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가 지금은 관광지로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지만 예전에는 유배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배를 온 이들이 유배지에서 남긴 불후의 명작을 본다면 유배란 물리적으로는 갇힌 상태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죄인이 아니라 당쟁과 정적의 피해자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학문은 주위 주민들에게 본보기가 되었을 것이다. 남해 유배인물 중 가장 알려진 이는 서포 김만중이지만 남해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을 남긴 이는 중종 때 부제학을 지낸 자암 김구(金絿)다.
그의 대표작 <화전별곡>은 남해에서 13년간 지내면서 느낀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 해의 별칭인 화전(花田)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해는 이런 '보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남해의 숨겨진 '보물찾기'는 윤의엽(50)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쉽고 재밌게 설명했다.
고려사의 축소판
남해대교를 건너 고현면 차면마을에 이르면 관음포가 있다. 이곳은 지금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벌어졌고 충무공이 처음 육지에 올라온 장소이기 때문에 전몰유허 영상관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는 이순신 광장, 노량 평화공원 등 도 차원의 '이순신 프로젝트' 예정지여서 더욱 분주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곳이 고려시대 역사의 현장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관음포는 우리나라 최초로 수군을 창설한 고려 말 정지 장군이 최무선의 화약을 이용해 최초로 배에 화포를 장착하고 왜군을 물리친 관음포 대첩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지 장군을 해군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정지 장군과 비교한다면 이순신 장군은 이름값 대결에서도 각종 드라마, 소설 등의 지원사격으로 여전히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관음포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 중 일부의 판각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헌 기록에 이어 실제 기와 파편과 청자 파편도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서면 서호리 장군 터는 삼별초 항쟁의 주요 본거지였던 진도의 제2본거지로 추정되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남해 향토 역사관 정의연(53) 관장은 "시군 중 고려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 거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남해는 나라를 지킨 이들의 성역의 장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임진성 쌓기
남면 상가리 임진성에 오르면 남해 스포츠 파크와 힐튼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거제도 옥포에서 패한 왜군이 분을 참지 못하고 옥포를 다시 치러온다는 소식에, 같은 지명이던 남해 옥포로 오는 줄 알고 급하게 지은 성이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난 임진성을 주목하는 것은 당시에 쌓은 성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방어를 위해 쌓아둔 해안가 몽돌과 기와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은 근처 상가마을 고 하주형 씨에 의해 1980년대까지 사비로 지은 유물관에 보관되었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임진성을 비롯하여 남해군 산등성이 군데군데에 재선충으로 감염되어 훈증 처리된 '소나무 무덤'이 보인다. 좁은 섬 안에 20여 곳의 성을 쌓고 왜적의 침략을 막은 남해지만 재선충은 막지 못한 모양이다.
멸치 한 마리가 아이스크림 값
창선 사람들도 비싸서 먹기 어렵다는 죽방렴 멸치. 뜰채로 떠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 멸치 비늘이 떨어지지 않은 채 삶아 건조한 멸치다. 창선교 다리 밑에는 시속 15㎞의 거센 물살을 믿고 승리의 V자로 팔을 벌린 채 갯벌에 서 있는 참나무 말목이 촘촘하다.
해설사와 대화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도 멸치는 아이스크림 값이라 부릅니다." "아이스크림 가격이라면 아무나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게 아니고 멸치 한 마리 값이 그렇다는 이야기지. 하하."
죽방렴의 가장 큰 구경거리는 하루 두어 차례 어장 주인이 목선을 타고 뜰채로 고기를 퍼내는 광경이다. 물론 뜰채에는 멸치뿐만 아니라 꽁치, 병어, 보리새우, 감성돔까지 담겨 은빛 비늘에 반사된 햇살이 눈 부시다. 마치 반짝이는 보물처럼.
윤의엽 문화관광해설사 추천 남해 1박2일 코스
남해 관광객 대부분은 금산 보리암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남해의 멋을 느끼려면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절경을 이룬 마을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먼저 국도 77호선의 여러 마을은 그 자체가 구경거리입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문인이나 사진작가가 오면 항상 고민합니다.
좋은 글감과 좋은 구도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용문사 오르는 길옆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은 마음마저 시원해집니다. 해돋이 펜션(011-595-3835)은 앵강만을 내려다보며 일몰과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아침 안개와 함께 오르는 설흘산은 신선의 모습입니다.
수천의 나비에 둘러싸여 누구나 동심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비생태공원에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가보는 것이 좋겠죠. 독일마을은 이색적 유럽풍경을 거닐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물건방조어부림과 죽방렴은 멀리서 보아도 수려한 모습 그대로입니다.
△주요 코스 = 남해대교→화방사→남해 스포츠 파크→남해별곡(점심)→가천 다랭이 마을→용문사→해돋이 펜션(1박)→설흘산→나비생태공원→독일마을→물건방조어부림→죽방렴→창선-삼천포 대교
찾는이 많지 않아 호젓함이 좋고, 숲속 산책 오솔길 마냥 곧게, 때로는 굽돌면서 여름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강한 햇볕을 막아주고, 길바닥은 걷기 편하게 흙으로 또는 작은 자갈길로 발바닥을 적당히 자극해주며, 길 중간에 검룡소에서 흘러 내려오는 작은 개울을 이리저리 돌을 밟고 건너자면 어릴적 생각이 절로 들곤 하다. 더우면 간간히 차고 맑은 물에 손담그며 20분 정도를 걷노라면 언제 도착하는지 모르게 걷는 재미에 푹 빠진다.
걷기에 이보다 더 안성마춤인 길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되도록 이길을 천천히 걷는다.
검룡소
이윽고 세찬 물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온다. 그 소리만 들어도 시원한데, 벌써부터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기가 감돈다.
눈앞에 울창한 숲 아래에 정자가 보이더니 왼쪽으로 꺾어지며 커다란 암반이 나타나고 그 위에 작은 웅덩이가 하나있다.
웅덩이의 크기는 직경 3m쯤 될까 하는데 물 빛깔이 검푸르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 돌틈에서 쉴새없이 물이 솟아나고 있다.
이렇게 솟아나는 물이 하루 2000톤이 넘는다고 한다
검룡소가 발견되기 이전에는 한강의 발원지가 강원도 평창 오대산의 산샘 우통수 라고 알려졌으나 두 물줄기가 합수되는 지점인
나전 삼거리에서 정확하게 측정을 한 결과 검룡소가 31km더 길다는 결과로 이곳이 공식 한강발원지로 지정 되었다.
