년에 비해 6.8%p 증가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20~30대가 주요 이용층”이라며 “텍스트힙 트렌드가 MZ세대의 독서 문화 유입을 견인한 것”이라고 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튜브, 소셜 미디어에 더해 인공지능(AI)까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20대가 결국 책이라는 콘텐츠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여기게 됐다는 점은 종이책의 생명력을 보여준다”고 했다.(250103)


☞텍스트힙(text-hip)

’읽는 것은 멋지다’는 의미로, 개성 있고 유행에 밝은 것을 칭하는 ‘힙하다(hip)’와 ‘글(text)’을 의미하는 텍스트를 합친 신조어. 
독서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행위가 지난해부터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스포츠 무대를 누빈 별 중 올 한 해 우리 곁을 떠난 선수들이 있었다. 
지난 1월 축구계 ‘카이저(kaiser·‘황제’라는 뜻의 독일어)’로 통했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79세로 눈을 감았다. 
그는 서독 대표팀 선수로 유로 1972와 1974년 월드컵 우승을 일궜다. 
발롱도르도 두 차례 (1972·1976) 탔다. 
수비수이면서 공을 몰고 나가거나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베로 포지션을 개척한 선수로 꼽힌다. 
1990년에는 서독 대표팀 감독으로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을 제패한 세 명 중 한 명이다. 축구 행정가이자 경영자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월드컵 유치위원장으로 전 세계를 돌며 득표전을 펼쳐 2006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고, 조직위원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1994~2002년 바이에른 뮌헨 회장을 지냈고 이후 명예회장으로 활동했다.


남자 마라톤 세계기록을 세운 케냐의 켈빈 킵툼은 지난 2월 25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킵툼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km)를 2시간 35초 만에 완주해 세계 최초로 2시간 1분 벽을 깼다. 세 번째 풀코스 대회 출전이었다. 
생전에 훈련을 너무 많이 한다고 코치가 염려했을 정도로 마라톤에 몰두한 킵툼은 2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뛰는 ‘서브2′ 달성 1순위 후보로 기대를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떠났다.

 

 




지난 4월엔 O J 심슨이 전립선암 투병 중 77세로 사망했다. 
그는 1969년 미 프로풋볼(NFL)에 데뷔해 흑인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렸으나, 백인 전처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당한 증거가 있었으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그에게 배심원들이 무죄 평결을 내리면서 미국 사회에 논란과 분열을 일으켰다.


미 프로농구(NBA) 로고 실제 인물로 알려진 제리 웨스트는 지난 6월 86세로 별세했다. 
1960년부터 14년 동안 LA 레이커스에서 활약한 그는 슈팅 가드 개념을 만들어낸 선수로 꼽힌다. 
1969년 만든 NBA 로고는 그가 드리블하는 모습을 본떴다고 알려져 있다. 
은퇴 후에는 구단 행정가로 변신해 1995년과 2004년 NBA 올해의 경영자상을 받았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전설적 외야수 윌리 메이스는 지난 6월 93세에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그는 195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73년까지 통산 660홈런 1909타점에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12년 연속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월드시리즈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을 ‘윌리 메이스 어워드’로 명명해 시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개인 통산 안타 1위 기록을 세운 피트 로즈는 지난 10월 8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MLB에서 24시즌을 뛰는 동안 3562경기 4256안타를 기록해 MLB 역대 최다 경기 출장과 개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1989년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자기 팀 승부에 돈을 건 사실 등이 드러나 MLB에서 영구 추방됐다.


‘나는 작은 새’라는 애칭을 얻으며 여자 배구 선수로 활약했던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은 지난 10월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배구 선수로는 작은 키(164cm)였지만 뛰어난 탄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누비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동메달을 이끌었다. 
197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2년간 선수 겸 코치로 활동했다. 한국 여자 배구 선수 해외 진출 1호였다. 
2010년엔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감독을 맡아 한국 프로 스포츠 첫 여성 감독 기록도 남겼다.


