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32) 창가에서 명품사진 찍기

 

입력 : 2012.05.17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고 햇볕이 유리창을 비추면… 피사체는 입체를 입는다

렌즈 85㎜·셔터스피드 1/125 sec·조리개 f/2·감도 ISO 100.

 

예전부터 예술가들은 유난히 창가에 집착했다.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Vermeer·1632~1675)는 창가에 숱하게 여인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렸다.

'우유 따르는 여인'이 대표적 작품이다. 창문에서 부드럽게 꺾여 들어오는 빛은 여인의 옷소매를 적시고 볼과 어깨와 치맛자락으로 흘러내린다.

그 보드랍고 달콤한 빛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 낭만주의 풍경화 작가인 프리드리히(Friedrich·1774~1840)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그린 '창가의 여인'이란 그림은 여인의 뒷모습을 빛과 그림자로 표현해낸다.

똑같은 뒷모습이라도 창가에 세워놓고 그린 덕에, 여인의 뒷모습은 뭉근한 공기의 질감 속에 둘러싸여 더욱 그윽해 보인다.

이들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빛이라도 다 같은 빛은 아니라는 걸. 창문을 통해 흘러드는 부드러운 빛이야말로 똑같은 사물도 한층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법의 빛'이라는 걸.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창문은 사진가의 명당이다. 왜 창문일까. 창문은 사방에 흩어져 있는 빛을 한곳으로 모아 다시 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진이나 그림은 2차원의 평면에 불과하지만, 그 평면에 입체감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그림자와 양질의 빛이다.

창가를 통해 부드럽게 흐르는 양질의 빛이야말로 사진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의 무기'가 되는 이유다.

난 그래서 "사람이건 꽃이건, 창문에 세워놓는 게 최고"라고 말하곤 한다.



창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실내등은 끄는 게 좋다.

실내등을 켜놓으면 창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유한 입체감과 볼륨감이 실내조명 빛에 묻혀 사진이 밋밋하게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또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다. 가령 직사광선이 창문으로 들어올 땐 사진 찍는 걸 피하자.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어, 햇살이 부드럽고 포근해졌을 때가 사진 찍기엔 더 좋을 때다.



찍기 전에 빛의 느낌을 미리 가늠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사진을 찍고 싶은 피사체가 서 있으면 좋을 바로 그 장소에, 주먹을 살짝 쥐고 다가가 창가로 쏟아지는 빛이 주먹 위로

어떻게 떨어지는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주먹 위로 떨어지는 빛이 부드럽고 온화하다면 더 망설일 것 없이 사진을 찍어보자.

늘 보던 여자친구도, 매일 키우는 화초도, 그 빛 속에선 한층 더 아름다워진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심호흡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프레임 속 그 피사체가 예쁜 나머지 가슴이 떨릴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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