그러나 검룡소에서 2km정도 더 위쪽에 있는 창죽동 금대봉 골의 '제당궁샘'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 와 '예터굼' 에서 솟아난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다시 검룡소에서 솟아나므로 제당궁샘이 발원지라고도 주장 하기도 한다.
위에서 내려다본 용트림 폭포
솟아난 물은 비스듬하게 깊이 패인 암반 물길을 따라 아래로 힘차게 흐르고, 그 세찬 흐름에 튕기는 물방울은 주변 이끼를 적셔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을 받아 더욱 푸르게 반짝인다.
폭포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암반 곳곳에는 깊게 파인 골이 여기저기 마치 일부러 파 놓은듯 굵게 선을 그어 내려가고 있는데,
수많은 세월동안 물이 흘러 파인 자국으로 보인다.
그물길 따라 돋아있는 푸른 이끼들은 이곳이 얼마나 청정한 곳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 소(沼)에 들어가기위해 몸부림치다 생긴 흔적이 지금의 폭포이며, 인근에서 풀을 뜯다가 물먹으러온 소를 잡아 먹어 사람들이 웅덩이를 메워 버렸다고 하는데, 원래는 암반위 직경 약 7~8m 전체가 웅덩이였는데 오래전에 산사태로 인해 다 메워져 시 에서 다시 지금의 크기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아래서 올려다본 용트림 폭포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폭포의 생김이 너무 아름답다. 많은 폭포를 봐왔어도 작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를 보지는 못했다.
폭포라고 해서 위에서 아래로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흐르며 좌우, 상하로 수많은 층계와 굴곡을 지으며 물길 스스로가 암반을 파고 도려내며 길을 만들었다.
그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용트림 이란 이름 그대로 마치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듯 하다.
20m쯤 내려온 세찬 물길은 내를 이루며 완만하게 흘러 가는데그 위에 물안개가 아닌 김이 서려있다. 맨발을 물에 담그고 서 있자니 10초 이상을 못 버틴다. 발이 시린 정도가 아니라 얼어터질것 같은 아픔을 줄 정도로 물이 차다. 어느곳에 가더라도 이토록 찬 물은 없을 것이다.
4계절 물의 온도가 9도를 유지한다고 하니 그 차가움을 알 수 있다.
깊은 산속 울창한 숲아래에 숨어있듯 오염되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지닌 이 작은 웅덩이의 신비스러운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또 하나의 원시림 속에서 자연이 주는 이선물은 차가운 물도 아니고 경치도 아닌 또한 상징적인 의미도 아닌 바로 생명 그자체이다. 작은 웅덩이에서 거대한 생명력이 용솟음 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가는길
태백에서 황지천 다리를 건너 강릉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정확히 8.8km 가면 좌측으로 검룡소 가는 길이 나있다. 작년 까지만 해도 비포장 이었는데,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길이 무너지는등 불편이 심해 올해(2005년) 검룡소 주차장 까지 6km를 완전 포장 하였다.
주차장에서 1,3km (20분)정도 걸어 들어가면 되는데 산책길 마냥 편하게 걸을수 있는 길이다.
‘동두천의 무주구천동’이라 불리는 탑동 계곡은 시원한 물과 상쾌한 공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가족 휴가지다. 경기도 안에는 이처럼 휴식과 물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계곡과 휴양림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제공 동두천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사람들로 북적대는 해수욕장. 여름 휴가지로 떠나는 길은 설, 추석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가깝다. 이런 곳을 피해 스트레스 없이 휴가를 즐기려는 ‘웰빙형 휴가족(族)’이 늘고 있다. 캠핑카와 캠핑장 등 캠핑 시설의 확산이 한가로운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원군(援軍)이 된다. 특히 교통이 편리한 경기 지역의 계곡과 휴양림 중에는 산과 물, 다양한 볼거리가 어우러진 곳이 많아 인기가 높다.》
○ 깨끗한 자연이 숨쉬는 약사동, 중원 계곡
포천시 이동면과 강원 철원군의 경계인 자등현 고개 근처에 있는 약사동 계곡. 최근에 찾는 이가 많이 늘고 있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계곡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강원 지역으로 살짝 넘어가면 상해 계곡과 만난다.
양평군 용문산 동쪽에 있는 중원산의 깊고 맑은 골짜기가 바로 중원 계곡이다.
중원 계곡의 최대 경쟁력은 폭포. 높이는 10m가 채 안 되지만 중원 폭포를 중심으로 기묘한 형태의 절벽과 넓은 바위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상류로 갈수록 사람의 발길이 적어 상쾌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 등산, 수영을 동시에 즐기는 용추, 송추 계곡
가평군 용추 계곡과 양주시 송추 계곡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계곡 피서지다. 널리 알려진 곳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용추 계곡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면서 9개의 절경을 만들었다고 해서 ‘용추 구곡’ 이라 불린다. 발원지인 연인산(해발 1068m) 등산로에도 등산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송추 계곡은 가족을 위한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는 송추유원지의 중심이다. 주변 농원에서 신선한 과일을 맛볼 수 있어 가족은 물론 연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수영 장과 낚시터, 놀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자녀들과 함께 가기에 제격이다.
○ 휴식과 레포츠를 함께, 자연휴양림
수도권의 인기 있는 휴양림은 7월 말∼8월 중순 휴가 성수기에 상당 부분 예약이 끝났다.
하지만 평일에 예약이 남아 있는 곳이 있는 만큼 아직까지 휴가지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은 관련 홈페이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평군에 있는 청평 자연휴양림은 청평호수가 가까워 다양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전망대에 오르면 북한강 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양평군 옥천면에 있는 설매재 자연휴양림은 ‘한겨울 눈 속에서 매화꽃이 피어났다’ 는 옛 이야기에서 이름이 정해졌다. 용천 계곡과 유명산 계곡이 가까워 물놀이 장 소로 제격이다. 초보자를 위한 패러글라이딩 연습장, 서바이벌 게임장 등 야외 레 포츠 시설도 갖춰져 있다.