MLB 통산 도루 1위 기록을 세운 리키 헨더슨은 65세에 폐렴으로 지난 22일 별세했다. 
1979년 MLB에 데뷔해 2003년 은퇴할 때까지 1406도루를 달성했다. 
통산 도루 2위를 468개 앞선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MLB에서 유일하게 시즌 100도루를 달성한 선수다.(241228)

 

 

 

내년부터 ‘건강관리사’ 자격을 가진 친정어머니, 형제자매 등 산모의 가족이 산후조리를 도우면 열흘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 107만원을 받는다. 
일·가정 양립을 선도한 중소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을 준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출산 가정에 ‘건강관리사’를 보내 산모의 산후조리를 돕고 신생아 양육을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는 친정어머니나 형제자매는 건강관리사 자격을 갖추고 가족인 산모의 산후도우미를 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지만, 내년부터는 받을 수 있다. 
시어머니의 경우에는 생계를 함께 꾸리지 않는 경우에 한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함께 살고 있더라도 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동안 부정 수급 우려로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불합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산후도우미가 민법상 가족 관계에 있더라도 정부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정부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산모가 28만6000원(내년 기준)을 내면, 파견 업체 몫을 제외하고 도우미가 106만8000원을 손에 쥐게 된다. 
산모는 출산 전 산후 도우미 관리 업체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산후조리를 도우려는 가족이 해당 업체 인력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모가 출산 전 산후도우미를 신청하며 특정인(가족)을 매칭해 달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과정 없이 가족이 임의로 산후조리를 도운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우수 중소기업에는 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않아 유급 육아휴직 사용이 불가능한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다양한 고용 형태를 아우르는 육아휴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는 일하는 모든 부모를 위한 보편적인 일·가정 양립 제도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241228)


 

 

 

2023년 국적기로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4720만여 명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 이용객이 2419만여 명으로 대형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이용객 2300만여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국내선 여객수는 일찌감치 넘어섰지만, 난공불락 같았던 국제선 역시 LCC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자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정비사가 항공기를 결박하는 모습.>

 


이처럼 LCC 이용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제1 원칙’인 안전 투자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 
31일 본지가 국토교통부의 항공 정비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2사 소속이 전체의 7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송 여객 수가 더 많은 LCC 10사(여객·화물 항공사 포함)의 정비사 비율은 27.4%에 그쳤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해외 중고기를 도입해, 중·단거리 위주의 잦은 운항을 지속하는 LCC들이 정작 정비와 같은 안전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뜻이다. 
전남 무안공항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선 LCC의 안전 수준을 대대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제주항공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2025년 3월까지 운항량을 10~15% 감축하고, 정비사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국내 12개 항공사의 정비사 총 5849명(2023년말 기준) 가운데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2사 소속은 4248명이었다. 
제주항공·진에어 등 LCC 10사의 정비사는 모두 1601명으로, 대형항공사의 3분의 1 수준(37.7%)에 그쳤다. 
이를 각 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눠보면, 대형항공사들은 대당 16~18명 수준의 정비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LCC는 10.6명이었다.

 

 



이는 그간 수차례 지적됐던 LCC의 안전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2016년에도 국토교통부는 기내 압력 조절 실패, 출입문 고장으로 인한 회항 등 LCC들의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저비용항공사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적정 정비사부터 충원하라는 것이었다. 
정부가 내세운 기준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12명(당시 9~11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토부 백서에 따르면, LCC 중 가장 정비사 수가 많은 제주항공도 대당 정비사가 11.2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정부의 통계 시점인 2023년 말 이후 정비사를 충원해 현재는 정비사가 522명으로 대당 12.7명 수준으로 개선했다”며 “2025년말까지 56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LCC 측은 안전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규정된 안전 지침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B737 기종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시로 지정한 해당 기종의 정비 기준을 살펴보면 최소 중간점검 시간은 ‘28분’, 항목은 동체와 날개, 엔진, 랜딩 기어(착륙 장치), 조종석 등 20개를 적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20개 항목을 얼마나 철저히 점검할지는 정비사의 몫이다.

