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노조가 전체 교수 2300여 명 중 1200여 명을 노조원으로 확보, 가입률 50%를 넘기는 ‘과반수 노조’가 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연세대·고려대엔 교수 노조가 아예 없고, 국공립대 교수 노조원도 수십 명에 그치는 현상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대학가에서 나온다.
서울대 교수들은 노조 가입 이유로 “월급이 너무 적다” “과거 공무원 때보다 신분이 불안하다” 같은 불만을 제기한다.
서울대 교수 노조는 2019년 4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노조원이 5년 새 30배가량인 12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학가 교수 노조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9년 10월 국내 최초로 원광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고 같은 해 11월 서울대에도 ‘교권 확보’와 ‘임금·근로 조건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고 두 번째 교수 노조가 설립됐다.
이후 국공립대와 일부 사립대에 교수 노조가 생겼지만 서울대처럼 노조 활동이 활발한 곳은 거의 없다.
서울대 교수들은 사립대에 비해 적은 연봉이 노조 가입의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실제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1억2173만원으로 연세대(1억8470만원), 고려대(1억5831만원), 성균관대(1억9027만원), 포스텍(1억6409만원) 등 주요 사립대보다 낮다.
최근엔 신임 교수가 임용 직후 노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 노조 관계자는 “새내기 교수들은 일한 만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과거엔 월급이 조금 적어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로 보상받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요즘 젊은 교수들은 다르다”고 했다.
수년 전 임용된 한 서울대 교수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마흔이 넘어 겨우 교수가 됐다”며 “공부하느라 모아둔 재산도 없는데, 서울에 자가 아파트까지 마련한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을 보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했다.
‘내 집’이 없는 서울대 교수들은 대개 서울대 관악캠퍼스 낙성대 자락에 있는 교수 아파트로 들어간다.
5년간 월세 50만~60만원에 살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월세가 차츰 오른다.
공대 A 교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나들고 전셋값도 수억 원 대인데 매매는커녕 셋집 구하기도 엄두가 안 난다”며 “그냥 교수 아파트에 눌러앉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자연대 B 교수는 “미국 유학 마치고 서울대 교수를 하려고 온 후배가 서울 집값과 서울대 연봉을 보고 놀라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은 박사급 인재의 초봉이 최소 2억인데 서울대 교수 초봉은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되면서 공무원 연금·대출 같은 혜택이 사라졌다.
정교수가 되면 종전처럼 65세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정년 이후 받게 될 사학 연금의 재정이 최근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서울대 교수들의 불안 요소라고 한다.
서울대 당국이 최근 추진하는 교수 성과 연봉제 때문에 불이익을 겪을까 봐 노조 가입률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서울대에서 신청한 성과 연봉제 예산 중 60% 수준인 139억원가량만 승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서울대는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수 노조 관계자는 “교수들도 근로자로서 성과 연봉제 등에 대해 단결된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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