초여름의 기운이 한창이다. 연일 이어지는 더운 날씨와 도심의 매케한 매연에 몸이 축축 쳐지는 요즘이다. 이런 때 녹음의 정기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직접 산이나 수목원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밥 한 끼, 차 한 잔 마시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보자. 향긋한 풀내음에 젖어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역삼역 인근에 자리한 ‘늘보리’는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보리밥 전문점이다. 정원 크기만 약 500㎡(150여 평)으로 도심 속,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원에는 무려 200년 가까이 된 모과나무를 비롯, 감나무 사철나무소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보리밥을 시키면 쌀밥이 섞인 보리밥이 넉넉히 담긴 커다란 양푼이 등장한다. 이어 숙주나물, 호박, 고사리 등 8가지의 나물이 가지런히 담겨 나온다. 딸려 나온 된장찌개, 고추장과 함께 쓱쓱 비벼도 되고, 쌈장을 찍어 쌈야채로 싸먹어도 좋다.
모든 음식에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게 철칙. 지리산에서 공수해온 장까지 더해 깔끔한 맛을 더한다. 보리밥 외에도 삼겹살, 삼합 등 메뉴가 다양하니 저녁시간 소주 한 잔 걸치기에도 적당하다. 보리밥 7000원. 02-567-5454.
청담동 트라이베카 3층에 위치한 ‘그레잇(greEAT)’은 이탈리아와 일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실내는 마치 한 여름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온실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기도 하다. 천장과 벽은 높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갑갑하지 않다. 깨끗하고 시원한 실내에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비가 오면 더욱 운치 있다.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맛보고 싶다면 브런치(오후 3시까지)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캘리포니아롤, 아시안 누들, 파스타, 샌드위치 등 20여 가지 음식을 뷔페식으로 내놓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푸짐한 양의 브런치 세트가 부담스럽다면 매일 직접 굽는 빵과 케이크,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맛볼 것을 권한다. 신선한 베이커리와 진한 원두커피 역시 브런치 메뉴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브런치 2만 6000원. 파스타류 18000원. 02-3448-4556.
연대 동창회관 옆에 자리한 ‘석란’은 실속 있고 알찬 한정식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도심과는 어울리지 않게 잘 가꿔진 우리 전통 스타일의 정원이 정갈하게 맞는다. 작은 연못과 석등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오밀조밀하게 정비된 수목과 잘 어우러진다. 정원도 좋지만, 통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정원을 감상하며 실내에서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 과한 양념을 자제하고 자체 개발한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여 담백한 본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이다. 메뉴로는 궁중정식(5만 8000원), 반가정식(4만 4000원), 석란정식(3만 4000원)가 있다. 간단한 점심정식에는 주반상(2만 2000원)과 선정식(2만 8000원)이 있다. 가격에 따라 갈비구이, 대하구이, 수삼, 새송이불고기 등이 추가된다. 그 중 옛날 방식대로 숯불로 끓여내는 신선로가 이 집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02-393-4690.
옛날에 제주인에게 가장 귀중한 경제적 자산은 무엇이었을까? 중산간에는 말이요 바다에는 전복이 아니었을까. 말은 남성의 몫이라면 전복은 여성의 것이었다. 바다에서 해녀들이 내뿜는 ‘숨비소리’는 전복을 연상케 한다. 전복을 따기 위해 제주해녀들은 제주바다에서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그리고 이억만리 중국과 러시아 바다로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을 나갔다. 전복을 따러 이렇게 온 바다를 휘집고 돌아다녀야만 했던 연유는 왜일까. 아마 전복이 고급식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전복을 최상의 식품으로 쳤다. 중국 진나라 서복 일행이 제주에 왔던 것도 전복 때문이고, 일본이 탐라에 조공으로 요구하게 된 것도 우리나라 조정에서 제주해녀들은 수탈하게 했던 것도 바로 전복 때문이었다. 사실, 전복은 동아시아 속에서 중요한 식문화 자원이었다. 국가 제의에 제수용 음식으로 왕들의 연회 시 술안주로 그리고 약용음식으로 널리 쓰였다. 특히 제주의 전복은 동아시아 전복 중에서 최고의 품질로 유명하다. 이렇듯 제주는 전복과 인연을 끓을 수 없다보니 그 내력 또한 깊고 유별나다.
제주전복, 언제부터 먹었을까 천연기념물 195호로 지정된 서귀포층에 2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에 전복이 발견된다. 또한 애월읍 곽지패총에 전복이 압도적으로 많이 묻혀있고 이를 이용한 반달칼과 패륜이 출토되었다. 제주도에 처음 인류가 등장한 것은 약 4만년전 중기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당시 제주인들은 용암동굴에 살면서 바다에 나아가 전복과 오분자기를 비롯한 패류를 채취하여 단백질 자원으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남긴 패총에서 발견되는 전복껍질은 전복을 식용으로 이용한 뒤 나머지는 생활도구로 쓰인 흔적이다. 특히 전복은 껍질은 가공하여 날카로운 반달칼의 재료와 패륜으로 쓰였다. 이로 미루어 전복의 식용역사는 제주의 인류출현과 함께 하였다고 본다.