 

 


해당 사고기는 사고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48시간 동안 총 8개 공항을 13차례 오가는 빡빡한 비행 스케줄을 소화해, 각 공항에 머무르는 시간은 1시간 안팎에 불과했다. 
승객이 내리고 탑승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항공업계에선 정비사들이 조종석에 들어가 경고등이 들어온 게 없는지 보고 기체 안팎을 육안(肉眼)으로 둘러보며 정비 시간 최소치인 28분을 간신히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법적 요건을 안 지키는 항공사는 없다”며 “다만 정비사 몇 명이서, 얼마나 여유 시간을 갖고 점검 작업을 수행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는 적고 업무량은 많다 보니, 온라인에는 “제주항공 정비에서 2년 버티면 어디서도 버틸 수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자체 항공정비(MRO) 시설을 갖춘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들은 이 같은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핵심 부품의 중정비는 해외 정비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이 올해 항공기 정비·수리·개조에 책정한 예산도 2209억원에 그친다. 
대당 53억8700만여원으로, 대한항공(127억원), 아시아나항공(138억원)의 절반 이하다.(25010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발표일이었던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20~30대 5급 사무관 5명이 합격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로스쿨 10여 곳 합격자 발표는 2월 말까지 이어진다. 
공무원들은 “매년 로스쿨 합격자 발표 시즌마다 세종청사가 휘청거린다”며 “정부 중앙 부처 사무관직이 ‘명예로운 경력’에서 ‘로스쿨 스펙’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기재부에 배치된 초임 사무관 25명 중 5명이 2년 만에 공직을 떠났다. 
로스쿨이나 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10명 안팎 사무관이 조만간 또 기재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20대 사무관은 “불필요한 야근이 많고 구시대적 의전 등 경직된 조직 문화를 견딜 수 없다”며 “연봉도 변호사나 대기업이 훨씬 높다”고 했다.

 

 




초임 사무관들은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정부 중앙 부처 경력을 ‘평생 공직’으로 여기기보다 ‘몸값’ 상승을 위한 ‘스펙’으로 여기는 경향도 강하다. 
로스쿨 응시에 필요한 LEET(법학 적성 시험)와 과거 행정고시로 불렸던 5급 공무원 채용 시험 PSAT(공직 적격성 평가) 유형이 유사한 것도 사무관들의 ‘로스쿨 엑소더스’의 한 요인이다.


사무관들 사이에선 “일과 LEET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딱히 LEET 공부를 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스쿨 준비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세종청사뿐 아니라 서울·과천청사의 2030 사무관들 사이에서 파다하다고 한다. 
“입사 후 바로 육아휴직을 낸 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이른바 ‘꿀팁’도 전수되고 있다.


2020년 5급 시험에 수석 합격한 20대 사무관이 지난 1월 로스쿨 합격 후 기재부를 그만둔 일은 ‘세종 쇼크’라고 불릴 만큼 파급력이 컸다. 
합격 수기에 “국민에게 봉사하는 참된 공직자가 되겠다”고 썼던 이 사무관은 불과 3년 만에 공직을 그만뒀다. 
고위 공무원들마저 “수석이 이렇게 허무하게 나갈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기재부·산업부 등 주요 부처 사무관 경력은 로스쿨 입시에 상당한 가산점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입사해 금융·무역 관련 사건이나 정부 규제·국회 입법 대응 등에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사무관 출신 변호사’는 시장에서 몸값도 높다.


