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28) 풍경의 규모를 보여주려면

 

입력 : 2012.03.22

사람·자동차·동물… 크기를 가늠할 힌트를 주라!

'아, 좋다!' 근사하게 찍은 풍경 사진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란 대개 이렇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사진 속 풍경이 처음 보는 장소라면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이야, 저기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런데 저 길에 사람이 다닐 수가 있나. 차만 다니는 길인가?' '저 길은 실제로 보면 얼마나 넓지?'

'저 나무는 실제로 보면 얼마나 크려나?' 등등.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종종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이나 자동차, 강아지 같은 장치를 그 속에 집어넣고 찍는다.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일단 사람이 어느 정도로 큰지 대충은 안다.

물론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엔 우리가 가늠하는 사람의 크기란 게 비슷할 것이다. 강아지,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늘 보고 지나쳤던 사물이니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대충 알 수 있다.

이런 장치를 끼워넣고 사진을 찍으면 그 풍경의 규모를 아무래도 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나무 아래 어떤 사람이 서 있다면, 그 나무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되는 식이다.

그 사람이 나무를 쳐다보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고 뒷짐을 지고 있다면, '아 저 나무는 가지가 저 정도로 길게 뻗어 있구나'라는 정보도 함께 알 수

있다.

건축 사진도 그래서 드물지만, 사람을 넣는다.

전문적인 건축 사진은 대개 사람을 빼고 그 건축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해서 촬영하지만, 사진을 보는 사람은 '저 건물을 실제로 보면 얼마나

클까'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간혹 사람이 건물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넣는 것이다.

'정보'를 넘어서는 기능도 있다. 사람은 그야말로 어떤 풍경의 화룡점정이다. 황량한 사막 한복판을 찍은 사진이 있다 치자.

사람이 없다면 그 풍경은 아름답지만, 왠지 좀 멀게 느껴진다. '저곳을 여행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막을 사람이 건너가는 장면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 저곳에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가 있구나' 싶어진다.

사진과 보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사람의 모습이 여러 가지 힌트를 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입은 옷, 신은 신발, 손에 든 물건으로 풍경 속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몇 년 전 지리산 둘레길을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찍은 적이 있다.

지리산 둘레길만 찍었다면 뻔하게 보였을 수도 있는 사진이, 아주머니의 뒷모습 덕분에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아주머니가 입은 바지(몸뻬) 색깔, 머리에 얹은 대야의 색깔도 재미있다.

풍경 사진에 때로는 사람, 자동차, 동물…, 다양한 장치를 넣어보자. 사진엔 표정이 생기고, 보는 사람도 사진 속 풍경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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