전복, 진시황과 서복의 불사약 사연
<탐라순력도 ‘병담범주(屛潭泛舟)'>
<‘병담범주(屛潭泛舟)의 물질모습>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를 통일한(기원전 221년) 진시황(秦始皇)과 전복에 대한 설화는 서복(徐福)의 불사약(不死藥)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서복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동남(童男, 총각)ㆍ동녀(童女, 처녀) 3천명을 데리고 불사약을 구하러 봉래산(蓬萊山)을 향하여 떠났는데, 이 중하나가 전복이라고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봉래산을 제주도의 한라산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전설적인 이야기인 까닭에 논란이 많다. 제주도에 진시황의 ‘서불’(서복)과 불사약의 이야기는 즉, “서불은 황해를 거쳐 제주시 조천포에 배를 대고 불로장생약을 구하고 서귀포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때 서귀포 정방폭포의 암벽에 ‘서불과차’(徐市過此, 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고 새겨놓은 글씨가 남아있다”는 전설이다. 이 불사약이 전복인지 약초인지는 역사적인 기록문이 아니고 전설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 어떻든 전복은 한․중․일에서 최고급 음식으로 통용되었고, 특히 제주의 전복은 그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제주의 해안 용암에 전복의 먹이가 되는 해초가 타지방 해안에 비해 해중림을 이룰 정도로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복, 어떻게 채취하였을까 300년전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에 ‘병담범주(屛潭泛舟)’라는 부분도가 있다. 여기에 ‘잠녀(潛女)’라는 글과 함께 용두암 앞바다에서 해녀들이 조업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그림으로 묘사하여 당시에 전복 따는 광경을 연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는 해녀복 ‘소중기’를 입고 자멱질하기(온 몸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기, 해녀가 물속에 들어가 다리가 거꾸로 서있고 태왁 만 떠있는 것, 해녀가 물속에 들어가 태왁 만 떠있는 것, 한손에 채취기구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태왁을 잡고 헤엄치는 모습 등 그 광경이 다채롭다. 물론 물안경이 없었으므로 손으로 더듬어 작업하였을 것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장비만 현대화 되었을 뿐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전복은 다른 패류와는 달리 해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아무나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조대왕(1769년)도 ‘일찍이 탐라 어사(眈羅御史) 심성희(沈聖希)가 전복 캐는 모양을 그려서 바친 것을 보고 그 캐기 어려운 것을 알았다’고 하였다. 해녀는 물질능력에 따라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순으로 구분한다. 상군은 수심 2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기량이 뛰어난 해녀이다. 수심이 깊은 곳에 전복이 많기 때문에, 전복은 주로 상군들이 채취하였다. 이들은 전복 채취를 위해 우리나라 해안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청도, 대련) 블라디보스톡까지 원정 나갔다. 일본이나 중국에도 전복 따는 작업자가 있었으나, 제주해녀만큼 기량이 뛰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복 진상의 실태, 누구를 위하여 전복을 땄나 탐라전복은 삼국시대부터 진상품으로 알려졌는데, ‘삼국사기’(문자왕 13년, 503년)의 4월조에 진상품의 기록으로 '珂則涉羅所産'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가(珂)는 탐라의 산물이라고 하였다. 또한 일본의 엔기시키(延喜式, 927년) 주계식상(主計式上)의 기사에 탐라포(耽羅鮑)기 등장하는 데, 이는 제주도에서 잡은 전복이 일본의 교류에서 전해진 것이다. 당시 전복은 제주의 중요한 교역품이었으며 재화의 수단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제주는 국가에 중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진상기지로서 역할을 했다. 당시 대표적인 진상물 중의 하나가 전복이었다. 전복의 진상을 위하여 포작인(鮑作人)과 잠녀(潛女)를 특별히 두어 전복을 따게 했으며 특별 관리품목으로 취급하였다. 이들은 잡은 전복은 진상품으로 조정에 바치면 중국에 진상물로 보내지고 조정의 물품으로도 쓰였다. 그뿐 아니라 관아에서 쓰일 것도 충당하게끔 강요받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었다. 제주목사 이건(李建)의 ‘제주풍토기’(1629)에는 ‘해녀들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전복을 따지만 탐관오리의 등살에 거의 뜯기고 스스로는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세종 25년, 1460)에 제주목사로 부임한 기건(奇虔)은 제주(濟州)를 안무(按撫)하는데 백성들이 전복(全鰒)을 바치는 것을 괴롭게 여겨, 3년 동안 전복을 먹지 않았다(“按撫濟州民病所貢鰒魚亦三年不食鰒”)라고 하였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의 어업권 침해와 수탈에 못 이겨 해녀들이 대일 항쟁(제주잠녀항쟁, 1931∼1932년)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렇듯 전복을 따는 일은 고역중의 고역이었으며, 힘들여 채취한 전복은 더 이상 주민들의 것이 되지 못하고 지배자의 것으로 착취당하고 말았다.
전복의 영양과 효능 전복의 영양은 육질과 내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육질은 수분 (84%) 지방(0.4%) 단백질(13%) 당질(2.8%) 회분(2.1%)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수분을 제외한 81%가 단백질이고 13%가 무기질로 이루어진 고단백 고무기질 식품이다. 동시에 저칼로리(61Kcal/100g) 식품에 속한다. 한편 내장은 수분(72%) 단백질(16.2%) 지방(4.8%) 당질(3.8%) 회분(3.2%) 등이다. 비타민 E와 카로테노이드 등 지용성 비타민과 비타민 B12의 함량이 높다. 육질에 비해 내장에 지방 당질 회분 그리고 비타민의 함량이 많은 것은, 전복의 먹이가 되는 해조류들(감태, 미역, 톳, 모자반 등등) 즉, 제주도 바다 속 용암에 온전히 부착하여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를 먹기 때문이다. 전복은 이 해조류들을 소화 분해시켜 내장에 저장해 두므로 내장에는 체내 이용성이 높게 소화 분해된 생리활성 물질이 많다. 연두색의 카로테노이드에는 루테인(lutein ; 라틴어의 황색을 의미하는 “lutes”에서 유래)이라는 성분이 주를 이룬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루테인은 눈의 망막세포의 정상화에 관여하는 물질로 밝혀졌다. 나이가 들면서 안구에 이 물질이 부족하면 시력이 저하되고 심할 경우는 실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 병은 노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안구질환으로 황반변성이라 한다. 예로부터 전복을 석결명(石決明)하여 눈을 맑게 하고 밝혀준다 하였는데, 현대과학이 이를 증명한 셈이다. 루테인은 기름에 녹는 물질이기 때문에 내장을 먹을 때는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잘된다. 그래서 전복내장을 먹을 때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거나 전복죽을 끓일 때 내장과 쌀을 참기름으로 볶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그 외에도 내장에는 항산화성 성분(토코페롤, 셀레늄, 다당류, 타우린)이 많아 암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에 더 없이 좋은 식품이다.