과거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은 판검사에 버금가는 명예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입법부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공무원으로서 보람·긍지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정감사 때마다 일부 국회 보좌관의 ‘갑질’에 가까운 자료 요구에 “내가 국회 노비나 하려고 이 시험을 봤느냐”며 회의감을 토로하는 공무원이 상당수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20년차 공무원은 “국회에서 전화 자료 요구 제출뿐 아니라 아예 여의도로 오라는 소집령도 잦다”며 “서울~세종을 거의 매일 왕복하면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다”라고 했다. 
2030 사무관들은 “하루 수백 통씩 국회 보좌진, 민원인 전화에 시달리는 게 인간의 삶이냐” “세종에 1초도 머무르기 싫다” 같은 말도 한다. 
60대가 훌쩍 넘은 총리·부총리·장관이 국회에 불려가 매일같이 “정신 차리라” 호통을 듣는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과 떨어진 세종 생활을 강제당하는 점 역시 사기 저하 요인이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를 보면 임용 후 5년 미만 신규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6500명에서 지난해 1만3566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퇴직 공무원 중 신규 공무원 퇴직자의 비율은 17.1%에서 23.7%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퇴직 공무원 중 10년 차 이하 비율은 31.8%였는데 이는 2013년 26.2%에서 상승한 수치다. 
올해 5급 공무원 시험 응시율과 경쟁률은 하락 추세지만, 로스쿨 시험 경쟁률은 상승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2011년 93.3대1에서 올해 21.8대1로 급감했다.


세종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각 국·실에서 ‘기둥’ 역할을 하던 10년 차 안팎 후배들이 나가고 있다”며 “신참들을 교육하고 ‘롤 모델’이 돼야 할 허리가 사라지니 정부 조직의 연속성이 도미노처럼 붕괴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우수한 공무원 조직이 무너진다면 국력의 쇠락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241228)



 

 

 

우리나라 국민 중 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거나 치료 중인 암 유병자가 25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20명당 1명꼴이다.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8.1%에 달했다. ‘암의 일상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계속 높아져, 최근 5년간은 72.9%에 달했다. 
상대 생존율은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과 비교한 암 환자의 생존 확률이다. 
이 기간 갑상선암의 상대 생존율은 100.1%였다.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에 비해 갑상선암 환자의 5년간 생존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암은 수술·치료 후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국 단위 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2022년까지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2023년 1월 1일 기준으로 생존이 확인된 ‘암 유병자’는 전체 인구 대비 5%인 258만8079명이었다. 
이 가운데 61.3%인 158만7013명은 5년 이상 삶을 이어갔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고, 새로운 수술 기법의 개발 등으로 치료 수준도 올라갔다”고 했다.

 

 




암 진단 활성화에 따라 2022년 신규 암 환자를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만2696명(8.8%) 늘었다. 
2022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고 이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순이었다. 
남성은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이 많았고, 여성은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순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폐암과 대장암, 위암이 많았고, 15~64세에서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4세 이하는 백혈병과 뇌·중추신경계 관련 암이 많았다.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82.7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8.1%였다. 평생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암 환자의 생존율은 지난 30년 새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3~199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42.9%였다. 
이후 2018~2022년에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2.9%까지 올라갔다. 
발병 초기 암 진단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18~2022년 신규 암 환자 가운데 50.9%는 암 진단 시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기 진단된 환자들의 생존율은 92.1%로, 암이 다른 장기까지 퍼진 후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27.1%)보다 크게 올라갔다.

 

 




암종별 상대 생존율은 갑상선암, 전립선암(96.4%), 유방암(94.3%)이 높았다. 
간암(39.4%)과 폐암(40.6%)은 낮은 편이었다. 다만 간암과 폐암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표적 치료제 등 각종 신약의 개발로 3~4기 환자들의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졌다”고 했다.


국내 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병원’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3위)·서울아산병원(5위)·서울대병원(8위) 등 세 곳이 암 치료 분야 ‘톱10′에 들었다.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이 더해져 성과를 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6대 암 검진 사업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은 “국가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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