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은 인구가 2만4400명가량인 소도시지만, 지리산을 끼고 있어 등산객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꼽힌다. 
군내 사업체의 절반 정도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체나 식당, 도·소매점일 정도로 관광 산업에 대한 지역 경제 의존도도 높다. 
통계청이 조사해 보니,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 지난 3월 등록 인구와 방문객을 합친 구례군의 생활 인구는 47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등록 인구의 19.4배에 달하는 규모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월별 생활 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구례군을 포함한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생활 인구는 2497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상 인구와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는 489만8000명에 그쳤지만, 체류 인구(방문객)가 2007만7000명에 달했다. 
등록 인구에 지역을 방문한 인구까지 합치자 인구가 5.1배로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인구감소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생활 인구를 집계해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남 구례군은 주민등록상 인구에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가 2만4400명가량인 소도시지만, 등록 인구와 방문객을 합친 생활 인구는 47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등록 인구의 19.4배에 달한다. 사진은 지난 3월 구례군 지리산치즈랜드를 찾은 방문객들.>

 


생활 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와 외국인 거주자를 합친 등록 인구에 체류 인구를 합친 것이다. 
체류 인구는 월 1회 이상 해당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른 사람들을 뜻한다. 
지역 맛집에 줄을 선 관광객, 집에서 멀리 떨어진 회사로 통근하는 직장인, 그리고 다른 지역에 텃밭을 마련한 주말 농부 등이 대표적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활 인구는 거주자를 포함해 지역의 주 소비층을 전부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특히 거주자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생활 인구의 소비력을 끌어올리는 게 지상 과제”라고 했다.


관광 명소로 소문난 지역들에선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보다 10배씩 많기도 했다. 
‘서핑 성지’로 이름난 강원 양양군은 3월 기준 등록 인구가 2만8100명이었던 반면, 체류 인구(28만7100명)는 그보다 10.2배 많았다. 
화개장터의 고장 경남 하동군에서는 3월 벚꽃 축제가 열리자 등록 인구(4만2100명)의 10배인 42만1000명이 체류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MT촌 경기 가평군도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보다 9.9배 많았다. 이 지역들의 주 소비층이 방문객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생활 인구 개념은 지역 내 거주자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지역에서 지갑을 여는 ‘찐주민’을 찾아낼 묘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관광으로 먹고살거나, 직장이 몰려있어 저녁이면 썰물처럼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역 등에서는 지역의 소득 원천을 파악하고 경제적 자원 등을 개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생활권이 넓어지고, 일상적인 이동이 시도 경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역별 도시 계획도 움직이는 인구를 바탕으로 짜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생활 인구는 아직 인구 규모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앞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따른다. 
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느라 3시간 넘게 머물러도 생활 인구로 집계된다. 
각 지자체가 생활 인구 규모를 근거 삼아 “거주자보다 실제 인구가 많으니 보조금 등 지원을 더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은 올해 2분기부터 카드사 4곳(신한·삼성·비씨·하나)의 지역별 카드 사용 정보와 신용정보사의 직장 정보도 생활 인구에 결합해, 체류 인구의 유형을 더욱 세분화하기로 했다. 
또 연말까지는 연구 용역을 통해 전 국민의 체류 특성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생활 인구의 기준을 개편하고, 활용도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미숙 연구위원은 “하루 3시간 체류 기준은 너무 짧은 측면이 있어,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조건을 갖춘 생활 인구에게 주민등록상 주소 외에 ‘부주소’를 부여하고, 부주소에 고향 사랑 기부를 하면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식의 연계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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