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배상금, 배심원단이 3배로 올려 1100억원… 무슨 일이?
[글로벌 5Q]성폭행 명예훼손 재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는 11월 미국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 대통령이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낸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81)에게 배상금 8330만달러(약 1100억원)를 지급하라는 평결을 26일 받았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아홉 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캐럴의 명예가 훼손됐고 정신적 피해도 크다”며 이렇게 정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알리나 하바는 “당장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송은 개인 간 민사소송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배상금이 큰 평결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트럼프가 이 돈을 낼 가능성이 있는지 등 이번 평결을 둘러싼 궁금증을 5문답으로 알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6일 법원에서 여성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8330만달러(약 1100억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①도대체 무슨 사건인가

미국 잡지 ‘엘르’에 칼럼을 기고한 유명 칼럼니스트 캐럴은 2019년 6월 회고록에서 ‘1996년쯤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트럼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캐럴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캐럴의 주장이 사실이고, 트럼프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트럼프는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뒤에도 캐럴이 자기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격분한 캐럴이 트럼프의 발언으로 또다시 명예가 훼손됐고 주변에서 협박을 받았다며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1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새로 냈다. 
이에 대한 1심 판단이 26일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은 배심 재판으로 열렸다. 
미국 주(州) 대부분이 국민이 민사소송 때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②배상금은 왜 이렇게 큰가

처음에 캐럴이 요구한 금액은 1000만달러였다. 
재판 마지막 날 캐럴 측 변호인은 “캐럴의 평판 회복을 위해 최고 1200만달러, 정신적 피해에 대해 1200만달러 등 총 24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금액을 올렸다. 
이에 대해 배심원단은 833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 중 1830만달러는 실제 피해 배상액이고 나머지 6500만달러는 징벌적 배상액에 해당한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복적이어서 재산상 손해 외에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크다고 판단하면 부과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은 주마다 다르다. 많은 주가 ‘실제 손해액의 2~4배 수준’으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뉴욕은 이와 관련한 특정한 규정이 없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총 500만달러 배상 평결이 나왔을 때는 이 중 총 30만달러가 징벌적 배상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26일 열린 잡지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민사재판 장면. 
캐럴이 트럼프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낸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이날 배심원단은 833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삽화는 트럼프(왼쪽에서 둘째)가 캐럴의 변호사 로버타 캐플런(오른쪽)의 변론이 시작되자 불만 섞인 표정으로 퇴장하는 모습. 
법정 화가 제인 로젠버그가 그렸다.>


◇③배상금은 전부 캐럴 몫인가

지난해 법원은 트럼프가 과거 캐럴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 넘어가 있지만 트럼프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크게 다툴 여지가 없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자기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 여자(캐럴)가 또 꾸며낸 얘기에 내가 방어에 나서야 하나” “마녀사냥” 등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나는 이 여자를 모른다”고 하거나, 재판장에 대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친 인물”이라고 밝히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캐럴은 “트럼프가 나를 괴롭히는 것을 이제는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고,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행태를 악의적·반복적이라 판단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배상금이 확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배상금 전액은 캐럴이 가져가게 된다. 
평결이 나온 후 캐럴은 뉴욕타임스에 “배상금을 받으면 좋은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진 캐럴>


◇④캐럴은 이 배상을 바로 받을 수 있나


아니다. 트럼프가 항소했기 때문에 캐럴은 모든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글렘 커슈너 전 미 법무부 차관보는 MSNBC에 “항소 절차를 위해 약 8300만달러 중 대부분 또는 전부를 (공탁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이 정도 금액을 낼 수 있는 현금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임을 내세우면서 “나는 현금 4억달러를 갖고 있다”고 종종 말해왔지만 확실치 않다. 
다만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등을 처분해 배상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포브스가 지난해 9월 트럼프의 순자산이 26억달러라고 보도한 적도 있다. 
반면 뉴스위크는 이 재산 대부분이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⑤배상금을 못 내면 어떻게 되나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배상금을 내야만 한다. 다만 개인 파산을 하고 버티는 방법은 있다. 
최근 트럼프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시장(市長)’으로 칭송받던 로버트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지난해 12월 법원에 개인 파산 신청을 하고 (돈이 없어) 배상금을 못 낸다고 하고 있다. 
트럼프를 도와 2020년 그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부인하며 개표 조작 주장을 폈다가 명예 훼손으로 피소돼 2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은 후였다. 
트럼프가 파산 신청을 한다고 해도 법원이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변수는 또 하나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맨해튼지방법원은 트럼프와 그의 회사가 은행 대출 등을 쉽게 받고자 자산 가치를 최고 36억달러 부풀렸다고 기소한 사건의 판결을 내린다. 
뉴욕주 검찰은 벌금 3억7000만달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아라 토레스 스펠리시 스텟슨대 법학 교수는 “캐럴 사건과 자산 부풀리기 사건의 조합은 트럼프의 파산을 유발하는 ‘원투 펀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2401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