전복죽의 내력 오래전부터 제주의 해안마을에서 ‘잠녀’(해녀)들이 잡은 생전복을 관가에 진상용으로 바치거나 팔기 위해서 준비해 두었던 것, 또는 육지부로 나가기 위해 전 처리(건전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게웃’, 내장)을 곡물에다 넣고 쑤어 먹었던 것이 전복죽이다. 전복죽은 해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단백질과 무기질이 많아 물질하면서 손실된 체단백질을 보충하는 보양음식이었다. 제주도 해안마을에서는 해녀들의 임산부의 산후 조리음식과 어린이의 이유식으로도 많이 쓰였다. 해안마을 속담에 “잠년 애기 나� 사흘이민 물에 든다”(해녀는 아기 낳아서 사흘이 되면 바다에 들어간다)라는 말이 있다. 산후 조리에 전복죽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잠녀 애긴 일뤠만에 것 멕인다”(해녀 아기는 출생 후 7일 만에 이유식 먹인다). 태어난 지 7일밖에 안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인다는 것은 해녀인 어머니가 젖먹이를 놔두고 물질하러 갈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젖 대신 단백질 영양이 좋은 전복 미음 국물이라도 먹인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제주도 해변지역의 민간요법에서는 입맛이 떨어진 환자 또는 간질환자의 단백질 보충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널리 쓰여 왔다. 지금도 부모가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전복죽을 쑤어다가 드리는 관행이 지켜지고 있다.
제주의 전복죽은 ‘게웃’이 반드시 들어가며 이로 인해 연두색의 빛이 나고 감칠맛이 강하다. 예전에는 자연산 전복으로 죽을 쑤었으나, 지금은 해녀들이 잡은 현장에서 수협이 일괄 구매하여 일본으로 수출하거나 고급 음식점에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 대중음식점이나 가정에서는 양식산 전복으로 죽을 만들기 때문에 전복죽의 색과 맛이 변하였다. 육지전복죽과 제주도 전복죽이 다른 점은 내장이 반드시 들어가고 내장 특유의 색으로 인해 연두빛이 진하다는 점이다. 제주산인지 아닌지 그리고 자연산인지 양식인지도 이 색으로 알 수 있다. 또한 맛도 차이가 있는데 이는 내장의 내용물에 기인한 것이다. 먹을 때는 전복내장으로 담근 ‘게웃젓’과 함께 먹어도 좋다. 제주도 해안 관광지에서 전복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제주시에는 탑동과 도두항 인근지역에 전복죽 전문점이 분포하고 있고, 성산포 오조리 해녀마을에서는 해녀들이 공동체로 전복죽 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닭죽 또는 삼계탕에 전복을 넣어 끓인 죽들도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전복죽이 일품인 일출봉의 명소 [오조해녀의집] △자가용: 제주시에서 동부일주도로(12번 국도)를 따라 조천->함덕->김녕을 거쳐 세화(약30~40분소요)에 가면 왼편으로 해안도로가 있고, 해안을 따라가면 종달해수욕장을 지나 우도가 바라다 보이는 성산포항에 달하기 바로 전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 방면을 타고 성산포 일출봉 입구에서 하차해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 △전화번호 064-784-7789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 △취급메뉴: 전복죽(10,500원), 자연산전복 1kg(대: 180,000원/ 중: 150,000원), 양식전복 1kg(대: 130,000원, 중: 110,000원) △주변관광지: 일출봉(자가용 5분), 우도(선박 15분), 섭지코지(자가용 10분)
“주천면을 전국 최고의 고소득 관광마을로 개조할 작정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다하누촌’ 대표 최계경(45)씨가 말했다. 섶다리가 아득히 바라다보이는 주천강변에서,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말하는 그의 표정과 말투는 진지하고 단호했다. “가난하고 소외받아오던 이 마을을 부자 마을로 바꿔보겠단 얘깁니다.” 맛있는 고깃집으로 이름난 체인 음식점 계경목장을 일군 그의 고향이 바로 주천이다.
다하누촌이란, ‘싹 다 한우만 파는 마을’이란 뜻이다. “한우와 한우가 아닌 것의 맛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온데” “한우가 아닌 것을 자꾸 한우”라고 우겨 팔거나 섞어 파는 곳들이 많은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 뒤 미국산 쇠고기가 몰려오면서 한우 농가에 비상이 걸렸지만, 최씨는 이것을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 여겼다. 지역 한우 농가가 생존할 길은 왜곡된 한우 유통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다하누촌 사업은 이런 역발상에서 출발한 획기적인 지역 소득 증대사업이자 마을 개조 프로그램이라 할 만하다. 일부 타 지역의 시샘어린 시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하누촌은 지난 8월초 문을 연 뒤 불과 몇 달 새 떠오르는 ‘새 시대 새 마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먼저 그 이유를 알아본 뒤, 값 싸고 질 좋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한우고기 맛을 보도록 하자.
‘삼겹살보다 싼 한우 등심 1인분(300g)에 8천원!’ 다하누촌 홍보 전단에 적힌 문구다. 대도시의 웬만한 한우고깃집에서 1인분(150~200g)에 3만원 안팎을 부르는 게 예사인데 비하면 정말 싼 값이다. 엉덩이살, 사태, 불고기는 600g에 1만3천원, 육회는 300g에 8천원, 육사시미 600g에 1만6천원이다. “거짓말 안 보태구요, 시중의 3분의1 가격이래요.” “이렇게 장사 해도 이익이 남습니까?” “남아도 마이 남는대니까요. 이 한우가요, 워낙에 거품이 많았던 데다가요, 기냥 대량으로 팔아대니까요, 안 그런거 같애두요, 꽤 마이 남아요.” “고기 등급은 어떤가요?” “잡숴 보면 아르시겠지만요, 여선 싹 다 1등급 한우고기만 다롸요.”
다하누촌에선 영월과 제천 도축장에서 하루 평균 7마리씩(주말엔 20여마리)의 거세황소와 암소 등 한우를 도축해 온다. 도축이나 고기 등급과 관련해 물어보는 손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정육점 매장에 도축검사증명서과 등급판정확인서를 매일 게시한다. 쇠고기 등급엔 1~3등급과 등외가 있고, 1등급도 질에 따라 다시 세분돼 등급이 매겨지는데, 다하누촌에선 1등급 이상의 고기만을 쓴다고 한다. 본디 산지 시세는 한가지지만 불합리한 출하 유통구조, 등급이 매겨지는 과정에서 거품이 생기고 폭리가 따른다고 한다.
