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競馬場)을 찾는 2030세대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한국마사회가 SKT 위치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부산경남·제주 전국 경마장 세 곳을 찾은 2030 세대 비율은 2019년 10.8%(전체 표본 928명 조사)에서 2022년 22.1%(26만7500여 명), 지난해 24.4%(35만9900여 명)로 늘었다.
젊은이들은 이용 가격이 싸고 경기가 쉽고 단순하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하거나, 전 재산도 모자라 대출까지 일으켜 베팅을 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성 취업난 등 답답한 현실을 경마로 해소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마 경기를 보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20·30대였다.>
실제 본지 기자가 최근 방문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 이곳저곳에선 2030세대가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모(22)씨는 주말마다 렛츠런파크 서울(과천 경마장)을 찾는다.
그는 “하루 입장료 2000원으로 실제 달리는 말을 보며 박진감도 느끼고, 소액 베팅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대학 동아리 회원들과 경마장을 찾았다는 김모(24)씨도 “경마는 어르신들의 취미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또래도 많고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들도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간호사 최모(27)씨도 “데이트 장소로 경마장을 자주 찾는다”며 “가성비가 좋고 경기도 어렵지 않아 야구보다 훨씬 재밌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청년은 경마 중독을 호소한다.
한국마사회 규정에 따르면 마권(馬券) 1회 구매 상한액은 10만원이지만 경마장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경우도 적잖다.
교차 베팅을 하면 수십만원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2030 세대에겐 도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중독 상담 단체엔 “20대인데 빚이 1500만원이다. 부모님이 1000만원은 해결해주셨는데 또 빚졌다”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잃었는데 멈출 수가 없다” 같은 상담 요청이 수백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경마’를 검색하면 ‘고배당’, ‘다적중’ 등 용어가 포함된 불법 사설 경마 중계·분석방이 다수 나온다.
경마에 중독됐다는 한 20대 대학생은 “돈을 더 쓰면 한 방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불법 사설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경마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숏폼(10초 내외 짧은 동영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경마는 경기가 짧고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숏폼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몰입해 빠져들기 쉽다”고 했다.
임충훈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고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젊은 세대들이 도박·경마 등 사행성 취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마는 비교적 제도권 영역에 있기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교육과 예방책 등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차원에서 중독 상담과 불법 도박 신고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고 전자카드를 활용해 도박 고위험군을 파악하고 구매 한도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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