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호프집. 식사 시간임에도 25개 탁자 중 2개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20대 남녀는 술 없이 피자와 파스타만 주문했고, 30대 남녀 세 명의 탁자엔 피자 한 판뿐이었다.
호프집 주인 박모(42)씨는 “우리는 술 장사로 먹고 사는데, 1년 전에 비해 주류 매출이 3분의 1은 줄어 올해 적자가 6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과거 주류 시장의 ‘큰손’이었던 2030세대가 술을 외면하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를 거치면서 대학·직장의 회식 문화가 ‘마시고 죽자’에서 ‘적당히 즐기자’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 기자들이 방문한 강남·건대·수유 등 서울 주요 유흥가에서 만난 주점 업주 수십 명은 “2030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엔 ‘소주 빼고 다 있는 술집’까지 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은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384만1000kL에서 작년 361만9000kL로 약 6% 줄었다.
20세 이상 국민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도 2015년 9.813L에서 2021년 8.071L로 18% 감소했다.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의 주세 수입 또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어들었다.
특히 한때 ‘국민 술’로 불렸던 희석식 소주를 외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싼값으로 금방 취할 수 있었던 소주를 즐겨 찾았고, MT나 학과 행사 등에서 ‘사발식’ 등으로 소주를 폭음했던 문화가 코로나를 지나면서 ‘멸종’ 수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 2019년 91만5596kL였던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작년 84만4250kL로 약 8% 감소했다.
주류 업계에선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의 소주 소비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한다.
전 사회적인 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그간 경찰이 골머리를 앓던 ‘주취 소란’도 감소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만1923건이었던 ‘음주소란 통고처분’은 작년 6160건으로 약 72%가 줄어들었다.
취객들로 몸살을 앓던 일선 지구대 경찰들도 “수년 전보다는 확실히 주폭(酒暴)들의 난동 강도와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한국’에서 태어난 2030세대의 입맛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은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단 그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美食)의 차원에서 향유하고 있다”며 “전체 술 소비량 감소와 희석식 소주의 퇴조는 향후 주류 시장의 트렌드일 것”이라고 했다.(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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