주천고등학교 축산담당 교사 이재원(34)씨가 말했다. “쇠고기의 맛 차이와 등급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거세황소와 비거세황소의 맛 차이는 있습니다. 거세한우가 덜 질기고 맛도 좋죠. 거세황소 30개월짜리는 암소와 육질, 맛이 같습니다. 황소를 거세하게 되면 소가 암컷처럼 돼 본래 하루 1kg씩 늘던 무게가 하루 600g밖에 늘지 않습니다. 뼈, 근육, 지방 순으로 살이 찌게 되죠. 피하지방이 먼저 쌓이고, 근막지방, 근내지방 순으로 쌓이게 됩니다. 지방이 골고루 퍼진 고기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냅니다. 살이 제대로 오르고 마블이 좋아 최상등급(1++A)으로 치는 상강육의 맛이 빼어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나눈 등급이란 건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육량과 육질에서 좋은 고기를 가르는 기준은 되지만, 가격 차이가 시중에서처럼 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유통과정에서 쇠고기값이 5~6배나 뜁니다. 등급이 세부적으로 매겨지는 과정에서 거품이 생기고, 그 부담은 소비자 몫이 되죠. 고기 맛은 결국 숙성의 문제일 뿐입니다. 즉시 잡은 고기가 맛있다는 얘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잘못된 겁니다. 육회는 별개로 치고요. 숙성이란, 도축 때 일어난 근육 경직을 풀어주는 과정입니다. 경직상태가 풀려야 제맛이 나지요. 20일 숙성육이 가장 맛있습니다. 제대로 숙성됐다면 암소와 황소 차이도 크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상입니다.”
어쨌든, 거품이 쫙 빠져 속이 시뻘겋게 드러난, 질 좋은 한우고기를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강원도 산골 영월 주천리 다하누촌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일엔 보통 2천명, 주말엔 4천명이 좁아터진 면소재지에 몰려와 북적댄다. 지난 여름 휴가철엔 번호표를 받고 20~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고, 고기가 떨어져 기다리던 손님들이 항의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정육점과 가맹 식당들만 북적대는 게 아니다. 주말이면 여관도 꽉꽉 차고 동네 다방도 들썩이며, 슈퍼도 바빠진다. 동네가 붐비면서 다 바빠지자 쌀집도 잘 되고 닭집도 잘 되며 호프집도 담뱃집도 잘 된다는 게 주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예전엔 찻길 쪽 가게들만 그런대로 장사해 먹고 사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시장 뒷골목에 다하누촌 가맹점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동네의 중심거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쇠고기 하나로 마을 전체가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다하누촌 쇠고기는 사가지고 가도 되고, 부근 식당에서 구워먹어도 된다. 전체 면 주민 3천8백명. 이 중 8백여명의 주민이 사는 면소재지 주천리 중심거리에 다하누촌 이름으로 한우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3곳 있다. 다하누촌 간판을 내건 식당들은 17곳에 이른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다하누촌 가맹 식당으로 가져가면, 1인당 2천5백원씩의 야채와 반찬 세팅비를 내고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상추, 깻잎, 풋고추, 고추절임, 김치, 동치미, 마늘 된장 등이 차려지고 불판이 제공된다. 모듬버섯과 양파(3천원), 된장찌개(2천원)도 따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살짝 익혀 먹는 고기 맛이 과연 신선하고 부드럽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값이 싼 까닭에 자제하지 않고 먹다보면 지나치게 포식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정육점에선 초기엔 쇠고기를 각 부위별로 구분해 팔았는데, 요즘은 조금씩 섞은 모듬 쇠고기를 판다. 인기를 끄는 특정 부위만 먼저 동이 나고 뒤에 온 사람들의 불만이 비등하자, 파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등심 안심 제비추리 안창살 토시살 치맛살 갈빗살 등을 모아 ‘한우황소 반마리’ 300g 8천원, 한 마리 600g 1만6천원, 한우 암소 반마리 300g 1만4천원, 600g 한 마리 2만8천원 식으로 정리해 골고루 팔면서 골고루 맛볼 수 있게 했다.
다하누촌 가맹 식당들은 가맹비도 없이, 고기 사들고 오는 손님들에게 자리와 불판, 기본 반찬 제공비와 술 판매비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다하누촌 가맹식당 장수점을 운영하는 최주형(56)씨가 말했다. “여 동네 사람덜은요, 삼겹살 먹어본 지 오래래요. 싹 다 소고기만 먹으니까네, 딴 고기 먹을 새가 없는 거래요. 살들 찔까봐 들 걱정이 많애요.”
손님들의 추가 주문을 받아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들고, 싱싱야채 지나 만물상회 지나 큰길 건어 담뱃집 지나 식당으로 돌아오는 최씨의 걸음은 나는 듯이 가볍게 보인다. “이래 신나게 일하는 게 증말 오랜만이래요.”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매달 심사를 벌여 친절상, 홍보상, 노력상 등 상도 준다. 친절상이 제일 큰 상으로 상금도 따라붙는다. 다하누촌에선 한편, 걱정거리도 있다. 소비가 늘면서 영월군에선 소가 모자라 횡성, 평창에서 조달해 온다. 부대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골공장까지 운영하려면 6만마리는 먹여 기를 수 있어야 하는데 당장 소가 모자라는 형편이다. 그러나 최계경 대표의 포부는 더 크다.
“면소재지 안의 다하누촌 가맹식당을 곧 5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면 전체를 새로운 관광촌으로 바꿀 겁니다. 하루 도축 50마리까지가 목표입니다. 한우가 살고 동네가 살고 다른 지역 한우농가도 살고 도시민들도 흐뭇해지는 것, 이게 살 길 아닙니까.” 최씨는 마을의 연매출액 목표를 2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2008년엔 한우박물관도 개설하고 대규모 한우농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우 말고도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상품 개발도 이미 진행중이다. 주천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콩을 이용해 즉석 목판두부, 흑미두부, 표고두부 등 7~8가지 두부를 ‘섶다리 콩터’라는 상표로 상품화했다. 청국장도 만들고 두유도 만든다. 두유버거, 콩샌드위치, 커피에 프림 대신 두유를 넣은 두유라떼를 개발했고, 두유베리라는 이름으로 두바이에 두유전문점 지점 계약을 하는 등 국외 시장 개척도 시작했다.
