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친구 사진 찍을 땐 기왕이면 즐겁게

 

 

 

입력 : 2012.02.09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편하게 웃어라

'그 자식….' 비속어를 써서 미안하지만, 친한 친구 얼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혼잣말로 되뇌는 말이다.

오랫동안 사귄 친구 녀석들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서 옆구리가 간질거린다.

술 먹고 주정 부리고 추태 부리던 일, 다 같이 놀러 가서 기상천외한 장난 치던 일…. 그 모든 일이 스쳐 지나가면서 혼자 키들키들 웃게 된다.

그래서일까. 친구 사진을 찍을 땐 사진 기술이나 방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친구와 보낸 즐거운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쾌하고 재기 발랄하게 찍으면 그만이다.

말이 쉽지 실천이 어렵다? 아래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어떻게'보단 '누구와 어디서'를 따져라. 친구끼리도 왠지 머쓱해하고 어색해하는 사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끼리만 모아놓고 찍는다면 제아무리 능력 있는 사진가라고 해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반대로 언제 어디서나 분위기를 띄우는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와 같이 찍으면 사진은 대체로 생동감 있게 나온다.

따라서 사진 속 구성원이 누군지 따져보는 게 좋다.

어색한 사이라면 그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줄 제3의 인물을 끼워 넣거나, 웃긴 소품이라도 배치해서 같이 찍는 게 좋겠다.

친구 사진에서 즐겁고 자연스러운 표정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말이다.

둘째, '찍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기왕이면 사진 속 인물이 흥이 올랐을 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을 때 찍는 게 좋다.

술 먹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면 해질 무렵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 찍는 게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야외에 나가 다 같이 몸을

부딪쳐 가며 놀다가 찍는 게 좋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친구끼리 모였다면 노래방이 최적의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다.

셋째, 가끔은 지형지물을 이용해도 재미있다. 친한 동생 녀석 하나가 있다. 이 녀석이 찍힌 사진은 하나같이 배꼽 잡을 만하다.

파바로티가 출연한 광고 포스터 앞에서 찍으면 녀석은 꼭 파바로티와 똑같은 포즈를 취해서 보는 사람을 웃긴다.

야자수가 빽빽한 제주도 휴양림에서 사진을 찍을 땐 나무에 손을 기대는 전형적인 자세를 취하는 대신 난데없이 웃옷을 벗고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숲 한가운데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선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머나먼 외국 밀림 지대 속에 서 있는 원주민 사진인 줄 알 것이다.

가끔은 '오버'해도 좋은 게 친구 사진이다. 사진 찍는 순간도 재밌고, 찍고 난 후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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