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 (27) 소품 하나가 사진을 바꾼다

 

 

입력 : 2012.03.08

꽃게 위에 휴지… '이야기'가 생겼다

렌즈(100mm)·셔터스피드(1/25 sec)·조리개(f/5.6)·감도(ISO 400)·사진용 형광램프 사용
"형, 여기 너무 덥다. 거긴 어때?" 언젠가 친한 동생 녀석 하나가 이런 말을 던지면서 메신저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 녀석은 새하얀 아랍 옷 '카프탄'을 입고 바닷가에 서 있었다. 턱수염까지 기르고서.

최근까지 녀석이 서울에 있는 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야, 너 언제 외국 나갔어?"

그러자 녀석이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하하, 형 미안. 여긴 강릉이거든?"

 


그제야 '속았구나!' 싶었다. 원래도 종종 희한한 옷차림으로 사람을 웃기는 녀석인데, 이번엔 아랍 옷까지 입고 장난을 친 것이다.

속은 게 분했지만 웃음을 멈출 순 없었다. "야, 그러고 있으니 꼭 두바이에서 찍은 사진 같네…." 키득거리며 내가 한 말이다.



사진은 참 재미있는 매체다. 때론 작은 눈속임만으로 큰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원근법을 잘 활용하면 마치 램프의 거인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것처럼 커다란 빌딩을 손으로 들어 올리는 착시효과를 낼 수가 있다.

의상 하나만으로도 종종 큰 효과가 난다.

동생 녀석처럼 강릉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겉옷 하나만 살짝 바꿔주면, 그곳이 강릉인지 두바이인지 알 수 없다.



사진에서 소품의 활용은 그래서 생각보다 중요하다.

가령 시골 밥상을 찍을 때 너무 깨끗하고 반들반들한 사기그릇에 밥을 담아내면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시인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번득이는 샹들리에가 보이면 어쩐지 어색해진다. 반대로 이런 효과를 노려서 낯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작은 장치 하나가 사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고,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나 역시도 사진을 찍을 때 소품을 활용한 장난을 종종 즐기는 편이다.

재작년쯤인가. 꽃게 사진 촬영이 있던 날에도 내 안에 있는 장난기가 발동했더랬다. 휴지를 작게 잘라 돌돌 말아서 꽃게 머리 부분에 얹어봤다.

꽃게 다리는 냄비 바깥으로 길게 빼 봤다. 이렇게 세팅을 해놓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제목은 '꽃게의 휴식'. 꽃게탕 사진이 아닌, 마치 꽃게가 반신욕이라도 하는 듯한 사진이 나왔다.

지금도 심심할 때면 이때 사진을 꺼내보며 혼자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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