그의 각별한 고향 사랑은 이미 마을에서 숱하게 펼쳐온 행사들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왔다. 해마다 빼놓지 않고 재현해 온 연원 깊은 쌍섶다리와 이를 기반으로 마을 사람들의 대대적 참여 아래 펼쳐지는 쌍섶다리 축제, 지역 특산물 농가를 대상으로 한 두부, 메주 체험마을 체계화, 감자 축제, 주천강 민물고기와 다슬기 등을 내세운 강변 체험 행사 등 최근 몇 년 사이 영월군 주천면에서 벌어진 갖가지 행사들은 대부분 그의 머리에서 구체화되고 그의 손을 거쳐 꾸려진 것들이다. 주민들이 그를 “가난한 마을을 단박에 일으켜 세운 아이디어꾼”으로 치켜세우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의 이런 고향 사랑도 초기엔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신, 정치 할라구 기반 닦는 거지? 그렇지?” 그때 최씨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래요. 기양 고향 좋아서 하는 일이래요.”
<영월 섶다리마을 다하누촌> 영월군 주천면소재지 중심에 다하누촌 정육점 매장 3곳과 17곳의 가맹식당들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특선메뉴로 분류되는 육회나 육사시미는 세팅비가 반근 5천원, 한근 1만원으로 좀 비싸다. 양념을 해야 하고 곁들여지는 게 많기 때문. 인터넷 주문할 수도 있다. www.dahanoo.com (033)372-012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 쪽으로 가다,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안동 방향 중앙고속도로로 우회전해 내려간다. 신림·주천나들목에서 나간다. 88번 지방도를 따라 주천면으로 간다. 주천교 옆 주천네거리에서 좌회전해 다리를 건너면 주천면소재지다.
<주변 볼거리> 수주면 무릉리의 요선정, 정자 밑 요선암,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법흥사. 주천강 쌍섶다리, 판운리 섶다리, 한반도지형 선암마을, 책·곤충·민화박물관,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 장릉 등.
아산 방수마을 한정식 지역마다 깊은 손맛을 내는 한정식 상차림을 내는 음식점들이 있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와 정성들여 만든 깔끔한 밑반찬들이 기본을 이루는 밥상이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방현리 방수마을도 이런 부류에 드는 한정식집이다. 방수마을은 방수물에서 연유한 지역 이름이기도 하고 음식점 이름이기도 하다. 아담한 정원을 갖춘 한옥집에서 맛깔스런 전통 상차림을 낸다. 별장식 숙소를 겸한 관광농원이자 결혼식장, 연회장으로도 쓰인다.
대개 이렇게 여러 가지 잡다한 면모를 보여주는 음식점들이 실상 맛에선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방수마을 한정식 상차림은 좀 다르다. 다양한 시설과 행사들이 번잡스런 가운데서도 일정한 기본 맛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곳이다. 이런 힘은 주인 김판순씨가 우리나라 전통음식 맛의 밑바탕이 어디에 있는가를 이해하고 있는 데서 나오는 듯싶다. “우리나라 음식의 본맛은 오래 묵히고 숙성시키는 데서 나옵니다. 오래 묵힌다는 건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김씨가 강조해 마지않는 정성과 손맛이 음식들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이 집 상차림의 밑반찬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2~3년씩 묵힌 장아찌류를 비롯해 2년 묵힌 무청, 3년 묵힌 김치, 심지어는 5년이나 묵힌 배추절임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묵힌 반찬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전통 음식 맛의 기본을 이룬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우리 집 자랑거리가 바로 묵은 장아찌류입니다. 전국 어느 음식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김씨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선산 김씨 종가집 막내딸인 김씨는 집안에서 갈고 닦은 손맛을 충남 일대에서 30여년째 펼치고 있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20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하다, 9년전 방현리에 규모 있는 대형 관광농원 음식점을 차렸다. 그의 손맛이란 종가집 음식을 겪어온 사람답게, 음식재료를 섬세하면서도 규모있게 다루는 ‘큰 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음식에 관한 한 그의 손은 크다. “우리 음식은요, 대량으로 만드는 데서 깊은 맛이 나옵니다. 재료는 물론 들어가는 부재료들도 충분하고 넉넉하게 팍팍 써야 제맛이 나와요. 뭘 좀 아끼려다간 맛을 잃게 됩니다. 물론 양념류는 좀 다르지만요.” 음식점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왕창과 팍팍”일 정도다. 그리고 이런 ‘규모의 맛’을 완성시키는 것은 오랜 기다림이다. 수백개에 이르는 항아리에서 지속적임 보살핌을 받으며 몇 년씩 숙성과정을 거치고 나서 상차림에 오른다.
김씨가 만드는 배추절임을 보자. 가을에 김장을 담글 때 배추에서 떼어내는 거칠고 뻗뻗한 겉배추를 골라 뒀다가 따로 소금에 절이고 고추씨를 뿌려 항아리에 담아 익힌다. 이걸 해마다 대량으로 담그다 보니 지금도 3~4년 전에 담근 새콤 시큼 짭짤한 배추절임이 상차림에 나온다. 이것을 손에 펴들고 밥을 싸고 된장, 야채 얹어 먹는 맛이란 각별하다. 콤콤하게 곰삭은 맛과 사각사각 씹히는 질감이 입맛을 돋워주기에 충분하다. 무청도 거친 것을 골라 같은 방식으로 절여 담가뒀다가 들깻가루와 다짐마늘, 들기름 등으로 무쳐 상에 올린다.
김씨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항아리에 해마다 된장, 막장, 간장, 고추장 등을 담아 두고 여기에 장아찌로 해먹을 만한 건 뭐든지 박아넣고 숙성시킨다. 주변 주민들에게서 사들인 콩으로 직접 메주를 쑤어 된장을 만들고, 직접 텃밭에서 기른 고추와 파 마늘 등을 쓰는 건 기본이다. 인공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제대로 된 맛은 조미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음식 재료와 양념에 다 들어 있지요. 그리고 정성과 오랜 기다림이 그 맛을 결정짓습니다.”
1만원짜리 한정식 상차림엔 3년 묵힌 묵은지, 묵은지 볶음, 무시래기 무침, 2년 이상 묵힌 무장아찌와 된장에 박아 숙성시킨 고추, 깻잎, 호박말랭이 등 밑반찬에다 누룽지탕수, 제철 생선, 버섯, 홍어와 돼지고기, 연어샐러드 등 20가지 안팎의 반찬이 나온다. 된장찌개는 3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 낸다. 철에 따라 민들레잎 겉절이, 냉이 무침 등의 나물 반찬들도 곁들여진다. 1만원짜리 치곤 매우 푸짐하다. 쇠갈비, 생고기, 육회, 장어구이 등이 나오는 3만원짜리 코스요리도 있다.
김씨는 음식 솜씨도 대단하지만,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산국악협회 전 회장이자 예총 도지회 부지회장이다. 각종 공연과 연회에 초청돼 기량을 펼치기도 한다. 단체손님의 경우 따로 예약하면 조촐한 국악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외딴 곳에 자리잡아 찾아가는 길이 다소 복잡하지만, 음식점 분위기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방수마을> 한정식 1만원, 코스 한정식 3만원, 쇠고기를 돌판에 구워먹는 소석갈비 2만8천원, 돼지석갈비 1만원, 장어 1kg 4만원. 2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주차공간은 충분하다. 음식점 옆엔 타조 등 동물사육장과 약수터, 쉼터 등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야외 결혼식장과 별장식 숙박시설도 갖췄다. (041)544-3501.
<가는 길> 서울 쪽에서 갈 때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나들목을 나간다. 39번 국도를 타고 아산방조제 건너 온양 쪽으로 직진한 뒤 현충사 이정표를 보고 45번 국도로 바꿔탄다. 현충사 쪽으로 가기 전에 충무교 건너 직진해 운봉 평택 둔포 쪽으로 1km쯤 가면 왼쪽 길건너에 방수마을 산장, 예식장 입간판이 보이고 옛날 손짜장집도 보인다. 여기서 좌회전(비보호. 차량통행이 많을 땐 다소 위험하다. 충무교 건넌 뒤부터 미리 속도를 줄여 좌회전할 준비를 하시길)한 뒤 곧 우회전해 직진, 200m쯤 들어가면 방수마을 한정식집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땐 천안나들목에서 나간다. 남부대로 따라 아산,온양온천 쪽으로 가다 온양온천 팻말 보고 우회전 21번 국도 따라 직진, 온양민속박물관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충무교를 건넌다.
<주변 볼거리> 삽교호의 함상공원(어린 자녀 동반때 가볼만), 아산온천의 물놀이·건강 테마온천인 아산스파비스, 국내 최대규모 실내 꽃전시장 세계꽃식물원(세 곳을 차례로 방문할 경우 앞서 들른 곳의 입장권을 제시하면 20~30% 할인혜택), 충무공 사당인 현충사, 온양민속박물관, 온양온천지구, 덕산온천 등.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통영에 있는 사량도와 합천 가야산을 산행하고 왔어요. 산행의 즐거움은 육체와 정신이 건강해 지는 점도 있지만, 힘든 시간을 참아내고 정상에 올랐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함께 가지 못한 이가네 가족분들 아쉽지만 사진이라도 감상하세요.
행정구역상으로 통영시에 속하는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 지점에 위치 하며 약 1.5㎞ 의 거리를 두고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 수우도의 세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윗섬에만 약 1,011세대 2,192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지 않은 섬 인데다 연 20만명의 관광객들이 등산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면서 섬 전체가 활기를 띈다.
등산과 해수욕은 주로 윗섬에서, 낚시꾼들은 아랫섬을 주로 찾는다.
돈지를 기점으로 하여 지리산(398m), 불모산(400m)을 거쳐 옥녀봉(303m)로 이어 지는 종주코스를 선택했는데 6.5km로 산행에는 총 5~6시간 소요 된다고 합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가르마 같은 길
돈지마을
육지의 산에 비해 높이나 규모는 작지만 산행코스나 암릉미에 있어서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지리망산, 일명 '사량도 지리산' 이 솟아있네요
조팝나무 꽃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발 아래로 사방을 둘러 친 남해 푸른 바다와 들쭉날쭉한 지리산 능선 좌우로 바다 저편에 떠있는 섬들의 정겨운 풍광을 맞이합니다
지리산 정상
뒤돌아 본 지리산
가마봉과 옥녀봉을 향하여
고운 모래사장이 드리워져 있는 대항해수욕장
가마봉, 향봉, 옥녀봉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겁이 났는데 막상 줄을 타 보니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괜찮았어요
위험한 곳은 우회도로가 있어서 겸손한 마음으로 안전한 곳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멋진 경치 아닙니까?
이가네 가족분들 저기좀 보세요^^
가마봉의 누룽지가 된 우럭
사량도의 하이라이트인 옥녀봉 어머니 이름과 같은 옥녀여서 편안하게 생각 될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얼마나 아찔한 지 표정이 말을 해 줍니다.
앉아서 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기도를 했어요
바위만한 엉덩이가 내려 갑니다. -_-;;;;
계속해서 철계단 통과 외줄타기까지 괜찮았는데 이 철계단은 직각이어서 한 발짝 떼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손 좀 보세요.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내려와서는 손에 쥐가 나더라고요
산 넘어 산 입니다. 이번엔 또 사다리타기, 개떨듯이 떨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옥녀봉을 정복하고
뿌듯함을 만끽하며 명품사진 한 장 찰칵!! 우럭이 좀 까분다고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이가네 여러분 인정하죠?
예정대로 5시간이 소요 됐어요. 배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돌멍게와 해삼으로 소주 한 잔
해질녘의 가오치 모습
모두들 지쳤는지 통영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에서 힘없이 너부러져 있습니다.
통영에 내리니 석양이 곱게 물든 시간
참나리는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으로 통영은 너무 약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 우럭네는 굉장히 보람있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섬과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여행하는 즐거움. 감탄사를 아끼지 않고 즐겁게 다니니까 어떤이는 신혼여행 왔냐고 묻더라구용~~ 그 말을 듣고난 후 우린 모자와 마스크를 벗지 못했답니다.
<그리운 사량도> - 이적 -
고향에도 개구리가 울까/ 삼천포 등대불 사이로/ 파도 밀려와 개구리와 화음되어/ 바다에서 뒹굴며/ 함께 놀고 있을까 달이 뜨면 은바다에/ 별빛이 수색실을 뽑고/ 발동선 몇대 똑딱이며 지나 갈까 지라망산 달바위가/ 몸을 붙이고/ 바다 건너 육지땅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은 바다로 다니는 옛길에 명성호 사량호 청성호 엔젤호가 다니던/ 흔절도 남아 있겠지 그 바닷길에 우리 유년의 그리움이/ 동강처럼 흘러서 가네/ 먼먼 북 쪽에서/ 밤배타고 남으로가네/ 심장에 남아있는 서러움 지우며 /꿈속에서 찾아 간다네